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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F/B1 일층, 지하 일층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6월
평점 :

김중혁작가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다.7개의 단편 소설 모음집이어서 내심 난독증이 올까 걱정을 했었는데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적인 환경 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가 단연 돋보이는데 그것은 기억과 경험을 밖으로 이끌어 내기에 한편으로는 친숙하고 한편으로는 작가만의 독특한 발상이 배여있음을 실감케 한다.특별한 점은 도시에 대한 미학과 건물에 대한 애정이 깊게 배여 있다는 점인데 7개의 단편이 하나의 건물 속에 담겨져 있고 층마다 하나 하나의 단편이 그대로 녹아져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C1+y=:[8]:라는 단편을 접하면서 작가는 지구가 멸망해도 바퀴벌레가 살아남는다면,바퀴 달린 것 중에는 반드시 스케이트보드가 살아남아야 한다는 믿는다는 것인데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콘크리트 정글로 쳐들어 가고 정글의 원리를 서울에 적용하고 도시의 속성을 파악하고 서울의 구조를 '정글짐'과 같은 단순 명료한 형태로 표현해 내려 했다.이것은 '정글짐'의 목표이면서 도시 속의 건물,사람과 사람의 부딪힘,SF적인 요소,기억과 향수를 끄집어 내면서 도시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이유와 속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2009 세계단추박람회'나 모 구청에 있는 '자연환경산림관리과'(바질),'슬래시 매니저'들의 모임인 '건물관리자연합'(1F/B1),정글의 미로를 그린 C1+y=:[8]:을 통해 동물들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만드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이것은 존재하는 것들을 한 곳으로 모으는 수집가적인 열정과,실재하는 재료들을 조립하고 해체하는 디제이의 성벽(性癖)이 잘 교차하고 있다.
'3개의 식탁,3개의 담배'에서는 10개의 숫자를 이용하여 등장하는 인물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알려주면서 한 시간에 1씩 줄어드면서 퇴장하는데 이것은 인간의 삶의 길이를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다.'유리의 도시'는 대도시의 빌딩숲이 거대한 유리의 숲이나 마찬가지이고 어느 유리가 먼지 추락할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 살아가는 도시인의 비애를 담고 있다.'바질'에서는 도시 뒤편의 야산을 배경으로 하면서 이야기의 분위기는 도시의 외곽으로 한적한 이미지와 연인과의 이별의 상처를 잘 그리고 있다.
도시의 이미지를 벗어난 얘기는 크랴샤와 냇가로 나와가 있다.'나'가 초콜릿 씨앗을 주던 미술학원 건물에 대한 기억(크랴샤)과 향수,천천(天川)의 자랑거리이고 싸움터의 대명사였던 백사장과 하마까 형님,통나무 김씨는 어디에서 살고 있고,성장기에 겪었던 파노라마와 같은 추억은 어디로 사라지고 희미한 기억(냇가로 나와)만 남아 있는지를 반추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흥미있는 부분은 아파트가 처음 등장할 때엔 건물관리자들이 지상에서 일을 보고 아파트 주민들을 위해 일을 했는데,컴퓨터와 CCTV가 등장하면서 건물관리자들이 지하에서 일을 보게 되었다는 점인데 하자보수 문제를 둘러싸고 신참 관리자와 고참 관리자의 알력과 주민들과의 불협화음이 소소하지만 삶을 쾌적하고 편안하게 해 주어야 하는 관리실 문제가 때로는 얄팍한 꼼수와 늑장 대응 등은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말그대로 홈세이프 빌딩이란 무엇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사람은 어머니라는 비좁은 공간인 자궁에서 태어나 하늘과 땅,자연을 무대로 살아가고 있다.산업화,도시화가 깊숙이 천착되면서 인간과 인간,인간과 대지를 생각하는 시간이 되고,김중혁작가만의 독특한 소재를 이용하여 옛 것과 지금의 것,마술과 환각,실재와 허구 사이를 잘 조명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