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세시기
홍석모 지음, 정승모 옮김 / 풀빛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동국세시기는 설과 대보름 등을 포함하여 사계 속의 24절기를 통해 생활의 리듬과 농경에 따라 적시에 대처할 수 있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져 있기에 생활 문화적인 측면에서 어린이에서 어른에 이르기까지 두루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조선 후기 홍석모(洪錫模)가 지은 이 글을 저자인 정승모가 편역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동국세시기가 탄생되기 전 조선에는 설과 보름에 관한 풍속을 간략하게 시로 엮은 것밖에 없었기에 홍석모저자는 초나라 풍속 36종을 지은 종름(宗檩)의 형초세시기의 영향을 받아 절기별로 풍속을 구체화하고 정리한 것으로 보여진다.계절에 따른 사물이나 행사 등을 나열하고 있는데 그 의미는 서경에 나오는 "요 임금이 말하기를,하늘의 역수(歷數:제왕의 대통을 이어감이 천체의 운행과 기후의 변화가 철을 따라서 돌아가는 순서와 같다)는 너의 몸에 있다"라는 문구에서 찾을 수가 있다.

 

 

요근래 초등학교에서 우리문화에 대해 소개하고 관심이 높아져 가기에 조상들의 삶과 지혜,풍속 등을 관심을 갖고 학습해 나간다면 우리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생활의 지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된다.아울러 어렵게고 재미가 없는 사회과목 안에 우리문화는 천대받고 사라져 가는 세시풍속을 관심과 애정으로 우리의 역사,문화,조상의 숨결 등을 살피고 확인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정월부터 섣달까지 제목이 23항목이며 해당월에 행해지지만 구체적으로 날짜를 잡을 수 없는 행사는 월내(月內)로 구별하고 맨 나중에는 윤달 행사를 붙인 것이 특징이다.또한 특기할 사항은 풍속 밑에 전설이나 기록물 가운데 부합되는 것을 채집하여 유래와 출처를 증명한 것도 특징이며 내용상 부족한 부분은 경도잡지(京都雜誌)와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로 보완되었다.

 

 

한 해를 준비하는 정월은 원일로 표기하며 입춘을 지나 농사가 시작된다.삼짇날,청명,한식,초파일,단오,유두,칠석,백중,추석,중양절은 파종하여 벼를 거두는 수확기까지 이어지게 되고,겨울나기 안에는 상달,동짓달,섣달 그리고 맨 나중에 윤달이 소개되어 있다.태양의 움직임과 세시에 따른 농경 문화,백성들의 생활상과 풍습이 세시기에 잘 나타나 있고,사람이 태어나서 죽을때까지의 관혼상제 등의 세습도 이해할 수가 있었다.

 

 

 

특히 동국세시기에 언급된 풍속 중에는 음식에 관한 부분이 많다는 점인데 이는 양반 사족(士族)들의 보양(補養)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는 것으로 풀이되며 기일,패일,새 쫓기,가지 많은 나무 외양간 뒤 세우기,신일(愼日),일월신 등의 99가지 항목을 보면 농경 문화에서 보여지는 주술과 부적 신앙의 영향이 크다는 점도 특징이라고 할 수가 있다.또한 조상을 섬기는 유교국가이다 보니 조상 숭배 사상이 짙다는 것도 간과할 수가 없다.

 

 

조상이 계시지 않았더라면 내 몸이 어찌 태어났겠는가?라는 한문이 있듯 자신이 낳아준 부모님과 자신이 속해 있는 전통사회의 생활상과 풍습,인습 등을 제대로 이해하고 현대 생활에 접목시킨다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우리문화가 다시 복원되고 세시풍속을 통해 조상들의 지혜를 대대로 이어나가지 않을까 한다.나는 동국세시기를 통해 알고 있었던 풍속과 새로 접한 부분에 대해 지적호기심과 조상들의 지혜,전통문화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이해하게 되어 다행스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고기 여인숙 - 어느 섬 여행자의 표류기
이용한 지음 / 링거스그룹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받으면서 성장하고 생각과 감정,이해와 사고,생존의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몇 십년을 어디에서 살았든 새로운 타지를 향한 설레임과 사명감을 띤 일상은 개인에게 무한한 상상력과 호기심 때로는 그곳에 안착하여 살고 싶어지게끔 그만한 매력이 듬뿍 담겨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협소하고 공기 탁하며 인간미가 없는 대도회지보다는 망망대해마냥 넓게 전개되는 수려한 풍광을 갖춘 자그마한 섬마을이라면 집뒤는 산이고 앞은 푸른 바닷물이 넘실대는 광경은 생각만 해도 아니 가고선 못배길 것이다.

 

산촌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는 짭조름한 바다 내음과 어머니의 품과 같은 넓은 바다를 동경할 때가 참 많다.바다 속에서 생산되는 싱싱하고 살아있는 생생한 어촌의 바쁜 일손과 투박한 어민들의 삶도 뭍에서의 삶과는 살아가는 방식만 다를 뿐 먹고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그 속에서 기쁨과 만족,행복을 찾아가는 것은 어디나 오십보백보이겠지만 한치의 오차도 없이 틀에 갇혀 사는 현대인일수록 바다가 주는 위안과 힐링은 어디에 비할 수가 없지 않을까 싶다.그만큼 바다는 사람과 자연을 하나로 만들어 주는 마력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섬에서 태어나고 섬에서 생을 마감하는 토박이 섬사람들은 바다와 섬이 주는 일상성과 향토적인 문화를 간직하면서 첨단을 달리고 있는 탈산업화를 비웃기라도 하듯 그들만의 생활 방식과 토속적이고 전통적인 삶을 보노라면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삶에 젖어있는 외지 사람들에겐 하나의 삶의 본보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끝없이 펼쳐지는 망망대해 위에 뽀얀 포말이 넘실대고 만선의 기쁨을 안고 포구를 향해 물살을 가르는 어민의 순박한 웃음 속에는 삶의 기쁨과 만족이 가득 배여 있을 것이다.

 

바다가 그립고 바다를 사랑하는 저자는 서해 백령도에서 남해의 자그마한 섬들을 발품을 팔아가면서 섬에 숨겨져 있는 독특함과 생경함을 통합하여 그만의 언어로 독자들에게 섬의 미학을 풀어내고 있다.느림의 미학으로 잘 알려져 있는 청산도와 증도(甑島)를 비롯하여 서해 끝자락에 있는 가거도(可居島),최남단 마라도,초분(草墳)을 간직하고 있는 도초도와 송이도의 조상 숭배사상,정약전선생의 유배의 향기가 묻어나는 흑산도 등 크기는 제각각이지만 자연환경과 생존 방식은 엇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천혜의 자연 풍광과 내리쬐는 햇살에 어부의 피부는 검게 그을러 가고 죽도록 바닷일에 매달리면서도 병원 신세 지지 않으려는 그네들의 순박하고 억척스러운 일상은 편안함과 안일함,요행을 바라고 살아가는 몰지각한 일부 계층들에겐 성찰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때묻지 않고 주어진 자연환경에 묵묵히 살아가는 그들에게도 외지인의 손길이 잦아들면서 어촌은 때아닌 개발붐으로 어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 주기도 하는거 같다.즉 개발에 따른 해안도로 건설,방파제 공사,해안 모래밭의 오염과 훼손,여름철 해수욕장의 인파는 어민들의 삶터를 일그러뜨리고 (갯벌)생태계에도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기에 개발과 보존이라는 양면성에서 웃고 우는 자의 삶의 질적 차이는 크지 않을 수가 없다.

 

물고기들이 보금자리인 바다물을 벗삼아 유유히 유영하고 순환적으로 살아가듯 어민들에겐 바다가 토양이고 바다 물고기들이 자산이며 가치인 것이다.너른 바다 위에 평화롭게 떠다니는 갈매기들의 무리는 어선의 냄새를 배 위를 배회하고 만선으로 보잘것 없지만 싱싱한 회에다 다반사로 먹는 반찬으로 기쁨을 나누는 소박한 그들의 삶은 또 하나의 경이로움을 안겨 준다.

 

바다는 육지와 달리 해풍이 자주 발생하고 해무가 자주 끼다 보니 일기의 변덕이 심한거 같다.일기의 좋고 나쁨,그날의 일진에 따라 어민들의 생활은 기폭이 들쭉날쭉하지만 바다 위에 떠있는 햇빛을 받으며 꼬득꼬득 말라가는 각종 어물들과 기다란 간지대에 메주가 떠가는 풍경은 매우 평화롭기만 하다.그리고 그 섬들에는 오래전부터 문인들의 숨결과 발자국이 묻어나기에 섬을 배경으로 한 마음을 울리는 글들이 그렇게도 탄생했나보다.시간이 있고 없음은 마음이 있고 없음과 같다.느리면서도 전통을 지키며 삶의 애환이 듬뿍 묻어나는 섬마을로 마음의 위로와 미학을 체험하러 가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 마흔이라면 군주론 - 시대를 뛰어넘는 '세상과 인간'에 대한 통찰 Wisdom Classic 7
김경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학창시절엔 사회성 우등생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 도덕과 윤리적인 인재를 기르는데 초점을 두고 학생들을 가르쳐 왔기에 그러한 과정 속에서 체득한 학습적 요인이 어른이 되어서도 뇌리에 잠재적으로 깊게 남아 있다.즉 선과 악,장자 원칙,예의염치 등이 내게는 몸에 배어 있는거 같다.다만 이러한 정신적 학습과 유산이 현대 생활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절감하게 되는데,농경문화의 유산인 공동체 생활 속에서 돈과 물질이 좀 부족해도 품앗이와 나눠 먹기,챙겨 주기와 같은 미풍양속이 이제는 골동품과 같은 유산으로 남아 있는 것은 현대사회의 물질문명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된다.

 

개인의 생각과 감정이 시대와 사회,환경을 영향을 받는다면 나아가 조직과 집단,국가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유학파가 나라를 이끌어 갔고 해방 후에는 미국 및 구라파 유학파들이 정책과 정치의 핵심역량이 아닐까 싶은데 일본 및 서구 모두 자본주의를 위시한 물질문명이 나라를 이끌어 가는 커다란 요체가 되었음은 부인할 수가 없다.또한 개인의 힘보다는 집단과 조직,사회적 결집력이 강한 다수의 여론이 중요시 되면서 이상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을 잘 조율하고 조화를 이루어 나가는 조직,사회,국가가 오래 멀리 발전적인 방향으로 힘을 모아 갈 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입각한 이 글은 이상적인 말과 행동보다는 현실적인 방향에서 조직과 사회를 이끌어 가는 것이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고 '세상과 인간'에 대한 통찰을 음미하는데 매우 유익했다고 생각된다.

 

인간의 두뇌는 자신의 본성과 이기적인 관점에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는데 이는 인간이 먹고 마시고 수면을 취하고 내일을 설계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돈과 물질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돈이라면 마귀도 마음대로 부린다'는 일본 속담도 있듯 돈과 물질이 살아가는데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생각된다.돈과 물질은 추구하면 할 수록 그 끝은 무한대이기에 자신에게 적당한 선이 어디까지인지를 선택하고 조율하는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머리 속에 지식과 정보,지혜를 충분히 갖추면서 사회 조직 안에서는 위계질서,역량,생산성을 모으기 위해 자신만의 힘과 역량을 쌓아 나가야 하고 좋은 인간관계는 일방적인 평행선보다는 주고 받는 것이 최선이며 남에게 기대고 받으려는 생각보다는 차라리 '두려움'을 받는 것이 자주와 자립의 정신을 함양하는 데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특히 조직 안에서 실력과 능력이 없으며 비전을 제시해 주지 못하는 상사 앞에서는 단호하게 'NO'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담대함이 필요하며 리더다운 리더를 만났을 때 서로가 목적과 수단을 십분 발휘해 나가는 긍정적 파워가 저절로 발생한다고 생각된다.

 

 

정치철학자 최장집 교수의 '이상의 정치'와 '현실의 정치'라는 두 개의 흐름으로 정치철학을 분류 소개하고 있는데 이상의 정치를 대표하는 인물은 플라톤이고 현실의 정치를 대표하는 인물은 마키아벨리인데,그가 강조하는 점은 현실 정치의 개념이 한국 사회에 취약하다는 점이다.소위 '착하게 살자'보다는 '살아남아 함께 번영하자'라는 실질적 현실론에 근거한 냉정한 성찰과 실천적 노력은 다수의 대중을 공감하게 하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현대 조직론에 있어 군주와 같은 리더는 치열한 경쟁하에서는 도태되기 십상이다.조직을 장악하고 분명한 원칙을 세우고 신상필벌로 조직을 이끌어야 목적과 수단이 좋은 결과를 발휘하게 되는데,극한 대조를 이루는 이상과 현실의 중간 지점에서 실제적으로 조직이 이끌어 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조직을 강하고 발전적으로 이끌기 위해 겉으로 드러나는 거짓말,기만,책략 등은 현대 사회의 조직과 리더자의 말과 행동에서 무수히 발견하게 되는데 이것은 조직의 생존을 위한 기본 방식으로 작용하고 이러한 이중성의 변주를 이해하고 구사하는 것이 고수 리더의 필수 덕목이고 역량으로 보여지는데,대화와 소통이 단절된 리더가 대다수의 조직원,대중들을 상대로 수익모델을 찾으려는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인 발상은 용납하기 어렵다.

 

 

조직의 리더는 조직을 이끌어가기 위해 명분과 실리를 충분히 확보해야 조직원이 심리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익을 위해 구체적 행동에 나설 것이다.물론 좋은 명분 뒤에 좋은 실리가 따라 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부지기수인 것이 현실이다.세네카는 "행운은 기회와 준비가 만났을 때"라고 말하고 마키아벨리는 하늘이 내린 운명과 인간의 노력이 각각 절반씩 인간사를 규정한다고 보았는데 공감이 되는 부분은 운명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사전 준비','시대정신','대담성'의 3요소가 일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부모에 의해 태어난 개개인 앞에는 순항보다는 역풍과 고난이 무수할 것이다.자신에게 주어진 사명과 선결과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위에서 제시한 사전 준비,시대정신,대담성을 평소 연마해 나가야 하며,이해력,사고력,표현력이 보다 긍정적으로 표출되고 나와 너,나와 다수를 위한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생존 전략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고도 일관성 있게 보여준다면 그 조직은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얻으리라 생각된다.현대인에게 있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필수충분조건을 갖은 처세의 덕목이라고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막에서 연어낚시
폴 토데이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글을 쓰는 작가는 다양한 경험과 상상력과 전개력을 바탕으로 놀라운 필치를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과 이미지를 오래도록 안겨주리라 생각한다.임팩트한 소재 선정과 참신한 전개 과정,등장 인물들간에 이해관계가 잘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과 같은 글이 바로 <사막에서 연어낚시>가 아닐까 한다.

 

황량하고 고온으로 일교차가 큰 사막에는 지하 깊은 곳에 석유라는 천연자원이 있기도 하지만 대개는 매력적으로 곳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하지만 사막이라는 곳에 '연어'가 살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고 관광객과 낚시꾼들로 붐빈다면 상업성과 관광지로 각광을 받지 않을까 한다.독특하고도 참신하며 흡인력을 안겨 주는 이 글은 읽는 내내 언제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수가 없을 만큼 재미와 흥미를 안겨 주기에 충분했다.

 

영국의 어류학자 프레드가 사막에 연어를 방류하고 사막의 생태계를 변모시킬 프로젝트를 구상하면서 보수적인 영국 수상 관저의 비서진,의원 그리고 예멘의 모하메드 족장의 적극적이고 사교성이 맞물리면서 사막의 연어낚시 프로젝트는 등장 인물들이 주고 받는 일기,공문 등이 발빠르게 전개의 힘을 더해가고 프로젝트가 성공리에 끝났을 때엔 인간이 생각하는 일에는 불가능이란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회귀성 연어를 알레인 건곡(乾谷)에 방류하고 그곳에서 낚시를 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낭만적이고 창조적이라는 느낌이 많이 든다.건곡에 상류와 하류,연어가 서식할 수 있는 자연적인 생태계를 잘 꾸며야 하는데 그러한 과정을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문제를 빈틈없이 해낼수 있을지도 관심거리였는데,이것은 영국과 예멘이라는 국가 대 국가라는 차원의 사업이니 만큼 보수적이고 신중한 영국에선 의원들이 민심을 얻기 위한 전략으로 나오고 예멘은 연어낚시로상업적인 메커니즘이 맞물려 재미와 흥미를 더해 갔다.

 

연어낚시 프로젝트를 앞두고 과학기술적 연구,생태 모형 구축,환경에 미치는 영향,수로의 용존 산소량,세균 표본 등을 심도있게 논의가 되고,구체적으로는 물고기 양식장비를 다루는 전문 제조업체를 만나고 건곡에 설치할 저장소 설계 열대 어류를 운반하는 탱크 제조 회사를 만나 연어를 공수할 운반 탱크를 제조할 방법 등도 인공 건곡을 만들기 위한 까다롭지만 연어를 위한 절차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얽히고 섥힌 복잡한 과정이 분해된 장난감이 하나로 합체되는 묘한 순간을 맞이하는 기쁨과 환희를 맛보는 순간이기도 했다.

 

프레드는 금융분야 전문가인 아내 해리엇의 조언과 살가운 애정이 그의 프로젝트에 정신적인 힘을 불어 넣어 주고,알레인 건곡에 연어를 방류하면서 프로젝트는 멋진 테이프를 끊게 된다건곡의 수로를 빠져 나온 연어가 강으로 흘러 들어가면 낚시꾼들이 낚시대를 들고 사진사를 향해 멋진 낚시 포즈를 취하는 광경은 생각만 해도 낭만적이고 위대한 여행이 될거 같다.

 

보수적이고 까다로운 영국 정부 산하 관련기관이 연어낚시 프로젝트에 대해 승인이 나고 예멘 알레인 건곡 수로에 연어가 방류되는 것을 보면서 과학기술의 진보적인 발전과 쾌거를 다시 한 번 상상해 보고 무료하고 따분한 일상을 벗어나 즐거움과 낭만을 느껴보는 계기가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국 남자의 문제
하워드 제이콥슨 지음, 윤정숙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다양한 민족과 언어가 살아 숨쉬고 포용하고 있는 나라인 영국에 중년 남자 둘과 인생의 황혼을 맞이하고 있는 남자들의 얘기는 이와 비슷한 나이,처지에 있는 사람이라면 읽으면서 자신의 삶을 한 번쯤 되돌아 보고 '나'라면 지근에 있는 벗과 멘토와의 관계를 이어가야 할지를 잔잔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사십대라면 어느 나라이든 어깨에 짊어진 삶의 무게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가정에서는 자식들의 교육과 노후 문제,부부간 사이,경제 문제 등으로 안팎으로 고민과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을 텐데 이 글에서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문제보다는 민족성(유대민족)과 관련한 얘기가 주를 이루고 유대민족이 시대와 역사 속에서 어떠한 점철을 밟아 왔으며 유대민족의 우월성과 비중을 놓고 경계인에 처해 있는 주인공 트레스러브는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데,친우인 핑클러와 옛 스승인 리보르가 그에게 전해 주는 얘기를 통해 그는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다소 우유부단한 면을 보여 주고 있다.

 

주인공 트레스러브의 삶은 작은 불운들의 연속이고 홀로 한창 클 나이에 있는 두 아들을 부양해야 하는 시기이며 늘 고민과 번민의 연속이다.그에 비하면 핑클러는 다소 쾌활하고 이지적이며 유대민족에 대한 우월성을 트레스러브에게 전하고 스승이었던 리보르도 인생의 황혼기이지만 지적인 면에서는 시들지 않은 맑은 정신을 간직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트레스러브는 헤프지바라는 여인을 맞이하면서 그의 삶은 예전보다는 활기를 되찾게 된다.하지만 청소년기에 있는 두 아들은 헤프지바를 마음적으로 멀리하게 되는데 트레스러브에겐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고 헤프지바가 그를 알아주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위안과 희망을 찾게 되고,영국 유대 문화 박물관의 부큐레이터로 일하는 트레스러브에겐 유대인의 친구,스승,헤프지바를 곁에 두고 그들과 주고 받는 만남과 대화를 통해 자신과 헤프지바와의 관계를 묶어 주고 떠나게 하려 했던 이중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트레스러브는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다.

 

결국 트레스러브는 헤프지바와의 사랑이 식어가고 친구인 핑클러를 비이성적으로 질투하며 유대 문화 박물관에 대해서도 반대하게 되는데, 이것은 모두가 스승인 리보르가 꾸민 고단수의 계략이라고 생각한다.그의 삶 자체가 소극(笑劇)이고 우스꽝스러운 것투성이로 끝나게 되는데 그것은 그에게 비극이나 장려함은 애초 없었던 것으로 보여진다.그는 과연 유대 문화 및 유대민족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 했던 것일까?

 

가정을 갖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막중한 의무를 띠고 있는 중년의 남자는 점점 더 행동반경이 좁아지지 않는가라는 생각을 해본다.절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의 관계도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거리감이 더욱 멀어지며 그 숫자도 줄어들게 되는게 서글프기도 하고 씁쓸한 맛을 느끼게 된다.이해관계로 맺어지지 않았던 사이일지라도 삶의 시간과 세월 속에서는 보이지 않은 생각과 감정 등의 문화적 갭이 온존하고 있음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데,민족이라는 문화적 갈등과 경계선상에 있던 주인공 트레스러브는 정신적으로 휘청거리는 몸을 비틀거리며 한 잔의 술로 그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