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조건 - 꽃게잡이 배에서 돼지 농장까지, 대한민국 워킹 푸어 잔혹사
한승태 지음 / 시대의창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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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 푸어'가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비정규직,파트 타임 등 다양한 명목으로 정규직과는 천양지차의 조건과 대우를 받고 있다.일의 강도 및 업무량 면에서 거의가 정규직보다 더 셀 뿐더러 과외로 궂은 일도 해야 하는 열악한 근무여건에 놓여 있는 것이 실정이다.이렇게 비정규직,파트 타임이 계속 양산되는 상황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높아진 경제력에 비추어 볼 때 정규직에 들어 갈 고비용을 비정규직 및 파트 타임으로 충당하려는 속셈이 짙다는 것을 통감한다.

 

세상에 쉽게 돈 버는 일은 없다.정해진 사규,조직에 소리 안나게 성실하고 인간성 좋으며 순응하는 자세로 근무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기업의 풍토나 인력 관리 등이 정규직 위주로 되어 있고 비정규직은 빗나가는 근태나 효율성,수익성 면에서 적신호가 켜지면 언제든 해고 1순위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정규직 역시 근태,생산성,인간 관계 잘 챙겨야 하고 개인의 생활은 거의 누릴 수가 없고 조직 생활에 적극 충성을 하면서 자기계발에도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것이 현대 사회인의 단면도가 아닐까 한다.

 

오래 된 일이지만 군제대 후 복학하기 전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지방도시에서 배관 나르는 일과 시립 도서관 잔디깔기 아르바이트를 해 본 적이 있다.이 두가지 일 모두가 2인 1조가 되어 하는 것이었는데 배관 나르는 일은 상대적으로 육체적인 노동이라 체력이 요구되고 보조를 맞춰 흔들거리는 철 계단을 타고 옥상으로 옮긴다.그리고 용접공이 지시하는 곳으로 옮겨 놓으면 되는데,순간의 방심으로 배관과 배관 사이에 기울어져 지나가던 행인의 머리를 '꽈당'부딪힐 뻔한 아찔한 경험이 있었다.그 경험이 있은 뒤로는 안전사고 만큼은 몸에 배여 전후,좌우,상하의 공간을 신경쓰는 버릇이 생겼다.그리고 잔디깔기는 체력이 크게 소모되지는 않았지만 일을 감독하는 십장의 잔소리 이를테면 "꾸물거리지 말고 하루 계획에 차질없도록 하라"는 종용이 끊이질 않았다.이 두 가지 노가다(막노동일)는 살아 가면서 가장 밑바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삶과 생활방식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대학을 졸업해도 번듯한 직장 구하기는 이제는 어렵게 된 세상이다.스텍,스토리텔링 모두 갖춰져 있어도 '나는 놈 위에 기는 놈 있다'는 말처럼 나보다 실력도 많고 배경도 좋은 사람이 많기에 쉽게 원하는 직장에 들어 가기가 힘들다.반면 3D업종이라고 할 수 있는 육체적 노동을 요구하는 곳은 어디에든 있겠지만 그러한 곳에는 눈에 들어 오지 않는 것이 젊은이들의 사고인 것 같다.어느 곳이든 편한 자리가 어디에 있겠냐마는 근무 여건이 열악한 곳은 일은 고되고 대우는 상상이하이기에 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그래서인지 근무환경이 힘들다고 여겨지는 곳은 어디에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똬리를 틀고 있고,그들 또한 노동자로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국산업계가 안고 있는 실정이고 치부가 아닐까 한다.

 

이 글의 한승태저자는 삼십을 바라보는 열혈 청년이다.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구체적으로 모르지만 글에 소개된 사회 생활은 가장 하기 싫고 가고 싶지 않는 곳만을 몸으로 눈치로 다 겪어 본 것 같다.근무 환경과 여건,대우가 조폭 세계와 같다는 선원 생활을 비롯하여 24시간 편의점 및 주유소 알바,돼지 농장(조경수 일 포함)에서의 돼지 키우기,농촌의 비닐 하우스 일,자동차 부품 공장 등의 일을 가감없이 적나라하게 들려 주고 있다.그 실상이 너무도 선명하게 다가와서 마치 르포르타쥬를 보는 듯 했다.험악한 욕설과 육두 문자는 기본이고 마치 군대의 고참이 신참을 다루는 듯한 언행이 섬뜩하기만 하다.시급 4,580(2013년 기준)을 놓고 설왕설래를 하게 되는데,공통점은 누군가의 소개나 소개소를 거쳐 들어 간 것이다.

 

꽃개잡이의 선주의 악덕 행위가 가장 비위에 거슬리고 편의점과 주유소는 그래도 접객 업무이다보니 손님에게 최선의 서비스 정신을 보여 주어야 함을 저자는 알고 있지만 소비자(고객)의 거드름피우는 언행도 소비자 의식이 낮다는 반증이다.돼지 농장에서는 종부사부터 비육사를 왔다 갔다 하는데 쓸고 닦아도 늘 쌓여만 가는 돼지들의 똥과 오줌 등의 악취에 구태의연한 상하관계,가난하게 살지만 인간의 따뜻한 정을 갖고 살아가는 비닐 하우스 주인,한 시도 딴 생각을 할 수 없는 긴장감과 정밀성을 요구하는 자동차 부품 공장을 소개하고 있다.낮은 시급에 휴일도 월 2회 정도로 근무시간은 열 시간을 넘기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피 떨고 포 떨면 손에 들어 오는 돈은 월 100만원도 안되는 근무지를 전전하면서 그가 느끼는 것은 사회가 이만큼 돌아가는 이유가 대다수의 노동자들이 제도와 체제에 순응하면서 묵묵히 살아가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요근래에는 부자는 계속 부자로 살고 가난한 자는 계속 가난한 자로 살 것만 같은 사회 구조가 겨울날의 앙상한 나뭇가지와 같이 파르를 떨고 있는 모습이고 자화상이다.어느 곳에서 일을 하든 최소한 먹고 살 만큼의 생계를 지원해 주어야 하는데 현실은 있는 사람 위주이고 힘없는 자는 죽지 못해 억지로 살고 있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사회가 소외된 계층을 보듬어 안고 부를 분배하여 상생하려는 의지를 보여 주는 것만으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의 싹이 틀 텐데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이분법적 사회 구조가 슬프기만 하다.재치있고 유머 넘치면서 현장감을 그대로 재현한 저자의 워킹 푸어는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만 할 커다란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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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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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통 가옥은 나무로 얼기설기 엮어 고색창연하면서 일본 고유의 습한 날씨를 피하고 통풍이 잘되며 인체 건강을 고려하여 건축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그 고색창연한 2층 목조 건물 아래층이 잡화점으로 사용되다가 경영이 어려워져 달랑 몸둥아리만 피신하고 얼마 뒤,일자리를 제대로 갖지 못한 좀도둑 세 명이 '나미야 잡화점' 불쑥 들어서면서 나미야 백화점의 기적이 무엇인가를 비현실적이면서도 인간미에 바탕한 이야기들이 독자들을 파고 든다.

 

추리소설계의 대명사로 각인된 히가시노게이고의 이번 작품은 기존의 범죄수사물의 단초와 접근법이 미스터리색이 짙으면서도 최소한의 인간성을 바닥에 깔고 있었다고 생각하는데,이번 작품은 예전의 작품과는 전혀 색다른 작품세계로 빠져 들게 만든다.

 

다양한 에피소드와 인물들이 강의 상류를 거쳐 하류에서 만나듯 모든 인물들이 환광원(丸光園)이라는 아동복지시설과 연관이 있으며,그들은 나미야 할아버지의 인생 상담을 통해 구원을 얻어 가고 그 구원은 거의 맞아 떨어지는 신통력이 있다.나미야 할아버지의 미래예측은 삶의 경륜과 지혜,천리안이라는 혜안을 갖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이 나미야의 단어는 나야미(惱み,고민)로 바꿀 수가 있다는 점에서 제목 자체가 무척 상징성을 띠고 있다.

 

소매치기,빈집털기,갈취 등의 삶을 사는 좀도둑 일당 세 명은 아무도 없는 나미야 잡화점에 침입해 보니 누군가 인생 상담을 하고 상담 결과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도착하는 누군가에 의해 도착이 되는데,1층 셔터 문에 걸린 우편물 입구에 인생 상담 거리를 끼워 놓으면 다음 날 뒷문 쪽 우유상자에 답장이 도착하는 것이다.처음에는 누가 남의 인생을 기웃거리고 그에 맞춰 상담을 해주는가 싶어 섬뜩하면서도 유령의 짓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다.

 

올림픽 선수로 출전하기로 애인과 약속했던 달 토끼의 애틋한 사연,아버지의 가업을 잇지 않고 음악계로 투신하려 고집을 부렸던 가쓰로의 뒤늦은 후회,비틀스에 대해 열렬한 팬이었던 고스케는 아버지 사업이 기울고 식구 모두가 도망치는 신세에서 홀로 아동복지시설로 오는 사연,이모할머니댁을 매입하면서 일약 빌딩까지 소유하고 여사장이 된 하루미의 사연 등이 <인생 상담>을 거치면서 삶의 향방을 결정한다.

 

또한 이 글은 시대적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이 자유주의 국가에서 거의 보이콧하는 바람에 일본도 참가를 하지 않는데,나미야 할아버지는 부동산,주식 등의 급등과 버블 경제의 몰락 등을 귀신같이 알아 맞춘다.그 덕에 하루미는 건물을 살고 팔기를 거듭하고 버블이 꺼질 무렵에는 나미야 할아버지의 말을 믿고 모든 것을 처분하는 투자의 귀재다움을 발휘한다.

 

그리고 나미야 할아버지는 마지막으로 백지(白紙)를 보내주신 이들에게 회신한 답장은 의미심장하다.

 

당신의 지도는 백지인 것입니다.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고 해도 길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일 것입니다.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본 문 -

 

'내일은 오늘보다 더 멋진 세계가 도래하고,내일에의 희망을 믿고 살아가자'라고 저자는 경제 위기로 힘들어 하는 세인들에게 따뜻한 인간미와 밝은 희망을 선사하고 있는 것 같다.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의 인생은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주체적이고 우주의 중심이라는 점을 새삼 느끼게 한다.인생 상담을 통해 훈훈하고 흐믓한 과거와 현재,이야기와 인물들이 하나로 모여 드는 광경을 머리 속으로 유쾌하게 그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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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그대가 가야 할 길을 알고 있는가
선묵 혜자 지음 / 아침단청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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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내면에 고요하고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진정한 행복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나름대로 늘 생각해 본다.경제적 여력이 갖추어져 아이들 결혼 전까지 부모로서 해 주어야 할 의무와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부단하게 노력을 하고,삶이 다하는 날까지 병들지 않도록 늘 몸과 마음을 다스리면서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을 기대하며 힘들고 외로울 때 함께 삶의 길을 길게 갈 수 있는 동반자가 몇 명이라도 있기를 기대해 본다.

 

삶이 어렵고 앞이 보이지 않다고 생각이 들 때 어느 종교인든 신앙에 의지하여 내 자신을 추스려 보고 싶다.불교든 기독교든 상관이 없다.마음 깊은 곳의 탐욕을 제거하고 잘못 살아 온 지난 날을 성찰하는 시간을 누군가에게 고백하고 삶의 고견을 듣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속으로 삼키고 시간이 지나면 치유가 되겠지라고 안이하게 판단하고 흘려 버리곤 한다.그것은 자신을 방치하는 꼴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같은 생각,오류가 반복되지 않을려면 자신을 경계하고 제어하는 통찰력 있는 삶의 목표와 실천이 따르지 않으면 똑같은 일이 다시 생기면서 일종의 악순환의 연속이 되며 삶의 발전,삶 속에서 행복을 느끼리라 어렵다는 자각을 한다.

 

현재 도선사 주지로 계시는 선묵혜자 이 글은 돈과 물질에 찌들고 한없이 탐하는 인간들의 마음 속의 깊은 찌꺼기를 비워 놓아 진정한 행복의 길을 가자는 암시가 담겨져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인간의 물질에 대한 욕망,탐욕은 끝이 없다고 생각한다.그 물질의 지배로 인하여 몸과 마음이 망가지면서 영혼마저 볼썽사납게 되고 삶은 온전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이렇게 영혼마저 썩어 문드러진다면 삶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생각이 든다.혼독과 불안,고뇌와 불만 덩어리들은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스스로 계율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나름대로 방법을 찾아 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맑고 청아하며 시원하게 흘러 가는 산사의 계곡물을 벗삼아 사찰 안에서 명상을 하고 (단기간)수행을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명상을 통해 자신의 마음 속에 깊게 내재되어 있는 갖가지 오욕칠정을 씻어 내는 연습을 한다면 혼탁한 마음이 맑고 청아하며 온유하게 변해 가지 않을까 한다.

 

불필요한 물질의 탐심으로 마음을 상하게 하고 자아를 잃는 대신 비우고,놓으며,낮추고,참된 인연을 맺어 가기를 선묵혜자는 시적인 문구로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있다.그 중에 불가에서 말하는 열 가지의 선한 일이 가장 마음에 와닿는다.행동으로 쉽게 옮기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자신의 삶의 질과 행복을 찾아 가는 길이라면 결단을 내려 실행에 옮기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남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아라,남의 것을 욕심내지 말아라,남을 현혹하지 말아라,남에게 함부로 욕하지 말아라,남에게 헛된 말을 하지 말아라,남의 물건을 훔치지 말아라,쉽게 화내지 말아라,삿된(보기에 하는 행동이 극히 개인적인 것) 행동을 하지 말아라,생명을 함부로 해치지 말아라,간사한 행동을 하지 말아라.

 

 

이 모두가 자신을 경계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두텁게 하며 상생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어느 한 곳에 집착과 탐욕을 갖어 단시간의 성과와 성취는 있을지 몰라도 넓은 안목에서 보면 한낱 부질없는 것일지도 모른다.평범한 삶 속에서 위대한 진리를 깨달아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달라진 나의 모습,타인에게 끼치는 영향이 나와 사회를 더욱 밝고 유익한 방향으로 인도할 거라는 믿음을 갖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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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이미 여우는 사냥꾼이었다
헤르타 뮐러 지음, 윤시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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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헤르타 뮐러의 이번 글은 동유럽이 붕괴되기 전 공산체제 속에서 민중들이 독재정부와 당에 의해 인간 이하의 수모와 탄압을 받던 시절을 일기를 써내려 가듯 담담한 회상과 어조로 가감없이 들려 주고 있다.동유럽이 무너지면서 이 글의 공간적 배경인 루마니아의 장기 독재자 차우세스크 부부의 비극적인 종말을 맞이하던 장면을 TV로 본 적이 엊그제 같은데,인간의 권력이란 참으로 무상하고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권력의 탐욕의 뒷 안길은 늘 쓸쓸하고 싸늘하게 끝난다는 것을 역사의 교훈으로 삼게 된다.

 

이 글을 읽어 가면서 느끼는 것은 민중 개개인의 말과 행동 하나 하나가 당 간부에 의해 감시가 되고 꼬투리가 될 만한 것들은 철저한 취조와 단속이 행해졌다는 살벌한 분위기가 전개된다.공간적 배경은 다양하지만 봉제공장,철사 공장 등의 노동자가 많은 곳이 위주가 되며,이 글에 나오는 <철사공장>은 작가가 직접 체험을 했던 곳으로 인간의 일상과 노동 환경,조건이 매우 열악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지켜 보고 겪었던 일을 파헤치는 르포르타 형식을 띠고 있어 생생한 현장감을 느낀다.

 

이 글이 비록 장편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시적인 문장들이 많다.그것은 직접 대놓고 직설법으로 말하기 보다는 완곡하면서도 은유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시대의 아픔과 고통,상처를 더욱 실감나게 나타내려는 의도가 짙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또한 작가는 독일계 소수민족 출신으로 루마니아측에서 보면 이방인이어 더욱 핍박과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이제 이념과 사상은 무너지고 자본주의에 입각하여 자유물결이 동유럽에도 만연되어 있지만 당시의 상황은 인간의 행동이 감시와 탄압으로 마치 도살장에 끌려 가는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사상 감시를 받은 한 여자가 여재단사에게 가져 온 노트의 겉표지에는 작업반 노트라고,속표지에는 생체무게와 도살무게라고 쓰여 있었다. - 본 문 -

 

호위호식하는 공산당 지도자 및 간부들을 제외한 대중들의 삶은 처연하기 짝이 없고 루마니아의 전체적인 공기(公氣)는 을씨년스럽기만 하다.작가가 형용하듯 길모퉁이에서는 태양은 풀어해쳐진 셔츠처럼 펄럭이고 아침 공기는 벤진 냄새,먼지 냄새,사람들의 신발 냄새 그리고 빵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면서 허기진 사람들의 뱃 속에서는 배고픔의 냄새가 날 정도라고 했다.북한의 주민들의 실생활도 역시 그러하리라는 생각이 몽글몽글 피어났다.

 

건물의 계단부에는 창문이 있지만 빛이 들지 않고 전기도 없다.승강기는 위층들 사이에서 대롱대롱 걸려 있다,라이터가 깜박거리지만 불빛을 비추지는 못한다는 글에서 당시의 루마니아가 계획경제하에서 각종 부족한 생필품,전력난,민중들의 고단한 삶은 차우세스쿠를 비롯한 정치권력자와 공포를 작가의 또랑또랑한 시선으로 그 시대를 분명한 어조,선명한 색깔,콧 속으로 스며드는 퀴퀴한 냄새의 흔적을 독자들에게 투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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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디스 워턴 지음, 김욱동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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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스 워턴의 작품은 처음인데 겨울이라는 제목에서 암시되듯 한적하면서도 을씨년스러운 겨울 날 어느 곳에서 이야기가 전개될 것 같다는 첫인상을 받았다.이 글이 20세기 초(1911년)에 나온 작품으로 노벨문학상 후보로 추천되지만 아깝게 실패했다고 한다.작품성이 뛰어난 만큼 글의 구성이나 등장 인물 간의 자극적이지 않지만 표표하게 물 위에 떠있는 인물들의 미세한 움직임과 심리묘사가 매우 치밀하게 묘사되고 있다.

 

교통수단이 자동차와 전차 등이 발달되어 않았던 시대인지라 서부 활극에 나오는 카우보이마냥 말을 타고 등장하는 외지인 이선과 아내 지나 그리고 지나가 병이 깊어 집안 일을 거두어 줄 먼친척 매티가 한 지붕 아래에서 흑백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이 돌아 가듯 정중동이 이어지고 말과 행동도 격정적이지는 않지만 속앓이를 하는 사람의 마음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찌푸등한 표정의 얼개가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간다.

 

공간적 배경은 메사추세츠 스탁필드라는 외딴 마을이고 겨울날의 풍정이 파노라마와 같이 지나간다.아픈 아내를 위한 따뜻한 말 한마디,돌봄은 외려 집안 일을 돌보러 온 메티에게 가고 그 감정은 아내 지나로부터 불편한 심기가 싹트기 시작됨을 느끼게 한다.크게 요동치지도 않지만 아내 지나는 정신적 고립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외로움은 추운 겨울의 깊이와 맞물려 축적되어 간다.

 

매티는 지나의 제안에 의해 여가 시간을 이용하여 스트레스를 풀고 삶의 충전을 위해 무도회에도 나가면서 젊은 남자들의 시선을 끌기도 하고 함께 리듬에 맞춰 댄스를 추기도 한다.그러한 매티를 이선은 데리러 오면서 아내 지나에게 못느낀 풋풋한 연정의 싹이 트게 되면서 그 내면의 감정의 불씨는 점점 커져만 가고, 아내 지나도 남편이 매티에게 가까워지는 것이 시기와 질투를 느끼게 되면서 매티의 집안 일 솜씨가 서툴라는 것을 들춰 내어 불평을 늘어 놓고 환기를 준다.

 

아내 지나의 병이 완연하게 되면서 (그도 인간인지라)아내에 대한 연민의 정이 깊어만 가고 경제적인 이유로 수술을 주저한다.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아내의 병마는 깊어만 가는데 매티가 이선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편지를 전하면서 매티에 대한 새로운 감정이 생기고 혼돈과 울분으로 교차되는 감정이 깊은 마음 속에서 폭풍처럼 휘몰아 치게 된다.이제 매티는 자기가 살던 고향으로 되돌아 갈 시간이 오면서 이선은 매티를 먼 길을 동행하면서 바래다 주는데 눈보라 속에 눈 속에 파묻혀 서로 죽을 뻔하다 기적적으로 살아 난 이선과 매티는 다시 이선의 집으로 돌아 오게 된다.

 

작가 이디스 워턴은 남편과의 결혼 생활이 순탄하지 않았다고 한다.밖으로만 빙빙 도는 남편과 집안 일에 매달리면서 우울증,고독,혼돈,울분 등이 축적되어 갔다고 한다.이 겨울의 주인공 이선의 아내 지나가 작가가 처해 있는 정신적 고통,울분을 대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20세기 초 여성이 남성보다 발언권이나 사회적 활동이 제약을 받던 시절이라 속으로 삼키고 인내하는 것이 극도로 힘들어 글로 나마 마음의 울분을 겨울이라는 시간적 공간을 삼아 각색했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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