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미스터리
J.M. 에르 지음, 최정수 옮김 / 단숨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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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분야에 대한 신간 및 구간 도서를 읽고 서평을 달 때 느끼는 점은 (개인적으로)풍부한 사회적 경험과 방대한 독서량을 통해 배경지식을 충분하게 쌓아 가는 연습과 능력을 겸비해 놓는 것이 서평 달기에 소중한 단서와 모티브가 되어 주기에 족하다고 생각한다.고로 탄탄한 배경지식을 통해 글을 쓰는 작가 뿐만 아니라 습작을 하는 글쓰기 초심자에게도 글쓰기에 있어 윤활유와 같은 작용 및 글의 전개 및 논리력이 한 곳에 치우치지 않아 독자들에게 생각의 균형과 조화를 도와주는 역할마저 한다고 생각한다.그런데 나는 셜록 홈즈 시리즈는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자주 들어 온 미스터리 명작이어서 읽어야지 하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그것과 사촌격인 <셜록 미스터리>를 픽션화하여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하고 있다.셜록 홈즈에 대해 이렇다 할 예비지식이 없어 초반부에서는 읽는 재미가 떨어져 가독성에 문제가 있었지만 이 글의 전체적인 흐름과 전개력을 간파하면서 셜록이 갖고 있는 미스터리의 요소가 무엇인가를 가늠하게 되어 다행이다.

 

 1887년 아서 코난 도일이 셜록 홈즈 시리즈를 발간하기 시작하면서 미스터리물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이 시리즈가 계속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셜록시리즈 마니아층이 두터워지고 이 작품에 거는 기대 및 작품의 완성도도 제법 컸으리라 생각한다.장편 4편과 단편 56편이라는 대하작품으로 오랜 기간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셜록 홈즈>는 미스터리의 지평선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프랑스 에르작가에 의해 쓰여진 이 셜록 미스터리는 독자들을 3가지의 레벨로 분류하고 있다.추리소설 시리즈 애호가들은 1~3레벨, 입문 단계의 홈스학자이며 정전을 숭배하며 허구와 현실을 착각할 정도인 4~6레벨,최고 수준의 홈스학자이며 타인과 교류하지 않은 채 자신들만의 배타적 집단을 이루고 있는 7~10레벨이 바로 그것이다.나도 이 시리즈에 중독이 되고 열렬팬이 된다면 4~6레벨에 속해 관련 세미나 등에 참석하면서 홈즈에 대한 나름대로의 주관과 스토리텔링을 엮어볼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인생이란 인간의 머리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이상한 것이야.일상생활의 아주 평범한 사물도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요소를 내포하고 있거든. - 본문 -

 

 허구의 인물인 셜록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베이커 스트리트 호텔에서 하나 둘씩 의문사하는 과정을 통해 왜 살인을 저질러야 했으며 진범은 누구인가를 생각하게 하고 있다.소르본 대학에서 홈즈학과가 개설되면서 정교수로 보보교수가 내정된다.5월 4일 금요일부터 5월 7일 월요일까지의 셜록 홈즈에 관한 존 왓슨의 글을 연구하는 유명 대학교수들을 호텔에 초대하는데 갑작스러운 눈사태로 10여 명의 교수들이 어두컴컴한 호텔 안에 갇히게 되고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소방위와 경감 등이 긴장감 있게 사태를 수습해 나가게 된다.핏자국을 발견하게 되면서 의문사에 대한 규명이 인물과 사건을 파헤치는데 가장 중요한 인물인 셜록은 불가사의하게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다.그와 가깝게 지내는 왓슨조차도 셜록에 대해 아는 바가 많지 않다.홈즈학자들의 소개와 특이한 점 등이 보보교수 등의 일지에서 소개되고 살해의 동기가 홈즈학자들간의 내부의 치열한 경쟁의식과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데에서 갈등과 복수전이 전개된다.자신이 기대했던 것이 타인에게 빼앗겼을 때 시기와 질투 나아가 '돌아오지 못할 강'과 같이 치사의 행위까지 저지른다는 인간의 비열하고도 고루한 심리를 새삼 이해하게 되고 특이한 점은 연쇄살인사건이 폭설로 오도 가도 못하는 호텔의 밀실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과연 누가 이런 짓을 기도(企圖)하고 실행에 옮긴 것일까.호텔 안에 꼼짝없이 갇혀 있는 이들에게 압박감으로 인해 연쇄살인범의 소행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리고 6개월 뒤 리옹과 생제르맹 간의 축구 경기가 중계되는 가운데 TV에서는 6개월 전 베이커 스트리트 호텔에서 발생한 연쇄살인사건의 경감이었던 레스트레이드가 사건 수사에 관한 책을 한 권 출간했다는 소식인데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탁월한 추리 능력과 섬세한 판단력으로 큰일을 해결한 점이 책의 출간과 동시에 그의 명성을 한층 더 고양시켰다.에르작가에 의해 셜록 홈즈 시리즈를 압축시켜 놓은 것과 같은 감각과 살인사건의 발단과 결말 등을 어느 정도 예측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셜록 홈즈가 세상에 나온 지가 꽤 오래 되었지만 미스터리물 팬들에게는 색다른 모습과 감각으로 전해지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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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치산 대장 홍범도 평전 - 항일 무장투쟁의 영웅, 대한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 장군의 장렬한 삶
김삼웅 지음 / 현암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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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한말 일제강점기가 시작될 무렵부터 해방전까지 독립운동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몸을 희생하려 했던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명멸해 갔다.갖은 자이든 없는 자이든 국권의 회복을 위해 일제에 맞서 소규모이든 대규모이든 조직적으로 때론 게릴라와 같이 적(敵)의 헛점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혁혁한 공을 세운 독립운동가들의 삶은 참으로 신산하기만 했다.조선측에서는 영웅이지만 일본측에선 눈에 가시와 같았던 존재였을지도 모른다.게다가 신분은 조선인이지만 일본측에 매수되어 첩자로 활동하던 자들로 인해 동포들끼리 사분오열하기도 했다.어느 시대에서든 첩자가 있게 마련인데 일제강점기시에는 그러한 현상이 심했던 것으로 보여진다.극단적인 예가 조선인중 만주군관학교 출신자의 해방후 정치행각 그리고 일본의 앞잡이 일진회 등이 꼴불견이었고 산포수라는 의병들에 의해 가차없이 척결되었다.

 

 봉오동,청산리전투는 주로 김좌진,이범석장군이 상징적으로 후세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특히 가관인 것은 해방후 이승만정권하에서 국무총리까지 역임한 이범석은 청산리,봉오동전투에서 홍범도장군이 일본군을 신출귀몰하면서 특유의 활쏘기와 게릴라 전술로 일본군을 대패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역사 교과서는 이범석과 김좌진을 찬미하는 듯한 인상이 강하다.홍범도장군이 봉오동전투,청산리전투에서 거둔 대승은 일본군인들 사이에서도 날아다니는 장군으로 각인되었을 정도이다.지금이라도 홍범도장군에 대해 보다 객관적인 시각과 역사서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그의 고향이 북한 평양이어서일까.아니면 그의 신분이 천민의 신분이고 태어남(평양)과 죽음(카자흐스탄) 그리고 레닌과의 접견 등으로 사상적인 면에서 불온성이 있지 않을까라는 의구심에서 그의 독립운동 전과(戰果)가 두드러지게 부각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김삼웅저자의 한국현대사 인물평전은 일반인들이 모르고 지내왔던 역사적 인물들을 보다 광범위하게 해부하고 잘못된 역사학습을 바로 잡아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한 인물이 역사의 소용돌이의 무대에서 간난신고와 같은 삶의 이력을 펼쳐 나갔던 사실을 사료와 구술,답사,통찰력 있는 반증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놓아서 역사학습의 편향성을 지양(止揚)할 수가 있어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학습의 장이 되기에 매우 유익하다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어찌되었든 이번 홍범도장군에 대해 일대기 및 독립운동의 면면을 세세하게 이해하면서 국력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워 주는 소중한  시간이 되고도 남는다.

 

 홍범도장군은 1868년 평양 근교에서 태어나 머슴살이로 생계를 이어가고 한때 대한제국군 진위대 나팔수로 근무를 했지만 이것은 생계의 일환이었다.나팔수 근무를 그만두고 제지공으로 일을 하게 되지만 일종의 새경을 주지 않아 주인을 살해하고 사찰로 피신하게 된다.그곳에서 반려자 이옥구 여사를 만나 환속을 하게 되면서 그는 본격적인 독립운동을 시작하게 된다.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대한독립운동의 단초가 3.1운동으로 알고 있는데 이보다 1년 앞선 1918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무오독립선언서를 채택하게 되는데 이것이 3.1운동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그는 북한 최북단을 넘어 연해주로 몸을 옮기면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과 접촉하고 독립자금을 받기도 하는 등 활발한 독립운동을 이어 나간다.

 

 대한국민의회가 결성되면서 이동휘와 함께 군무부의 책임과 중책을 맡게 된다.1920년 6월 봉오동 대첩을 달성하고 동년 10월에는 김좌진 장군의 북로군정서와 함께 청산리 전투에서 승첩을 거둔다.나아가 1921년 700여 명을 이끌고 러시아 이만(아무루주)으로 이동하면서 독립운동을 전개해 나가는데 불행하게도 일.러군의 공작으로 대한독립군이 분열하는 자유시 참변이 발생하게 되고 대한독립군은 러시아 적군에 편입하여 이르쿠츠크로 이동하는 상황이 벌어진다.아내 이옥수 및 큰아들은 일본군에 의해 죽음을 맞게 되고 둘째아들은 병사를 하게 되는 불행을 맞는다.1922년에는 레닌을 접견하고 회담하면서 조선독립자금을 지원 받는데 그는 개인적으로 레닌에게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권총과 돈을 선물받기도 한다.

 

 1926년에는 러시아에서 이인복과 재혼한다.그리고 스탈린의 조선인 강제 이주정책으로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하면서 수많은 조선인들이 추위와 기아,질병으로 객사를 하게 된다.먹고 살기 위해 조선을 탈출하여 연해주에서 삶을 꾸려 가던 조선인들에겐 삶의 앞길이 막막하기만 할 뿐이다.그것도 토양과 기후 등이 척박하고 을씨년스러운 고비사막 근처로 내동댕이 당하는 수모를 겪지만 끈질긴 생명력으로 카자흐스탄에서의 조선인들은 억척스러운 삶을 살아간다.시간이 흐르면서 홍범도장군은 세인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일개 민초로 남게 되는데 그를 잘아는 연극 연출가 태장춘의 제의로 <홍범도 일지>를 쓰고 그의 일대기를 그린 연극이 상연되기도 한다.그는 광복 2년을 앞두고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에서 쓸쓸하게 사망을 하게 된다.1962년 대한민국 건국훈장 대통령장 추서를 받게 된다.

 

 그가 의병운동에 나서게 된 시점이 단발령 사건이 일어난 18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고 본격적인 운동은 1907년부터다.당시 왜구의 앞잡이 일진회세력을 토벌하게 되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접한 경술국치는 그에게 오로지 대한제국의 독립을 간절히 갈망하게 되었던 것이다.의병들의 조직과 독립운동자금,산세와 물줄기 등에 밝은 그에게는 봉오동과 청산리에 구불구불하면서도 첩첩산중인 지형을 잘 읽어내면서 신식무기를 갖고 있는 일군들을 초토화시키고 승첩을 거두었던 것이다.죽는 날까지 그는 대한의 독립을 갈망하고 앞에서 나서 지휘를 하는 것보다는 손수 몸으로 행동으로 보여 주었던 날아다니는 장군이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대한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초개와 같이 생각했던 독립운동가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그들로 인해 후손들의 삶은 기구하고 처연하기만 하다.이제 독립운동가들의 진정한 면모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단절되고 왜곡된 역사의 장을 바로 잡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아울러 독립운동가들의 후손들에게도 국가유공자 후손답게 그에 준하는 처우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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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잔칫날처럼 - 고은 대표시선집
고은 지음, 백낙청 외 엮음 / 창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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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은 시인의 팔순을 맞이하여 칠순 기념으로 출간된 시선집 <어느 바람>을 증보해서 간행한 <마치 잔칫날처럼> 240편을 읽어 가노라니 과연 고은 시인의 인생이 잘 드러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백낙청평론가를 비롯하여 김승희,안도현,고형렬,이시형 네명의 시인이 시기별로 분담하여 후보작을 고른뒤,백낙청 평론가가 최종 선정을 하여 이 시선집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마치 고은 시인의 팔순 잔치에 대비하여 고르고 고른 흔적이 잘 나타나 있다는 생각을 하였고 백낙청 평론가의 말대로 시인들과의 협동작업의 의미를 되살리고 잔치 기분을 한층 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고은 시인은 본명이 고은태인데 끝자인 태자를 빼고 고은으로 바꿨다고 한다.일제강점기시 한학과 한글을 깨우치고 고전소설과 연애소설에 탐닉한 고은 시인은 한국전쟁의 참상을 보면서 정신적인 충격으로 자살을 시도하기도 하지만(살아가면서 정신적 고뇌로 자살을 몇 번 시도한다) 통영 도솔사 효봉 스님의 제자가 되어 상좌생활을 1962년까지 하게 된다.종단의 행태에 실망하여 평승려로 있다가 1963년 환속하게 되면서 시작(詩作)을 꾸준히 하게 되고,전태일 분실자살사건을 접하면서 군부독재비판,사회부조리 등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군부독재시절 갖가지 이유로 연이은 투옥 생활과 고초를 당하게 되지만 그의 반려자 이상화교수를 만나면서 삶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 들게 된다.

 

 고은 시인의 시세계는 초기에는 허무주의와 탐미주의가 주를 이루어졌지만 근래에는 모든 영역에 이르기까지 직.간접적으로 비판의 날을 드리우고 있다.지식인이 자신의 사복만 채우는 것은 양심에 어긋나는 길일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가 진정으로 발전하고 사회구성원이 상생하려면 어떠한 삶의 방식을 취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를 그의 시에는 그대로 잘 묻어나 있다.그 대표적인 시집이 30권으로 이루어진 만인보이다.그중에 18권째를 읽은 기억이 있는데 현대 한국사회를 주름진 인물,군사독재,광주민주화운동 등을 잘 보여 주고 있다.그는 셀 수도 없는 시작품을 세상에 내놓았지만 안타깝게도 시를 좋아하는 애독자가 많지 않은지 그의 작품이 잘팔리지 않은 점이 아쉽기만 하다.한국의 독자들도 시세계에 좀 더 눈을 돌려 시구가 전달하고 있는 세상의 풍정을 감상하는 것도 삶의 이력을 보다 풍요롭게 다져 가는 과정이 아닐까 한다.

 

 인상 깊은 시는 다음과 같다.대장경의 후반 부분에 나오는 "한반도야 한반도야 이대로는 안되겠구나,매스게임 가라 매스게임 가라,사람을 사람답게 하고 뭇사람을 거룩하게 하라,한반도야 한 이삼백년 아니거든,눈 딱 감고 막무가내로 천년만 가라앉아라"인데 시인의 말씀대로 싸구려 권세가 판치는 대한민국의 정치 분위기를 정화시켜 모든 백성들이 인간다운 대접을 받으면서 살아가 주기를 갈망하고 있다.그리고 <문의마을에 가서는 수몰된 마을을 그리워 하는 대목이고 <경부고속도로 하행>에는 산업화된 현대사회에서 농촌마을의 옛모습을 찾아 보기란 그리 쉽지 않은데 고속버스 차창 밖으로 드러난 경기평야의 모습을 시공감각적으로 들려 주고 있다."연이(然而) 경기평야 아직도 간간이 논 남아 모심은 논 개구리 소리 먼먼 기미년 만세 소리 자오록이 들리는 듯 하군 기막히군" 모심고 도랑에는 꼬물꼬물 올챙이와 쉴세없이 지저귀는 왕성한 개구리 소리 나아가 그 소리가 기미년 만세 소리로까지 승화되어 시간을 뒤로 재생시킨 시인의 탁월한 시적 감성과 상상력은 노련미마저 감지하게 만든다.그외 상기의 시보다 더욱 짧은 행으로 된 상징성을 띤 작품들도 많다.

 

 아직도 현역으로 왕성한 시작을 하고 계시는 고은 시인은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지만 애정있는 독자들의 애간장만 태우고 있다.하지만 그의 시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와 가치,작품성은 전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기에 근간 낭보가 한반도의 대지를 적셔 주기를 갈망한다.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된다면 한반도 전역이 잔칫날이 될테니까.그날이 반드시 올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그날이 오면 글쓰는 사람들은 신명이 나고 친구(親舊)를 해후한 것 마냥 얼싸안고 기쁨과 환희를 함께 나누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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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생연 - 열여덟 번째 봄
장아이링 지음, 홍민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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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평생 내지 덜 익은을 의미하는 반생은 어느 쪽에 의미를 부여해야 할지를 약간 고민했다.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나니 (개인적인 생각) 사랑을 하면서도 사랑의 스킬이 무엇인가를 모르고 이리 저리 미로의 늪을 헤매도는 인물들의 얘기가 혼란스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시종일관 사랑하는 사람에게 로맨스에 가깝기보다는 상처와 후회,갈등과 주저함이 반생연 속에는 숨김없이 드러나고 있다.과연 서로가 좋아해서 백년해로를 이어가는 것이 최상의 모습일텐데 장아이링작가는 다양한 인물들을 뒤섞어 놓고 누가 누구와 맺어져 살아갈 것인지,아니면 도덕적,윤리적인 면에서 부적합한 인물들에 대해서는 독자들이 어떻게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인가를 스스로 판단케 하려는 의도도 숨어있다는 생각을 했다.

 

 장아이링작가는 보기 드물게 부르주아 계층으로서 해외유학파이지만 홍콩이 일본에게 침략을 당하자 학업의 길을 접고 글쓰기로 전향하게 된다.그녀는 중국의 근.현대의 사회모습과 남.녀간의 사랑에 관한 얘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루쉰과 함께 현대중국문학계를 대표하는 인물로서 말년에는 LA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고 한다.개인적으론 <경성지련>을 읽으면서 장아이링작가를 알게 되었다.남.녀간의 연애과 일상을 다루면서 봉건적인 사회제도와 외세의 침략의 와중에 주인공 남.녀가 겪어야 하는 시련과 고뇌,번민을 세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1937년 중.일전쟁이 한창일 무렵 중국은 일본에 맞서 8.13항전을 치뤄 내는데 이에 패배하고 백성들은 피난길에 오르게 된다.이 글의 등장인물은 대략 스쥔,만전,수후이,만루,홍차이,위진,추이즈 등이다.스쥔과 수후이는 대학 동창으로 룸메이트까지 할 정도로 절친한 사이이다.기계공학과를 나와 같은 공장 엔지니어로 근무를 하다 스쥔은 만전을 알게 되고 그녀의 외모와 성격 등이 맘에 들어 그녀를 좋아하게 되고 결혼까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스쥔은 성격이 우유부단하면서 숫기가 없다.의사인 위진을 알게 되면서 만전의 식구들은 장래를 위해 위진과 결혼을 시킬 생각이었는데 만전은 도중에 언니가 사는 곳에 거의 감금되다시피 갇히게 된다.우연인지 필연인지 언니의 남편 홍차이는 처제의 외모에 탐닉하다 아내인 만루가 모르게 처제와 성관계를 맺고 아이를 갖게 된다.만전은 형부에게 정조를 빼앗기고 낳은 아이의 양육권 및 재산문제,헤어짐 등을 놓고 심한 갈등과 번민을 하게 되는데 그녀가 스쥔을 얼마나 못잊었으면 임신 중에 스쥔과 같은 자식을 꿈꾸었을까.한편 스쥔은 의사 위진이 만전과 가까워지는 것을 보고 남자답게 자신과 만전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는 것을 소신과 당당함으로 그녀의 부모를 설득하지를 못했을까.

 

 이 글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참으로 복잡하다.예를 들어 스쥔과 결혼하는 추이즈는 한때 수후이와 좋아했던 관계이고 의사 위진은 만전의 언니 만루와 가까웠던 사이였기도 하다.형부가 처제를 강제로 씨를 뿌려 후세를 만들고(언니 만루는 씨받이로 동생 만전이 적합하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나서는 사랑의 진한 감정은 찾을 길이 없고 처제는 생긴 자식의 양육권을 놓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갈팡질팡하는 모습도 처연한데 처제(만전) 어머니 구 부인은 창피하지도 않은지 형부와 함께 사는 것이(경제적인 문제를 놓고) 훨 낫다고 가세한다.그러는 가운데 언니인 만루는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만전의 옛사랑 스쥔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아버지의 가업을 승계하려 직장에 사표를 내고 고향인 난징으로 간다.그곳에서 추이즈와 알콩달콩 살아가고 만전은 마음만은 스쥔을 오매불망한다.스쥔도 절친 수후이는 사업관계로 도미(渡美)하여 십 여년 만에 귀국하지만 함께 살던 부인과 이혼을 한 상태로 상처를 경험했다.

 

 좋아했던 사람과 함께 오래도록 사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과연 남.녀간의 사랑은 알 수가 없다는 점,그리고 쇠창살과도 같은 모진 운명을 걷는 것이 남.녀간의 관계인 것인가를 곰곰히 생각해 본다.게다가 가족과 절친과의 관계가 이중삼중으로 복합시켰다는 점과 언니의 남편이 후세를 보기 위해 처제를 탐했던 점을 놓고 볼 때 과연 개인이 진정으로 원한 것은 아닐 것이다.언니와 친어머니가 씨받이를 적극 권장할 정도였고 그 이면에는 딸이 잘 먹고 잘 살기를 바라는 속물근성도 엿보였다.문제는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딸에게 형부와 함께 사는 것이 차라리 낫다라는 대목에서는 도덕과 윤리의 잣대를 어디에 놓아야 할 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중.일전쟁의 한복판이 상하이와 난징이었다는 점이 중국현대사의 상처와 굴곡이었다는 것을 장아이링작가는 상징적으로 무대배경을 삼았으리라 생각한다.게다가 인간의 심리를 예리하고도 통찰력 있게 묘사하고 있는 점도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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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은 맛있다
강지영 지음 / 네오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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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의 제목이 특별하게 다가온다.생리현상인 하품을 맛있다고 표현하다니 잠결에 무슨 길몽이라도 꾸었던 걸까.자고 나면 늘어지게 하품과 동시에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어떤 때는 그 촌각도 아까워 생략해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달게 자면서 꿈 속에서 사람과 사물,사건 등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그 생생한 느낌이 강렬했던 것일까.아니면 단지 일반인들과 동일한 단순한 생리현상일까.참 야릇하고 해석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게다가 익숙하지 않은 작가이지만 웹상에 연재를 하면서 제법 마니아층을 형성했다는 짧은 소개글을 접하면서 맛있는 하품 이면에는 독자를 끌어 당기는 뭔가가 있으리라 예측을 하면서 읽어 내려 갔다.

 

 인간은 어떤 가정환경에서 태어나 어떤 훈육을 받고 자라느냐가 성장과정과 성인이 된 후에도 인성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경제적으로 아무리 부유할지라도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나는 아이들은 대개 부모의 의존도가 크고 혼자서 생각하고 결정하려는 경향이 짙기도 하다.돈과 물질이 가정의 구성원들에게도 크게 미치고 있어 부유하지 못하고 행실이 좋지 못한 가정이라면 아이에게는 갈등과 고민의 시간이 많으리라 생각한다.경제 위기가 계속 되면서 학업에 전념해야 할 학생들마저 알바를 통해서 알량한 돈이나마 생활비에 충당하려고 한다.어찌되었든 물질적으로 부유하고 가난하든 집안환경,인성,사회적 관계에 따라 개인이 나아갈 향방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인생은 부모의 탓보다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에 도전하여 한우물을 파고 드는 것이 삶의 이치이고 지혜가 아닐까 한다.

 

 이 글의 주인공 이경은 20대 초반의 아가씨이다.복권을 통해 요행을 바라던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쓰러지고 엄마는 치료비,생활비를 벌기 위해 간병인 교육을 받고 병원 근무를 하는데 이경 역시 아버지가 특수청소업체에서 일하던 것을 물려 받은 듯 죽은 사람이 있었던 집안 및 실내를 용역을 받든 의뢰를 받든 특수청소를 하면서 제법 괜찮은 일당을 받으며 살아간다.형사출신인 남사장을 비롯하여 남사장의 친구의 형인 곽아저씨,엠제로피 오디션을 이끌던 남대리 그리고 이경이 특수청소를 하면서 맡겨진 청소를 해나간다.시신을 수습하고 거실,화장실,싱크대 등을 청소하다 보면 구역질 나는 일도 많지만 여기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선수이다.시신의 신원이 밝혀지면 거의가 부유한 집안의 자식이고 학벌,외모 모두 받쳐 주는 자들이다.이경이는 유품을 정리하다 발견한 골프공만한 스노볼을 갖게 되는데 꿈속에 나타난 스노볼의 주인은 다운으로 나타나고 현실에서는 가을이가 된다.왜 그렇게 나타났을까.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경이는 같이 특수청소를 하는 남대리에게 관심을 갖게 되는데 그가 좋아하는 대상은 가을이다.가을이에 대해 약간의 시샘과 질투를 갖었던 것일까.이것이 부지불식간에 꿈에 현현하고 남대리와는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사이로 이어져 나간다.

 

 특수청소에 관한 일은 맛보기 정도이고 다운이의 꿈이 말해 주는 것은 무엇인지 이경은 아리송하기만 하다.어린 시절 굿판에 갔다 엉겹결에 산채로 관 속에 들어갔다 나왔던 이경이는 학창시절 알고 지내던 유나는 무당이 되는데 다운의 꿈 얘기를 들으면서 이경이가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를 가르쳐 준다.그리고 스토리는 점입가경 속으로 빠지게 된다.꿈속에서 다운이와의 관계가 생생하게 재현되고 다운이를 인질로 삼아 거금을 뜯어 내려는 상황과 신분위조까지 하는 다운이,그리고 이경이는 유나가 시키는데로 48시간을 꿈속을 해매는데 이경은 다운이의 영혼과 맞바꾸면서 이승을 떠난다.그리고 남사장과 임대리는 각각 변태라고 고백하기도 하고 다운이를 살해 유기하고 그녀의 부모까지 보복하려 했던 남대리는 투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이렇게 정리를 하면서도 스토리의 전후가 정확하게 잡히지 않는 묘한 상황이다.이경이가 부유한 집안의 자식들을 선망하다 보니 스노볼이 탐이 났던 것은 아닐까,그리고 남대리와의 거리를 좁혀 보려 했는데 그가 좋아했던 여자는 가을이였다.다운과 가을의 관계는 진짜 절친이었을까 등을 추리케 하는 글이다.긴 몽운골에서 숨막히는 인물과 사건의 스토리 속에서 이경은 깨어보니 입에서 단내가 나는 일장춘몽은 아니었을까.삶은 개척해 나가는 것이지 무당의 말이 완벽하게 맞을 수는 없는 법이다.다소 생소하고 몽환적인 느낌이 강렬하고 살해사건,돈을 뜯어 내려 인질을 볼모로 삼고 후환이 두려워 보복까지 하려는 일련의 이야기들이 진부하기도 하다.특수청소에서 기나긴 몽운골에 이르는 여정이 이채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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