라플라스의 마녀 라플라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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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작가(多作家)이며 소재 역시 풍성함을 자랑하는 히가시노 게이고 이번 작가 데뷔 30주년에 즈음하여 색다른 소재로 독자들 곁에 다가왔다.자연과학을 활용한 미스터리물이라는 점이 특색이다.게다가 히가시노 작가가 내놓는 주제도 다양하기만 하다.자연과학을 활용한 이야기를 비롯하여 가족관계,사랑의 비극,복수의 고통 등을 들 수가 있다.이번 작품은 프랑스 천체학자 라플라스의 물리이론을 십분 활용하고 그 속에 깔린 미스터리를 자극케 하는 마력을 발휘했다.히가시노 작가 특유의 풀어 헤치고 집약시키는 독특성과 창의성은 독자의 한사람으로 매우 흥분과 설렘을 안겨 주었던 작품이다.

 

 외가집에 가던 도중 토네이도(Tornado)를 만난 미나와 마도카 모녀,엄마 미나는 쓰러진 건축 더미에 깔려 숨을 거두고 어린 마도카만 기적적으로 살아났다.그리고 마도카의 아버지는 의사이면서 <독립행정법인 수리학 연구소>를 겸임하고 있다.마토카 곁에는 경호가 바짝 따라 다니는데,그녀에겐 불필요한 질문 등을 금지 사항으로 되어 있다.이것부터 심상치가 않다는 감지하게 된다.그리고 시간이 흘러 마도카는 치사토라는 이름으로 미즈키 요시로라는 초로의 남자를 만나 온천 여행을 떠나게 된다.어찌된 일인지 남편 미즈키 요시로가 온천 주변에서 산책하다 쓰러져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고,연이어 또 다른 온천가에서 나스노 고로라는 배우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사인(死因)은 황화수소 가스 의한 질식사였다.

 

 이야기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나카오카 형사가 주변 인물들을 탐색하고,지구환경 과학 전문가인 아오에 교수가 황화수소 사고의 원인 규명을 위해 온천지에 가면서 이 사건과 관련 있는 사람들을 포착하게 된다.또한 한 영화감독의 블로그에서 보여준 황화수소 가스에 의한 자살 사건과 식물인간으로 치료를 받다 극적으로 생환한 아마카스 겐토의 사연 등이 조금씩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다.나이 차가 많은 남자를 남편으로 삼았던 치사토는 왜 온천가에서 남편과 함께 산책을 하지 않았을까,그리고 황화수소 가스 사고가 있던 온천에서 반경 300키로에서 또 다른 사람이 황화수소 가스에 의해 죽어 가는데...요는 아오에 교수는 두 온천지에서 마도카를 봤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두 온천가에서 황화수소 가스로 인해 죽은 사람들은 단순 사고였을까,아니면 누군가 고의로 황화수소를 발생하여 그들을 죽게 했던 것일까.영화감독 아마카스의 아들 겐토의 지난 가족사를 통해 '부성 결락증(父性 缺落症)'을 확인하게 된다.치사토(마토카)는 남편 미즈키 요시로를 애정이 아닌 금전을 노린 혼인이었음이 사실로 드러나고,겐토와는 심정적으로 가까운 사이라는 것도 눈에 띈다.그렇다면 겐토가 부성에 대한 혐오감에 복수극으로 황화수소 가스를 발생시켰을까.진범은 스스로 자신이 이러저러 해서 황화수소 가스를 발생시켰다고 고백한다.단독범이 아닌 누군가와 공모하여 꾸민 각본이었다.누군가 황화수수 가스 발생에 대한 상세한 지시가 있었고,공모자들은 지시를 그대로 따랐던 것으로 보인다.

 

 "만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원자의 현재 위치와 운동량을 파악해내는 지성이 존재한다면 그 존재는 물리학을 활용해 그러한 원자의 시간적 변화를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의 모든 현상을 설명하고 미래까지 완전하게 예지가 가능하다······." -p387

 

 라플라스의 물리 법칙을 활용한 이 글은 일명 '자연재해가 일어날 확률이 높은 날'을 설정하여 황화 수소 가스 사고를 일으켰던 것으로 보인다.물리 법칙 속에는 다양한 이론이 있기 마련인데,황화수소 가스 사고는 예측을 바탕으로 꾸민 이야기로 보인다.히가시노 게이고 작가가 보여준 이 글의 전체적 맥락은 인간의 사랑과 정(情)과 같은 가치보다는 냉랭한 물리법칙만이 존재한다는 것이 짙게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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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3년, 재건축에 돈을 묻어라
김선철 지음 / 원앤원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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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부동산 시장을 강타했다.한국형 아파트 가격의 고공행진은 금융위기로 인해 크게 식고 말았다.아파트 시세는 떨어지는 반면 전세가는 천정부지(天井不知)다.기본 전세끼고 월세를 붙이는 식이다.금융 이자가 1%대 안팎이니 돈이 나올 곳을 찾을 수 밖에 없다.나 역시 부동산의 전반적 동향에 대해 관심은 있으나 구체적 지식과 동향을 모르기에,이번 도서는 한국 부동산 시장의 현황과 자산 가치,투자처 등을 예측하기에 매우 유익했다.

 

 흔히 하는 말로 기회를 잘 타는 사람과 그렇지 못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자신이 갖고 있는 자산 및 자본금의 다소를 불문하고 향후 투자 유망하고 돈이 될 곳을 찾아 다니는 발빠른 사람은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앉아서 장타령 하는 사람,이와 무관하게 딴전을 부리는 사람은 당연 자신에게 찾아 올 기회를 잡지 못한다.두말 하면 뭐 하겠는가.누가 뭐라 해도 한국 사회는 아파트 공화국이요,교육 공화국이다.아파트를 지은 지 20년 이상이 지나면 아파트도 크고 작은 질병이 찾아 온다.그래서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 조합을 설립하고 시공사를 선정하여 재건축에 들어가기 마련이다.재건축이 일사천리로 순조롭게 진행되면 좋겠지만,하다 보면 예기치 않은 복병.암초들이 불거지게 마련이다.

 

 

 살던 아파트를 허물고 재건축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기본계획과 안전진단,정비계획 수립과 정비구역 지정,추진위원회와 조합 설립,건축심의와 사업시행 인가,관리처분계획 수립과 관리처분총회,이주.철거.분양.착공,준공.입주.청산이라는 과정을 거친다.자산가치의 유망성과 행복한 삶을 추구하기 위해 재건축에 열을 올리는 것이 일반인들의 심리이다.그런데 재건축 사업이 떨어지면 그 속도가 중요할텐데 시간을 질질 끄는 사안이 발생하기 마련이다.조합원이 모르는 시공사 사업제안서의 비밀,조합투명성의 훼손,서면결의서로 인한 소송,감정평가로 사업의 발목 잡힘,일조권 문제(학교.종교단체 등),비상대책위원회의 필요악,폭탄 부담금,고분양가로 인한 미분양은 조합원의 책임 등이 재건축 사업을 지체시키는 동시에 재건축 투자의 실패 요인이 되기도 한다.

 

 

 현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사업의 사업기획 및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선철 저자 20여 년간 전국의 재개발.재건축사업 수주기획 및 사업관리 업무를 담당했다.그래서인지 이 도서는 재건축 투자에 관해 다양한 사례 분석이 알토란과 같이 빼곡이 실려 있다.재건축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도 쉽게 익혀 재건축에 투자 여부를 결정하고 향후 자산가치의 극대화를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도 예측 가능하게 설명하고 있다.어떠한 투자든 시장의 원리에 입각하되 투자에는 성공과 실패가 반반이기에 시시각각 해당지의 정보와 사업 진행 상황을 체크해야 한다.그래서 첫 장에 성공한 재건축 투자자들을 보면 재건축 투자의 메리트를 적확하게 꿰뚫고 접근했던 사례들을 엿볼 수가 있다.1천만 원으로 재건축 투자에 성공한 사례,저층 주공아파트에 대한 확신이 950%의 수익률로 이어진 사례,인접 단독주택 공동 개발을 통한 성공 투자 사례,강남8학군의 교육 불패 사례 등이 나타나 있다.입지적 가치,역세권(유동인구 많은 곳),랜드마크 가치 창출도 빼놓을 수 없는 재건축 대상지다.

 

 재건축 사업에 관한 도서는 이번이 처음이다.그래서인지 부동산학 관련 용어들이 생소하기만 하다.기초 개념을 잘 알아야 재건축과 관련한 서류를 비롯하여 진행 과정(사업절차) 등을 이해하고 대응해 나갈 수가 있다.예를 들어 재개발과 재건축의 차이점,소유자와 구분소유자,공유지분,용적률,기준용적률과 허용용적률,그리고 상한용적률,추가부담금,도급제와 지분제,무상지분율,감정평가액과 권리가액 등이다.눈에 들어오는 점은 재건축 절세법이다.

 

 

 성공 요인과 실패 요인 등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재건축 투자에 있어 성공하고 못하고를 읽으면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조합분양이든 일반분양이든 사업이 끝날 때까지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국가의 부동산 정책,부동산 시장의 현재 동향 등을 수시로 접하면서 스크랩을 하고 현장을 탐사해야 한다.살아 있는 정보를 구하기 위해서는 공인중개사와 친해질 필요가 있다.또한 역세권 황금노선,교육 1번지,랜드마트 등이 투자처로 손꼽힌다.앞서도 얘기했듯 재건축이 진행될 무렵에는 암초가 많다.이해상충이 드러나면서 사업진행이 지연되는 경우이다.주도면밀하고 지혜롭게 이해관계가 얽힌 자들과 원만하게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

 

 

 이왕 재건축에 투자할 바에는 세부 목표를 정해 놓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한다.소득의 극대화,자본이득의 극대화,절세 효과,투자의 다변화,최유효 공간의 활용,레버리지를 통한 담보가치의 활용,부의 과시,사회적 이익의 극대화를 꼽을 수가 있다.

 

 

 재건축시장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각종 사이트를 활용해야 한다.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사이트(rt.molit.go.kr),온나라 부동산정보 통합포털(www.onnara.go.kr), 부동산114(www.r114.com)와 닥터아파트(www.drapt.com) 등이 있다.나아가 서울특별시청에서 운영하는 클린업시스템(cleanup.seoul.go.kr)은 조합 정보 공개 시스템,공공관리제도 등을 안내하고 있다.재건축사업 성공의 핵심은 시공사 선정이다.시공사가 재건축 진행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입주시 하자 0%가 되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가름할 수가 있다.김선철 저자의 해박한 재건축 투자 경험과 요령,실패하지 않을 레슨 등이 현장감 있게 서술되어 있어 매우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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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법칙의 특성 - 파인만의, 일반인을 위한 최초이자 마지막 물리학 강의
리처드 파인만 지음, 안동완 옮김 / 해나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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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학문은 인간의 생활과 직.간접적 연관을 띠고 있다.그 분야가 문사철이든 자연과학 방면이든 말이다.물리학 역시 인간의 주위를 둘러싼 밖과 안의 세상,미지의 세상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학문으로 과학의 기본이면서 기초이기도 하다.물리학은 치밀한 연구와 가공할 상상력의 결과로 인류 문명을 뒤바꿀 업적을 세상에 내놓았다.상대성 이론이나 끈 이론과 같은 개념을 도출하고,컴퓨터나 레이저와 같은 발명을 이끌어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그 밖에 물리학 연구의 대상 및 범위는 무궁무진하다.지구과학이라고 일컫는 우주 천체부터 소미립자에 이르기까지 그 대상 및 범위는 셀 수가 없다.궁극은 물리학이 화학,지진학,천문학을 비롯한 다양한 과학 분야의 근간이 된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물리학에 대한 선입견은 난해하다는 것이다.물리학자들이 내놓은 각종 연구 결과 및 이론 등은 우리 주위를 둘러싼 세상과 우리 안의 세상일진대 수와 공식,기호 등이 마치 난해한 암호를 연상케 한다.이러한 수와 공식,기호 등이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한 방정식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해답이 '딱' 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즉 물리법칙 가운데엔 물리학자가 내놓은 추상적인 철학적 사상 내지 모호한 논의 등이 남겨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이론과 실험이 일치하기도 하지만 상상적인 내용을 품은 케이스도 있다는 것이다.예를 들면 달의 월식(月蝕) 및 위치,행성의 위치 등을 예측한다는 점에서 적확하게 'A는 B이다' 라는 정언명제를 이루지는 못한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로 불리는 물리학계의 전설,리처드 파인만(Richard P.Feynman)은 2차 세계대전 중에 원자폭탄 제조를 위한 맨해튼 계획에 참여했고,전쟁 후에는 교수로 재직했다.1965년 양자전기역학(Quantum Electro-Dynamics) 이론을 정립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이 글은 파인만이 남긴 일반인을 위한 최초이면서 마지막 물리학 강의라고 한다.

 

 파인만은 수학을 동원하지 않고 해답을 내놓기도 했다.탁월한 직관력을 발휘하여 내놓은 간단한 도표 체계를 창안했다.대표적으로 전자,광자 그리고 서로 다른 알갤이들이 상호작용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효과적으로 도표로 보여주는 방법을 택했다.1950년대 이 방법이 전통적 과학 방법과 결별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또한 그는 형식주의에 대해 경멸을 했을 뿐만 아니라 사유와 의사소통에 있어서도 비형식적이었던 인물이다.더욱 놀라운 것은 그의 스타일이 매우 개성적인데 있다.직업생활 및 개인생활에 있어 삶을 유희처럼 다룬 것으로 보인다.그의 자서전 속에는 2차 세계대전 중에 원폭 안전요원들을 지혜롭게 속인 재미난 이야기,금고를 연 이야기,난폭한 행동으로 여자들을 무력화시킨 이야기 등을 통해 형식과 몰개성에서 벗어나려 했던 분이다.

 

 이 도서는 1960년대 중반 뉴욕 주 코넬 대학에서 요청받은 물리법칙의 특성에 관한 대중 강의를 바탕으로 엮어진 글이다.총 7개의 물리법칙 대한 이야기들이 소개되고 있다.

 

 중력법칙,물리법칙의 한 예,물리학과 수학의 관계,위대한 보존원리들,물리법칙의 대칭성,과거와 미래의 구별,확률과 불확실성-자연과 양자역학적 관점,새로운 법칙을 찾아서

 

 각 물리법칙들이 수학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법칙과 도표 등이 연구,실험,상상력,추리력이 상호작용하여 파인만 물리학자만의 강의록이 탄생되었다.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같은 조건은 항상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과학의 존재 자체에 필수적"이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그럼에도 과학은 계속 진행 중인 것이다.비록 미래에 어떠한 일이 발생할 것인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어도 과학의 존재 자체를 위해,그리고 자연의 특성이 무엇인지는 대전제하에서 결정되어야 할 사항이다.더욱 중요한 점은 과학이 진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실험할 수 있는 능력,결과치를 해석할 수 있는 사고력에 있고,그것이 무언가를 그래야만 한다고 미리 확신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리학 및 물리법칙이 우리 주위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학관계를 나름대로 인지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20세기 천재 물리학자인 파인만이 일반인을 위한 물리 강의를 통해 대강의 물리법칙을 알아 보고,물리법칙의 특성 및 그 비화(秘話)를 흥미롭게 학습하는 계기가 되었다.다소 어렵게 다가왔지만 이 글에 실린 7가지 물리법칙만이라도 제대로 이해하면서,우리 주위에서 발생하는 물리 현상을 물리법칙과 연계해 나간다면 과학적 상상력과 추리력이 제고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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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낭 - 삶의 지혜란 무엇인가 인문플러스 동양고전 100선
풍몽룡 지음, 문이원 옮김, 정재서 감수 / 동아일보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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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살아가면서 스승으로 불릴 만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학창 시절에는 담임 선생님,사회에서는 동료,상사,불특정 인사를 접하면서 마음 속으로 '스승'이라는 단어를 상기시키게 된다.또 하나 자신을 낳아 주고 길러주신 부모님과 조상들의 가르침도 스승이라 할 만하다.나아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만인의 사표가 되고 스승으로 불릴 명사들의 가르침도 잊지 못할 삶의 교훈이 된다.이렇게 개개인의 주위에는 수많은 스승이 찾아 왔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데,스승의 말씀과 지혜를 어떻게 소화하여 삶에 접목시켜 나갈 것인지가 관건이 아닐 수가 없다.

 

 내가 어른이 되어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낳아 생계를 이어가다 보니 내겐 금과옥조와 같은 스승은 조부모님,부모님의 가르침이었다.옛날 사람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내 조부모님,부모님의 말씀과 가르침은 오랜 세월 내려오는 생활 속의 지혜이면서 길라잡이였다.매사 경박하지 않게 신중하고 규범에 맞게 살아가는 것을 제일의 가르침으로 삼으셨다.그런데 이러한 소소한 가르침이 때로는 불필요할 정도로 간섭,종용과 비슷하게 다가올 경우도 있었지만,이제 어른이 되어 세파와 싸워나가고 자식들을 키워 나가는 입장에서는 부모님의 말씀을 기본으로 하여 시대에 맞게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방식을 택하고 있다.

 

 동북아권인 한.중.일 3국은 오랜 세월 중국의 고전을 삶의 교훈으로 삼아 왔다.근.현대에 들어 서양의 문물이 유입되고 서구학파가 증가하면서 서양철학이 대두하기도 했지만,21세기 들어 중국이 경제대국이 되면서 글로벌 시대를 리드하고 있는 상황과 중국 인민들마저 옛 고전의 가르침을 대대적으로 부활하고 있는 상황이다.이러한 측면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 고전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크지 않을 수가 없다.공자의 『논어』를 비롯하여 『도덕경』『사기』『삼국지』『채근담 등의 중국 고전이 현대인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또한 대학가에선 중국어학과가 큰 인기를 차지하면서 중국어,중국 문학과 역사,문화 등에 대한 연구물,번역물도 봇물 터지듯 속속 출간되고 있다.

 

 중국 명대(明代)에 지어진 풍몽룡(馮夢龍)의 『지낭(智囊』은 오랜 세월 삶의 교훈이 응집된 고전으로 중국 현대사의 주요 인물인 쑨원,마오저둥과 장제스가 탐독했던 명작이라고 한다.지낭은 꽤 주머니라는 의미로 풍몽룡이 중국 요순(堯舜)시대부터 명(明)나라에 이르기까지 고금의 지혜를 주제별로 분류해서 엮은 문언소설집이다.또한 이것은 고금의 지혜를 현실에 맞게 운용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기에 실용서로도 족하다.명 희종(熹宗) 천계 6년에 출간된 지난은 숭정(崇禎) 7년 28권으로 증보해 지낭보라는 이름으로 재간행했으며,이것이 오늘날 전해져 오는 『지낭』이다.

 

 지낭은 중국의 역대 사적(史籍) 뿐 아니라 필기,야담,민간 전설 및 시사(時事) 등에서 '지혜'와 관련된 1,200여 가지 이야기를 발췌하여 총 열 개의 부(部)로 나누어 엮은 것이다.저자 풍몽룡은 각 이야기에 평어 형식으로 자신의 의견과 관련 고사를 첨언하고 있는데,내용은 치국,용병,송사(訟事),처세의 지혜,삶의 소소한 상황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보여 주고 있는 셈이다.개개인의 위치,입장에 따라 경략서가 되기도 하고,삶의 처세를 위한 윤활제가 되기도 한다.읽어가다 보니 가슴에 와닿는 명구가 있어 하기한다.지혜는 운용의 묘(妙)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운용의 절묘함은 마음에 달려 있다(運用之妙,在乎一心)." -p8

 

  누구나 지혜의 중요성을 알고는 있지만,때와 장소,이익상충을 고려하여 이것의 중간점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최대한 감정을 누르고 최대한의 이성에 기초하여 지혜를 적절하게 운용해야 한다.그래야 위기의 순간을 넘기고 대사를 성취할 수가 있고,생각과 감정이 이끄는대로 지혜를 사용하게 되면 스스로 궁지에 몰리고 서로를 해치는 꼴이 되는 것이다.즉 지혜는 양날의 검(劍)이라는 말을 잊지 말아야 한다.다양한 고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주요 내용은 하기와 같다.

 

 멀리 내다보고 크게 계획하라,사소한 단서로 미래를 풀어라,경제로 세상을 구하라,합리적 사고로 인식의 틀을 깨라,조화로운 삶을 위해 현명하게 처세하라,진실을 파헤치고 명철하게 판단하라,,상대의 계략을 역이용하라,유연한 대처로 위기를 극복하라,속임수로 비상식(非常識)에 대응하라.

 

 요순시대부터 명나라에 이르기까지 중국 민간에서 전해지는 지낭은 지혜의 백과사전이다.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비롯하여 용인과 용병의 중요성,삶의 경험과 지략,경세제민의 참뜻,합리적 사고의 요체,부도덕.비윤리에 맞서 싸우는 법 등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직설적인 방법보다는 비유적이고 함축적인 이야기가 많아 다의적으로 해석 가능할 여지도 충분한 것이 지낭의 특징이다.삶의 지혜라는 것은 장구한 세월 속에 축적된 사람들의 경륜과 처세법,지혜가 응축된 것이어서 사례를 통해 이해하고 음미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우매한 사람에겐 삶의 안목을 넓혀 주는 동시에 사회의 지도자에겐 사리에 밝고 민생을 잘 챙기는 것이 긴요하기만 하다.지낭이라는 고전을 통해 온고지신을 체득하는 계기가 되었다.나아가 잘못된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 순발력과 재치 있는 삶의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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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inside (지식e DVD 포함)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EBS 지식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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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S 미디어 기획 시리즈 역사,지식은 평소 접해 보지 못했던 각종 뉴스와 이야기들이어 기대감을 유감없이 충족시켜 준다.지식과 정보가 넘쳐 나는 요즘과 같은 시대에선 정선된 소식과 정보는 개개인의 일과 삶에도 영향을 미치기에 그 유익감은 소중하기만 하다.앎이 힘이다는 말이 있듯 복잡다단한 현대생활에선 제대로 된 지식과 응용은 삶의 활력소가 될 뿐만 아니라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켜 준다.풍부하고 살아있는 지식을 갖춤으로써 자신을 지키고 주위와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지식채널ⓔ> 방송 1000회 맞이하여 기획된 인사이드 지식e는 공동체적 삶이 사라진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감각을 일깨워 주고 있다.공존과 공감,공생에 관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싣고 있다.대부분의 사람들은 오직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사람과 사람이 맞물려 돌아가는 세상일텐데,다양한 생각과 감정,이념과 사상이 맞물려 상충하면서 동질감보다는 이질감과 대립,투쟁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반면 인사이드 지식e에 실린 내용들은 이 시대의 귀감이 될 만한 내용들이 위주여서 커다란 울림과 반향을 불러 일으킨다.

 

 공존.공감.공생 주 표제어로 삼은 이 글에는 각 표제어 속에 10가지 이야기들이 훈훈한 감동을 안겨 준다.공곤.공감.공생 속의 이야기에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도 있고 생경한 이야기도 있다.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는 기억을 더욱 새롭게 반추시켜 주었고,생경한 이야기는 신선한 감각과 더불어 공존.공감.공생의 의미를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THE 33인』으로 알려진 칠레 광부들의 매몰 소식은 극도의 불안과 공포,안타까움이라는 시간과 함께 광부들이 극적으로 구조되는 장면에서 공존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극한 상황 속에놓여 있는 인간은 어떻게 공존하고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본능과 지혜를 동시에 보여 주는 극적인 장면이었다.또 하나 에베레스트 정복을 위해 짐을 날라 주었던 원주민 셰르파 족들과 등반인들의 동행은 공존의 중요성이 무엇인가를 일깨워 준 시간이었다.또한 '나비박사'로 잘 알려진 석주명 박사가 남긴 말은 후세인에게 커다란 교훈을 안겨 주고 있다.개인의 창의력과 능력이 요구되는 시대에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만하다.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해라.세월 속에 씨를 뿌려라.그 씨가 쭉정이가 되지 않게 정성껏 가꿔야 한다."-p127

 

 공감이 강조되는 시대에서 공감 부분에 대한 예화,에피소드는 단절된 대화,소통의 장애물을 일소하는 계기가 되어 준다.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법,게다가 인간과 자연,일상의 모든 것들이 융화하고 상생해 나가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있어 이 부분은 주의 깊게 읽었다.1960년대 시골 초등학교의 색다른 수업.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당부했던 내용들이 이색적이다.자신이 평소에 하던 말 그대로 써도 괜찮아요,착한 어린이가 된 것처럼 쓰지 마세요,슬프고 괴로운 일,부끄러운 일도 괜찮아요,잘 쓴 글이라고 해도 그것을 흉내내지 마세요,만들어내는 '글짓기'는 하지 마세요 등인데,오늘날 창조가 모방이랍시고 무분별하게 베끼고 표절하는 세태가 상업성과 맞물려 씁쓸하기만 하다.아이들에게 참교육의 의미를 일깨워준 것이었다.무한경쟁 속에 갇혀 사는 현대인들에게 공감의 장(場)이야말로 살아가야 할 이유이면서 존재의 가치다.

 

 끝으로 공생 부분 역시 공존.공감 못지 않게 중요하다.흔히 상생이라 불리는 공생은 힘과 권력의 이분법에서 폭넓은 시각과 안목,열린 정치적 역학 측면에서 공생은 현대인에게 지난한 과제일지도 모른다.힘없는 소외계층,고독과 가난에서 벗어나 즐겁고 행복한 미래가 보장되는 공생의 삶은 이념과 사상을 초월한 인간애적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의사 장기려 박사는 공생의 의미를 실천했던 분으로,한국 최초의 민간 의료보험 실시했던 분으로 돈이 없어 진료와 치료를 받지 못하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구세주 역할을 했다.그는 "의사는 진실과 동정을 가지고 환자를 대하면 죽을 때까지 남에게 필요한 존재로 일할 수 있다."라는 대목이 가슴이 크게 와닿는다.

 

 신자유주의 시대에서는 자본과 권력이 최우선 순위로 다가온다.그 가운데 자본의 힘이야말로 막강함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공존.공감.공생이라는 말 자체가 허울 좋은 말 잔치일 수도 있다.하지만 시대는 공존.공감.공생을 향하여 살아가야 하는 시대에 놓여 있다.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불가분의 조건이 바로 공존.공감.공생으로 이를 실현하고자 하는 지도자야말로 미래의 주역이요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이라고 생각한다.개개인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행복감이 증가할수록 국가 경쟁력도 되찾을 수 있는 것이다.30가지의 이야기가 개개인의 생각과 감정과 일치하지는 못하지만 개인주의를 벗어나 삶의 진정성이 무엇인가를 일깨워 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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