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것이 있다면 감정을 흔들어라 - 하버드대학교 설득.협상 강의
다니엘 샤피로.로저 피셔 지음, 이진원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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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은 사람과의 관계를 떠나서는 하루도 살 수가 없을 정도로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울고 웃고를 반복해 나간다.가정에서 부부,부모와 자식관계를 비롯하여 사회 및 조직에서의 일의 성사를 위해 복잡한 과정을 통해 결과를 맺게 된다.순탄한 과정보다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난맥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심리전이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고,원만한 관계라면 정해진 룰과 절차에 의해 무난하게 협상을 하고 양호한 결실을 맺을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게다가 협상 당사자들이 갑과 을의 관계 놓여 있다면 원만하고 순조롭게 일이 진행이 되지를 못하고 일방적으로 끝날 우려가 있으며 상생의 바램은 요원할지도 모른다.

 

인간은 머리,가슴.이성과 감정을 품고 있는 존재이다.특히 경험의 법칙에 의한 감정은 일의 과정상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긍.부정이 판이하게 달라지게 마련이다.일이 원만하게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단순히 경직되고 사무적인 흐름보다는 인간 대 인간이라는 감정의 유대감을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조성해 놓는 것이 긴요하다고 생각되며 나도 살고 너도 살 수가 있다는 상생의 분위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그러나 막상 협상에 들어 가다 보면 의제에 벗어나는 일을 상기시키기도 하고 사소한 문제를 트집잡아 협상이 어긋나게 되는 경우도 있기에 사적인 감정으로 좋지 않은 분위기를 조성해서는 피차 좋지 않은 상태로 일이 끝날 수도 있다.특히 부정적 감정은 의제에서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려 놓고,관계를 악화시키며,당사자를 부당하게 이용하기도 한다.반면 긍정적 감정은 실질적 관심을 충족시켜 주고,상호관계를 강화해 주며,상대에게 이용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줄여주기도 한다.

 

협상을 이끄는 쌍방의 대표는 업무적으로 만났기에 직급이 비슷한 사람이 조우하는 것이 통상적이고 관례이지만 상황과 경우에 따라서는 한 쪽은 직급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높고 한 쪽은 직급이 한참 낮은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한국사회의 의식구조,분위기상 직급이 낮은 경우에는 직급이 높은 상대방에게 다소 부담과 주눅이 들 수도 있을 것이지만 업무적으로 자사를 대표하여 만나는 것이기에 예의범절은 상급자에게 지키되 협상을 주도하여 자기쪽으로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는 일의 선후관계 등을 완벽하고 민첩하게 이끌어 상대에게 협상의 주도권을 넘겨서는 안될 것이다.

 

협상이 순항하기도 하고 난항을 겪기도 하는데 그것은 쌍방간의 이해득실면에서 중간점을 찾지 못한 채 한 쪽만의 의견과 주장이 강렬하고 편집적으로 흘러 가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어찌되었든 협상을 하면서 카운터파트너의 얼굴,표정,말씨와 행동 등에서 분위기를 읽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도 있기에 딱딱하고 사무적인 의제보다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이면의 품은 뜻과 취지를 적확하게 간파하는 능력과 직관력이 필요할 것이다.당장의 좋은 성과만을 노린 나머지 상대측에게 협상의 주도권을 놓치고 실패로 끝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되기에 차분하고도 노련한 협상을 이끌어 가는 것이 현명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이 글의 저자 다니엘 샤피로 하버드대 협상연구소 부책임자로서 검증된 실용적 협상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기업 이익을 높이고,정부의 업무 효율성을 개선하고,조직의 분열을 줄이고,가족 화합을 가져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저자는 10년 동안 한국을 비롯하여 아시아 지역에서 활동 중인 기업가 및 정치 지도자들부터 각국의 협상가들,경제포럼에 참가한 정상들에 이르기까지 이 협상방법을 들려주었다고 하는데 그의 협상법이 탁월하여 효과가 검증되고 의사결정과 관계 개선에 기여했다는 평이다.특히 협상에서 핵심관심으로 내세우고 있는 5가지는 협상에 임하는 이들에게 소중한 메시지라고 생각을 한다.즉 모두 인정을 받고,집단에 친밀감을 느끼고,어느 정도 결정할 수 있는 '자율성'을 갖고,'지위'가 존중된다는 느낌을 받고,성취감을 주는 '역할'을 수행하길 바란다고 조언하고 있다.모든 협상은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에 갈등과 긴장감이 없을 수는 없다.의제 뿐만 아니라 카운터파트너의 인적사항 등 세밀한 부분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주도권을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협상의 성패가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들어 가면 협상 준비에는 과정,내용,감정이 있다.이러한 3가지 영역을 완벽하게 준비해 놓으면 감정적 충돌을 줄이고 상대와 좋은 관계를 정리하고 협상에 앞서 느끼는 걱정을 줄일 수가 있다.협상의 주제에는 목적,결과,과정이 있으며 이 협상의 3가지 주제에 맞춰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본격적인 협상에서 필요한 협상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의사소통,관심,대안(代案),합법성,합의에 대한 최선의 대안,결심 등의 7가지 기본 요소를 균형있게 의식하고 표명해야 할 것이다.특히 에콰도르와 베네수엘라 양국이 영토문제로 전쟁발발 직전까지 갔지만 에콰도르의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대통령에게 평화를 위해 준비한 6가지 핵심 요인은 불안한 한반도의 남북정상이 만나 회담을 할 경우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국경분쟁으로 살얼음판을 걷던 에콰도르의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대통령에게 상대의 장점과 어려움을 이해한다는 것을 인정하고,공감대를 찾아 친밀감을 형성했으며,베네수엘라 후지모리 대통령이 자신보다 선배임을 인정하고,인간의 핵심관심인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기를 바랬고,'우리'는 나와 상대를 뜻하는 '우리'다라는 역할을 강조하여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여 국경분쟁이 원만하게 끝났다는 전언이다.

 

협상 역시 인간과 인간이 이끌어 가는 하나의 과정이고 역할이다.그러기에 협상가에 따라 다양성과 동시적,모순적이거나 보완적인 것들을 읽어 갈 수가 있다.다만 누가 협상의 좌석에 나올지라도 위에서 열거한 협상의 7가지 기본 요소를 균형있고 침착하고 화기애애하게 이끌어 가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협상 안에는 위험하고 통제불가능한 감정을 나타내기도 한다.그럴 때에는 이이제이 방식보다는 특유의 조치 이를테면 잠시 멈추고,양해를 구한 뒤 휴식을 취하고,잠깐이라도 주제를 바꾸는 등 안정을 취하는 것이 최선의 상책이라고 생각한다.싸우지 않고도 상대를 이기고 좋은 협상의 결과를 얻는다면 그것은 최고의 선물이고 값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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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 7가지 성공법칙 - 소규모 농사를 안정된 농업경영으로 바꾸는
사와우라 쇼지 지음, 박형구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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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에 뜻을 두고 전원으로 회귀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전혀 지어본 적이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개인의 사정에 의해 복잡하기만 한 도회지 생활을 접고 귀촌하여 집을 짓고 농토를 경작하여 갖가지 돈이 될만한 농작물 등을 재배하려고 한다.그런데 농사라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 작업이 아니고 신경 쓸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기에 귀농귀촌을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들은 신중하게 조사하고 검토하여 실행에 옮겨야 후회가 없으리라 생각한다.나 역시 시골에서 자라면서 할아버지,아버지의 농삿일을 거들어 주기만 했을 뿐 스스로 농토를 갈아 엎고 씨앗을 뿌리고 거름을 주면서 잡초제거,살충제를 주면서 수확의 순간까지 해 본 경험은 전무하기에 귀농에 대한 생각은 있지만 선뜻 실천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예전과 같이 농사가 조상대대로 전해져 오는 식구들 먹을 것을 충족하는 차원이 아닌 영농법을 제대로 터득하여 생산과 출하,판매의 리드타임을 꼼꼼히 파악하여 수미일관 농사일에 전념을 해야 하고,농사는 기후와 온도,날씨에 따라 수확량이 결정된다.원하는 가격을 받고 싶지만 판로가 제대로 정해져 있지 않아 수확을 앞두고 판로를 생각한다면 다수의 생산자와 함께 가격경쟁에서 좋은 가격을 받지 못할 수도 있기에 경작과 생산과정에서 별도로 판로처 및 시장상황을 꼼꼼히 알아 보면서 판로처 및 농작물 가격을 미리 정해 놓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농사를 짓다 보면 다양한 일손과 종자값,농약,비료,그리고 금융기관으로부터 융자받은 대출금 등이 만만치가 있어 초심자로서 손익문제까지 고려한다면 머리가 지끈지끈해질 것이다.이제는 농사도 경영의 시대이고 전문화 시대이기에 주먹구구식의 작법은 실패할 확률이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곤약으로 잘 알려진 원료가 구약감자인데 오른쪽 그림이 구약감자이다.이것은 파종하여 3년이 지나야 수확을 할 수 있는 농작물인데 일본에서 1980년대 곤약의 시세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저자 사와우라씨도 곤약 경작에 뛰어들었다고 한다.현재 직원 50여 명에 연매출 200억원의 농업법인을 경영하고 있다고 한다.그는 곤약을 중심으로 농작을 시작하면서 차음 야채클럽을 결성하고 다양한 정보와 경영기법을 터득하게 되었으며,자본,기술,사람이라는 경영요소 중에서 사람이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곤약을 필두고 양상추 등도 재배하여 출하를 하는데,제품의 특성상 광역유통이 어려웠던 시절에는 그가 살고 있는 군마현을 중심으로 출하.판매하다가 진공 냉각기,급속 냉각기 등을 자체 개발하여 일본 전국으로 광역유통이 실현되고 생산량과 판매량이 늘어나고 직원수도 불어 나게 되면서 생산설비를 늘리고 직원수를 늘리면서 사와우라 사장은 경영의 이념,실천을 메뉴얼화하고 직원들도 각자의 위치와 임무에 맡게 업무를 분장하고 그는 매일 일보를 써내려 갔다고 한다.일보를 통해 그날의 잘잘못을 파악하여 더 나은 생산과 출하,판매를 위해 효율적으로 경영을 이뤄 나갔던 것으로 보여진다.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말 중에 그는 최종소비자의 니즈와 요구에 맞춰 구약감자,양상추 등을 재배하고 절임채소 공장의 위생관리도 철저히 했다.성공하는 곳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시중에 파는 상품보다 뛰어난 품질과 특징 있는 상품을 강점으로 내세워 비싼 가격에도 잘 팔린다는 점은 예비귀농인이든 현직 농업경영인든 유념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사와우라씨가 말하는 농업경영의 성공 법칙 7가지는 다음과 같다.

 

 

* 농사 초보자가 이익을 내려면 성공한 사람들의 요령을 배워야 한다.

* 작물을 상품화함으로써 이익을 낸다.

* 농가에서만 할 수 있는 식품가공으로 이익률을 높인다.

* 경영 규모에 맞게 고객을 만든다.

* 성공적인 농가는 매일 빼놓지 않고 기록을 한다.

* 수중에 자금을 갖고 있어도 설비자금은 대출을 받는다.

* 농부 개인과 회사를 위한 '관리수첩'을 활용해서 꾸준히 이익을 낸다.

 

 

 

이왕 귀농을 마음 먹었다면 상기와 같이 7가지의 성공 법칙을 토대로 '경영지침서'까지 만들어 놓으면 불경기에도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다수의 직원을 제대로 이끌어 갈 수가 있을 것이다.저자가 말하는 경영은 '뜻'과 '건강한 가치관'과 적정한 '이익'이라는 삼위일체가 지속되어야 이익과 성장의 보물이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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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아들, 조선시대 왕위 계승사 - 권력은 부자간에도 나눌 수 없다
한명기.신병주.강문식 지음 / 책과함께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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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이 아들에게 왕권을 물려 주던 왕조시대가 구한말까지 죽 이어졌다.특히 조선시대 27대 왕조의 역사를 읽어 가노라면 적장자 원칙하에 맏아들에게 왕위을 물려 주는 것이 관례이고 통념으로 여겨졌다.그런데 국왕이 맏이를 차기왕으로 낙점을 하더라고 왕비,친인척,당파,조정의 대신들의 입김에 의해 변수가 생기면서 애초 국왕의 의지대로 이행할 수 없었던 시대가 있었다.그런데 국왕이 점찍은 왕세자가 국왕이 바라는 대로 따라 주지를 않는다든지 시절을 잘못 만나 국왕의 판단력이 흐려 주위의 의견과 주장에 휩쓸리는 경우도 있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왕과 아들이 나라를 대표하는 위치에 있기에 자연인이 아닌 만큼 국사의 제대로 이끌어 가면서 국리민복을 챙겨야 하는 막중한 자리이다 보니 국왕이 차기왕권을 이을 자식을 세상에 널리 반포했을지라도 시대의 흐름과 변화,분위기에 의해 국왕은 마음을 달리하여 다른 세손을 임금의 자리에 앉히게 하는 사례도 있었던 것이다.특히 조선은 개국초부터 국체를 성리학에 두고 유교를 국시로 내세우면서 모든 일처리가 경직되고 고집불통으로 보일 정도로 원만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도 조선이라는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왕위 계승을 놓고 갑론을박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피비린내 나는 소용돌이를 치기도 하는 등 왕위를 놓고 지리멸렬한 느낌마저 주기도 한다.이 글에 나오는 다섯 명의 왕위 계승 예정자들은 각각 자신의 위치와 입장,성격과 체질에 따라 왕위를 계승하지 못한 원인도 있고,당시 조선은 명나라와 사대교린의 관계에 있었기에 인사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명의 허락을 받아내야 하는 상황이 상당히 고역스러웠을 것이다.게다가 명과 청이 전쟁을 치르고 청이 이기자 청은 때를 놓칠세라 조선에 조공의 압박을 해오고 몇 차례의 호란까지 일으키면서 왕위 계승에도 빨간불이 켜졌던 것이다.

 

왕위 계승을 둘러싸고 이들에게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는 읽는 내내 흥미롭기도 하고 정치권력의 비정하기도 함을 새삼 발견할 수가 있었다.태종의 경우에는 도승지(都承旨)로 임명되는 등 정사를 거뜬하게 치를 수가 있다고 태조 이성계도 그에게 신임을 했지만 이방원이 정몽주 살해사건을 계기로 이성계는 이방원의 포학하고 비도덕적인 성향으로 그를 정치적 실권에서 배제했지만 이방원은 정권야욕에 눈이 먼 나머지 그의 친형제,이복동생 그리고 조선개국의 공신 정도전마저 정적으로 몰아 숙청하고 만다.태종은 왕위에 오르면서 그의 맏이인 양녕대군에게 모든 정사를 맡기려 하지만 그는 대신의 딸 여리와 깊은 관계를 맺고 아기까지 생기는 등 도덕적으로 치명타를 입게 된다.하지만 태종은 양녕대군에게 반성의 기회를 주면서 자신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당근과 채찍을 내리지만 결국 양녕대군은 폐위되고 충녕대군인 세종이 왕위를 물려 받게 된다.

 

다음에 나오는 선조는 임진왜란으로 인해 의주까지 몽진을 가게 되고 한양.개경.평양이 일본군에 의해 함락되면서 의주 행재소에서 선조를 국사를 맡고 광해군으로 하여금 한양 이남의 국사를 임시로 맡게 하는 등 그에 대한 선조의 신임을 두터웠지만 명은 적장자의 원칙에 의해 광해군을 임금으로 승인할 수 없다는 것이고 영의정 유영경은 광해군이 전섭하는 것이 싫은 나머지 상소를 올리면서 선조는 광해군에 대한 태도가 돌변하고 영창대군에게 왕위를 넘긴다고 유지를 남긴다. 광해군은 왕위에 오르면서 전쟁의 상처를 씻고 국가의 전열을 가다듬는데 치중하지만 토목공사에 집착을 하면서 사대부,민심 모두를 잃게 되고 명을 배신하고 후금과 가깝게 하고 폐모살제(廢母殺弟)까지 저지르고 만 광해군은 결국 폐위되고 만다.이것이 인조반정이다.

 

인조반정에 성공한 인조는 맏이인 소현세자를 일찍이 차기 왕으로 지목하고 분조의 임무까지 맡겼다.그러는 가운데 이웃 후금은 태조 홍타이지 체제로 들어가면서 아민을 대장으로 조선을 침입하는 정묘호란이 발생하면서 인조와 소현세자는 남한산성을 물샐틈 없이 포위한 청군에 의해 인조는 수치스러운 삼배고구두례의 항복을 하고 소현세자를 비롯하여 봉림대군 등 수많은 사람들이 청으로 인질로 잡혀간다.인조는 소현세자가 인질로 잡혀가고 그의 귀에는 그가 청국에 입조할 것인가,아니면 퇴위할 것인가가 들려오면서 내심 불안감을 감추지를 못하는 한편 소현세자와의 관계는 악화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소현세자는 인질로 잡혀간 지 8년 만에 귀국을 하여 아버지 인조에게 귀국인사를 하지만 쌀쌀하게 백안시한다.소현세자는 귀국하자마자 학질이라는 진단을 받고 3일 만에 세상을 뜨게 되는데 그의 죽음은 의문의 독살설로 전해지고 있다.

 

조선의 임금 중에서 최장수를 누린 영조(52년)는 마흔둘에 사도세자 낳게 되는데 열 살에 왕세자로 내정하여 대리청정까지 맡기는 등 사도세자에 대한 그의 신임은 두텁기만 하다.하지만 사도세자는 착하면서 내성적인 성향을 띤 나머지 영조의 눈에는 그의 대리청정이 미덥지가 않다.제왕이 되려면 정관정요를 읽어야 하고 조강,주강,석강,야대까지 받아야 하고 부왕 영조의 질문에 제대로 된 답변을 못하면 호된 질타와 함께 그를 가르치는 사부,시강원 관료,환관까지 벌을 받아야 했기에 사도세자에겐 커다란 스트레스였을 것이다.이렇게 빡빡하고 다그치는 영조의 훈육에 사도세자는 온몸에 종기 내지 곪음이 도져 온양 온천을 다녀오라는 허락을 받아 간만에 외유를 한 셈이다.설상가상으로 사도세자는 관서지방을 외유하고 돌아온 것이 영조와의 격절된 관계가 되고 만 셈이다.게다가 사도세자와 정적이었던 노론세력(홍봉한)과 사도세자의 행실에 대한 나경언의 고변은 영조로 하여금 사도세자의 삶을 척결하는데 결정적 원인이 되고 결국 사도세자는 부왕 영조의 명령에 의해 뒤주에 갇혀 8일 만에 짧으면서도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하게 된다.

 

정치권력은 비정하고 무상하기만 하다.지금이야 국민의 투표에 의해 정치지도자가 선택되고 결정되지만 왕권중심시대였던 조선에서는 성리학에 기반을 두고 왕위를 적장자에게 넘기게 되지만,위에서 본 바와 같이 적장자임에도 불구하고 부왕의 눈과 귀,비위에 맞지 않을 경우에는 차자에게 왕위를 물려 주기도 하고 피를 흘리는 혈육전쟁을 통해서라도 왕위를 차지하려고 했던 왕들도 있다.그들은 자신의 시각과 경험에 의해 자신과 똑같이 국사를 치뤄주기를 바라고 그러한 그릇이 되기만을 원해서인지 비운에 간 세자들은 가련하고 안타깝기만 하다.게다가 왕권중심의 사회였을지라도 왕위문제만큼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었을 만큼 주변세력들의 입김과 알력이 컸다.그리고 임진왜란,정묘호란,병자호란 등의 전란과 조.명의 사대교린에 의한 조공과 인사권 문제까지 명과 청의 승인을 얻어내야 했고,왕위문제까지 당파의 이해간계에 의해 좌지우지되던 그야말로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었던 불투명하고 불안전한 시대였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그 와중에 왕위문제로 힘들었을 세자들의 말못할 고민과 갈등,번민은 행복보다 불행했던 시간이 더 많았으리라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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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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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상을 항해하던 화물선이 조난당하고 극적인 구사일생으로 살아 남은 유일한 생존자 파이(본명 : 피신 몰리토 파텔)의 구명보트상에서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의 아찔하고 긴박한 죽음과 불안,공포 등의 순간 순간의 상황이 그토록 손에 땀을 흠뻑 적시게 하기에 집중과 몰입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다른 말로 하면 숨죽여 읽어 나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헤밍 웨이의 <노인과 바다>역시 노인이 바다낚시로 삶을 꾸려 가면서 바다의 물고기들과의 치열한 사투가 벌어지면서도 강인한 생명력을 그린 글이었다면 이 글은 모든 가족을 잃고 주인공 파이와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의 기묘한 공생아슬아슬하게 그려지고 있고 최후의 순간을 맞이하는 순간에도 나이 어린 파이는 그가 믿는 신의 가호를 굳건히 놓치지 않아 살아 남을 수가 있었다는 점에서 경이감과 감동을 안겨 주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쓴 얀 마텔저자 극한상황에 처해 있는 인간의 심리를 파이가 갖고 있는 '행동 지침서' 함께 심리묘사를 정교하게 풀어 내고 있다.이것은 인간이 극한상황에서도 하나밖에 없는 삶을 가볍게 여기고 살아야겠다는 자신의 의지와 종교적 믿음을 버리지 않고 순간 순간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공포,피말리는 한계상황을 어린이답지 않게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는 파이의 멋진 행동묘사가 압권이었다.리처드 파커 호랑이 또한 인간과는 물과 기름과 같은 관계로 비춰지지만 파이의 놀라운 연기력과 재치,호랑이를 적대시 하지 않는 순수한 공생의 의지가 아슬아슬한 찰나를 빗겨나게 해 주는 디딤돌 역할을 해 주었다.파이는 힌두교를 비롯하여 유대교,천주교,이슬람교와 같이 종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모국 인도를 떠나기 전 폰디체리에서 아버지가 동물원을 운영했기에 동물에 대한 특징과 습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 리처드 파커와의 긴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살아있는 백과사전과 같이 단어,문장 모두가 살아 있다. 망망대해에 구명보트와 뗏목 사이에서 벌어지는 숨가쁜 나날을 지루하지 않게 묘사해 주고 있는 점이 찬탄을 금치 못할 정도이다. 화물선에 탔던 거의 모두가 폭풍우에 의해 침몰되고 선원,요리사,어머니가 구명보트 위에서 처참한 최후의 순간을 맞이하는 광경을 지켜봐야만 하고 파이가 어머니를 죽인 선원을 정의와 울분으로 단칼에 죽이고 인육의 맛까지 본 파이,그리고 얼룩말,하이에나,호랑이들의 정글의 법칙에 의해 호랑이만 남게 되어 기묘하게 파이는 호랑이와 태평양 망망대해 위에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행동지침서'와 비상식량 그리고 바다 낚시로 낚아 올린 새치,만새기,바다거북 등을 토막내어 리처드 파커의 허기를 채워 주면서 길고 긴 항해가 이어져 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파이의 가족은 당시 간디총리 정적 관계에 있었기에 혹시라도 모를 해코지라도 당할까봐 캐나다를 향해 일종의 망명의 길을 떠나게 되지만 항해 도중에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어린 파이만이 살아 남지만 그는 호랑이의 밥이 되느냐 아니면 폭풍에 휩쓸려 물고기의 밥이 되느냐의 기로(岐路)에 놓이지만 그에게는 든든한 '행동 지침서'가 있고 마음으로 굳게 믿는 신앙이 있다.나이는 어리지만 어린이답지 않게 위기와 불안,공포를 슬기롭고 영민하게 순간을 대처해 나가려는 그의 삶에 대한 의지와 생명력은 경건하기만 하다.이렇게 구명보트와 뗏목은 하나의 끈이 되어 주어 태평양의 거센 파도를 하염없이 흘러 흘러서 파이와 같은 처지의 맹인도 만나면서 인간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교감하기도 한다.리처드 파커 호랑이 역시 시간의 흐름에 따라 파이의 마음을 읽기라도 하듯 파이에게 평온함과 목적의식을 알게 모르게 선사해 준다.

 

 

 1977년 7월에 시작한 망명의 길이 1978년 2월에 종료되고 파이는 멕시코 자그마한 해안가에 도착한다.때론 지긋지긋하고 때론 홀가분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파이는 화물선 '침춤 호'의 국적 일본 운수성 해양부 직원들에 의해 침춤 호가 조난당한 당시의 상황과 구명보트상에서 그가 겪었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식으로 녹음되어 가면서 그는 혼자만 알고 느꼈을 당시의 슬픔,아픔,고통,인내의 시련을 담담하게 들려 주고 있다.특히 리처드 파커는 멕시코 해안에 당도하면서 그의 본래의 야생적인 삶으로 돌아가지만 파이에게는 리처드 파커와의 227일간이 불안과 공포,흥분의 도가니였지만 파이와 리처드 파커가 끝까지 살아 남았다는 점에서 파이는 그 생명력과 신앙의 힘 크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고 있다.

 

 

"리처드 파커,다 끝났다.우리 살아남았어.믿을 수 있니? 네게 도저히 말로 표현 못 할 신세를 졌구나.네가 없었으면 난 버텨내지 못했을 거야.정식으로 인사하고 싶다.리처드 파커,고맙다.내 목숨을 구해줘서 고맙다.이제 네가 가야 될 곳으로 가렴.(중략)나를 친구로 기억해주면 좋겠구나.난 널 잊지 않을거야.그건 분명해.너는 내 안에,내 마음 속에 언제나 있을 거야.(중략)잘 가,리처드 파커,안녕.신의 가호가 함께하길"

 

 

 

 파이는 인간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의 관계가 불안과 상처,공포와 죽음이라는 극한상황이었지만 오히려 파이의 정신적 성숙과 삶의 지혜,슬기로움을 역으로 가르쳐 주었고,리처드 파커는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동물이지만 파이가 보여준 지극한 정성과 동반자와 같은 행동이 리처드 파커에게 무언으로 전해져 갔으리라 생각한다.사람이든 동물이든 해코지 하지 않고 진심을 담아 대하고 행동을 보여 주면 시간은 걸릴지라도 점차 가까워지면서 묘한 상생의 관계를 이어갈 수가 있다는 것을 새삼 시사해 주고 있다.작가 또한 이 작품의 탄생을 위해 구상과 자료조사,현장답사,상상력과 예리한 통찰력을 섞어 균형과 조화를 최대한 보여 주고 있어서 뭉클한 감동을 안겨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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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서서 먹는 반찬가게
사토 게이지 지음, 김경은 옮김 / 김영사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내가 살아 오면서 가게라는 이름이 처음에는 하꼬방,상회,슈퍼를 거쳐 마트,편의점식으로 가게의 변천사를 마주하고 있다.시대에 따라 가게의 규모가 점점 대형화되다 보니 일명 구멍가게식의 소규모 영세점은 대형마트에 눌려 사라지는 추세가 되고 대형마트도 규모와 자금력,인지도,소비자 가치도에 따라 매출규모가 정해지곤 한다.눈이 높은 소비자의 의식과 빠르게 변화해 가는 소비시장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해야 할 것인가를 <줄 서서 먹는 반찬가게>는 정직하고도 성실함을 무기로 하여 일본열도를 들끓게 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수제 아키호 오하기

 

일본 동북부 미야기현에서 서쪽으로 50KM 정도 떨어진 온천마을인 아키호 지역에 찹쌀과 멥쌀을 반죽하고 그 위에 검정깨나 적두를 얹어 만든 오하기(御萩)를 필두로 다양한 반찬들로 지역 주민들과 외지인들의 입맛을 사로 잡고 있는데 경기침체 속에서도 반찬가게는 성장세를 보여 주고 있으며 일본 각지에서 경영인 및 직원들이 연수까지 온다고 하니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가 없다.

연수차 사토가게를 방문한 내방객들(가운데가 사토사장)

 

일본은 전통적으로 가업을 이어가는 것이 인습인데,이 글의 반찬가게 사장인 사토와 그의 부인,그리고 아들이 각각 사장,전무,상무로서 제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찾아 오는 손님들에게 상냥하고도 정중하게 맞이하고 있으며 경기침체는 지속되고 있지만 원재료 상승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여 몇 십년 전의 가격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그 이면에는 사토사장이 물건을 대주는 중간상인과신뢰에 바탕을 두고 원재료 가격을 그대로 유지시키고 있다는 것이고,더욱 놀라운 점은 사이치 가게를 창업한 이래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회계장부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그날의 날씨,기온,매출,손님들의 반응 등을 깨알같이 기입하면서 원재료의 사입과 판매량,매출액 등을 거의 적중시키고 있기에 불필요한 원재료 낭비 및 재고 염려가 없다고 한다.정말 꼼꼼하고 치밀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토 사장은 전반적인 가게(80여 평) 경영전략과 직원들의 인사,문제점 지적,일보 작성 등을 하고 전무(專務)인 아내는 오하기(경단)를 전문으로 만들면서 직원들에게는 칭찬 역할을 한다고 한다.상무인 아들은 뒤늦게 아버지 일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원재료의 사입과 매출에 관련된 일을 맡고 있다.조리장,진열대,경리.회계 파트 업무가 영속적인 것이 아닌 순환보직을 두고 있기에 사이치에 들어온 직원들은 사이치 일에 대해서는 모두가 베테랑이라고 할 수가 있다.그리고 특이한 점은 사장이 매일 조회를 주관한다는 것이다.조회는 5분 이내로 철저하게 지키며 기업 이념과 다짐의 말을 다 같이 소리 내어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한다.이사급,정직원,아르바이트생 모두가 한가족마냥 친밀감으로 똘똘 뭉친 사이치 반찬가게는 말그대로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토사장이 주장하는 사이치에서 반찬을 만들 때 '사이치의 세 가지 마음' 다음과 같다.

 

* 그 어떤 가정의 맛보다 맛있을 것

*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 시간이 지나도 그 맛이 잊히지 않을 것

 

사이치가게는 화학조미료,방부제,식품첨가물을 일체 사용하지 않기에 유통기한이 매우 짧다는 것이다.오하기(경단)의 경우에는 하루를 넘기면 안되기에 가능하면 즉시 섭취를 하는 것이 좋고 맛 역시 전문가의 손놀림에 의한 것이 아닌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가정의 맛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인데,경단의 경우 단맛을 좋아하던 시절이 요즘에는 건강식으로 단맛을 줄여 가는 추세이기에 설탕을 많이 뿌리지 않는다고 한다.사이치가 있는 아키호지역은 변두리에 위치하고 있어 수입원이 지역 주민에 의지하지 못하고 외지인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2010년 매출액이 10억엔을 넘어섰다고 하니 반찬가게로서는 성공한 셈이다.그리고 그들은 한 두번 광고(전단지,신문)를 냈을 뿐 창업(1979년)이래 입소문에 의한 영업매출이 이루어지고 있어 사이치가게의 맛과 가격,정성과 서비스정신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경기침체임에도 불구하고 살아 남는 곳은 어떻게든 살아 남는다.당장 눈앞의 이익만 남기려는 근시적인 장사수완보다는 적게 남는 이익이라도 소비자와의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해 나감으로써 입소문을 타고 손님들은 먼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 오는 법이다.사토사장은 정년퇴직이 그의 육신이 다하는 날이라고 한다.매일 아침 가게 주변을 청소하는 일로 시작하고 이웃과의 공존공영을 철칙으로 여기며 한 길을 우직하게 걷고 있는 사토가(家)의 반찬가게는 난공불락의 요새와도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개인적으로는 일본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아키호 오하기,반찬 등을 찾아 사이치 가게를 탐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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