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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치열한 무력을 - 본디 철학이란 무엇입니까?
사사키 아타루 지음, 안천 옮김 / 자음과모음 / 2013년 9월
평점 :
일본인에 의해 쓰여진 철학사상 도서는 이번이 처음이다.그런데 글이 대담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다양한 주제를 놓고 두 분이 주고 받는 대담은 마치 설전에 가까운 토론의 분위기를 엿볼 수가 있었다.저자 사사키 아타루가 일본 사상계에 주목받는 인물이라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어 그의 철학서적은 기회가 닿는대로 섭렵해 보고 싶다.2011년과 2012년에 이루어졌던 대담형식을 한 권으로 묶어 독자들로 하여금(주로 일본독자)현시대에 일어났던 현상,현안인 이슈,독서와 창작의 의미 등을 허심탄회하게 들려 주고 있다.일본인의 시각에서 쓰여진 글이다 보니 한편으로는 이질감이 드는 경우도 있고 한편으로는 전세계가 함께 공통적인 요소를 담고 있기에 진지하게 공감케 하는 부분도 있었다.
철학과 종교는 고래로부터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데 이는 인간이 갖고 있는 정신세계를 생각과 사유 또는 절대적이고 영웅적인 신의 모습을 묘사하면서 철학과 종교는 시대의 변천과 문명의 발달에 따라 여러 갈래로 파생되어 왔다.고대의 신적인 존재,다양한 철학가들의 사상과 요체를 중간 중간 들려 주기도 한다.인간의 삶은 어디까지나 유한적인 존재이기에 내가 무엇을 욕망하고 갈구하려는 데에 몸과 마음을 쏟기보다는 자신의 능력과 처지에 맞게 대응하고 준비해 가려는 담대한 자세와 태도가 현명하다는 것을 늘 생각케 한다.
생(生)의,성(性)의,성(聖)의 자의성을 문체의 자의성으로 직조하며 살아가고 있는 후루이 요시키치작가가 현존하는 일본의 작가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199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오에겐자부로가 최고의 작가가 아닌가 싶었는데 후루이 요시키치작가라니 그의 작품을 아니 읽고서는 성이 차지 않을 거 같다.후루이작가의 작품들이 지닌 일련의 흐름 속에서 '단절'이나 '비약'이 두드러진다고 하는데 그만의 반복의 양상 속에서 반복되는 어구와 주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특히 <영혼의 날> 등에는 늙고 병든 몸의 수척함,쇠약함,낯섬을 묘사하는 어구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 특색이다.즉 일본의 토속적인 신앙과 현대인의 고립문제를 대비시켜 인간관계를 묘사하고 있다고 한다.반면 반핵운동 및 일본의 이중적인 모습과 전후 청산문제 등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오에겐자부로는 현실정치를 강렬하게 비판하는 양심적인 인물로 각인되고 있다.
책을 읽고 전체적인 내용과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서평인데 아직 내게는 이렇다 할 나의 무늬가 직조되지 않아 지지부진하기만 하다.그런데 이 글을 읽다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는데 글을 쓰다 막히게 되고 글이 안 쓰이게 되면 그것은 문체에 문제가 있다고 오에겐자부로는 전하고 있다.그래서 번역하는 게 가장 손쉽다는 것이다.번역이야말로 문체를 만든다는 본질을 제대로 짚어낸 조언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사실 외국어를 자국어로 번역을 한다는 것은 외국어의 실력 못지 않게 자국어의 어휘 및 문맥에 맞도록 궁리하고 고민을 거친 끝에 제대로 된 문체,번역물이 탄생하지 않을까 한다.더욱 좋은 점은 다양한 작가들의 문체를 발견하고 해당국의 문화,사정,인습 등을 체험할 수가 있기에 번역이라는 작업은 지난하지만 보람과 가치가 있는 작업임에 틀림없다.
시,법전을 중심에 두고 소설을 원의 테두리에 두어야 하는데 어느 나라나 대중화가 진전되면서 시와 법전은 소외되는 경향이 강하다.각종 종교의 경전물들이 시적이면서 불문법과 같은 계율성을 띠고 탄생하였지만 자유분방하고 (누구에게도)간섭을 받고 싶지 않은 현대의 흐름과 사조가 각종 소설이 범람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하지 않았는지를 생각해 본다.문자가 문들어진 것이 5,200년 전이고 최초의 문학가는 수메르 제3왕조의 공주 엔해두안라고 한다.단연 작품의 갈래는 시(詩)였다.물론 시,법전,문학 등의 순서로 글이 기록되어 전해져 오고 있으며 구비문학은 인류가 탄생하면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사사키 아타루저자는 <야전과 영원-푸코.라캉.르장드르>의 사상적 영향을 받고 그 특유의 문체와 어우러진 개성 있는 고찰로 일본 인문학 관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나아가 <잘라라,기도하는 그 손을-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은 인문학의 쇠락이 심화되어 가던 때에 베스트셀러로서 목마른 인문학 독자들에게 커다란 충격과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그는 글을 쓰는 작가이기도 하지만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힙합 작사가이기도 하면서 노래,춤까지 포함하여 '문학'을 논하기도 한다.일본에서 강연,대담,잡지 게재 등 대중적인 활동을 많이 하는 사사키 아타루는 문학과 예술을 넘나드는 경지에서 말의 탄생부터 희망 없는 희망으로서의 소설을 향해 그의 사상과 사유를 잘 버무리고 요리하여 정신적 세계를 한층 고양시켜 주고 있다는 이미지를 강하게 받았다.비록 계통과 체계가 미약하게 느껴지지만 내용만큼은 생생하고 신선한 자극제와 같은 즐거움을 만끽할 수가 있어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