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눈물 - 슬프도록 아름다운 삶이 춤추는 땅
장형원.한학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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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문명의 시원(始源)을 간직하고 있는 검은 대륙 아프리카는 거리로보나 감각적으로 보나 멀게만 느껴지는 곳이다.19세기 중반에는 유럽 열강들에 의해 사하라 사막 이남의 국경선이 제국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획일적으로 그어지고 침략과 수탈,약탈,인권 침해가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그러면서 20세기 후반으로 들어서면서 서구 자본의 도입에 따라 경제성장이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아직도 아프리카 오지에는 문명의 혜택을 보지 못한 채 부족 단위의 부족 공동체와 부족장에 의해 원시적,주술적,신화적 믿음에 의해 살아가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

 

21세기 인간의 이기적 본능에 의해 산업화,개발이 아프리카에도 침투되면서 그들의 삶의 조건과 질은 더욱 양극화 되어 가고 한 줌의 물과 한 줌의 곡식을 얻기 위해 치열한 일상이 전개되고,아프리카 역시 기후온난화로 인해 킬리만자로의 정상이 서서히 해빙화 되고 사바나의 열대 동물들이 먹이를 구하기 위해 민가를 습격하고 민간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등 심각한 우주의 대재앙의 조짐도 보여진다.순박한 모습의 아프리카인과 태초의 자연의 위대함을 간직하고 있는 아프리카 대륙에 이젠 기본적 생존욕구를 채우기 위한 치열하고 각박한 삶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MBC 다큐멘터리 3번째 눈물 시리즈가 된 이 글은 2명의 다큐멘터리 작가가 말리,케냐,에디오피아,모잠비크의 오지를 힘겹게 취재하면서 현지 주민들의 생활 모습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으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특히 오지는 문명의 혜택이 닿지도 않을 뿐더러 생활 수준과 의준 수준도 현대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원시생활 그대로 인데 부족장과 부족 공동체에 의해 삶을 이끌어 가고,그들만의 제도와 구조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도 인상적이다.그것은 그들만이 전통적으로 전해져 오는 성인의식,할례,전통 축제에서 보여진다.

 

검은 입술 문신 시술을 하는 풀라니 족 소녀,수리 문화의 입술 원반을 하는 여인,동그란 원 모양을 한 쇠를 달궈 갓난 아기의 뺨에 갖다 대는 마사이족의 특정 가문,동가족의 대축제가 그들의 전통과 주술 의식의 표본이고,중요한 것은 몇달 째 가뭄이 들어 토지가 말라가고 물이 부족해 흙탕물을 받아 음용하기도 하고 밥을 짓기도 한다는 점이다.또한 초지를 벗삼아 살아가는 사바나의 동물들도 물을 못마시고 탈수 증상이 격화되어 죽음에 이르는 것이 부지기수이다.자연 생태계가 파괴되어 간다는 생각을 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다큐팀이 취재한 말라,케냐,에디오피아 등은 현대문명의 기운을 받지 못하고 살아가지만 지금 사는 모습이 그들의 숙명이기에 인습적으로 그대로 받아 들인다.고된 노동과 수렵 등을 통해 생계를 꾸려 나가고 중요한 일은 부족장과 부족 공동체에서 의논하고 결정하는 등 일상의 시스템이 먼 옛날로 다시 돌아간듯 하지만 그들만의 고유한 언어와 인습,부족끼리 공고한 단결력,전통의식과 관념 등이 현대 속의 원시사회를 들여다 보는듯 했다.뜨겁게 달구는 축제 속에 모잠비크의 유부남이 남아공으로 원정 노동을 떠났다가 흑인 폭동에 휘말려 분신사하는 사건 등을 통해 치열한 생존법이 그들에게도 예외없이 침투되어 있음을 새삼 발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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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이 품은 한국사 다섯 번째 이야기 : 지명 유래 충청북도편 지명이 품은 한국사 5
이은식 지음 / 타오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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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네 본관이 어디니?"라고 물어보면 십중팔구 "그런게 뭐예요?" "저는 무슨 성의 한자를 씁니다." " 본관이 무슨 뜻이예요?"라는 식으로 대답을 한다.이것은 아이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 부모가 자식들에게 자신의 조상에 대한 뿌리를 제대로 가르쳐 주신 못한 탓이라고 생각된다.특히 서구화가 진전이 되고 개인주의 및 핵가족,가족의 의미가 붕괴되면서 족보,본관,조상에 대한 생각이 희미해져 가면서 자신의 뿌리는 서서히 사라져 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나아가 자신이 살고 있다든지 살고 있지는 않더라도 대한의 국토에 산재되어 있는 마을과 면과 읍,군 등의 행정명칭에 대한 유래 및 고사,전설,설화 등을 배우고 이해하며 인식의 폭을 넓혀 간다면 지난 한국의 역사 및 뿌리를 자연스레 학습할 수가 있으며 자신의 고유 정체성 및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부심마저 든다고 생각한다.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명을 제대로 앎으로써 지명 변천과 역사 속의 사건과 인물들을 이해하고 나아가 인간의 역사는 땅의 역사라는 것을 새삼스레 깨우치게 된다.

<지명이 품은 한국사>시리즈 충청북도편은 3개시,9개군에 걸쳐 이은식 사학자께서 14개의 참고문헌을 바탕으로 이야기식으로 편하게 들려주고 있다.남한에서 유일하게 내륙에 속해 있는 충청북도는 험악한 산세가 이어지는가 싶으면 넓게 펼쳐지는 곡창지대도 나타나고 시원하게 장관을 연출하는 호수도 독자들의 시선을 끈다.

 

삼국시대 충북은 신라에 편입되어 있으며 백제의 침입을 막기 위해 산성을 쌓고, 명나라 이여송은 충북의 산세가 명당 중의 명당이어서 그 혈맥을 끊으려 했던 고사도 나오고 있다.조륵의 자린고비에 대한 고사도 볼만하고 속리산의 속리에 대한 유래,단종폐위와 관련하여 세조가 지나간 상판리 칠복송 이야기,충주의 달래강 이야기,거렁뱅이가 추위를 녹이기 위해 잠들었던 볏짚단 아래가 수암보 온천이 된 유래 등이 매우 흥미진진하고 유익하고 이렇게 좋은 땅에 무궁무진한 고사와 유래가 담겨져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특히 조선은 유교를 국시로 삼고 있었는데 위기 및 난관이 닥칠 때에는 으례 불교 사찰에 들러 자신의 한계상황을 부처님께 의지하고 밝은 내세를 빌었던 것으로 보여지는 것이 특징 중의 특징이다.중생을 구제하고 윤회사상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민족의 혈맥인 아름다운 금강(錦江)을 휘감고 살아가는 산맥들로 둘러싸여 있는 충청북도는 산자수명 그대로이다.또한 저자가 사료에 입각하여 꼼꼼하고도 재미있게 글을 전개하고 관련된 지역의 현재 모습을 그림으로 보여주기에 이해력과 학습력이 배가 된다.한국의 내륙지방 충북의 뿌리를 이 기회에 알리고 지명에 얽힌 유래와 고사,설화를 학습하는 문화학습의 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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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좀 재미있게 살자 - 어느 카피라이터의 여행 요령기
송세진 지음 / 서랍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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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십대 중반을 넘어 아이들 교육,불안한 미래 및 노후에 대해 머리 지끈지끈 아프도록 고민하고 준비해야 하는 처절한 중년의 시기에 있다.내 경우는 고정급이 아닌 성과급에 있기에 매주,매달 생산성에 따라 수익이 정해지기에 고객들의 동태를 주시하고 관리해야 하는 일이 주임무이다.일상이 월단위로 흘러가고 생산성에 의해 나만의 희비가 엇갈리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가족들 눈치도 봐야 하고 내 자신의 처지를 철저하게 통제하면서 또 내일을 이어가야 한다.어쩌면 고달프기도 하지만 사람을 상대하고 사람을 관리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나만의 눈치 밥은 체득되었다고 생각한다.

 

옛말에 "늙어지면 못노노니 젊어서 놀아보세"라는 말이 있듯 젊었을 때 어디라도 다녀오면서 견문도 넓히고 추억을 많이 쌓아 가는게 좋은 것은 아는데 실상 경제적 문제와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 가고 싶어도 마음만 굴뚝 같은 것이 현실이다.누구는 매월 얼마씩 적금식으로 여행자금을 모아 가고 싶은 곳을 연례 행사마냥 보무도 당당하게 떠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만 하다.

그러나 내가 여행을 못떠나는 것도 남들이 들으면 한갓 궁상스러운 핑계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이것 저것 재다가는 가고 싶어도 나이가 들고, 아이들 교육문제에 신경 쓰다보면 세월만 흐르고 내 영혼에 남는 것이 없을 것만 같다.더 나이가 들기 전에 식구끼리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이나 대만에라도 훌쩍 다녀오고 싶고 그 곳에서 마음의 찌꺼기들을 말끔하게 씻기고 내일을 위해 재충전을 완벽하게 하고 싶다.

 

카피라이터의 여행 요령기(1997~2012)를 읽으면서 나름대로 재미와 부러움이 교차하였다.작가가 싱글이기에 누릴 수 있는 자유스러움과 시간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펼쳐볼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고 젊다는 것 또한 여행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자산이라고 생각된다.건강하고 발랄하며 호기심은 물론이고 낯선 땅과 물,사람들과의 거리낌없이 터놓고 말을 주고 받을 수 있는 호기(浩氣)가 중요하고,작가는 꼼꼼함이 몸에 배여 있는 탓인지 여행지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세세하게 전해 주고 있으며,여행을 떠나기 전과 여행지에서 주의사항 등을 일목요연하게 예비여행객들을 위해 넓은 마음으로 전해주고 있다.

 

지난 시절 내가 다녀 온 곳은 업무상,중국의 위해,청도,상해 정도이고 관광차 다녀 온 곳은 일본의 도쿄,나고야,오사카,교토,나가노 정도이다. 얼굴색과 체격이 비슷하고 한자 문화권이다 보니 커다란 이질감은 느껴지지 않았다.언어 또한 대학 시절 배우고 활용했던 결과 의사소통도 어렵지는 않았는데,중국은 대륙기질이 강하고 일본은 겉마음과 속마음이 다르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으로 다가온다.향후 여행지를 선택할 때도 단연 중국과 일본,몽고 정도일 것인데 그것은 동양문화의 유구함과 문명의 차이점들을 이해하고 정리해 보고 싶다는 것이 내 생각이고 계획이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젊은 호기와 적극성,사람을 좋아하는 마음만 있다면 어디든 떠날 수가 있을거 같다.그것은 작가가 보여 주는 부딪치는 요령,즐기는 요령,떠나는 요령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작가가 여성이다보니 미지에의 두려움과 공포심이 있을줄 알았는데 꽤 적극적이고 미지(未知)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하게 발동했고 직업적 특성상 해외출장 겸 해외여행이 많아서인지 여행에 대한 자긍심마저 살아 있었던거 같다.자유여행과 패키지 여행을 놓고 어느 것이 비용과 즐거움,낭만이 있는지를 생각케 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여행을 떠나기 전에 가고 싶은 곳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알고 준비해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들을 구분하여 치밀하고도 즐거운 마음으로 비행기에 오르는 연습을 머리 속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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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무대를 만들다 - 뮤지컬 신화 박명성, 열정과 도전의 공연기획 노트
박명성 지음 / 북하우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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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매순간이 정해진 각본에 의해 흘러가지 않는 예행 연습없는 연극이라고 생각한다.어떤 사람은 평범하게도 몸에 배인 습관과 타성에 의해 쉽고도 안일한 길을 찾아가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지평선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삶의 길이 다양한 갈래도 이루어져 있기에 편안하고 안일한 방법을 찾다가는 요즘과 같이 각박하고 험난하며 무한경쟁의 시대에서 도태되기 십상이다.나만의 인생,나만의 멋진 연극을 펼치면서 후회없이 잘 살았노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올까를 생각해 본다.

 

평소 문화생활을 자주 못하는 처지이기에 박명성 프로듀서의 글을 읽으면서 불현듯 내 마음 속에 꽁꽁 잠자고 있던 '끼'를 살려 내면의 무대에 당당하게 올라서는 모습을 그려 봤다.흔히들 연극은 돈이 되지 않아 한 자리에 오래 있지 못하는 삶이라고들 하는데 이 글에 실린 연극,뮤지컬의 삶을 살고 있는 연극인들은 참으로 프로근성과 사명감에 넘치는 분들과 꽉 차 있으며,박명성 프로듀서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인간미,자율성이 어우러져 연극 동료들간의 균형과 조화,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내내 가득찼다.

 

순수하게 창작된 연극 작품도 있겠지만 기존의 문학 작품을 각색하여 관객들에게 색다른 맛을 선사하고 감동까지 안겨준다면 금상첨화이고 뒤에서 총지휘하는 연출자에겐 예술과 경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가 있으리라.특히 <맘마미아>로 잘 알려진 박명성 프로듀서에겐 연극에 대한 그만의 의지와 열정,인간과의 교감 작용이 앙상블로 연결되어 과정은 힘들지만 훈훈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신경숙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도 작가의 허락을 받고 새롭게 각색한 것이 의외의 좋은 반향을 불러 일으키면서 제2,3탄으로 연결되어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각박하게 먹고 살다 보니 자신을 낳아 준 엄마의 소중함과 애틋함을 연극을 통해 자애로운 엄마의 사랑을 새롭게 확인했을 것이다.

 

연극을 하는 배우도 평범함과 특별함이 있는거 같다.평범한 배우는 자신의 최대 한계점이 어디인지 모르는 사람이고,특별한 배우는 자기 한계점이 어디인지 알고 그 한계를 계속 늘려 가는 사람이다. - 본문 -

 

사회 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에게도 적용이 될듯하다.또한 1등과 꼴찌의 차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빨리 간파하고 그 분야에 미치는 것이 자신의 잠재력과 능력을 활짝 꽃피울 수가 있고 그 능력을 검증받아 또 다른 목표를 향해 고군분투해 가는 삶 속에서 진정한 평범함과 특별함이 나뉘어지지 않을까 한다.나 역시 늦게 깨달은 삶의 목표를 향해 미친듯이 해 나가고 싶고 그렇게 살고 있다.

 

박명성 프로듀서는 인복도 참 많은거 같다.군대 조직과 같은 상하체계의 경직한 분위기 속의 연극 무대를 구상하고 지휘하기 보다는 개개인의 개성과 능력을 최대한 자율적으로 보장하되 문제점이 생길 경우에 지적하고 개선되도록 독려하는 그의 경영방침도 눈에 띄며,한 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진국과 같은 존재임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그를 애정으로 아끼고 마음으로 지원하는 지원군이 귀에 익은 인물들이라 반갑기도 했다.박정자,강부자,윤소정,김성녀,추상미 등의 배우이다.

작품의 흥행이 성공가도에 오르면 수입도 빵빵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배우,스탭,감독 등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순회 공연에 매달리게 되는데 배우,무대,관객이 일체가 되고 멋진 배경음악과 함께라면 연극의 진가는 배가 될거 같다.

 

"비즈니스를 할 때 항상 을의 입장에서 살아라. 그러면 상대방의 의견을 듣게 된다. 또한 상대방을 이해하게 된다.그래야 인생살이도 편하다." - 본문 -

 

간혹 아직도 조직사회에서 갑의 입장으로만 생각하고 말하며 남에게 질려고 하지를 않는다.대화가 아닌 일방적인 의견과 주장이 난무하기에 조직사회의 분위기가 경직되고 구성원간의 화합이 잘 안되며 오래 눌러 있지를 못하고 쉽게 이직을 하게 되는거 같다.엊그제 읽은 <멀티 플라이어>라는 도서를 통해 해당 조직의 조직원을 능력을 최대한 끌어 올리는 멀티 플라이어의 진정성을 생각케 하고 역으로 조직원의 잠재력과 능력을 깔아 뭉대는 디미니셔도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연극인의 삶에서 나와 너의 상생관계를 인간적으로 들려주는 멋진 인생의 표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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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숨은 골목 - 어쩌면 만날 수 있을까 그 길에서…
이동미 글 사진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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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가 협소하고 인구밀도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우리나라는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시범적으로 도시형 아파트를 세우게 된다.그것은 베이비 붐 세대와 농촌 인구의 도시로의 대거 유입에 따른 주택난이 가중되면서 좁은 공간에 다세대를 수용할 수 있고 편리하고 쾌적한 삶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구와 맞아떨어지면서 도시형 아파트는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게 된다.역으로 농촌은 인구 감소로 공동(空洞) 현상이 생겨나면서,국가에선 고육지책으로 농어촌 살리기를 제창하지만 이미 도시의 편리한 생활에 길들여진 젊은층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이미 어려운게 현실이고 농어촌으로 회귀하는 사람들도 농사를 지어보지 않아 과연 잘 버티어 낼지 의문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는 모든 분야가 집중되어 있기에 심각한 주택문제 해결이 급선무였고 집장만을 하기 위해 '주택은행(현국민은행)'에 청약저축을 몇 년간 부어야 아파트 당첨 1순위가 되고 꿈에 그리던 아파트에 입주할 수가 있다.그래도 부족한 돈은 집을 담보로 여기 저기에서 융자를 끌어와야 겨우 내 집마련에 안착할 수가 있는 것이다.나 역시도 청약저축을 부어 장만한 집이 현재 살고 있는 곳이다.

 

이 도서는 도시개발에 따라 얽히서 섥힌 실핏줄과 같은 골목길이 사라지고 바둑판과 같이 획일적이고 삭막한 아파트촌으로 변색되어 가고 있는 현재 서울의 모습과 예전의 모습을 추억과 향수를 살려 잘 그려내고 있다.군데 군데 남은 골목과 양옥집들,담대 가게,재래식 시장,철물점,고샅길 등이 그나마 옛시절을 떠올리게 하는데,한국의 전통과 혼이 살아 있고 삶의 고유 방식과 근간이 사라져 가고 투기와 비지니스의 상징물인 아파트 일색인 서울의 모습을 보면 답답하기 이를데 없다.

 

나 또한 486세대이면서 1980년대초 대학을 다녔다.본가는 전북이고 대학은 서울에서 다녔는데 대학시절과 신혼초의 서울의 모습은 판이하게 달라져 가고 있다.면목동에서 205번 버스를 타고 중간에 하차하여 대학까지 걷기도 하고,자취 생활에서 현재 살기 전까지는 이문동,성수동,중곡동으로 거처를 옮겨 다녔는데 서울에 친척이 있기에 가끔 놀러 가다보면 예전의 모습은 거의 찾을 수가 없고 반듯반듯하게 정리된 도로와 아파트만이 이방인을 대해 준다.

 

대학시절엔 재래식 화장식,연탄,재래식 시장,흙이 있는 동네길,인정이 살아 있는 쌀가게와 복덕방이 지금은 수세식,난방 보일러,대형 마트,시멘트로 뒤덮힌 아스팔트 길,전문 공인중개사로 변하고 모든게 저울로 달아 계산되기에 '덤'이라는 인정은 눈을 씻고 찾으려 해도 찾을 수가 없다.우리네 어머니,아버지 세대는 '덤'이 통용되었고 배려라는 동정심이 살아 있었다.지금은 그러한 것을 생각할 수도 없지만 그러한 덤과 인정을 얘기했다간 '세대차이'난다 할까봐 속으로만 옛시절을 삼키고 만다.

 

봄부터 겨울까지 서울의 구석질 곳들을 찾아 다닌 흔적이 물씬 배여 난다.역사와 문화,고단함과 인정,자연미가 살아있는 골목길엔 추억과 향수가 녹아져 나온다.국수를 손수 뽑고 계란을 도매로 팔며 시장을 보러 가면 콩나물,야채 등을 손이 크게 덤으로 얹어주던 그 인심은 이제 세월의 흐름 저 편으로 건너갔다.대신 정량화되고 정해진 가격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형식적인 인사가 전부인듯 하다.모두가 먹고 살기 바쁘고 각박하게 돌아가는 현대인의 삶에서 잠시 옛시절을 회고해 보는 쉼표의 장이 잘 살려져 있다.

 

 

양옥집 옥상에 햇빛이 내리쬐는 날 빨래를 걸어 놓으면 빨래는 바람과 공기,하늘과 대화를 나누며 꼬득꼬득 말라가고,철대문 편지통에 우편물이라도 왔을까 기대감으로 가득찼던 시절도 있었다.그 옆으로 좁고 길게 나 있는 고샅길에는 누군가 나를 찾아올 것만 같다.

 

 

잔서가 계속될 무렵 집 앞 마당에 빠알간 고추를 널어 놓은 모습이 평화롭기만 하다.고추 농사지어 겨우내 먹을 김치와 고추장을 담그기 위해 고추는 뜨거운 햇살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을 희생시키고 있다.바삭바삭 익어가는 고추 몸의 소리가 들려오는거 같다.저 멀리 뭉게구름은 농부의 마음을 알고 있는냥 인정사정없이 뜨거움을 고추에게 쏘아대고 있는거 같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둑이가 더위에 졸려 꾸벅꾸벅하고 멀리서 자식들 왔다고 플라스틱통에 참외,수박을 시원하게 담구고만 있을거 같다.

 

 

서울에서 자취하는 동안 철물점에 많이 다녔다.콘센트,전구,못,망치 등을 사러 갔던 것이다.또한 절친한 대학동창의 아버지는 평생을 철물점에서 돈을 벌고 자식들의 뒷바라지를 했다고 한다.세월과 함께 철물점의 '철'자의 받침 ㄹ 이 떨어져 나가고 입구 지붕은 수리를 안한 탓인지 얼키설키 잡동사니들이 바람막이를 해주고 있다.세월의 무상함만 느끼게 된다.

 

 

아무리 기업화된 대형 마트가 생기고 쿠폰을 주며 이벤트 행사를 연다고 해도 재래시장을 찾는 손님은 그 쪽으로만 발길이 돌려진다.과일,야채,곡류,간식거리,기프트 제품 등이 끝가는데 없이 자리잡고 있는 재래시장은 아낙네의 후덕한 인심과 출출할 때 술한잔에 맛깔스런 겉절이 김치도 맛이 그만이다.그래서 서울에 갈 일이 생기면 일부러 시간을 내어 재래시장에 가고픈 유혹이 식지를 않는다.

 

재래시장과 골목,인정이 살아 있었던 시절엔 동네 이웃들과 교류도 빈번하고 제사라도 지내면 이웃집과 제사 음식도 나눠 먹던 인정이 넘치던 시절이었다.지금은 범죄퇴치 차원에서 아파트에 들어갈려고 해도 이중 삼중으로 번호와 인식표,CCTV 앞에 신고를 해야 하는 절차가 있다.삶이 삭막하기에 사람들의 표정은 웃음이 사라지고 상대방의 눈치를 보고 무관심 그 자체이다.여름이 되면 삼베 옷을 입은 할아버지,할머니,이웃 아줌마들이 길목에 자리를 깔고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던 정겨운 시절은 내게는 추억과 향수로 짙게 남아 있다.그 시절이 있었기에 내 자식들에겐 '사람 사는 맛'이 무엇인지를 가끔씩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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