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복 수사 제복경관 카와쿠보 시리즈 1
사사키 조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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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사키 조 경찰소설을 두 번째 읽게 되었다.가와구보 경관 시리즈로 읽는 순서로 따지면 이 도서를 먼저 읽어야 했는데,가와구보 경관 시리즈 2탄인 『폭설권』부터 읽게 되었다.폭설권은 단어의 이미지에서 풍겨 나오듯 폭풍설 속에 갇힌 고립된 마을에서 발생하는 몇 가지 사건.사고를 다루고 있고,이번 『제복수사』는 폭설권과 같은 무대 공간에서 각종 사건.사고를 풀어 나가는 형식을 갖추고 있다.주인공은 홋가이도 도경(道警) 베테랑 형사이면서 홋카이도 중부지역의 시모베츠(志茂別)라는 농촌 지역에서 발생했던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을 직접 해결하기도 하고,때로는 상부에 보고하기도 한다.수험생이면서 딸만 둘을 둔 가와구보는 자녀의 교육문제로 인해 홀로 시모베츠촌의 주재소에 오게 된다.가와구보 경관은 시모베츠 사람들과의 개인적,일적인 면에서 원만한 관계를 이뤄 나간다.

 

 이야기는 총 다섯 편으로 이루어져 있다.일탈(逸脫),유한(遺恨),깨진 유리(割れガラス),감지기(感知器),가장제(假裝祭)이라는 이야기가 전개되어 간다.다섯 편의 사건.사고를 접하는 가와구보 주재 경관은 경찰차를 이용하면서 사건.사고 현장을 누비는 한편 사건.사고와 관련 있는 사람들에게 단서,정황 등을 포착한다.시모베츠촌은 인구 6,000여 명의 농촌 지역(한국의 읍邑 )정도이지만, 사람 사는 곳은 어디든 마찬가지인가 보다.유괴,성범죄,공갈,절도,린치,복수심,양육방기(放棄)),연쇄방화 등의 사건.사고를 접했다.가정문제,급우 문제,생활고 문제,처우 문제,유괴,성폭력 문제 등이 전개되어 간다.사건.사고의 발생 경위와 전개 과정,배후 세력,단서 등이 모아지면서 진범이 누구인지 가려진다.일종의 가와구보 주재 경관의 경관 일지쯤으로 보여지는 '경찰소설'이다.

 

 야마기시 미츠오라는 고3생이 행방불명되면서 그와 얽혀 있는 배후 인물을 찾아 내는 일탈은 행실이 반듯하지 못한 급우에게 엮이어 스스로 졸개가 되어 버린다.곧게 성장해 나가야 할 시기에 친구 잘못 만나 린치를 당하고 오토바이 절도.사망에 이르게 되는데,야마기시 미츠오를 조종하던 우에스기도 차량 전복으로 운전석에 끼이고 과다출혈로 죽음에 이르게 된다.학원가 비행(非行)청소년들의 사회 문제가 심각성을 일깨운다.두 번째 이야기는 시노자키 목장 주인이 살해되면서 시작된다.중국에서 온 연수생들에 대한 처우문제가 열악하고 불만이 커지면서 목장 주인을 살해했던 것으로 보인다.그들은 야반도주를 하게 되는데,과연 목장주는 중국 연수생들의 손에 죽음을 맞이했을까.'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듯 진범은 늘  가까운 곳에 있는 법.

 

 세 번째는 폭력단원 소년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한 아이가 공갈 당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시작된다.소년원에 들어갔던 전력이 있는 소년들이 어린애를 데리고 다니면서 특훈을 실시한다.공갈,절도,강도,각성제 밀매라는 단계별로 난이도가 높아져 간다.공갈을 당한다는 소년은 알고 보니 계부(繼父)에게 아동학대를 당하고 모친에겐 양육방기를 당한다.양육방기는 한국에서도 최근 아동복지법과 관련하여 뉴스에 올랐던 사안이다.네 번째는 원인불명의 연쇄 방화가 일어나게 된다.소득이 줄고 거주지가 불명한 자들이 부랑자,노숙자로 변하면서 빈집털이를 일삼는가 하면 때론 막가파식으로 빈집에 불을 저지르기도 한다.이에 시모베츠촌에선 거동 수상자 추방운동 및 야간순찰을 강화해 나간다.

 

 끝으로 일본에서 양력 8월 15일 무렵엔 봉오도리(盆踊り)라는 큰 명절을 맞이한다.조상 묘를 참배하는 한편 각종 축제를 치른다.가와구보 경관이 시모베츠촌으로 부임하기 13년 전 소녀 실종 사건이 있었는데,매년 봉오도리가 시작되면 으례 실종 소녀의 엄마가 봉오도리 축제에 나타난다.광장 가설무대에서 가수 쇼가 시작하기 직전 소녀의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현재까지 오리무중이라는 것.소녀의 행방불명은 누군가에 의한 유괴 및 미성년 성폭행이 있었을 것으로 수사를 진행시켜 간다.부모에게 자식은 소중하기 이를 데 없다.그리고 13년 전 소녀 실종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는데...결국 미성년자 약취(略取) 및 유괴 현행범으로 진범을 체포하게 됨과 동시에 13년 전 실종된 소녀의 유류품까지 발견하게 된다.

 

 경찰에 대한 내 이미지는 좋은 점도 있고 그렇지 못한 점도 있다.가와구보 경관(경찰)과 같이 자신의 소임을 묵묵히 해 나가면서,지역 주민들과의 업무적 공조,인간적 면모를 깊게 유지해 나가기를 바란다.사건.사고 소식은 한국과 거의 흡사한 수준이지만,경관이 사건을 접하며 수사를 진행하는 방식은 어딘지 모르게 경찰의 휴머니즘이 가득 실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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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크로니클 - 우주 탐험, 그 여정과 미래, 대한출판문화협회 "2016년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닐 디그래스 타이슨 지음, 에이비스 랭 엮음, 박병철 옮김 / 부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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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 초반을 달리는 지구촌은 경제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탈산업화를 넘어 IT산업이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인간이 하는 대부분의 업종은 정신적 노동에 치우쳐 있다.전세계가 빚더미로 휘청거리는 가운데 일부 미래를 새롭게 쓰고자 하는 경제 대국은 우주 천체에 대해 연구와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미국,러시아를 제외한 나라들이 우주 천체에 커다란 관심을 갖고 달과 행성의 진출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또한 인공위성을 보유한 나라가 이미 40개국이 넘었다고 한다.놀랍지 않은가!

 

 인공위성을 쏘아 지구 궤도를 탐사하고 우주인이 달 표면에 발자국을 남긴 지도 이미 반세기가 넘었다.냉전(冷戰)의 상징물로써 구소련은 우주 문제를 가장 먼저 실현했고,미국은 이에 질세라 천문학적 돈을 쏟아부으면서 우주 탐사에 나섰던 것이다.이것은 순수과학의 차원에서 지구를 둘러싼 달,태양,행성 간의 우주 천제를 탐사하고,그 결과에 대해 인류가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를 과제로 삼을 것이다.케플러의 행성운동 법칙이 정립되고 태양계,우주 천체에 대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이 글의 저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 천체물리학자로 1990년대 중반부터 과학 잡지에 '우주Universe'라는 칼럼을 쓰면서,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다.저자 타이슨은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우주를 지상으로 끌고 내려와 새로운 것을 찾는 이들에게 재미를 더해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스페이스 크로니클』은 우주의 연대기쯤으로 우주에 관한 다양한 스토리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고 있다.단연 우주 문제 연구는 순수과학이지만 정치,경제,군사문제가 깊게 개입되어 있다.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나라들이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으면서까지 지구,달,행성에 대해 탐사를 할 것인가.답은 반반일 것이다.

 

 이렇게 우주 탐사 프로젝트는 국가의 명운이 달린 사안이다.때론 국가 간 한판의 기(氣)싸움을 벌이는 형국이 될 것이다.비근한 예로 미국과 중국은 정치,군사적인 문제에 초점이 두고 있는 듯하다.유인 화성 탐사 프로젝트에 중국이 도전장을 내밀 수도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다만 미국은 근래 침체된 경제 침체 속에 막대한 예산을 어떻게 조달하여 우주 탐사를 할 것인가.미국은 1986년 챌린저호 폭발 사고와 203년 컬럼비아호 폭발 사고의 후유증이 가시질 않고 있다.여론과 매체,입법자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NASA에 "지구 저궤도 너머 먼 우주로 진출하라"는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과학기술은 국력의 바로미터다.자국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선 과학기술의 증대가 불가분하다.또한 이것은 경제적 부의 창출을 위한 자산이기도 하다.우주 과학기술은 주변 학문에도 지대한 영행을 끼치고 있다.천체물리학을 비롯하여 생물학,화학,공학,행성지질학 등이다.게다가 우주 탐사를 준비하기 위해 우주 망원경,행성 탐사,화성 탐사 로봇,우주 정거장,우주왕복선 등이 유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나아가 인간은 경제적 이익이 없더라도 지적 호기심이 발동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의 과정을 거쳐 성취감을 느끼는 지적 생명체이기도 하다.무지했던 시대엔 우주의 조화가 신의 권능으로 여겨졌지만 지식의 축적은 우주를 인간의 영역으로 삼기에 이르렀다.

 

 우주에 가는 방법은 유인과 로봇이라는 두 가지 선택이 있을 것이다.천문학적 예산을 쏟아 부으며 유인 탐사를 할 것인가,아니면 적은 예산으로 얼마든지 우주 탐사 임무가 가능한 인공 로봇을 보낼 것인가.우주 탐사의 목적에 따라 지질학자,지구물리학자,화학자,생물학자,고생물학자 등이 가야 할 것이다.1990년 디스커버리호에서 궤도에 놓이고 있는 허블 우주 망원경은 고해상도 우주 사진을 인터넷상에서 편하게 관람할 수 있다.지구에서 우주까지는 물리적 거리가 멀고,고가의 첨단 장비가 필요하다.우주 탐사에 대한 프로젝트가 여론(Public opinion)을 얻으려면 국방과 관련되고,경제적 이득을 보장하고,국력 신장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참고로 인체를 이루고 있는 원소는 질량이 큰 별의 내부에서 생성되었고,그 별이 수명을 다해 폭발하면 온갖 원소들이 은하 곳곳으로 흩어지고 만다.우주에 왜 가야 하고,어떻게 가야 할 것이며,우주 탐사에 대한 불가능은 없다는 점을 닐 디그래스 타이슨 저자는 대중적인 시각과 안목에서 고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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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
이시다 이라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문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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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사후세계를 굳게 믿는 타입은 아니다.사후세계의 존재 여부는 마음 자세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편으로,현재를 가장 가치있고 유의미하게 살아가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실천에 옮기는 편이다.모든 생물이 심폐정지가 되는 순간부터 망각의 길을 걷게 되고,신앙을 굳게 믿었던 자들은 현세에서 잘못한 것들을 천국에서 용서받고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다는 믿음을 마음으로 품고 가장 평안하고 고요한 모습으로 모든 것을 내려 놓을 것이다.

 

 원한과 증오를 품고 이 세상을 떠난 사람이 영혼의 입장에서 과거를 회상하고 기억을 더듬어 가는(플래시백) 이번 이야기는 지극히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읽어 가다 보면 주인공이 생전 겪었던 가족 관계,사회 생활,로맨스,인간관계 등을 통해 현세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삶의 의미,삶의 자세 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한다.먹고 살기 위해 아귀다툼으로 일관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삶다운 삶이 될 것인가를 자문자답케 한다.

 

 이시다 이라(石田衣良) 작가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다.주인공 가케이 준이치가 두 남자에 의해 구덩이 속에 매장되고 얼굴에 축축한 흙이 뿌려지는 악몽을 꾸면서 시작된다.가케이 준이치는 불행한 가족사를 품고 있다.부친은 가케이 준지로로 기업 매수와 재건(再建)을 전문으로 하는 악명 높은 사업가였고,모친은 준이치를 해산과 동시에 사망한다.부친은 작은 엄마를 얻어 그 쪽에 열과 성을 다하고,준이치에겐 무관심으로 일관한다.준이치가 성년이 되어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시기에 부친은 10억 엔을 상속금으로 건네는 것으로 부자지간의 인연을 청산한다.그리고 내성적이고 차분한 준이치는 이 돈을 가지고  '게임 프런티어'사무실을 차린다.업무 성격은 『엔젤펀드』로 이야기의 전개는 지금부터다.영혼,유령으로 과거를 회상하고 기억하는 준이치는 순간이동을 통해 사람과 장소를 접해 나간다.

 

 준이치에겐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후미오라는 여성으로 배우이기도 했다.그녀와 사랑의 행각이 임신으로 이어지게 된다.준이치는 누가 자신을 죽였는지,후미오라는 아가씨와 관계를 맺었던 것에 대한 의문점 등을 회상과 기억을 통해 추적해 나간다.이야기는 속도감을 바탕으로 한 스릴감보다는 준이치의 인간성,심리문제를 바탕에 깔고 이어가고 있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벤처캐피털이라는 길에서 만난 다양한 인간군상들,이를테면 영화제작과 관련된 감독,프로듀서를 비롯하여 부친과 오랜 인연을 맺었던 법률 변호사,배우 후미오,폭력 조직배 등이 등장한다.결국 돈과 얽혀 있다보니 자연스레 폭력 조직배들이 등장하기 마련이고,중간에 미인계를 썼던 것으로 밝혀진다.

 

 준이치는 영혼의 인물로 그 곁엔 고구레히데오라는 멋진 영혼과 조우하게 된다.준이치에게 고구레히데오는 삶의 나침반과도 같다.생전과 사후세계의 중간점에서 서로 대화를 나눈다고나 할까.자신을 죽인 사람들의 배후를 알아내는 과정에서 자신이 뿌린 씨앗을 소중히 여기는 후미오에게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다.임신중절 시기를 넘겨 출산을 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면서 준이치는 그녀가 자신에게 저질렀던 과오에 대해서도 너그럽게 용서한다.일종의 FOR 정신이라는 인간에서 비롯된 것이다.이것이 이시다 이라 작가가 추구하고자 했던 요체가 아닐까  한다.이 글을 통해 느낀 점은 악한 행동을 했던  사람들은 사고사,자살 등으로 이어지고,준이치와 같이 자신을 해친 사람이 누구인가를 알아내되 복수는 하지 않는 착한 심성을 되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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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한국인 - 대한민국 사춘기 심리학
허태균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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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의 품성과 기질에 대한 특성을 개성으로 삼는다면,한 나라의 국민성은 해당 국가의 사회제도,시스템과 맞물려 발생하는 의식작용은 아닐까 싶다.개인의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한 나라의 국민성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다양한 심리 현상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이를테면 지각.발달.성격.사회.임상심리학과 같은 세부 내용에 이르기까지 어느 정도는 이해해야 '나'를 둘러싼 주변 환경 사이에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 해결을 위한 디딤돌이 되기 때문이다.흔히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이 있듯 개인과 사회의 정체감을 제대로 알아야 시시각각 발생하는 제반 문제에 대해 능동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통해 물질적,정신적으로 상실한 것들이 많다.일반인들에게 못먹고 못배운 것에 대한 회한이 가장 컸을 것이다.일반인들 반대편에는 좋은 부모의 유전자 및 좋은 환경에서 남부럽지 않게 성장할 수 있었던 사회 주도층 자녀들도 있다.어느 시대든 주류계층이 절대 다수를 지배.착취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다만 작금 한국 사회의 주류계층은 신자유주의의 진수를 만끽하고 있다.일종의 꿀벌이 힘들이지 않고 꿀을 맘껏 음미하고 있다.이에 반해 절대 다수인 중산층 이하는 점점 더 살기가 힘들어지면서 삶의 희망까지 놓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겉으로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지만 사회 내부는 부정과 부패,뻔뻔스러움 등으로 가득차 있다.국민행복지수 최하위,사회 갈등지수 2위,자살률 1위라는 세계적 오명이라는 태그가 따라 다닌다.

 

 경기 침체는 중산층 이하의 삶을 크게 강타했다.현대판 자본 세력으로 알려진 자본가,관료세력,언론재벌,사설 교육집단 등이 실질적으로 한국 사회 전체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게다가 근자 발생하고 있는 크고 작은 사회적 이슈들은 지도자의 부재,자본가들의 지나친 횡포,사회 안전망의 부실 등이 대부분이다.이러한 사건.사고 가운데 '세월호'침몰 사건은 한국 역사 속에 불명예로 길이 남을 것이다.아직도 이 문제에 대한 원인 규명,책임자 처벌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고 서글프기만 하다.재미나는 세상이 그리워질 뿐이다.한국 사회가 얼마나 썩어 문들어졌으면 '헬(Hell)조선이니,7포(抛)세대 등의 사회적 불만이 쏟아져 나온단 말인가.그 원인은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한국 전쟁 이후 짧은 기간 안에 이룩한 계획 경제 속에서 오로지 나와 가족만을 위해 살아가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정신과 오래도록 내려 오는 유교적 관습 속에 남아 있는 인간관계망,자신의 노력과 의지만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자본이 없으면 신분도 출세도 할 수 없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놓여 있다.

 

 대한민국을 사춘기로 진단하는 허태균 저자는 한국 사회는 평균 수명 80세로 가정해 볼 때 15세 무렵의 사춘기로 보고 있다.주지하다시피 사춘기에 놓여 있는 청소년들은 몸 속의 호르몬이 왕성하게 성장하는 질풍노도의 시기다.누군가의 간섭,조언도 불필요하게 느껴지고,누군가 자신을 건드릴라치면 속에 있는 분노를 여과없이 드러내기 십상인 시기다.한국 사회의 모습이 이러하기에 사회 구성원 간의 상생과 같은 추상적인 말들은 요원하기만 하다.시대는 빈부 격차를 줄이면서 사회 구성원들이 보편적인 사회 복지의 혜택을 받으면서 인간답게 살아가야 한다는 데에 이의(異議)가 없지만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면에서는 (이념.정책의 상이로 인해) 간극을 좁히는 것이 시간이 걸려야 할 성 싶다.허태균 저자는 한국인의 현재 마음,그것들이 모여 이루는 한국 사회의 심리적인 측면에서 한국의 현재를 해석해 나가고 있다.주체성,가족확장성,심정중심주의,관계성,복합유연성,불확실성 회피라는 6개의 문화심리학적 개념을 근거로 하면서,다양한 한국 사회의 현상들을 분석.해석하고 있다.

 

 나는 한국인으로 과연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다.내면은 유교적 관습과 질서가 축적되어 있고,외면은 극히 서민의 한사람으로 삶의 질이 점점 위축되어 가는 것을 느끼며 살아가는 편이다.개인의 스펙과 노력만으로 더 이상의 고지를 오를 수 없게 되어 버린 사회 제도와 시스템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을 몸과 마음으로 절감한다.가족의 생계를 부양하고 자식에겐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도록 뒷받침하려고 하지만,자본의 힘에 밀려 자식들에게 지원해 줄 물질적 힘도 한계가 있어 가끔은 한숨만 나온다.196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는 개인의 노력과 의지만으로 사회적 출세 길이 보장되었지만,1990년대 중.후반부터는 자본의,자본에 의한,자본을 위한 것으로 바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근자 회자되고 있는 태생적 수저 문제도 힘없는 자들에겐 살아갈 꿈과 희망마저 싹뚝 자르고 만다.그렇다면 언제쯤이 되어서야 한국 사회의 모습이 사춘기를 넘어 청년기로 들어설 것인가.

 

 문제는 갖은 자들의 마음 자세,태도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자본과 부가 삶을 이끄는 동력이 될 수는 있어도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삶을 이끌기 위해서는 물질적,정신적 요소가 잘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아귀가 맞아야 한다.삶의 존재와 의미를 찾는 것이 물질 이상으로 소중하다.흔히 아는 체,있는 체,잘난 체가 한국인들의 주특기가 아닐까.타인과 어울리고 조화롭기를 바라지만 조직 속에선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를 좋아한다는 의미다.그래서 빚이 많아도 고급 승용차를 몰고 명품 브랜드를 몸에 지닌다.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한 턱 쏜다'는 말을 내뱉기도 하고 "사장 누구야? 나오라고 해!"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나아가 상식과 사회적 합의와 같은 법률체계나 법규정들은 진실과 상식에 부합하느냐를 기준으로 삼지 않고,판단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다.한국인의 복합유연성을 사법판단이 반영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한국인으로 한국 사회에서 출세하려면 '열정과 끈기'라는 아이콘을 강하게 심어야 한다.독종이라 할 정도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불사르는 열정과 끈기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노력과 의지의 결과치를 상회하여 목표를 성취할 수가 있다.그 과정은 혹독한 대가를 치뤄야 하고 그렇게 할 각오가 서야 한다.사실 나는 그렇게까지는 하지 못해 때론 성공한 자들의 삶에서 그들의 성장 이력과 성공감을 접할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 자괴감이 꿈틀거린다.이러고만 있을 수 없어 '평생 학습'차원에서 독서를 하고 글을 쓰면서 내 자신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발견해 나가려 애를 쓰고 있다.

 

 농경 민족이고 배달 민족인 한국인의 DNA는 점점 서구식 자본주의,물질 만능주의에 올인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조상의 명복을 비는 제사,성묘의 문화에서 개인적인 여가 향유,소비생활을 유감없이 누리고 있다.인간 관계 역시 만나서 대화.소통하는 시대에서 단문자를 위주로 하는 SNS문화를 더 중시하고 있는 세태다.놀고 즐기는 문화의 범위도 매우 협소하기만 하다.먹방,쿡방과 같은 소비문화가 대세를 이룬다.보다 창의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확장적 사고 문화가 실현되었으면 한다.입시 위주,줄서기 문화에서 생각과 사고를 확장하는 창조문화를 어린이들에게 심어줘야 한다.생각,사고,분석,통합이 가능한 인재를 양성할 준비를 국가적 차원에서 구상하고 시도해 나가야 한다.누구나 피부로 느끼고 있듯,성적이 인생의 행복 순(順)은 아니기에 개성과 능력이 중시되는 사회 제도,시스템의 확보가 시급하다.교육적으로 중요한 것 또 하나는 과거에 대한 역사 교육이 (학생 및 일반인들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 사회의 현상을 6개의 문화심리학적 관점에서 다룬 이 글을 통해 느끼는 점은 한마디로 말하기엔 어렵다.유교문화적 사회에서 일제 강점기,한국 전쟁을 지나 먹고 살기 위해 몸부림쳤던 1세대 어른들 세대에서 신자유주의가 맹위를 떨치는 현대 한국 사회의 모습은 돈과 물질이 우선시 되고 있다.돈과 물질이 삶을 지탱하는 수단이고 방법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다만 이것을 매개로 갑질을 일삼는다든지 삶의 지수,행복도를 빼앗아 간다면 사회라는 이름으로 이 문제를 좌시해서는 안될 것이다.또한 겉으로는 만기친람하는 척 하는 일부 위정자들에게서 뚜렷한 국가관과 철학이 있는가를 묻고 싶다.무한대의 책임을 안고 있는 국정 운영자는 일신을 초개처럼 하고서라도 국리민복에 앞정서야 한다.국가의 앞날,국민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알고 실천하는 것이 작금의 잘못된 사회 문화현상을 다듬어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한국 사회가 상생할 수 있는 근본적 변화 궁리하고 양심적으로 실천해 가려는 지도자의 자세.태도가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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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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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감성이 농축된 로맨스 작품의 대명사 요시다 슈이치 작가가 색다른 주제로 다가왔다.시.공간이 광대하고 스토리는 숨가쁘게 전개되는 서스펜스성 스릴러라는 점에서 한 편의 영화를 관람하는 느낌이었다.뭍,바다,하늘에서 펼쳐지는 입체감각은 흥분과 공포,스릴,일체감을 동시에 안겨 준다.또한 이것이 스릴러물의 특색이면서 읽는 재미와 흥미를 배가 시키는 것이다.

 

 일본 공영방송 NHK 회장의 부적절한 문제 및 민영화를 다루면서 일본식 CNN 네트워크 즉 GNN을 구축해 간다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작품 구성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또한 2011년 동일본 해일과 원자력 방사선 누출과 함께차세대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각국의 에너지 전쟁을 담고 있다.한국.미국,중국,일본,베트남을 넘나 드는 글로벌적 공간과 등장인물들이 벌이는 에너지 문제에 대한 첩보전(諜報戰))은 읽는 것 보다는 '보는 것이 낫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공간이 눈에 확 들어 온다.

 

 이 작품은 베트남 유전 개발을 놓고 사이공(호치민) 병원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작된다.베트남 설 명절과 맞물리기도 하여 베트남 국유 석유회사 '페탄'이 벌이는 파티는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방불케 했다.부존(賦存)자원을 둘러싸고 발생한 사이공 병원 총격 사건은 이야기의 배경이 중국해양석유(CNOX) 즉 남사 군도에 매장된 석유 문제로 옮겨 간다.유전 개발 문제는 자본과 기술이 앞선 나라들이 군침을 흘리는 사안이라 한국을 위시한 미.중.일 등의 나라들이 기를 쓰고 수주를 따내려 실세들을 만나 로비를 벌이는 한편 국가 입장에선 외교라인을 총 동원해야 한다.

 

 자원 문제를 둘러싸고 등장하는 AN(아시아 네트) 통신의 다카노 기자를 비롯하여 그의 부하 다오카,신출내기 국회의원 이가라시와 비서 단덴,국적이 불분명하며 미모인 AYAKO,한국계 통신기기 회사 LA 지사원이며 한국 국가정보원과 관계 있는 데이비드 김,홍콩 트러스트 은행의 앤디 황(黃) 등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이야기는 AN통신 다카노 기자를 중심으로 흘러간다.석유 개발문제를 놓고 한.일 개발사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지만,석유 개발 문제는 생각대로 큰 진전을 보지 못한다.중국 위구르 신위안 석유 개발 문제가 중국 반정부 과격파에 의해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사이공 병원에서 발생한 총격전의 배후 세력은 과연 누구일까.이를 알아내기 위해 다카노는 부하 다오카와 함께 중국 상하이,톈진(天津) 등을 돌면서 분투한다.자원 개발 문제를 둘러싸고 고급정보를 획득하여 다시 되팔려는 다카노는 한 치의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중국 반정부 조직에 의한 텐진 스타디움이 폭파될 뻔한 위기에서 극적 탈출하기도 하고,적(敵)이라고 여겼던 대상이 동지가 되기도 하는 등 이권을 둘러싸고 인간의 본성이 시험을 치르기도 한다.또한 석유 개발문제에서 풍력 발전이나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 사안이 옮겨져 간다.부존 자원이 고갈되는 마당에 대체 에너지 개발이 시급함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는 것을 체감한다.

 

 우주 태양광 발전 문제로 옮겨지면서 태양광 패널을 개발한 히로쓰를 비롯하여 태양광 패널 정보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이가라시 의원 그리고 MET,CNOX사 사이에서 묶여 있는 다카노와 장위의 신병 문제를 독단 처리하려는 다오카의 돌출 행동 및 우주 태양광 발전 사업의 전모,중국 공산당 간부들과 암암리에 벌이는 뇌물 공작,CNOX사가 돈 맛을 알고 중국 정부의 통치.지시에서 벗어나 독자 행보를 보이려는 양태 등을 보여 주고 있다.폭넓게는 자원 문제를 둘러싼 첩보전 성격을 띠고 있지만,인간 심리를 놓고 보면 돈과 사랑을 놓고 살아 남는다는 것의 의미를 새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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