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단단하게
옌롄커 지음, 문현선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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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처럼 단단하게>라는 제목부터가 심상치가 않다.부드러움과 단단함이 서로 대조적이면서 그 속에 커다란 함의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물은 부드럽지만 때로는 포효과 같은 웅대함과 거친 생명력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부커상을 수상하고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는 옌롄커작가가 내놓은 작품들은 중국정부측에서 보면 꽤 눈에 가시와 같은 존재이면서 껄끄럽기만 할 것이다.그러나 중국의 실상과 진실을 알고자 하는 독자들은 그의 작품 속의 내용과 문체를 알고자 갈망하고도 남는다.무엇이 그를 '중국 최대의 문제 작가'라고 낙인을 찍었을까요.중국이 시장 자본주의를 도입하고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 속에서 G2국가의 위용을 떨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직도 사회주의 체제를 고수하고 있으며,중국 공산당 창립이후 중국경제 및 국가발전을 저해해온 것(대약진 운동,문화대혁명,6.4천안문 사건 등)들이 아직도 사회주의 체제고수 속에 그 베일을 세상에 노출시키는 것은 자국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고 정치민주화를 원하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1950년대 소련으로부터 경제 지원을 받던 중국이 경제 지원이 끊겨지면서 소련을 수정주의자로 매도하면서 그들만의 사회주의 노선을 걸으려 했던 중국은 '대약진 운동'을 펼치면서 중국시 농업과 공업발전을 꾀하려 했지만 자연재해,뒤떨어진 생산방식 등으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발전은 더디어만 갔다.그러던중 중국식 경제개발 계획이 1962년부터 시작되었지만 기존 마오쩌둥의 사회주의 경제개발 계획,지침과 주자파(走資派)로 불리는 덩샤오핑,류사오치 등과의 갈등,그리고 신편 역사극인 해서파관(海瑞罷官)이 마오의 체제와 이념에 반하고 (그의 아내 장칭이 고발)하여 반혁명,반체제 인사들을 대거 숙청하고 지식인들을 시골로 보내 강제노역을 통해 사상 개조를 행했던 것이다.그 와중에 유명한 문인들(라오서,바진 등)이 자살 및 고초를 당하기도 했다.문혁은 형식적으론 1969년에 끝났다고 공포했지만 그 후유증은 마오의 죽음과 4인방이 숙청될 때까지였다고 보여진다.

 

이 글은 단연 문화대혁명 기간에 일어났던 일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작가 특유의 문체가 여러 소재를 잘 반죽해 놓았다는 인상이 크다.주인공 가오아이쥔과 샤홍메이가 이끌어 가는 혁명 이야기가 단순히 마오의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혁명과 혁명 방법에 대한 이론에서 시작되어 가오아이쥔과 샤홍메이가 혁명 전사로서 그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분명하게 적시하면서 그 길을 위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전사답게 밀고 나가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다.문혁은 기존의 낡은 제도 즉 낡은 사상,낡은 풍속,낡은 문화,낡은 관습사구(四舊)척결을 내세우면서 지식인,반혁명분자,지주,부농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다 비판투쟁을 통해 한 인간을 수렁텅이에 빠뜨리고 수치와 모욕,갱생의 길도 주지 않았던 암흑의 문혁이었다.

 

문혁기간중 자아비판,비판투쟁의 희생양이 된 지식인들의 공개 장면

 

혁명가의 아들로 태어난 가오아이쥔은 활달하면서 자신의 혁명 동지가 되어 줄 샤홍메이를 교외 철도에서 만나 둘은 혁명의 길을 함께 할 것을 언약하고 부창부수와 같이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해 나간다.둘은 유부남,유부녀의 입장이지만 서로는 한 눈에 반하면서 혁명활동을 하면서 시간이 나는데로 만나고 정분을 쌓아 나간다.남녀가 이십대이고 현재의 아내,남편과의 잠자리가 불만족스러웠으면 외도 아닌 외도를 매우 농염하게 펼쳐 나가는데 옌롄커작가는 이 욕정 해소를 통해 혁명의 길이 순조로워질 뿐만 아니라 혁명에 반하는 아내,샤홍메이의 남편,시아버지마저 숙청을 하는 것이 당과 혁명에 충실하는 것으로 여기고 이를 실천에 옮기기도 한다.보통 사람들이 볼 때는 이러한 행위는 패륜적이고 비인륜적인 행위로 받아들여져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도 있겠지만 주인공 가오아이쥔은 자신의 입신출세를 위해서 방해,가시와 같은 존재는 제거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을 뿐이다.

 

혁명 완수와 출세를 위해 갖은 수단과 방법을 마다하지 않으며 그들의 애정행각이 어느덧 샤홍메이의 시아버지도 감지되면서 이들은 반혁명 간통 살인죄라는 죄명으로 특별구류를 살게 된다.그러다 가오아이쥔은 옛 혁명열사들의 삶을 회고하면서 탈출을 시도하다 다시 감옥으로 제발로 들어가게 되는데 그들이 관 서기에 의해 추죄를 받은 이유는 관 서기가 갖고 있던 한 장의 사진이 분실된다.사진은 마오의 부인 장칭의 사진이었는데 이 사진이 없어지면 관 서기는 관직에서 물러나야 하고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사진이 분실된 것을 이 둘에게 덮어 씌우려는 데에 있었고 결국 사진은 찾지 못한 채 가오아이쥔과 샤홍메이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 가고 만다.그들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순간에도 격렬한 키스로 하나가 되어 육신은 사라져 가도 영혼만은 영원히 함께 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이 두 명의 혁명 열사를 통해 마오와 장칭,저우언라이와 덩잉차오의 관계도 연결되어 상기되었다.이념과 사상을 완결시키기 위해서는 인정과 피,눈물도 모두가 방해가 되었던 것이다.장대한 서사시와 같이 도도하고도 육중하고 차가우면서도 농염한 정사신(Scene)은 근래 보기 드물었기에 매우 충격적인 작품이 아닐 수가 없다.중국이 경제대국으로 치닫고 중국 인민들의 교육수준,의식구조가 높아져 가고 있기에 정치민주화는 시간 싸움이 아닐까라는 예측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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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성 이론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쿠르트 피셔 지음, 박재현 옮김, 곽영직 감수 / Gbrain(지브레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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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년 빛이 에너지 덩어리로 구성되어 있다는 광양자설,물질이 원자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브라운운동의 이론,물리적 시공간에 대한 기존 입장을 완전히 뒤엎은 특수상대성이론 논문을 발표하였다.이때 발표된 논문들은 단 8주만에 작성된 것이지만 그동안의 인식을 전환시킨 논문으로 평가되었다.특수상대성이론은 당시까지 지배적이었던 갈릴레이나 뉴턴의 역학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고,종래의 시간.공간 개념을 근본적으로 변혁시켰으며,철학사상에도 영향을 주었으며,몇 가지 뜻밖의 이론,특히 질량과 에너지의 등가성의 발견을 원자폭탄의 가능성을 예언한 것이었다. - 네이버 지식백과 -

 

아인슈타인에 대한 업적은 셀 수 없을 정도이다.특수상대성 이론(1905년)과 일반 상대성 이론(1916년)을 발표하고 1921년에는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세기의 천재물리학자로 꼽힌다.그가 수상한 노벨물리학상은 광전효과 연구,이론 물리학에 기여한 업적을 인정받았던 것이다.단 질량과 에너지의 등가성의 발견이 원폭의 가능성을 예언하고 그것을 만드는 토대가 되었는데 그는 그로 인해 번민과 죄책감이 들어 만년에 '세계 평화운동'을 위해 헌신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자연계를 전공하지 않은 내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무척이나 생경하기만 하다.다양한 물리학자들의 이론과 수학적인 공식,그리고 그가 사고실험을 통해 얻어낸 물리적.기하학적.직감적인 이론의 완성은 난해하게 다가오지만 복잡한 사고와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아인슈타인이 사고실험을 통해 발견한 물리 이론들은 결국 자연현상을 기하학적인 방정식을 대입시켜 계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하학에 대해 지식과 경험이 있다면 보다 친숙하고 흥미롭게 제반 자연현상과 물리 이론을 쉽게 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도서는 빛과 에너지,질량,공간,시간 그리고 중력을 아우르고 있으며,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 이론과 일반상대성 이론에 영향을 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속과 관성질량,케플러의 관성과 중력,아이작 뉴턴의 빛,물질과 에너지,클러크 맥스웰의 빛,전자와 전기,슈바르츠시트의 등가(等價)원리,알렉산터프리드먼의 일반상대성이론의 활용 등을 순서에 관계없이 소개하고 있다.아인슈타인이 남긴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이 그보다 먼저 살다간 물리학자들의 이론을 바탕으로 긴 사고실험을 통해 자연현상을 방정식으로 만들어 계산가능함을 보여 주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정리하면 상대성이론은 크게 네 가지 원리에 기초하고 있다.첫째 빛은 관측자 가까이에서는 언제나 같은 속도 c로 움직이고,둘째 시간과 길이,속도는 관측자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양이고,셋째 충분히 작은 질량은 등가원리에 의해 중력의 영향,즉 휘어진 시공간 안에서 자유낙하하고 있을 때 고유시간이 일정하게 진행되며,네째 질량은 상기 세 가지 원리에 따라 간단한 방법으로 시공간을 휘게 하고,서로 정지해 있는 작은 질량을 가진 구름의 초기 수축가속도는 구름 속에 있는 질량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상대성 이론은 100여 년 남짓 되고 계속 실험적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하는데 이 이론은 다른 세밀한 물리이론이 맞춰야 하는 '틀'이 되었는데 비근한 예가 전기역학이다.그것은 처음부터 상대성이론을 따르고 있다.가장 작은 것을 다루는 '양자론(量子論)'은 특수상대성이론에 맞추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이로 인해 반물질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저자는 미래 세대에게 남겨진 과제가 가장 작은 것을 대상으로 하는 이론을 가장 큰 대상으로 하는 일반상대성이론과 통합시키는 것이라고 한다.개인적으로는 물리학자들의 계보와 방대한 이론,중요한 수치(예;빛의 속도,태양의 질량 등)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놀랍기만 하다.자연현상,일상 생활 속에서 아인슈타인이 발견한 질량,운동법칙 등도 꽤 흥미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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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만남 - 우리 시대 최전선을 만나다
조국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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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한국의 정치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답답하기만 하다.시대가 바뀌고 의식수준이 높아졌어도 정치수준은 늘 답보상태 내지 후퇴를 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국민소득이 높아지고 대외적인 무역수치,경제위상이 높아진들 정치민주화가 제대로 되지 않고서는 사회 구성원들간에 어떻게 화합과 상생이 될 것인가.소위 돈 많은 부자,권력을 쥐고 있는 소수계층에 의해 사회가 굴러 간다고 할 때 이것은 어느나라나 나타나는 대동소이한 현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빈익빈,부익부'의 현상이 가속화 되는 상황에서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상생의 길을 찾아 해결해 가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18대 대선을 치른지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진보성향으로 불리워지는 조국교수의 <조국의 만남>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각계 유명인사들의 생각과 견해를 들어 보는 시간이 되어 그나마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이 글이 대선 직전에 이루어졌기에 지난 MB정권의 실정과 문제점들이 차기 정권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기도 하고,잘못된 정치행태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주문이 많았다.개인과 개인이 모여 사회를 형성하고 사회와 사회가 모여 단일 국가를 이루어 가는데 국가를 리드하는 수장은 정파와 계파,사리사욕을 떠나 국리민복 위주의 투철한 국가관과 철학이 늘 머리 속에 살아 있어야 한다.그런데 해방이후 줄곧 친일세력과 보수층에 의해 정치이념과 색깔이 그대로 이어져 오면서 단 한 번이라도 자기당과 다른 타당의 색깔과 이념을 인정하고 상생해 나가려 했던가.그것은 단연 아니올소이다.

 

우선 정치권이 국민들의 고통과 아픔을 치유하려면 정치권이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당리당략,사리사욕을 위해 여.야가 야합을 하여 그들의 이익만 추구한다면 정치권에 불신만 가중될 뿐이다.아울러 겉으로는 국민과 지역민을 위하는 척하는 공약을 남발하는 것은 이제 지양해야 하고 실질적으로 국민과 지역민들을 위해 손수 힘든 일도 해보면서 진심이 담긴 메시지를 전해 주어야 불신으로 가득찬 정치권에 대해 신뢰가 쌓여 가지 않을까 한다.고양 원더스 김성근감독이 말한 어차피,혹시,반드시 중에서 '반드시'국민들의 아픔과 상처가 무엇인가를 제대로 진단하고 치료해 주어야 하는 것이 정치가의 의무이고 책임이 아닐까 한다.

 

시대마다 국민들이 바라는 리더십의 행태가 달라지고 있는데 탈서비스,탈권위적인 이 시대에서 정치 리더십의 덕목은 단연 보통사람들의 심성을 갖고 시대정신,공동체의 이익,역사적 대의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행동하는 자질이 필요하다.특히 중요한 것은 보통사람들의 심성으로 국민과 공감하는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신자유주의의 산물인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는 비인간적일 정도로 정규직과 천양지차를 보이고 있다.노동조건도 매우 열악하여 유사시 혜택에서 제외되는 것도 많다.똑같은 조건하에서 동일한 업무를 하는데도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는 왜 그리 낮을까.또한 힘없는 서민,노동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고용 창출과 복지혜택을 부여함으로써 새로운 기회,새로운 삶의 희망을 심어 주어야 할 것이다.전순옥의원이 말한 것처럼 노동환경이 배우고,자유로워지고,삶을 바꾸는 행태로 거듭 나야 할 것이다.일을 하면서 즐겁다면 인간으로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닐까 한다.

 

대통령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휘하에 참모진과 정치연구진이 포진해 있는 만큼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하는 독재적인 정치는 이제 보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정치가 재미없어 등을 돌리고 정치가는 사기꾼이고 거짓말쟁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한국정치 풍토에 국민 모두가 정치는 신선하고 재미있고 삶에 활기를 안겨 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이 있어야 한다.18대 정권에서 제시한 공약 이상으로 경제민주화,복지제도 실현이 되어 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인사가 만사이듯 대탕평의 원칙에서 국리민복과 청렴결백한 인물을 등용하여 그나마 최고로 잘 하고 있다라는 소리를 듣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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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이상원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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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출간 이후 단 한 번도 절판된 적이 없다는 듀 모리에의 불멸의 작품 <레베카>는 빠른 템포와 스릴,긴장감,추리 등이 가미된 흥미만점인 소설이다.아울러 근래 뮤지컬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하니 아니 볼 수가 없다는 생각도 절로 든다.왜 이렇게 <레베카>가 유명해졌을까를 생각해 보니 역시 주인공 레베카의 미스터리한 행적과 죽음을 놓고 중간에 있는 '나'는 어떻게 대처하고 행동할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과 여자로서 '나'라는 사람이 진정으로 한 남자로부터 진심으로 사랑을 받고 삶을 함께 할 인생의 동반자인가를 놓고 회의와 갈등을 잘 묘사하고 있기에 남자보다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사회적으로 남녀평등이 정착되었다고 하지만 가문과 경제력,신분이 남자보다 못할 경우(남자도 마찬가지겠지만) 아내인 여성이 느끼는 감정은 처연하기만 할 것이다.남자의 가풍과 습성에 따라 줌은 물론 갖가지 집안 행사라도 열리게 되면 남편 눈치 보지 않게 적극 나서야 하는 게 법도이고 도리이겠지만 이 글에 나오는 '나'는 매우 내성적이고 숫기가 없다.남편인 맥심은 상처를 당하자마자 '나'를 데려 왔으면 새롭게 집단장도 하고 나를 위해 배려하고 준비하며 밀월의 시간을 갖는 것이 당연하건만 어찌된 일인지 식도 올리지 않은 상황에서 몸만 드 윈터가의 저택에 들어 가보니 모든 것이 전처인 레베카의 사물과 잔영들이 그대로 남아 있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나'와 맥심은 몬테카를로의 한 호텔에서 우연히 만나 맥심의 환심에 사로잡혀 맨덜리의 드 윈터가로 시집을 갔건만 맥심은 사람만 데려 왔지 내사람으로 여기는 것 같지를 않고 집안 분위기 및 집안에서 일하는 하녀와 시중드는 사람,친척들도 나를 위 아래로 번갈아 보면서 무시하기 일쑤이다.맥심은 레베카의 모든 것들을 그대로 놓여 있고 하녀들이 나를 대하는 것도 걸핏하면 레베카와 비교하기 일쑤이기에 차라리 그를 만나지 않았던 것이 속편했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나에게 무료함을 달래주는 마음의 위안이 되는 것은 맨덜리가의 빼어난 풍광과 화초들과 저택에서 가까운 해변의 모습이다.맥심이 가끔 모임이 있어 런던에라도 가버리고 나면 궁궐같은 저택에 혼자가 되면서 강아지 재스퍼와 노는 것이 고작이다.어쩌다 맥심의 할머니를 보러 간 날에도 할머니마저 새댁을 환영해야 하지만 레베카,레베카만 찾기에 나는 어디에 몸과 마음을 두어야 할 지 난감하고 괴롭기만 할 뿐이다.드 윈터가를 위한 무도회가 열릴 예정이지만 활달하지 못한 나 또한 누가 코치를 해주지도 않아 안절부절 못하는 것도 딱하고 안스럽기만 하다.맥심,그와 레베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쯤에서 맥심과 레베카와의 진실이 내 귀에 전해지고 일은 일파만파로 번져 나간다.레베카의 죽음은 맥심에 의해 저질러졌다고 스스로 증언한 맥심,레베카의 무덤은 교회묘지에 안장되었다는 이야기를 철저하게 믿었던 나는 선체에서 발견된 시체가 레베카라고 밝혀진다.사인(死因)을 두고 설왕설래가 오갔지만 맥심은 용의선상에서 제외되지만 레베카의 사촌 동생 파벨로부터 강한 의구심을 받게 되지만 이미 판결된 사항인 만큼 맥심은 죽었다 살아 온 사람마냥 가슴을 쓰러내린다.맥심은 왜 솔직하지 못했을까?가문의 명예에 먹칠하는 것이 두려워서 그랬을까,이미 레베카에 대한 모든 정황을 알게 된 나는 맥심과 함께 평생을 살아갈 수가 있을까?비록 마음을 달래려 유럽여행을 떠나기로 약속을 했지만 마음의 상처가 깊게 패인 나는 과연 불명예스러운 드 윈터가를 이어 나갈 수가 있을지 회의적이다.

 

예나 지금이나 학력,신분,경제적 상황이 엇비슷한 상대와 만나 연애하고 혼인을 올려야 뒤탈이 없다고 생각한다.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고 하지만 사람은 나 혼자에 의해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 아닌 만큼 나와 친지,지인,주위와의 관계도 무시할 수는 없는 법이다.레베카는 죽었지만 레베카의 유품과 잔영들이 아직도 살아 있는 멘덜리의 드 윈터가에서 나는 사는 것이 건조하고 공허하기만 할 뿐이다.나이차도 많고 신분과 가문의 차도 큰 맥심의 겉모습만 보고 따라 온 '나'는 인생의 깊이가 미숙한 탓도 문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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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엮다 오늘의 일본문학 11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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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은 전세계적으로 알아 주는 축소지향적이다.아무리 크기와 규모가 방대한 것이라도 그것을 축소하여 자기 것으로 끌어 들이면서 음미하는 것을 즐긴다.이어령교수의 <축소지향의 일본인>에는 일본의 역사와 문화 속에 잘 나타나 있다.큰 것을 작은 것으로 축소하기를 좋아하는 일본인의 의식구조 안에는 또 하나의 장점이자 그들만의 근성이 담겨져 있는데 그것은 하나의 물건을 만들더라도 꼼꼼하고 정교한 물건 만들기이다.그것에는 장인(匠人)정신이 오롯이 담겨져 있다.하나의 물건이 탄생하기까지 기나긴 시간과 세월과 함께 추종불허할 정도의 정교하고 탄력있으며 찬탄을 금할 수 없을 정도이다.

 

먼저 고단샤출간 <일본어대사전>을 소개하고 싶다.이 사전은 대학졸업 기녕으로 구입한 것인데 어느덧 이십여 년이 흘렀건만 아직도 새것과 같이 튼실하기만 다.17,500여개의 단어가 빼곡하게 실려 있으며 단어,인명,지명 등이 너무도 정교하고 일본어 학습 및 번역할 때 내게는 없어서는 안될 학습도구이다.일본어를 전공을 하지는 않았지만 일본어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학창시절의 공이 헛되지는 않았는지 일본과 관련된 작품은 관심을 갖고 읽어 가고 있다.

 

 

이번 작품이 사전편집과 관련하다 보니 반갑기 그지없다.사진편집을 위해 몇 십 년의 공을 들이는 편집부 직원들의 노고와 유관부서와의 긴밀한 협력,사어가 되다시피한 고어에 대한 전문인에게 의뢰,선전광고 등이 오래된 건물 속의 비좁은 공간에서 숨가쁘게 돌아간다.그 주인공이 바로 마지메이다.고학력으로 출판사 영업부에서 캐리어를 쌓던 중 그의 일솜씨와 성실함,박학다식함에 사전편집부로 스카웃되지만 사전편집이라는 일이 그리 녹록하지는 않다.기존 선배직원들과의 보이지 않는 알력과 선배사원들이 마지메를 대하는 시샘과 질투가 엿보이지만 마지메 특유의 언어에 대한 날카로운 감각,성실한 태도,사전 만들기에 적재인 재능은 총지휘격인 아라키와 마쓰모토의 총애를 받기에 충분하다.

 

또한 결혼 적령기에 이른 마지메는 하숙집 주인의 손녀이고 요리사인 가구야와 가까워지면서 일과 사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모습도 재미와 흥미를 안겨 주기에 족하다.사전편집부가 결정한 사전명은 <대도해:大渡海>로서 마지메가 편집부로 오기 전까지 사전 만들기에 공을 들인 시간이 십 년이 넘어가고 마지막 단계로서 마지메의 위상은 일개 사원이지만 없어서는 안될 보배로운 존재이다.한편 가구야씨와 가까워지면서 사내에선 가구야씨와 사귄다는 염문이 파다하면서 가끔은 회식장소를 가구씨가 운영하는 요리집으로 정하기도 하면서 둘의 관계는 더욱 깊어만 간다.

 

"사람은 사전이라는 배를 타고 어두운 바다 위에 떠오르는 작은 빛을 모으지.더 어울리는 말로 누군가에게 정확히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만약 사전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드넓고 망막한 바다를 앞에 두고 우두커니 서 있을 수밖에 없을 거야."

 

 

 

 

이렇게 망망대해를 건너기 위한 배를 엮는다는 발상이 참으로 신선한 충격을 준다.미우라시온작가는 젊은 신예로서 사전편집이라는 글을 쓰기는 했지만 일본 서점계를 강타하고 영화로 각색되어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킬 줄을 몰랐다고 한다.사전편집을 위해 방대한 인력을 동원하면서 잘못된 용례가 나올까봐 몇 날을 합숙에 몰입하기도 하는 사전편집부의 작업과정과 직원들의 합심협력은 그 자체로 장인의 솜씨이고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다.불행하게도 사전편집 총지휘자인 마쓰모토는 암으로 <대도해>의 탄생을 보지 못한 채 세상과 작별을 고하게 된다.마지메는 총각딱지도 떼고 능력도 인정받아 새로운 사전 만들기에 한차원 높은 경지로 오를 거라는 기대를 해본다.일과 사랑이 잘 배합된 훈훈한 감동을 안겨 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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