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수민족의 눈물
장샤오쑹 외 지음, 김선자 옮김, 루셴이 외 사진 / 안티쿠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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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중국은 56개의 소수민족이 어우러져 하나의 중국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중국 중앙정부는 산업개발과 도시화라는 문명의 발전에 따라 소수민족에 대한 다양한 정책과 교육시스템을 부여하면서 소수민족 고유의 언어와 문화 등도 차츰 사라져 갈 위기에 있다.이 도서에 소개되고 있는 소수민족은 말그대로 중국 서남부의 변방 오지에서 전통과 문화,인습,공동체 생활을 영위해 가고 있다.이들의 인구는 대부분이 1만명이 되지 않은 적은 인원으로 전해 내려 오는 신화와 전설,구담으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해 나가고 있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중국이 1980년대 이후부터 1가구 1자녀 갖기가 본격화 되면서 농경사회와 부락민,공동체 생활을 하는 그들에게 인구마저 감소되고 있지만 전통과 인습을 지켜 내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마을의 사랑과 수호신으로 숭앙받는 지눠족(基諾族) 바스의 사랑의 노래,다바교(達巴敎)의 영혼과의 대화,바사 남자의 놀라운 사냥 실력과 장례식,조상의 영혼을 깨운다는 쟈취마오(加去苗)의 고장절(牯臟节),제사에 쓰이기 위해 소를 잡는 의식,풀 잎으로 임신과 낙태를 가능케 하는 신령스러운 약사의 손길,죽은 이에게 두 필의 말을 바치는 나시(納西)족과 화장(火葬),큰 나무뿔을 머리에 묶어 성장(盛裝)을 하는 장각마오 여인들과 12,3세에 남녀간 연애가 시작되는 것 등이 매우 특이하고도 신비스럽게 다가온다.그들은 현대화의 물결과는 상관없이 옛 모습과 인습을 그대로 지켜 가는 희귀한 존재이다.

 

그들에게도 중앙정부의 관리가 들어가고 행정촌이 건설되면서 그들의 고유 언어와 풍습이 사라져 갈 위기에 있다.촌장과 당 지부 서기가 주재하면서 중앙정부 측의 기능을 행사하고 있지만 아직은 채로와 귀사,행정촌장이 고유의 영역을 간섭하지 않고 도우면서 그 지역을 유지하고 있다.자연적 지도자,정신적 지도사,마을의 문화적 수준을 높이는 마을 관리자가 나뉘어져 있다.시간이 흐르면 자연적이고 정신적인 지도자는 산업화와 물명의 발전에 의해 차츰 소수민족의 정체성과 존재가 어떻게 될지 우려스럽다.

 

남자는 외지에 나가 일을 하고 여자는 육아와 논밭 일을 하는 업무 분담과 식수가 부족하여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물을 길어 와야 하는 여인도 있다.또한 특이한 것은 일부다처제,일부다부제가 소수민족에는 존재하고 있다.소수민족이 외지로 나가 외지의 문화,문명을 흡수하게 되면 그들의 전통과 인습,문화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그들만의 방식인데 통념상 의아스럽게 다가온다.그렇지만 문명의 대세,현대화의 바람을 그들도 거스를 수는 없다고 본다.중앙정부가 소수민족을 보호하고 그들의 언어,문화를 보전하기 위해 각별한 정책을 펴야만 하지 않을까 한다.

 

한국의 1950,60년대의 시골 풍경을 연상케 하는 소수민족의 삶은 자연과 신,영혼이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다.마을의 적은 인구로 한 지붕에 5세대까지 살아가는 전형적인 대가족 문화와 협력하면서 공동체를 꾸려 가려는 자연적,정신적 지도력이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꾸이쩌우성,윈난성,쓰촨성에 자리잡고 있는 소수민족은 모두가 산골마을이고 자연을 벗삼아 안분지족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물질에 지배되어 과도한 욕망으로 삶이 지쳐가는 현대인들에게 자신을 성찰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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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리더십 - KBS스페셜, 나를 행복하게 할 리더는 누구인가?
이재혁.KBS 스페셜 제작팀 지음, 서승범 정리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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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적으로 올해는 국가의 지도자가 탄생될 예정이다.한국을 비롯하여 미국,프랑스,중국 등을 비롯하여 정치적 민주화가 열풍이 가속화되는 북아프리카가 그 예이다.사회주의 국가이든 민주 국가이든 지도자가 유권자 내지 당원에 의해 선출되는 순간, 이 지도자들은 어떠한 정치철학과 국정을 어떻게 이끌어 가야겠다는 신념과 플랜이 확고한지 반신반의이다.그만큼 정치는 유권자에게 달콤한 언사로 유혹하는 마력과 약간의 거짓말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대다수의 서민들이 믿고 맡긴 지도자가 주변 인물과 개인의 명예,권력,재력에 눈이 어두워 임기 내내 실정을 거듭하고 실망을 안겨 준다면 유권자들의 마음은 정치에 대한 환멸과 무관심 뿐일 것이다.

 

정치와 행복이라는 말이 매우 추상적이면서도 피부에 와닿지 않지만 이 글을 엮은 이들은 3개월에 걸쳐 12개국을 돌며 50여 명의 인물들과 인터뷰를 했다.지휘자,벤처 경영인,노벨상 수상자,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 영웅,완벽한 지도자와는 관계없이 이들은 수많은 대중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인물임에 틀림없다.그들이 사랑과 존경을 받고 대중들에게 마음 속을 편안하고 비전과 희망을 안겨 주는 행복의 전도사들이 아닐까 한다.즉,소통.공감.정의.책임.혁신이라는 캐치 프레이즈가 새삼스레 정치를 하는 지도자들이 꼭 갖어야 하고 시대의 소명이 아닌가 싶기도 한다.

 

흔히들 소통과 공감이라는 부제어가 화두가 되고 있다.국민과 나라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뽑아준 선량이 선거철에는 국민의 심복이 되어 무엇이든 겸허하게 경청하고 우선 순위를 국민의 불편함에 두고 국정을 이끌어 가리라 기대하지만 늘 빗나가고 만다.정치 지도자 곁에는 올바른 간언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주는 밥만 얻어 먹는 불소신파들이 많다는 점이 안타깝다.국민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따르게 하는 독선적인 정치행태보다는 각 분야별로 문제발생에 대한 예측과 현장 실사를 통해 현장감각과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직접 파악하려는 적극적인 소통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소통과 공감의 면에서 성공한 자와 실패한 자는 역사를 통해 교훈을 주고 있다.대표적인 예가 브라질 룰라의 삼바 리더십으로 부자와 빈자를 함께 만족시킨 점이고,실패한 자는 히틀러의 홀로코스트로서 왜곡된 소통의 참혹한 결과를 빚은 것이다.

 

경제가 장기 침체되면서 서민들의 뼛속까지 고통을 안겨 주고 있다.2008년 리먼 브러더스 금융 파산의 여파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그 여파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미국의 경우 금융 파산으로 대대적인 구제금융과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으로 일견 경제가 회복되는 거처럼 보였지만 그것은 하나의 미봉책에 불과했다.신자본주의 시대에서 기업가에게 무한정의 권한을 주다 보니 정치권에서도 그들을 견제하고 터치를 법적 조항이 부족했던거 같다.서민들은 집을 담보로 하여 대출을 받아 비싼 주택을 매입하여 프리미엄을 기대했건만 부동산 경기가 꺼지면서 경제적 수입과 반비례하게 금융 이자는 눈덩이처럼 부어가기만 한다.실물 경제지수도 동반 하락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도 위축되는 등 경기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그리고 10% 미만의 갖은 자가 90%의 대다수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형국이다.서민은 죽어 나가도 기업과 재력가들의 이익은 늘어나기만 한다.생산된 가치를 나누고 함께 나눌 만한 가치를 생산하는 사회를 생각해 보는데 기업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이 일치하는 공유의 가치를 넓혀 가는 제도적 장치를 단단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그 대표적인 예가 일본항공 이나모리가즈오(稻森和夫)이고 사회적 정의와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곱씹고 실천으로 옮겨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는 혁명이고 경제는 혁신이라는 말이 어울리는거 같다.삶의 패턴과 질이 나날이 변화하고 있다.한국의 경우 학생들을 입시 지옥과 일등 주의에 내몰고 있다.사회 제도권에 안착하여 버젓하게 살고자 하는 욕망은 누구나 갖고 있다.성적으로 개인의 우열을 가리는 것이 토착화 되고 서민들은 뼈가 휘어지게 번 돈으로 자식들에게 쏟아 붓는 교육투자가 모두 일등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개개인의 개성과 취향이 다르다.학창시절 학생 개개인이 가장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몰두하도록 교육 정책이 바뀌었으면 한다.밖으로 눈을 돌리면 생과 사의 기로에 놓인 국민들에게 소액을 무담보로 빌려 주고 국민들은 삶에 대한 긍정적인 파워로 새롭게 삶을 다져 나가고 있는 방글라데시의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의 삶의 가치관이 매우 인상적이고 신선하게 다가온다.그는 무담보로 돈을 빌려 주되 삶에 대한 강한 의지와 신념,열정을 중시한다고 한다.가난이라는 패러다임을 딛고 자립할 수 있고 삶은 살아볼 가치가 있다는 것을 심어준 유누스의 국민 행복관이 반면교사로 다가온다.

 

"나는 미래를 창안하고 방향을 제시한다.하지만 그 미래로 가는 방법을 주지 않고 수평선 너머의 새로운 목표를 제시한다.마음속에 그것을 향한 열망을 품도록 권유한다.그러면 각자 그곳에 도달할 방법을 찾아내게 된다." - 본문에서 -

 

현대 사회는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사회를 이끌어 갈 지도자라면 그가 갖고 있는 직업과 배경,리더십의 목적,중요한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국민들은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또한 코드 인사보다는 능력과 비전을 안겨 주는 인사를 등용시키고 구성원간의 위화감,지역간 갈등 등의 문제를 소통과 공감,정의와 책임,혁신이라는 차원에서 풀어 나가면서 일자리 창출,경제 민주화,사회부조리,부정부패,사법권 개혁,사회 패러다임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지도자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나아가 G20에 속해 있는 한국도 위상을 제고하려면 기후변화,빌병과 기아,분쟁,물 부족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깊게 고찰하고 참여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매우 필요한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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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프리 - 우리를 병들게 하는 독성화학물질로부터 가정과 건강을 지키는 법
데브라 린 데드 지음, 제효영 옮김 / 윌컴퍼니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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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숨을 쉬면서 생활하는 실내외 공간에는 수많은 미세 먼지,배기가스,진드기,세제 찌꺼기,석유화학 제품에서 품어져 나오는 것들과 싫든 좋든 마추치면서 살아가고 있다.이러한 것들이 인체 및 환경,지구를 병들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특히 인체에 부지불식간에 입과 코,피부에 닿는 순간부터 누적이 된다.소량이라도 무시하고 넘어갈 사안이 아닌 것은 물론 일정량을 넘어서면 치명적이 될 수도 있기에 평소 유해환경 및 제품에 노출 및 접촉을 삼가는 현명한 자세와 생활 습관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깔끔하고 청결한 것을 좋아한다.특히 큰 아이가 아토피,천식(일종의 면역기능 저하로 인한 염증)으로 장기간 고생을 하고 있다 보니 실내 환경문제 만큼은 누구보다도 신경이 쓰인다.거실 바닥,공부방,베란다 등은 수시로 친환경 세제를 뿌리고 닦고 말끔하게 해놓아야 마음이 놓인다.나아가 주방의 설거지 및 화장실 청소도 대부분 내가 하는 편인데 석유화학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모(某)회사 주방용품 및 세정제를 이용하여 청소를 하는데 인체와 환경을 고려하여 만든 제품이다 보니 안심이다.세정제로 각종 그릇,배수구,변기통,욕조,가스레인지 기름때 등을 용도에 맞게 뿌리고 철수세미로 오염된 부위를 문지르고 마른 걸레로 닦기도 한다.힘은 들지만 청소를 하고 나면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고 상쾌함까지 덤으로 느낀다.

 

현대 사회가 산업화,도시화가 깊숙이 진행되면서 건축물부터 일용품에 이르기까지 화학제품이 아닌 것이 없다.흔히 독소라고 불리는 비소,시안화물(청산가리),수은 등이 200여년 전까지만 해도 자연에 존재하는 독으로 여겨졌는데 현재는 석유화학제품,첨가물 등이 빠르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기호와 요구에 발빠르게 제품화되고 출시되어 소비자의 몸 속으로 조금씩 조금씩 흡착되고 있는 것이다.독이 든 제품을 자주 사용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독소가 축적되어 신체내의 호흡기관,순환계,면역계,장기 등을 파괴하게 되는데,독성물질들이 몸밖으로 배출되지 않은 채 지방,정액,모유,근육,뼈,뇌,간 등에 자리를 잡고 불치병으로 이어진다고 하니 이참에 독성물질에 대해 주의를 단단히 기울이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단순하게만 여겼던 일상의 제품들이 거의가 석유화학물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탄소 성분이 들어 있는 유기화학물질,탄소 성분이 아닌 무기화학물질,플라스틱,합성섬유,합성비료,농약,세제 등이다.특히 일상 생활용품을 구입할 때에는 제품에 표기되어 있는 문구를 유심히 읽어야 하고 어린이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비치해야 함도 잊지 말아야 할 점이다.나아가 놀라운 것은 구강청정제,치약,방향제,향수 등에 석유화학성분이 많다는 점인데 사회생활 가운데 인간관계가 중요시되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제품들이 피부에 닿지 않게 하고 입 안에 사용할 때에는 말끔하게 헹구는 습관을 갖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정과 사회에 무수히 널려 있는 독성물질은 그 수도 헤아리기 어렵고 일일이 체크하기도 힘들겠지만 지구 생태계의 보전과 지구 온난화라는 거시적인 문제를 생각해서라도 가급적 적게 사용하는 힘을 발휘해야만 하고,식품의 경우에도 첨가물 등이 섞여 있는 인스턴트 식품보다는 시간과 수고가 들겠지만 직접 신선한 재료로 요리를 해서 섭취하는 용기와 지혜가 요구된다.신체 안전과 건강은 물론이고 유해물질에서 벗어나는 길이기도 하다.

 

내가 살고 있는 단지는 매주 수요일이면 쓰레기 분리수거를 한다.매주 치러지는 일이건만 온갖 쓰레기들이 쏟아져 나온다.일회용품부터 비닐,플라스틱,펫트병 등이 산더미를 이룬다.대부분 자연친화적인 제품들이 아닌 화학제품들로 이루어져 있기에 분리수거를 해서 재활용을 한다 해도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 오염과 사회적 비용 등을 감안하면 인간의 편리함이 결국은 인간과 자연,지구를 멍들게 하는 커다란 요소이고 재앙이 아닐까 싶다.나와 가족,사회와 국가,전지구의 생턔를 위해서라면 모두가 독성물질이 들어간 제품들과 멀리하려는 의지와 실천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절실하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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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 안도현의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
안도현 엮음, 김기찬 사진 / 이가서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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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세월은 바쁘게 흘러가기만 한다.학창 시절을 거쳐 결혼을 하고 아기를 갖게 되면서 육아,교육 문제,(막연한)노후 대비 등으로 이어지면서 낭만적이고 애틋한 추억 등이 하나 둘 빛바랜 앨범 속의 사진들과 같이 다가온다.누구는 살아 있으니까 이런 일,저런 일을 보고 듣고 만지고 맡고 느끼고부딪혀 갈 수가 있어 기쁘고 의미있는 삶이 아니겠냐고 한다.그런데 살아가는 자체가 힘겹고 어깨를 짓누르는 중압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먹고 자고 교육시키고 쇼핑하고 여행하는 모든 과정이 돈과 물질이라는 수단에서 오는 것은 아닐까 극히 현실적으로 자문자답해 본다.

 

이번 안도현의 시집이 한 편 한 편이 시간과 공간은 달랐지만 같은 세대로 성장하면서 보고 듣고 느꼈던 세상 모든 일이 나를 닮은 그림이고 잔잔하게 다가오는 추억의 시편들이기에 가슴이 뭉클해진다.7,8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내면서 농촌과 도시의 풍광들이 구름이 흘러가듯 유유하기만 하다.중학교까지는 산골에서 자라고 고교시절부터 도회지로 몸을 옮기면서 산과 들,고샅길과 초가집,넉넉한 공동체 생활과 나눔의 생활이 혼탁하고 매마른 정서로 가득찬 도회지의 모습은 정반대이다.세상의 문명이 나날이 발전해 가고 지난 시절은 골동품과 같이 여겨지겠지만 그 옛날 함께 호흡을 맞추고 살아가던 때의 기억과 추억은 오래도록 남으리라 생각된다.

 

요즘 젊은 시인들한테서 만나기 어려워진 전통적 서정을 전통적 기법으로 보여 주고 있다.촌스럽고 케케묵은 7,80년대 사람과 마을,거리와 분위기가 첨단산업과 유흥문화과는 극히 대조적이기에 때론 순박하고 때론 한가롭게 다가오는데 사람은 추억을 먹고 그 기억 속으로 들어가는 회귀성 동물이 아닌가 싶다.현재도 몇 십년이 흐르고 되돌아 보면 잊혀지지 않을 과거일텐데 이 시집의 시귀들은 이해타산에 찌들어 사는 가련한 현대인의 모습과는 분명 다르다.

 

그릇의 밑바닥이 가장 맛있다,가까스로 저녁에서야,마음의 풍경,그대 언제나 내 뒤에서 등 4부로 이루어지고 총 48편을 시인의 노트에 베껴 놓은 것을 시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들려 주고 있다.좁고 길게 뱀 형상마냥 드러워진 골목길에서 언니와 두 여동생이 함박 웃음을 짓고 수줍게 시멘트 담벽에 등을 기대고 수줍게서있는 소년의 대조적인 모습,돈을 주고 이발관에서 바리깡으로 머리를 자르는 것이 아까웠는지 할아버지가 손주 녀석에게 앞마당에서 머리를 밀어 주는 정겨운 시간,부모님이 먹고 살기 위해 일터로 나간 사이 부모님 대신 연탄을 양어깨에 짊어지고 언덕 길을 묵묵히 올라오는 담대한 모습,집 안에 있기가 답답하여 바깥 바람을 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어느 한 노파의 쓸쓸한 뒷모습이 매우 친근감 있게 다가온다.

 

우주,세상에 있는 미미한 사물일지라도 자세한 관찰과 통찰력으로 시인의 언어로 다가오는 한 편 한 편의 시들은 조잡하고 난해할 때도 있지만 이번 시집은 서정적이며 잊혀진 기억을 들추어 내게 하는 묘한 운율이 살아 있다.

 

아버지는 새 봄맞이 남새밭에 똥 찌끌고 있고

어머니는 어덕배기 구덩이에 호박씨 놓고 있고

땋머리 정순이는 떽끼칼로 떽끼칼로 나물 캐고 있고

할머니는 복구를 불러서 손자 놈 똥이나 핥아 먹이고

나는 나는 나는

몽당손이 몽당손이 아재비를 따라

백석 시집 얻어보러 고개를 넘고 - 서정춘 백석 시집에 관한 추억 -

 

시대와 의식 구조가 변해도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아무 근심없이 10개월을 살아가던 시절마냥 사람의 마음 속에는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평안,그리고 그리움과 추억을 갈구하며 살아가는 존재라고 생각한다.이 순간이 힘겹고 고통스럽고 삶을 포기하고 싶은 나날이 올지라도 어릴 적 고향의 친구들,산과 들,물과 구름,공기 속에서 휘젖고 뛰어 놀던 시절을 생각하면 삶의 활기와 신진대사가 새롭게 돋아나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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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에 묻히다 - 독립영웅, 혹은 전범이 된 조선인들 이야기
우쓰미 아이코.무라이 요시노리 지음, 김종익 옮김 / 역사비평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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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에는 대외적으로 정국이 어수선하고 무기력했던 시절이었다.국권을 통치하던 왕조부터 부패한 관료에 피폐한 민심까지 나라의 앞날은 말그대로 '오리무중(五里霧中)'이었다고 생각한다.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면서 일본에 빌붙어 살아 가려던 친일세력과 나라의 독립을 위해 분연히 싸웠던 항일운동가 및 민족주의자들이 분열이 되고 일제에 의한 창씨개명과 더불어 일본이 진주만 기습 공격에 의해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일본은 군수물자와 군 인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조선의 젊은이들을 강제징용하면서 전장의 총받이로 어쩔 수 없이 나서야 했던 막막하고 암울하기만 했던 시절을 이 글은 생생한 증언과 기록으로 전해 주고 있으며 역사의 교훈을 되새김질 해보는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르고 일본은 조선에 내선일체,대동아공영권이라는 명목으로 조선의 젊은이들을 인도네시아 암본섬과 타이-버마간 철도 건설 등에 내몰리게 한다.조선의 젊은 노무자들은 당연히 일본인 이름으로 징병생활을 하면서 당시 남양만과 동남아는 영국,네덜란드 등이 제국주의에 혈안이 되어 식민통치를 공고히 하려고 했기에 일본과 잦은 국지전과 마찰이 일어나곤 했는데 조선,일본,대만의 젊은이들이 연합군의 포로가 되면서 조그마한 실수를 저질러도 억류소 생활을 거친 다음 극형에 처해지는 일도 부지기수였으며 극형에 처해지는 것이 두려워 제3국인 인도네시아 독립에 지원하려던 젊은이들도 있었다.이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힘겨운 노동을 하다 보니 풍토병(말라리아)에 걸리다 약 한 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채 생을 이국에서 마감해야 해야만 했다.

 

2차 세계대전이 연합군에 의해 승리를 하고 조선은 해방을 맞이하지만 일본은 조선의 노무자,군무원 등의 귀국이 미루어지는 가운데 생의 위협을 받는 불안하고 초조한 나날이 이어지면서 네덜란드와 인도네시아간에 영토 분쟁이 일어나고 인도네시아는 자국의 독립을 위해 그곳에 와있던 조선,일본,대만의 젊은이들에게 독립운동에 동참해 줄것을 요구한다.그 대표적인 예가 조선의 양칠성,일본인 아오키,하세가와였다.네덜란드 군당국은 이들을 대동아전쟁의 전범으로 간주하면서 처형에 내린다.계약직(2년) 군무원으로 일본군 소속으로 몰리게 된 것도 억울한데 대동아전쟁의 전범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때는 참 나라 잃은 설움에 무법천지라는 생각마저 들게 되었다.

 

우쓰이,무라이 등 일본인 공저자가 인도네시아에서 유학을 하면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상황과 희생자들의 문서,증언 등이 이 글의 토대가 되었는데 조선인 군무원으로 활동했던 분들은 대부분 고인이 되었고 유일하게 이상문옹(翁)만 생존해 있다고 한다.당시 그곳에선 징용으로 끌려가고 일본에 조력하기도 했지만 뜻있는 조선의 젊은이들은 '고려독립청년당'을 결성하여 조선의 독립을 위해 분연히 투쟁을 했지만 그 뜻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안타깝게도 대표적인 인물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마는 사연도 전해 들을 수가 있었다.

 

일본제국에 의해 조선의 젊은이(노무자,군무원,위안부 등)들이 젊음을 누리지도 못하고 머나먼 적도 남양만에서 인간 이하의 처우와 영양 실조,포로,억류소,형장의 이슬 등으로 사라져 갔던 비극적인 역사는 다시는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특히 살인 및 집단 살인,조직적 폭력 및 학대 행위,인질의 살해,시민의 고문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조선의 젊은이들이 전쟁범죄로 몰려 희생이 되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깝고 비극이다.제국주의 일본이 과거 심대한 고통을 안겨 주었던 식민 통치에 대해 쿨한 사과(전후 보상,야스쿠니신사 합사,위안부 불인정,지문 날인,조선학교 문제,교과서 왜곡 등)도 없고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질질 끌고 있는 일본의 속셈은 무엇일까? 국가간의 관계는 힘의 논리이고 역학관계에서 오는 것은 아닌지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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