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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쓰레기 탐색자 - 소비문화와 풍요의 뒷모습, 쓰레기에 관한 인문학적 고찰
제프 페럴 지음, 김영배 옮김 / 시대의창 / 2013년 6월
평점 :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는 매주 수요일(오전 6시~오전 10시)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는 날이다.그리고 옷과 신발 및 음식물은 투입구에 집어 넣고 있다.그리고 음식물은 8월1일부터 센서기를 음식물 투입구에 접촉하면 음식물 쓰레기통이 열리고 닫을 때에는 센서기를 한 번 더 대면 된다.(세대별로 월 1,000원씩 징수한다고 함) 이렇게 일상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각종 오물과 재활용품 등은 풍요로운 사회상을 그대로 반증하고 있으며 쓰레기 분리수거하는 날이 되면 단지 세 곳에 집하장을 만들어 재활용품 및 허접한 것들을 분리하고 있다.나도 가끔 분리수거를 하기에 한 쪽에는 박스,종이를 나르고 한 쪽에는 플라스틱,깡통,잡병 등을 나른다.분리수거를 하다 보면 몇 백년이 지나도 썩지 않을 것들이 많이 나오는데 안타깝기만 하다.아무리 사회적 계몽을 한다고 해도 지키지 않는 소비자들의 비현명한 행동은 후세대들에게 그 영향이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학시절 행정학과 친구가 <쓰레기 분리수거>라는 제목으로 석사논문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는 시대의 흐름을 잘 예측했던 것으로 보여진다.1980년대 대학시절 주택가에 자취생활을 했는데 여름철만 되면 음식물 쓰레기통은 각종 벌레,들고양이들의 천국이었다.음식물이 부패되는 악취와 코를 찌르고 무분별하게 널려져 있는 각종 집기류,가재도구,세간살이 등이 목불인견이었다.다행히 쓰레기 분리수거 및 종량제 등이 도입되면서 한국도 쓰레기 처리를 선진 시스템으로 바뀌어 가는 모습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개인적으론 2000년까지는 서울 주택가에 살았던 관계로 본격적인 쓰레기 분리수거는 아파트를 분양받은 뒤부터 시작되었던 것이다.
경제적 소득이 높아지면서 소비패턴도 풍요로워졌음은 부인할 수가 없다.그런데 고가에 사들인 제품을 얼마 못가서 버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버릴 때에는 걷어가는 사람들이 편하게 가져갈 수 있게 잘 정리를 하는 것이 배려인데 아무렇게나 난잡하게 방치해 놓는 것이 문제이다.CCTV를 설치해 놓아 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단지에 살지 않는 외지인이 버릴 경우에는 찾아 내기도 어렵고 관리사무소와 주민간에 불신의 벽도 놓아 쓰레기 처리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종신교수직을 박차고 도시의 그늘을 파헤치고 있는 제프 패럴저자는 도시의 길거리를 집중취재하고 그 단상을 고스란히 적시하고 있다.돈과 물질이 넘쳐 나는 사람은 먹고 마시고 쓰는데 거리낌이 없지만 하루하루를 이어가는데 전력투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사회적 원망을 사기에 충분하다.다행히 저자는 음식물을 제외한 생활에 도움이 될만한 생필품들은 거리의 노숙자 캠프,푸드뱅크,자선단체 등에 전달하는 선행을 베풀기도 한다.그가 거리를 헤집고 다니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불법 쓰레기 수집인부터 노숙자,금속 수집가,재활용 운동가,대안건축물 건축가,아웃사이더 아티스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겉으로는 온전하게 보이는 사회구성원일지라도 삶의 질은 밑바닥인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인상적인 부분은 금품 폐품을 수집하는 사람들은 법적 제재 및 체포가 이어지다보니 쓰레기 매립장은 철,알루미늄,구리 등으로 넘쳐난다고 한다.금속 수집이 어려워지자 옷,잡동사니류,소비재 등으로 수집품목을 변경하여 이를 앞마당 세일이나 벼룩시장을 통해 판매를 한다.금속 수집을 집중단속하다고 해도 '빈틈'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알류미늄 캔,구리,눗,각종 주물 등을 주워 암시장에 거래하는 이들도 있으니 생계수단과 방법은 이를데 없다는 생각이 든다.아울러 그렇게 해서라도 먹고 살려고 하는 사람들은 "두려움이란 없다","벼랑 끝에 서게 되거든 뛰어들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살아간다고 한다.겉으로는 경제소득과 물질적 풍요로움을 자랑하는 미국이지만 도시의 길목에는 여전히 비양심적이고 비합리적인 생활방식을 버젓히 횡행하는 부류가 많다는 것을 새삼 발견하게 되었다.
내가 가지지 않은 것을 욕망하지 않는 삶,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은 자연히 이루어질 때까지 기다리고 인내할 줄 아는,바로 신(神)에 이르는 삶이다.이것이 바로 소비문화의 근본을 꺾을 수 있는 존재론적 힘이다.천천히,자기 삶의 현재를 충분히 누리면서 사는 탐색자들의 삶 속에서,소비자들이 버린 쓰레기 한가운데서,다른 이가 이르지 못한 자기 존재의 평온함을 찾을 수 있다. - 본문 -
이렇게 과다한 쓰레기 투척과 수거는 만만치 않은 사회적 비용을 치뤄야 하고 이를 통해 유발되는 환경오염,기후 온난화 등도 골치거리이다.가슴이 짠하게 다가오는 점은 한때 단란하고 행복을 꿈꿨던 이들이 등을 돌리고 헤어지면서 버려지는 귀중한 물건들이다.액자 속의 사진첩들과 정신적 근육을 고양시켜 줄 각종 문학작품 그리고 애지중지하던 신변잡기류 등이다.도시의 거리에 내버려진 물건들은 어찌보면 물질적 욕망과 허세가 만든 인과응보는 아닐까 한다.자신의 분수와 처지에 걸맞는 생활습관과 근검절약하는 일상의 자세가 무분별하게 쓰레기를 버리지 않으면서 생활의 만족을 높여가는 길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