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은 지옥이다
비프케 로렌츠 지음, 서유리 옮김 / 보랏빛소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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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한이나 증오가 복수심으로 발전한다.서로가 좋아할 때에는 쓸개,간이라도 다 내어줄 듯하지만 간극이 생기면서 소원의 기미가 보이게 되면 우월한 자리에 있는 사람보다는 자기비하 및 열등의식에 잡혀 있는 사람이 속으로 원한과 증오를 불태워 나간다.남녀관계라면 남성보다는 여성 쪽이 정신적 피해의식이 크고 그 파장은 오래 가기 마련이다.세상의 일이 생각대로 흘러가면 좋겠지만 모든 것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은 것이 인생사가 아닐까 한다.

 

 심리적 내면의 세계와 상처를 강박 증상에 의한 이야기를 밀도 있게 그린 비프케 로렌츠작가의 <타인은 지옥이다>는 읽어 가면서 다가오는 점은 조각난 수수께끼들이 종반부에 가면서 하나씩 채워지고 반전의 묘미까지 안겨 주고 있다.게다가 미스터리의 요소까지 가미가 되어 독자들에게 다양한 해석 및 예측을 낳게 해 주기도 하기에 가독성을 한층 높여준다.게다가 뇌의 신경학적 면까지 알 수가 있게 되어 무릇 소설이라는 얼개를 떠나 인간의 심리세계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가늠할 수가 있어 복잡다단한 현대세계의 인간군상의 내면을 알기 위해서는 당연 인간의 심리세계를 사전지식으로 갖춰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누구나 삶이 끝나는 날까지 행복한 나날이 이어지기를 바라지만 어느 누구도 삶의 과정에서 고통과 상처,원한과 증오가 생기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이러한 상실감을 현명하게 빨리 극복해 나가는 것이 모든 면에서 건강할 텐데 이 글의 주인공 '마리'는 자신이 당한 상실감과 고통을 누군가를 죽여야만 속이 시원할거라는 망상과 강박증에 시달린다.그리고 자신이 좋아하고 사랑했던 남자가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데 살해자는 바로 주인공 '마리'로 밝혀지고 그녀는 자신이 좋아했던 남자를 언제 어떻게 죽였는지에 대해 기억이 없는 상태에서 보호감호소에 이송되고 그곳에서 심리치료를 받게 된다.

 

 이렇게 보호감호소에 갇힌 자들은 어떠한 방법으로든 사회에서 전과가 있는 자들로서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건강하고 정상적인 사람으로 사회복귀를 하게 되는데,주인공 마리를 비롯하여 한나 등의 사연은 결핍된 가정,사랑받지 못한 상실감과 불안,절망 등이 곂쳐져 자신이 의도했든 안했든 순간적인 악마의 칼날을 들이대고 보호감호소의 신세를 지고 있다.마리는 자신이 애지중지하던 딸 셀리아가 교통사고로 죽고 사랑하는 남편과 헤어지게 되지만 작가였던 파트릭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공연이 끝난 후 그릴파티에서 업어가도 모를 정도의 만취가 된 상태에서 마리와 파트릭은 동침을 하게 되고 다음날 파트릭은 몰골이 처참하게 주검으로 변한다.

 

'강박 증상은 얄궂게도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대상을 향해 나타나.' -인상깊은 구절 -

 

 한 편 마리는 자신이 누군가를 죽여야 분이 풀릴 거라는 강박 증상에 사로 잡힌다.인터넷상에서 우연히 알게된 필명 엘리와 강박 증상에 대해 메일로 의견교환을 하고 채팅도 하면서 친해진다.그런데 마리는 엘리와 얼굴을 직접 보자는 언약을 하고 약속된 장소에 나가면 늘 불발이고 또 다시 메일을 보내고 기다리면서 자신의 강박 증상을 달래고 정신적 힐링을 얻게 된다.그런데 파트릭은 일찍 부모를 여의고 남동생 팰릭스를 이모댁에 보내고 여동생 베라와 성장하게 되는데 파트릭을 죽인 비밀의 열쇠는 남동생과 여동생에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과연 이럴 수가 있을까?'라는 경탄이 절로 나온다.작가로서 인세 및 인지도의 명성에 기가 죽은 남동생 팰릭스는 평소 형에 대해 시기와 질투심을 갖게 되고 여동생 베라는 어린 시절 오빠 파트릭이 자신을 성폭행을 자주 하면서 이러한 경험을 글로 표현하게 되는 것에 저주와 혐오감이 쌓이게 된다.마리가 갖고 있는 강박 증상에 대한 상담대상은 엘리가 아닌 베리였다는 점도 경악을 금할 수가 없었다.

 

 유치원교사였던 마리는 평소 난폭한 성격에 강박 증상까지 있었다고 한다.그녀는 결국 살인을 하지 않은 무죄인으로 판명이 났지만 그간 그녀에 대한 세인 특히 유치원에서 학부모들의 선입견과 평가는 그녀를 나락으로 빠뜨리고 남았을 것이다.그녀는 강박 증상을 심리치료를 통해 어느 정도 완화시켰다고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는 조각난 영혼은 누가 채워줄 것인가.헤어졌던 전남편 크리스토퍼가 마리를 면회하고 그녀의 상실된 마음을 위무하려 하는데 과연 둘은 재결합을 할지가 궁금하기만 하다.마리가 강박 증상에 있다는 것을 알고 교묘하게 상대가 되어준 베라와 그의 오빠 둘이 삐뚤어진 성장과정과 보이지 않는 시기,질투와 같은 불화의 그늘이 오빠 둘을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내고 말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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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웃긴 사진관 - 아잔 브람 인생 축복 에세이
아잔 브람 지음, 각산 엮음 / 김영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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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사회가 정한 규칙과 시스템에 얽매어 살고 있는 것 같다.하루,일주일,한 달이 공과금과 (아이들)교육비,생계비,변동비 등으로 삶은 자율보다는 타율에 의해 강행되고 있는 거 같기도 하다.그렇다고 묵은 때를 벗기고 심신을 수양하면서 깨달음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아니기에 하루 하루가 무덤덤하고 팍팍하기만 하다.이러한 생활 속에서 과연 재미를 찾고 삶의 보람을 느낄 수가 있을까.우주의 주인은 바로 '나'인데 주인행세를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자신을 바라볼 때 무거운 마음을 다스리고 보다 재미있고 신명나게 사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신자유주의는 돈과 물질을 숭배하는 시대이고 상징이다.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많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시대와 사회의 기회를 잘 타서 축재를 많이 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반면 오로지 자신의 힘과 노력으로 자수성가를 이룬 멋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그런데 재산은 많으면 많을수록 사람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요인이 있다.사람은 돈이 많으면 자연스레 더 많은 돈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본능과 습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모두가 그러하지는 않지만 돈이 인간의 마음을 부리고 조종하는 마력이 있기 때문에 돈의 맛을 알게 되면 쉽게 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과연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마는 돈이 본질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평안하게 하고 삶의 즐거움과 행복을 가져다 주는가라고 묻는다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말할 수가 있다.

 

 이렇게 각박한 일상에서 마음 한 켠에는 마음의 평안과 깨달음을 원할 때가 많다.어느 종교의 말씀을 들어도 마음의 평안과 깨달음은 있을 것이지만 (개인적으론)고즈넉한 산세를 끼고 있는 사찰의 청아한 목탁소리와 영생불멸을 기원하는 부처님의 자비롭고 인자한 자태가 포근하고 편안하게만 다가온다.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불교의 역사와 함께 중생을 자비로 포용하려는 정신이 참 좋기만 하다.게다가 옹색하지만 오두막과 같은 암자,산 속에서 명상하고 칩거하는 스님들의 단촐하고 소박한 일상이 속인들과는 정반대의 세계에 살고 있는 것과 같이 느껴진다.명상과 참선을 통해 마음의 평안함과 삶의 찌든 때를 내려놓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우리 모두가 바라는 이상이고 꿈일 것이다.

 

 세계적인 명상 스승인 아잔 브람이 들려 주는 서른 일곱가지의 <슬프고 웃긴 사진관>의 에피소드 모두가 알고 있는 얘기이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이 각박하게만 살다 보니 잊고 지내온 것들이 많다.스트레스,걱정,우울,상실,불안 모두가 욕망과 탐욕이 빚어낸 결과물은 아닐까 한다.지나치지만 않다면 욕망과 탐욕은 인간에게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다만 자신의 능력이상의 한계를 제대로 읽지 못한 채 도를 넘어 우를 범하는 것이다.자신의 어깨에 놓여진 수많은 짐들,마음 속에 오래도록 자리잡고 있는 걱정과 염려,불안과 상실감 등은 오래 묵히면 묵힐 수록 마음의 고질적인 병이 되어 삶의 끈을 놓칠 수도 있는 암덩어리들이다.즐겁고 기쁘고 친절하고 유쾌한 것들을 많이 상상하면서 감동의 시간을 오래도록 마음에 담아 가도록 연습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아잔 브람 스승이 전해주는 행복에 이르는 길은 바로 내려놓기,느긋하게 하기,멈추기이다.

 

 머리로는 이해를 했지만 마음은 아직 허락을 하지 못했다면 늘 자신의 내면과 대화를 해야 할 것이다.나도 나이를 먹으면서 현실적으로 해야 할 것들은 쉬지 않고 해야겠지만 지나치다고 느껴지는 것들은 체념과 포기를 통해 생의 지혜를 하나씩 쌓아 가고 있다.내려 놓아서는 안되는 것들,느긋하게 해서는 안되는 것들,멈춰서는 안되는 것들이 시간과 세월이 흐른 뒤에는 한낱 무상하고 공허한 것들로 보여질 수도 있다.그때에는 삶의 시간도 많지 않을 것이다.아잔 브람 스승이 전해주는 이야기들은 삶의 지혜,삶의 질을 높여주는 현실 속에 너무 많다는 것을 발견할 수가 있고 인생에서 겪는 슬픔과 불행은 다른 각도로 보면 모두가 축복이라는 생각마저 든다.마음을 어떻게 먹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행복은 멀게도 느껴지고 가깝게도 느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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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 - 박경리 장편소설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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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8년에 발표된 박경리작가의 파시(波市)는 한국전쟁기 남쪽지방인 부산과 통영 사이를 잘 묘사해 주고 있다.이 시기는 남과 북이 이념대립으로 벌어진 전쟁으로서 무고한 양민들이 전쟁의 희생양이 되었다.전쟁을 피해 북쪽에서 남으로 남으로 흘러 들어온 피난민들은 정처없는 생활을 하루 하루 버텨내야 했던 암울하고 처연한 시기였다.그렇게 암울한 시기의 서민들의 일상을 씨줄과 날줄을 잘 엮어 내고 있다.토속적인 부산.통영의 사투리와 서민들의 일상과 생각,가치관 등도 정겨움을 떠나 매우 현실적인 면이 다분했다.

 

 공간적 배경은 부산과 통영으로서 바다내음이 물씬 풍기고 해상의 섬들은 마치 한폭의 그림과 같은데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시대적 분위기에 걸맞게 밝은 분위기는 아니다.다만 예나 지금이나 먹고 살기 위한 생계문제,자식들의 혼사문제,연민과 동정,삶의 가치관 등이 잔잔하고 투박하고 현실적이기만 하다.그 당시는 한국전쟁의 기화를 틈타 일본은 군수산업 및 생필품 등이 활개를 친다.이를 놓칠세라 생필품으로 한 몫을 하려는 부류들의 발빠른 움직임도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이야기의 발단은 북에서 피난 내려 온 수옥 아가씨를 조만섭과 서영래가 통영으로 데려 오면서 시작된다.숫기가 없고 조신하는 수옥이는 조만섭의 집에서 잔심부름을 하면서 나날을 보내게 되는데,조씨의 부인 서울댁이 일본 밀수품 관계로 서영래씨댁에 심부름을 보내면서 사단이 나고 만다.서영래는 나이가 지긋함에도 불구하고 뒤를 이를 자식 욕심에 그만 수옥을 겁탈하고 임신케 한다.수옥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슬픔에 잠기자 이를 학수가 발견하면서 서영래씨로부터 떨어지게 하려 수옥은 학수를 따라 개섬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잠시나마 평온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이런 사실이 뒤늦게 서영래씨의 귀에 들어가게 되면서 서영래는 수옥을 찾으러 개섬까지 오게 되지만 학수는 두 번 다시 수옥처녀를 건드리지 말라고 죽지 않을 만큼 패주고 모욕을 준다.그리고 학수는 강제징집으로 전선에 뛰어 들게 되고 수옥은 학수의 어머니에게 맡겨진다.학수는 수옥을 잘 보살펴 달라고 신신당부하면서 전선으로 가게 된다.

 

 한 편 조만섭의 딸 명화,박의사의 아들 응주,윤씨의 딸 죽희는 결혼할 나이가 되었지만 부모의 생각이 완고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특히 박의사는 나라가 전쟁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피해 어떻게든 아들 응주와 죽희가 혼인을 맺어 해외로 나가기를 바란다.이 대목에서 지식있고 갖은 자들은 자신의 사리와 명예에만 급급하고 나라의 안위는 뒷전으로 생각하는 걸 보니 위화감과 사회 불평등감마저 든다.그러는 와중에서도 응주는 명화와의 미래를 꿈꾸는데 명화는 일본으로 유학을 가버리고 만다.응주의 아버지는 어떠한 마음을 갖었든 응주는 대한의 건아로서 국토방위에 나서게 된다.그외 조만섭의 처남 문성재는 내연녀를 버리고 통영까지 내려왔지만 갈팡질팡 마음을 못잡는다.선애라는 여자가 그를 찾아 왔지만 말만 돈많이 벌어 갖다 바치겠다고 하니 마음 속은 학수 동생 학자를 탐하기도 하면서 건실하지 못한 삶을 살아간다.

 

 '바다는 다 같은 바다인데 내가 선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여기는 아우성이 있고 통영에는 흐느낌이 있다.어느 게 더 슬픈가? 시골 처녀가 남몰래 우는 것과,밤길을 누비면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술 취한 창부,통영의 등댓불을 별빛같이 깜박이는데 저 외국 화물선의 불빛은 괴물이 쏘는 눈빛같이 황황하다.상아같이 미끈한 백인과 흉측스런 검둥이,슬픈 검둥이,슬픔은 진실인데 진실은 추악한 것이란 말인가.' - 본문 -

 

 공간적인 느낌을 부산과 통영을 대비적으로 잘 견주어 내고 있다.전쟁의 광기는 두드러지지 않지만 박의사,응주,학수를 통해 전쟁의 상흔이 아직 식지 않았다는 것을 전해주고 있다.박경리작가의 고향이기도 한 통영과 인근 부산 사이의 바다 내음,사람 내음,기름 내음이 살아 있고 부산 자갈치 시장 등 부두가에는 지게꾼,부두노동자,떡장수,국수장수,선원들을 비롯하여 소음과 진구렁창 등이 하나같이 연상되어 온다.풍어기에 어장에서 형성되는 파시는 어부들에게는 삶의 터전이다.파시가 있기에 주변에는 음식점,다방,여관,선구상(船具商)들도 즐비할 것이다.무명옷을 입은 당시 서민들의 수수한 모습에 비로드 치마,양단 등을 색시에게 선물로 해 주겠다는 촌부 서영래,문성재의 얘기를 들으면서 당시는 그것이 최고의 선물이었는가 싶다.글 속에는 독특한 관용어구가 자주 등장하고 있어 삶의 지혜를 안겨주고 있으며 대화체로 이루어져 있어 장면을 연상하는 재미도 있다.특히 구수하고 투박한 토영 사투리를 가감없이 싣고 있어 향토색이 물씬 풍기는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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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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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병모작가의 <아가미>를 읽으면서 신비스러운 인간의 존재의 유래가 무척 인상적이었다.몽환적인 요소도 함축되어 있었다.비현실적인 면이 다분했지만 인간의 조상에 대한 것을 고정관념을 넘어 새로운 각도로 생각할 수가 있어 의미가 있었다.그리고 이번에 나를 맞이한 파과(破果)는 제목,소재,글의 구성 모두가 특이하기만 했다.천상 구병모작가는 특별한 소재를 발굴하는데 특별한 능력과 다양성을 아우르는 천부적인 '끼'의 소유자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원한이나 복수심,치정에 얽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들 중에 청부살인을 의뢰하는 경우가 사회의 이면에는 횡행하고 있다.물론 청부살인을 의뢰받는 자들은 사안에 따라 금액의 고저가 다르겠지만 고귀한 인간의 생명이라는 것은 한낱 금수만도 못하다는 처연함과 서글픔마저 든다.청부살인을 의뢰한 자들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쥐도 새도 모르게 살해를 저지르게 하고 관련 용역업체들과 암묵적인 합의하에 인간의 몸뚱이는 먼지가 되어 흔적도 없이 허공에 날아가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청부살인을 직업으로 삼아 사십여 년을 살아 오고 있는 주인공은 남자가 아닌 여자이다.요즘 나이 60이면 제2의 청춘이라고 할 정도이다.몸매만 잘 가꾸면 누가 노인으로 볼 것인가.그래도 세월은 육신의 세포를 하루 하루 갉아 먹고 있으니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고 이치일 것이다.육십대 중반의 여주인공 조각(爪角)은 사십여 년을 청부살인업(방역업체)을 하면서 먹고 살아 왔건만 아직은 그만 둘 입장이 아닌가 보다.그녀는 격투기 유단증도 보유하고 있어 유사시에는 특기를 충분히 발휘하고도 남았을 것이기에 겉은 여자이지만 속은 남성의 피가 흐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조각은 집안사정이 어려워 일찍이 부유한 집에 가정부로 들어오게 되지만 어찌하다 보니 사람을 혼절시키고 죽이고 소멸시키는 일에 휘말리게 된다.청부살인은 의뢰를 받자 마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원하는 대로 처리해 준다.일반인이 생각할 때는 끔찍할 만큼 소름이 돋고 전율을 일으키겠지만 그들은 그것이 직업이기에 인간의 생명은 한낱 해충과 같은 존재쯤으로 여길 것이다.조각은 마음의 스승인 류,그리고 자신이 살해한 남성의 아들(투우)와의 동상이몽격의 심리적 대립관계,그녀가 병을 얻어 찾아간 강의사와의 알쏭달쏭한 관계에 공사장 안에서 투우와 살육전을 벌이다 투우를 처참하게 목숨줄을 끊는다.

 

 언젠가는 삶의 동반자로서 '류'와 생의 후반부를 이어가고 싶었던 조각은 그마저 앞서 보내고 공사장에서 잃었던 왼손 대신 오른손을 싼값으로 네일 아트 서비스를 받는다.먼저 보낸 '류'에게 한 번쯤은 여성으로서의 미적인 용모를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육십 후반의 조각도 이제는 물컹물컹 익어 변색되고 부패해 가는 파과(破果)가 아닐런지 모른다.현재의 그녀에게는 산산히 부서지고 상처난 영혼을 안고 있을지도 모른다.조각에게 빛나는 삶의 순간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이 일을 멈춰야 하지만 도둑질한 것이 이것 밖에는 없으니 아직은 '류에게 갈 시간이 오지 않은 모양이다'라고 한 대목이 쓸쓸하게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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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의 신 - 비용절감 vs 가격인상
하야시 아츠무 지음, 오시연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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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개인사업이든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든 회계의 원리를 모르면 사업을 이끌어 갈 수가 없다.흔히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진다는 말이 있듯 겉으로는 남는 것 같으나 실제로는 손해를 본다는 의미이다.가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돈이 들어오고 나가고 하는 것을 가계부를 쓰면서 수입과 지출의 흐름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이것은 살림살이를 제대로 하는 것이며 적자 및 위기의 순간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도 있기에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잘 관찰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막는 것이 최선이리라 생각한다.

 

 회계는 가계 및 회사의 경영성과에 성적을 매기는 방법이다.회사의 성적이 표기된 성적표가 재무제표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현금흐름표,대차대조표,손익계산서,자본변동표 등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대차대조표는 일정 시점에서 기업의 재무상태가 어떠한지를 나타내는 표이다.손익계산서는 경영 활동의 여러 결과들을 기록한 것이며,자본변동표는 주주들의 최대 관심사인 자본의 크기와 그 변동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나아가 현금흐름표란 일정 기간 동안 기업의 경영 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현금흐름의 상황을 보여준다.

 

 

경제위기가 장기화되면서 기업은 군살을 빼려고 하며 조직원은 살아 남기 위해 '상대를 죽이고 자신만이 살아 남아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기업의 군살은 아무래도 재료비와 같은 변동비를 줄이고 고정비용인 인건비,광열비,관리비 등을 줄이는 것으로 보인다.아울러 기업은 고정비를 줄이는 차원에서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을 더욱 선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은 우리 모두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최선을 찾아 나서야 하는 과제라고 생각한다.또한 알바의 천국이라고 할 정도로 시중의 규모 있는 가게,마트는 알바생들로 가득차다.문제는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일하는 물리적인 노동시간과 질적인 면에서는 전혀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인사규정을 아전인수격으로 만들어 놓았기에 비정규직은 더욱 고단하고 서글픈 현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일본에서 취업을 앞둔 예비취업생을 대형점포에 보내 현장에서 배우고 체득한 경험(1년간)을 정기적으로 담당교수와 만나 1:1 면담을 한다.그것은 클러크십으로서 일종의 인턴 과정이다.인턴 과정을 성실하게 보내면서 궁극적으로는 회사의 주인과 같은 관리능력을 배양하는데 목적이 있다.비용절감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회계에 대한 현장학습을 통해 자연스레 그 개념과 실천력이 몸에 배이게 마련이다.그 주인공은 히카리로서 아즈미교수의 추천을 받아 매장에서 현장경험을 하게 된다.이 글을 읽어 가면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대형마트의 식품매장,간이 음식점을 연상하기도 했다.

 

 매출액,변동비(재료비),한계이익,개별 고정비(인건비,임대료와 관리비,기타 비용,감가상각비),공헌이익,공통 고정비,점포 이익 등이 월별 재무제표에 표기되어 있다.실습을 하는 히카리는 일종의 견습생으로서 선배사원들의 일거일동을 주시하고 점포의 기본적인 회계용어를 외우지 않고도 자연스레 익혀 나간다.회사입장에서는 재무제표만 잘 맞춰 나가면 만사 오케이라고 생각하면 커다란 오산이다.재무적 관점을 떠나 고객 관점,내부 프로세스 관점,학습과 성장 관점 등까지 꿰차고 있어야 한다.말단에 있을 때 이러한 지식과 실천력을 겸비한다면 아무리 어려운 경영환경과 경제위기 속에서도 적자란 절대 있을 수가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개인적으로는 사회초년생들이 치업을 할 경우에 회계업무와 관련이 없더라도 기본적인 제품지식부터 재무제표,내부 프로세스,학습과 성장관점,고객 관점을 파악하고 대응해 나가는 것이 조직 속에서 개인의 성장을 이뤄나갈 수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회사에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살펴볼 일이 기업의 재무제표라는 것을 새삼 발견하게 된다.그리고 고객(소비자) 지향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기에 상품 기획,판매 예측,재료 발주,재고 관리,조리 방법,고객 응대 방법,점포 인테리어 같은 모든 내부 프로세스를 재검토하여 혁신을 일으킴으로써 경쟁업체들과의 선두다툼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1월~12월까지 매장 견습을 한 주인공 히카리는 수료를 함과 동시에 학점도 좋게 받고 취업도 따놓은 당상이어서 읽는 내 마음도 든든하기만 했다.그중에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고 어떠한 생각과 감정을 갖고 있는가를 설문조사 등을 통해 재빠른 액션을 취하는 것이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 남는 비결 중의 비결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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