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 강의 - 지상 최고의 기회주의자, 조조의 재발견
위타오 지음, 황보경 옮김 / 지식트리(조선북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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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선 조조 말을 하면 조조가 온다(曺操說 曺操來)라는 말이 있다.그만큼 조조가 안끼는 데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고 그가 생전 치세와 인간 관리를 잘 했다는 생각도 든다.위나라의 시조이며 황건의 난을 평정한 조조는 동탁이 죽은 뒤 헌제를 옹립하며 실권을 장악하게 되고 화북을 평정한 후 손권.유비의 연합군과 싸웠지만 대패하고 건안문학의 흥륭에 기여한 조조는 중국인들에게 치세와 인맥관리 면에서 커다란 영향을 주고 존중을 받고 있는 인물임에 틀림없다.

 

 중국 위진남북조시대를 집중 연구하고 <백가강단>에서 '조조 강의'를 중심으로 그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생동적으로 묘사한 위타오(于涛)의 조조 강의는 지상최고의 기회주의자임과 동시에 그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가 있어 살아가는데 개인과 개인간의 인간관계 및 조직사회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처신해야 할지를 가늠케 해주고 있다.조조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고 명분을 싸움의 중심에 두고 불리하면 엎드려 때를 기다리며 자신을 낮추고 인재를 받들며 실패를 성공의 기회로 삼으며 싸우지 안고 이익을 얻는 방법을 가르쳐 주며 크게 보고 멀리 보라는 것이 조조의 치세의 요인이고 처세술의 덕목이었다.

 

 환관 출신의 조조는 환관이라는 콤플렉스를 떨쳐 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는데 첫 상대가 원소였고 관도대전을 치뤄야 하는 상황에서 그는 상대의 폐부를 찔는 천부적인 능력과 조조 고유의 특별한 기술로 관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으며 더 이상 '고자의 손자'라는 모욕적인 경멸을 당하지 않게 되었다.또한 그가 살았던 시대의 권세와 이익 즉 세리(勢利)는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데,강자가 약자를 업신여겨 욕보이고,큰 세력이 작은 세력을 통합하며,나라를 엇비슷한 세력들이 분열해 할거하며,천하를 호시탐탐 노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군의 상황과 전세가 불리하면 때론 도망가는 것도 좋은 계책이라는 삼십육계는 앞만 보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시사를 안겨 준다.난신적자 동탁을 토벌하기 위해 시류에 몸을 맡기고 적기를 기다리는 조조는 그의 브레인 순욱의 말을 받아 들여 천자를 모시게 되는데 민심과 식자층의 지지,참신한 인재 영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멀리 내다보고 주위의 의견도 수렴하면서 치세를 하던 조조만의 스타일에서 인치의 중요성을 느낄 수가 있다.

 

 특이한 점은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난 조조와 죽마고우 원소는 출신 배경부터 달랐고 역사와 현실에서 교훈을 얻은 조조는 나라와 백성의 안위를 위해 결심했던 것과는 다르게 원소는 자신의 길을 가기로 선택한 점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데 원소는 가문의 힘을 빌려 동탁의 세력을 물리치고 대장부다운 기질도 겸비했지만 황제가 되려는 망상에 조조는 그와 등을 돌리게 된다.다만 조조는 집안 배경과 열등 의식이 있지만 여러 차례의 전장을 통해 보여준 조조만의 우월요소는 원소를 능가하고도 남는다.즉 식견이 뛰어나고 인재를 고루 등용하는 능력과 임기응변의 능력,확실한 신상필벌,타인에겐 관용의 정신을 베풀고 자신에겐 엄격한 정신이다.

 

 적벽대전에서 대패한 조조는 시로서 그의 마음을 달래게 된다.여린 그의 마음과 회한이 묻어나고 어진 선비인 주공을 받들어 천하의 민심을 얻으려 한다.

 

 술잔을 앞에 두고 노래를 부르네

 인생이 길면 얼마나 긴가?

 아침 이슬처럼 짧고

 지난날의 많은 고통은

 슬퍼하고 탄식해도

 우울함을 떨칠 수 없네

 어찌하면 어두운 마음을 풀가?

 오직 술만이 있구나.

 

 

 또한 적벽대전에서 손권과 유비가 대승을 거두지만 그들의 연합전선을 결렬로 끝나게 되면서 조조에게 천하를 평정할 기회가 찾아 오는데 한중 땅을 두고 일진 일퇴를 거듭하던 조조는 유비 군대에 의해 철수를 하게 되고 조조,손권,유비는 천하를 삼분하고 조조는 그의 죽음을 예견이라도 하듯 누울 자리를 정하게 되며 강남은 관우가 차지하게 된다.

 

 조조는 때와 시기를 잘 조율했고 부하를 적시적소에 고루 등용하면서 난세의 영웅 대접을 받았던 것이다.병법에 정통했던 조조는 '싸우지 않고 이길 방법'을 늘 생각했으며 사마의와 장제의 전략을 수용하고 손권과 같은 적과의 동침을 통해 연합을 하기로 결심하는 등 두뇌회전이 빠르고 전략에 기민한 인물이었음을 알게 된다.처세와 기회의 달인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조조의 삶과 치세,성공 요인을 거울 삼아 현실적 삶에 접목해 나간다면 의외의 성과와 복잡한 인간관계가 원만하게 변할 수도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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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
양병호 외 지음 / 경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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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는 짧으면서도 길게 길면서도 짧은 느낌을 주며 읽어 가면서 시속에 함축된 깊은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어려울 때가 있다.특히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시라면 당대 시인 앞에 놓여 있던 시대적 상황과 아픔,고뇌,갈등 등을 반추해야 하기 때문이다.또한 시인이 주로 쓰는 시세계와 표현하고저 하는 의도를 정확하고도 객관적인 상태에서 음미해야 하기에 시가 주는 느낌은 오묘하면서도 시인만의 숨결이 살아 있기에 읽을수록 시의 맛이 두 배 세 배가 되는 감미로움,여유,동질감,이해와 공감 등을 함께 음미해 볼수가 있다.

 

 일제 강점기,굴곡으로 점철된 현대사의 아픈 역사의 현장에서 살다간 시인들의 시세계와 삶의 흔적을 찾아 나서는 추억의 시 여행은 시인이 태어나고 자란 시대적 상황과 고뇌하는 몸부림을 오랜 세월이 흐른 싯점에서 그들의 세계를 간접 체험하는 계기가 되었다.바다를 배경으로 자라났을 경남 출신의 시인들과 뭍의 세계에서 자라났을 경북 시인들의 삶과 자취를 작가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은 그림과 시,그들이 시상을 배태시킨 당대의 개인적,사회적 상황이 하나가 되어 시인들의 삶과 마음,감정을 뒤흔들었을 것이다.

 

 일제강점기라는 서슬퍼른 칼날과 창씨 개명을 거부하고 오로지 대한의 독립을 갈구한 이육사 시인을 비롯하여 천재시인 이형기에 이르기까지 시는 시인의 마음과 감정,고뇌와 갈등을 그대로 반영하는거 같다.또한 암흑 사회를 훌훌 털어버리고 자연을 벗삼아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절묘하게 보여주는 시인의 마음도 읽을 수가 있다.20세기 전반기 가난하고 어둡고 혼란스러웠던 시절을 이 글에 나오는 시인들은 몸과 마음으로 시대를 대변하고 아픔과 고통을 시로 승화시키고 죽음마저 초연한 자세로 수용할 줄 아는 당당하고 원대한 기상을 갖은 분들이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산업화와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시인들의 생가는 온데 간데 없고 빈 터엔 잡초만 무성하기도 하고 댐 건설로 인해 사라진 시인의 옛 생가는 가묘마냥 다른 번지에 형식적으로 세워 놓은 몰골과도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 그지 없다.국가에선 개발이 먼저이고 문화와 역사적 유산은 뒷전인가 보다.일제강점기나 이데올로기에 의해 희생이 된 시인들이 꽤 많은데 이 분들의 삶은 고난과 고통으로 점철되었을 것이다.아픈 마음과 몸을 상징적인 시어로 표현하고 배고픈 육신을 술로 달래는 시인도 있어 시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도시에 맛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막걸리는

 아침에 한 병 사면

 한 홉짜리 작은 잔으로

 생각날 때만 마시니

 거의 하루 종일 간다.- 천상병 막걸리 -

 

 내가 좋아하는 이육사의 광야,청포도,박목월의 나그네,유치환의 깃발,행복,그리움 등도 새삼 시의 상징성과 오묘함을 더해 주고 시대적이고 개인적인 아픔과 감성을 시어로 잘 조리하여 함축시켰기에 세인들의 마음과 감성도 한층 숙성되어 가고 영혼도 맑게 정화시켜 주리라 생각된다.그들이 태어나고 자랐을 산과 바다,산촌과 어촌의 마을들은 개발에 의해 거의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지만 축복을 받고 태어난 인간이 무엇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묵언으로나마 암시해 주고 있다.인간은 시간과 세월 속에 낙엽마냥 삶을 마감해야 하지만 시인이 남기고 간 자취와 작품만은 영원히 썩지 않고 길이 빛을 발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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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쇼의 하이쿠 기행 1 - 오쿠로 가는 작은 길 바쇼의 하이쿠 기행 1
마쓰오 바쇼 지음, 김정례 옮김 / 바다출판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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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리듬감과 운율,글자 수가 정형화된 시조(평시조)가 있다면 일본에는 단가 형식(5.7.5조)의 하이쿠(俳句)가 있다.하이쿠의 대표적인 시객이 바로 마쓰오바쇼(松尾芭蕉)이 17세기 중반에서 후반을 살아간 인물로 삿갓,봇짐,지팡이 하나에 의지하여 마음이 가는대로 머물고 그곳에서 떠오른 영감 작용에 의해 짧으면서도 임팩트 강렬한 단가를 한 올 한 올 꿰어 가고 있다.그는 세월이 멈추는 일 없이 영원한 방랑객이고 어찌보면 김삿갓과 비슷한 면모가 있음을 연상케 한다.

 

 

 

 에도시대 에도(지금의 동경)를 출발점으로 하여 들과 산 길을 따라 동북지방을 거쳐 서쪽 산맥을 타고 일본해에 접해 있는 야마가카,니이가카,도야마,호쿠리쿠,교토를 거쳐 그의 고향인 오가키에 당도하게 되는데 자연을 벗삼고 만나는 사람들과 벗이 되고 계절의 향기를 단가에 오롯이 담아 진정한 풍류의 멋을 한껏 보여주고 있다.딱딱하고 난해한 느낌보다는 청아하고 자연과의 순수한 교감을 통해 빚어낸 바쇼의 하이쿠의 세계는 지난 역사의 흔적을 들춰 내기도 하고 인생 무상을 자연 속에 훌훌 털어내는 초연적인 자세도 담겨져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무덤도 움직여다오

 

   나의 울음소리는

 

   가을의 바람  

 

 

 워낙 유명했던 하이쿠의 명인이고 풍류객이었기에 그를 떠나 보내는 승려들마저 하이쿠를 청하고 오막살이 하는 친구 도사이를 찾아 사립문을 여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우정을 읽을 수가 있었으며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스승을 대하는 제자들으 따뜻한 영접과 어깨 주무르기를 하는 제장의 모습에서 여독이 스르르 풀릴것만 같다.내용보다는 번역자의 주석이 촘촘하게 나열되어 있어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가 있어 하이쿠와 바쇼를 이해하려는 분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지침서이기도 하다.

 

 일본 NHK를 통해 교양 프로에서 하이쿠 습작을 하는 모습을 보고 들으며 하이쿠의 진정한 맛이 무엇인가를 느낀 적이 있다.정갈하고 (약간의)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하이쿠를 배우고 익히려는 초심자들의 진지한 모습과 자세,그리고 이를 멘토하는 강사의 꼼꼼한 체킹이 인상적이었는데,이번 작품에선 마쓰오바쇼가 삿갓,봇짐,지팡이 하나에 의지하여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소회를 다양한 감각으로 선보이고 있기에 에도 시대의 시대상과 풍물,바쇼의 심상 등을 간접체험할 수 있었으며 일본 문화를 새롭게 대하고 발견하는 계기가 되어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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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어 1 줄리애나 배곳 디스토피아 3부작
줄리애나 배곳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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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저질러 놓은 기후 온난화와 생태 파괴,대기 오염 등이 멀지 않은 장래에 어떠한 모습으로 다가올지를 판타지 소설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컸다.삶을 풍요롭게 하고 문명의 이기로 말미암아 인간의 삶은 마치 요람에 누워 있는거 마냥 편안하다 못해 게으르기 일쑤이다.만일 지구에 대재앙이 온다면 어떠한 모습이고 인간은 무엇을 깨닫고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하기 한 스릴 넘치지만 기발하고 잔인한 스토리와 전개가 가공스럽기까지 했다.

 

 지구 대재앙과 폭발을 예견하고 대비책으로 세워 놓은 피난처인 '돔'에서는 폭발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들이 거처로 삼고 주인공 프레시아,브레드 웰,패트리지 등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혁명군이 등장하기도 하는 등 전운과 피비린 내가 진동하는 끔직한 상황이 <퓨어>에서는 생생하고  처연하게 전개되어 간다.<더 로드>에서도 지구 대재앙과 함께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부자간의 감동 깊은 이야기가 오버랩되지만 퓨어는 대폭발이 할퀴고 간 잔해와 더해져 을씨년스럽고 언제 공포와 전율감이 찾아 올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을 눈 앞에 두고 있기에 아슬아슬한 감마저 온몸을 휘감아 돌고도 남았다.

 

 대폭발이 안겨준 징후는 물질과 유압되어 본연의 습성마저 참혹하게 변화시키는데 그들을 그라피 냊 비스트라고 불린다.땅,돌,산,건물이 융합되고 여러 사람이 함께 뭉쳐져 한 몸이 되기도 하는데 과연 이들을 사람이라 부를 수가 있는지 아연실색케 한다.예를 들어 선풍기와 흉합한 할아버지,인형의 머리가 주먹이 되어 버린 프레이사,작은 새가 되어 버린 브레드 웰의 모습에서 이들은 우연히 일체가 되고 언제 닥칠지도 모르는 대재앙 앞에서 똘똘 뭉쳐 새로운 희망의 미래를 꿈꿔간다.

 

 16살이 된 프레시아는 혁명군의 입대가 명단에 올라 혁명군에 가입하지만 그곳을 빠져 나가던 중 완벽한 인간의 형상을 갖춘 패트리지에 의해 구출되고 패트리지에 의해 알게 된 브레드 웰과 함께 패트리의 옛 집을 찾아 나서다 혁명군에 의해 프레시아는 끌려 가게 되고 프레시아를 잡지 못하고 보호하지 못한 죄책감에 패트리지와 브레드 웰은 프레시아를 찾아 나서게 되고 패트리지의 어머니가 대폭발 전 남겨 놓은 메시지에 따라 어딘가에 살아 계실까 싶어 위험천만한 상황 속에 헤집어 나서게 된다.

 

 혁명군에 의해 '인간 사냥'이 자행되고 혁명군 병사들이 편을 갈라 사람들을 죽이고,죽인 숫자만큼 점수를 획득하는 등 비인간적이고 잔혹한 행위가 서슴치 않고 이루어지는데 사랑하는 손녀 프레시아를 잃은 할아버지는 브레드 웰에게 손녀를 찾아 구출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하는데 결국 혁명군 트럭을 피해 패트리지와 브레드 웰에 안기게 된다. 

 

 

인간이 인간을 갈데까지 저주하고 필설로 말할 수 없는 끔찍한 노래를 어린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부르고 몸에 배이게 하고 회색빛 감도는 퓨어는 마치 지구의 종말을 눈 앞에 두고 있는거 마냥 생생하게 전해져 오고 비록 판타지이지만 스릴감이 빠르게 전개되며 영화로도 상영될 예정이라고 하니 관심이 모아지는 이야기이다.소녀 프레시아와 소년 패트리지가 회색빛 감도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우정과 사랑을 나눌지 후속편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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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별
최문정 지음 / 다차원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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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사랑은 궂이 말로 하지 않아도 마음속 깊게 침잠되어 있다.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은 언제나 자식이 잘 되아 앞가리 잘하면서 행복하게 잘사는 것을 마음으로 빌고 비는 것이리라.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아빠의 별>은 내겐 작고하신 아버님을 생각하고 추억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생전에 못다한 효심을 뒤늦게나마 깨닫게 되기도 했다.최문정작가의 작품은 처음 접하지만 사연이 많은 사람이 친한 벗에게 사흘 밤을 애기해도 모자랄 정도로 촘촘하게 아버지의 사랑을 잘 전달해 주고 있기에 뭉클하면서도 부정(父情)이 무엇인가를 새롭게 느끼는 시간이 되었다.

 

 어릴 때부터 자기 주장과 뜻대로만 하려던 주인공 수민이는 공부보다는 발레에 뜻을 두고 '프리마 발레리나'가 되면서 발레 코치 제이슨과 MBA 유학을 온 태훈과의 러브 스토리가 순탄치 않게 흘러간다.코치 제이슨이 수민이를 좋아하지만 MBA를 마치고 귀국하는 태훈이에게 맘이 있어 그와 사랑의 씨를 뿌려가는데 하사관의 신분인 아버지와 재벌 기업의 후계자 태훈이와는 경제력 문제,신분 차이,태훈 어머니의 삐뚤어진 의식 구조가 팽팽한 긴장감을 넘어 수민이의 마음을 폭발케 하고 태훈이는 마마보이마냥 어머니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중간한 상황에 놓이는데,어릴 적 같은 동네에서 자란 수민이의 아버지와 상호 아저씨는 어른이 되어서도 신분관계가 천양지차에 놓여 있다.다만,자식이 없는 상호 아저씨가 수민이를 딸로 생각하고 수민 아버지에게 입양을 권유하게 되는데 수민이의 가정환경과 태훈이의 가정 환경을 생각하면 오히려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이것은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문제가 걸려 있지만 진정으로 태훈이를 사랑하고 그 집안에서 며느리 역할을 하고저 한다면 그까짓 문제는 심각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수민이의 어린 시절은 하사관과 장교 관사가 이웃을 두고 있었지만 신분의 벽과 관사의 모양도 크게 다르고 차별 대우도 알게 모르게 받아 내적으로 상처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비록 어렵사리 태훈이와 혼인식은 올리고 태훈이의 씨를 받아 2세가 태어날 수민이는 태훈 집안의 빡빡하게 돌아가는 시부모 모시기와 행사,의전 문제로 몸살을 앓고 그녀가 출강하는 대학의 발레도 차질을 빚게 된다.특히 태훈 어머니의 신분적으로 무시하고 짓밟는 인격 모독 언행이 수민이를 궁지로 몰리게 하면서 둘은 사랑의 결실을 맺지 못하고 안타깝게도 헤어지게 된다.사랑은 신분과 국경을 초월하는 것이련만 인간에게는 너무도 이기적인 물질과 신분의 벽이 아직도 생생하게 존재한다는 점이 이 글을 읽는 내게 마음을 어둡게 하고 안타깝게만 느껴지게 한다.

 

 수민 동생을 보려다 세상을 떠난 엄마에게 수민 아버지는 사모곡마냥 마음이 외롭고 괴로울때 늘 하늘에서 가족을 보고 있을 부인에게 편지를 띄운다.수십 통의 편지를 통해 자신이 아내를 진실로 사랑하고 생전 제대로 챙겨 주지 못한 마음을 늦게나마 진실로 전하고 수민이가 겪고 있는 아픔과 고통도 함께 나누려 하는 아버지의 따뜻하고 애틋한 부정을 새삼 느껴 보게 되며 하사관에서 중령으로 우뚝 솟은 수민 아버지의 절치부심,성실하고 근면하며 부하를 잘 다루는 군인 정신을 수민이는 신분계급을 떠나 가장 멋지고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이것은 국군의 날 해군 퍼레이드가 끝나고 무대에서 선보인 수민이의 발레가 관중석을 박수 도가니로 몰아가고 그녀는 가장 자랑스럽고 위대한 분을 '아버지'라고 추켜 세우며 그녀는 아버지의 별이 되고도 남는다.

 

 사랑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차곡차곡 쌓여가는 적금과 같다.아버지의 헌신과 애정,성실과 근면이 사회에선 보이지 않는 사회의 별이 되고 가정에선 더할 나위 없는 존경과 사랑이 대상이 될 수가 있다.철이 든 수민이가 상심 증후군을 뛰어 넘어 아버지에게 보여준 사랑의 이야기는 태훈이와 맺지 못한 사랑을 가족의 울타리에서 더욱 승화시켜 멋진 삶을 꾸려 나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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