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물쇠가 잠긴 방
기시 유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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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람이 죽게 되면 으례 경찰과 탐정,변호사 등이 등장하고 폴리스라인이 쳐지며 발빠른 과학적인 수사로 들어간다.모든 일에 인과관계가 있듯이 사람의 죽음 중에서 의문사로 밝혀지면 피해자를 둘러싼 알리바이가 성립이 되어 수사선상에 오른 사람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조서를 꾸미는 광경이 늘 눈에 선하다.

 

기시 유스케의 이 작품은 총 4편으로 이루어진 밀실 트릭을 이용한 전형적인 스릴러물이다.4편 중에서 2편은 일종의 상속을 둘러싼 돈과 관련되어 사람이 죽고,나머지 두 편은 각각 약속불이행에 따른 보복성 살인이고 또 한 편은 무대에서 벌어진 우발성 죽음이 소개된다.4편 모두 아오토 변호사와 에노모토 방범 탐정이 콤비가 되어 사건해결을 위한 추리에 나서고 있다.

 

'신일본 장례사'의 쿠사가베 사장이 산장에서 죽음을 맞이하는데,장래가 촉망되는 이케하타 전무가 유력한 용의자로 부상하게 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사장은 유리테이블에 정좌한 채로 죽은 쿠사가베 사장은 상속에 관해 이케하타에게 물려주는 걸로 유언장이 작성되었지만 쿠사가베 사장의 정확한 필적이 아닌 것으로 되어 있다.쿠사가베 사장이 죽던 날,곤충채집을 하던 어린 마츠다 다이키는 사장이 죽은 위치에서 서 있던 남자의 모습이 이케하타의 용모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하고,현관 밖에서는 문을 열 수 없게 안에서 문을 잠궈 놓은 점을 두고서 여러 각도로 추리를 한다.그러나 이 사건의 수사는 쿠사가베 사장을 화장하고 난 뒤라 정확한 사인을 알 수가 없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빈집털이범 아이이치로는 오랜 시간 수형생활(상습절도범,강도살인죄 등으로)을 마치고 작고한 누나집에 돌아오는데 학교 과학교사인 조카 히로키가 일산화탄소를 흡입하고 안에서 문을 잠근 채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서,조카가 왜 죽었는지를 다각도로 추리한다.'섬턴(자물쇠)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아이이치로는 죽은 히로키의 조부모가 어머니 대신 손자,손녀들에게 재산을 물려준다는 유언을 알게 되고,양아버지 다카자카씨가 재산을 탐내고 아들을 죽였을거라고 의심하게 된다.다카자카는 과학교사이고 화학적인 지식과 경험이 많고 방 안에서 히로키 스스로 문을 잠근 거처럼 꾸미고 일산화탄소를 흡입하게 했을 거라는 정황이 크기 때문이다.

 

야구부를 총감독하는 스기사키는 신혼 살림을 위해 새로이 주택을 구입했는데 주택에 결함 및 하자가 너무 많아 건축사무소 사장인 다케모토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수리를 요구하지만 차일피일 미루면서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결국 스키사키는 다케모토씨를 콘크리트 부분에 뒤통수를 힘껏 내리치면서 치사에 이르게 한다.그리고 사건 당일날 야구부원들만 연습하게 하고 스키사키가 피칭 머신을 들고 가는 것을 야구부원들이 똑똑히 보았다는 것이기에 스기사키는 빼도 박도 못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더욱 안타까운 것은 혼인을 약속한 애인과 헤어지게 되고 인생을 망치게 되었다는 사연이다.

 

연극,마술,팬터마임,정권(精拳) 등을 펼치는 소극장이 무대인데,파나마계 일본인 로베르트 주란이 무대 뒤에서 맥주병에 맞아 피를 흘리며 죽음에 이르는 사건이다.극단원들은 수소문하고 의심이 가는 단원들을 일대일로 집중탐문하지만 별소득이 없는 와중에 죽은 주란의 노트에 '토마스 한조'가 콤비의 이름으로 되어 있어,무대 뒤에서 우연찮은 사고사의 범인은 토마스 한조로 밝혀지게 된다.

 

4편 모두 소재별로 사건에 대한 형사,변호사,탐정들의 추리과정이 세밀하고도 촘촘하게 얽혀져 있어,범인을 찾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고 이색적이다.특히 자물쇠를 이용한 살인사건(서 있는 남자,자물쇠가 잠긴 방)은 소재 설정도 특이하고 이를 이용하여 추리해 가는 전개법은 놀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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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 사랑의 시작을 위한 서른아홉 개의 판타지 - 이제하 판타스틱 미니픽션집
이제하 지음 / 달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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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하작가가 존재하는 줄을 몰랐다.등단 56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라고 하니 독자의 한사람으로서 그간 편독만 했던 것은 아닌가 싶어 두루 관심을 넓혀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사랑의 시작을 위한 '판타지물이라고 하니 기대와 설레임이 밀려왔다.사랑의 시작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연애가 싹트기 시작할 무렵에는 상대의 모든 것이 좋아보인다.자신에게 필이 오는 사람이면 곰보도 좋고 에꾸눈도 좋을 것이다.일종의 '콩깍지 씌운 듯'한 사랑의 씨앗은 오래가는 것이 좋게 보이고 그 열매도 크고 위대할 터이다.

 

상대방 남자의 코가 유난히 마음에 들어 결혼했다는 K라는 여친은 이미 전 남자와 헤어지고 새롭게 맞이한 남자와 함께 커피숍에 나타나 그간의 사정을 털어 놓는다.속궁합보다는 겉궁합으로 시작하는 연애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속설이 딱 맞는다.나 역시 살아가면서 겉모습으로 판단했던 부분이 살다보면 좋지 않은 속마음 예를 들어,생활습관,언행 등의 본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게 되어 티격태격할 경우가 많다.서로가 좋아해서 시작한 결혼이라면 관용과 양보의 미덕을 차근차근 쌓아가는 연습을 부단히 해야 하는 것이 부부간의 도리라는 것도 이즈음에 깨닫는 바이다.

 

낙타가 한 마리가 있고 치세.앞 등에 튀어나온 혹이 노래라면 뒷등에 붙은 혹은 역시 사랑일세. - 본문 -

 

이 글은 39편의 이야기들이 이제하작가가 살아온 세월 만큼 작가의 단상과 에피소드,시대의 아픔과 희망,사랑의 레시피가 물이 흐르듯이 유유히 흘러가고 있는 것을 느끼게 한다.광풍과 같은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는 것도 아니고,먼 나라의 이야기도 아닌 우리 주위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들이 생생한 현장감으로 다가오고 특히나 인상적인 것은 그럴듯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환상적인 스토리의 전개이다.

 

새끼 곰을 훈련시켜 담배나 막걸리나 하는 자잘한 심부름을 시키면서 - 본문 -

 

이러한 생동감 있는 환상적 요소를 더해 지난 군사독재 시절의 아픔도 느껴보게 하는 대목도 있었다.이를테면 박정희대통령의 시해사건, 전두환정권 시절 정풍운동 차원에서 치뤄진 섬뜩한 '삼청교육대'의 인권탄압과 한국이 통일이 된다면 가장 먼저 반기를 들 세력들을 풍자한 대목도 인상적이다.요즘에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가 없어진거 같다.아니 현실성이 없어서인지 부르지를 않는다.남북통일은 당연히 경제적 부담,후유증이 있기 마련이기에 이를 감수하려는 마음가짐과 거시적이고 역사적인 면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 글을 읽고 난 뒤 딱부러지게 다가오는 주제는 떠오르지 않는 것이 솔직한 표현이다.이제하작가께서 살아오면서 사랑,열망,엉뚱함,질투,속물근성,순정,욕심,엇갈림,환상 등이 골고루 배합되어 있다.이는 다분히 속세를 살아가는 인간의 본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들려주는 점이 커다란 반향으로 다가온다.이제하작가만의 사랑법이 환상적인 리얼리즘으로 투사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백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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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읽는 한국 근대의 풍경 - 개항부터 해방 후까지 역사를 응시한 결정적 그림으로, 마침내 우리 근대를 만나다!
이충렬 지음 / 김영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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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하기만 했던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해방후 미.소에 의해 작위적으로 갈라진 남북 분단 그리고 폐허가 된 국토의 부흥기에 놓여 있었던 시대에 이르기까지의 사람과 풍경(86점)을 외국인 및 내국인 화가가 그린 그림들을 보면서 삶의 고단함과 애잔함,한국전쟁의 상흔과 강한 생존력이 실감나게 다가왔다.

 

그림을 통해 느끼는 점은 당대의 사회상과 화가 개인의 내면세계,한 인물이 살아온 온갖 상념 등이 배여져 나온다.특히 이 도서는 벽안의 화가가 당시의 인물과 풍경,일상의 모습을 객관적인 시야로 그려 냈기에 구한말 조선의 사회,풍습,인물이 갖고 있는 정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 의미가 있고 역사적인 가치가 있다고 보여진다.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 조선 국내의 모습을 살펴 보면 주인 없는 경복궁의 쓸쓸한 모습,한일합방 후의 백성들의 모습,한강과 대동강을 수놓던 황포돛배의 정겨운 모습,칼 차고 조회하던 국민학교의 을씨년스러운 모습,서당의 모습 등이 스러져 가던 구한말의 풍경과 일제 강점기가 교차적으로 다가온다.

 

나라 잃은 설움과 독립을 위해 해외에서 활약하던 지사들의 모습도 의연하면서도 안타깝다는 마음이 일어난다.파리 만국박람회와 황제의 밀사(민영찬),안중근 의거를 보도한 근대 신문 등이 대표적이다.강제로 빼앗긴 나라를 되찾으려 헤이그에 밀사를 보냈던 고종의 참담한 심경과 이토히로부미를 암살한 안중근 의사의 기개있는 의연한 모습에서 국가의 중요성을 새삼스레 느끼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남북은 미.소의 이해관계에 의해 분단이 된다.우익과 좌익으로 갈라진 한반도의 또 다른 상처는 급기야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면서 수많은 인명살상과 장기간의 이념논쟁이 한국사회에는 병마처럼 찾아든다.피난시절의 천막학교는 배우려는 학생과 가르치려는 선생님이 일심동체가 된듯하고 휴전협정과 함께 포로 송환의 모습은 이념의 갈림길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짙게 다가온다.

 

1898년부터 1958년까지의 한국 근대의 풍경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역사적 의미와 가치가 충분한 그림들이다.왕조의 몰락상과 더불어 경성의 모습도 휑뎅그렁하기만 하다.왕족,지사,백성들 모두가 비분강개의 정신으로 똘똘 뭉쳐있는 느낌이다.1930년대에는 모던의 시대로 넘어가면서 복장과 관념에도 변화가 일어나고,한국전쟁의 와중에는 부모형제가 이산이 되지만 살아가기 위한 힘겨운 생존력이 강렬하기만 하다.특히 시장통의 아줌마들의 악착같은 장사와 구두닦이 소년의 모습은 절박한 삶을 상징해 주고 있다.비록 어둡고 참담했던 시대의 모습이지만 역사적 교훈으로 삼기에 충분한 그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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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독식 - 세계 자원전쟁의 승자 중국의 위협
담비사 모요 지음, 김종수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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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세계가 금융위기를 비롯하여 자원,식량,환경,생태계 문제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그중에 가장 인간에게 기본이 되는 것은 식량과 자원이 아닐까 한다.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자원은 유한한 상황에서 적당한 인구에 넉넉한 자원과 식량이 무한정 있다면 무슨 걱정을 하겠느냐 마는 실상은 위험수준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자원 석탄,석유,가스,등은 길어야 50년 안에 바닥이 드러날 것으로 보여지기에,어느 나라든 대체에너지의 시급한 개발사용과 기존의 에너지 절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G2 국가로서 전세계에서 외화 보유량 1위를 달리고 있는 중국은 수년 안에 모든 분야를 잠식할 것으로 보여진다.인구가 14억에 육박하고 있지만 중국정부는 그들의 앞가림을 하기 위해 필생전략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게 되는데,막대한 외화로 세계 무대를 향해 부족한 자원을 사들이고,기술이전을 통해 값싸게 자원을 들여 오는 전략을 탄탄하게 실행하고 있다.중국의 힘이 참으로 가공(可恐)스럽기만 하다.

 

이 도서는 크게 세 가지로 다루고 있는데,첫째는 세계 자원의 주도적인 구매자로서 중국의 부상이 세계 자원 수급에서 갖는 경제적 의미를 검증하고 있으며,둘째는 중국의 금융적 영향권의 확대와 그것이 국제 자원 시장의 작동 방식에서 갖는 의미를 다루고 있으며,세째는 중국의 자원 탐색이 갖는 사회적.정치적 의미를 헤아리는 것이다.

 

중국이 자원 확보 활동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중국 정부,개인,기업이 직접 구매방식을 하기도 하고,교환 거래(스왑) 방식 이를테면,중국이 러시아 석유 회사에 돈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석유 공급을 받는 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며,국제 자본 시장을 통해 자원에 간접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대주주에게 회사의 전략을 결정할 권리와 자산의 소유권을 허용하는 여려 기업들의 지분을 사들이는 것이 그 예이다.

 

놀라운 것은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중국은 팔 수 있는 자원을 보유한 나라에 공장 건설,인프라 구축,광산개발을 통해 일자리 창출,건강 관리센터,학교 건물 짓기 등을 통해 쌍방이 우호적인 관계로 발전해 나가면서 외환 보유를 통해 자원확보를 하고 있는 것이다.그 자원확보 대상은 석유,가스,구리 등이다.

 

그런데 중국이 이러한 자원확보 활동을 통해 해당 자원 보유국의 사회작,정치적 시스템 구축에 너무나 무관심하다는 사실이다.중국은 정치적 지배를 적극적으로 추구하지 않으려 해왔지만,자원 조달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는 한 자원 보유국의 내정에는 무관심하면서 환경에 대한 우려를 무시하고 노동 관련규제를 어김으로써 일면 자원 보유국의 정치,사회 구조에 영향을 끼쳐 왔던 것이다.이것은 반식민주의에 가깝다는 견해이다.

 

"위기는 항상 예상보다 늦게 오지만 일단 나타나면 항상 예상보다 규모가 크다" - 루디거 돈부시 -

 

오늘날 빈발하는 위기는 중국의 자원 확보 활동과 연관되어 발생하고 있는데,대부분의 주요국들과 국제사회는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는 점이다.막대한 외환으로 자원 확보에 나선 중국이 자원 보유국 및 국제기구와 어떻게 상호 작용을 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가장 큰 관심사이다.그것은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자원 보유국의 자원을 간절히 원하고 중국과 기존 연관이 있는 자원 보유국이라면 어떠한 사태가 일어날 것인지,중국이 갖고 있는 군사력의 영향력은 어떠할지도 관심거리이다.

 

마이클 클레어는 『새로운 분쟁의 지형』이라는 논문에서 '다툼이 해소되지 않은 자원 매장지'(유전과 가스전)의 관점에서 21세기에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 지역을 알 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예를 들어 잠재적인 분쟁지역은 페르시안 걸프(중동),카스피 해 연안(러시아,아제르바이잔,이란,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남중국해 및 알제리,앙골라,차드,콜롬비아,인도네시아,나이지리아,수단,베네수엘라 등이 포함되고 있다.이들 지역에는 전세계 석유 매장량의 약 80퍼센트가 속해 있다고 한다.

 

근자에 일본이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북방 4개 영토,독도,센가쿠제도 등도 해당 도서의 근해에 천연자원이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갈수록 고갈되어 가는 자원을 놓고 각국은 첨예하고 근시안적인 자원전쟁을 치르고 있다.생존전략에서 필수적인 자원 확보는 중국의 자본과 기술으로 무장하여 전세계를 누비고 있는 상황에서,부존자원이 절대부족한 한국도 넋놓고 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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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 김말봉 애정소설
김말봉 지음 / 지와사랑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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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적인 흐름으로 보면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의 경성의 분위기는 '모던 보이','모던 걸'이 유행하던 시기였다.서구식 백화점과 엘리베이터,양산,커피숍 등의 문물이 경성 한복판에 유입되면서,당시 배웠다고 하는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의식 구조가 봉건적이고 유교적인 체제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었다.반대로 경성 등의 대도회지를 벗어난 시골은 가부장제,대가족제,상호보완적인 공동체,남존여비 사상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었다고 생각된다.

 

1930년대 '모던'시대를 반영이라도 하듯 김말봉작가의 『찔레꽃』의 전반적인 내용과 분위기는 부모가 짝을 정하면 그대로 따라 혼인하던 습속을 벗어나,진정하고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애정과 사랑의 씨앗을 뿌리겠다는 의지와 신념이 등장인물 간에 잘 나타나 있다.김말봉작가가 일본유학 및 국내에서 전위적인 활동을 했기에,이 글에서의 연애관도 자연스레 작가의 생각과 감정이 크게 작용했던 걸로 보여진다.

 

가정교사 자리를 알아보던 주인공 정순은 교장댁의 소개로 고대광실을 자랑하며 은행장을 하는 조만호씨 집으로 아이들의 말벗과 훈육을 도맡는다.그 집안에는 과년의 나이인 경애,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큰아들 경구가 있고,정순 곁에는 민수와 근호라는 청년도 있는데 이들 모두가 나이가 차면서 장래를 함께 할 대상을 깊게 생각하는 나이이다.그 중에 조씨의 큰 딸 경애는 경환이라는 청년과 짝을 맺어 주려하지만 자신이 대상을 택하여 혼인을 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는 대목에서 신여성 내지 자유결혼에 대한 사고가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던 중 조씨의 아내가 각혈병으로 세상을 뜨면서 조씨는 후처를 물색하게 되는데,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 생긴다.조씨는 나이 어린 정순을 탐하게 되고 아들 경구도 정순과의 미래를 꿈꾸지만,본래 정순이 마음에 두었던 민수는,경마를 하다 낙상하여 죽을 뻔했던 경애를 구해냈는데 이는 경애에 대한 민수의 사랑이 그전부터 싹트고 있었던 것이었다.나아가 조만호씨는 아들 경구에게 보모 정순이와 결혼 선포를 한다.또한 조만호의 재산을 탐하던 기생출신 옥란은 조만호와의 결합을 원하는 것으로 흘러 간다.

 

김말봉작가는 첫 남편인 전상범씨가 일본 시인 기타하라하쿠슈의 <찔레꽃>을 자주 음풍하고 작가는 피아노 반주를 했다고 한다.남편에 대한 그리움이 찔레꽃으로 변신한 거 같다.청춘 남녀들의 사랑과 조씨와 옥란의 애욕은 제대로 성사를 맺지 못한 것이 약간 아쉬움이 든다.시대상을 놓고 볼 때 당시의 자유연애는 전향적인 것으로 보여진다.1930년대 경성(서울)의 거리 모습,인습,문화,언어습관 등을 느껴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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