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앨리스 먼로 지음, 서정은 옮김 / 뿔(웅진)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2013년 대망의 노벨문학상은 세인의 뇌리에 생소한 캐나다 앨리스 먼로로 결정되었다.노벨문학상 후보자로 하마평에 오른 많은 분들의 아쉬운 숨소리가 안타깝기만 하지만 이미 공(Ball)은 앨리스 먼리작가에게 넘겨졌으니 그 분의 작품세계가 어떠한지 알아 보는 것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2007년 웅진 뿔에서 <행복한 그림자의 춤>과 <미움,우정,구애,사랑,결혼>이 출간되었지만 앨리스 먼로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만 한정되었는지 나는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이후에 비로소 알게 되었다.

 

 앨리스 먼로의 작품인 <미움,우정,구애,사랑,결혼>은 총9편의 소설집이다.타이틀이 미움,우정,구애,사랑,결혼이다 보니 이 한 제목만으로 모든 작품을 커버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마저 들었다.작가마다 문체의 작가의 세계가 있듯 앨리스 먼로작가의 작품 세계도 한마디로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여성의 관점에서 보고 듣고 느낀 일상의 세계가 수더분하게 전해지고 있음을 마음으로 느끼게 되었다.읽다 보니 마치 수필과 같다는 느낌도 들기도 하고 일상에서 미처 하지 못한 에피소드를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글의 전반적인 흐름과 분위기가 매우 조용한 가운데 등장인물들이 전하는 이야기들이 여성 특유의 감각과 섬세함을 잘 그리고 있다.9편의 소설을 하나 하나 정리하는 것은 시간적 낭비일 것이다.다만 노벨문학상 수상자답게 글의 전개와 문체가 특이하기만 하다.소재는 소소하지만 망망대해를 삼키고 우주를 커버하는 대담성과 광활함에 있다는 점도 특별하게 다가온다.사랑의 엘레지(Elegy),우아함,따뜻함과 아늑함 등을 느끼게 한다.80을 넘은 노작가답게 지난 풍상을 붓으로 터치하듯 담담하게 그려 내고 있다.지식보다는 경험과 체험이 인생에선 더욱 소중하다는 생각이 불쑥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게 할 정도의 강렬한 순간도 있었다.

 

 남.녀간의 사랑의 쓰라림(엘레지),사랑을 받기 위해 준비하는 여성들의 본능적인 감각과 센스와 이를 잘 받아줄 줄 모르는 풋내기에 대한 원망 등을 잘 조응시키고 있다.특히 여성이 겪는 생리불순 등이 잘 묘사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남성의 입장으로만 생각해서는 연애에서 사랑,결혼으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다.남자가 여자의 세계를 완벽하게 꿰뚫는 상태에서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니고 여자가 남자의 세계를 온전하게 이해하는 상태에서 만나는 것이 아닌 만큼 마음에 있는 상대라면 조금씩 조금씩 알아 가고 확인하면서 진정한 자신을 보여 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앨리스 먼로의 이 작품을 읽으면서 소설들이 강렬하지는 않다.남성 독자는 여성의 일상과 심리세계를 이해하는 계기를 부각시키고 여성은 비록 남성의 결핍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알아 가면서 남과 여가 불협화음 없이 원만하게 하나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사랑의 실연,상처는 일방에게만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원인을 제공한 사람만 나무랄 것이 못된다.원망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의도하는 데로 따라 주지 않고 빗나가기도 하고 순간의 컨디션에 따라 기분이 좌우되기도 한다.사랑의 결실이 요원할지라도 서로 믿고 의지하는 가운데 미움,우정,구애,사랑,결혼에 이르는 길이 가치가 있고 의미있는 인생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길리아드
마릴린 로빈슨 지음, 공경희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경리문학상 수상자가 미국 작가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말았다.바로 그것은 길리아드인데 성경에 나오는 발삼나무의 서식지가 아이오아주 '길리아드'이고 발삼나무는 아프고 다친 사람들에게 치유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발삼나무 서식지인 길리아드가 치유,휴식의 상징적 의미로 바뀌면서 오늘날에는 정신적.육체적 온전함을 추구하면서 친절과 정의와도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특히 치유와 휴식은 가열차고 쉼없는 생존경쟁에 놓여 있는 현대인들에겐 정신적 아름다움과 성스러움을 마음으로 느끼고 치유의 효과를 거두리라 생각한다.

 

 손자뻘과 맞먹는 일곱 살 아들에게 전하는 존 에임스 목사는 인간의 삶을 다양한 갈래로 들려 주고 있다.우선 제임스 목사는 친조부,외조부,아버지 등 대대로 목사의 집안으로서 그들에게 성직(聖職)은 신이 내린 소명이고 사명이었을 것이다.오랜 시간과 세월 속에서 신앙생활을 하면서 체득했던 고귀한 경험과 삶의 지혜를 아들에게 구두로 또는 편지로 전하는 존 에임스 목사의 친절하고 사랑이 가득찬 이야기들은 어린 아들에게 삶의 지혜와 교훈,용기와 배려심 등을 안겨 주었을 것이다.주된 이야기가 19세기 인종차별의 상징이었던 노예제도의 폐지와 관련하여 발생한 남북전쟁의 실상과 그 주변 이야기 그리고 존 에임스 목사가 살아 왔던 이런 저런 소소한 삶의 경험과 교훈을 다양하게 전해 주고 있다.

 

 남북전쟁이 끝나고 존 제임스 목사의 할아버지가 산에서 일을 하다 부상을 당하고 아들에게 발견이 되는데 할아버지가 아들에게 한 말은 : 난 이 일에서도 큰 축복을 찾을 것으로 확신한단다"였다.할아버지는 늘 신의 축복(Blessed)을 받고 살아 간다고 말을 했을 정도로 매사를 부정과 비관이 아닌 미래지향적인 긍정의 의식을 아들에게 심어 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독립심이 약한 이들에겐 에임스 목사의 할아버지와 같은 감사의 의식을 갖고 주어진 삶에 열정과 목표의식을 갖고 살아간다면 강한 자립심과 주체적인 인간으로 사회의 든든한 기둥이 되어 주리라 생각이 든다.

 

 19세기 후반의 아이오와주 길리아드 지역의 삶의 풍경과 성서를 바탕으로 한 기독교적인 삶의 예찬이 글의 전후반을 관통하고 있다.성경의 시편 구절을 많이 인용하면서 암울하고 고독한 시기를 '생명력'이란 에너지 및 '활기'와 같은 것으로 삶의 방식을 전환시켜 이보다 높은 단계의 감정인 사랑과 평화가 온세계에 퍼져 나가는 것을 바라고 있다.존 에임스 목사는 어린 시절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의 역을 나누어 연극을 했다고 한다.극의 역할을 바꿔 롤플레잉을 하면서 성경 공부도 되고 부자지간에 돈독한 관계형성과 두터운 신앙생활을 이루어 갔을 것이다.어떠한 가정환경에 있든 아버지와 아들 간의 대화와 소통,놀아주기 등이 중요한데 존 에임스 목사는 어린 시절 매우 소중하고 고귀한 경험을 쌓아 나가면서 목사 생활 가운데 자신의 본모습을 여과없이 신도들에게 보여 주었으리라 생각한다.

 

 죄 짓는 일을 피하고 미망인과 고아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애정을 기울인 존 에임스 목사의 할아버지의 훈훈하고 고귀한 삶의 간증과 같은 고귀한 에피소드는 자기부정적이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성찰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할아버지는 이러한 생활철학을 시종일관 견지하면서 종교인으로서 본성을 일관성 있게 보여 주었고 아들에게는 커다란 정신적 유산이 되어 주고도 남았을 것이다.시간과 세월은 고여 있는 것이 아니다.고이지 않고 쉼없이 흘러 간다.자연의 섭리를 역행하지 않고 흘러가듯 존 에임스 목사는 할아버지,아버지로부터 정신적 유산을 물려 받아 그의 후손들에게 그것이 보다 승화되어 찬란하고 위용한 모습으로 전파되어 가리라 생각한다.나는 할아버지,아버지로부터 받은 정신적 유산은 농부가 밭을 갈고 씨를 뿌려 성실하게 농사일을 하면서 가을의 알찬 열매를 거두어 간 것이 아닐까 한다.험난 세파에서 치유와 휴식이 되어 줄 이 글은 인간사의 소중한 면모가 무엇인가를 일깨워 주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 엠 넘버 포 4 - 말할 수 없는 비밀 로리언레거시 시리즈 4
피타커스 로어 지음, 이수영 옮김 / 세계사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상(空想)과학적 요소가 짙은 SF소설은 언제 어느 곳에서 읽어도 재미가 있다.행성을 공간배경으로 하여 행성과 지구간이 가깝게 다가오기도 하고 지은이의 문체에 따라 몰입도는 다르겠지만 우선 우주라는 공간이 신비스럽다는 점에서 마음을 끌게 한다.인류가 우주에 대한 괄목한 관찰,연구를 거듭하면서 우주정거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미 익숙해 버린 존재이다.공상과학을 그린 SF판타지물을 몇 권을 읽으면서 나 역시 두둥실 구름 위에 몸을 얹어 놓은 듯 천하를 내려다 볼 것 같기도 하고 지구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이 우주에서도 가상으로 진행된다고 하니 미래에 대한 인류의 소망은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마저 들게 한다.

 

 <아이 엠 넘버 포 1>을 읽고 2,3권을 연타로 읽었어야 하는데 그것을 생략하고 4권으로 넘어가니 1권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다행히 1,2,3권에 대한 줄거리,개요가 친절하게 소개되고 있어 독자의 관심과 가독성을 더해 주고 있어 마음에 든다.또한 글의 성격상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고 상황과 소통,사건이 얽히고 설키게 마련인데 등장인물(15명)들에 대한 간략한 특징을 실어 놓아 스토리의 맥락과 이해를 돋구어 주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다.넘버 1권이 말레이시아,2권이 영국,3권이 케냐이며 이번 4권은 미국의 각주를 중심으로 행성에서 도망쳐 온 이들이 지구인 사이에서 자신들의 영역인 행성을 수호하기 위한 각개전투식 이야기가 아기자기하게 전개되고 있다.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로리언 출신의 10명의 가드들이 대개는 청소년들로 이루어져 있다.그들은 행성 로리언에서 탈출하여 서로 흩어져 힘을 기르고 다시 똘똘 뭉쳐서 지구와 행성을 지켜 나가려는 의지와 자세가 엿보인다.게중에는 서로가 눈에 맞아 좋아하기도 하고 조직적으로는 의기투합하려는 공동목적의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상황과 경우에 따라서는 등장인물들이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애초의 공동목적의 실현과 어긋날 수도 있어 지구의 일반인들의 본능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감지했다.로리언 행성에서 온 9명의 가드들은 멘토격인 세판의 뜻과 지시를 존중하기도 하지만 적성국인 모가도어 병사들에게 저항하고 쫓기는 신세가 되는데 조직원들의 배신과 분열은 모가도어족에게 짓밟히고 지는 꼴이 되고 만다.참 안타깝다.이왕이면 남.녀간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단결의 모습을 계속 견지해 나갔다면 좋았을테지만 최후의 장면은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밖에 달리 생각드는 바가 없다.로리언 가드들은 지구의 경찰과 모가도어가 짝짝꿍이 되고 정부요원들까지 득시글거리다 보니 어린 청소년들은 기가 빠지고 허탈해하며 체념을 하게 된다.

 

 스토리가 일사천리로 읽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닌데 초반부에서 중반부까지는 스릴과 같은 감각은 느끼지를 못하고 뒷부분에 가서 모가도어 병사들에 도시가 화마에 휩싸이면서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는다.존과 버니 코사가 사랑에 빠지고 샘 구드와 존 스미스가 친구가 되고 헨리 스미스는 존의 세판이며 맬컴 구드는 로리언인들의 조력자가 되어 스토리를 이어 나가고 있다.모가도어족들과 치열하게 저항하고 싸우다 보니 실종되고 전사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염력,기합,최면이라는 주술적인 요소를 삽입하여 공상적인 이미지를 한층 부각시키고 있다.어린시절 로리언을 탈출하여 지구로 도망쳐 온 어리디 어린 로리언 가드들이 어느덧 세상과 국가라는 가치와 안목을 이해하는 시기에 놓이면서 어린시절 자신의 종족을 말살하려 했던 모가디언 병사들을 향해 치열하게 저항하면서 자신의 종족을 수호하려는 미션(Mission)을 충분히 완료하지는 못했다.모가디언 병사 조직을 이탈하여 로리언 족의 가드들을 걱정하면서 힘을 실어 주는 모가디언 병사도 있었다.

 

 뭣 모르던 시절에 자신의 행성인 로리언 족을 도망쳐 지구에서 뿔뿔이 흩어져 힘을 배양하고 난국(亂局)이 되었을 때 로리언 가드들은 세판의 조언과 그들만의 합심으로 적국에 대항하려 했던 애국심은 참으로 가상하기만 하다.비록 모가디언 족들에 맞서 커다란 성과는 없었지만 이들의 행로가 앞으로 어떻게 이어져 나갈 지가 대단한 관심거리가 아닐 수가 없다.빼앗긴 나라를 되찾기라도 하듯 로리언 족의 가드들의 다양한 스토리가 무척 인상 깊었다.반면 모가디언 족들은 자신의 아버지의 뇌를 실험까지 한다고 하는 대목에선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야만의 전형이고 패륜에 다름 아니다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로리언 족과 모가디언 족의 대조적인 면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을 감으면 - 낮의 이별과 밤의 사랑 혹은 그림이 숨겨둔 33개의 이야기
황경신 지음 / 아트북스 / 201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각박하고 치열했던 하루가 끝나고 잠자리에 들게 되면 노곤함이 밀려와 곧바로 코를 드르륵 거리면서 꿈나라로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사랑했던 사람과 아쉬운 이별을 고하고 다시는 못 만날 사람이라도 된 것마냥 시린 상처를 다독거려야 할 경우가 있을 것이다.일반적인 얘기이지만 내 눈에 들어오는 상대는 상대가 나를 마음에 두지 않아 물과 기름과 같이 마음과 마음을 잇는 교집합을 찾지 못해 다음 만남을 기약도 하지 못한 채 속절없이 헤어져야만 하는 시간도 있을 것이다.이렇게 된 사연 안에는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문제이다.사랑이라는 것은 고귀한 인간의 정서적 풍요로움이고 텅 비어 있는 참새 가슴을 따뜻하게 어루만지고 안아 줄 수도 있는 무형의 실체이다.열정적인 섹스,식어 버린 공허함보다는 은은하게 우려내는 사골국물과 같은 인연을 만나 계속적으로 만나면서 우정과 사랑을 확인하고 매만져 가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지만 찰떡 궁합과 같이 남.녀가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은 세상에 태어나 이것보다 더 큰 행운과 축복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사람 사이는 밉든 곱든 결국에는 미운 정,고운 정이 켜켜이 쌓아가 곁에 있어도 보고 싶고 떠나 있어도 목소리라도 듣고 싶은 것이 인간이다.그때는 몰랐는데 몇 십년의 세월이 흐르고 난 이즈음 나에게도 소중한 인연이 있었다는 것이 불현듯 눈가를 스치고 있다.대학시절 어찌어찌하여 일본인을 알게 되면서 일본인과 오랜 기간 펜팔을 하면서 편지 왕래가 있었다.어떠한 이념과 목적,의도를 갖고 만나지 않아서인지 마음으로 부담은 거의 없었다.전공이 일어가 아니었지만 일어에 투자를 많이 한 나는 일어실력이 괜찮다고 자부를 하는데도 일본인 친구로부터 받는 편지 내용은 내 일어실력이 아직은 멀었다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일본어도 배우고 일본인과의 우정을 돈독히 하고저 시작한 편지수가 어느덧 한보따리가 되면서 일어실력도 늘어만 갔다.마음의 부자가 따로 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세월이 또 흐르고 여러 번 이사를 하면서 일본인과의 편지는 어느 곳으로 사라지고 몇 십통만 서랍에 고이 간직하고 있다.그들은 편지를 쓸 때 격식에 맞게 쓰는 것이 몸에 배인듯 예스러우면서도 최상급의 언어를 쓰고 있다.[배계(拜啓):문안인사로 편지첫머리에 씀,경구(敬具):정중하게 물러남]그리고 그들로부터 나는 신세도 지고 아기자기하지만 순수하고 정성어린 선물을 꽤 많이 받았다.일본 성경책을 선물 받게 되었는데 지금은 서가에 다소곳이 꽂아 놓고 있다.성경책의 표피가 상할까봐 두터운 솜을 넣은 헝겁으로 성경책을 포장하여 보내 주었는데 상대는 일본인답고 조신하는 모습의 전형적인 일본여성이었다.그녀는 특별하게도 기독교인으로서 내게 성경의 가르침과 참사랑을 전해 주려는 마음이 성경책에 그대로 담겨져 있다.지금에 와서 성경책을 매만지며 그 시절을 회고하니 그녀는 내게 순수하고도 정성 가득한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일깨워 준 여성이었다.이것이 사랑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는 감심(感心)이 절로 일어난다.

 

 황경신작가의 글은 이번이 처음이다.<눈을 감으면> 어느 가사에도 나옴직한 제목이다.인간의 감정에는 수치심,분노,원한,폭력과 같은 악감정의 기제부터 자부심,수용,환희,사랑,평화에 이르는 형이상학적인 경지까지 다양한데 이 글을 읽다 보니 슬픔과 기쁨,사랑과 배신,기다림과 환희 등을 느끼게 하는 감성적이고 섬세한 기류가 물씬 풍긴다.누군가를 만나 지지고 볶던 시절에는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았으며 잡을 수 없었던 소리,희망,사랑이 눈을 감으면 더욱 현현화 되어 생생한 이미지에 사로 잡히게 되는 것 같다.사랑과 이별 그리고 작가가 뽑은 33개의 그림 이야기가 정적으로 다가 오고 있다.화려하고 찬란한 이미지보다는 애잔한 감각을 살린 그림들이 위주가 되고 있어 시간이 정지되어 버린 공간배경과 애수에 놓여 있는 여성의 감정을 잘 포착하고 있다.슬픈 이야기,아름다운 이야기들이 그림 속의 주인공들의 관상이 화제(畵題)에 맞게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사랑은 언젠가 끝이 나는 것이며,우리는 모두 언젠가 떠나야 하는 것이며,그 이후에도 나의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그는 나를 떠났으나,그를 사랑하던 나는 사랑과 함께 죽지 않았다.나는 살아 남았고,사랑을 위해 슬퍼하고 기뻐하며,살아간다. - 본문 -

 

 

 

사랑은 '화무십일홍'마냥 섭리에 따라 시들어 가고 소멸되어 가지만 삶은 영원하다는 저자의 말처럼 사랑했던 아름답고 슬프고 시린 기억은 영원히 불후할 것이다.영원과 흡사했던 그 한순간만이,하나의 풍경으로 남아,텅 빈 삶의 한쪽 벽에 조용히 걸려 있다는 문구가 묘하게도 가슴을 후빈다.30년 이상이 지난 대학시절의 일본여성을 마음으로 좋아했지만 표현이 서툴어 못하고 그쪽은 성경으로 나를 사랑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그 당시 그녀를 죽자 살자 비행기를 타고 현해탄을 건너고 동해 상공을 날아 그녀를 찾아가 내 마음의 깊은 곳을 전했더라면 나는 국제결혼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이뤄질 수 없는 공상을 해 본다.그녀도 이제는 중년의 부인이 되어 흰머리를 감추기 위해 염색을 하고 파마머리를 하고 있을 것이다.다행히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다(?)고 생각을 하니 눈을 감으면 그녀의 따뜻하고 친절한 말씨와 숫기 없었던 나의 수줍음이 이제는 또 다른 모습으로 꿈결에서나마 만날 수 있을 것이다.누군가를 못잊어 보고 싶을 때는 이리 저리 뒤척이던 자취생 시절의 꾸밈없던 대학시절로 되돌아 가고 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돈이 없어도 경매를 한다 - 서른아홉 살, 경매를 만나고 3년 만에 21채 집주인이 되었다!
이현정 지음 / 길벗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파트 거품이 꺼지면서 부동산에 대한 투자열기가 식어 가고 있는 줄 알았는데 똑똑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은 손품,발품을 팔아 가면서 경매(競賣)에 뛰어 들면서 일반인들이 손에 쥐지 못할 부동산 부자들이 제법 있다.널리 알려진 연예인들이 있는가 하면 일반인 중에서도 경매를 통해 부자가 된 사람도 있다.사람이 오가는 곳에는 땅과 건물이 있고 살다 보면 빚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 가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이렇게 주인을 잃은 부동산이 법원의 경매를 통해 새로운 주인을 찾아 가는데 경매에 침을 흘리고 나서는 이들은 사전에 손품,발품을 팔아 자신이 갖고 싶어하는 소유물을 쥐려고 필사적이다.법원 경매장은 정적의 고요함과 엄숙함이 감도는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을 쓴 사람에게 돌아가게 된다.

 

 나는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투자는 하지 못했다.아니 하지 않은 것이다.그런데 이 도서의 주인공 이현정저자의 부동산 경매 스토리를 읽어 가다 보니 '아는 것이 힘'이라는 격언이 딱 맞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모르는 것보다 아는 것이 좋고 아는 것보다는 실천하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도 들었다.그런 까닭에 부동산 경매와 관련한 용어부터 계약서 작성 등에 이르는 갖가지 문구,용어 등은 생소하기만 하다.경매와 관련한 용어가 일제강점기시 일본에서 사용하던 법률용어가 대부분이다.[예:근저당권(根抵當權) 등]어렵게 느껴지지만 케이스 바이 케이스식으로 하나 하나 접하고 경험을 쌓아 가다 보면 몸에 익숙해지면서 경매의 스킬과 노하우도 커져 가리라 생각한다.

 

 올해 서른아홉살의 이현정저자는 여동생과 함께 한반도 구석구석을 쫓아 다니면서 살고 싶은 곳과 경매로 나온 물건 등을 눈여겨 보고 저자의 경제적 상황과 대출능력,변제능력을 고려하고 향후의 프리미엄을 예리하고 적확한 판단하에 경매에 뛰어든지 3년 만에 21채(동생 것은 16채)의 집주인이 된 경매의 신예로 우뚝 솓았다.개인적으로 저자의 3년 간의 경매 스토리를 읽어 보니 참으로 부지런하다.또한 끈기와 집념으로 목표를 향해 계속 경매일에 매진하고 있는 것을 보니 게으르고 뜬구름 잡는 나 자신을 채찍질에 맞은 것 같은 강렬한 자극을 받게 들었다.기회는 누구에게나 평등하지만 그 기회를 예의주시하면서 포착하는 것은 준비된 자만이 거머쥘 수 있다는 것이 삶의 진리라는 것을 스스로 또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요즘에는 인터넷을 비롯하여 스마트폰 등에도 실시간 부동산가격,전망,주식,채권,펀드 등이 실시간으로 현재가 및 예상가 등을 잘 예측.보도하고 있어 조금씩 배워 나가고 현장 경험을 살린다면 좋은 결과를 얻으리라 생각한다.이현정저자는 법원에 경매로 나온 물건(物件) 등을 위주로 사방팔방을 누비고 있으며 좋은 결실을 맺어 이렇게 자신의 경매 스토리를 가감없이 친절하게 들려 주고 있어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갖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평범한 직장인,주부에서 일약 경매 스타로 우뚝 솟은 이현저자의 눈물겨운 노력은 값지기만 하다.경매는 혼자서 하는 것보다는 동호인 내지 절친과 함께 움직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경매 현장은 어리바리한 쑥맥보다는 고수들이 많기에 예상 낙찰가를 잘쓰는 통찰력과 대범함이 낙,패찰을 가늠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매를 통해 저자가 얻은 소중한 교훈은 베스트 존이라는 소문에 휩쓸리기 보다는 자신의 입장과 여건,꼭 사고 싶은 집,땅 등을 고르기 위해 셀프웨이를 백퍼센트 발휘하는 것이 유익하다는 점이다.비록 역세권,상권이 아니더라도 이를 잡듯 구석구석 뒤지면서 알아 간다면 직관력과 통찰력으로 원하는 물건(껀)을 획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경매에서 낙찰이 되고 나면 갖가지 세금이 붙게 마련이다.자신이 갖고 있는 자본금부터 대출금,취득세,등록세 등을 비롯하여 향후 예상되는 프리미엄까지를 고려하여 되파는 식으로 돈을 불려 나갈 수가 있다.경매 물건에는 예상치도 않은 복잡한 물건들이 있다고 하는데 일반인의 경우라면 복잡하고 신경 쓰이는 물건은 생각하지 말고 쉽고 간단하게 다가오는 물건(껀)들 위주로 알아 보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한다.경매에 낙찰하여 이를 되파는 것도 있을 것이고 임차인에게 세를 놓아 보증금과 월세금으로 또 다시 경매 새끼를 치면 돈이 돈을 몰아올 수 있다는 환상적인 생각까지 들었다.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마는 두 눈에 불을 켜고 돈이 되는 물건을 찾으러 다니는 사람에게 물건은 고개 숙여 항복할 것 같다는 은유적인 생각도 들었다.그렇다고 경매 물건을 찾아 다니는 사람 모두에게 물건이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경우에 따라서는 요행이 아닌 운(運)이 따를 것이기에 너무 집착해서도 안될 것이다.신체적,정신적 건강을 보살피면서 돈이 되는 것들을 학습과 실전경험으로 부딪혀 볼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