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인문학 - 서울대 교수 8인의 특별한 인생수업
배철현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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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 세계는 불평등의 연속이 아닐까 생각한다.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말이다.사회적 신분의 고하,경제적 소득의 고하,그리고 더욱 사회 구성원 간의 갈등과 벽을 조장하는 '끼리끼리'뭉치기는 완전하게 해소할 수는 없겠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완화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그것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주위를 넓게 보면서 자신을 성찰하고 타인에게 좀 더 사람답게 대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련다.물론 오랜 세월 자신의 입장과 신분에 따라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굳어졌기에 쉽사리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그런데 자신의 주위에는 자신보다 나은 사람만  사는 것이 아니다.결핍되고 소외된 계층들이 너무 많이 존재한다.일반인의 입장에서 이러한 계층들을 챙기고 배려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만 하다.앞서도 얘기했듯 스스로 성찰하면서 결핍으로 가득찬 이들에게 따뜻한 마음과 배려한다는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지금의 이분법적인 삶의 단층(斷層)은 조금씩 접착되어 가지 않을까.

 

 인간은 천생 죄를 갖고 태어난 사람은 없을 것이다.결핍.결손된 가정환경과 삐둘어진 인성에 의해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 범죄를 저지르고 죄값을 치뤄내야 하는 사람들이 많다.이들도 한때는 잘나갔던 사람도 있을 것이고,이해관계,갈등,원망,복수심,좌절 등이 얽히고설켜 개인과 사회에 커다란 부작용을 안기고 만 케이스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사회에서 죄를 지어 감옥에서 수감생활을 하는 죄수들도 교도소 생활규칙에 의해 자신의 지난 날을 수없이 성찰하면서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 나겠다는 각오로 가득차 있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게중에는 개전의 정이 없는 이들도 물론 존재할 것이다.그런데 누군가 정신적 결핍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운 이들에게 자신에 대한 자존감과 자기 성찰의 시간을 부여하는 것은 상생을 위한 초석이 되고 안정적인 사회기반을 이끄는 토대가 되어 주리라.

 

 2013년 서울대학교와 법무부가 교도소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교육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고 한다.이후 3년 정도 서울대학교는 한국사회의 낮은 곳에서도 등불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재정과 (교수들의)헌신적 노력에 의해 교도소 수용자들을 위한 인문학 공부 모임을 이끌었다고 한다.이에 앞서 2005년 노숙자들을 위한 인문학 과정이 있었는데 성공회대학교 '성 프란시스 대학'이란 이름으로 삶의 결핍된 자들에게 자신의 자존감의 고양 및 자아 성찰의 계기를 마련했던 것이다.낮은 인문학 과정은 수용자들에게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글을 쓰는 과제를 요구했는데,주요 내용은 감명 깊은 강의 및 자기성찰적인 내용을 담는 것이었다.

 

 8인의 서울대 인문학 교수들의 강의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이루어졌다.철학,종교,역사,문학이라는 삶에 대한 고민과 삶의 방향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주된 강의 내용은 평범하게 보이지만 깊은 사색과 성찰을 요한다.삶의 최고의 가치,행복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삶의 존재 이유,'과거'의 기억은 미래를 만든다,나와 우리는 누구인가,우리가 추구할 가치,삶의 목표,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 등을 소개하고 있다.극히 자신 위주의 삶에서 탈피하여 나와 우리 그리고 타인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사유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수용소에 있는 자들이 인문학 강의와 과제를 통해 그릇된 생각과 감정,행동을 깊게 성찰하는 동시에 자신의 주변과 넓은 세상에 대해 바르게 인식하고 이해하는 촉매역할을 했을 것이다.또한 이러한 계기를 통해 수용자들은 사랑과 용서,자비의 정신의 참뜻을 인식하는 동시에 깊고 영원한 죽음 이후의 세계까지 수용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서울대학교와 법무부가 주체가 되어 교도소 수용자들에게 가르친 인문학은 인간이 인간으로서 가야 할 길과 최종 목표 등을 새로운 시각과 관점에서 고찰했을 것으로 보인다.솔론이 말한 행복의 정의가 인상 깊게 다가온다. "잘 살아야 하고,명예롭게 죽어야 한다,그것이 행복이다."(P234) 또한 소유에서 삶의 의미와 목표를 찾으려는 현대인에게 프롬의 『건강한 사회』는 병적인 삶과 사회구조를 치유하기 위한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케 한다.특히 프롬은 자신이 속한 민족뿐 아니라 모든 민족과 인간을 똑같이 사랑하는 사해동포주의를 주창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아울러 인본주의적인 종교 및 철학이 목표로 하는 사랑과 지혜와 같은 인간의 이성적 잠재력을 충분히 실현하고자 하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내 삶의 마아트(진리,가치,중용)는 무엇인가를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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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전집 2 -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 50인 이야기, 전2권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7
플루타르코스 지음, 이성규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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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루타르코스 영웅전 전집 상권에 이어 하권 역시 두께가 만만치 않다.상권에서 소개된 영웅들이 27명이었다면 하권에선 23명이 소개된다.기원전 59년에서 기원전 43년 사이 로마 공화정 시대에서 제정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영웅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전집 상권은 영웅들이 활약하던 시기는 신화적,교훈적 요소가 강하다.반면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전집 하권은 로마 공화정 말기에서 제정(군주 정치) 시대에 걸친 시기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등장하는 인물들도 이미 접해서인지 눈에 익숙한 영웅들이 많았다.

 

 로마 공화정 말기 폼페이우스를 비롯하여 카이사르,안토니우스,브루투스 등의 인물이 눈에 띈다.이들은 제1.2차 삼두정치(三頭政治)를 이끌었던 인물들이다.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제1차 삼두정치는 로마 원로원의 눈을 피해 서로의 이익을 도모하고자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1차 삼두정치 주창자가 되었다.이들은 토지배분과 농지법 개혁이 주 목적이었다.이들과 대립각을 세웠던 이물은 카토아 키케로이다.나아가 제2차 삼두정치는 옥타비아누스,안토니우스,레피두스에 의해 결성되었다.이들은 공인된 형태로 정치.군사적 협약 하에 로마 공화정이 붕괴되고 제정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었다.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는 공동으로 브루투스와 카시우스를 격파한다.이 가운데 안토니우스는 풀비아,옥타비아,클레오파트라 7세를 아내로 둔다.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의 만남과 이별은 정치적 관계를 떠나 애절한 이별이 각별하게 다가온다.전쟁을 통한 영토확장과 정치적 동반자였던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의 죽음은 불행하게도 자살로 마감하고 있다.클레오파트라의 사인은 아직까지 확실치 않다.그 외 영웅들의 삶은 예측 불가의 선상에 있었다.영토 확장을 위해 또는 경제적 세력을 쌓아 가기 위해 두려움과 혼란을 담대함과 용기로 헤쳐 나가야 했다.로마 공화정 시기는 원로원들의 눈치를 봐야 했고,제정 시기는 사회적 공인 형태에 의한 영웅들의 자율과 타협에 의한 정치 공학이 가능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승리를 훔치기는 싫다"던 알렉산드로스는 엄청난 위험을 눈앞에 두고 확고한 신념과 미래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한 뒤 내뱉은 말이기도 하다.마케도니아에서 태어난 알렉산드로스는 동방원정 즉 페르시아 정복을 목표로 엄청난 병력과 광대한 영토를 손에 쥐고,백주에 넒은 평원 위에서 정정당당하게 결투를 벌여야 직성이 풀렸던 모양이다.전쟁 영웅인 알렉산드로스 삶 만큼은 관심 있게 읽었다.통치자보다는 전쟁 영웅이고 정복지에 헬레니즘 도시를 많이 건설했던 장본인이다.

 

 중국 삼국지에 다양한 고사성어가 소개되듯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는 익히 배웠던 글귀들이 꽤 등장한다.예를 들어 카이사르가 결단을 내릴 때 "주사위는 던져졌다"라고 한다든지 "세상은 법률이 지배하거나 아니면 무기가 지배를 하는 법"이다,"왔노라,보았노라,그리고 이겼노라." 등이다.자신의 능력과 재주가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웅변술로 널리 알려진 키케로는 천재적인 시인들에 의해 빛을 발휘하지 못한 인물이다.그 외 필설로 표현하지 못한 영웅들의 삶의 이력도 당대를 이끌어 갔던 불세출의 인물들이다.동.서양의 수많은 작가,예술가들의 영감과 감성의 촉매작용을 하는 플루타르코스의 영웅 50인의 면면을 통해 이상과 현실,구체적 삶의 목표 등을 이해할 수가 있어 값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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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전집 1 -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 50인 이야기, 전2권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6
플루타르코스 지음, 이성규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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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에서 태어나 로마 제정기를 화려하게 살았단 그리스 철학자 플루타르코스는 그리스.로마 시대의 영웅전을 일필휘지로 써 내려간 듯 막힘이 없는 서술력을 지니고 있다.플루타르코스는 기원 후 42년에서 120년 사이(?) 생존했던 인물로 서양 문명의 중심축이 될 수 있는 영웅들의 삶의 이력을 다채롭게 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플루타르코스는 철학자로 플라톤 철학을 신봉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문명의 힘이란 불가사의한 인물을 설정하는 한편 약간의 인유(引喩)와 일화를 활용하고 있는 점도 두드러진다.특히 플루타르코스는 등장 영웅들의 삶을 실제 있었던 것과 흡사하게 전개하고 있으며 특유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신화적 요소를 부여하여 서구 유럽인들의 문화 의식구조의 형성에 일조하고 있다.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중국의 『삼국지』에 비견될 정도로 서양인의 교양서이기도 하다.한편 서구 문명의 원점이라 할 만한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늦게나마 접할 수 있었던 나는 마음 든든함을 느끼게 되었다.비록 한 번 훑어 보는 식이 되었지만 시간을 갖고 두고 두고 읽어 보려고 한다.영웅들의 삶의 이력 속에는 정의,공정,도덕,희생이라는 정신을 비롯하여 개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타 및 처세술의 표준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전집은 상,하로 나뉘어져 있다.상.하 전권에 등장하는 영웅은 모두 50명으로 대부분 기원 전의 인물과 몇 몇은 기원 후의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이미 들어 본 영웅도 있지만 처음 접하는 영웅도 꽤 많다.그 만큼 그리스.로마시대의 영웅들의 삶을 제대로 접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상.하권으로 구성된 전집을 읽어 가다 보면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영웅들의 삶을 소개가 끝나면 둘 이상의 영웅들을 비교하고 있다.성격,공훈,지도력,국가관 등이 잘 그려져 있다.또한 영웅들의 삶의 이력은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들이 많다.정치가,군인,법무관,총독,집정관 등의 이력을 갖고 있다.플루타르코스의 박식함과 학문의 관대함에서 그리스.로마 영웅전이 탄생하지 않았을까.

 

 상.하권 모두 960여 쪽을 자랑하고 있다.상권에는 27명의 영웅들이 소개되고,하권에는 나머지 23명이 소개되고 있다.변명 같지만 한 번 읽고나서 영웅들의 면면을 압축 정리한다는 것이 매우 부담스럽기만 하다.또한 장황하게 나열하는 것도 서평의 모양새가 나지 않을 것 같다.아무튼 철학자로서,전기작가로서,치안관으로서의 플루타르코스는 도덕적.신앙적.정치적 특징에 접근하여 영웅전을 집필했던 것으로 보인다.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이외 전해지지 않고 있는 작품들도 수두룩하다.주로 고대 영웅들의 생애가 주가 되고 있다.평론집,비평집,에세이 등 문학과 관련한 작품과 논문도 상당하다.테세우스,로물루스,페리클레스 등 세인들의 귀에 익숙한 영웅들은 한 시대를 풍미했다.또한 서양인들의 의식의 중심에 각인되어 있고,감성과 창작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영웅들이 생존했던 시기의 대외관계,사회 제도,풍습 등을 상상할 수가 있다.그들의 삶이 동.서양의 사회적 지도자들에게 무언의 삶의 지침이 되기도 한다.내용 또한 매우 치밀하고 상세하다.영웅들의 전집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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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 여행 - 역사기행으로 읽는 일본사
하종문 지음 / 역사비평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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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이웃 나라 일본의 역사에 대한 지식은 과연 얼마나 될까.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말한다면 낮은 수준,낮은 점수에 머무른다.대학에 입학하기 직전 일본어를 배우면서 일본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싹트게 되었고,이런 저런 사유로 일본인을 알게 되면서 일본의 생활문화,역사를 알고 싶다는 소박한 희망이 일기도 했다.대학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일본 현지 생활체험과 개인적인 여행을 통해 본 일본의 생활문화,도서(이어령 저자의 축소지향의 일본인 등)를 통해 일본의 면면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집단적인 생활 방식과 타인에 대한 배려,규칙적인 생활 태도 등이다.

 

 나는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일한사전을 몸에 끼고 다닐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다.1980년대 초반의 일한사전이 아직도 건재하다.다만 세월이 흘러 종이가 누렇게 변색되고 군데군데 너덜너덜해진 부분은 있을지라도 단어 공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당시 일한사전 앞부분에는 고대 일본 지방명이 실려 있었는데,일본 지도와 함께 자주 쳐다 보면서 저절로 외우게 되었다.옛 지방명이 현재 일본 지방의 이름에도 자주 등장하곤 한다.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는 일본인의 실천적 의식은 현대 일본의 풍물에도 크게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일본사는 단지 상대를 제대로 알아야 상대와의 대처법을 마련할 수 있는 기틀을 잡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말도 일리가 있지만,한.일 관계의 흐름이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흘러갔다는 연계설을 중점으로 일본사를 이해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학습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는 이웃 나라를 일본이라고 부르지만 일본인은 일본국(니뽕고쿠)이라고 부른다. 북쪽 홋카이도에서 남쪽 오키나와에 이르기까지 주요 4개의 섬과 7,000여 개의 부속 도서로 구성되어 있다.구체적으로 일본은 1도(都),1도(道),2부(府),43현(縣)으로 이루어져 있다.1868년 메이지 유신 이전까지는 300여 개의 번(藩)으로 나뉘고,8세기 이후에는 70여 개의 국(國)으로 구분되어 있었다.근대 이전의 일본은 혼슈,시코쿠,큐슈가 일본사의 주요 무대였고,홋카이도와 오키나와는 일본의 강역(彊域)이 아니었다.19세기 후반 일본의 강역으로 편입되고,1945년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면서 쿠릴(Kuril)열도는 러시아에게 넘겨주고 말았다.쿠릴 열도 4개의 섬은 러시아에게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곳이다.

 

 일본은 죠몬과 야요이라는 고대사,율령국가였던 야마토(大和) 정권에서 나라(奈良).헤이안(平安) 시대,무사가 주도하는 가마쿠라(鎌倉) 바쿠후(幕府)의 탄생에서 무로마치(室町),일본의 통일과 태평의 시대인 전국(戰國)시대를 거쳐 에도(江戶) 바쿠후 시대,근대화를 상징하는 메이지 유신에서 태평양 전쟁으로,그리고 현대 일본을 이끌고 있는 아베 신조(2006년 취임) 총리에 이르기까지 일본 역사가 펼치던 인물과 공간 무대를 중심으로 엮어졌다.제1부는 답사로 찾는 일본이고,제2부는 역사로 읽는 일본으로 구성되어 있다.답사로 찾는 일본은 마치 독자가 각 지방의 역사 여행을 순례하는 기분이다.역사로 읽는 일본보다 역사적 현장감이 더 생생하게 다가오고,역사로 읽는 일본은 일본사의 지식을 한 올 한 올 엮어가는 기분이 들었다.일본의 근세는 번(蕃)의 다이묘(大名)를 중심으로 한 가신들의 내분이 끊이지를 않았다.19세기 중반 일본은 외세에 문호를 개방하면서 봉건적인 사회체제를 일신하면서 메이지 유신을 선포한다.주지하다시피 메이지 유신은 일본 사회를 서구적으로 변화시키면서 대외적으로는 영토 확장을 꾀하는 계기가 된다.대표적인 것이 사이고다카모리의 정한론(征韓論)이다.이후 조선과 불평등 조약(강화도 조약)을 체결하면서 한반도를 병탄한다.

 

 일본인의 시조는 한반도에서 건너간 사람이라는 것이 유력하다.한.일 역사 관계는 선린우호 관계도 있었지만,임진왜란,정유재란을 거쳐 구한말 일본의 강제적인 문호개방과 외교권 박탈,일제 강점기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속시원한 한.일 과거사의 정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4만∼3만 년 전의 구석기 시대부터 1159년 헤이지(平治)의 난까지의 고대사,1180년 겐페이(源平) 쟁란에서 1477년 오닌(應仁)의 난까지의 중세사,1559년 오다 노부나가의 오와리(尾張)통합에서 1843년 덴포(天保)의 개혁까지가 근세사로 분류한다.나아가 1853년 미국인 페리,우라가(浦賀) 내항에서 1945년 일본 항복에 이르기까지를 근세사로 분류한다.종전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는 현대사로 본다.일본 역사를 훑어 보면서 느끼는 점은 일본의 위정자들은 기회를 잘 포착하는 편이다.섬나라라는 지리적,환경적 요인인지는 모르지만 나라의 향방,살아갈 방향을 외세와 손잡는 것이라는 것을 일찍 깨닫고 실천했다.반면 한국은 근세는 사색당파의 쉼없는 싸움과 득실거리는 탐관오리가 백성들에게 행하는 가렴주구,무능한 왕과 일신의 안위에 빠진 신하들의 정치관으로 국론이 분열되면서 일본에게 먹히고 말았던 것이다.일본사를 접하면서 단지 일본을 안다는 차원에서 올바른 한.일관계를 인식하고, 한국이 세계 무대의 중심에서 어떻게 방향타를 잡아 가야 할 것인가를 사색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한국 위정자들의 실속 있는 외교전략과 심하게 균열(龜裂)되어 있는 사회 구성원의 상생이 실현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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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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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욤 뮈소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남.녀 간의 로맨스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여느 로맨스와 크게 다를 바는 없지만 목숨을 건 사랑이 주를 이루고,때론 지고지순하고 따뜻하게 남.녀 간의 체취가 남아 있을 법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좋아한다.게다가 블록버스터 영화와 같이 숨막히는 공간적 분위기와 쫓기고 쫓기는등장인물들의 사생결단의 시간은 독자를 당연 매료시키고 만다.그래서인지 읽는 속도감과 흡인력은 어느 작품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있겠다.게데가 내가 느낀 귀욤 뮈소의 작품의 특색이 천편일률적인 것은 아니지만 남과 여의 사랑,우정,배신이라는 3중주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점은 부인할 수가 없다.

 

이번 『지금 이 순간』은 색다른 소재와 스토리 전개로 기욤 뮈소 작가의 색다른 면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그것은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의 행적을 들춰내면서 미스터리한 부분을 풀어내는 데에 있다.24방위 바람의 등대의 비밀을 풀기 위해서는 24년의 시간여행을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었다.과거 시간여행이라는 과정은 밝고 선명한 것이 아닌지라 다소 신비스럽고 미묘하게 다가오기도 했다.친부가 아니면서 친부로 알고 살아 온 아서 코스텔로는 어린 시절 프랑크 코스텔로 아버지에게 "인생에선 어느 누구도 믿어선 안 된다"는 말을 가슴에 안고 살아 왔다.세월이 흘러 아서는 의예과를 졸업하고 인턴과 레지던트 생활을 하는데,프랑크 아버지에게 재산 상속을 받게 된다.그것은 가문의 소유인 24방위 바람의 등대였다.등대는 조부 설리반 코스텔로가 사들였지만 조부의 생사는 밝혀지지 않은 채 미궁에 빠져 있다.24방위 바람의 등대 지하실 벽면 안쪽의 철제문을 열어서는 안된다는 조건을 제시하면서 프랑크 아버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난다.

 

 그런데 조부 설리반 코스텔로 할아버지는 블랙웰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생존해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아서는 조부를 정신병원에서 빼내게 된다.그리고 프랑스 아버지에게 상속으로 받은 24방위 바람의 등대의 비밀을 털어 놓게 된다.그 시기 아서는 배우이고 모델인 리자를 알게 된다.둘은 공모하여 조부를 정신병원에서 호흡을 맞춰 빼내는 데 성공하지만,아서는 병원경비원에서 흠신 두들겨 맞는다.남자와 여자는 육체적인 사랑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인 사랑이 중요할 때도 있다.아서와 리자는 만나는 회수가 늘어나면서 몸과 마음이 가까워지면서 풋풋한 육체적 사랑도 나누게 된다.둘의 사랑은 한몸이 되어 두 아이를 낳게 되는 기쁨을 안게 된다.한편 아서의 조부는 24시간 바람의 등대의 지하에 있는 철제문의 비밀을 하나 하나 밝혀 간다.조부 설리반이 말한 24년의 세월이 단 24일로 집약되었다.힘들고도 기뻤던 시기였다.조부에게 상처가 된 사랑과 운명의 얘기도 함께 들려 주었다.그리고 1990년대 초반부터 2015년까지의 지구촌의 주요 소식들을 곁들여 전해 주는 상큼한 뉴스도 빼놓을 수 없었다.

 

 스물 네 번째 시간여행을 끝내는 날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이 글은 24시간 바람의 등대의 진실과 두 남녀의 운명과도 같은 사랑이 지금 이 순간만이 최고(最高)라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진실을 일깨워준다.일종의 '까르페 디엠(현재를 즐겨라)'라는 문구가 상기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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