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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나는 글쓰기 - 치유하는 자기 이야기 쓰기
이남희 지음 / 연암서가 / 2013년 7월
평점 :
우주의 주인은 바로 자신일 것이다.자신이 느끼고 생각하고 기억하는 모든 것들이 자신의 신경계 및 뇌에 왔다 갔다 한다.자신이 언제 어디에서 부모 누구에 의해 태어나 자라고 사랑의 훈육을 받았는지,그리고 학창시절의 교우관계,인생의 진로를 무엇을 놓고 고민을 하면서 성장해 왔는지,삶의 궁극점은 무엇인가 등에 대한 문제를 언제 어디서든 모든 것을 잊고 생각해 본 적은 있는가를 되돌아 본다.어릴 때 자주 듣던 말 중에 '공수래 공수거'가 있다.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다라는 말이다.그런데 속물근성(나를 포함해서)을 갖은 대다수는 빈 손으로 왔지만 세상의 모든 것을 몽땅 갖어가려고 오늘도 내일도 소유욕에 눈이 먼 채 몸과 마음을 해치면서 무한대의 경쟁시대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현실의 삶은 힘겹고 재미가 없을지라도 시간을 내어 자신의 내면의 세계에 귀를 기울여 볼 여유쯤은 갖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인간의 뇌에 저장되어 있는 기억과 감정이 짧든 길든 대부분의 생활의 속도,리듬,통제 등을 지배하고 있다.취학전,취학후부터 대학시절까지의 학창시절 그리고 결혼후 자식을 낳고 현실을 영위하면서 생각하고 느끼는 온갖 감정과 이성들의 조각들이 그대로 정지되어 있는 것이 아닐 만큼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는 현대사회의 시스템,규율,인간관계는 삶의 방편의 파이를 차지하기 위해 분투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방출되기 십상이다.과연 자신의 위치는 어디에 와 있고 앞으로는 어떠한 삶을 꾸려 가야 하는 것이 나와 가족,친지,지인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자신을 매듭지을 수가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이남희작가의 <나를 만나는 글쓰기>는 '한겨레문화센터'의 '치유하는 자기 이야기 쓰기'라는 강좌를 통해 수강생과의 소통하고 나눈 실습 내용을 바탕으로 참된 글쓰기란 무엇인가를 작가의 글쓰기 경험,명작의 인용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도 현실감 있게 들려 주고 있다.무릇 글을 쓰려고 하는 예비작가들에게는 아류식의 그릇된 글쓰기를 교정해 줄 뿐만 아니라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멘토해 줄 수도 있는 마음 든든함을 느끼게 한다.이러한 느낌이 들게 한 것은 우선 자기 이야기를 쓰기 위한 자신의 내면과 대화를 하고 자신의 성격 및 마음의 상태,직업,미래관 등에 대한 지금의 나를 가감없이 펼쳐가며,나와 세상과의 관계는 어떻게 정립해 나갈 것인가까지 상상력과 예지력을 연습하고 대비해 나가는 과정 안에서 삶은 풍요롭고 행복한 길로 접어들 수가 있겠다는 믿음이 온다.
글을 쓴다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기본적으로는 명작을 많이 읽으면서 마음에 와닿는 명문을 많이 베끼고 자신의 것으로 체화해 나가는 부단한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그러한 명문장 속에서 문리가 트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안목이 길러질 것이다.'우물안 개구리식'의 자세에서 벗어나 조금씩 세상과 소통하고 교류해 나가면서 자신의 그릇이 점점 커져 갈 것이다.처음 글쓰기는 방대한 서사적인 글보다는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편린들을 한토막씩 끄집어 내어 습자식으로 적어 보는 것도 좋으리라는 생각이 든다.이왕이면 한토막의 단상과 기억을 시대의 상황,주변의 인물묘사,사물의 관찰 등을 적절하게 배합시키면서 한 문장,한 문단,한 단락을 자신이 의도하는 주제에 맞춰 서술하고 묘사해 보는 것이다.때로는 자신이 의도하는 주제와 비슷한 글을 인용하면서 이해와 공감을 돋구는 것도 좋겠다.글을 쓰는 묘사법에는 논설문,설명문,서사문,묘사문이 있기에 묘사방향을 어디에 놓을 것인가는 글을 쓰기 전에 충분히 고안하고 써내려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편의 글이 다양한 장르로 탄생된다.수필,소설(역사,로맨스,추리,판타지 등) 등의 문학적 글에는 당연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라는 구성단계가 있으며,인물,사건,배경이라는 요소가 있기에 이에 맞추어 전개와 필력을 발휘하는 것이 좋겠다.오늘날과 같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인간관계를 꿰뚫어 보고 소화해 나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유형의 성격을 알아 놓는 것도 좋을 것이다.외향(내향),사고(감정),감각(직관)이라는 여덟가지의 유형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여덟가지 유형의 구체적이고 세밀한 부분까지 파악하여 글 속에 등장하는 인물을 묘사할 때 최대한 리얼하게 묘사해야 읽는 이는 그 인물의 성격,유형을 충분히 이해하고 몰입할 수가 있다고 본다.그간 여러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다가오는 점은 부유하고 화려한 삶을 구가하는 특권층들의 삶보다는 찢기고 짓밟힌 삶이라는 결핍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소외계층의 삶을 위무하고 그들에게 꿈과 희망,밝은 미래에 대한 기대를 담고 있다는 것을 간파하게 되었다.세상의 대다수가 소수계층을 지탱하고 인류의 발전을 꾀해 왔지만 대다수는 소수의 힘과 권력에 지배당하고 짓밟히면서 자신의 몫을 찾지 못한 채 가련하고 허우적거리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동정과 연민의 마음이 든다.그러한 글을 읽을 때마다 글의 진실된 힘은 이곳에서 잉태되고 세상의 조명을 받을 수가 있다는 실감을 한다.또한 그러한 글들에 감동하고 공감하는 내면에는 선한 동류의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초가집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좁은 방 안 요람에 눕혀져 그네마냥 왔다 갔다 출렁이던 시절의 최초의 나의 기억은 꿈인가 몽환인가 그저 아름다운 시절이었다.그리고 국민학교 들어가지 직전 친척집에서 전통혼례식이 있었는데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너무도 간절하여 친척들과 함께 덕석(멍석) 끄트머리에 앉아 의기양양하게 사진기를 바라보던 나의 모습(그 사진은 친척집에 가야만 볼 수가 있다),사진기가 없어 누군가 사진을 찍을라치면 마음 속에 회한이라도 남아 있는듯 사진기에 대한 욕망이 컸던 나는 결국 국민학교 5학년에 들어갈 무렵 고모댁의 고종사촌들과 산자락에서 한 컷 찍었다.그 사진은 지금도 앨범에 남아 있다.한 손에는 연필 한자루 그리고 한 손은 고종사촌의 어깨에 대고 엉거주춤 이를 드러내 놓은 채 멋없이 찍히고 말았다.당시의 시골 생활은 산과 내,초가와 텃밭,돼지우리와 재래식 화장실,흙담길과 비포장도로,삼베 적삼과 저고리,우물물 등이 연상이 된다.제사나 잔치가 있으면 이웃집에서 부르고 떡 술을 담너머로 건네주던 정겨운 이웃들이었다.다만 편리한 생활공간,가재가 부족한 탓인지 불편한 점도 많았지만 다시 시골생활로 되돌아 간다면 갖출 것 다 갖추면서 시골의 자연과 바람,흙과 공기의 내음을 마시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 갈 자신감이 충만되어 있다.
나를 제대로 알아야 나 자신을 누군가에게 제대로 어필하고 공감을 얻을 수가 있다.현재의 자신의 위치를 넘어선 이상화된 내면은 '빛좋은 개살구'밖에는 안되어 쉽게 자신의 내막이 탄로날 수 있다.현재의 자신은 무엇이고 어떠한 인간이며 세상과는 어떻게 소통하고 조율해 나갈 것인가를 담백하고 당당한 이미지를 글로 써보는 연습을 해보고 싶다.글에는 자신의 무늬와 속살이 담겨져 있기에 이를 개성이라고 하는지 모른다.진정한 인생목표나 이상을 글로 담아 훌륭한 글쓰기 레이스를 펼쳐 보는 기회를 담고 싶다는 생각과 감정이 몽실몽실 일어난다.페르소나,아니마,아니무스 모두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감춘 야누스와 같은 것이기에 나는 이러한 면을 글로 담고 싶지는 않다.내 마음의 무늬를 있는 그대로,살아 온 이력을 일기와 같이 그려내는 것도 잊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타인과 소통하고 공감하고 싶은 욕망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