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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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유령이라는 말 자체로 으시시하면서 소름이 끼치게 한다.어두운 오페라 극장에서 뮤지컬이 흘러가는 절정의 순간에 찬물을 끼얹은 오페라-가르니에 극장의 2층 5번석에서 발생한 납치,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아 가는 기기묘묘하고 미스터리로 가득 찬 이야기이다.특히나 19세기 프랑스 상류계층의 럭셔리한 분위기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가고 있기에 때로는 환락과 오만에 젖은 19세기 부르주아 계층을 비꼬는 분위기도 감지하게 되었다.

 

오페라 <파우스트> 마르그리뜨역으로 데뷰한 뮤지컬 배우 크리스틴 다에의 납치를 둘러싼 비극적이면서도 신비스런 정황과 샤니 자작의 실종 및 그이 형 필립 백작의 죽음,그 시체가 스크리브가(街)의 오페라 극장 지하에 위치한 호수의 제방에서 발견된 사실 등이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노인들에 의해 찾아 볼 수가 있고,작가가 말한 것처럼 유령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것을 이야기로 엮어 나갔다는 점에서 놀랍다.유령이 해골의 몸을 하고 다닌다는 발상이 무대 감독의 목격담에 비롯되었다는 것도 호기심과 신비감을 일으키기에 족하다.

 

가르니에 극장 2층 5번석에는 금방이라도 유령이 출몰하기라도 할 듯한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극장주들의 방심으로 샹들리에가 추락하고 이야기의 전개는 점입가경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한다.그 유령은 해골 분장을 하고 붉은 망토를 걸친 사내라고 모두들 한 마디씩 하게 되는데 라울 드 샤니 자작은 크리스틴이 유령에게 납치를 당한 것과 관련하여 이것은 단순히 돈과 물질을 뜯어내려는 수작이 아닌 사랑에 굶주린 에릭이 크리스틴을 반강제적으로 납치했다는 것을 알고 라울드 샤니 자작은 질투에 불타는 애증을 표출한다.크리스틴에 대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갈구,흐느낌과 저주,맹세는 절규 그 자체이다.한 편 천상의 목소리를 타고난 유령 에릭은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유령으로 살아가야만 했던 비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철창문을 거쳐 호수에서 극장 지하통로로 유령을 찾아 나서는 과정과 다양한 에피소드,인물의 등장도 빼놓을 수 없는 묘미이다.결국 유령은 크리스틴과 결합할 수 없는 비극의 운명으로 끝나 버렸지만 일반인과 동일한 모습으로 크리스틴을 사랑하려 했던 행동 앞에서 어떠한 반응을 보여야 할지 난감하기도 하다.흉측한 몰골이지만 천애의 목소리를 소유한 유령은 자신만의 아우라를 만들어 세인의 시선을 피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사랑을 갈구하려 했던 그에게 일면 동정심이 일기도 하지만 흉칙한 범죄행각 앞에서는 증오의 대상이기도 한다.그 당시의 사랑은 직업의 귀천과 사회적 신분이 우선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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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 중국어 Step 1 완전성공 중국어 1
김준헌.왕혜경 지음 / 시사중국어사(시사에듀케이션)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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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는 표의문자이고 고립어라고도 한다.글자 하나 하나에 뜻이 담겨져 있고 글자의 소리 높낮이(성조)에 따라 뜻이 달라지기도 한다.어순은 영어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똑같지도 않다.중국어의 문법 용어도 주어,동사,형용사,부사 등은 영어와 동일하지만 전치사는 개사,목적어는 빈어 등으로 쓰이기도 한다.북경어를 표준어로 하되 드넓은 중국에는 중국인들도 알아 듣기 힘든 방언들이 무수히 많다.심지어 방언을 통역해 주는 방언 통역사가 있을 정도이다.북경어가 관영매체 및 대외관계에서 표준어로 자리를 잡고 있으니 외국인인 한국인 입장에서는 북경어를 기초부터 착실하게 배우고 익혀 나간다면 크게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한국에서 쓰는 한자는 대부분이 정자체(번체자)로 되어 있고 중국에서는 간체자로 사용되고 있기에 중국어를 배우는 초심자는 약간의 혼란과 수고가 필요할 것이다.예를 들어 배울 학(學)은 중국에서는 学이고 익힐 습(習)은 习로 쓰이고 있다.처음 배울 때에는 몸에 배인 한자라는 생각을 버리고 새롭게 외국어를 배운 다는 각오,자세로 한 자 한 자 쓰고 외우면서 익혀 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또한 모음인 운모와 자음인 성모가 모여 하나의 소리를 이루고 있으며 때로는 단운모(단모음) 및 복운모(복모음)도 있다.북경어의 경우에는 소리의 뒤에 er(얼)을 첨가하여 얼화음을 자주 사용하는 특징이 있음을 알아 두는 것이 좋다.

 

 

이 도서는 중국어를 배우는 중국어 초심자에게 적격이다.기초 발음에 대한 설명부터 인사말,가족 구성원,생일,방향,축하,전화번호,물건 구매,교통편,직업,경험 등에 관한 대화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총 14과로 이루어져 있다.6개 단원을 학습하면 총괄 복습이 있으며 맨 뒤에는 워크북이 실려 있어 각 단원에서 배웠던 내용을 발음 다지기,듣기 다지기,단어 다지기,한자 다지기(간체자 복습),중국어 문장 따라 쓰기 등이 있어서 1석2조라는 생각이 든다.

 

 

각 단원의 구성은 단어,틀리기 쉬운 간체자,발음,문법,본문,문형연습,연습문제 순으로 되어 있다.본문이 중반 부분에 있는 점이 특색이다.단어와 간체자,발음,문법을 소화한 다음에 본문으로 들어가면 본문의 내용과 상황이 머리 속에 '쏙쏙'들어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다년간 중국어를 배우고 가르치는 입장에 있는 나로서는 이 도서를 통해 중국어 초심자들이 중국어 입문서로서 대만족을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어린이가 말을 배우듯 한 자 한 자 듣고 따라 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한 단원의 본문 내용이 귀에 익고 이를 응용할 수 있게 반복해서 듣고 따라하는 연습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별도로 CD나 오디오 테이프가 없는 관계로 (boo.chinasisa.com)에 들어가 <완성 중국어>를 다운로드 받아야 한다.초심자를 위해 공부하기 쉽고 실용적이며 신HSK 문제 유형까지 세심하게 배려한 이 도서를 통해 중국어에 대한 재미와 흥미를 느끼고 꾸준하게 학습하여 중국인과의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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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언제나 내 편이었어 - 하루키와 마르케스, 카잔차키스에서 산도르 마라이까지 나를 안아준 청춘의 친구들
김애리 지음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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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속에 저장하는 지식과 경험은 어린 시절부터 차곡차곡 쌓아 놓는 것이 훗날 어른이 되고 사회 생활을 하면서 커다란 작용을 한다.자아의 확장부터 원활한 인간 관계,사회적 리더십의 발휘,설득을 통한 문제 해결 등이 될 것이다.그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간접적인 체험 중에서 선현의 지혜가 담긴 도서만큼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은 말할 나위도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책과 가깝게 여기며 책 속으로 몰입을 하게 된 것은 어쩌면 공허한 내면을 채우기 위한 속셈이 깊었는지 모른다.사회 초년기에는 조직생활을 익히고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위해 나름대로 힘을 썼을지언정 마음 깊은 곳에는 늘 매마른 생각과 감정으로 속물 근성으로 가득찬 나날이었다고 회고한다.어쩌다 서점에 들르게 되면 눈에 들어 오는 것은 외국어 관련도서나 자기 계발서 등이 주가 되었다.맘이 동하여 한 권 두 권 구입하면 그것을 몇 번이고 읽고 또 읽어 내 것으로 삼아야 했는데 '수박 겉핥기 식'으로 몇 장 넘기다 말고 먼지만 수북하게 쌓여 가고 말았다.

 

그러한 공허한 시간과 세월은 나에게는 커다란 데미지였다고 생각한다.특히나 학창 시절 진정으로 본받고 좋아했던 친구들은 독서를 통한 배경 지식이 풍부했다는 점이 나에겐 열등감으로 다가오면서 자극이 되곤 했지만,우유부단한 성격 탓인지 죽자 살자 읽고 또 읽어야겠다는 의지와 실천은 빈약했던 나를 고백한다.그리고 몇 년 전 아내가 하는 말이 "집에 책만 있으면 뭐 해,읽고 실천하는 것이 진짜 지식이고 자신을 키워 가는 것이지"라고 했던 말이 커다란 자극과 반향으로 돌아 왔다.

 

김주영작가의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라는 작품부터 읽어야겠다고 뒤늦은 깨우침으로 시간이 되는대로 읽어 내려 갔다.그리고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 한국 현대문학 10대 작가가 눈에 들어 오면서 이청준작가의 작품부터 성석제작가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여유가 생기는데로 구입을 하여 운전 중,취침 전,전철 안에서 시간만 나면 읽는 재미가 차곡차곡 쌓여 가게 되고,우연히 모(某)온라인 서적에서 주최한 지리산 둘레길 걷기 이벤트에 선정이 되고 문학계의 거장을 뵙게 되면서 많은 감동을 받게 되었다.글이라는 것이 인간의 아픈 구석,소외되고 상처난 외롭고 쓸쓸한 사람들의 사연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라는 것이 불현듯 마음 속을 소용돌이로 몰아치게 했다.그러면서 읽는 것으로 끝나는 것은 무의미하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부족하나마 시행착오를 통해 배운다는 생각으로 두서 없는 서평을 올리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김애리작가의 <책은 언제나 내 편이었어>는 입시지옥에 시달리고 사회인이 되려는 청춘들에게 독서의 힘은 무엇인가,독서를 통해 깨닫는 것은 무엇인가 등을 담담하면서도 서정적인 문구로 고요하게 다가오고 있다.길을 잃고 방황을 하는 방랑자,사랑과 실연을 통해 인생을 배운다는 교훈,살면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가 각자가 얻는 바는 무엇이고 책은 마음의 본향이고 정처를 찾아가는 소중한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작가 나름대로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그 중에 이용범의 <연애편지>의 한 대목은 현실 사회의 한 대목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다."아픈 손가락을 내보이지 마라.그러면 모든 사람들이 아픈 손가락을 찌를 것이다.고통을 하소연하지 마라.악은 늘 약점이 있는 곳을 노리니까.신중한 사람은 결코 자신이 입은 상처를 말하지 않고,자신의 불행을 드러내지 않는다".자신의 약점,치부를 누구에게 드러내 놓는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멸시와 조롱,무시의 대상으로 여겨질지 모른다.사회는 그만큼 냉정하고 엄혹하기에 지금보다 나은 내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눈물,콧물 스스로 삼키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세상살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그리고 삶의 종착점에 이르렀을 때에는 내가 그동안 내 가족,주위를 위해 얼마나 배려하고 돌보았는가,진정으로 그들을 얼마나 내 마음,가슴 속으로 품었는가라는 명제에 이르게 될 거 라는 생각이 어렴풋하게 다가 온다.삶으로의 입장권은 무덤 속에 누워 있는 자신을 상상하는 것이라고.무덤에 눕기 전 가장 선명히 떠오르는 기억은 무엇일까?

 

삶은 사랑의 잔치다.그러니 마음껏 사랑하며 이 잔치를 즐기자.잔칫집에서 내면의 굶주림으로 굶어 죽을 수는 없지 않나. - 앤서니 드 멜로 -

 

세상에 등불이 되어 힘없는 다수에게 희망을 안겨 주었던 인물들이 남긴 공통점은 상상할 수 없는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며 죽음의 충동 속에서 자신을 붙들며 한평생을 보낸 인물이라는 생각을 한다.링컨,도스토예프스키,헤밍웨이,베토벤,처칠,괴테,톨스토이,차이코프스키 등이다.그들은 단 하나의 괴로움도,한 방울의 눈물이나 한 방울의 피도 헛되이 쓰지 않았으며 생이라는 괴물과의 지난(至難)한 전투에서 최후의 승리를 거뒀다.그들은 거짓된 가면을 쓰지 않았다는 점에서 진정한 승리자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 가슴에 와닿는 말은 조안 앤더슨의 행복의 밀알이다.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거듭되는 절망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느니 희망의 밀알을 착실하게 키워 나가라는 말이다.고요 속에서 나를 소소히 들여다보며 몸 안의 물소리를 따라 흘러가는 것이 마음의 평화이고 삶의 질을 고양시키는 방편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아하는 문구는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篇義自見)이다.책읽기는 몇 번이고 반복하여 읽어 의미가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라는 말이다.비록 그렇게 실천을 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비슷한 장르,관련성 있는 독서를 통해서라도 책 속에서 인생의 희노애락을 느껴보고 싶다.일을 하면서 깨달은 바를 접목하고 삶이 힘겨울 때 책 속에 숨은 한 마디 잠언,한 구절의 시(詩)는 현실에서는 들리지 않지만 내가 살아 가는데 위로와 힐링,정처가 되어 주고 있어 책은 늘 든든한 당산나무와 같은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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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뒤집어본 중국 지식의 비타민 2
지식활동가그룹21 지음 / 문화발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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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숨겨진 면모를 제대로 알려면 가장 후미지고 소외된 곳을 찾아 누비면서 그 면모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사람들이 살아 가는 일상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그 일상의 모습 속에는 관습과 습관,생각과 사고 방식을 넘어 문화적인 수준까지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중국은 오랜 역사와 '중화사상'이라는 중국인만의 자긍심과 자존감을 갖고 있지만,오랜 봉건적 제도와 공산주의 체제 안에서 살다 보니 그들 가슴 깊은 곳까지는 아직은 세련된 서구적인 체제와 질서,메너가 자리잡고 있지는 않은 거 같다.'피의 숙청'이라 불리고 중국의 발전을 더디게 한 문화대혁명을 지켜 보면서 중국인의 머리 속에는 조용히 지켜 보고 속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함부로 나대 봤자 이익볼 것이 없기 때문이고 몸과 마음을 다치기 때문일 것이다.

 

 

출장 형식으로 1990년대 중반 중국 산동성 지역을 다녀 온 것이 중국 현지에 대한 생생한 경험이고 그 경험이 오래도록 머리에 남아 있다.대외 관계가 많아지면서 중국과 중국인의 모습도 많이 바뀌었겠지만 아직도 공산주의의 인습이 남아 있어서인지 열심히 일을 해서 많이 가져 가야겠다라는 경제주의 사고 방식은 덜 물들어 있는 거 같다.

 

 

내가 중국 땅에 발을 내딛고 체제하면서 느낀 것은 다양하기만 하다.외국인이라고 생각되면 달러매입을 하려는 호객행위와 택시를 타게 되면 터무니 없게 가격을 부르고,(바이어 대접하는 차원에서)대낮에도 도수 높은 중국술을 권한다.마시지 못해도 그들의 비위를 맞추어야 협상과 일이 순조롭게 풀리기에 조금은 마셔 주는 것이 좋다.그리고 지방 도시 시외버스 터미널의 화장실을 가려다 황당무계한 일을 목도한 적이 있다.화장실 바닥이 운동장과 같이 넓었는데 대소변을 한 곳에서 남녀 모두가 적당하게 보는 것이었다.나도 모르게 진저리가 쳐진 경험이 있다.

 

 

중국인 앞에서는 계약과 납기,규정을 앞세우기 전에(물론 본사에서 납기,품질 등 닥달하기에) 그들과의 책임자와의 관계를 인간적으로 잘 맺어 그들이 자신들을 배려하고 존중한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먼저이다.납기를 재촉하다 보면 품질은 엉망이 되어 버리고 책임자는 간혹 출장을 핑계로 나타나지 않은 경우도 있어 업무상 곤혹을 치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특히 회사 책임자급이면 공산당원일 가능성이 농후하기에 그들에게 혼을 내고 면박을 주는 경우에는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 수도 있기에 유념해야 한다.

 

 

중국인의 월 급여 수준이 한국 돈 18만원(인민폐 1,000위안) 정도이다 보니 식료품과 생활비에 빠듯하다는 것을 느낀다.출퇴근의 경우에는 대부분 자전거로 하고 버스(궁궁치처)로 하는 경우도 있으며 자가용은 대부분 관용(官用)인 경우가 많다.식사는 공장 노동자인 경우에는 식권을 발급받는데 바오즈(한국식 만두인데 속엔 아무 것도 없음) 2개 정도에 돼지고기와 야채를 섞어 볶은 반찬이 전부이며 식사 후에는 으례 중국식 차를 마시면서 디저트로 가름한다.여름 날엔 더위 때문인지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는 휴식시간이었던 기억이 난다.그만큼 생산성과 수익성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른 아침이 되면 태극권으로 노인들이 고요한 아침 이슬을 맞으며 태극권의 내공을 뽐내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 중국의 모습이다.통근,통학시간이 될 무렵에는 자전거와 자동차가 뒤섞이고 매연마저 시커멓게 내려 앉는 중국 거리는 활기차기만 하다.일을 마치고 남는 시간을 이용하여 백화점(상창) 등을 잠깐 들르게 되는데 상품은 조잡하기만 하다.또한 판매원(복무원)이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무뚝뚝하기만 하다.'살라면 사고 말라면 말아라' 식이다.그들은 거리에서 심심풀이로 볶은 해바라기씨를 자주 까먹는다.그리고 껍질을 바닥에 아무런 거리낌없이 버리는데 이러한 모습은 식당에서도 자주 목격된다.음식물 찌꺼기 등이 식탁과 바닥에 수북하게 버려지고 새로운 손님이 오면 몇 년 묵은 행주로 슥삭 닦는 시늉으로 끝나는 것을 보고 위생관념,청결의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은 보증금 제도가 발달된 나라이다.여관,호텔에 묵을려면 반드시 보증금과 숙박비를 선불로 내야 한다.수많은 외침 속에서 남에게 당하는 꼴을 보기 싫어하는 중국인의 심리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거 같다.그 외 보증금을 요구하는 경우는 무수히 많다.

 

 

56개 소수민족에 14억에 가까운 중국은 이제 많이 달라져 가고 있다.문화대혁명 당시 하방운동으로 몰렸던 지식청년들이 이제는 중국을 이끄는 지도자로 부상하고 있다.높은 경제 성장률 뒤에 그들이 안고 있는 빈부격차 문제와 실업문제,환경 오염 문제,인권문제 등이 그들이 풀어야 할 숙제이다.인터넷이 널리 보급되고 1인 자녀를 국가정책으로 하는 중국은 기회 균등과 자유 경쟁이라는 시대를 맞고 있다.하지만 중국에서의 실질적이고 최종적인 결정은 계약 등과 같은 약속보다는 그들 속에 깊게 자리잡은 관계(꽌시)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지금은 중국식의 사고방식 반,서구식 사고방식 반 정도의 과도기에 놓여 있는 중국의 현주소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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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양이를 데리고 노는 것일까, 고양이가 나를 데리고 노는 것일까? - 내가 나를 쓴 최초의 철학자 몽테뉴의 12가지 고민들
솔 프램튼 지음, 김유신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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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관련 도서를 읽다 보면 글의 구성이 탄탄하고 내용이 오밀조밀하게 엮어져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또한 인용문이 곁들어져 글의 완성도를 높이고 독자는 이를 통하여 글의 행간의 의미와 전체적인 내용을 수용하고 통합해 가면서 지성인의 힘을 배양해 간다고 생각한다.이러한 인문 관련 도서가 역사적인 배경이 깔려 있는 경우라면 당대의 사회적 배경과 시대 상황,제도와 시스템까지도 미리 파악하고 읽어 내려 간다면 읽는 재미와 독서효율성도 제고될 거라 생각한다.

 

 

 

유럽은 중세 그리스 스토아 학파 및 영주를 기간으로 하는 봉건제 및 로마 카톨릭 교의가 르네상스 시대에도 이어지게 되는데,16세기 프랑스는 신구교 간의 갈등과 내전,불화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모랄리스트로서 자신의 삶의 바탕을 근간으로 다양한 경험을 고백하고 있는 몽테뉴의 자서전격인 에쎄(Essais)는 한국에서는 수상록(隨想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그가 살았던 16세기 중.후반기에는 프로테스탄티즘과 카톨릭과의 갈등과 내전이 깊게 골이 패이면서 그는 신구교의 교의에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낸다.대신 그는 사람,사물에 대한 독단적인 견해보다는 건전한 비판을 내세우게 된다.에쎄는 그가 고뇌하고 갈등했던 다양한 체험 결과를 자신의 거울에 비춰 쓴 성찰력의 소산으로 보여진다.

 

 

 

 

몽테뉴보다 반세기 가량 늦게 태어난 데카르트는 사상적인 측면에서 크게 대조가 되는데,데카르트가 열정과 배려의 영향을 받지 않은 채 금욕주의자처럼 지냈던 반면,몽테뉴는 신구교의 내전을 목도하면서 당시 프랑스의 사회 분열상을 치유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을 했으며,협상가로 활동하기도 했다.<방법서설>을 집필한 데카르트가 관념적인 소유자라면 몽테뉴는 현장 및 유람을 통해 보고 듣고 체득한 결과물이기에 시대 상황 및 몽테뉴 개인의 생각과 감정 등이 근접적이라고 할 수가 있겠다.즉 그는 인간의 보편적인 유형으로 들어 가기 위해 힘을 쓰고 사회 전체로 연결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가 개인과 사회를 통해 밝히고 있는 대목은 절친인 보에시와의 깊은 우정을 비롯하여 죽음,회의,동물,전쟁,여행,고통,섹스,관계,취향,유년,자아(Egoism)으로 되어 있다.몽테뉴 부인 이상으로 가깝게 지냈던 보에시의 임종까지도 지켜 보았던 몽테뉴는 죽어서도 우정은 살아 있다고 회상한다.뒤를 잇는 죽음의 문제에 대해서도 "철학은 죽는 법을 배우는 학문이다"라고 할 정도로 죽음을 두려워 말라고 가르치고 있다.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고 순리이기 때문이다.

 

 

 

"사람이란 여인에게서 난 몸,수명은 짧고 혼란만 가득하다.꽃처럼 솟아났다가 시들고,그림자처럼 사라져 오래가지 못한다." - 욥기 14장 1~2절 -

 

 

낙마(落馬)의 후유증으로 시달리며 혼미한 상태에서 몽테뉴는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라고 하면서 회의주의적인 시각을 나타낸다.당시 스토아 학파를 비롯하여 신구교의 교의가 획일적이고 꽉 막힌 절제주의는 숨이 막힐 정도였을 것이다.그는 신장결석을 치료차 독일,이탈리아 등을 유람을 한다.여행을 통해 친척과 친구를 해후할 수 있는 즐거움과 그 지역의 인종학적 관심,각종 의식과 습관,동태,몸짓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여 주고 있다.여행에 대한 흥미로운 교훈이 아닐 수가 없다.

 

 

 

인간은 동물과 유사한 점이 많다고 하는 몽테뉴는 일이 어그러졌을 때 돼지,소,닭에 빗대어 욕을 퍼붓기도 한다.이것은 한국에서도 자주 쓰이고 통용되는 말이며,몽테뉴는 농사와 사냥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수탉이 언제 우는지를 관찰하고 영주 신분으로서 승마를 좋아하고 말을 분신으로 생각했을 정도이다.당시 교통수단이 말이었던 만큼 말과 관련한 단어가 많다는 점도 이색적으로 다가온다.전쟁에 관련해서는 고대 전략과 전술,화승총,창,장군들에 관한 이야기에 치중하고 있다.

 

 

신장결석을 치료하기 위해 여행을 떠났던 몽테뉴는 온천에서 자기 몸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멜론을 먹다가 그 고통에 시달리는 악몽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신장결석에 신경을 쓰면 쓸수록 감각기능이 발달하고,신장결석의 돌이 빠져나올 때의 느낌은 탄생할 때의 느낌,그리고 성행위가 최고 절절에 달했을 때의 오르가즘에 비유하고 있다.이를 섹스 문제로 연결하면 상대방에게 정신적 매력을 느끼지 못해도 성행위는 가능하지만 육체적 매력을 못 느끼면 할 수가 없다라고 하며,성행위 중에 사정을 참는 방법도 설명하고 있다."바로 그 순간에 다른 생각에 몰두하는 것이다".라는 등의 대범하고도 경험적인 체험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몽테뉴는 법관,보르도 시장 등의 공직 생활에서 물러난 뒤에도 외교계에서 계속 활동을 했다.물리적인 접촉을 통해 다른 사람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일에 몰두 하는 것이 가장 인간답게 사는 일이라는 것이 그의 소신이고 관계라고 확신하고 있다.아울러 관계에서 공적인 공간과 사적인 공간의 차이를 인식하고,연인과 가족을 위해서는 사적인 공간을 마련하여 타인의 침범을 경계했으며,관계는 심리적인 관계 못지 않게 육체 간의 물리적 결합이 인간 본능이라고 말하고 있으며,일본의 와쓰지데쓰로관계를 사이(間柄: 아이다가라)로 보면서 아이를 잃은 엄마가 본능적으로 자석과 같이 아이의 뒤를 뒤쫓아 가는 자석과 같은 힘이라고 한다.

 

 

 

"사는 것이 곧 생각하는 것이다"라고 몽테뉴는 말한다.몽테뉴는 개인주의 문학 형식의 창시자로 인정을 받고 있으며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자신의 내면 세계에 침잠을 하고,행복의 근원은 우리의 부모,우리의 자녀,그리고 우리의 친구들로부터 인정받는 것이라고 했다.결국 자신의 가까운 혈족부터 친우(親友)까지를 영혼의 동반자로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한다.

 

 

 

 

정신적으로 인본주의(르네상스)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던 몽테뉴는 인간의 언어 능력을 인간다움의 본질로 생각하고 이는 동물과 구분되는 특징으로 삼았다.또한 외부와 단절된 채 홀로 사색하고 관념적인 언어로 자신을 성찰한 것이 아닌 직접 오감으로 느끼고 체득한 것을 고뇌의 산물로 표출된 것이 그의 에쎄(수상록)에 여과없이 선연하게 드러나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몽테뉴라는 개인의 체험을 바탕으로 당대 프랑스의 사회제도,종교간 갈등과 내전 등의 역사적 사실까지도 간파할 수가 있어서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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