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산이 울렸다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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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소련의 붕괴 및 독일통일로 인해 제3세계라는 개념은 많이 사라졌다.농업에 치중하고 높은 인구밀도,저개발과 빈곤의 악순환이라는 이미지를 안고 있는 제3세계의 나라들은 주로 아시아,중동,아프리카에 치중해 왔다.그중에 서남아시아의 아프가니스탄,인도,파키스탄 등을 떠올릴 수가 있다.개인적으로는 그간 극동권,북미권,유럽권의 문학을 주로 읽어 왔기에 내 머리 속에 있는 제3세계의 나라의 문학은 생경하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모국인 아프가니스탄의 아픔과 고통,사랑과 배신,기억과 추억을 깊게 간직하고 이를 서사적으로 드러내는 작가가 있으니 바로 할레드 호세이니이다.그가 남긴 작품은 <연을 쫓는 아이>,<천 개의 찬란한 태양> 등이 있다.그간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울리고 감동을 안겨 주었던 만큼 이번 작품인 <그리고 산이 울렸다>는 시간과 사건,(등장인물들의)기억과 고통을 아름다운 인간미로 승화시키고 있기에 제법 두터운 도서였지만 '끝까지 잘 읽었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다.

 

 인간은 자신의 생각과 믿음에 의해 살아가는 부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사회의 제도와 시스템,인습에 의해 흘러가고 마는 것이 태반이라고 생각한다.가난이 짐이 되어 자식들에겐 물려주고 싶지 않은 것이 부모마음이고 육체적으로 힘이 들더라도 자식들을 위해 책임과 희생을 다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흙먼지와 황량함 그리고 외세의 침략과 종교적 갈등 등으로 언론매체에 자주 등장하고 회자되었던 아프가니스탄은 친소경향을 띠는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서 거점을 잡으려는 미국 사이에서 무자히딘 세력에 의해 구소련은 후퇴할 수 밖에 없었다.구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실패가 돌아가면서 텔레반과 알카에다 세력이 반사이익을 얻으며 21세기 초까지 미국을 악마의 축으로 삼으면서 종교적인 갈등과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악마와 신령과 거인들이 사는 마이단 사브즈 마을은 못먹고 굶주리는 가난한 아프가니스탄의 마을을 초두에 내놓고 주인공 압둘라와 파리 오누의의 파란만장한 삶이 기나긴 시간과 세월을 다양한 인물들을 내세우면서 인간의 삶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압둘라와 파리가 태어나고 자란 샤드바그를 어린 시절 떠나게 되는데 압둘라는 고향을 떠나던 기억이 어느 정도 있지만 세 살 정도의 파리는 그 기억이 희미하기만 할 뿐이다.오누이가 60여 년의 시간과 세월 속에서 혈육에 대한 기억은 천지차이였을 것이다.시간이 흐를수록 압둘라는 살아 생전 여동생 파리를 만나는 것이고 파리는 과거에 대한 기억,정체성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와다티 집안으로 통하는 등장인물들을 보면 기사이면서 요리사였던 나비,프랑스인의 피가 흐르는 시인 닐라,성형외과이면서 모국을 끔직하게 염려하는 마르코스,전범의 아들인 아델의 이야기 등이 피륙의 날실과 씨줄의 교합가 같이 전개되어 간다.아프가니스탄의 반정부군과 종교세력이 포진하면서 총탄과 살육,희생자들의 아우성이 전해지는 거 같이 다가온다.

 

 나비가 죽음을 앞두고 마르코스씨 앞으로 보낸 편지가 잃어버린 조카 파리를 찾아 달라고 하면서 파리에 대한 관심은 증폭되어 가고, 파리의 오빠 압둘라도 늙어 치매에 걸려 요양원 신세를 지지만 여동생 파리를 만나기만을 마음으로 학수고대한다.파리의 기억에는 없겠지만 파리는 깃털을 무척이나 좋아했나 보다.파리에게 전해진 꾸러미에는 다양한 깃털이 담겨져 있다.다양한 색상의 새털이다.파리는 깃털 하나를 팔목에 가볍게 대고 그것이 살아나서 날아가기를 바라는 것처럼 바라본다.영원한 생명력으로 비상하여 행복을 찾아 나서기를 바라는 것은 아닐까.또한 의붓삼촌 나비가 파리에게 전해준 물질적 재산도 그렇지만 평화와 은총,사랑과 행복을 갈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압둘라와 파리가 이산가족이 되어 각자의 길을 살아 오면서 한쪽은 생생한 기억으로 한쪽을 찾으려 갈망하고 한쪽은 희미한 혈육과 긴가민가하는 정체성이 오고 가지만 오빠 압둘라가 여동생 파리에게 전하는 깃털을 보면서 따뜻함과 진한 우애가 스며있다는 것을 마음으로 느끼게 한다.특히 할레드 호세이니작가는 누구보다도 조국인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기억과 애정,사랑이 충만되어 있다는 것을 빼놓을 수가 없다.아프가니스탄,그리스,프랑스,미국 등의 공간적인 배경과 구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같은 시대적 배경,사건을 통해 고통과 아픔,가난과 굶주림,사랑과 배신 등을 느끼게 한다.그중의 백미는 압둘라가 파리에게 전하려는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우애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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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페르노 2 로버트 랭던 시리즈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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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렌체의 고색창연하지만 육중하고 도도하게 오랜 세월을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건축물들이 눈앞에 전개되는 것만 같다.두오모,조토 종탑,쿠폴라,세례당,베키오 궁전 등이 그림과 같이 아름답기만 하다.나즈막한 산세가 동서남북으로 배경을 이루고 탈색된 오렌지 빛깔의 건축물들이 예술의 도시 피렌체를 감싸고 있다.일생에 한 번쯤 아니 가고는 한이 서릴 것만 같은 생각마저 든다.이렇게 예술,건축,문화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 피렌체를 배경으로 하는 인페르노는 그 시사하는 바가 크다.인간의 육신은 썩어 없어지겠지만 영혼만큼은 구천을 떠돌고 살아서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지옥과 천국의 문이 판가름 난다고 하니 인간은 죄악을 짓지 않고 인과 덕과 같은 선을 많이 쌓아 내세에서도 영원히 죽지 않는 존재가 되리라는 생각도 든다.

 

 1권이 기호학자 랭던과 의사인 시에나가 삶의 파트너가 되어 감싸고 보호하면서 스토리를 전개했다면 2부에서는 랭던 옆에는 시에나 대신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신스키 박사가 주로 등장하고 그녀와 호흡을 함께 한다.아직도 랭던을 추격하는 이탈리아 정부군과 민간조직으로 인해 신체의 위험을 느낀다.랭던은 피렌체를 벗어나 물의 도시 베네치아로 향한다.베네치아는 천 년에 가까운 총독의 지배와 통치를 받은 곳이다.산타 루치아,리알토 다리,산마르코 광장,수상 배타기(곤돌라) 등이 떠오른다.랭던은 무미건조한 <천국의 문>을 맛보기도 한다.단테는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하는 변절을 가장 악질적인 죄로 규정했다는 대목도 새삼 인상적으로 다가온다.인간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저지르는 죄악은 참으로 많다.

 

 한 편 시에나는 알고 보니 유전공학자 조브리스트를 마음의 스승으로 삼으면서 내연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인류 멸망 방정식,흑사병의 혜택에 대한 논란 등은 현대사회에서 핵탄두,생화학 무기 등으로 연결된다.조브리스트는 그의 발명품이 국지적 효력만 발휘한다고 하지만 실제 그 위력은 가공할 만한 수준일 것이다.돈과 물질을 앞세운 그가 돌연 자살로 끝나고 그의 내연녀 시에나도 랭던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만다.적자생존의 원칙에 입각한 트랜스휴머니즘은 현대판 흑사병의 논리를 안고 있으며 인류의 미래를 구하기 위해 획기적인 행동을 취하려는듯 보이지만 실상은 돈과 물질,권력을 앞세우고 있는 일부 계층들의 결여된 윤리의식이 내면에 깔려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눈앞에 펼쳐질 미래는 암울하고 복잡하기만 하다.증가하는 인구수와 인류의 멸종(?) 이를 어떻게 해결해 갈 것인가를 모두가 생각해야만 할 문제이다.

 

 변절한 베네치아 총독 엔리코 단돌로가 묻힌 성소를 만나기 위해 터키 이스탐불로 향한다.동.서문화의 교차로인 이스탐불은 비잔틴과 로마,오스만에 이르는 세 제국의 진원지였고 전쟁,영광,패배에 대한 전설과 에피소드가 넘쳐 나는 곳이다.톱카프 궁전,블루 모스크,칠탑성 등 이스탐불의 건축물의 보고이기도 하다.단돌로 성소를 배알하면서 랭던과 신스키박사는 오염된 저수조에 빠져 바이러스에 감염될 처지에 이를 뻔한데 이곳을 빠져 나와 천만다행이다.랭던과 신스키박사가 이스탐불에 와 있는 사이 시에나가 갑작스레 출현하면서 랭던은 시에나가 인류 멸종을 획책했던 조브리스트와 한통속이라는 것을 알고 그녀를 추격하여 그녀로부터 진실을 듣게 된다."데스마스크에 쓰여진 날짜가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날짜이고 자신의 바이러스가 온 세상으로 퍼져나가 모든 사람이 감염되는 날짜를 수학적으로 계산한 거예요"라고 한다.조브리스트가 구상하는 것은 이보다 더 위험하고 위력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인페르노 작품을 읽으면서 댄브라운작가가 다양한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글에 잘 전개하고 있어 그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갖게 해주고도 남는다.지옥(인페르노)이라는 의미에 실린 인간의 선과 악의 문제가 오늘날 과잉 인구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기에 인구,생태,환경오염,기후온난화,오존층파괴 등에 대해 독자들도 관심을 기울이고 현명하게 지구의 미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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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페르노 1 로버트 랭던 시리즈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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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테의 <신곡>은 너무도 잘 알려진 명작이다.중세유럽의 종교판도를 뒤흔들고 바꾸어 놓았던 지옥 즉 인페르노는 지옥에 대한 일반인들의 개념과 선입견도 바뀌었으며 기독교 세력이 확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이 작품이 일반인들에게 삶과 죽음의 경계가 무엇이고 선과 악의 개념마저도 일깨워 주었으리라 생각한다.1300년 초 단테가 쓴 14,223행에 달하는 대서사시 <신곡>은 지옥을 비롯하여 연옥,천국을 넘나들고 있다.보티첼리의 지옥에는 지하 세계를 묘사하고 있으며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을 죄인들에게 선사하며,핵심부에는 사탄이 직접 대기하고 있기에 인간은 살아서 선을 많이 쌓아야 지옥과 연옥(푸르가토리오)을 거치지 않고 바로 천국(파라디소)행을 갈 수가 있다는 정념을 갖을 수가 있으리라는 생각마저 든다.

 

 댄브라운작가의 인페르노(지옥)는 박람강기(博覽强記)형의 작가인 것 같다.인페르노 작품을 구상하고 작품화하기 위해 중세유럽의 문화,역사,예술,과학 등의 분야를 샅샅이 뒤지면서 논리정연하면서도 공감성있게 풀어내고 있다.인페르노 1의 배경이 단테의 고향이면서 신곡이 탄생한 이탈리아 피렌체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14세기 무렵의 중세유럽의 역사와 예술,문화 등을 교묘하게 잘 살려 내고 있다.피렌체는 르네상스의 발상지이며 예술의 도시이기도 하다.다양한 회화,조소,건축문화가 즐비하고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피렌체가 금융이 탄생했던 도시인 만큼 메디치 가(家)을 빼놓을 수 없는데 메디치 가 역시 예술을 무척 사랑했다고 하니 피렌체에 대한 매력은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단테 신곡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인페르노(지옥)을 바탕에 깔고 이 글은 진행이 되어 간다.중세예술에 대한 열렬팬이었던 주인공 랭던은 미국에서 기호학과 도상학을 전공한 교수이다.그녀는 보티첼리가 그린 지옥의 지도의 비밀이 무엇인가 찾던 중 돌연 총탄에 머리를 맞는다. 퇴행성 기억상실증에 걸린 그녀는 언제 어디에서 총탄을 맞았는지 기억이 없는데 그녀를 쫒는 이탈리아 민간조직과 군인들에 의해 한 자리에 느긋하게 있을 상황이 아니기에 여의사인 시에나와 함께 동반 도주를 한다.지옥에 새겨진 글자 'CATROVACER', 흑사병 마스크와 기인한 문장인 '진실은 오로지 죽음의 눈을 통해서만 발견할 수 있다'를 놓고 랭던은 공통점을 연결하려 한다.그러면서 CATROVACER의 글자를 분해하여 다시 조립해 보니 그 의미는 '구하라 그러면 찾을 것이다'이었다.아리송한 글자와 흑사병 마스크의 이면에는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관심이 점점 고조만 되어 갔다.

 

한 편 세계보건기구인 WHO의 사무총장 신스키 박사의 출현으로 인류가 안고 있는 지구의 기후,환경,생태문제를 둘러 싸고 관계자들을 만나기도 한다.그런데 그녀는 정체 불명의 남자가 지껄이는 지구 종말론,타락한 인간의 탐욕 등으로 연신 인간은 연옥을 오르락 내리락 떠돌고 있다고 하면서 지구의 인구가 이런 식으로 증가된다면 지구의 미래는 암담하기만 하다고 주장을 한다.이에 신스키 박사는 건강하고 똑똑하고 강한 인류를 만들기 위해서 세계인구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혼란에 빠지기도 한다.중세유럽의 흑사병,기근,재해,대전쟁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다시 건강하고 똑똑하고 강한 인류의 건설을 진행해 왔다는 주장이다.개인적으로는 인구문제의 조절도 중요하지만 인류의 문명,편리함만을 추구한 나머지 삶의 질을 현저하게 나락시켰다는 점이다.오존층.생태계 파괴,환경오염,식량문제 등이 생의 기본이고 시급하게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예술과 역사의 도시 피렌체에서 퇴행성 기억상실증에 걸렸던 랭던이 지옥의 지도의 비밀을 찾기 위해 흥분과 기대로 가득차고 데스마스크를 만든 조브리스트는 지구종말론과 인간의 탐욕을 세계보건기구에 질타했다.그의 돌연 자살을 놓고 랭던을 비롯한 세계보건기구,민간조직들이 엇갈린 반응과 이해관계를 놓고 어떻게 조각난 퍼즐을 맞추어 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문학작품 하나를 놓고 이렇게 방대한 대서사적 스토리를 엮어낸 댄브라운저자의 스토리가 놀랍기만 하다.다만 지옥과 현인류가 안고 있는 인구문제를 놓고 짜집기식의 전개방식은 신선한 충격과 가독성은 결여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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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나는 글쓰기 - 치유하는 자기 이야기 쓰기
이남희 지음 / 연암서가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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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의 주인은 바로 자신일 것이다.자신이 느끼고 생각하고 기억하는 모든 것들이 자신의 신경계 및 뇌에 왔다 갔다 한다.자신이 언제 어디에서 부모 누구에 의해 태어나 자라고 사랑의 훈육을 받았는지,그리고 학창시절의 교우관계,인생의 진로를 무엇을 놓고 고민을 하면서 성장해 왔는지,삶의 궁극점은 무엇인가 등에 대한 문제를 언제 어디서든 모든 것을 잊고 생각해 본 적은 있는가를 되돌아 본다.어릴 때 자주 듣던 말 중에 '공수래 공수거'가 있다.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다라는 말이다.그런데 속물근성(나를 포함해서)을 갖은 대다수는 빈 손으로 왔지만 세상의 모든 것을 몽땅 갖어가려고 오늘도 내일도 소유욕에 눈이 먼 채 몸과 마음을 해치면서 무한대의 경쟁시대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현실의 삶은 힘겹고 재미가 없을지라도 시간을 내어 자신의 내면의 세계에 귀를 기울여 볼 여유쯤은 갖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인간의 뇌에 저장되어 있는 기억과 감정이 짧든 길든 대부분의 생활의 속도,리듬,통제 등을 지배하고 있다.취학전,취학후부터 대학시절까지의 학창시절 그리고 결혼후 자식을 낳고 현실을 영위하면서 생각하고 느끼는 온갖 감정과 이성들의 조각들이 그대로 정지되어 있는 것이 아닐 만큼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는 현대사회의 시스템,규율,인간관계는 삶의 방편의 파이를 차지하기 위해 분투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방출되기 십상이다.과연 자신의 위치는 어디에 와 있고 앞으로는 어떠한 삶을 꾸려 가야 하는 것이 나와 가족,친지,지인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자신을 매듭지을 수가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이남희작가의 <나를 만나는 글쓰기>는 '한겨레문화센터'의 '치유하는 자기 이야기 쓰기'라는 강좌를 통해 수강생과의 소통하고 나눈 실습 내용을 바탕으로 참된 글쓰기란 무엇인가를 작가의 글쓰기 경험,명작의 인용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도 현실감 있게 들려 주고 있다.무릇 글을 쓰려고 하는 예비작가들에게는 아류식의 그릇된 글쓰기를 교정해 줄 뿐만 아니라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멘토해 줄 수도 있는 마음 든든함을 느끼게 한다.이러한 느낌이 들게 한 것은 우선 자기 이야기를 쓰기 위한 자신의 내면과 대화를 하고 자신의 성격 및 마음의 상태,직업,미래관 등에 대한 지금의 나를 가감없이 펼쳐가며,나와 세상과의 관계는 어떻게 정립해 나갈 것인가까지 상상력과 예지력을 연습하고 대비해 나가는 과정 안에서 삶은 풍요롭고 행복한 길로 접어들 수가 있겠다는 믿음이 온다.

 

 글을 쓴다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기본적으로는 명작을 많이 읽으면서 마음에 와닿는 명문을 많이 베끼고 자신의 것으로 체화해 나가는 부단한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그러한 명문장 속에서 문리가 트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안목이 길러질 것이다.'우물안 개구리식'의 자세에서 벗어나 조금씩 세상과 소통하고 교류해 나가면서 자신의 그릇이 점점 커져 갈 것이다.처음 글쓰기는 방대한 서사적인 글보다는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편린들을 한토막씩 끄집어 내어 습자식으로 적어 보는 것도 좋으리라는 생각이 든다.이왕이면 한토막의 단상과 기억을 시대의 상황,주변의 인물묘사,사물의 관찰 등을 적절하게 배합시키면서 한 문장,한 문단,한 단락을 자신이 의도하는 주제에 맞춰 서술하고 묘사해 보는 것이다.때로는 자신이 의도하는 주제와 비슷한 글을 인용하면서 이해와 공감을 돋구는 것도 좋겠다.글을 쓰는 묘사법에는 논설문,설명문,서사문,묘사문이 있기에 묘사방향을 어디에 놓을 것인가는 글을 쓰기 전에 충분히 고안하고 써내려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편의 글이 다양한 장르로 탄생된다.수필,소설(역사,로맨스,추리,판타지 등) 등의 문학적 글에는 당연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라는 구성단계가 있으며,인물,사건,배경이라는 요소가 있기에 이에 맞추어 전개와 필력을 발휘하는 것이 좋겠다.오늘날과 같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인간관계를 꿰뚫어 보고 소화해 나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유형의 성격을 알아 놓는 것도 좋을 것이다.외향(내향),사고(감정),감각(직관)이라는 여덟가지의 유형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여덟가지 유형의 구체적이고 세밀한 부분까지 파악하여 글 속에 등장하는 인물을 묘사할 때 최대한 리얼하게 묘사해야 읽는 이는 그 인물의 성격,유형을 충분히 이해하고 몰입할 수가 있다고 본다.그간 여러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다가오는 점은 부유하고 화려한 삶을 구가하는 특권층들의 삶보다는 찢기고 짓밟힌 삶이라는 결핍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소외계층의 삶을 위무하고 그들에게 꿈과 희망,밝은 미래에 대한 기대를 담고 있다는 것을 간파하게 되었다.세상의 대다수가 소수계층을 지탱하고 인류의 발전을 꾀해 왔지만 대다수는 소수의 힘과 권력에 지배당하고 짓밟히면서 자신의 몫을 찾지 못한 채 가련하고 허우적거리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동정과 연민의 마음이 든다.그러한 글을 읽을 때마다 글의 진실된 힘은 이곳에서 잉태되고 세상의 조명을 받을 수가 있다는 실감을 한다.또한 그러한 글들에 감동하고 공감하는 내면에는 선한 동류의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초가집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좁은 방 안 요람에 눕혀져 그네마냥 왔다 갔다 출렁이던 시절의 최초의 나의 기억은 꿈인가 몽환인가 그저 아름다운 시절이었다.그리고 국민학교 들어가지 직전 친척집에서 전통혼례식이 있었는데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너무도 간절하여 친척들과 함께 덕석(멍석) 끄트머리에 앉아 의기양양하게 사진기를 바라보던 나의 모습(그 사진은 친척집에 가야만 볼 수가 있다),사진기가 없어 누군가 사진을 찍을라치면 마음 속에 회한이라도 남아 있는듯 사진기에 대한 욕망이 컸던 나는 결국 국민학교 5학년에 들어갈 무렵 고모댁의 고종사촌들과 산자락에서 한 컷 찍었다.그 사진은 지금도 앨범에 남아 있다.한 손에는 연필 한자루 그리고 한 손은 고종사촌의 어깨에 대고 엉거주춤 이를 드러내 놓은 채 멋없이 찍히고 말았다.당시의 시골 생활은 산과 내,초가와 텃밭,돼지우리와 재래식 화장실,흙담길과 비포장도로,삼베 적삼과 저고리,우물물 등이 연상이 된다.제사나 잔치가 있으면 이웃집에서 부르고 떡 술을 담너머로 건네주던 정겨운 이웃들이었다.다만 편리한 생활공간,가재가 부족한 탓인지 불편한 점도 많았지만 다시 시골생활로 되돌아 간다면 갖출 것 다 갖추면서 시골의 자연과 바람,흙과 공기의 내음을 마시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 갈 자신감이 충만되어 있다.

 

 나를 제대로 알아야 나 자신을 누군가에게 제대로 어필하고 공감을 얻을 수가 있다.현재의 자신의 위치를 넘어선 이상화된 내면은 '빛좋은 개살구'밖에는 안되어 쉽게 자신의 내막이 탄로날 수 있다.현재의 자신은 무엇이고 어떠한 인간이며 세상과는 어떻게 소통하고 조율해 나갈 것인가를 담백하고 당당한 이미지를 글로 써보는 연습을 해보고 싶다.글에는 자신의 무늬와 속살이 담겨져 있기에 이를 개성이라고 하는지 모른다.진정한 인생목표나 이상을 글로 담아 훌륭한 글쓰기 레이스를 펼쳐 보는 기회를 담고 싶다는 생각과 감정이 몽실몽실 일어난다.페르소나,아니마,아니무스 모두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감춘 야누스와 같은 것이기에 나는 이러한 면을 글로 담고 싶지는 않다.내 마음의 무늬를 있는 그대로,살아 온 이력을 일기와 같이 그려내는 것도 잊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타인과 소통하고 공감하고 싶은 욕망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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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의 목적
다나베 세이코 지음, 조찬희 옮김 / 단숨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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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기에 이른 처녀를 과년(瓜年)이라고 한다.옛날 진(晉)의 정인옥벽가에 파과라는 말이 나온다.과(瓜)자를 파자(破字)하면 팔팔(八八)이 된다. 여자는 이 숫자를 더하여 16세가 되고 남자는 이 숫자를 곱하여 64세가 된다는 뜻이다.월경을 기준으로 16세에 이른 여자는 혼인을 하는 시기로 정했으리라 생각을 한다.그런데 현대사회에서는 16세는 커녕 30이 넘어도 결혼할 의사가 없다든지 눈이 높아 상대를 찾지 못해 훌쩍 나이를 먹어 버린 사람도 있다.또한 경제적 여력이 있어 사회적 관습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싱글로 남아 살아가는 싱글족도 많다.과연 혼자 살아도 될만큼 단단한 경제력과 강인한 정신,혼자라는 고독을 즐기며 살아갈 수 있다면 그다지 문제될 것은 없다는 생각도 해 본다.원치 않은 혼인으로 인해 몸고생,마음고생하며 살바에는 아예 홀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여 나름대로 인생의 항해를 즐기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남자는 첫 눈에 반한 사람에게 몰입하는데 반해,여성은 진정으로 나를 사랑해줄 수 있는 대상을 찾는 경향이 짙다.여성의 입장에서는 기대고 사랑받으며 든든한 의지처가 되어 줄 사람에게 마음이 쏠리는 것 같다.과년에 이른 올드미스들 모두가 솔로로 남는 법은 없다.아직 자신의 눈과 마음에 차지 않기에 이리 재고 저리 재보면서 남자를 탐색해 가리라 생각한다.그러나 내 경험으로 봐서는 남자든 여자든 완벽한 이상형은 없다고 본다.어느 정도의 시간과 회차의 연애를 통해 내게 부족한 것을 채워주고 살아가면서 커다란 파란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두 개의 성이 결합하여 하나의 가정을 꾸리는 것이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연애는 핑크빛이고 베일에 가려진 신비성이 남아 있지만 결혼은 지극히 현실의 삶을 꾸려가기에 아무리 궁합이 맞는 한 쌍의 부부라도 살면서 다툼과 언쟁,헤어지겠다는 마음의 동요마저 일어나는 법이다.부부의 참된 길은 사랑과 배려,존중,인내라는 밑바탕이 깔려 있어야 이러한 잔잔한 풍파도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것을 마음으로 느낀다.

 

 일본의 한 올드미스인 와다아키라(31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글은 읽어가면서 여성의 생각과 남성의 생각을 교차적으로 그려 내고 있어 남.녀 심리세계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점에서 흥미가 있었다.나 역시 30대 초반에 결혼을 했지만 완전히 서로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바쁘게 만나고 바쁘게 혼인식을 올렸다는 생각도 한다.살면서 차츰 드러나는 부정적인 것들이 나타나고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가지 상황과 겹치면서 짜증과 반감도 일어난다.결혼후 시간이 꽤 흐르면서 생활습관,성격 등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 것 같다.예를 들어 자고난 자리를 정리를 하지 않는다든지 냉장고의 오래된 음식물이 몇 년 동안 묵혀 있다든지 식사후 설겆이를 바로 하지 않는다든지 등이 내 눈과 마음을 짜증나게 만든다.못 이긴 척하고 몇 번 정리.정돈을 해주면 계속 내가 하는 것으로 생각을 하고 안일하고 나태한 습관이 들기에 아예 안보고 못 본 척 해버리는 때도 있다.자꾸 잔소리하고 언쟁을 일삼게 되면 사는 재미도 없고 부부간에 거리만 생기기 때문이다.남.녀가 하나가 된다는 것은 대사(大事)일 뿐만 아니라 신중하게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이유가 현실 속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소규모 직장을 다니는 와다씨는 원룸에 살고 코 닿을 곳에는 학원 강의실이 훤하게 내다 보이는 곳에 있다.그녀의 마음이 어찌된 일인지 세미더블 침대를 마련하면서 남자들의 마음을 하나 둘씩 탐색해 나가게 된다.학창시절 알고 지낸 후미오,직장의 상사인 우메모토,거래처 관계로 알게된 중년의 스미타니,그리고 학원강사인 요시자키가 와다씨가 의도적이든 우연이든 만나고 술을 마시면서 남자들의 마음을 읽어 간다.그녀의 마음 속에는 누가 그녀의 가장 적합한 대상일지 무척 궁금하기만 했다.역시 와다씨는 섹스도 원하고 궂은 일도 알아서 척척 도맡아 해 줄 사람이 이상형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여색을 밝히면서 아직 철이 덜 든 느낌의 후미오,여성에 대한 배려와 행동 및 요리센스가 있지만 미혼여성에 대한 관심이 있는지 오리무중의 우메모토,수다와 능청스러움으로 직장 여성들의 관심을 독차지하지만 목적지는 러브호텔을 원하는 스미타니 그리고 학생들을 스파르타식으로 몰고 가지만 집안 일에 대한 책임감과 여성을 감싸주려는 따뜻한 마음씨의 소유자 요시자키의 성정을 알 수가 있었다.

 

 침대는 신혼에 있어 육체적 관계를 즐기고 밀월을 엮어 가는 은밀한 공간이다.와다씨가 찾는 남자는 사랑에 목말라 있다.언제라도 그녀의 마음에 꽂히는 남자가 있다면 당장이라도 꼭 붙잡고 말겠다고 몇 명의 남자를 탐색해 갔는데 농밀한 사랑을 원하면서도 그러한 질척거리는 표현을 삼가면서도 언젠가는 활활 타오르는 사랑을 하고 싶은 올드미스 와다는 아마 학원강사인 요시자키를 점찍어 놓고 있다.자신의 일에 충실하지만 여자에게 만큼은 다정하면서도 세밀하게 대해 주려는 배려심과 자상함이 와다씨가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침대는 그들에게 즐겁고 행복함의 농도를 살려 주리라 기대한다.이러고 보니 신혼시절 회사일이 끝나면 만사를 제쳐 놓고 귀가에만 신경 쓰던 시절이 새록새록 상기가 되고 내 입술은 배시시 미소로 번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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