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 -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시대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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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2년 10월 17일 저녁 7시 대통령 박정희는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이른바 대통령 특별선언을 발표했다."민족사의 진운(進運)을 영예롭게 개척해나가기 위한 중대한 결심"을 담았다는 이 선언을 통해 박정희는 국회를 해산하고 현행 헌법 일부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키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새로운 헌법 개정안을 공고하겠다고 밝혔다. -p29

 

 박정희 대통령은 군인출신으로 5.16 군사 혁명에 의해 대통령에 오르고 장장 18년 간을 독재정치를 원없이 펼치려다 부하의 손에 의해 운명을 달리한 인물이다.그가 대한민국을 통치하던 시절의 치적은 명과 암이 극단적으로 엇갈린다.그를 기리고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은 한국의 경제 개발에 주력하면서 대한민국의 산업화,도시화를 이끈 장본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반면 민주화,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탄압과 유린을 일삼았던 인물로 각인된다.경제 개발에 따라 삶이 풍요로워진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수용 가능하지만 정권 유지 차원에서 자행된 민주인사 및 노동계 등의 인물들에 대한 무차별 인권 유린 사태는 아직도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1972년 10월 17일에 시작된 유신(維新)은 1979년 10월 26일에 이르러 종식(終熄) 되었던 것이다.유신헌법이 발표되던 무렵 한반도 내외부 정세는 과연 비상조치가 불가피하고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일대 유신적 개혁'이 필요했던 것일까.그런데 박정희가 5.16 군사반란으로 집권한 때부터 유신적 개혁이 발효되던 시점까지의 정치 행위는 과연 민주주의를 착실하게 이행했던 것일까.반란,개헌,친위 쿠데타 등으로 볼 때 박정희의 정치적 행로는 종신집권을 위한 혼자만의 꿈을 꾸었던 것은 아닐까.그의 수족이었던 중정부장의 손에 의해 불여귀가 되었던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이었을지도 모른다.특히 정치 권력은 부자 간에도 나누지 않는다고 했듯,남이야 오죽 하겠는가.

 

 나는 유신시대를 거치긴 했어도 현실 정치의 속성을 깨닫기 전이어서 실상을 피부로 느끼지는 못했다.국민학교 저학년 시절부터 고교시절이 막 들어서는 순간까지가 유신의 시대였다.1971년 대통령 선거,1972년 7.4 공동성명,새마을 운동,통일.유신벼,1974년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1975년 4월 30일 베트남 멸망,1979년 박정희 대통령 서거 등이 기억에 남는다.1975년까지는 라디오 및 도덕 교과서를 통해 유신의 표피를 알게 되었고,그 이후는 라디오 및 TV를 통해 알게 되었다.주로 반공교육,새마을 운동 등이 주가 되었고,민주화 및 인권문제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관심의 대상이 공부 잘해서 좋은 성적,좋은 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최고의 이상으로 여겼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다만 관공서,학교 교무실 등에 걸린 박정희 초상화는 매우 근엄하고 인자한 모습이어 그의 말과 지시는 모두가 따르고 이행해야 하는 줄로 알았던 시절이었다.

 

 나는 한홍구 저자의 글을 많이 접하지는 못했지만,숨은 한국 현대사의 면면을 적확하고 상세하게 들려 주고 신뢰가 간다.특히 유신 정권하에서 벌어졌던 정치적 과오 등에 대해 강연과 대담 등을 시청하면서 '나는 과연 한국 현대사를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가'라고 자문자답하곤 한다.그러면서 유신 시대 벌어졌던 각종 인권 유린 사태(김대중 납치 사건,인혁당 사건,장준하 의문사 등)를 간접 체험하면서 저절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정치 권력이란 '권불십년'이라고 했는데,박정희는 살아있는 한 영구집권을 노렸던 것으로 보인다.그에겐 정치 후계자도 없었다.자연사하기 전까지 그는 살아있는 절대권력의 소유자로 남으려 했다.누군가 그의 정책,정권에 대해 가타부타 간언도 할 수 없는 독재자의 전형이었다.특히 김대중 납치 사건의 전말과 인혁당 사건에 연루된 8인의 기구한 운명 등을 접하면서 정치 권력의 잔인함을 새삼 뼈저리게 느꼈다.사실 유신 시대 독재,정권 유지라는 명목으로 당하고 희생되었던 사람들은 수도 없이 많다.정치계,언론계,노동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유신의 칼에 의해 고초와 희생을 당해야만 했다.

 

 박정희는 유신 개혁의 모델을 일본의 메이지 유신에서 찾고 있다.《국가와 혁명과 나》에서 박정희는 "명치(메이지)유신이란 혁명과정을 겪고 난 지 10년 내외에는,일약 극동의 강국으로 등장하지 않았던가.실로 아시아의 경이요,기적이 아닐 수 없다"며 "금후 우리의 혁명 수행에 많은 참고가 될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본인은 이 방면에 앞으로도 관심을 계속하여 나갈 것이다"라고 천명했다.결국 메이지유신은 한국이 계속 따라가야 할 모델로 여겼던 것이다.박정희가 메이지유신의 지사(志士)로 여겼던 인물 가운데는 신화화된 인물도 있지만,정한론(征韓論)을 펼친 인물도 있다.(사이고 다카모리,이토 히로부미,이노우에 가오루,야마가타 아리토모 등)헌법 위에 군림했던 유신의 심장 박정희는 3권을 장악함은 물론 국회의원 1/3 임명하고 전국구의원 제도는 없애 버리기도 했다.

 

 1972년 10월 박정희의 헌정유린 친위 쿠데타 이후 잠잠하던 학생운동은 김대중 납치 사건을 거치면서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학생운동은 10.26 박정희 암살 사건에 이르기까지 지속되는데 구속,무기정학,자퇴를 당하고 자유언론수호선언을 했던 언론사 기자들은 경영진들에 의해 쫓겨 났다.유신체제는 한국 사회 깊숙이 파고 들었다.가요계,노동계 특히 YH사건은 부마 항쟁,박정희의 암살로 이어졌다.유신시대의 '용사참사'격인 '무등산 타잔' 박흥숙이 보여 주었던 강제철거의 잔혹함은 국가의 폭력이 아닐 수가 없다.또한 유신악법으로 불리는 '군사기밀보호법'은 군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기밀 범부에 묶어 놓았는데,죄를 범한 자는 형의 1/2까지 가중할 수 있도록 언론의 입을 틀어막았다.당연 군대 내에서의 군인들의 사망자 수는 그 어느 때보다 많았던 것이다.세계가 주목하고 경악했던 '인혁당 사건'에 연루된 8인은 사형 선고와 함께 익일 연쇄살인 되고 말았다.민주주의를 표방하던 나라에서 전례 없는 사법 유린사태가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말았다.

 

 박정희가 종신 집권을 눈앞에 두고 부하의 손에 의해 암살되어 어언 36년이 흘렀다.일제강점기와 맞먹는 세월이다.그런데 한국 사회의 정치 민주화의 체감 온도는 영하권이다.근자 '테러 방지법'을 국회의장이 단독상정하여 야당에선 이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연일 이어가고 있다.테러 방지법이란 과연 무엇인가? 국민과 국가의 인적.물적 안전을 위해 보호를 받기 위한 법적 장치로 이해한다.다만 테러 방지법 내용 속에는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기에 소수당인 야당측에선 필사적으로 필리버스터로 대항하고 있는 것이다.박근혜 정권이 채 2년도 남지 않은 시기에 '테러 방지법'을 내세워 정권 유지에 걸림돌이 되는 사람들의 사생활(국가정보원)을 깊숙이 캐내려고 한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과연 현 정권은 국민들의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마저 원천 봉쇄하려는 것은 아닌지.박정희 시절 헌법 위에 군림했던 유신 악법을 상기하지 않을 수가 없는 대목이다.유신시절의 전철(前轍)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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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kim999 2016-02-28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한민국의 55백만 인구와, 현재의 국민소득기준과,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무역규모를 고려하시고, 이러한 대한민국 국민이 말씀하신 바와 같이 박대통령 사망이후 36년이 지난 지금에도 80% 이상의 지지를 보내고 있는 사실을 존중하신다면, 두가지 가설 또는 가능성이 존재하지 않을까 싶네요. (1). 대한민국의 국민 80% 이상이 지난 36년의 세월동안 계속해서 어리석은 판단을 하고 있을, 집단적인 어리석음에 빠져있을 가능성, 그러나 그런 집단적 어리석음가운데서도 현재의 세계속 한국을 만들었을 이해하기 어려운 모순, (2) 균형감을 상실하거나 또는 고의로 방기하고, 한가지 부정적인 면만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설득력이 매우 떨어지는, 최소한 80%의 압도적 다수에게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논리일 가능성. 지난 25년간 수많은 나라를 출장하면서 알게된 사실하나는, 한국과 같은 수준의 자유와, 경제, 자연을 가진 나라는 10여개국 수준의 매우 희소한 경우란 사실. 이러한 세계적 경험과 각성 없이, 일부 부정적인 면에 매몰되어 보이는 듯한 오해를 일으키는 그런 논조만을 강조하는 것은, 결국은 논조의 주장자에게 아무런 이득이 되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네요. 자연계에 완벽한 존재는 없고, 자연계는 기하급수적인 형태로 진화한다는 사실과 그 진화는 다만 순환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즉 한가지 계기 또는 임계점을 토해서 자연계의 모든 유기체는 폭발적인 진화를 하지만, 곧 내재된 모순등의 이유로 순환적인 후퇴와 조정이 있지만, 대세로서의 기하급수적 폭발적 진화는 멈추지 않는 다는 면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면은 유기체에 가까운 속성을 지닌, 인간사회 또는 한 국가, 한 사회, 한 민족에게도 적용되지 않을까 싶네요. 보다 큰 의미, 보다 큰 포용, 보다 큰 미래에 대한 지식인다운 지적 (비록 개인적으로 소수적인 입장에서 고통이 있을 지라도...)을 하여 주시는 것이, 진정 이 나라의 미래를 도모하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잘못된 점을 지적하여 과거의 모순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한것은 진실이고, 동시에 전체가 아닌 부분의 잘못만 지적하여 전체적인 더 큰 가치를 맹목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진실이 아닌게 아닌가 싶습니다.

hanskim999 2016-02-28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불평등의 문제를 포함한 수많은 많은 문제들은 현재 우리의 아픈면인것은 모두가 인정한다고 봅니다. 다수의 보수적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부자가 아닌것은 이런 면에서 시사하는 점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진보적인 견해와 인생을 용기있게 살아오신 분들이, 지식인들이, 다수의 견해를 존중하고 이해하고, 또는 최소한 전략적 관점에서 활용이라도 하는 관점을 가져보면서, 다수의 관점을 대상으로 설득력 있는 논조가 있다면, 더욱 의미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에 대한 위험부담은 항상 있겠습니다... 다양한 위험부담이요..

우보 2016-02-28 11:01   좋아요 0 | URL
hanskim999님,댓글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
카타리나 잉겔만 순드베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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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간만에 눈동자에 엔돌핀이 돋아나는 이야기를 접했다.흔히 있는 다반사(茶飯事)로 식상한 이야기가 아닌 참신하고 기상천외한 이야기에 매료되었다.나이 들어 가족과 사회에서 천대,소외받는 노인들의 삶에 활력을 불어 넣어 주는 이야기인지라 흥취가 고조되었다.한국 사회가 노령화 인구가 증가하면서 사회의 주요 이슈로 부상하는 가운데,노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는 당연 시선을 집중시킬 수 밖에 없다.이와 유사한 이야기가 3년 전(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독자들의 사랑을 크게 받았던 터라 이번 이야기 역시 제목부터 시선을 단단하게 고정시킨다.

 

  북유럽 소설이 날개 돋힌 듯 한국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나 또한 북유럽 소설을 몇 편 읽으면서 북유럽 소설의 매력에 매료되어 가고 있다.스릴러,추리,블랙 코미디물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이번 작품은 나이 팔십이 가까운 노인들을 내세워 강도(强盜) 행각을 유유히 자행하는 모습을 블랙 코미디에 가깝게 그리고 있다.의학 기술이 발달한 탓인지 요즘 노인 나이 80은 늙은이 축에도 들어가지 않는 것 같다.그간의 삶의 경험과 기지,위트를 발휘하면서 경찰의 수사망에서 벗어나게 되는 행운까지 거머쥐었다.물론 이야기이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등장하는 노인들이 강도 사건에 대처하는 요령과 수법(?)이 꽤 교활하기까지 하다.

 

 노인 5인조 강도단,그들은 살아온 이력과 기질,성격이 5인 5색이다.체육 교사 출신의 주인공 메르타 할머니를 비롯하여 발명가 출신의 천재,선원 경력과 정원 가꾸기를 해 왔던 갈퀴,은행 회계원 근무 이력의 안나그레타,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초콜릿에 사족을 못쓰는 스티나가 바로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다.그들은 다이아몬드 노인 요양소에서 만나 합창단에서 알게 되었던 바,메르타 할머니가 이 동료들을 강도짓을 하자고 꼬신 것이다.이유는 요양소 생활이 감옥 생활 보다 열악하고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메르타 할머니가 생각하는 <빛나는> 제3의 인생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들은 요양소에서 나와 보행기와 지팡이에 의지한 채 당도한 곳이 그랜드 호텔이다.그랜드 호텔을 아지트 삼아 은행털이를 감행하려 했는데,생각과는 달리 국립 박물관으로 발이 옮겨진다.

 

 메르타 할머니가 주축이 된 강도 행각은 국립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그림을 훔치는 것에서 비롯된다.당연 사전에 회의를 실시하여 빈틈없는 강도 행각에 들어간다.그들은 르누와르와 모네의 그림을 각각 1점씩 훔쳐 그랜드 호텔에 모셔 놓는다.그리고 국립 박물관에 연락하여 그림값으로 거액의 돈(천 만 크로나,한화 14억 5천만원 정도)을 요구한다.그리고 경찰에 연락하여 자신들이 박물관 그림을 훔쳤노라고 자수하고 수감시켜 달라고 간청한다.그들이 그림을 훔친 증거물(단서,지문,CC TV 등)이 불충분하여 사법처리가 되지 않는다.메르타 할머니의 DNA 검사 결과가 감옥행일 수도 있었지만,증거 불충분이라는 판사의 판결에 따라 수감은 면하게 된다.요양소 노인들에게 이런 행운이 인생 후반기에 올 줄이야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반면 무기력하고 신뢰성 없는 경찰들의 수사 진행 방식으로 노인들의 기세만 더 급등해져 간다.노인들은 북극산 오디술,샴페인 등 술과 노래 등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한다.

 

 메르타 할머니를 대표로 한 노인 강도단은 스톡홀름 경찰에게 강력한 정부와 경찰의 위상을 조언하면서 스웨덴을 떠나 카리브 해안의 바베이도스로 날아가려고 한다.당초 은행털이를 깊게 생각했지만 엉뚱하게 박물관의 그림을 훔쳐 (원하는)감옥행은 이루어지지 않고 말았다.잉엘만순드베리 작가는 관련 기관,사람들에게 소재,이야기의 전개법 등에 대해 조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그래서인지 노인들의 강도짓이 블랙 코미디에 가까울 정도로 시종일관 경쾌한 기분으로 읽어갈 수 있었다.노인들의 제2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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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재발견 - 내 속에 감춰진 진짜 감정을 발견하는 시간
조반니 프라체토 지음, 이현주 옮김 / 프런티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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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와 신경과학과 관련한 도서들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다양한 심리학과 더불어 뇌와 신경과학의 함수관계를 알게 될 때마다 감정의 폭과 고저는 흥미롭기만 하다.뇌가 인체 사령부로 내면과 외부 세계에 대한 반응과 흡수,충격을 뇌에서 신호를 보내면 신경계는 다양한 기제의 감정을 보인다.뇌와 신경계와 관련한 뇌세포,뉴런세포,DNA서열 등이 암호로 되어 있고,감정의 기제는 학습과 경험,본능에 의해 결정되어진다.또한 뇌와 신경계의 관계 즉 상호작용을 알면 알수록 뇌신경과학에 대한 학습 효과도 고조된다.

 

 인간의 감정기제는 다양하기만 하다.긍정적이고 유익한 감정이 있는가 하면,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부정적인 감정도 있기 마련이다.물질문명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내면 심리는 매우 각박하고 치열한 경쟁시대에 돌입했다.누군가를 딛고 일어나야 마치 인생의 '승리자'라도 된냥 기를 쓰고 하루 하루를 오로지 앞만 보고,오로지 위만 쳐다보면서 내딛고 있다.그래서인지 개개인의 고유의 착하고 긍정적인 심성은 사장되고,까칠하고 뻔뻔스럽고 냉혈적인 심성을 지녀야 한다는 그릇된 사고관념을 지니고 있다.치열하고 냉혹한 사회에서 돈과 명예,권력을 손에 쥔들 죽어 가지고 가겠는가.착한 심성이 편향되고 협소한 사회제도,시스템 속에 파묻히면서 감정 기제도 불안과 긴장,두려움과 같은 것들이 주를 이루고 있지 않을까 한다.

 

 비록 사회 구성원의 심성을 좌지우지하는 사회 제도,시스템은 어느 시대에서든 어떠한 형태의 감정 기제로 나타났겠지만 근본적으로 개개인이 마음 속에 또는 외부적 환경 및 영향에 의해 생성되는 감정은 어떻게 추스느냐에 따라 좋은 감정으로 바꿀 수가 있다.기쁨,사랑,평화와 같은 감정 기제다.부정적인 감정의 예는 분노,죄책감,불안,슬픔과 같이 내면적 심리를 길든 짧든 삶에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불안,공포,우울,죄책감과 같은 심리상태가 지속된다면 반드시 정신치료를 받으면서 정상의 궤도로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조반니 프라체토 저자는 신경과학이 인간의 감정에 대해 밝혀낸 내용을 알려 주면서,그러한 발견이 어떤 의미가 았었는지 살피고 있다.분노,죄책감,불안,슬픔,공감,기쁨,사랑이라는 감정을 키워드로 하여 신경구조의 경이로움과 풀어야 할 감정의 매듭이 무엇인지에 대해 들려주고 있다.

 

 분노,죄책감,불안,슬픔,공감,기쁨사랑이라는 감정은 때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가슴이 쿵쾅거리는 불안 심리부터 해서는 안될 일을 저지르고 뒤늦게 깨우치는 죄책감,다가올 일에 대한 막연한 불안 심리,이별과 사별,낙오와 같은 상황에서 느끼는 슬픔,내가 가장 믿고 나를 믿어 주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공감 의식,환희,사랑의 메신저는 그 무엇보다도 삶의 질을 고양시키리라.흔히 부정적인 감정은 개인과 개인,개인과 사회의 관계가 부정적이고 좋지 않은  환경에 처해 있을 때 발생할 것이고,좋은 감정은 평온하고 사랑이 넘치는 신뢰의 분위기,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것은 아닐까.물론 사회 생활 속에선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놓을 수는 없다.좋아도 싫어도 내색하지 않을 경우가 더 많고,그렇게 처신해야 별탈 없이 지나가는 법이다.

 

 뇌의 해부학적.기능적 구조에 대한 부분도 잘 알아 놓으면 도움이 된다.뇌가 시작되는 가장 안쪽,중심부에서 점점 더 밖으로 나올수록 뇌가 해낼 수 있는 작업은 더 섬세해진다.척수 위,뇌의 미로 속 뇌간이라는 자동생존 시스템이 있다.뇌간은 숨을 쉴 수 있게 하고,생리학적 존재양식의 기둥이다.호흡과 심박수를 조정하고 필수 장기들과 서로 신호를 주고 받는 연수 같은 조직을 포함한다.뇌간은 뇌의 '전원 스위치'로 뇌간에 이상이 생기면,전제 시스템이 작동을 멈춘다.추락사고 등올 뇌간에 부상을 입으면 치명적(致命的)이다.또한 가장 원시적 형태의 감정이 처리되는 곳이 깊숙한 조직이다.시상,해마,편도체 등의 조직이 포함되며 변연계라 불린다.끝으로 변연계와 뇌간 주위는 피질에 싸여 있다.모자처럼 뇌 전체를 덮은 피질은 뇌를 주름진 종이처럼 보이게 하는,크고 구불구불한 주름같은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다.그외 뇌와 성격의 상관관계,감정 폭발은 유전일까,유전보다 중요한 환경,뇌를 길들일 수 있을까 등을 살피게 되었다.

 

 나아가 두려움과 불안과 같은 감정 기제는 인간의 생존에 매우 중요한,쓸모 있는 방어적 특성이라는 것이다.또한 나이가 들고 철이 들면서 죄책감에 대한 감정을 뚜렷하게 인지하고 깨닫게 된다.(슈퍼 에고)두려움을 용기로 전환하고 막연한 불안을 마음 다스리기,약물 치료를 통해 완화해 나가며, 슬픔의 감정은 마음껏 발산시켜 마음의 정화작용으로 고양시켜 나가야 한다.또한 현대 사회인이 부족하고 결핍된 공감 부분을 활성화하고,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집중과 몰입으로 생산성과 성취감을 고취하면서 느끼는 기쁨의 감정,애착에 영향을 미치는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 호르몬은 사랑에 관여한다.서로 믿고 의지하며 인생의 파트너로 길게 나아갈 인간관계는 성숙하고 상생적인 관계 모드를 지속시켜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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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것들 -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프로이트 이야기
베벌리 클락 지음, 박귀옥 옮김 / 소울메이트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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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사상은 꿈의 해석,무의식 등과 관련하여 널리 알려져 있다.비록 그의 사상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인간의 내면 세계를 다룬 내용들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나 역시 프로이트에 대한 이미지는 꿈의 해석과 무의식의 세계를 깊게 연구한 심리 전문가로 각인되어 있다.어린 시절 엄마의 뱃속에 있던 시절부터 유년기,청소년,성인기에 이르기까지 단계적 발달 심리학에 대한 문제도 내게는 관심거리다.인간의 본성에 가까운 자아의식과 학습과 경험으로 내재된 초자아에 이르기까지 내면 속에 자리잡은 무의식은 꿈의 세계와도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자아(Ego),원초아(id),초자아(superego)는 프로이트 세계의 주안점이다.누군가 질서와 정리정돈에 대해 집착한다면 '항문기'에 고자착되었다고 판단하고,자신의 성(性)에 대해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이가 있다면 억압된(repressed) 인간'이라고 할 수도 있다.이것은 프로이트의 연구와 직접 관련이 있으며,정신분석학의 주요 개념과 범주가 같다.그런데 대표적인 프로이트의 사상만이 그를 대변하는 것이 아닌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그는 정신분석학자이면서 현직 의사였던 만큼 다양한 형태의 정신질환자들을 치료하면서 통합.분석한 인간 심리 세계를 잘 다루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도서는 베벌리 클락 저자가 지은 글로서 프로이트의 삶과 업적부터 히스테리와 정신분석의 발전,오이디푸스와 성욕,꿈과 발달,정신,종교와 운명,21세기의 프로이트를 조명하고 있다.

 

 프로이트는 인간 실존의 고통과 쾌락에 대한 답을 얻고자 노력하고,성(性)과 죽음에 대한 담론도 매우 중시했다.성충동에 따라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성장하고 발전하는 한편 '죽음충동'에 따라 반복,분해,그리고 비존재의 단순성으로 파괴적인 주기로 이끌린다고도 했다.저자 베벌리 클락은 프로이트의 인간적인 면모가 어떻게 사상과 이론에 녹아들었는지를 탐구하고,프로이트라는 인물과 사상 및 이론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관점을 보이고 있는 점이 특색이다.

 

 

 프로이트는 아버지의 세 번째 부인에게 태어난 아들로 불균형한 개인적,가정 환경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정립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었다.그의 주장에 따르면 꿈은 무의식의 세계로 길을 열어준다고 강조했다.또한 성장기별로 성욕에 대한 해석을 나타내고 있다.구강기,항문기,남근기 등을 거친다.동시대 제자격인 칼 융은 꿈과 히스테리에 대한 프로이트의 연구에 감명을 받아 사상을 추종했다.프로이트의 사상은 정신질환을 해석하려는 노력에서 출발했으나 끝은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힘과 자세에 대해 폭넓은 고민을 가능케 했다.

 

 

 프로이트는 꿈이 적대감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의 성적(性的) 기호(嗜好)도 반영한다고 보았다.당시엔 이 콤플렉스가 이성 부모에 대한 욕망이나 동성 부모에 대한 적대감이라는 단순한 용어로 풀이 되었다.또는 그는 죽음에 관한 꿈이 부모와의 경쟁 심리 또는 욕망을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즉 아들은 아버지를,딸을 어머니를 사랑의 경쟁 상대로 간주하고,그들을 제거하면 자신에게 이득이라고 생각한다.이러한 사례는 오이디푸스가 아버지 라이오스를 죽이고 어머니 이오카스테와 결혼한 것이 예다.

 

 

 프로이트는 우주에 두 가지 힘이 작동한다고 주장했다.하나는 개인의 육체제 발현되는 힘과 집단 사회의 경험에서 나오는 힘이다.이러한 우주의 힘이 바로 에로스와 타나토스이다.섹스와 죽음을 가리킨다.오이디푸스는 이러한  힘들이 인간의 일상적인 삶에 미치는 예를 보여주고 있다.프로이트의 후반 저서들은 섹스와 죽음을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핵심으로 보았다.그의 대표적 정신분석 내용인 꿈의 해석은 간단치 않다.꿈의 의미를 파악하려면 꿈을 구체적으로 분석해야 하고,꿈의 '잠재적 내용'을 알아내려 했다.즉 꿈을 구성하는 각 부분의 기저에 깔린 의미를 찾으려 했다.나아가 그의 정신분석의 주요 사상은 『토템과 터부』에 잘 나타나 있다.증거보다 소망을 더 중요시한 중교와 미신은 보호받고자 하는 욕구와 동일한 맥락이다.

 

 도덕적이고 문화비평가인 프로이트는 인간의 경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그의 분석은 새로운 생각과 삶의 방식을 등장시킨다.그의 무언적 대화,소통 속에서 삶의 존재 의미,진정한 삶이란 무엇인가를 새롭게 조명할 수가 있다.프로이트에 대해 미쳐 몰랐던 점들을 정신분석학적 면에서 고찰하는 시간을 갖게 되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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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토바 전설 살인사건 명탐정 아사미 미쓰히코 시리즈
우치다 야스오 지음, 한희선 옮김 / 검은숲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역사적 인물.사건을 매개체로 하여 스토리텔링을 생생하게 재현한 작품을 접하노라면 몸과 마음은 어느덧 과거의 시대로 되돌아 가곤 한다.이것을 계기로 지난 역사의 숨결을 음미하고 추체험해 보는 시간은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또한 역사의 뒤안길을 샅샅이 탐사하고 탐문하여 독자들에게 꼼꼼이 전달하려는 작가의 마인드와 진한 구상이 서려 있다면 독자는 크게 감동을 받으리라.이러한 관점에서 우치다 야스오(內田康夫)는 추리소설의 대가로 알려져 있으며,작품 구상을 위해 해당 지역을 사전 답사,탐문을 철저하게 한 후 작품 전개를 한다고 하니 작가 정신이 대단하지 않을 수가 없다.

 

 1221년 조큐의 난(承久の亂)을 일으킨 고토바(後鳥羽)천황의 천행(遷行)에 관한 게이비 지방 즉옛 히로시마현과 오카야마현의 서부지역의 풍토기 연구와 관련하여 역사 교사 및 게이비 풍토 연구에 매료되었던 여대생 등이 관련되고 의문사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우치다 작가는 고토바 천황의 천행에 대해선 구체적인 학습과 지식은 없지만,작가 자신이 업무상 히로시마현 지역에서 근무하면서 고토바 천황의 천행에 관한 얘기를 지역 주민들에게 들으면서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한다.나 역시 일본 역사.문화.지리에 관심이 있는지라 이야기 속의 지역(오노미치,후쿠야마,후츄,미요시,쇼바라,니타 등)을 지도에서 찾아가면서 1221년 가마쿠라 막부를 타도하려다 실패했던 고토바 천황이 천행하던 과정과 오키(隱岐)섬에 유배되어 생을 마감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8월 여름 휴가를 고토바 천황 천행 길로 삼았던 미야코는 여정을 마치고 도쿄로 돌아갈 예정이었는데,방향을 틀어 후쿠엔선 즉 후쿠야마에서 미요시시로 가게 된다.미요시역에서 하차한 미야코는 구름다리에서 교살되고 만다.그녀의 손에 있었던 《게이비藝備 지방의 풍토기 연구》라는 서적도 사라지고 없다.미요시 소방서의 구급대원에 의해 변사 신고가 들어가면서 노가미(野上) 형사는 수사 경험과 특유의 기민성으로 탐문을 이어나간다.노가미 형사는 미야코의 여정과 관련 인물들의 알리바이,대학생 시절 고토바 천황의 천행 길에 대해 논문을 쓰려 답사를 했던 일행 및 당시의 숙박 일지 등을 다시 추적해 나가는 과정을 다큐멘터리식으로 세세하게 전하고 있다.수사가 전개되면서 미야코를 교살한 진범은 과연 누구일까에 쏠렸는데,작가는 다양한 인물,살인 사건 당일 미요시∼히로시마 간 열차를 이용했던 사람들을 집중 분석하는 한편,8년 전 시마네현 니타 초에 답사 일행으로 합류했던 여대생 2명과 남자 3인의 행적을 집중 탐문한다.그 과정에서 역사 교사인 이케다와 현재 기업체 부사장인 기토씨를 만나 미야코와의 관계,행적을 묻는다.

 

 노가미 형사가 이 사건을 수사하는 핵심 인물이다.형사의 생리.속성을 잘 모르지만 노가미라는 형사는 날선 질문으로 사람을 주눅들게 하는 타입이다.살해된 미야코는 추녀라서 눈에 확 띄었는지 사람들에게 인상적으로 다가왔다.노가미 형사가 수사주임의 보고 요구를 무시하고 허위보고해 혼자 공(功)을 세우려던 행위로 인해 수사에 차질이 생겼다.이와 맞물려 이케다 역사 교사가 자살하고 만다.이 시기와 맞물려 8년 전 니타 초 산장에서 미야코와 함께 머물다 산사태로 매몰되어 죽은 아사미 요코의 오빠 아사미가 사립탐정으로 미야코 교살 사건,여동생 요코가 강간을 당한 사실,도미나가 살인 사건 등을 둘러싸고 예리하고 다양한 각도로 살인 사건의 진범을 찾아 나선다.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피의자로 여겨졌던 사람들이 변사체가 되버리고 만다.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감과 속도감이 더해지는데 '닭 쫓던 개 지붕쳐다 보는 격'이 되고 말았다.과연 미야코,이케다,기토는 누가 죽였을까.우치다 야스오 작가는 진범을 밝히기는 했지만,허를 찌를 정도로 의외의 인물이 살해범이었다.빠른 전개감과 더해 가는 몰입도,꼼꼼하고 준비된 작품 구상,명탐정 아사미의 맹활약이 이 글을 더욱 빛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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