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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 고독한 사람들의 사회학
노명우 지음 / 사월의책 / 2013년 10월
평점 :
인간의 속성
사람인(人) 자의 원리를 보면 사람과 사람 옆에 사람이 비스듬하게 기대여 있는 형상을 띠고 있다.혼자 살 수 없는 자신과 타자와의 긴밀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의미도 함축되어 있다고 생각한다.엄마의 태내에서 열달 동안 엄마와 태아는 보이지 않고 알아 들을 수 없지만 극진한 정성과 따뜻한 모성애를 받으면서 무럭무럭 자라나고 산달이 되면 비로소 둘에서 하나로 분리되게 된다.이제 엄마 뿐만 아니라 아빠의 사랑과 애정 속에서 사랑스러운 존재이고 믿음직하게 기대와 희망을 한 몸에 받게 된다.그런데 일부이지만 게중에는 결손된 가정 및 우연찮은 부모의 사고사로 인하여 소년.소녀 가장이 되어 버리는 슬픈 사연도 있지만 사춘기를 거쳐 청년기에 이르면 자연스레 이성에 관심을 갖으면서 두 개의 성(姓)이 하나로 결합하여 '부부'라는 관계를 맺게 된다.또한 사회라는 울타리 속에서 불특정 다수인,관계된 타자와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몸은 비록 하나이지만 마음 속에는 이해관계를 비롯하여 친밀한 가족구성원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결코 혼자서 살 수가 없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라는 것이 자명한 이치라고 본다.
달라진 현대사회의 은둔형 인간
세상은 과학과 기술,교육수준이 높아지면서 개인주의의 경향이 점점 심화되어 가고 있다.즉 개인주의라는 것이 혼자 생각하고 행동하는 독불장군식의 개념이 아닌 사람과 사람간의 상호작용이 아닌 혼자서 삶을 꾸려 가는 부류들이 점점 늘어 나고 있다.혼자 사는 이들을 보게 되면 결혼생활이 원만하지 못하여 도중에 갈라서는 경우,부부 중 한 명이 먼저 세상을 떠나다 보니 혼자 남게 되는 경우,경제적 능력,외모,독신주의를 선언한 경우 등을 도처에서 발견할 수가 있다.그런데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스스로 사회적 루저(Looser)라고 여기고 사람들과의 만남,관계를 기피하는 것이다.사람보다는 게임,채팅,SNS과 같은 보이지 않은 것들에 몰입하면서 세상과 교유하는 것을 마치 취향인냥 푹 빠지는 중독현상이 개인 및 사회적인 면에서 커다란 손실이라고 생각한다.요즘 항간에 자주 등장하는 '히키코모리족'라는 은둔형 인간을 지칭하는데 이것은 결코 바람직한 삶이 아니라고 보며,정신적 질환에 속할 수도 있다.이러한 은둔형들에게 조금만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않고 진심으로 다가선다면 '외톨이'의 굴레에서 사회적 상호작용으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1인 가구 식탁과 4인 가구 식탁
1인 가구의 탄생
반면 외톨이,은둔형 인간,히키코모리라는 편견과 부정,음울과 따돌림과 같은 부정적인 뉴앙스를 떠나 스스로 1인 가구를 형성하여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부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이러한 현상은 돈과 물질이라는 경제적 능력을 우선시하는 현대인의 관념 속성상 남.녀의 결혼연령이 늦춰지는 경향에서도 찾아 볼 수도 있다.또한 남녀 간이 결혼에 대한 관념이 다소 차이가 나겠지만 죽어도 결혼은 하지 않고 혼자서 살겠다는 신념이 굳은 '싱글족'이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능력만 닿으면 '너도 나도 싱글족이 최고야!'라고 선언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즉 1인 가구는 가족이 없는 사람을 지칭하며 경제적 능력,사회적 지위,삶의 선택과 결정권을 쥔 자 등으로 대별할 수가 있다.나 자신은 기혼자로서 살다 보면 성격,경제적 문제,선택과 결정 등에서 의견차이,언쟁이 발생하게 된다.인간인지라 누군가로부터 자유가 없는 구속의 멍에를 씌우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때론 부자연스러워 그 울타리를 탈출하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한 번 맺은 인연을 쉽사리 끊을 수가 없고 얄팍한 본능과 감정에 사로잡혀 스스로 자신의 입지를 저하시킬 필요가 있겠는가 하고 인내와 체념으로 살아가야 하는 경우를 많이 느낀다.
'같이 살기'라는 훈훈한 가정 공동체가 핵가족화로 이어지면서 시부모와 자식이 함께 사는 경우는 거의 찾을 수가 없게 되었다.부모가 자식들과 사는 것을 우선 싫어한다.자식들이 결혼하게 되면 따로 사는 것이 편하고 서로를 위하고 자유스러워 좋다는 인식이 농후하다.그것이 현대사회의 부모,자식간의 달라진 삶의 풍속도라고 보여진다.또한 따로 살기를 비롯하여 1인 가구가 탄생된 배경에는 독일의 사회학자인 짐멜(Georg Simmel, 1858~1919)이 근대적 감수성을 잘 파악했는데 인격적 관계에 바탕을 둔 전통적인 공동체와 달리 익명성을 전제로 하는 메트로폴리스는 도시민들에게 특유의 정서적 태도를 낳게 했다고 말한다.
싫증과 냉정함 그리고 상호 무관심이 대표적이라는 것이다.이러한 태도는 전적으로 개성적 존재이자 사적 영역에서의 자기 결정권을 지닌 개인을 전제로 한다.짐멜의 논문 <대도시와 정신적 삶>은 이러한 경향을 잘 지적하고 있다. - 본 문 -
싱글족 즉 1인 가구는 화려할 수도 있고 지극히 궁상 맞을 수도 있다.경제적 지위가 높아져 가면서 남성보다는 여성 쪽에서 1인 가구수가 증가하고 있다.사회적 지위,경제적 수입이 늘어나면서 최대한 타자로부터 구속받지 않고 자신의 재주와 능력을 활짝 펼칠 수 있도록 혼자 살아 가려는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물론 경제적 수입이 많다 보니 가사일은 도우미를 쓸 것이고(세탁,청소와 같은 것은 여성 도우미,힘이 드는 일은 남성 도우미를 사용함),경제적 능력에 따라서는 고급승용차에 기사까지 붙일 것이다.그런데 경제적이고 개인적인 사회적 능력이 받쳐 준다면 이는 선망과 화려함의 상징적 존재가 될 수도 있다.이렇게 화려한 1인 가구,싱글족이 궁상맞은 싱글족과 대조가 되는 점은 사회적 인간관계의 폭이 넓으냐 좁으냐에 달려 있다고 보여진다.1인 가구 즉 단독인적 삶을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의존적인 삶을 살지 않고 자기만의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자기만의 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그중에 가장 중요한 점은 자신을 제대로 통제하고 사랑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늘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고 자신의 내면을 돌보며 성찰하는 가운데 홀로서기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고독과 홀로서기
20세기 영국이 낳은 여류작가인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 도달하고 말았는데 그녀는 화려한 저택을 원하지 않는다.모든 시설이 갖추어진 아름다운 전망,사색하기에 딱 좋은 공원을 원했고,창작 작업실의 규모,화려함의 차이를 떠나 최소치를 궁극적으로 원했다.'폭풍의 언덕'의 에밀리 브론테,'오만과 편견'의 제인 오스틴 등은 '자기만의 방'과 고정적인 소득조차 없는 조건 속에서 창작을 했다.그외 단독적인 삶을 살다 간 몽테뉴,쇼펜하우어와 같은 철학자들도 있다.이들은 통합의 힘이 강해서 집단을 이끄는 영웅적인 삶이 아닌 내향적인 사람들이고 특별한 존재들이다.진정한 고독을 음미하고 진정한 홀로서기를 하려고 생각을 집중하게 해서 신중하게 하고 반성하게 하고 창조할 수 있게 하며 최종적으로는 인간끼리의 의사소통에 의미와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숭고한 조건을 내면화했던 것이다.
혼자가 된다는 것에 대해
혼자가 되어 여생의 길이를 알 수 없이 살아 가는 독거노인들,타자와 사회관계를 거부하고 음울하게 혼자 살아 가는 히키코모리와 같은 은둔형,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혼자가 되어 살아 가는 1인 가구는 몸은 혼자이지만 마음은 타자와의 소통과 관계를 잃지 않았으면 한다.특히 IT산업이 발달하면서 얼굴을 마주하면서 말과 표정을 통해 인간관계를 넓혀 가는 것보다는 SNS에 중독되어 중등환자와 같이 의식과 사유가 온전치 못한 사람들이 늘어만 가고 있다.쉽고 빠른 인스턴트 액션,회답을 요구하고 즐기는 사람들은 궁상맞은 1인 가구와 뭐가 다르겠는가.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비록 풍요롭지는 못했지만 대학시절 할머니께서 시골에서 상경하여 혼자 이어가는 자취의 궁상맞음을 인정과 따스함,잔소리로 혈육의 끈을 보여 주신 그 시절이 그런대로 좋았다라고 생각한다.혼자가 된다는 것은 함께 있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타인의 도움 없이 혼자가 되어 살아 간다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기에 비록 1인 가구로 살아가더라도 모든 삶의 과정은 스스로 책임지면서 주체적으로 살아가되 타자와의 관계만큼은 소홀히 하지 않고 늘 '연대'한다는 생각을 지속시켜 나간다면 혼자도 살아 볼 만한 일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