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 꿈만 꾸어도 좋다, 당장 떠나도 좋다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1
정여울 지음,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 당선작 외 사진 / 홍익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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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에 대한 선입견 내지 인상은 역사,문화,예술,낭만이 서려 있는 지역이라는 것이다.이런 저런 이유로 먼 이역의 땅인 유럽의 요소 요소를 여행하는 사람들의 후기를 읽어 가다 보면 불현듯 시간활용을 잘하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유럽을 많이 다닌 사람이든 적게 다닌 사람이든 유럽의 각국에는 분명 그들만의 고유한 역사,문화,예술,정서가 잘 담겨져 있다.그리스.로마라는 신화적인 요소부터 중.근대의 다양한 철학과 건축,회화,사상에 이르기까지 볼 것,음미할 것 등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나는 이러한 것을 누군가에게 듣고 읽어 가면서 느낀 바이기에 비현실성이 강하다.직접 보고 듣고 체현해야 비로소 여행지의 모습이 선명하게 뇌리에 저장되고 가슴으로 품을 수 있는데 아직은 그곳이 나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더 나이가 들기 전에,경제적 여유가 바닥 나기 전에 용기백배의 기지로 가고 싶고 점찍어 둔 곳을 향해 가고 싶다.

 

 가보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유럽이라는 곳이 예스러우면서 진한 향기가 배어 있는 멋들어진 곳으로 각인되어 있다.인류역사가 시작되면서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통해 영토 확장과 수탈로 점철되었고,고대의 선각적인 철학가와 사상이 태동되었다.이러한 철학과 사상이 중.근대시대에 이어지면서 시민사상과 정치 이데올로기에도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이러한 사상들과 의식수준이 높아지면서 여성참정권이 발현된다.유럽은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라고 할 정도의 제국주의가 맹위를 떨치던 시대가 있었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유럽을 단일통화체제로 구축하려는 유로존까지 있어 명실공히 유럽은 울타리 없는 시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그렇다면 유럽이라는 나라는 고만고만한 나라들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국에 사는 이들에게 동경과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일까.개인에 따라 생각과 견해가 다르겠지만 내게는 종교와 관련한 건축,예술,회화가 묘하게 끌리고 전인적인 교육과 복지수준이 보편화 되었다는 점에서 동경과 선망이 생긴다.

 

이 글의 부제목이 '꿈만 꾸어도 좋다,당장 떠나도 좋다'가 나를 설레이게 하고 편안한 마음까지 안겨 준다.유럽이라는 나라들이 그렇게도 치안이 발달되어 외지인들을 마냥 친절하고 편하게 대해줄까 라는 물음에는 적절하고 센스있게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유럽의 언어들이 대부분 학술적인 용어인 라틴어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가 있다.잘은 모르지만 프랑스어,독일어,스페인어,이탈리아어 등은 남성,여성,중성 등과 관련한 단어 및 동사의 변화,복잡한 시제(Tense) 등이 해당 언어를 배우려는 초심자에게는 꾸준한 학습,인내력,암기력을 요구한다.속칭 '울고 들어 갔다 웃고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배우고 싶은 언어를 '아웃 라이어'에서 말하고 있는 10,000시간을(하루 8시간,3년 6개월) 수도한다는 셈치고 학습하여 자신의 것으로 삼는다면 해당 언어에 대한 전문가가 될 것이고 그 나라의 역사,문화,예술,트렌드까지 섭렵할 수 있는 장점이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유럽의 다양한 나라들을 소개했던 여행체험기를 몇 권 읽다 보니 스스로 테마를 정하여 유럽여행을 해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패키지도 좋겠지만 자유여행을 해 보는 것이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고 스스로의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갈 수 있는 능동적인 삶으로 변환되어 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젊은 나이이지만 유럽에 미치다 시피한 정여울작가의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을 글과 그림을 읽다 보니 마치 '유럽이 있어 내가 그곳에 간다'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고전과 현대가 공존하는 유럽의 여러 나라들,심미안과 사색,사유의 깊이를 더 해 주는 곳,시간과 세월이 켜켜이 쌓이고 쌓여 축조된 다양한 문화,예술,건축,회화의 그윽한 멋과 향기를 앞에 두고 있는 것과 같이 내 마음은 어느새 파리의 카페촌에 앉아 있다.그곳에는 널리 알려진 문인과 철학가들이 내집과 같은 아지트였고 사교장소였으며 영감을 찾아 내는 자기계발이 꽃피던 곳이었다.

 

 10개의 항목을 만들어 유럽 여행 스케치를 담담하게 그려 가고 있는 이 글은 정여울작가의 생생한 체험담과 스토리텔링이 가감없이 전해지고 있다.사랑,감각,식욕,주행,정지된 시간,살고 싶고 갖고 싶고,그들을 만나러,도전하고,유럽 속의 유럽의 모습 등이 이상적이고 낭만적인 표현으로 가보지 않은 독자들의 마음속을 유혹하고 있다.의외라고 생각되는데 프랑스,독일을 제외한 스페인,이탈리아,스위스,체코,헝가리,터키,슬로베니아,크로아티아,불가리아,몰도바의 이색적인 풍광이 전해지고 있다.여행 중에 떠오른 단상과 인용구 등을 통해 삶을 더욱 멋지고 아름답고 의미있게 살기 위해 작가는 유럽을 수도 없이 다니면서 체험했던 시간이 기적과 같고 그리워하는 법을 자연스레 터득했던 진정한 자유인이 아닐까 라는 감상이 깊은 잔상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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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케어
구사카베 요 지음, 현정수 옮김 / 민음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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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노령화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이 현상은 과학과 의학수준이 발달하면서 발생하고 있는 사회적인 문제이다.특히 서구선진국일수록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늘어 나면서 각종 사회적 현상과 제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그래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노령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비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노령화는 단순히 나이가 많다는 것을 떠나 노인들에게 자연스럽게 찾아 오는 각종 증상과 질병들이 개인의 건강은 물론 사회적 비용까지 생각한다면 이에 대한 대비책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한다.거꾸로 노령화는 지속되고 있지만 출산율 저하 현상은 국가의 경제부양과 관련하여 간과할 사항이 아니라고 본다.

 

 구사카베 요가 쓴 A케어의 원서(原書)

 

 

 생소한 용어이지만 일본에서는 '폐용신(廢用身)'이라는 용어가 우루시하라다다시(漆原糾)에 의해 만들어졌다.A라는 단어는 절단이라는 엠플리테이션(Amplitation)의 첫자인 A를 따고 케어는 데이케어에서 따왔다.노인들의 퇴행성 질병인 알츠하이머(Alzheimer)와 뇌경색 등에 의한 팔다리 마비 증상으로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고 불필요한 팔과 다리를 절단하는 경우를 일컫는데,폐용신은 팔과 다리가 마비되어 앉기도 걷기도 힘들고 괴저,괴사,욕창과 같은 증상으로 신체의 일부가 심하게 썩어 가고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생명의 위협까지 발생하는 경우 보호자 및 환자의 동의하에 팔과 다리의 일부를 절단하게 된다.이러한 수술을 처음 시도하게 된 사람이 우루시하라다다시였다.

 

 1999년 일본 고베시의 이진자카 클리닉으로 개원을 하게 된 우루시하라다다시는 뇌경색,뇌혈전과 같은 불수환자들을 대상으로 다리,팔 등을 절단하여 신체의 중량을 감소시키면서 욕창,괴저,괴사와 같은 환부가 더 이상 번지지 않고 환자가 살아 있는 동안 불편함을 해소시켜주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우루시하라다다시는 정직하고 고지식하며 환자들에게 정성과 배려를 아끼지 않았던 의사였지만 '폐용신'의 명목하에 팔,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이 일본 사회에 알려지면서 거센 항의와 질시를 받게 되었다.그는 언론 등의 거센 항의와 음모에 의해 결국 철로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되는데 그의 부인마저 다가오는 전철로 뛰어 들어 생을 마감하고 만다.팔과 다리가 마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호자 및 환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어떻게 절단할 수 있겠는가.우루시하라의 팔,다리 절단 소식은 일본 사회를 경악케 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처사는 비인도적이고 상업적인 메커니즘에 기인한 것으로 폄하되고 말았다.다행히 구사카베 요작가는 우루시하라의 생전 활동과 그가 남긴 유고(遺稿)를 바탕으로 최대한 그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팔,다리 절단에 대한 생각을 바로 잡겠다는 의도를 담겨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선 이진자카 클리닉에 내원한 치매성 및 뇌경색 보호자 및 환자들에게 A케어의 중요성 및 간이 지능 검사를 비롯하여 A케어의 중요성을 설명하여 팔과 다리 절단을 수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당사자들의 전적인 동의에 의해 수술에 들어 갔다.수술을 하고 나면 절단 부위를 불편하지 않게 끼울 수 있는 의수와 의족을 만들고 휠체어로 보행케 한다.수술을 받은 환자는 대부분 이전에 욕창과 같은 짓무름 등의 증상에 의해 고통이 컸지만 몸무게도 줄고 일상도 예전과 몰라볼 만큼 좋아졌다는 경험담이 줄을 잇고 있다.우루시하라는 13명의 치매환자,뇌경색 환자에게 절단 수술을 했는데 모두가 환자 및 보호자의 동의를 얻은 이후 신중하게 수술에 들어 갔던 것으로 보여진다.A케어에 대한 두려움과 좋지 않은 시선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 갔고 그의 부인마저 생을 마감케 했던 것이다.사실 작고한 선친도 당뇨병이 오래 되면서 한쪽 다리가 썩어 들어 가면서 주치의가 보호자인 식구들에게 생명의 위협과 심각성을 설명하면서 다리 절단을 권유했던 경험이 있다.아버지 본인에게는 안되었지만 혈류가 원활하지 않고 세균감염에 의해 환부가 심각해진다면 절단을 해서라도 남은 생을 편안하게 해 드리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라는 판단에 의해 다리 절단에 동의했었다.다만 수술후 환부가 봉합되고 귀가하여 얼마 못 가서 생을 마감하셨다.

 

 치매환자,뇌경색 환자들이 가족들에게 당하는 학대가 매우 심각하다는 점이 안타깝기만 하다.건강하고 경제력이 있을 때에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쳤건만 늙어 치매에 걸리고 뇌신경이 마비되는 등 신체부자유가 오자 가족들은 현재의 상황만 생각하고 환자를 내치곤 만다.신체적 학대,정서적 심리적 학대,성적 학대,경제적 학대,방임에 의한 학대 등 비인간적인 처사로 가득차 있다.모두 심신이 허약하고 기억력,인지력이 떨어지는 환자들을 말 못하는 짐승,사물을 대하듯 경악할 정도의 학대는 읽는 내내 비인륜적이고 비인간적인 처사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A케어를 적용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 절단하는 것은 폐용신일 것,본인의 명확한 희망이 있을 것,ADL(일상생활동작)의 개선,혹은 간호의 경감이 기대될 것,QOL(생활의 질)의 향상이 기대될 것,생명에 위험이 없을 것 -P152

 

 극단적인 예이지만 뇌경색 환자에게 가족들이 대하는 처사가 너무 경악스럽게 느껴지는데 한 환자가 남긴 테이프의 내용을 들어 보자.

 

 "한겨울에 나를 발가벗겨 밖으로 내던지고,물을 끼얹었다.못과 망치를 가지고 와서 귀에 대못을 들이댔다.기저귀 사용에 실패했을 때는 머리에 등유를 끼얹었다.유키오가 일회용 라이터를 가지고 아서 불을 붙여 버릴까 하고 말했다.아쓰코는 웃으며 보고 있었다.그때 느낀 공포를 떠올리면 지금도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다. -P324

 

 

 A케어를 받고 난 환자들의 반응은 다양하다.즉 A케어에 의한 상황 개선은 물리적으로 몸이 가벼워지고,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되고,간호자에게 스스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며,폐용신에 대한 한탄이 사라졌으며,폐용신의 아픔이나 쑤심,저린 느낌,나른함 등이 사라진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아울러 폐용신을 안고 있는 치매환자,뇌경색 환자를 간호하는 이들도 체중이 감소된 환자들을 보살피는 면에서 심적 부담이 줄어 들었다는 것이다.아울러 일본에서는 2000년 4월 늘어나는 노인들을 위해 간호호험제도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A케어를 읽으면서 우루시하라는 간이 지능검사를 비롯하여 환자에게 충분한 데이케어와 데이서비스,폐용신의 절단과 생활의 질,일상생활 동작 등에 대한 것을 친절하고도 자상하게 설명을 거친 후 환자의 동의가 있을 경우에만 폐용신의 절단 수술에 들어 간 것으로 보여진다.다만 악의에 찬 일부 언론의 보도와 짜고 치는식의 방영이 폐용신 절단의 잘못된 인식과 선입견을 낳게 되면서 우루시하라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던 것이다.'중과부적'이라는 말이 생각난다.아무리 좋은 취지,좋은 목적으로 타인에게 다가가고 행위를 했어도 불특정 다수를 가장하여 악의에 찬 공갈 협박은 당해낼 수 없었으리라.이와 관련하여 한국에서의 폐용신 절단에 대한 규정은 어떠할지 알아 보고자 한다.우루시하라의 명예와 진실을 정확하게 알리려 했던 구사카베 요작가의 생생한 현장 스토리는 전율과 공포,악의와 분노,명예회복과 진실 등이 교차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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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송 민음사 모던 클래식 65
율리 체 지음, 장수미 옮김 / 민음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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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면서 소송에 관계된 일을 겪어 보지는 않았다.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 삶을 살아 가려고 한다.다만 금전문제와 관련하여 몇 년 전 여동생이 뜻하지 않게 죽게 되고 여동생과 내연관계를 갖었던 사람이 죽은 여동생에게 돈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죽게 되자 당사자가 어머니 앞으로 '차용각서'까지 쓰고 금전문제를 몇 년 몇 월 며칠까지 이행하겠다는 것을 지키지 않고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약속기한을 어기자 우리측에서는 민사와 형사고발을 하려고 했다.다만 당사자는 자신이 민사건으로 소송 계류 중에 있으니 승소가 되면 금전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하여 기다리는 것 승소가 날 때까지 기다리자는 마음으로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데,작년 여름 고등법원에서 당사자가 승소를 해서 바로 금전문제가 해결되겠지라고 기대를 했건만 피고인측에서 '고법 판결이 억울해서 대법원에 항고하겠다'라고 하여 또 다시 대법원의 판결이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있다.차용각서 속의 금전문제는 나와도 직접 관련이 있기에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닌 만큼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자니 가끔은 속이 부글부글 끓어 오르기만 한다.

 

 소송은 억울한 원고에 의해 민사,형사 등의 소송이 이루어지게 마련이다.잘은 모르겠지만 소송을 걸게 되면 변호사,검사,판사 등을 거치는 소송에 관련한 서류 및 심문,재판,판결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경비,기회비용은 어마어마하다.왠만하면 당사자간의 합의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선 조금이라도 더 많이 받아 내고 상처와 고통을 받은 만큼 피의자에게도 그만한 대가를 지불시키겠다는 복수와 한이 많을 것이다.여동생과 관련하여 나는 할 말이 많은 사람인데 블로그에 필설로 남기기에는 복잡한 심경과 그간 상처와 고통으로 얼룩진 시간이 말도 못할 정도이다.금전문제로 여동생을 죽음에 이르게 한 그 사람,직접 마주치면 '면상에 똥물이라고 뿌려 놓고 수치심을 안기고 싶은 마음'이다.억울하게 당하고 상처와 고통으로 점철된 지난 시간이 빨리 가라앉고 내 삶에 빛이 나는 시간이 찾아 오기를 진정 마음으로 기원할 뿐이다.

 

 법학을 전공하고 법학박사까지 획득한 율리 체작가의 <어떤 소송>은 21세기 중반의 독일 사회의 모습을 가상으로 그려 내고 있다.법은 사회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체제가 바뀌어 간다고 생각하는데,어떤 소송은 참으로 환타지적이어 현실과는 약간 괴리감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이다.미래사회는 지금보다는 더욱 인간의 삶이 선진화된 기계문명에 의해 조종,감시,통제 당하는 시대가 되리라는 것을 예측해 본다.건강과 청결을 한 국가의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는 2050년 경의 독일 사회는 건강과 청결이 하나의 주류 이데올로기이다.건강과 청결을 주류 이데올로기로 삼으면서 이를 게을리하고 지키지 않는 자들에게는 사법의 잣대를 드리우고 심판을 한다는 다소 날카로운 사회의 단면을 그려 내고 있다.

 

 주인공 미아 홀과 그녀의 남동생 모리츠,이상적 애인 크라머 그리고 배심재판과 관련한 변호사,검사,재판장 등이 등장하고 있다.개인의 복리,국가의 복리를 취지로 삼은 건강,청결의 문제가 테러 전쟁 준비를 획책하는 자로 비화되면서 보편적 복리에 부담을 안기며 필수적 조사를 의도적으로 거부한 사실이 있다며 재판장은 미아 홀에게 무기 동결형에 처한다 하고 언도한다.과연 미아 홀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기에 무기 동결형에 처했던 것일까.

 

 미아 홀은 수면 보고서와 영양 섭취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죄목과 남동생 모리츠의 죽음에 대한 명예회복을 위해 싸우는 것인데 검사는 국가를 향한 테러 활동으로 단정 짓기도 하고 '울타리 위에 앉아 있는' 마녀로 생각한다.일명 마녀 사냥이다.미아 홀은 이상적 애인이면서 언론인인 크라머의 가슴에 와닿고 마음을 녹여 주는 얘기를 나누면서 재판에서 있을 예상 심문에 적절한 대답을 찾게 된다.즉 미아는 사회체제에 대한 충성심 뒤에 감추려 했다면,모리츠는 그것을 만천하에 공개했을 뿐이라는 점이다.자연과학자인 미아 홀은 유전과 관련한 부분에 해박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주장이 확고한 편이다.한편 모리츠는 사랑하는 애인을 잃게 되는데 그가 사랑하는 애인을 죽였다는 누명을 입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남동생의 죽음에 커다란 비애를 느낀 미아 홀은 당연 슬픔과 상처로 운동과 건강 관리를 소홀히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인데 결국 국가는 그녀를 형언할 수 없는 죄목을 뒤집어 씌우면서 무기 동결형에 처하고 만다.

 

 21세기는 계몽 시대가 끝나면서 돈과 물질이 개인의 삶을 지배하게 된다.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이 가중되면서 국민,종교,가족이란 개념이 의미를 잃어가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감을 잃고,가치의 몰락을 애기하고,두려움까지 갖게 된다.이러한 불안감이 개인의 삶과 거시 정치를 지배하고 있다.삶이 불안하고 삶의 질이 떨어지다 보니 출산율 저하,스트레스성 질병 증가,묻지 마 살인,테러리즘이 사회와 국가간에 만연되고 있다.이를 뛰어 넘어 앞으로의 국가는 불안하고 사회비용이 많이 드는 운동,건강,청결 문제를 이슈화하여 그럴듯하게 법리의 잣대로 이야기를 그려낸 율리 체작가의 '어떤 소송'은 현실성과는 좀 동떨어져 있지만 사회,국가가 개인의 삶을 극도로 지배하고 거시 정치까지 좌지우지한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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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수업 -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법륜 지음, 유근택 그림 / 휴(休)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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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 슬하에 있을 때에는 시간이 정지되어 있는 듯 지루하게 느껴진 적이 있다.어린 시절엔 조부모님을 비롯하여 대가족이 함께 한솥밥을 먹으면서 자랐다.옹색하고 비좁았던 초가의 두 칸 방에서는 가장 어른인 할아버지를 비롯하여 온식구들이 두 개의 밥상을 차리고 낮에는 일을 나가는 한편 밤이 되면 구들장에 피어 오른 군불이 윗방까지 따뜻하게 대펴 주면서 겨울날 추위에 내려 갔던 등짝의 기온들이 얼음 녹듯 스르르 녹아 가면서 단잠도 꿀맛 같던 시절,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아무 걱정,근심없던 행복하기만 했던 날들이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곤 한다.

 

 스무 살이 되어 할아버지의 작고하시고 서른 두 살 때 할머니마저 작고하시면서 포근하고 풍성하던 집안이 썰물과 같이 밀려 나가는 듯한 느낌을 감출 수가 없었다.특히 할아버지의 작고는 내 생애 커다란 삶의 충격이었다.임종을 지켜 보았던 터라 삶과 죽음의 경계가 무엇이고 죽음을 맞이한 순간 사람의 모습이 그렇게도 평온할 수가 없다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허무하고 덧없다라는 것을 실감했다.할아버지의 작고가 내게는 삶의 상실이고 비애였다.그 시절 대학 문턱을 밟았을 무렵이라 삼우제를 지내고 바로 상경하여 대학생활에 충실하려고 마음을 잡았지만 상실감이 아물 때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다.그것은 할아버지의 자애로움의 삶의 과정에서 보여준 성실과 근면,그리고 '언중유골'과 같은 인생의 가르침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유를 그대로 보여 주었던 내 앞의 큰 나무였기 때문이다.

 

 뭉게구름과 같이 더디게 흘러 가던 이십대를 넘어 사회인이 되고 결혼을 하면서 이제는 태풍의 속도 만큼 시간은 잘도 흘러만 간다.내 나이,내 젊음을 챙길 틈도 없을 만큼 일에 채이고 생계에 몰두하다 보니 어느덧 사십을 넘고 이제는 오십에 들어 서게 되었다.삶의 길이는 개인마다 다르고 느끼는 바도 다르겠지만 이즈음 되니 몸과 마음에 여울이 지게 되었다.가족을 위해 자신을 위해 쉼없이 부딪히면서 경험했던 날들이 내게는 '시행착오'의 값진 과정이 되었다.이것이 내가 살아가는 소중한 바로미터가 되어 준 셈이고 내 뒤를 이어가는 자식들에게 쓰고 달콤한 잔소리가 되어 줄 것이다.내가 조상들로부터 물려 받은 정신적 가르침이 세대와 세대를 연결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인간에게는 다양한 삶의 무늬들이 아로 새겨진다.부모에게 물려 받은 DNA와 같은 기질적인 측면부터 학습과 경험에 의한 성품과 사회성으로부터 다양한 감정과 이성이 쌓여 간다.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금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현재의 자신을 희생하고 헌신하면서 각박하게 살아 가고 있다.지금 느끼는 삶의 질이 낮아서 우울하고 슬프다고 말을 하지만 엄밀하게 따지고 보면 현재의 자신의 삶을 타인과 비교하여 나타나는 증상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나는 살아 가면서 때론 남들과 비교하여 내 자신을 타인보다 우위에 놓이기를 바라면서 치열한 경쟁을 해 왔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에는 무모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우선 자신을 냉철하게 판단하여 잘잘못을 가리려고 했던 것이 아니다.되든 안되는 남보다 잘되면 된다 라는 강박관념이 컸던 것이 무모한 경쟁의식이 생기고 목표로 삼았던 결과는 낮을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여진다.내가 내 자신을 가장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수준을 똑바로 알고 겸허하게 일과 삶을 다져 나갔더라면 좋았을텐데 라는 자성을 많이 한다.

 

 빠르게 흘러 가는 시간 속에서 이젠 건강과 노후 문제가 은근 걱정이 된다.게다가 아이들 교육비마저 태산과 같아 목표와 계획을 잘 세워 아이들 교육지원에 소홀함이 없이 사회인으로서의 예비책을 잘 세워 나가기를 바라고,우리 부부는 노후에 발생할 경제적,건강적인 문제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소식(少食)을 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며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자신만의 삶의 무늬를 그려 가려고 한다.유한한 인간의 삶 속에서 나와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과는 삶이 다하는 날까지 멋진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또한 멋진 삶,후회없는 삶이 되려면 '수행'한다는 기분으로 나날을 맞이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견지하려고 한다.우리 윗세대와 달리 내 자식들 세대에게는 삶의 이정표를 아이의 가능성과 능력에 맞춰 지원을 하면서 왠만하면 내 힘으로 남은 삶을 꾸려 나가려고 준비하고 있다.늙어 자식들에게 바라는 것이 꼭 나쁘다고는 할 수가 없지만 자식들에게 정신적,물질적 짐이 된다면 살아 있는 의미와 가치는 떨어질 뿐이다.특히 자식이 태어나서 사회인이 될 때까지 일일이 챙기고 간섭하고 보호하는 부모는 부모도 정신적으로 힘들지만 자식에게도 온실 속의 화초와 같이 자립심과 경쟁력을 키워 주지 못하기 때문에 자식이 어느 정도 사회성을 갖추게 되면 부모와 자식간에 일정한 선을 긋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고 견해이다.

 

 이 글을 쓰신 법륜스님의 말씀은 매우 이성적이고 냉철하고 현실적으로 다가온다.부모가 자식들을 위해 한평생 사서 고생하는 삶의 방식을 떠나 내가 우주의 주인이고 독립체로 거듭나기 위해 예전과 같은 부모의 역할을 벗어나 내 삶의 방향타를 제대로 인식하면서 즐겁고 유익하고 빛나는 인생이 되어 주기를 바라고 있다.언젠가는 부부,친구,지인 모두가 세상에서 멸하는 날이 올 것이다.오래도록 사랑을 나누던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 상실감과 비애는 클 것이다.이에 법륜스님은 이를 치유하는 방법으로 상대에 대한 참회를 말씀하고 있다.

 

 '나하고 산다고 당신 정말 고생 많이 했다.정말 미안하다.'와 '그래도 3년간 살아줘서 내 삶에 좋은 경험이 됐다.'이다.

 

 내 곁에 영원히 있어 줄 수 없는 것이 인생인데 가까운 이를 보내는 것을 두고 언젠까지 상처와 비애를 안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남아 있는 자로서 감사와 참회로 사랑했던 이를 보내고 남은 삶을 지금보다 더욱 멋지고 빛나도록 추스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또한 내가 실천하고 있는 삶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보살은 일체 중생을 구제하되,중생을 구제한다는 생각이 없다"라는 <금강경>의 구절은 이해관계에 찌든 속세인들에게 값진 교훈을 안겨 준다.남에게 주고 베푸는 행위는 이미 내 것이 아니다 라는 마음을 갖는 것이 인과 덕을 쌓는 길이다.뭔가를 바라고 주었다고 생각하면 괴로움과 원망의 염(念)이 몸과 마음을 얼마나 괴롭힐 것인가.이와 견주어 내가 자식을 낳고 키우면서 헌신적으로 뒷바라지 한 것에 대한 보답과 답례를 갈구하기 마련인데 만일 자식이 살아가는 형편이 좋지 않아 보답,답례를 해 주지 못한다면 부모는 자식을 자식답게 생각하지 않고 불효자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에 응어리와 한(恨)을 안을 것인가.

 

 인간에게는 무수한 욕망과 탐욕이 자리잡고 있다.자신의 노력과 능력에 의해 그 욕망과 탐욕이 이루어진다면 괜찮겠지만 불가능한 인생의 목표,경쟁의식으로 덧없는 삶을 살아가야 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현재 삶이 힘들더라도 현재의 삶에 감사하고 자성하면서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 더욱 빛나고 값진 삶의 가치가 아닐까 한다.짧은 인생을 어떻게 하면 보다 유익하고 멋지고 빛나는 삶이 될 것인가를 좋은 말씀을 해 주신 법륜스님의 통찰력 있는 구절들이 생각의 전환을 해 주고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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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발랄 맛있는 남미 - 상
이애리 지음 / 이서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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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군대를 가게 되었는데 입대를 하기까지는 5개월 정도의 여분의 시간이 있어 뙤약볕에서 배수관 옮기기 작업과 시립 도서관 입구 잔디밭 만들기 등 아르바이트를 하여 약간의 용돈이 생기게 되었다.당시(1980년대 중반) 1달 정도 아르바이트를 하여 30만원 정도를 벌게 되었는데 이것으로는 대만 어학연수를 갈 상황이 되지 않아 부모님께 일부를 드리고 나머지는 누구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겨 내심 좋은 기분이었다.그런데 마음 한켠에선 대만 어학연수를 다녀와야 중국어에 대한 자신감도 생기고 취업에도 용이할 것 같아 아버지께 졸라 댔더니 하시는 말씀이 "네가 군대 간 사이 매달 3만원 가량씩 저축해서 제대하면 대만 어학연수 보내주마"라고 하여 기대와 설레임으로 부풀었다.그리고 시간이 흘러 제대를 하고 다시 복학하기까지 4개월 정도의 여분이 시간이 생겨 대만 어학연수 갈 돈을 모으셨냐고 여쭤보니 배시시 웃으시면서 그냥 "담에 보내줄게"라고 하시는 것이다.잊지 않고 기대를 모았던 대만 어학연수는 일장춘몽의 물거품으로 변하고 마음을 고쳐 먹고 복학과 동시에 취업 준비 모드로 들어 가게 되었던 시절이 엊그제 같다.

 

 대학졸업을 하고 바로 취업을 했지만 제대로 된 외국어 구사는 하나도 없는 가운데 달랑 졸업장 하나로 과연 내 자신의 재주와 능력을 살릴 수가 있을까 라고 고민하던 중 전공인 중국어를 제쳐 놓고 대학시절 한국에 왔던 일본인 유학생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 일본에 초청 좀 해달라고 의뢰를 하면서 대만은 머리 속에서 사라지고 일본에 갈 부푼 꿈으로 가득차면서 초청장,여권,비자 등을 준비하여 드디어 처녀 비행기를 타고 일본땅을 밟게 되었다.일본인 친구가 공항에 마중 나와 나를 맞이해 주었는데,완벽하지 않은 일본어에 3개월간 체류할 곳과 체류목적 등을 세관원이 꼬치꼬치 캐묻는 바람에 식은 땀을 흘리면서 둘러 댔지만 수상타 싶어서인지 세관원 사무실에 앉혀 놓고 내보내 주지를 않는다.그런 와중에 일본인 친구의 얼굴이 사무실 창문 밖으로 빤히 보여 내심 '원군이 찾아 왔구나'라고 안도하면서 세관원에게 일본인 친구를 동석해 줄 것을 요구했다.내 말이 진실이었는지 친구의 얼굴을 보고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일본인 친구의 정성스런 설명에 의해 나는 무더운 여름날 일본땅을 밟게 되었던 것이다.

 

 내가 일본에 간 목적은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약간의 여행비를 벌어 일본의 각지를 자유여행식으로 다니는 것이었다.그러한 꿈이 친구의 도움과 주선으로 실현이 되었다.헤이안시대의 도읍지였던 교토의 모호텔에서 그릇닦기,간단한 튀김요리와 맥주 및 안주서빙(호텔 옥상에 마련한 비어가든)을 하게 되었다.성실하고 근면한 일본인 특유의 성격,기질이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물씬 풍겨 나오면서 일본인의 단면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며,함께 일하던 일본인 동료들과의 어울림,소통으로 조금씩 일본어 실력이 향상되고 아르바이트 1달이 지나니 호텔 총무과에서 급료 봉투를 내게 건네 준다.매일 거의 10시간 이상을 쉬지 않고 일했던 결과로 20만엔 가까이 받을 수 있어 이를 일본 모은행에 예치시켜 놓았다.두 달째도 거의 20만엔 수준의 급료를 받고 3개월 째에는 13일 정도만 일을 했다.비자 만료기간 10일 정도를 남겨 놓고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두루 다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한국과 달리 교통비,식비,숙박비가 턱없이 비싼 편이다.당시에는 엔화가치가 높지 않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비교하니 비싸기 짝이 없었다.그래서 꼭 가고 싶은 곳 예를 들면 오사카의 재일교포가 운영하는 재래시장,일본 3대 절경 중의 하나인 아마노하시다테,그리고 신칸센을 타고 도쿄를 구경하는 것이었다.물론 도쿄에도 일본인 친구가 있어 경비를 절약할 수가 있어 다행이었고 이곳 저곳을 안내받을 수가 있어 일석이조의 여행의 즐거움을 누릴 수가 있었던 것이다.

 

 일본 교토에서의 아르바이트는 호텔 손님들이 먹고 난 뒤의 그릇들을 쉼없이 씻고 닦는 것의 연속이었고,오후에는 튀김 재료를 뜨거운 기름에 넣어 튀김을 손수 만드는 것이었다.튀김 재료가 프랜차이즈식으로 만들어져 나오기에 적당한 온도의 기름에 튀겨 올리면 되는 것이다.그런데 철로 되고 기름을 부을 수 있도록 사각형 식용유통의 상단 모서리를 양손으로 잘못 잡는 바람에 매끌매끌하면서 날카로운 단면에 양손 검지,중지가 잘리면서 출혈이 발생하게 되었다.곁에 있던 일본인 동료가 재빨리 응급처치를 해주고 총무과에 알려 산재처리가 가능하도록 도와 주었다.그 덕분에 1주일 정도는 통원치료를 받으면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일본인이 아니기에 의료보험증이 없으면 치료비용이 많이 나올까봐 호텔에서는 고육책으로 나를 일본인 가명을 만들어 주면서 치료를 받게 해주었다.친절한 병원 의사의 진료와 치료 덕분에 예리한 부분에 베였던 손가락이 아물면서 다시 호텔 아르바이트(튀김은 하지 않게 되었다)로 복귀하게 되었다.교토의 일본인 친구는 참으로 고맙기만 한 존재이다.혼자서 이곳 저곳을 다니기도 했지만 그는 자비를 들여 처가가 있는 시골 및 관광명소도 손수 안내해 주었다.3개월이라는 일본 체험은 비록 단편적이지만 일본의 역사,문화가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교토를 중심으로 나만의 일본여행을 할 수가 있어 멋지고 향기나는 시간이 되었다.지금은 연락이 두절되어 어느 곳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모를 당시 일본인 친구의 고마움과 감사함이 온몸으로 전해지는 것 같다.

 

 '어학연수=영어'가 아니라는 '인생의 진리'를 깨달으면서 자신이 일하면 번 돈 500만원을 가지고 278일간 남미 6개국을 무식하게 여행했다는 이애리작가의 남미 여행에세이를 읽으면서 불현듯 청춘시절 내가 무모하게 동경했던 일본땅에서의 일본 체험이 교차되었다.남미는 멕시코의 마야문명과 중남미의 아즈텍문명 그리고 안데스산맥 부근의 잉카문명이 살아 있는 곳이다.그래서 이 도서에 묘한 끌림이 있어 읽게 되었는데 남미 여행지에서의 문명과 유적,역사,해당국의 국민성 등 보다는 이애리작가의 좌충우돌식의 체험기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색다른 여행기를 맛보게 되었다.콜롬비아,에콰도르,페루 모두 잉카문명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15세기 이후 스페인의 침입과 제국주의로 인해 현재는 인디언 고유의 언어와 문명은 사라지고 초기 스페인 제국주의자들이 남겨 놓은 제국주의 유산이 잔존해 있다.이 세 나라는 아직 개발도상국에 있다 보니 빈부의 격차가 심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일고,이애리작가가 다녀 간 곳들은 주로 원주민격인 인디언들이 사는 마을과 학교,그리고 최후의 여정지 마추픽추이다.생활수준이 낮고 교육열이 낮다 보니 삶의 질은 낮기만 한 곳들이다.그렇지만 이애리작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헛헛함을 달래기도 하고,영어 선생님이 되어 그곳의 학생들을 지도하고 한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태권도 시범까지 보여 주었던 이애리작가는 물질문명이 선진화된 국가들이 아닌 물질문명 수준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인간의 순수한 정이 살아 있는 곳들을 몸소 체험했다는 점에서 그녀의 젊은 시절의 무형자산이 아닐까 한다.남미가 아직은 치안수준이 떨어지기에 여성 혼자 다니기에는 두려움이 있는 곳,그리고 마추픽추 여정길에서 만남 '베드버그' 벌레는 몸에 향수가 짙게 배인 사람한테만 달겨 든다는 것이 인상적인 부분이다.'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하라'는 말이 엉뚱발랄 맛있는 남미를 읽고 난 뒤의 감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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