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 속의 세계사 창비청소년문고 10
이영숙 지음 / 창비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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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옷을 자주 구입하는 패션족이 아닌 만큼 옷장에는 계절별로 입을 옷가지로 단촐한 편이다.남성보다 여성들은 패션에 민감하기에 색다른 감각과 (누군가에게)보여 주기 위한 옷들로 가득차 있게 마련이다.결혼 무렵에 10자 남짓한 옷장이 1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새것과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옷장 겉면에 가앉은 먼지,손때 등을 마음이 움직일 때 한 두시간 전용세제와 걸레로 싹싹 문지르고 관리를 해 준다.청소,정리를 하고 나면 약간은 힘과 에너지가 소모되지만 마음과 기분은 날아갈듯 말끔하고 개운하기만 하다.

 

 옷장을 가끔 열고 속을 들여다 본다.이불,아내옷,내옷 그리고 속옷 등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다.여름 장마철에는 습기 및 곰팡이가 필까봐 옷장 문을 열어 놓기도 한다.환기를 시켜 주면 옷가지들도 공기를 머금으면서 뽀송뽀송하고 정겨운 맛까지 안겨 준다.내가 입었던 옷,내 살결,피부에 맞닫아 체취가 남아 있는 옷가지들이기에 애지중지한다.그리고 옷을 자주 사려는 아내와 있는 옷이라도 깨끗이 세탁하고 드라이크리닝하면서 관리가 중요하다는 내 생각이 가끔 트러블을 일으키기도 한다.옷값이 만만치 않기도 하지만 요즘과 같이 돈이 많이 나갈 때에는 절제하는 것이 좋다는 내 생각과 상충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옷장을 열어 보면 내 옷가지는 많지가 않다.보물과도 같이 보관하고 있는 군복,대학졸업 기념으로 아버지께서 사 주신 양복,버버리 코트를 비롯한 울코트 서 너벌,재킷 등이 있다.문 안쪽에 행거에는 넥타이가 색상별로 가지런히 걸려져 있고 하단 수납장에는 속옷과 양말 등이 있다.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은 내 옷가지들을 보면서 가끔은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나이가 들면서 뱃살이 나오면서 사이즈가 맞지를 않기도 하고 색상이 바래고 오래된 옷들이라 컨츄리풍이 물씬 풍기는 것들도 있으며 해어져서 도저히 입을 수 없는 것들도 있기 때문이다.옷을 보면 개인의 취향,성향을 파악할 수가 있다고 하는데 내 옷장 속의 내 옷은 아무래도 무미건조하기만 하고 세련미가 없는 것이 솔직한 생각이다.

 

 옷이라는 것은 얀(YARN) 즉 한 올 한 올 뽑은 실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원단(FABRIC)을 만든다.뽑은 실은 먼저 염색한 것은 선염이고 원단이 가공된 뒤에 염색한 것은 후염이라고 한다.이를 디자이너와 패턴사에 의해 옷의 전(前)과정이 이루어지고 패턴에 따라 원부자재별로 가공을 한 다음 최종검사를 마치고 합격판정을 받으면 옷은 시장에 나가면서 소비자의 주머니를 두드리게 되는 것이다.이렇게 만들어진 옷에는 원단별,제품별로 그 역사와 에피소드를 잘 보여 주고 있다.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도서인 만큼 이영숙저자는 친근감있는 어투로 다가오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골드러시'중에 탄생된 청바지,누에의 실에서 뽑은 중국 고대의 명산물 실크,우단과 각종 합성재료로 이루어진 벨벳,스페인 펠리페 2세가 좋아했다던 검은 옷,제1차 세계대전 참호 속에서 탄생한 트렌치코트,서양의 전통 축제시 입었다던 마녀의 옷,인도네시아인들의 삶을 지탱해 주고 있는 염색 옷감인 바틱,고분자 폴리아미드로 이루어진 합성 플라스틱인 스타킹,핵폭탄의 실험장이었던 섬의 이름을 빌린 비키니,진시황릉의 병마용 병사들이 두른 스카프 내지 루이 14세 때 크로아티아 군사들이 두르고 온 스카프에서 유래되었다는 양복과 넥타이를 소개하고 있다.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의 에피소드가 특이하고 인상적이기만 하다.

 

 옷은 개인의 취향과 성향에 따라 입는 것이지만 가장 멋진 옷은 내면에서 우러난 진정성과 사회에 대한 책무이고 이는 사람의 품격을 드러내주는 것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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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극지 - 아무도 밟지 않은 땅
홍성택 지음 / 드림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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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이 좋아 산사람이 되고 가야만 할 사명감을 띠고 떠나는 모험과 탐험의 인물들이 있다.한국 산악인의 전설과 같은 고상돈을 비롯하여 허영호,박영석 등이 세인들의 뇌리에 남아 있다.그들은 등반과 오지 탐험을 숙명으로 삼아 도전의 연속을 보여 주었다.고난과 시련,모험과 고독을 마치 즐기기라도 하는냥 그들이 밟고 지나간 자취에는 위대함과 성스러움마저 느끼게 한다.이러한 험난한 등반과 모험으로 가득찬 오지탐험의 정신은 나약한 정신력으로 진취적 기상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커다란 자극을 안겨 주기에 충분하다.

 

 왜 이들은 평범한 생활을 하지 않고 극도의 위험을 무릎쓰고 오지의 탐험을 떠나야만 할까.내 생각에는 그곳에 아니 가면 평생 후회할 것 같기도 하고 남들이 하지 못하는 길을 묵묵히 떠나고 해내려는 강건한 도전정신과 탐험에 대한 강렬한 정신이 살아 꿈틀거리기 때문은 아닐까 한다.고산지,오지는 대부분 척박한 환경과 냉혹한 추위,태양의 모습은 거의 없어 생물들이 살아 버틸 수 없는 거칠고 가혹한 공간들이다.이렇게 모험과 도전을 보여 줄 수 있는 것은 활기찬 기상과 패기 넘치는 젊음 그리고 오기와 투지가 똘똘 뭉쳐 있기에 숭고하기만 하다.

 

 '영원한 것도 없고,기쁨도 고통도 지나간다는 것을' - 본문 -

 

 모든 일이 그러하듯 시련과 고난,죽음과 맞서서 싸워야 하는 시간도 영겁에 견주하면 찰나와 같은 시간이다.주어진 시간을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카르페 디 엠'이야말로 산악인과 오지 탐험가들이 보여 주는 임팩트한 정신이다.그들이 가는 한 발 한 발은 언제 닥칠지도 모르는 사마의 존재와 함께 한다.체력과 컨디션은 물론이고 대원들끼리의 의기투합과 동료애는 거칠고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는 요인이기도 하다.그리고 수많은 날들을 가족과 친구를 잊고 오로지 가려는 목표점을 향해 몸과 마음을 바쳐야만 하는 전사들과도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 글을 쓴 홍성택저자는 '최초'의 수식어를 받을 만하다.모두가 영하 30~40도의 극지만을 골라 추위와 허기,가혹한 환경과의 부딪힘이 이력이 나겠지만 새로운 도전에 나설 때마다 알키렐스건이라도 있듯 반신반의를 한다.일단 도전하기로 작정한 이상 최고의 정신력과 응집력으로 극지를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어 가는 일지(日誌)를 접하다 보면 내 자신이 그곳에 직접 도달해 있는 듯한 착각과 동화감마저 들게 한다.북극,남극,베링해협(러시아 영토),그린란드(덴마크령),에베레스트(초모랑마)가 저자가 도전했던 극지이다.홍성택저자가 산악인이었다는 것을 이 도서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글의 내용이 매우 솔직하고 담백하기만 하다.저자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둘 정도로 산과 오지에 대한 강렬한 미련과 응축력은 가상하기만 하다.

 

 1993년부터 2005년까지의 등반,탐험 일지를 들려 주고 있다.초모랑마 등반에서는 박영석대장과 동행하고 남극 탐험에서는 허영호대장과 동행하고 있다.그들은 대원들을 스파르타식으로 몰아치기도 한다.낙오자가 생기고 심약하여 제대로 뜻을 이루어 가지 못하면 사기를 떨어뜨리기에 목표완수를 위해 일사불란한 행동을 요구한다.가장 달콤한 시간은 헬기가 떨어 뜨려준 각종 음식들일 것이다.위스키에 극지의 얼음을 희석시켜 마시는 맛은 천상의 맛이라고 했듯이 겪어 보지 않고 음미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일이다.화이트아웃,블리자드,리드 등의 죽음과도 같은 장애물이 있기도 하지만 얼음꽃과 같은 기기묘묘한 천애의 모습도 잊혀지지 않은 장면이다.사투를 감수하면서도 끝까지 이겨내고 독자들에게 그 여정의 일지를 촘촘하고 세심하게 보여준 저자의 탐험정신이 갸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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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2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2
박정호 지음 / 한빛비즈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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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삶과 경제적 활동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대부분은 개인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신분과도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다.그것은 국가에서 영위하는 국영기업,민간이 영위하는 민영기업 그리고 재산을 갖은 재산가 등이 치밀한 계획과 우연의 행운이 연결되면서 그 경제적 행위의 결과물은 천차만별이다.나아가 지구촌이 글로벌화되면서 국제사회간의 경제 분쟁은 날로 심각해져 가고 있다.종교,인종,내전,사상과 이념의 갈등을 거쳐 바야흐로 생사권을 놓고 벌이는 경제 전쟁에 놓여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이렇게 경제행위를 통한 이윤극대화는 물질적인 것을 충족할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욕구도 충족시켜 주는 것이다.

 

 이렇게 일상에서 경제적 행위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그래서 옛말에 '의식족지예절'이 있었는데 의식이 충족되어야 인간으로서의 예절을 비로소 알게 된다는 말이다.이러한 경제적 행위,경제적 원리를 알아가면서 물질을 충족시키면서 정신을 한층 고양시킬 수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의 시리즈물로 1권은 아직 읽지를 않았는데 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1권에는 전통적인 인문학의 분류체계라 할 수 있는 역사,문학,예술,철학 속에서 경제 원리를 설명했다고 한다.이번 2권에서는 우리의 삶의 지척에 있는 음식,인물,금융,영화와 경제 원리를 역사적 배경과 에피소드 등을 가미하여 흥미를 돋구고 있다.

 

 문화와 영화 속 경제편에서는 익히 알고 있는 문학작품이 소개되고 있어 흥미도가 한결 높아졌고 경제적 원리에 대한 이해도 역시 고양되었다.<크리스마스 캐럴>의 주인공 구두쇠 스크루지 영감이 크리스마스 캘럴을 맞이하면서 자신의 삶을 성찰한다.이윤극대화의 추구 못지 않게 이윤의 사회적 환원이 중요함을 느끼게 한다.사회적 양극화,빈부격차가 심화되는 현대사회에 구두쇠와 같은 기업인이 있다면 살아가는 지혜가 무엇인가를 알았으면 한다.그리고 가사노동자들을 위한 타블로이드 신문과 이야기 신문은 대중문학의 길을 열었다는 평이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자주 관람을 못해서 아쉽기만 한데 영화 관람료가 자꾸 오른다고 한다.극장과 배급사가 나눠 먹기식의 관람료는 큰 이익을 남기지 못하는 반면 팝콘은 원가보다 13,4배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으니 극장측에서는 효자노릇을 하는 셈이다.그리고 미국에서는 '보스턴 차'사건 이후 커피문화가 급속히 발달하게 되고 차와 홍차대신 커피가 그들의 식탁 문화를 바꿨다는 것이다.한국도 커피 소비국으로서 커다란 시장규모를 갖추고 있다.커피등급,가격도 다양하기만 한데 주머니 사정에 맞춰 마시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본다.

 

 1975년 영국의 록 그룹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의 음악과 영상을 매치시킨 뮤직비디오는 음악 채널을 증가시켰고 그 전성기는 MTV와 마이클 잭슨의 등장으로 한층 열기를 더해갔다.한국에서는 1992년부터 이승철,푸른하늘,변진섭 등의 가수들이 자신들의 노래를 홍보할 목적으로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기 시작했으며 음악 채널 전문은 Mnet이나 KMTV가 있다.최근 싸이의 말춤이 인기를 끌면서 뮤직비디오 조회 수는 15억 건을 육박했다고 하니 그의 인기와 경제적 실효는 어마어마하리라 생각한다.신규 기술 등으로 풍성한 문화생활이 가능해졌는데 관련 업체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모해 가는 시장상황에 맞춰 대체제,보완재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역사적 인물들 경제관을 보면 공자는 백성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었다.그의 주유천하는 경제관이 민간재와 공공재의 차이점을 규명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1929년 미국에서 대공황이 발생하면서 생산된 재화,서비스가 판매되지 않았다고 한다.이것은 대공황하에서 수요가 창출되지 못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이에 케인즈는 유효수요이론을 생각해 내면서 실제 구매할 수 있는 유효수요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또한 미국에서 남북전쟁의 발발은 노예 문제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다.그것은 서로 다른 미국 남부와 북부의 경제 구조에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세계적인 갑부,천재 프로그래머인 빌 게이츠는 소프트웨어라는 프로그램의 시장가치를 높여 대가 없이 사고팔던 자유재를 돈을 주고 사고파는 경제재로 바꾼 그의 사업수업이 성공으로 치달았던 것이다.

 

 20세기의 남은 여러 해 동안 경제이론과 경제정책에 대한 사고체계를 결정짓고 또한 그런 문제에 정보를 제공할 경제학자는 슘페터이다.오늘날 슘페터가 역설한 기업가정신과 창조적 파괴 개념은 상식이 되었다.경제는 지속적으로 변하는 것이고 또 본질적으로 기계적인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인 것이다. - 본문 -

 

 

 그외 역사적 진실을 밝혀내면서 경제 원리와 그 실효성 및 금융분야 잘 들려 주고 있다.산업혁명 이후 증기기관차 등이 물류운송을 빠르게 해 주었다.거래의 달인 유대인,국제적인 비즈니스 관행을 따른 상하이인,재무제표인 사개치부법을 활용한 개성상인 등의 상술을 살펴 보는 계기가 되었다.박정호저자의 꼼꼼한 필치와 알기 쉬운 경제학 용어의 풀이를 통해 각분야의 경제 원리,행위가 실생활에 어떻게 반영되어 가는가를 파헤친 것으로 보여진다.무한경쟁의 시대에서는 평범한 경제 행위보다는 창조적 파괴 행위가 절실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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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왜 존재하는가 - 역사를 관통하고 지식의 근원을 통찰하는 궁극의 수수께끼
짐 홀트 지음, 우진하 옮김 / 21세기북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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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세상이 왜 존재하는가라는 문제에 대해서 당연히 궁금증을 갖을 수는 없을 것이다.내가 부모님의 생식 행위에 의해 세상에 태어나 세상의 온갖 일들을 조우하면서 다양한 생각과 사유를 할 수가 있는 것이다.부모님이 물려준 DNA는 내 성품과 기질을 반영하기도 하며 생의 바탕을 이루기도 한다.이러한 생의 과정에서 불현듯 아니 나이가 들어가니 생의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것들을 상기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존재인가?,삶의 궁극점은 무엇인가?' 등이다.이렇게 생의 근본적인 것들을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레 우주의 탄생과 인류의 기원,종교와 철학 그리고 사색가들이 펼쳐 놓은 존재의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혼돈과정을 거쳐 질서가 잡히면서 우주의 빅뱅이 140억 년 전에 이루어지고 지구의 지각변동과 더불어 인류도 탄생했다고 하는데 과연 사람은 누구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일까가 관심과 호기심의 대상이다.아직까지는 뚜렷하게 밝혀진 바는 없지만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가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신(神)에 의한 창조물이 인간이라고 한다.이러한 창세신화는 종교마다 나라마다 약간씩 차이가 나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이 최대한의 상상력을 발동하여 가공한 존재가 아닐까 한다.나는 비록 이렇다 할 종교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삶의 고비가 있을 때에는 마음 속으로 내가 믿는 신을 향해 간절히 갈구하여 난관을 극복하려 노력한다.그만큼 극히 미미하고 나약한 인간은 마음의 정령인 신적인 존재에게 의탁하기 마련이다.

 

 고대 철학자인 소크라테스,플라톤,아르키메데스,아리스토텔레스 등을 비롯하여 근.현대의 쇼펜하우어,러셀,사르트르에 이르기까지 철학자들이 내놓은 존재의 이유는 어쩌면 우연의 법칙에 의해,빈 공간에 내포되어 있는 입자들이 이합집산하면서 탄생되었다는 주장과 뉴턴,아인슈타인 등의 물리법칙과 양자이론,끈 이론 등도 우주의 탄생과정과 인류의 존재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우주 창조자인 신이 지구를 관리할 인간이 필요했기에 인간을 만들었다는 그럴 듯한 창조론를 넘어 인간의 존재는 본질적으로 볼 때에는 정신적으로 바라보아야 하며 이는 궁극적으로 정신과 의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일면 공감하는 바이다.이러한 정신과 의식이 소멸되고 나면 또 다시 영원한 무(無)의 세계로 귀결되는 것이다.

 

 나아가 '왜 동물은 이런 모습으로 태어났을까?'등에 대한 의문이 다윈의 진화론이 세상에 나오면서 겉모습의 특성보다는 몸 안의 각종 세포,신경계 등의 발달에 따른 유형에 대한 설명과 관심이 증폭되어 간다.진화의 존재를 통해 어떻게 모습이 변하고 이루어졌는가에 대한 문제가 더욱 주목을 끌게 되는 것이다.다윈의 진화론을 넘어 현대 물리학자들이 '최종 이론'이라고 주창하는 끈이론은 시간과 공간의 개념 자체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빅뱅 이전의 실체에 대해 조금이나마 보여주고 있다.끈이론을 찾는 핵심에 다가서려 했던 인물은 사상가인 스티븐 아인버그이다.그는 전자력과 방사선 붕괴로 인한 '약한 힘'을 통일하기도 했다.다만 끈이론이 왜 세상이 무가 아니라 유가 되어야 하는가를 단적으로 설명하고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그 연구는 계속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부제인 '왜 세상이 무가 아니라 유인가?'라는 질문은 수많은 철학자,종교가,물리학자 등에 의해 다양한 학설과 이론이 쏟아져 나왔지만 궁극적인 실체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이렇게 존재에 대한 유무의 문제는 근본적이고 원초적이지만 어떻게 보면 매우 형이상학적으로 다가온다.엉뚱한 생각이지만 우주의 기원 및 최초의 인류가 언제 어느 곳에서 탄생되었다는 확실한 증거물이라도 있다면 이는 세상이 경천동지할 빅이슈이겠지만 현재로서는 신비스러운 우주의 기원론 및 창조론 등에 의지하여 세상의 존재가 무가 아닌 유라는 것을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그리고 나 역시 생각하기에 조냊하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비존재의 상태로 태어나기 전의 세계로 돌아간다. 영원한 무로 갈 수밖에 없다는 운명론을 믿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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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의 여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오후세시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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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쿠다 히데오작가의 작품을 몇 편 읽으면서 느끼고 다가오는 점은 소재가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다.작가마다 문체와 필치가 제각각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오쿠다 히데오작가는 소재가 신출귀몰하는 형상과 같이 언제 무슨 얘기를 가지고 독자들에게 다가올 지 무척이가 설레이고 궁금하기만 하다.이야기를 너무 좋아해도 가난하게 산다는 말이 있지만 스토리가 재미와 흥미,스릴과 추리까지 덤으로 안겨 주니 그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이번에는 일본 지방도시를 배경으로 일본인들의 관행과 부도덕성을 고발하고 있다.이러한 문제를 오쿠다 히데오작가는 해학성을 바탕으로 밀도와 가독성을 겸비하여 독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10편의 단편들이 이야기는 제각각이지만 공통분모,약방의 감초마냥 꼭 끼여져 있는 미유키라는 여자이다.집안환경,학창시절에는 별로 두드러지지 않았던 존재이지만 오랜 시간 숨겨져 있던 끼를 그대로 발휘하는 당차고 대가 센 여자이다.남자들 속에서 유유히 몸을 주고 마음을 주면서 이권을 챙겨 가는 놀라운 힘을 보여 주고 있다.겉으로는 요조숙녀와 같이 사뿐사뿐하고 목소리는 애교 넘치게 행동을 하지만 그녀의 고지능은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현대판 팜므파탈의 전형(典型)이 아닐까 한다.

 

 여자는 화장을 하고 몸매 가꾸기만 잘하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환생하기도 한다.늘씬한 키에 사근사근한 말씨,그리고 남자의 뒤를 그럴듯하게 내조하는 척 하면서 자신의 실속을 챙기며 뭇사람들을 사로잡는 것이다.미유키라는 여자가 학업을 마치고 중고차 매장에 점원으로 취직을 하면서 이야기는 정중동을 거듭해 나간다.처음에는 조용하게 조신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에 타인들의 시선을 끌지 못하지만 이야기가 무르익을수록 그녀의 본업과 본심이 속속 들추어지고 그녀가 무엇을 생각하고 살아가려는 가를 짐작하고도 남는다.어디까지나 가상의 얘기이지만 미유키는 남자들이 드나드는 공간 속에서 상냥하면서도 야무진 마담의 역할을 톡톡히 보여 주고 있다.

 

 중고차판매점,마작장,요리교실,맨션,파친코,야나가세,기모노,단가,스카이트리가 미유키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곳이며 주무대는 클럽이다.클럽에 드나드는 남자 손님들 그리고 (일본)우익 정치가의 아내로서 그 집안은 야쿠자의 피가 흐르는 힘과 권력,재력이 모아지고 이를 이용하여 이권을 챙기는 자는 미유키이다.그러한 미유키를 알고서도 눈감아 주는 주변사람들의 물러터짐이 인상적이다.조상을 잘 받들고자 객전(客殿)을 지으려는 의도와 계획은 당초 미유키가 세운 것이었다.지방 사람들이 시주금을 한화로 3백만원 이상을 요구하니 없는 사람은 기절초풍할 일이다.게다가 그녀는 의원인 남편 앞으로 모여진 거액의 비자금을 인출하여 삼십육계 줄행랑을 치는 대범함과 후안무치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팔등신과 같은 미모를 바탕으로 돈많은 재력가,정치하는 권력가 등을 프로적인 기질로 남성을 유혹하고 교묘하게 이권을 챙기고 사라지는 미유키는 불황기에도 그녀는 호황기를 톡톡히 만끽하고 있다.세상은 요지경 속과 같다고 하는데 미유키의 행각을 보면서 쉽게 넘어가고 마는 주떼없는 남성들의 한심한 모양새도 꼴불견으로 다가온다.어찌되었든 미유키와 같은 여성들이 세상에는 존재해 왔고 계속 존재할 것이다.저자인 일본인의 시각으로 본 요지경이지만 한국에서도 졸부,돈깨나 있는 사람들이 흥청망청 쓰면서 탕진하는 부류들이 있을 것이다.그 속에는 단연 미유키와 같은 팜므파탈과 같이 고도의 지능과 술수,계략으로 남성들을 정신적으로 단박에 넘어 뜨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속아 넘어가는 사람이 바보일 뿐 속이고 증발하는 사람만 쾌재를 부를 거라는 생각마저 든다.해학적이고 충격적인 면이 없지 않았지만 오쿠다 히데오작가 특유의 위트와 전개방식은 가독성까지 더해주어 읽는 내내 유쾌,통쾌,스릴을 모두 안겨 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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