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
류츠신 지음, 이현아 옮김, 고호관 감수 / 단숨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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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중국인에 의해 SF소설이 과학적인 요소와 저명 과학자 그리고 중국의 시대(문화대혁명)을 그럴듯하게 직조하고 있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환상적이면서도 지난 중국의 부조리와 낙후된 사상을 조명해 볼 수가 있게 되었다.요근래 소개되고 있는 SF의 공간배경은 주로 우주와 행성간의 굵직굵직한 소재와 등장인물들간의 아슬아슬한 스릴감과 반전의 묘미를 보여 주고 있다면 이 작품은 지상에서 벌어지는 과학이론을 토대로 한 사무실안에서 정중동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 크게 대별된다.삼체 과연 그것은 무엇일까?

 

 질량이 같거나 비슷한 물체 세 개가 상호 인력의 작용 아래 어떤 운동을 하는가 하는 문제로 고전 물리학의 중요 문제이고,천체 운동 연구에 중요한 의의가 있어 16세기 이후 계속 관심을 받았다.오일러,라그랑주 및 근대 이후 학자들이 삼체 문제에 관한 특수해를 찾아냈다. - 본문 주해 -

 

 나노 소재를 연구하는 왕먀오와 중국의 지식인으로서 천체물리학자인 예원제가 중심인물이다.왕먀오가 중국 공안과 군인에 의해 가택수색을 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그가 수동식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인화하는데 연도,날짜,시간 등이 나오면서 특이한 숫자가 자동으로 반응하게 되는 것을 알게 되는데 여러 장의 사진이 순차적으로 숫자가 찍혀 나오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음을 느끼면서 한편으론 실체없는 유령의 짓은 아닌가 온몸에 소름을 돋게 만든다.그와 함께 연구하는 션위페이는 국가 중점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카운트다운이라는 얘기를 듣고 프로젝트 중단을 지시한다.그것은 과학의 경계와 현실의 관계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것이다.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물리학,우주천체와 관련한 흑체,우주 배경 복사,파동,데이터 조각 등이 현장감있게 들려 주고 있다.류츠신저자의 해박한 물리이론과 지식경험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어 참신한 인상마저 준다.또한 피라미드 주 문왕의 얘기부터 진시황,폰 노이만,뉴턴 등이 과학이론과 수학모델에 따라 각자의 주견에 따라 대화하는 전개법도 소재로서는 매우 특이했다.이러한 물리,천체에 관한 애기들이 문화대혁명의 정점에서 이루어지다보니 과학적인 이론과 연구 등은 당시로서는 이를 적극 수용하여 중국과학문명에 보탬이 되어야 하지만 지식인들은 당시 오흑류(五黑類)에 속한 조반파이기에 이러한 부류의 활동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그러한 가운데 중국은 몇 십년간 문명의 발전의 저해가 지속되었다.또한 중국정부와 지식인들간의 첨예한 대립,충돌,유혈,하방운동으로 지식인들은 오랜세월 지옥같은 유배의 시간을 보내야 했던 것이다.삼체는 인류의 폭정을 제거하는데 목적이 있었으며 세계는 삼체의 것이다라고 주창했던 것이다.아울러 삼체운동이 마치 종교적인 감정과 인류 문명에 대한 태도가 강림파와 같은 극단적인 양상을 보인 반명에 구원파의 물리학자와 수학자들은 삼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450광년 이후 삼체 함대가 지구가 속한 행성계에 도착하게 되면 문명의 기술 수준이 발전하여 지구의 과학기술 수준을 초월할 것이라는 <삼체>는 중국이 문화대혁명으로 인해 과학문명이 후퇴하고 낙오되었다는 성찰과 앞으로의 과학기술 및 이론을 더욱 발전시켜 중국이 또 다른 기적을 세계에 보여주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는 것을 (개인적으로)느끼게 되었다.스릴과 반전의 묘미는 크게 느끼지는 못했지만 '삼체'라는 색다른 소재를 가공하여 시대와 인물,이론의 전개 및 문명의 발전을 기하겠다는 예견적인 스토리가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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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3 - 시오리코 씨와 사라지지 않는 인연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3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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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시리즈' 세 번째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갈 지 기대를 품고 한 장 한 장 읽어 내려 갔다.흔히 고서점이라고 하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중고서적과 칸칸이 정돈되어 책손님을 기다리는 서점안과 문 칸 쪽에 자리잡은 카운트대에는 한 대의 컴퓨터가 통신판매와 직접판매를 병행하고 있는 풍경이 머리 속에 그려진다.책은 말그대로 지식과 교양을 쌓아 가며 글 속에 인물,사건 등 다양한 소재들을 조우하면서 그들과 암묵적으로 대화,소통을 하고 독자는 나름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자신의 삶에 벤치마킹을 하면서 더 나은 삶을 구가하는 매력이 있는 것이다.하루만에도 몇 만권의 책이 쏟아져 나오는 글로벌 세상인데 지금보다는 몇 백년 전,몇 십년 전의 글들은 덜 문명화되었지만 인간적인 냄새가 지금보다는 살아있는 글들,그리고 순수한 맛과 예스러움 속에서 따뜻한 삶의 공동체를 느낄 수가 있어서 근래의 속도전과 같은 작품과 견주어 볼 때 고서가 자아내는 매력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이 시리즈물을 읽으면서 한국에도 고서점에 얽힌 작품이 탄생했으면 좋겠다,탄생할 법도 한데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책을 좋아하고 탐독하는 일본인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언제 어디서든 문고판 내지 잡지,신문 등을 시간가는 줄 모르게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이와 견주어 고서점과 관련한 에피소드,행사,소소한 사건 등이 당연 일어날 것이다.이에 작가는 고서점의 모든 면모를 취합하고 통합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고서와 더욱 가깝게 하고 독서라는 진정한 의미는 어디에 있는가를 간접적으로 전해 주는 전령사와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비블리아 고서당의 주인공 시오가와 시오리코와 고우라 다이스케 그리고 시오리코의 여동생이 고서당을 지키며 통신판매,내점판매를 하게 되는데 시리즈 3권에서는 세 가지의 에피소드를 내세워 독자들을 그 곳으로 깊숙이 안내해 주고 있다.에도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고서점 조합의 절판본 등 희귀본을 대상으로 입찰을 하는 날 희귀본 <민들레 소녀>라는 도서가 도난당하면서 시오리코가 의심을 받게 되는데 돌연 그녀의 어머니 지에코가 등장한다.그녀의 어머니는 장서만 보아도 그 주인의 특징을 알아맞혔을 정도로 장서에 대해서는 살아있는 귀신인 것 같다.도난을 의심받게 되면 비블리아 고서당에 대한 소문과 평판이 좋지 않을 것은 뻔한 이치이다.사건은 유야무야되었지만 도난을 의심받을 당시의 시오리코는 식은 땀이 흐르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리고 부모와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시노부는 조만간 태어날 2세에게 들려 줄 동화책을 찾으러 비블리아 고서당에 내점하는데 찾고 있는 도서가 '너구리와 악어와 개가 나오는 그림책 같은 것'이다.말이 트이지 않은 아이가 엄마의 구연동화를 들으면서 눈망울이 커지고 귀가 쫑긋하는 모습이 연상된다.또한 고사리와 같은 부드러운 손가락이 책장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마지막으로 소개된 것은 잃어버린 희귀본 미야자와겐지(일본의 동화작가)의 <봄과 아수라>이다.미야자와겐지는 요절했지만 매우 청렴하고 순수한 인간의 모습을 그렸다.학창시절 <비에도 지지 않고>라는 시를 배운 적이 있는데 미니수첩에 소개가 되어 개인적으로는 반가운 손님을 만난 기분이었고 흐믓한 마음 가눌 길이 없었다.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도 여름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을 가지고

 아무 욕심 없이

 결코 성내지 않고

 언제난 조용히 웃으며

 하루에 현미 네 홉

 된장과 채소 조금을 먹으며

 (중.후략)

 

 그 어머니의 그 딸이라는 생각이 시오리코 모녀를 통해 들었다.활달한 성격은 아니지만 고서에 대한 애정과 신념으로 오랜 세월 고서당을 지키는 마님역의 시오리코와 우연한 계기로 고서당에 발을 붙이게 된 고우라 다이스케간의 로맨틱한 얘기는 4부에서 기대해야 할 것 같다.축소지향의 일본인답게 공간적 배경은 협소하지만 이야기꽃은 다갈래로 만발해 있어 읽는 재미가 각별했다.삶은 각박하지만 1권의 특별한 고서를 통해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면 살아가는 보람이 멀리 있지는 않다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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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치열한 무력을 - 본디 철학이란 무엇입니까?
사사키 아타루 지음, 안천 옮김 / 자음과모음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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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인에 의해 쓰여진 철학사상 도서는 이번이 처음이다.그런데 글이 대담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다양한 주제를 놓고 두 분이 주고 받는 대담은 마치 설전에 가까운 토론의 분위기를 엿볼 수가 있었다.저자 사사키 아타루가 일본 사상계에 주목받는 인물이라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어 그의 철학서적은 기회가 닿는대로 섭렵해 보고 싶다.2011년과 2012년에 이루어졌던 대담형식을 한 권으로 묶어 독자들로 하여금(주로 일본독자)현시대에 일어났던 현상,현안인 이슈,독서와 창작의 의미 등을 허심탄회하게 들려 주고 있다.일본인의 시각에서 쓰여진 글이다 보니 한편으로는 이질감이 드는 경우도 있고 한편으로는 전세계가 함께 공통적인 요소를 담고 있기에 진지하게 공감케 하는 부분도 있었다.

 

 철학과 종교는 고래로부터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데 이는 인간이 갖고 있는 정신세계를 생각과 사유 또는 절대적이고 영웅적인 신의 모습을 묘사하면서 철학과 종교는 시대의 변천과 문명의 발달에 따라 여러 갈래로 파생되어 왔다.고대의 신적인 존재,다양한 철학가들의 사상과 요체를 중간 중간 들려 주기도 한다.인간의 삶은 어디까지나 유한적인 존재이기에 내가 무엇을 욕망하고 갈구하려는 데에 몸과 마음을 쏟기보다는 자신의 능력과 처지에 맞게 대응하고 준비해 가려는 담대한 자세와 태도가 현명하다는 것을 늘 생각케 한다.

 

 생(生)의,성(性)의,성(聖)의 자의성을  문체의 자의성으로 직조하며 살아가고 있는 후루이 요시키치작가가 현존하는 일본의 작가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199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오에겐자부로가 최고의 작가가 아닌가 싶었는데 후루이 요시키치작가라니 그의 작품을 아니 읽고서는 성이 차지 않을 거 같다.후루이작가의 작품들이 지닌 일련의 흐름 속에서 '단절'이나 '비약'이 두드러진다고 하는데 그만의 반복의 양상 속에서 반복되는 어구와 주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특히 <영혼의 날> 등에는 늙고 병든 몸의 수척함,쇠약함,낯섬을 묘사하는 어구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 특색이다.즉 일본의 토속적인 신앙과 현대인의 고립문제를 대비시켜 인간관계를 묘사하고 있다고 한다.반면 반핵운동 및 일본의 이중적인 모습과 전후 청산문제 등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오에겐자부로는 현실정치를 강렬하게 비판하는 양심적인 인물로 각인되고 있다.

 

 책을 읽고 전체적인 내용과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서평인데 아직 내게는 이렇다 할 나의 무늬가 직조되지 않아 지지부진하기만 하다.그런데 이 글을 읽다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는데 글을 쓰다 막히게 되고 글이 안 쓰이게 되면 그것은 문체에 문제가 있다고 오에겐자부로는 전하고 있다.그래서 번역하는 게 가장 손쉽다는 것이다.번역이야말로 문체를 만든다는 본질을 제대로 짚어낸 조언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사실 외국어를 자국어로 번역을 한다는 것은 외국어의 실력 못지 않게 자국어의 어휘 및 문맥에 맞도록 궁리하고 고민을 거친 끝에 제대로 된 문체,번역물이 탄생하지 않을까 한다.더욱 좋은 점은 다양한 작가들의 문체를 발견하고 해당국의 문화,사정,인습 등을 체험할 수가 있기에 번역이라는 작업은 지난하지만 보람과 가치가 있는 작업임에 틀림없다.

 

 시,법전을 중심에 두고 소설을 원의 테두리에 두어야 하는데 어느 나라나 대중화가 진전되면서 시와 법전은 소외되는 경향이 강하다.각종 종교의 경전물들이 시적이면서 불문법과 같은 계율성을 띠고 탄생하였지만 자유분방하고 (누구에게도)간섭을 받고 싶지 않은 현대의 흐름과 사조가 각종 소설이 범람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하지 않았는지를 생각해 본다.문자가 문들어진 것이 5,200년 전이고 최초의 문학가는 수메르 제3왕조의 공주 엔해두안라고 한다.단연 작품의 갈래는 시(詩)였다.물론 시,법전,문학 등의 순서로 글이 기록되어 전해져 오고 있으며 구비문학은 인류가 탄생하면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사사키 아타루저자는 <야전과 영원-푸코.라캉.르장드르>의 사상적 영향을 받고 그 특유의 문체와 어우러진 개성 있는 고찰로 일본 인문학 관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나아가 <잘라라,기도하는 그 손을-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은 인문학의 쇠락이 심화되어 가던 때에 베스트셀러로서 목마른 인문학 독자들에게 커다란 충격과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그는 글을 쓰는 작가이기도 하지만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힙합 작사가이기도 하면서 노래,춤까지 포함하여 '문학'을 논하기도 한다.일본에서 강연,대담,잡지 게재 등 대중적인 활동을 많이 하는 사사키 아타루는 문학과 예술을 넘나드는 경지에서 말의 탄생부터 희망 없는 희망으로서의 소설을 향해 그의 사상과 사유를 잘 버무리고 요리하여 정신적 세계를 한층 고양시켜 주고 있다는 이미지를 강하게 받았다.비록 계통과 체계가 미약하게 느껴지지만 내용만큼은 생생하고 신선한 자극제와 같은 즐거움을 만끽할 수가 있어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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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는 용기 - 실존적 정신분석학자 이승욱의 ‘서툰 삶 직면하기’
이승욱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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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본능은 남과 비교하면서 우열을 가리고 뭔가를 쟁취해 나가려는 본능의식이 강하다.누구에게 지고 낙오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자존감,우월의식이 떨어지기에 어떻게 해서든지 이를 얻기 위해 경쟁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현대사회가 신자유주의시대이고 개인이 노력한 만큼 성과를 거두는 시대이므로 경쟁은 더욱 치열하고 각박할 수밖에 없는 자조섞인 탄식이 절로 나온다.인생의 길은 다양하다.그런데 다양한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좋은 일,안좋은 길이라는 암묵적인 선택을 강요하고 있기에 좋은 길을 고르고 이 길에 진입하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경쟁의 늪에서 살아가는 것이다.어느 시대에서나 볼 수 있는 양상이지만 탈산업화 시대에서는 개인의 능력과 창조성이 더욱 중요시된다.특히 어느 방면에 전문가로서 외길을 걷지 않으면 사회에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타인의 욕망>을 극복해야 삶이 편해지면서 질높은 삶을 살아갈 수가 있다는 저자의 얘기는 열린 사회에서 요구되는 참신한 이야기이다.자신이 갖고 있는 재주와 능력을 사회가 충분히 수용하고 인정해 주는 사회라면 더욱 바랄 것이 없겠지만 실상은 작은 그룹을 형성하여 파벌을 조장한다.나와 타인의 차이만 생각할 뿐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지 않는 배타적인 사회분위기는 사회 구성원들간의 위화감과 상생의 길은 요원한 미사여구에 불과하다는 생각마저 든다.인간은 태어나면서 기회의 평등을 안고 태어나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태어나는 순간부터 가정환경의 우열부터 기질,성향,성품 등에 의해 개인의 존재,삶의 방식은 판이하게 달라져 간다.누군가 자신의 길을 계도하고 잘못된 길을 수정해 주면서 개인이 갖고 있는 고유의 품성과 잠재력을 살려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역할을 충분히 발휘해 나가리라 생각한다.생계와 자기계발,사회기여를 하면서 인간과 사회를 보다 밝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 사회가 사회구성원들에게 부여해 주어야만 할 역할이고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과도한 욕망과 탐욕은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망가뜨리고 기나긴 인생의 레이스에서 도중에 지쳐 낙오되고 만다.내가 하려고 하는 삶의 길이 무엇인가를 뚜렷하게 정하여 이에 맞춰 장도의 길을 도도하게 걸어 나가는 현명한 처세가 무척 중요하다.나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나는 왜 이 길을 걸으면서 무엇을 얻고 나를 제외한 다수의 타인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지까지 생각하고 실천해 가는 담대하고 용기있는 마음의 자세는 건전하고 올바른 사회를 형성하는데 커다란 역할작용을 하리라 생각한다.좋은 성적을 얻어 좋은 대학을 나오고 사회가 알아주는 '사(士)'자 직업을 갖어야 일생이 보장된다는 지배적인 분위기로 인하여 머리 좋은 사람들이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지속된다면 그 사회는 발전지향적인 열린 사회가 아닌 어둑하고 답답한 암흑의 세계가 될 것이다.살아가면서 자신의 진로를 정하되 연령대에 맞게 자신의 위치와 신분을 챙기고 그 분야에서 오로지 1인자가 되겠다는 장인정신과 리더자로서의 제대로 된 역할을 발휘해 나간다면 비록 경제적 수입과 사회적 신분보장은 떨어지더라도 사회적 주체자로서 당당한 삶을 꾸려 갈 수가 있다.'오르지 못 할 나무는 쳐다 보지도 말라'는 말이 있듯이 자신의 능력과 성향에 맞지 않는 길은 과감히 털어낼 줄 아는 과단성이 무척 중요하다고 본다.이를 삶의 지혜이고 자신의 선택에 의해 책임지고 살아갈 줄 아는 주체적인 존재라고 생각을 한다.

 

 삶 속에는 포기와 체념을 해야 하는 기로의 순간이 종종 있다.자신의 능력을 생각하지 않고,타인의 기대와 눈치로 인하여 이를 포기하지 못하고 고집을 꺾지 않고 기어이 해내려는 잘못된 생각과 오류를 연발하는 사람들도 많다.실패 속에서 성공으로 가는 길을 새롭게 발견할 수도 있겠지만 삶은 그리 길지는 않다.길지 않은 삶 속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길을 조기에 찾아 부단히 한 우물을 파는 것이 진정한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도중에 우여곡절이 많겠지만 좋은 인간관계와 삶의 경험과 지혜를 활용하여 가던 길을 수정하면서 새롭게 삶을 다져 나가는 것이 용기있는 삶의 처세가 아닐까 한다.더 나은 삶이 무엇인가는 경제적인 수입도부터 자신이 걷고 싶은 길을 과연 걷고 있는지,그리고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를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욕망을 갖되 자신의 능력에 맞는 욕망은 아름다운 욕망이고 이를 발전시켜 자신다운 삶을 살아갈 수가 있다는 데서 더 나은 삶이고 참다운 자신을 발견하고 승화해 나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나이가 들어가면서 불필요하고 정신 사나운 것들을 하나씩 내려 놓으면서 정리해 나가는 것도 삶의 진정한 모습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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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집
박완서 지음, 이철원 그림 / 열림원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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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완서작가께서 작고하신 지가 어느덧 3년 째이다.40대에 등단하면서 작고하시기까지 주옥같은 작품들을 수없이 남기시고 독자들의 애정을 듬뿍 받으셨던 분이시다.수많은 작품들을 들춰내도 아직도 땅에 묻어 있는 보물과 같이 파헤치면 또 나오는 보물과 같이 꽁꽁 숨겨 놓았던 단편들이 작가의 자화상을 그려 놓은 것과 같다.늙어서 혼자가 되면 잠자리가 시리고 그 옛날 남편과 자식들을 보살피고 뒷바라지를 했던 아득한 시절이 어제와 같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갈 것이다.

 

 박완서작가께서 노년을 산과 들을 벗삼아 작품의 모티브를 구상하면서 뒷산,앞뜰을 거닐던 시절의 얘기들과 삶의 소회가 오롯하게 담겨져 있는 아차울의 <노란집>은 밝은 느낌을 주지만 작가가 들려 주는 얘기는 먼 옛날 소녀시절의 얘기부터 삶의 종착역을 향해 가는 구슬프지만 담담하게 그것을 맞이하려는 단단한 의지도 엿볼 수가 있는 글이기도 하다.아무리 산세를 등지고 자연을 벗삼아 살아갔던 작가였지만 그래도 한이불,한배에서 낳은 남편과 혈육의 정보다 나은 것이 어디에 있을 것인가.그러한 얘기들을 듣고 있노라니 할아버지를 여의시고 혼자 되신 할머니의 추운 겨울날 아랫목에 이불을 들러씌고 옛시절 할아버지와의 고단했던 삶을 들려주시던 기억이 새롭기만 하다.

 

 이팔의 아름나인 나이,그저 순하고 무던한 줄만 알고 지내던 마을 청년의 심상치 않은 뜨거운 눈길을 등뒤로 느끼게 해준 것도 이런 봄볕이 아니었을까.사람은 속절없이 늙어가는데 계절은 무엇하러 억만년을 늙을 줄 모르고 해마다 사람 마음을 달뜨게 하는가.  - 본문 -

 

 

 살아오시면서 보고 듣고 느꼈던 온갖 소회들이 잔잔한 파장과 같이 흘러오고 흘러가고 있다.길가에 수북하게 피어있는 야생화와 같은 수수함과 봄날의 화사한 벚꽃의 흐드러진 무늬들,그리고 절개와 지조의 상징인 국화의 문양과 같은 빛깔들의 다채로운 소재들을 아로새겨 읽는 내 가슴은 한세대 윗분인 어른이시면서 존경하는 작가였기에 시간과 세월 앞에 인간은 다만 흔적을 남기고 가는 오래된 발자국과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상기되었다.삶의 끝이 다가올수록 삶을 겸허하고 아름답게 마무리 하려는 작가의 심상이 일상의 일기를 보듯 황혼의 미를 느끼게 하고도 남는다.

 

 대로에서도 한참이나 들어가야 하는 아차울의 노란집은 앞뜰엔 약간의 텃밭이 있고 뒷에는 야트막한 산길이 있어 조금만 부지런하면 활력을 되찾고 자연의 풍요로움을 그대로 느낄 수가 있는 곳이다.어린 시절 개성에서의 추억과 서울에서의 학창시절 그리고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학업을 중단하고 결혼하여 전업주부로 살아가던 시절에 '심심해서' 글을 썼다는 등단 소회와 함께 꾸준하게 글쓰기에 몰두하셨던 박완서작가의 사랑,행복,돈오,하산길,삶의 사랑,황혼의 선물이 자연의 섭리와 같이 수수하고도 꾸밈없는 필체로 다가오고 있다.늘 수줍은듯 밝게 미소를 지으시던 작가의 유고작으로서 공인이었지만 순수한 자연인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준 글이었다.삶의 마지막까지 현역작가로서 생명력있는 글을 남겨 주시던 글을 읽노라니 작가의 다사다난했던 일생을 반추하고 공감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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