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물건과 속닥속닥 - 골동품이 내게로 와 명품이 되었다
이정란 지음, 김연수 사진 / 에르디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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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부모형제,친구,이웃들과의 공동체에 가까운 삶을 살던 시절은 엊그제 같다.그러한 삶 속에서 자란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유난히도 추억과 기억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눈 감으면 초가삼간 우리집과 더불어 뒷집,앞집들의 사계의 풍경과 동네 고샅길부터 당산나무가 있는 새마을 회관을 거쳐 실처럼 길게 드리워진 신작로는 내가 초.중을 다니던 통학길의 정겨운 시절이 대체로운 기억으로 자리하고 있다.이것은 삶이 끝나는 날까지 잊혀지지 않고 그대로 한 폭의 그림과 같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베이비붐 세대가 좋은 학교,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성년이 되었을 무렵 어느덧 시골은 노인들만 남은 곳으로 변해가고 농촌은 활기를 잃어 가고 있다.농촌을 떠나 도회지로 떠나면서 시골집에 있던 세간들이 버려지기 일쑤이다.그러한 세간들은 오랜 시간 조상들의 정성과 손길을 거쳐 온 생활용품이고 전통의 멋과 예스러움을 갖추고 있기에 현대적인 세간들과 비교해 보면 촌스럽기도 하고 값어치도 나가지 않을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찬찬히 뜯어 보면 세간들 하나 하나에 조상의 숨결,지혜,정성,가치 등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에 요근래 시장에 나오는 화학제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인체 건강에도 좋고 정겨워서 좋고 인간미가 담겨 있어 더욱 좋다.

 

어린 시절 부모님은 외지로 장사를 하러 가셨기에 몇 년을 조부모님의 훈육을 따르며 자라왔던 나는 할아버지,할머니의 말씀,행동,농삿일,가사 등을 간접적으로나마 보고 배우며 몸으로 체득한 것이 많다.그 시절의 삶은 기계화 이전의 삶으로서 사람의 경험,지혜,손길,기다림,인내가 주가 되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비록 그 삶과 생활이 느리고 불편했지만 어른이 되어 지난 시절을 되돌아 보니 그 시절이 그립고 정겨우며 사람사는 맛이 온전히 남아 있기만 하다.타임 머신을 타고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되돌아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기만 하다.다시 현실로 되돌아 오면 나아가야 할 삶이 팍팍하고 무기력해지는 기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을 때가 있다.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부터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머슴과 같이 하루도 쉼없이 손과 발을 놀리지 않으셨다.할아버지께서 잘 만드셨던 것은 싸리 빗자루,수수빗자루,멍석,삼태기,채반 등이었다.봄볕을 받으시면서 흙벽에 몸을 기대어 두 손으로 재료를 하나 하나 엮으시면서 잠시 담배 한 대 물면서 먼 산을 바라보기도 하셨다.일이 거의 끝나고 점심,간식 먹을 시간이 되면 볼기에 묻은 흙을 탈탈 털으시면서 할머니께서 차려 오신 밥상머리로 가셨던 기억 한 장면이 내 머리에 오래 남아 있다.또한 할머니께서도 부창부수와 같이 늘 몸을 놀리지 않고 무슨 일이든 만드셔서라도 하시곤 했다.메주를 쑤어 간장을 담그고 고추가루와 찹쌀을 이용하여 고추장을 바지런하게 담그시던 모습도 그렇고 오래간만에 이모할머니,작은아버지,고모댁에 출타하실 경우에는 솥에 물을 부어 따뜻해진 물로 머리를 감고 얼레빗으로 먼저 빗질을 하시고 아주까리 기름을 한손에 듬뿍 담아 머리에 윤기가 나도록 바른 후 참빗으로 곱게 머리결을 다듬으신 후 화룡점정과 같이 비녀를 예쁘게 꽂으셨다.할머니는 경대에 비친 당신의 모습이 흡족하신지 치마,저고리를 입으신 후 버선을 신으시고 나에게 "따라 올래?"하시면 얼씨구 좋다 하면서 졸졸 할머니 뒤를 따라 갔던 기억도 새롭기만 하다.

 

어머니는 장사일을 잠시 접고 명절을 쇠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장을 보시고 집에 오시면 쉬는 틈 없이 대목 준비에 바쁘셨다.구멍이 뚫린 시루에 떡을 앉히기도 하고 재배한 쥐눈이콩으로 기른 콩나물을 건져 오시기도 했다.그외 깨강정,유과,쑥떡,인절미를 할머니,작은어머니가 합심을 해서 만드시기도 하면서 굽어진 허리가 쉴 틈도 없이 그저 묵묵히 명절준비에만 몰입했다.특히 겨우내 먹을 수 있는 땅 속의 동치미는 꿀맛과 같이 시원하기만 했다.아삭한 사과,배,무가 입안을 돌면 밥맛도 절로 돌았다.번철에 익혀 낸 갖가지 적(표준어:전)과 불쏘시개로 익힌 재래김(시골에선 해우라고 함) 등도 명절날엔 그 어느때보다도 뿌듯하기만 했다.

 

지금은 잊혀져 가는 옛 것들이라고 하지만 불과 30년 전의 시골의 세간살이만 모아 놓은 옛 것들을 접하면서 과연 현대적인 세간들이 모두 좋은 것인가라고 자문자답해 본다.이정란저자는 친정에서 쓸만한 예스러운 물건들을 가져 오면서 조상들의 숨결,지혜,생활철학,삶의 가치,의미 등을 되새겨 보고 있다.사람의 몸에 걸치는 것들도 있고 세간살이에 유용한 물건들도 다수 실려져 있다.이 글을 읽으면서 조상들은 비록 느리지만 기다리고 인내하면서 자연의 질서를 거스리지 않으려는 순수한 정신을 지녔다고 생각한다.게다가 사람의 몸에 전혀 무해한 것들이기에 보면 볼수록 새롭기만 하다.자칫 잊혀질 수 있는 지난 시절의 물건들이지만 현대인들이 직접 보고 만지고 체험함으로써 그 가치와 의미,생활의 지혜는 더욱 숙성되어 가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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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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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속담에 '여행은 길동무와 함께,세상살이는 인정으로'라는 말이 있다.자로 잰듯 정형화되고 획일화된 시스템 속에서 살아간다 해도 사람이 사람을 떠나서 살 수가 없는 법이다.지금이 행복하든 과거의 한 시절이 행복했든 행복한 순간을 머리 속에 떠올리다 보면 잠시만이라도 그늘진 마음의 체증을 가라앉힐 수가 있으며 기억의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 짜릿한 전율감을 느끼게 했던 시간을 현재 상태로 그려볼 수만 있다면 저절로 미소와 환희가 만면에 붉어 오르리라.

 

 

결혼전 나는 일본 지인의 초청으로 교토에 놀러간 적이 있다.직장 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여행적금을 마련하는 셈으로 매달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가면서 일본 친구집에 3~4일 머물렀던 것이다.숙박비가 들지 않아 경비부담이 덜해 몸과 마음도 한결 가뿐했을 뿐만 아니라 일본 친구의 부모님,여동생,친구 모두가 내식구마냥 반겨주고 환대를 해 주었다.친구는 공무원인 관계로 귀가하고 난 뒤부터 나와 친밀감을 쌓아 갔고 낮엔 부모님들도 바빠서 신경을 써 줄 겨를이 없었던 터라 재일교포였던 미스강을 교토 이모저모를 안내해 주겠다고 나서는 것이 아닌가.미스강은 한국어는 서툴러도 꽤나 정숙하고 친절했다.일본 체제기간 중 불편한 점이 없도록 보이지 않는 구석구석에서 배려하는 기운이 역력했다.절과 쇼핑가,식당 등을 돌면서도 피곤한 내색하지 않고 내가 생각하고 원하는 것들을 꼼꼼히 챙겨주는 미덕,센스에 눈물겨운 감동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 고마움을 댓가로 감사의 말과 약소하지만 1만엔을 답례로 봉투에 담아 건네 주었다.돈이 많았더라면 더 주어야 마땅하데 그러지를 못해 아쉽고 미안하기만 하다.지금도 가끔 앨범 속에 미스강과가 오붓하게 길동무 역할을 해주었던 지난 시절의 풋풋한 모습,정겨운 한 시절이 그립기만 하다.아마 그녀도 지금은 사십대 중반을 넘은 중년의 세월을 살아가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한다.

 

 

저자 요시다 슈이치의 이번 작품은 소소한 일상 속에 잊혀질 사연,순간들을 카메라 렌즈에 잘 포착해 그려 놓은 한 폭의 수채화이다.이야기가 박진감과 스릴감이 있는 장르문학이 아닌 순수한 사랑의 속삭임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소재도 매우 친숙하기만 하다.어린 시절 두 손을 모으고 간절하게 뭔가를 갈구하는 소원,사라진 자전거 이야기,모던 타임스,화성과 금성을 그린 남과 여,작은 사랑의 멜로디,춤추는 뉴욕,동경화(東京畵) 그리고 있다.또한 짧은 글 뒤에는 작가가 인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세계 각도시를 수필식으로 그리고 있다.(방콕,루앙프라방,오슬로,타이베이,호치민,스위스) 그 어느 소재도 깃털보다는 무겁지만 쇠뭉치보다는 가벼운 삶의 여정에 나타날 법한 이야기들이다.누군가를 만났기에 현재의 행복이 있을테고 누군가를 만나 불행의 늪에 빠졌다고 신세한탄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사람은 누군가와 연결되고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사람 사귀고 사람 다루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를 세월과 경험을 말해 주리라.

 

 

이 하늘이 어떤 하늘인지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이 하늘과 같은 색으로 웃는 사람을. - 본문 -

 

 

이 얼마나 순수하고 담백하고 청징한 말인가? 물질에 절대적 지배를 받고 사는 삶 속에는 수평선 저 멀리 붉게 노을지는 낙조의 자태와 새파란 하늘과 같이 한 점 구김살 없이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는 것도 자아내게 하는 것도 언제적 일이련가.여행지에서 만나는 낯선 풍경,예상치도 않은 갖가지 불편함에 곤혹스러울 수도 있다.내가 먼저 진실한 미소와 따뜻한 손길을 내밀며 친구로 삼으려는 용기와 대담함도 여행지에는 필요할 것이다.ANA 기내에 연재잡지로 된 글을 한 권의 책으로 탄생된 이 글은 지난 시절의 순수했던 그리운 친구,애인이 생각이 나게도 하고 잃어 버린 순수를 되찾아 가는 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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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뺄셈 - 버리면 행복해지는 사소한 생각들
무무 지음, 오수현 옮김 / 예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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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보편적 본성

 

인간의 보편적 생각과 감정은 지금보다는 더 나은 생활,지금보다는 더 많은 것들을 꿈꾸고 실현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불사르면서 살아 가고 있다.그것은 돈과 물질,명예와 권력 모두 적용되는 사항이다.돈이 많든 적든 개인의 입장과 상황에 따라 많이 갖기만을 원하고 명예와 권력이라는 한정된 사회적 시스템 속으로 진입하기 위해 온갖 편법,탈법도 아랑곳 하지 않는 것도 인간이 갖고자 하는 욕망이다.이러한 모든 것들이 사칙연산으로 치면 더하기에 해당되는 것이다.지금보다 나은 생활,풍요로운 삶 속에서 행복을 찾아 가는 것을 누가 탓하겠냐마는 정도를 벗어난 과욕과 탐욕으로 인해 개인의 사생활은 엉망이 되어 버리고 본래 추구했던 목표는 이루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아 상실과 무기력,분노와 우울이라는 사회적 문제로까지 비화된다.

 

이렇게 남들보다 더 낫고 만족한 삶을 추구하다 보면 얻은 것도 많겠지만 잃은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우리 주위에서는 흔하게 발견하게 된다.실례로 남들이 부동산,주식,펀드,채권 등에 투자하여 고수익을 챙겼다라는 소문에 이러한 분야에 미숙하고 준비가 덜 된 사람이 자신의 현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로 투자를 했다가는 말그대로 깡통차기 십상이다.금융분야는 하수보다 고수들이 길고 날뛰는 곳이라서 조금만 방심을 하게 되면 본전은 커녕 투자한 돈을 전부 날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개인적으로는 투자에 대해서는 관심은 있지만 쉽게 투자할 용기가 나지를 않는다.차라리 먼 미래를 내다 보고 몫이 좋은 토지 쪽에 투자를 하는 것이 든든하다는 생각을 한다.당장 팔지는 못하더라도 내 자식들을 위한 상속자산이 될 것 같다.

 

스위스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주민 카드에 '재산 규모'를 적는 칸이 있는데 갓 태어난 아이의 경우에는 '시간'이라고 적는다고 한다. - 본문 -

 

신이 부여한 시간 선물

 

얼마나 멋진 선물인가?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신이 내린 운명의 시간이라는 계좌를 살아 가면서 알뜰 살뜰 유용하게 사용하라고 부여해 준 시간이기에 지나친 탐욕과 허영,허세가 필요하겠는가.시간이라는 자산을 받았으니 짧은 삶 속에서 시간 예금을 하루 하루 헛되지 않고 소중하게 사용하는 지혜와 현명함을 스위스 사람들은 발휘할지 사뭇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가 없다.조그마한 나라에서 치안과 삶의 질,행복지수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니 스위스라는 나라는 선망의 대상이 아닐 수가 없다.자라나는 청소년에게도 '시간'의 잔고를 충분히 인지시켜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욕망이 무한정이다 보니 채워도 채워도 늘 부족하고 불만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고 이기적인 본성의 한계라고 생각한다.욕망도 탐욕은 그 자체로 나쁠 것은 없지만 그 양이 넘쳐 나게 되면 밖으로 쏟아지고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흘러 넘칠 정도의 양이라면 주위에 불쌍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사랑의 씨앗을 나눠 주면서 선행을 쌓아 가는 삶으로 발상의 전환을 해 나간다면 얼마나 멋지고 살맛 나는 사회가 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본다.넘쳐서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은 덜어내고 새로운 환경,가치를 추구해 나가는 발상의 전환,그 욕망을 조금씩 내려 놓으면서 자신에게 꼭 필요한 양 만큼만 몸과 마음에 지니면서 타인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자신을 성장시켜 가는 것은 어떨까 한다.풍요롭지만 만족을 못하고 늘 정신적인 굶주림에 가득 차 있는 것이 현대인의 질곡이고 모순이다.

 

"차이는 하나뿐입니다.갈리릴 호수는 물을 받아들여서 다른 곳으로 흘려보내고,사해(死海)는 받아들이기만 할 뿐 내보내지 않는다" - 본문 -

 

하루 하루 각박하게 살아 가는 현대인,뚜렷한 목표없고 해상에 부표없는 목표점을 향해 나아가는 삶을 꾸려가는 존재,남이 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는 부화뇌동하는 삶은 결국 삶의 종착점에서는 못내 삶에 대한 아쉬움과 회한만이 가득차 있을 것이다.부모가 자식의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자식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조기에 발견하여 이를 집중적이고도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지원해 주어야 한다.그렇게 함으로써 자식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에 몰입하고 집중하여 사회의 우등생이 되고 다수로부터 관심과 존경을 받을 수가 있는 것이다.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이를 타인과의 접촉,교류를 통해 좋은 방향으로 영향을 안겨 준다면 이것 또한 돈과 물질을 쌓아가는 것 이상으로 삶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할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이것이 바로 살아 있어 행복하고 상생할 수 있는 지름길이 아닐런지요?

 

사회인이 갖추어야 할 빼기

 

신입사원들에게 빼야 할 것과 더해야 할 것이 있는데,빼야 할 것은 게으름과 걱정이고,더해야 할 것은 즐거움과 보람이다. - 본문 -

 

수험지옥의 터널을 빠져 나온 사회초년생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조직환경에 적응하고 기존 사원들과의 소통,관계를 맞춰 나가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허비할 수도 있다.게으름과 걱정은 불성실함과 소심함의 발로이고 즐거움과 보람은 사명에 대한 최선의 노력과 좋은 결과에 대한 자긍심의 발로라고 생각한다.사회초년생은 하얀 캔버스에 아무 것도 색이 칠해져 있지 않다.인생의 카테고리를 그려 나가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출 필요가 있다.일종의 삶의 모델을 꼼꼼하게 그려 나가되 삶 속에서 중간 중간 자아를 성찰하고 때로는 궤도를 수정하면서 실행해 나가는 인생설계도는 자신만의 색깔과 개성으로 이어져 나가면 좋으리라 생각한다.

 

이 글을 쓰면서 불현 상기되는 것이 있는데 인간은 누구나 '남과 비교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불행의 늪으로 한없이 빠진다는 점이다.잘나서 지체 높고 힘있는 사람은 선망이 될 수도 있지만 자신이 도저히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눈높이를 낮춰야 하고,(난상지목,물앙(難上之木,勿仰),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 보지도 말라),삶의 도중에 실패하여 허우적거리고 힘들어 하는 사람을 두고 내심 고소하기 짝이 없다는 교만 역시 불행의 시초라고 생각한다.누구나 열등감,우월감이 있게 마련이지만 그것은 순간적인 극히 짧은 찰라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겸손한 자세,늘 배워 나가려는 자세,타인의 입장을 생각하는 자세 모두가 행복으로 빨리 갈 수 있는 길이 아닐까 한다.

 

더하기와 빼기의 차이점

 

욕망과 집착이 팽배한 사회에서 살아 남기 위해 오늘도 개개인은 총성없는 냉혹한 무대에서 자신을 불사르고 있다.많이 갖어서 행복한 것은 결코 돈과 물질이 아닐 것이다.사람과 사람이 모여 이루어 가는 사회이기에 나와 직접 관계가 있는 사람,나와 관계가 없을지라도 나의 말과 행동이라는 존재감이 세상에 빛이 되고 소금이 되어 준다면 그것이 행복이고 내려 놓아서 기쁘고 즐거움과 보람이 가득찬 삶이 아닐까 싶다.중국인 무무(木木)가 쓴 소소하지만 매우 소중한 놓쳐서는 안되는 삶의 성찰을 그간 제대로 못한 것을 반성하고 더해 나가는 연습보다는 빼기를 해서 더 좋은 점이 무엇인가를 몸과 마음으로 깨우치게 하는 위대한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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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서울을 걷다
권기봉 지음 / 알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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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네이버 사이트에 들어와 연대별 변천사가 담긴 서울의 모습을 들여다 보면 하루 하루가 다르게 변모해 가고 있다는 실감을 하게 된다.구한말 앙상하게 여기 저기 난맥상으로 얽혀 있는 초가와 광목옷,족두리,곰방대,망건,상투를 튼 백성들의 모습이 일제 강제기에 들어와서는(특히 1920,30년대) 도시계획과 도로확장,신식건물 등이 들어서면서 모더니즘 서울을 발견하게 된다.나아가 해방후 한국전쟁 와중에 폐허가 된 서울의 모습은 온통 휘어지고 뭉개지고 헐린 모습이 위주가 되며 1960년대 들어서면서 경제개발 계획,도시화 계획에 따라 농촌의 이농현상이 급격해지면서 증가일로의 서울 인구를 분산시키고 좁은 면적에서 용적률을 높이기 위해 서울 강남개발,아파트 건설이 현재까지도 진행이 되고 있다.

 

개경에서 한양으로 천도를 한 조선은 현재까지도 그 명맥이 이어지면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의 중심지로 확고하게 자리매김되고 아시안 게임,서울 올림픽을 치루고 괄목할 경제성장을 보이면서 전세계인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서울 중심부가 명동에서 이제는 강남역 부근으로 옮겨 가면서 세월의 격세지감,시대의 흐름,변화까지도 읽을 수가 있는데 도시계획에 따라 바둑판과 같은 사통팔달의 도로망,서민들의 교통망인 전철,쭉쭉 뻗어 있는 초고층 건물들의 위용이 서울의 모습을 상징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이렇게 서울의 모습이 세계 어느 나라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생각을 하지만 속내먁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아이러니한 면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명품도시,드림 허브에 맞춰 서울시민,내방객들이 숨쉬는 공간이 획일적이고 삭막하고 상업적인 색채로 치장되어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싶다.그것은 여러 가지이겠지만 한국 본래의 전통 건축물,오래도록 기억해야만 할 건물,거리가 정권의 입맛에 맞추다 보니 있어야 할 것들은 온데 간데 없다.또한 그린벨트 해제에 따라 무차별적으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기존 주민들은 정처없이 또 다른 주거지를 찾아 떠나고 투기를 노린 일부 자본가들로 서울의 지가,부동산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기도 했다.지금이야 경제버블이 꺼지면서 아파트 가격이 주춤거리고 있다고 하지만 한국인의 정서상 아파트에 대한 미련은 절대 놓지를 못한다.

 

기자 출신인 권기봉저자는 서울을 네 가지 요소로 나뉘어 직접 탐방하여 관찰하고 기록하고 인터뷰하고 자료를 조사하는 등 세심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음이 잘 나타나고 있다.일상을 걷고,장소를 걷고,의미를 걷고,문화를 걷는다는 서울의 커다른 줄기는 읽는 내내 불편함이 저절로 배여져 나왔다.그것은 주지하다시피 박정희 독재정권에 의한 획일적인 도시개발과 부실공사,전시효과를 노린 행정건설 등으로 인해 개성없는 도시,국적없는 도시가 되어버린 지가 오래이다.성수대교 붕괴,삼풍백화점 붕괴가 대표적인 부실공사의 상징이다.또한 비록 일제 강점기 일본에 의해 지어진 건물이지만 후손들에게 역사적 교훈과 진보적인 미래창출을 위해서라면 일부분이라도 그 잔재를 남겨 놓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고 처사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모두에서 말했지만 구한말,일제 강점기시 지어진 건축물들이 거의 사라지고 말았다.과거의 역사는 현재의 거울이고 미래를 밝혀주는 등대불이 아닐런지 묻고 싶다.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민주화 인사들이 수없이 희생되고 탄압을 받았다.민주화 인사들의 전향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실천적인 사고에 의해 정치민주화가 이루어졌건만 민주인사에 대한 존경과 배려는 없고 지난 군사독재정권이 이룩해 놓은 것들을 찬양하는데 서울시가 앞장서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예를 들어 상암동의 박정희대통령 기념도서관,신당동의 박정희대통령 사저를 등록문화재로 등재했다는 것과 전쟁기념관이 전쟁 선행학습 등으로 변질되고 피맛골과 같은 서민들의 향취,한국만이 갖고 있는 전통거리를 불도저로 무참히 헐어 버리고 현대식 건물로 탈바꿈시켰다는 점이다.무조건 현대식 건물로만 지어 놓아야 서울이 품격있고 명품에 버금가는 도시인가?

 

서울의 과거,현재를 조망하면서 느끼는 점은 한국인의 기질상 '콩 볶아 먹듯' 짓고 다시 헐고 또 짓고를 반복해 나가고 있다.정부,시청,건설업체 등이 어떻게 짜고 치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서울시민,타지에서 올라 온 사람,외국인들이 서울을 바라보는 첫인상이 아늑하고 깨끗한 공기와 시민정신,한국고유의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는 진짜배기 서울의 모습을 재현해 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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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모두 시인으로 태어났다 - 임동확 시인의 시 읽기, 희망 읽기
임동확 지음 / 연암서가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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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란 과연 무엇일까? 어린이를 위한 동시를 비롯하여 청소년,어른들을 위한 일반시에 이르기까지 시는 시를 제대로 음미하고 상상하고 추리하는 분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존재물이다.시가 언제부터 세상에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시 속에는 서정성,상징성,사실성,비판성 등이 잘 담겨져 있다고 보여진다.시 한 편을 통해 삶의 의미를 고취시키는 계기가 있는 가 하면 지난 날 아픈 상처를 위무해 주는 시도 있다.짧지만 강렬한 압축미와 운율감은 음미하는 이로 하여금 심성을 정화시켜 주고 사회부조리,불만에 대한 것들은 대리만족을 시켜 주는 경우도 있다.

 

시의 언어는 신화처럼 유동적이고 다의적인지도 모른다.시인의 눈과 귀에는 한없이 펼쳐진 신화적 우주가 펼쳐내는 풍경과 노래를 향해 열려 있다는 점에서 시의 세계는 신화를 닮아 있다. - 본문 -

 

시는 정해진 제도와 규율이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상상력 풍부한 자유스러움 속에서 인간의 생명,존재를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우주를 닮은 것 같다.아득한 태고의 시절의 갖가지 신화들이 인간의 정념을 가득 채우고 그러한 신화가 인간의 삶의 세계를 질정하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 시의 궁금적인 지향적은 아닐까 한다.시를 지은 시인의 마음 속에는 당대 사회상,개인의 정념,이루지 못한 꿈에의 회한,인간의 생명력과 존재감 등이 아로새겨져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글은 임동확저자는 기존 명불허전과 같은 30편의 시를 선별하여 시와 해설을

 정교하고도 개성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시는 굳이 가르치거나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 만큼 교과서적인 시 이해 및 해석을 배제하고,시가 살아 꿈틀거리는 동사적 텍스트로 전환시키면서 시가 선사하는 존재론적 사태와 말들의 향연(饗宴)에 참여하는 한 명의 초대객으로 남고자 했다고 말하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시들도 참 많이 등장하고 있다.기형도의 길,정지용의 공간,김현승의 고독,윤동주의 자아,이육사의 초인,김수영의 아니마,백석의 연인,김규동의 느티나무 등이 새록새록 마음을 울리게 한다.대부분의 시인들이 구축해온 세계를 확대하고 심화시키려는 노력보다 현상 유지에 급급하거나 관성적인 것들이 주는 편안함에 눌러앉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김정환 시인의 시 「독수리」는 시인 자신에 대한 반기이자 모반으로 보인다.

 

독수리

 

잘난 사람들은 모른다

내 날개는 바로 아깻죽지의

운명이라는 것을.

날아오르는 날개는 없다.

내 무게보다 더 무거운 어떤

떠받침이 있을 뿐

숭배보다 더한

그 무엇이 있을 뿐.

지상의

짐승의 시체를 파먹으며

내 날개가 느끼는 것은

유가족

집단의 집단적인

위의(威儀)

(중략.후략)

 

저자는 이 시를 집단적인 생명의 세계에서 개별자의 세계로,지상적이고 대지적인 것에 더 가치를 부여 하며,세속의 시간으로 귀향하는 신으로서 독수리를 출현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그외 김규동의 「느릅나무」를 통해 선입견,가치체계에 얽매이지 않는 세계인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게 했다.타향에 있으면서도 눈 감으면 언제나 마을 어귀에 변함없이 존재하는 느티나무는 수호신과 같고 어머니의 품결과도 같으며 끊임없이 변주되면서 삶의 지평으로 나타나는 것이기에 마음은 또 다시 고향의 느티나무로 훨훨 날아가고 만다.

 

살아 있는 모든 만물은 한 순간도 쉼 없이 움직이고 살아 있다.그것은 작은 변화일 수도 있고 때로는 요동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기도 한다.인간도 마찬가지 예외 없이 살아 있는 것이다.육신은 없어졌지만 영혼은 순환되어 내세에 또 다시 탄생하여 움직이고 살아 가는 생명력과 존재론을 이 글은 특히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시 한 편 한 편 세세하고 정교하게 해설을 하고 있는 저자의 해박함과 다채로운 언어감각은 참으로 놀랍기만 하다.시인의 마음을 꽤 뚫어 보고 있는 듯 예리한 통찰력과 예지력이 압권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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