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할머니와 함께 요리를 - 토스카나에서 시칠리아까지, 슬로푸드 레시피와 인생 이야기
제시카 서루 지음, 정지호 옮김 / 푸른숲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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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밖에서 외식을 하다 보면 가족을 위해 재료 준비,손질하기,레시피에 따른 음식 만들기에 대한 노력과 정성이 소홀해지기 마련이다.특히 부부가 맞벌이를 하게 되면 일의 양에 따라 정신적,육체적 노동에 의해 집안에서 해야 할 일들을 본의 아니게 손을 놓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그래서 자라나는 자녀들도 바쁘게 움직이는 부모의 영향으로 엄마의 정성 가득찬 집밥과 요리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쉽고 빠른 음식들을 배달시킨다든지 인스턴트 음식으로 간단하게 한 끼를 때우는  경우가 많다.우리집도 그러한 경향이 많은 편인데,아이들이 온기 가득찬 엄마가 만든 음식을 먹을 기회가 줄어들고 있어 마음 내내 안타깝기만 하다.엄마표 음식은 아이들의 정서와 지능,사회성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고 알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에 맞추기란 어려운 점이 많다.

 

 

 농약과 비료를 거의 치지 않은 친환경적 유기농 작물로 빚어낸 음식은 생각만 해도 몸과 마음이 쑥쑥 성장해 가고 건강이 온몸에서 꿈틀거리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그런데 현대 사회에선 고소득,고부가가치적인 영농작법에 의해 생산되고 유통되어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 마련이다.사람이 먹을 수 있는 가축,채소 등도 성장 촉진제를 주입시키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실정이다.농부가 손수 씨를 뿌리고 재배하여 수확한 것들을 주 원재료로 하여 만든 '슬로 푸드'는 사람의 정서,지능,사회성 모두 원만하게 촉진시키는 역할을 해 준다.정성 가득찬 음식을 눈 앞에 대하고 있으면 몸과 마음이 절로 건강해지는 느낌이다.영양 만점에 지친 심신을 치유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슬로 푸드가 시대적 부응에 맞춰 지구촌에서 붐(Boom)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그 가운데 음식 이야기로 넘쳐 나는 이탈리아는 슬로 푸드의 본향이기도 하다.삶의 질을 개선하고 전통적인 음식을 계승해 나간다는 취지하에 시작된 슬로 푸드는 전통 음식을 고수하는 분들의 노력과 정성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이방인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더욱이 전원 생활 속에서 친환경적인 유기농 작법과 오랜 세월 축적한 요리 솜씨로 빚어내니 당연 삶의 질이 제고될 수 밖에 없다.특히 이탈리아인들은 만나서 나누는 대화 속에 음식 얘기가 주 단골 메뉴로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그들은 식복을 스스로 챙기며 꾸려 가는 지혜로운 민족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북부 지방에서 남쪽 시칠리아 섬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 음식의 특징은 가지각색이다.밀가루를 주 원료로 하면서 울긋불긋한 부재료들이 시선을 끈다.제시카 서루 작가는 이탈리아 할머니 열 두 분의 음식을 취재하면서 이탈리아의 계절의 순환과 대지,풍요와 곤궁을 경험했다고 한다.음식은 단순히 주린 배를 채우는데 있지 않은 영혼을 살찌우고 몸을 탄력있게 만들어 내는 보배로운 존재물인 것이다.작가 자신이 이탈리아 할머니들을 알아내거나 슬로푸드 조직을 통해 연락처를 갖고 무작정 이탈리아로 날아가서 음식 취재를 했던 글 모음이다.이탈리아 할머니들의 음식은 각 지역의 특색과 풍토의 내음이 깊게 배여 있다.게다가 그것은 오랜 세월 계승되어온 음식들이 이탈리아인들의 내면의 DNA를 유지시켜온 산 증인이기도 하다.이탈리아 음식에 관심이 많은 나는 이탈리아 할머니들의 요리를 보면서 삶의 질은 먹는 일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이탈리아 롬바르디아,밀라노에서 시작된 이탈리아 할머니의 요리 이야기는 화려함보다는 소박하고 고색함이 다분하다.산과 호수를 낀 전원적이고 목가적인 풍경과 대를 이어 요리를 계승해 오고 있는 이탈리아 할머니의 요리 에피소드,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한다는 의미에서 거주지 근처의 묘지들,제과점에서 만날 법한 고급스러운 이탈리아식 빵,케이크,샐러드,수프 등이 선을 보이고 있다.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음식 재료는 단연 대지의 향기를 품고 자란 것들인데,순무,렌틸콩,감자,양배추,옥수수 등이다.홍일점으로 육류 요리가 단 하나 소개되었는데,토끼고기 튀김과 소스이다.어린 시절 딱 한 번 입에 댄 적이 있는 토끼고기는 꿩 고기 맛과 비슷하게 담백했던 기억이 있다.

 

 

 인간의 고통과 병은 불균형적인 음식 섭취에도 있다.값비싼 음식도 좋지만 자신의 경제적 상황,기호(嗜好)에 따라 재료 선택을 하되,너무 짜고 맵고 기름지지 않은 담백하면서 인체의 막힌 기혈을 뚫어줄 수 있는 음식이라면 건강과 행복은 오래 유지할 수 있으리라.열 두 분의 이탈리아 할머니들의 음식 솜씨는 일류 요리사 이상의 재주와 능력의 소유자들이다.앞서도 얘기했듯 전원 생활을 하면서 손수 재료를 재배하여 수확한 산물로 요리를 만들어 가고 있는 점이 특색이다.현대적인 음식 만들기에서 벗어난 오랜 세월 대대로 이어져 오는 이탈리아 전통 음식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어 이탈리아 현장을 직접 목도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정성 가득하고 수고를 아끼지 않는 이탈리아 할머니들의 넉넉한 순박한 미소와 건강함이 깊게 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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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모든 것들의 소음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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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세계 문학의 하나로 일컬어지는 중남미 문학은 많이 접하지를 못했다.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201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모두 20세기 남미를 빛낸 문학의 거장이다.그런데 20세기 중남미는 마약을 둘러싼 불안한 정정(政情)이 수십 년 동안 지속되면서 사회를 위협하는 광기는 남미의 대중들을 혼란의 도가니로 빠뜨리고 말았다.그래서인지 중남미 문학의 그림자들도 밝은 영역보다는 음산하고 어두운 사회의 뒷모습을 잘 투영하고 있다.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의 『추락하는 모든 것들의 소음』은 지난 세기 콜롬비아 사회에 만연한 불안한 정정에 대한 주인공의 기억을 되살려 가는 소리없는 아우성이고 증언이라고 생각한다.주인공의 내면에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는 동물원에서 하마가 도망치는 장면을 추적하는 비극적 분위기를 보면서 잠시 잊혀진 기억을 끄집어 내게 했던 단초였다.법학 교수이며 주인공인 안토니오는 자신보다 갑절의 연상인 파일럿 리카르도 라베르데와 함께 했던 짧은 시간을 끄집어 낸다.만남과 관계는 짧았지만 결과는 가슴을 후려치는 트라우마 이상이었다.그것은 리카르도 라베르데가 괴한에게 살해 당하고 주인공은 총탄의 상흔의 아픈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상황이다.

 

 개개인에게 좋지 않은 기억은 끄집어 내고 싶지 않다.잊으려 애를 쓰지만 결코 쉽게 잊혀지지 않는 것이 뇌 신경의 그물망에 있다.안토니오 역시 마약 운반자였던 라베르데와의 아픈 기억을 씻으려 애를 썼겠지만 쉽게 잊히지 못하고 그의 삶을 깊은 나락으로 빠뜨리고 말았던 것이다.안토니오는 리베르데의 딸 마야를 만나게 되고,그녀가 건넨 녹음테이프를 들으면서 리베르데의 부인 일레인이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남편 리베르데를 만나러 비행기 속에서의 팽팽했던 긴장과 공포의 기내 분위기를 소음이라는 말로 콜롬비아 불안한 정정을 명료하게 대변하고 있다.

 

 간헐적인 비명소리 또는 비명소리와 유사한 소리가 들린다.내가 포착할 수 없는 소음도 들리는데,그게 무슨 소음인지는 전혀 알 수 없다.사람  소리가 아닌 소음 또는 바로 그 사람이 내는 소음,소멸되는 생명들의 소음이지만 깨지는 물질의 소음이기도 하다.높은 곳에서 물건들이 떨어질 때 나는 소음,중단되었기 때문에 영원한 소음,결코 끝나지 않을 소음,그날 오후부터 내 머리에 계속해서 울리고 있으며 사라지려는 기미를 보이지 않는 소음,내 기억에 항상 남아 있는 소음,횃대에 걸린 수건처럼 내 기억에 걸려 있는 소음이다. p110∼111

 

 잊은 듯 기억에도 없는 듯한 것들이 어떠한 연유로 다시 기억의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개인의 삶과 역사는 심계 항진증과 같이 쉼없이 두근두근 거린다.20세기 마약과 관련하여 마약 카르텔을 형성하고 사회를 불안케 했던 콜롬비아는 주인공 안토니오에게 죽을 때까지 잊히지 어려운 외상후 스트레스를 안겨 주었다.또한 안토니에겐 사랑하는 아내 아우라와 딸 레티시아가 있고,리베르데의 딸 마야와의 만남과 대화를 이어가면서 리베르데의 아픈 삶의 이력을 인지하게 되었던 셈이다.마약 운반자이며 파일럿이었던 리베르데는 본연의 직업에 충실하지 못하고 잘못된 길을 걸어 갔던 것이 결국 그의 집안을 몰락하게 만들었던 것이다.결국 이번 작품은 어느 사회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평범할 수도 있는 이야기이지만,한 개인이 불안한 사회 구조 안에서 겪어야 했던 몸서리치는 기억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과 관련하여 시종일관 '세월호 침몰'을 연상하면서 읽어 갔다.희생 당한 개인 및 남은 자들의 깊고 쓰라린 아픔의 기억이 다시 몽실몽실 피어 오르고 있었다.한국 사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겪지는 않았어도 아픔과 상처는 모두 안고 있다.반면 정권 유지를 위한 일부 철면피로 일관하는 세력들은 불안하고 광기 서린 소음을 만들어 낸 자들에 지나지 않는다.콜롬비아 마약 거래의 카르텔과 광기,폭력과 세월호 침몰의 아픈 기억은 공통점이라면 정권을 휘두르는 자들에 맞서 살아가는 민초들의 통절한 기억이 아우성으로 휘몰아치는 장면과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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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의 밥도둑
황석영 지음 / 교유서가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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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는 일 만큼 즐거운 일이 어디 있으랴.또한 사람의 기본 욕구 가운데서도 본능이라 할 먹는 일은 살아가기 위한 바탕이면서 사람과의 관계를 윤기나게 하는 작용을 하기도 한다.그래서 혼자 먹는 것보다는 여럿이 함께 먹는 가운데 음식에 대한 기억과 사람과의 추억이 더욱 깊어져 간다고 생각한다.눈 감으면 해묵은 기억이 솔솔 피어 오르며 아련한 추억이 감질맛 나도록 그리워지는 것은 나이를 먹어간다는 이유는 아닐까.누구나 먹는 일에 대한 기억과 추억이 있기 마련이다.

 

 황석영 작가와 함께 떠나는 밥도둑 타임 머신은 비록 누렇게 빛바랜 기억일지라도 마음 속엔 아직도 선명하게 낙인(烙印)이 찍혀 있다.늘 먹는 다반사를 비롯하여 특별한 만남 속에 특별한 음식과 함께 식복을 누리며 한때나마 사람들과의 관계가 촉촉하게 윤기를 더해 주는 묘한 마력이 있다.관계도 좋아지고 일도 더 잘 되니 먹는 일이 어찌 빈 속을 채우는 일에만 머물 수 있단 말인가.속이 든든해지고 기분도 좋아지고 관계도 나아져 가는 먹는 일에 대해 내 기억과 추억 속으로 빠져 보고자 한다.

 

 언젠가의 그 맛집을 찾아가보아도 대부분은 사라져버렸거나 주인이 바뀌었다.만약 예전이 장소에 음식점이 그대로 있고 늙은 주인이 아직도 요리중이며 음식의 맛도 여전하다면 우리는 실로 깊은 감동을 받게 된다.그러나 그러한 기적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세상과 내가 동시에 변해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렇게 맛의 기억을 더듬는 일은 관계의 소중함을 깨우쳐주며 고단한 일상을 견디게 해주고 스스로를 위무해준다. -P6

 

 눈을 감으면 음식 가득 담긴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논배미로 사뿐사뿐 걸어오시는 할머니 모습이 역력하다.그 날은 모심는 날이다.모심는 날엔 점심과 샛걸이 그리고 저녁까지 준비하여 모심는 일손들에게 대접한다.할머니께서 만드신 음식의 가짓수는 열 가지 정도였는데,가장 입맛을 돋구는 음식은 갈치와 감자 조림이었다.짭잘한 듯 구수한 듯 입맛을 돋구어 주었고,동네 일손들은 며칠 굶기라도 한 듯 밥 한 공기는 양에 차지도 않아 공기 밥을 뚝딱 해치웠다.모내기 점심이 끝나고 세 네시 정도 될 무렵엔 새참을 내오셨다.단연 할머니 몫이었다.막걸리와 겉절이 김치 그리고 봄나물로 버무린 각종 산나물들을 내오셨다.나는 못줄잡이로 대략 국민학교 3학년 시절이었던 것 같다.벼가 익어 벼를 베고 홀태로 낱알을 훑어내는 날도 역시 갈치와 감자 조림은 할머니의 단골 메뉴였다.갈치의 삼삼한 맛과 감자의 포근하게 씹히는 맛에 구수한 조림 국물 맛이 내 기억에 깊게 남겨져 있다.이제 할머니께서는 고인이 되셔서 갈치,감자 조림 흉내를 완전하게 내는 것은 어렵지만 그 시절이 그리워지고 추억에 사무치게 되면 나는 직접 갈치,감자 조림을 직접 만들어 먹는다.

 

 군대를 갔다 온 대한민국 남자들은 군대에서의 추억도 적지 않을 것이다.나는 행정병으로 자대를 배치받게 되었는데 공교롭게 행정병 티오가 차서 임시로 보조 취사병을 하게 되었다.주된 일은 허드렛일이었는데 홀 바닥을 쓸고 닦고,먹고 난 식기들을 닦고 건조시키는 일,때로는 고참병들을 따라 김치도 만들고 음식도 만들어 보곤 했다.군대는 기합이 센 곳이지만 식당 만큼 센 곳이 어디 있을까.늘 무서운 고참들 때문에 긴장과 눈치를 보면서도 먹을 때 만큼은 고참들이 신병들에게 베푸는 약간의 화기애애함으로 먹는 일이 말할 수 없이 즐겁기만 했다.군에서 가장 좋아했던 음식은 리필용 고추장으로 밥을 비비고,어깨 너머로 배운 닭도리탕이 일품이었다.장교 후보생들을 지원하던 식당이었던 관계로 지위가 높은 인사,하사관들에게 꼬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식당 주변을 청결하게 하면서 손색 없는 음식 맛을 내기 위해 재료의 적당한 배합과 맛의 완벽함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했다.그리고 몇 달 지나지 않아 행정병 티오가 나서 내가 일할 곳으로 배치되어 갔다.또 하나 행정병으로 근무할 무렵 부대 근처에 사는 방위병들이 출근하면 그들에게 부탁해서 술과 안주거리를 조달케 하여 마음에 맞는 동기,한 두달 고참,한 두달 후임병들과 조촐한 회식을 했다.삶에 있어 비공개적이면서 즐거웠던 기억이 이젠 먼 추억으로 남아 있다.

 

 황석영 작가의 먹는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이 글을 읽다 보면 작가의 쓸쓸하게 혼자 먹는 것보다는 누군가와 얼굴을 맞대고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음식을 나눠 먹는 일 만큼의 밥도둑은 없다고 한다.동감한다.그래서 옛말이 '둘이 먹다 죽을 맛'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작가는 만주에서 태어나고 평양이 고향인 어머니를 따라 한국 전쟁을 피해 남으로 내려 왔던 분으로 밥도둑에 얽힌 기억과 추억은 고단하고 옹색했던 지난 날의 정겨움과 그리움을 응축하고 있다.먹는 일과 관련하여 기억과 추억도 많다.군대,감옥에서 있었던 에피소드,작가 어머님이 들려 주셨던 온반의 기억,독일 가정식 추억,잠시 속세를 떠나 스님이 되고자 절에서 겪었던 음식 추억,각 지역별 음식 추억,북녘 음식에 대한 추억 등을 담백하게 들려 주고 있다.

 

 내게 밥도둑이 뭐냐고 물으면,"어린 시절 온식구가 한 상에 둘러 앉아 콩나물 비빔밥을 먹던 추억"이라고 말하련다.열 명 가까웠던 대식구였던 어린 시절 겨울 날엔 식재료를 준비하는 것도 고단하고 귀찮기만 하다.그래서 어머니는 콩나물 콩으로 직접 기른 콩나물을 뽑아서 밥 위에 콩나물을 앉혀 콩나물 밥을 만드셨다.콩나물 밥의 백미는 양념장이다.어머니께서 만든 양념장엔 간장,고춧가루,다진 파,다진 마늘,볶은 깨,설탕,참기름을 섞었다.조부모,아버지는 따로 콩나물 밥을 해 드리고,어머니를 비롯한 형제자매들은 큰 양푼에 콩나물 밥과 양념잡을 적당하게 배합하여 쓱쓱비벼댔다.어느 정도 맛깔스럽게 비벼지면 게 눈 감추듯 맛나게 먹어 치웠다.반찬은 동치미 하나면 족했다.그 외 설이 다가올 무렵엔 전통 음식을 준비하셨는데,유과,깨강정,쑥떡,인절미 등이 손색이 없는 훌륭한 작품이었다.나는 군대에서 취사병 생활,대학 시절 자취 생활 등으로 혼자 챙겨 먹어야 했던 고단함 속에서 내가 만들어 먹는 재미와 즐거움이 오래 남아 있다.그리고 대학에 입학한 후 처음으로 입에 댄 시장 골목길의 순대 맛은 주린 배를 채워 주면서 쫄깃쫄깃한 내장 맛이 인이 박혀서인지 속이 출출할 때면 동네 순대집을 자주 찾는다.순대 위에 떡볶이 국물을 얹어 먹는 매콤 달짝한 맛은 먹는 즐거움을  더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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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봄 - 개정판 레이첼 카슨 전집 5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 에코리브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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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풀들은 시들어가고 새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네. -키츠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인구가 대거 유입되면서 인간의 삶은 편리하고 풍요로워졌다.게다가 과학과 의학,기술 수준이 제고되면서 인간의 수명도 자연스레 연장되었다.그런데 농경문화라는 틀 속에서 자급자족하며 살던 인류가 산업혁명을 맞이하고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한다는 명분하에 신이 물려준 자연 생태계를 공격하고 훼손하며 굴복시켜 놓고 말았던 것이다.인간의 삶이 과연 얼마나 풍요로워졌고,과연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는 것인가.

 

 나는 사람과 자연이 호흡하던 어린 시절을 겪으며 성장했다.내 기억에 선명한 자연 생태계의 본모습이 어른이 된 지금도 눈만 감으면 선하게 다가온다.물풀이 우거진 도랑 좌우로 미꾸라지와 피리,송사리들이 저마다 먹이감을 찾아 유영을 하고,산속 계곡에는 크고 작은 돌들을 밀쳐 내면 민물가재들이 꿈틀거린다.또한 들에는 계절에 따라 진귀한 곤충들이 풀 속을 헤엄쳐 다니고 산에는 각종 새들이 나무와 나무,이 산과 저 산을 옮겨 다니며 짝짓기도 하고 일상을 챙기기도 한다.논과 밭에는 메뚜기와 여치,방아깨비와 그 외 이름도 알 수 없는 각종 곤충과 절지동물들을 볼 수가 있었다.농사철이 되면 분뇨와 퇴비를 거름으로 삼았던 시절이라 코를 막고 마는 분뇨 냄새,김이 모락모락 나는 퇴비의 향긋한 풀냄새가 뒤범벅이 되기도 했다.그 시절은 이제는 거의 볼 수가 없게 되어 안타깝기만 하다.

 

 환경학의 고전이라 할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1962년 미국에서 출판되었다.당시엔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지는 않았지만,시민운동가들에 의해 DDT(유기 염소계열의 살충제이자 농약)의 제조 금지와 환경보호를 위한 주 및 연방 정부 차원의 규제 요청이 있었다.침묵의 봄이 출간되어 50여 년이 흐른 지금에 이르러서도 환경 문제는 여전히 풀어내야 할 지구상의 과제이다.침묵의 봄과 관련하여 저자 레이첼 카슨은 의회 청문회에 참석하여 인간의 권리 가운데 하나가 "다른 인간이 뿌린 독극물을 안전하게 피할 수 있는 권리'라고 말한 바 있다.그러나 정부 및 이윤 및 시장 점유율을 노리는 기업체는 이 문제에 대해 무지하고 탐욕스러우며 태만할 뿐이다.레이첼 카슨 저자의 용기있는 발언과 저작에 의해 환경 문제의 중요성이 수면하에 수면 위로 부상하게 되었던 것이다.

 

 무분별한 살충제.제초제는 공기.토양.하천.바다를 오염시킨다.게다가 생물체의 세포 및 조직 깊숙이 침윤하여 인체의 주요 장기를 망가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살충제의 과다 살포는 토양과 하천,강을 오염시키면서 야생 동.식물의 죽음을 부르고 종(種)의 절멸의 원인이기도 하다.살충제가 각종 야생생물의 죽음을 초래하고,제초제의 남용이 산나무,꽃,산채 등을 훼손시키고 말았다.인간과 자연이 호흡을 맞추면서 살아간다는 이야기는 먼 옛날의 일처럼 다가온다.근래는 살충제,제초제를 떠나 수익창출,시장 점유를 높이기 위해 각종 인체에 해로운 항생제를 남용하고 있는 실정이다.이윤을 우선시하는 기업체 입장에선 식생의 기준치로 삼는 수치가 미미하지만 자꾸 항생제 제품을 자꾸 먹게 되면 결국 인체의 신경세포 및 장기는 소리없이 죽어가는 법이다.특히 살충제는 유해 독성물로 이것에 과다 노출하게 되면 부신,고환,갑상선에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명절이 되면 으례 고향을 찾게 된다.그런데 산과 들의 모습은 예전처럼 풍요롭지 않다.농사를 짓겠다는 사람은 온데간데 없고 논과 밭은 잡초로 무성하고,길이란 길은 시멘트,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다.어린 시절엔 앞마당의 텃밭을 손으로 후벼 파도 지렁이가 꿈틀거리고 지네가 기어다니곤 했다.산과 들,논과 밭은 계절에 따라 각종 동식물들의 향연으로 가득찼다.먼 산을 바라보고 들판을 누비는 것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이고 추억이다.그런데 지금은 내가 눈으로 보고 관찰하고 벗으로 삼았던 야생동식물들을 볼 수가 없다.봄이 되면 남쪽에서 찾아오던 제비도 이제는 만날 수가 없다.인간의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게 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은 인간이 살아가야 할 가치와 의미를 잃게 만들었다.또한 인간에게 유기인산계 물질을 가까이 하게 되면 기억력 감퇴,정신분열,우울증 등의 증후가 나타난다고 한다. 유독성 살충제,제초제,항상제 등의 과다 사용은 인간,동.식물 모두를 재앙의 늪으로 빠지게 한다.

 

 용기와 담대함으로 환경 문제의 중요성을 끄집어 내고 이기적인 인간의 사악함을 고발한 『침묵의 봄』은 환경학의 고전이 아닐 수가 없다.다소 딱딱하고 난해하리라 여겨졌지만 읽어가다 보니 쉽고 친근감 있는 어조로 인식력과 이해도를 높여 주었다.한 번 훼손된 자연 생태계는 복구하기 어렵다고 한다.인간의 극도의 이기심과 사악함의 끝은 없는 것일까.환경 문제를 소중하게 여기고 실천할 수 있는 사회 지도자가 등장하여 세상을 바꾸고 변화시켜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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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불안감 길들이기 - 불안감과 공황장애에서 벗어나는 자기치유 기술
존 실림패리스.데일리 디애나 슈워츠 지음, 이연규 옮김, 최한나 감수 / 유아이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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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떠한 형태로든 불안을 안고 사는 게 인간이다.그 불안감을 갖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주요 원인은 삶을 지탱해 나가는데 있어 온전치 않을 수도 있다는 것들에 대한 마음의 동요 작용이 아닐까 한다.불안의 형태도 다양하다.또한 불안이라는 것이 사람에 따라 시기와 정도의 차이가 있고,어떻게 이것을 극복해 가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판이하게 다를 수도 있다.개개인에게 찾아오는 스트레스 내지 불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해 갈 것인가를 지혜롭게 풀어나가야 일상이 즐겁고 행복을 더해 갈 수 있다.

 

 온전히 채워지지 않는 어떠한 형태의 불만족과 초조함은 우선 몸에 이상 징후를 나타낸다.나의 경우 심장이 약해서인지 스스로 제어할 수 없을 정도의 스트레스와 분노를 느낄 때엔 심장이 콩콩 뛰곤 한다.(심계 항진증) 그래서 이것을 이겨내기 위해 대부분의 경우에는 없었던 일로 삼고 잊으려 애를 쓰고,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온당한 방법 내지 법적인 절차를 따르는 경우도 있다.사람이 누군가에게 당했다고 생각이 들 때는 한없는 배신감,절망감,분노,원망이 들면서 좌시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부르르 떨릴 때가 있다.이를 마음에 오래 안고 있으면 없던 병도 저절로 생길 수 있기에 어떻게든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면서 삶을 이어나가려 애쓰려 한다.

 

 적당한 스트레스와 불안은 다가오는 삶을 능동적으로 준비하고 대처하는 신호라고 생각한다.그런데 사람의 마음은 갈대와 같이 연약해서인지 현재의 불안한 상황을 잘 수습하지도 못할 뿐더러 눈에 보이지 않는 일까지 사서 걱정하고 불안해 한다.만일 어떠한 것을 목표로 삼아 일과 공부를 한다면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을 찾아가든 전문가를 찾아가 관련된 것을 어떻게 해야 지름길로 가면서 최대한의 효과를 거둘 수가 있는가를 경청하고 따라가면 좋은 소득을 거두지 않을까.그렇게 하려면 평소보다 더 자신을 담금질해야 한다.유한한 시간과 자본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계획성 있는 준비와 물질적인 지원 등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특히 나이가 들기 전에 삶의 목표를 성취해야 중.장년에 이르러 편안한 삶을 누릴 수가 있고,불안한 노후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개인이 겪는 스트레스와 불안 정도는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다.그것은 개인의 기질 및 수용법에 따라 다르기도 하지만,대부분의 경우는 자신을 둘러싼 시공간의 환경에서 기인하는 바가 클 수밖에 없다.무한 경쟁,팍팍하고 질 낮은 삶 속에서 개개인이 느끼는 삶의 환경은 열악하고 불투명하기만 하다.게다가 돈과 물질의 고저가 개개인의 척도로 삼고 있다시피한 세태에선 '개같이 벌어 정승처럼 쓴다'라는 정신으로 살아가지 않으면 안되게끔 되어 있다.그래도 늘 마음 속에 스트레스와 불안을 안고 산다면 정신 건강은 물론 신체적 질병까지 찾아올 수도 있다.이렇게 과도한 불안과 스트레스는 사람의 심신을 앗아갈 수 있는 무서운 것이다.

 

 나아가 세상은 각종 불안덩어리로 가득차 있다.실업,실연,취업문제,시장 경제의 붕괴,테러리즘의 위협,자연재해 등 자고 나면 불안의 요소들이 셀 수 없이 자라나고 있다.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며 제어할 수 있는 스트레스와 장기간 지속되는 막연하고 불투명한 불안감은 스스로 이것과 투쟁할 것이지 아니면 회피할 것인지를 지혜롭게 풀어나가야 한다.투쟁할 것은 뒷일을 생각해서 투쟁하여 쟁취해야 마땅하고,승산이 없는 불명예스러운 것은 회피하는 것이 스트레스와 불안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어느 쪽이든 자신이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사안임을 잊어서는 안된다.인간의 내면에는 집착,고집,(자신의 평가를)외부적 기준에 맞추기,삶의 규칙을 어떻게 따르는가,∼해야 한다,절대로,항상,당연히와 같은 절대적이고 당위적인 언어를 자주 사용하는가 등도 스트레스 및 불안의 요소가 아닐 수가 없다.

 

 모든 상황은 중립적이고 협상이 가능하다.스트레스 및 불안을 심하게 느끼고 겪고 있다면 이 문제를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협상해 줄 전문가를 찾는 방법을 찾아 봐야 한다.앞서도 얘기했듯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려는 마음자세를 담대하게 갖는 것이 극히 필요하다.집착과 아집(고집),편향적인 자세는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더 부채질하는 원인이 될 수가 있다.특히 한국 사회는 양보,무소유,관용보다는 악착같이 자신의 것으로 쟁취해야 직성이 풀리는 기질이 강하다.또한 모든 일에 관여를 하지만 실상은 자신과 관계없는 즉 잇속이 없으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춰버리는 비겁함도 많이 엿보인다.정치 지도자 가운데엔 이런 부류들이 꽤 많아 눈에 거슬린다.

 

 사르트르와 키르케고르와 같은 실존주의자에 따르면,인간은 아무런 의미도 없이 차갑고 공허한 우주에 태어났다.허무와 고립을 이해할 때,비로소 '자아(Ego)가 생겨난다.실존주의적으로 산다는 것은 내가 실제 누구인지 정의하고 세상 속에서 나만의 고유성을 인정한다는 의미다.-P141

 

 개개인은 태어나면서 죽는 순간까지 고뇌와 번민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그것은 인간이 하나의 생물로서,무한한 삶의 파고 속에서 스스로 헤쳐 나가는 가운데 행복과 의미 있는 삶을 찾을 수가 있다.그래서 이왕 사는 바엔 삶의 무대도 넓은 사막에 자신의 몸을 맡기고,삶의 목표도 한계치를 넘어서는 수준의 목표치를 정해서 매진해 나가야 삶의 목표에 이를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하는 김에 악착같이 분투해야 하는 세상임을 잊어서는 안된다.그 과정은 쓰고 매콤하고 눈물이 날 정도이겠지만 노력에 대한 대가는 훈훈한 만족감과 성취감을 안겨 주기에 족하다.인간이 살아가는 길에는 고독,소외,죄책,두려움 모든 것이 아로새겨져 있다.스트레스,불안 모두 지니면서 살아간다.

 

 인간의 감정기제가 어떠하느냐에 따라 뇌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은 다양하다.부정적이고 통제불가능한 것들을 마음 속에 쌓다 보면 분노,원망의 아드레날린 호르몬이 점액질과 같이 몽글몽글 생성되고,긍정적이고 행복감을 느끼는 도파민,세로토닌과 같은 호르몬은 뇌와 신경계,마음의 치유에도 커다란 작용을 해 준다.요는 스트레스와 불안의 기제와 어떻게 융화해 나갈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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