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여행자 - 히말라야 도서관에서 유럽 헌책방까지
김미라 지음 / 호미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의 역사,금서,책의 정신 등 책에 얽힌 도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이러한 도서들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점은 '인간은 생각과 사유의 동물이다'라는 것이다.순수한 학문적 성격도 있고 정치,종교를 비판하는 사회적 성격의 도서도 있다.봉건시대까지는 교황,황권,영주들에 의해 통치되던 시절이었기에 통치권자들의 정책을 비판하는 도서들은 검열과 통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산업화,시민혁명이 시작되면서 시민의 권리와 자유가 더욱 가치를 띠면서 책을 만드는 저자 및 작가들의 움직임은 활발해져 왔다고 생각한다.지난 날 수많은 도서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국가의 통치권자에 의해 분서가 되고 작가는 행동의 자유가 없었을 정도의 암흑기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물론 현대사회에서도 주류 이데올로기가 무엇이고,체제와 이념에 따라 출판 검열 및 통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수많은 책이 자연과 인간에 의해 사라져 갔지만,그중에서 0.1퍼센트만이라도 살아남으면,그것만으로도 새로운 개혁과 재생이 가능했다.어렵사리 지켜 낸 종자씨처럼 살아남은 0.1퍼센트의 고대 그리스의 책이 있었기에 오늘날 현대 정신은 여기까지 도달할 수가 있었다. -P18

 

 사람은 어느 환경에서 자라났느냐에 따라 삶의 정신이 결정지어진다고 생각한다.유년시절 부모와 함께 히말라야 산속에서 발견한 지하 도서관의 기억이 성년이 되어 사람들의 영혼이나 진리가 관심대상으로 바뀌면서 세계 각지의 도서관을 탐방하고 있는 김미라작가의 이 글은 기존의 도서와는 다르게 간결하고 임팩트한 인용구와 현지의 생생한 장면을 그대로 전해 주고 있어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오는데,그것은 작가의 왕성한 독서이력과 풍부한 감성 및 통찰의 힘이 가미된 것이라고 보여진다.

 

 책을 많이 읽고 생각을 다듬고 정리해 나가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실천으로 옮겨진지가 몇 년 흘렀다.며칠 밥을 굶은 사람처럼 닥치는데로 허겁지겁 책을 읽다 보니 마음의 양식과 생각의 힘을 그자리이고 남는 것은 공허와 그릇된 욕망에 불과했다는 자성을 요근래 많이 해 본다.많이 읽는 것도 좋지만 밥알을 꼭꼭 씹으면서 천천히 먹는 것이 건강에 좋은 것처럼 책을 읽는 속도와 자세도 이와 비슷하게 해야 정신적,신체적 건강에도 유익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사실 책 욕심이 많았던 점과 그때 그때 나의 시선과 욕망을 채워줄 도서들의 유혹(?)도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어찌되었든 개인의 시간이 허락하는 한 쉼없이 책과 함께 지내 온 시간은 고귀하고 성스러울 뿐이다.읽고 싶어도 읽을 여력과 건강이 허락하지 않는 상황이 온다면 그때엔 내 영혼도 점점 고목과 같은 존재가 되버리지 않을까 라는 생각마저 든다.

 

 "책은 죽일 수 없다.책은 탄생과 죽음을 스스로 결정한다.일단,'병이 깨지면' 생명의 숨결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간다.목소리가 도망쳐 험난한 길을 간다.그리고 정신은 늘 부딪치고 변형되고 축제를 벌인다." -P23 나디아 타지 -

 

 책을 읽다 보면 눈꺼풀이 아래로 처지면서 꾸벅꾸벅 졸리는 시간대가 있다.식사를 하고 바로 책을 읽는 경우인데 식사후 얼마 지나지 않으면 신경이 마취에 걸린듯 이완되면서 나른해지는 것이다.신경이 예민한 편이라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편이기에 졸음이 가시게 되면 바로 직전 읽은 뒤부터 바로 읽어 내려 간다.졸리기 전까지 읽었던 내용이 어느 정도 머리 속에 정리가 된 상태 이를테면 문학의 경우 등장인물,사건과 전개 상황 등을 감지하고,인문학의 경우에는 전체적인 윤곽을 정해 놓고 현시대상황과 개인의 존재감 등을 대입시켜 놓고,경제.경영분야는 글로벌 경제상황과 미래에 대한 예측의 계기로 삼는다.역사 및 예술분야의 경우는 비록 자료와 삽화를 중심으로 삼되 약간의 상상력과 심미안을 가미하려고 하는 편이다.이렇게 개인적인 독서성향을 정해 놓고 책읽기에 몰입하는 편이다.

 

  하루에 86,000권 가량의 간행물이 쏟아져 나오는 출판업계 및 시시각각 전해져 오는 각종 정보,뉴스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가운데 챙겨야 할 것도 부지기수이다.이제 어느 정도 읽어 왔으니 '꼭 삶에 필요하고 자양분이 될 만한 교양서적 위주로 가자'고 스스로 다독이고 있는 중이다.허기지고 굶주린 사람마냥 무분별하게 뇌와 마음 속에 쑤셔 넣었다가는 정신착란증이 올지도 모른다.무엇을 읽었으며 내용은 무엇이며 내 삶에는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가,나는 무엇을 터득하고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인가 등에 대한 최소한의 비판력과 학습력을 배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불어난 황하의 홍수의 물살과 같이 거침없이 출간되는 도서들은 자칫 잘못하면 인간을 책을 소유하는 현상이 아닌 책이 인간을 소유해 버리는 지경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해 본다.책이 아무리 좋고 책을 사랑하는 애서가일지라도 책도 자신의 코드에 맞는 책을 선택하고 읽어야 삶이 더욱 윤택해지고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뇌와 정신상태가 포화에 이른 경우를 두고 니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망각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P125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율리시스를 쓴 제임스 조이스의 사연이 깃들여 있는 곳)

 

 

 도서수집가의 얘기고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고즈넉하면서 주황색 전구빛이 실내를 감싸는 좁은 공간에 빽빽이 쌓여 있는 고서점의 풍경은 고서의 진가와 의미를 아는 자들의 단골지점일 것이다.내게는 고서점에 추억은 많지 않다.1990년대 중반 청계천이 복원공사 이전의 동대문시장의 골목과 청계천 주변이 고서점 거리였는데 잠깐 눈요기만 했을 뿐 진귀한 도서를 고르는 수고와 재미를 느껴보지를 못해 내내 안타깝기만 하다.책의 역사가 오래되고 고서점이 많은 서구유럽 중에 프랑스 파리는 고서점가로 유명한 것 같다.어떤 사물에 생명이 깃들어 있다고 여기며 숭배해 온 것인 패티시를 비롯하여 순결한 책과 헌책,초판과 절판,유일본,서점 밖 떨이 장사,헌책방의 보이지 않은 책도둑,휴머니즘의 성지인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사라져서 전해져 오고 편지에만 남은 서점 등을 다채롭게 취재하여 전해주고 있다.인상적인 부분은 책이 탐이 나서 책을 훔친 책도둑은 엄연히 범법행위라는 것,그리고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는 오랜 역사와 함께 다양한 작가들이 머물렀던 추억 깊은 장소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자연에서는 가장 일찍 일어나는 새가 가장 많은 벌레를 잡는다.하지만 도서 수집의 세계에서는 벌레를 보았을 때 그것이 벌레인 줄 알아채는 새가 모든 걸 차지한다." -P205 마이클 새들러

 

 이제 도서의 전성기라고 할 만큼 책은 필요한 사람에게 아니 불특정 다수를 향해 상업적으로 흘러가는 양상과 출판업계의 치열한 경쟁이 과연 독서의 본래 목적인 교양의 함양과 진리탐구로 가는 길일까 라는 의구와 우려가 짙다.우후죽순격의 출판업계를 탓할 마음은 없지만 이왕 책을 만들 바에는 책의 생명이 오래가고 불특정 다수에게 공감과 교훈,영감의 원천과 환상,활력,욕망을 채워 주는 존재물이 되어 주기를 바래본다.그리고 나도 주로 집안,전철,쉼터 등에서 책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는데,가끔은 역사가 깊고 고색창연하고 미로와 같은 고서점 안을 즐기면서 절판,유일본과 같은 도서를 낚아 채는데 명수가 되어 보고 싶다.

 

 "오래된 책은 이 세상이 젊었을 때의 이야기이다.새로운 책들은 나이 든 세계의 열매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를 위한 최소한의 정치 상식 - 국회 기자들이 들려주는 대한민국 국회 정치의 모든 것
양윤선.이소영 지음 / 시공사 / 201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의도(汝矣島)가 미군 비행장으로 쓰이다가 1966년 착공,1975년 9월 완공되어 어느덧 39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국회의사당은 입법과 민의를 대변하는 정치1번지이기도 하다.39살이 된 국회의사당은 지역민에 의해 선출된 선량들이 모여 정치현안과 민생을 위한 법안 등을 심의하고 의결이 붙이기도 한다.선량들은 진정으로 지역과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히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여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동분서주 찾아 다니면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기도 하지만 후보시절 선거비용으로 들어간 막대한 돈을 되찾으려 각종 이권행위에 개입하면서 물의를 빚기도 한다.일반인들은 국회의원이 하는 일을 일일이 알 수는 없지만 국회대정문질의,청문회,총리를 비롯한 고위직 인사들에게 인사검증 등이 매체에 비춰지는데 일부이지만 수준 낮은 질의자,답변자들을 접하다 보면 '그나물에 그밥'이라는 자조 섞인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정치는 나라를 다스린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는데 실상 의원들이 하는 언행을 주의 깊게 들여다 보면 자신의 잇속 챙기기에 바쁜 이들이 대부분이라는 생각이 앞선다.4년에 한 번 꼴로 치뤄지는 총선거가 다가오면 후보들은 자당의 영수에게 잘 보이려 안간 힘을 기울이면서 은밀한 로비활동도 빈번해지고 부산나게 바빠진다.다행히 지역후보로 선출되고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유세차량,후보의 연설,운동원들의 후보 알리기,잘 가지 않던 시장,불우이웃들을 만나 지역민의 생활수준 제고 및 낙후된 지역 재개발을 선심공약으로 내세운다.나라의 살림,지방정부의 살림 등이 어떻게 배분되고 조율되는지는 모르지만 과연 후보시절 내놓았던 공약(公約)들이 철저하고 완벽하게 지켜졌는지 의원님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친지 중에 지방에서 풀뿌리 민주정치를 하셨던 분이 계시기에 간접경험을 했던 적이 있다.지역의원은 의원으로 선출된 뒤 4년 내내 거의 지역에 발을 들여 놓지를 않고 지역의원 사무실의 사무장들에게 일을 떠맡겨 놓고 간간히 보고만 받는다고 한다.또한 지역 사무장이 자신을 대신하여 일을 하고 있다면 활동비(식비,유류비 등)를 보조하는 것이 마땅한데 수전노마냥 땡전 한  푼 내놓지 않는 의원이 있었다는 것을 듣고 그분의 겉과 속이 부동하다는 것과 정치가는 정치꾼에 불과하다는 것을 씁쓸하게 느꼈다.

 

 정치부 기자로 국회의사당의 의원,활동,주위를 샅샅이 경험하고 조사하여 내놓은 이 글은 한국 정치수준 및 국회의원의 자질을 액면 그대로 보여 주는 글이다.젊은 여성 기자들이 거의 5년의 국회의사당 출입경험을 다루고 있기에 국회의원들의 일일 활동과 주요 행사 등이 여과없이 기술되어 있다.국회의원들도 신(神)이 아닌 이상 능력의 한계가 있을 것이고 타당과의 힘의 역학관계상 불가피하게 지역민들과의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그렇다면 이 상황을 있는 그대로 지역신문 및 지역을 관리하는 사무장들에게 전달하여 이해와 양해를 취해야 마땅할 것이고,차선책을 내놓아 지역민들이 의원에게 거는 기대와 신뢰를 쌓아 나가야 선량다운 선량으로 거듭나리라 생각한다.

 

 국회의원의 하루는 빽빽한 일정으로 짜여져 있다고 한다.보좌관들이 잡아 놓은 일정표에 따라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 줄 모를 정도이다.국회의원(지역구의원 합쳐서 모두 300명)들은 일정에 따라서는 입법과 예산 활동을 비롯하여 지역민과 간담회,지역민을 위한 연설,의원 대 의원간의 물밑접촉 등 국정 전반을 위해 신경이 무척 날카로울 것이다.국회의 꽃이라고 불리워지는 국정감사가 다가오면 특히 관련 공무원들이 자료를 만들어 내기 위해 가장 바쁘게 움직인다고 한다.TV에서 자주 시청하는 장면이지만 국정감사시에는 당리당략을 떠나 국익을 우선순위로 하여 관련 당사자에게 심도 있는 질문과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가차없는 질책과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짜고 치는 고스돕'과 같은 국정감사는 이제 삼척동자도 알 수 있기에 의원들의 정치적 수준이 민생과 나라를 위한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특히 눈살을 찌푸리는 장면은 예산안 처리이다.숫적으로 우세한 여당의 대표인 국회의장은 야당의 반대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전권을 이용해 예봉을 '땅땅' 두드리고 만다.

 

 국회의사당의 돔은 국민의 다양한 의견들을 찬반토론을 거쳐 하나의 결론으로 이끌어낸다는 의회 민주정치의 본질을 상징하고,처마를 받쳐주는 기둥(열주)은 24개로,24시간 24절기 내내 국정에 최선을 다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P206

 

 국회의사당,국회방송을 출입하면서 정치1번지인 국회의 맨 얼굴을 생생하게 전해 주고 있는 이 글을 읽으면서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흥미진진한 내용도 있고,음성적이고 은밀하게 국민을 속이려는 여론조사,'호화.혈세낭비'의 지탄이 되고 있는 제2의원회관도 있는 그대로 스케치하고 있다.국회의사당과 의원사무실,의원회관,각종 부속실 등이 거미줄마냥 미로와 같이 형성되어 있다.나라를 다스린다는 정치(政治)라는 의미에서 바르게 다스린다는 정치(正治)로 거듭나 주기를 선량들에게 바라 마지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런어웨이 - 도피할 수 밖에 없었던 여자의 가장 황홀했던 그날
앨리스 먼로 지음, 황금진 옮김 / 곰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201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앨리스 먼로작가는 단편소설의 천부적인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행복한 그림자의 춤>,<미움,우정,구애,사랑,결혼>을 읽고 이번 <런너웨이>를 읽고 나니 3권 째 읽은 셈이 된다.개인적으로는 어느덧 장편소설에 재미를 느끼고 알게 모르게 길들여져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그런데 원고지 100장 남짓 분량의 단편소설이라면 중편소설 못지 않게 작가가 풀어 내려는 스토리의 전개에 따라 글의 완성도 및 작품성이 결정되리라 생각하는데 앨리스 먼로작가의 소설 한 편 한 편은 내게는 커다란 울림과 공감을 안겨 주기에 충분했다.

 

 앨리스 먼로는 여성의 관점에서 세상과 일상,인간군상의 심리 묘사를 매우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그려 내고 있다.그녀가 1930년대 초반에 태어났으니 어린시절 겪었던 대공황,제2차 세계대전,경제위기 등이 캐나다에도 영향을 주었으리라 생각한다.작가의 고향이 시골이라 산업화와 도시화가 덜 된 시대를 살아 왔기에 시대의 변천과 사회구성원의 의식세계 그리고 작가가 직.간접적으로 겪었던 시간과 세월 속에 묻어나는 경험담에 대한 소재와 스토리텔링은 무궁무진할 것이다.현재 83세의 노령인 앨리스 먼로작가는 삶의 후반생을 걸어 가고 있기에 지난 세월은 주마등과 같은 파노라마와 같기도 하고 아련하게 잊기 어려운 지난 시절의 삶이 그리울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글은 표제인 런어웨이를 비롯하여 총8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요즘에는 남자들도 셋만 모이면 수다스러운 분위기가 된다고 하는데,앨리스 먼로의 작품 속에는 속앓이를 하는 여인의 사연과 수다성 섞인 에피소드들이 그야말로 잔잔하고 정교하게 흘러가고 있다.8편 모두가 여성의 입장에서 남성 및 남편과의 관계를 그려내고 있다.때로는 종교적인 화제를 놓고 신앙에 대한 관점의 차이로 심적갈등을 빚다가 먼훗날 무신론자로 살아온 자신을 성찰하는 부분에서 인간은 나약한 존재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한다.맨마지막 글인 에서는 의사 윌프와 세 여인이 등장하는데 백혈병으로 죽었다던 테서가 길에서 올리를 만났다고 전하는 낸시의 말을 믿어야 할지 말지 헷갈리기만 했다.

 

 런어웨이는 남편 클라크의 진정한 사랑이 없는 가운데 섹스만 해왔다고 생각하는 부인 칼라는 집을 떠나고자 하면서, 제이미슨 부인의 도움을 받게 되는데 애완동물 플로러마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남편 클라크가 애완동물 플로러를 멀리 보내고 대신 아내 칼라는 제이미슨 부인의 격려성 편지를 받으면서 집나가는 것을 포기하고 만다.우연,머지않아,침묵 줄리엣이 주인공이다.교사자리가 비어 잠깐 자리를 지키다 본교사가 복직하자 줄리엣은 기차여행을 떠나면서 기차간에서 에릭을 만나 엉겹결에 퍼넬러피라는 아이를 낳게 되고,교사였던 줄리엣의 아버지는 성격상 교사로서의 학생들 앞에서 근엄성을 잃어 퇴직을 하고 야채장사를 하게 되는 사연과 딸 퍼넬러피를 부모님께 보여 드린다.후일 남편 에릭은 새우잡이를 하다 변사체로 변하면서 해변가에서 쓸쓸하게 화장을 하게 된다.나아가 퍼넬러피가 성년이 되면서 자신이 젊은시절 목사로부터 신앙과 신의 존재에 대해 무신론적인 발언과 신앙의 불필요성이 집떠난 퍼넬러피의 인생에 잘못된 영향을 줄 수도 있겠다고 줄리엣 스스로 자성을 한다.

 

 그레이스와 모리,닐,트레버스 집안의 이야기를 다룬 열정은 알코올 중독에 의해 그레이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었지만 사과의 의미로 수표를 건네면서 새출발을 알리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허물에서는 잘 알지 못하는 네 명이 차를 타고 가다 토해내는 이야기는 부모의 자격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즉 친구 같은 부모로 남을지,아니면 귄위 있는 부모로 남을 것인가 말이다.반전은 남자를 거의 모르던 연애숙맥이고 연극을 좋아하던 로빈이 몬테네그로에서 코럴을 만나는데 그는 쌍둥이 형제였다는 사실에 아연실색을 하지만 말못할 사연을 털어 놓고 싶을 때 그를 찾을 것이다.

 

 여성의 사연은 천갈래 만갈래인가 보다.읽어도 읽어도 의미중심이 무엇인지 이해가 잘 안갈 때가 많다.앨리스 먼로 작품 역시 주마간산격으로 읽었던 탓에 충실한 서평이 되지는 못했다.내 어머니 세대,내 또래의 여성 그리고 현대여성들이 남성들과 겪었고 겪었을 법한 스토리는 잘 재워 놓은 불고기감마냥 아래에서 즙이 새록새록 우러나오고 있는 것과 같이 오랜 시간 숙성되어 발효된 음식과 같은 사연이 듬뿍 담겨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앨리스 먼로작가의 사연은 참 자연스럽고 아름답고 재미있게 다가 오지만 여성이라는 마음이 속으로 새기면서도 맛맛한 상대를 만나면 '안주 씹듯' 자근자근 털어 놓기도 하나 보다.특히 인상 깊게 다가오는 부분은 사연,감정,대화의 내용이 구구절절하게 끊어지지 않지만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다는 점이다.우리 일상 속에 흔히 있을 법한 사연과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치즈가 좋다 - 꿈을 찾는 당신에게 들려주는 꿈을 이룬 이야기
매트 페로즈 지음, 홍상현 옮김 / 이책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시절 가슴에 품었던 꿈을 이루어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아마 대다수는 극히 평범한 일상과 생계를 위해 살아 가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어떤 사람은 그렇게 말할 것이다. "지금 살아가는 것도 버거운 실정인데 언제 새로운 것에 도전하여 새로운 삶을 꾸려 갈 수 있는가"라고 되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그런데 하던 일을 완전히 멈추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은 자신보다는 우선 가족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경제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어린시절 품었던 내 꿈은 과연 무엇이었는가? 라고 묻는다면 딱 부러지게 답변을 못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현실은 비록 힘이 들고 어깨에 내려 놓은 짐은 철근마냥 묵직하더라도 자신의 내면에 살아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을 용기와 도전의 힘을 한 번쯤 살려 보는 것은 어떨까.정규직이든 프리랜서와 같은 자영업자이든 지금의 일은 밥벌이이기에 내려 놓을 수 없겠지만 불필요한 일에 매달리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면 마음 먹기에 따라 살아가는 재미와 즐거움,행복을 느끼면서 살고 싶다면 학원을 다니든,현장체험을 하든 몰입과 집중을 할 수 있는 곳에서 묵거수행을 얼마 동안 하다 보면 반드시 좋은 결과,성취를 맛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갖어 본다.시작이 어렵지,일단 벌려 놓으면 누군든 학습과 훈련을 통해 준전문가의 수준은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다양한 자기계발서,삶 속에서 얻은 체험담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에세이 모두 타산지석이 되어 준다.그런데 읽고 액기스와 같은 내용물들을 자신의 것으로 옮겨 놓지 않는다면 그것은 한낱 공허한 염불에 불과할 따름이며 삶의 발전에는 아무 소용도 없을 것이다.특히 에세이의 경우에는 직접 겪었던 경험담을 생생하게 그리면서 장애물이 찾아 올지라도 굴하지 않고 꿈을 이루기 위해 계속 전진해 나가려는 의지와 끈기,근성이 담겨져 있는 글이라면 '나도 그렇게 되보고 싶다'든지 '내가 취할 바는 무엇인가' 등에 대해 스스로 비교해 보고 나은 점이 있다면 취하는 쪽으로 삼는다.그래야 지루하고 따분한 삶도 환기시켜 주면서 몸과 마음 속에서 새로운 희망과 에너지가 꿈틀거리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잘 나가는 직업인 '국가 감사원 회계사'가 '2013년 프랑스 치즈 대회'에서 챔피언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가 없다.매트 페로즈작가는 돈을 아무리 잘 벌어도 매우 쳇바퀴 돌아가는 일상에서 회의를 느끼면서 자신의 꿈을 살릴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던 참에 매트의 어머니의 요리솜씨를 어깨 너머로 많이 배웠던 것이 잠재력이 되고,부모님이 오랫동안 프랑스에 머물렀던 것이 촉매제가 되어 매트는 우선 프랑스 부르노 농장을 찾아 간다.부르노 농장에서 만난 염소들과 친해지면서 원유와 목축업에 대해 현장 체험을 하게 된다.그리고 프랑스 체제기간이 지나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 휴직을 신청하고 그의 애인인 젠의 동의를 얻어 프랑스 리옹 근처로 거주지를 옮겨 '치즈'만들기 체험을 해 나간다.

 

 프랑스는 이사 서류가 꽤 까다롭고 외국인에게는 프랑스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도록 강요하는 듯하다.약간은 배타적이지만 자국어에 대한 애정과 애착이 강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매트는 처음에는 치즈 만들기보다는 치즈 동굴이라는 곳에서 치즈 관리를 하게 된다.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서 치즈 만드는 법과 관리하는 법을 터득하면서 그는 직접 매장에서 치즈 판매를 직접 시도하게 되면서 가게를 찾는  손님들의 소비심리,치즈에 대한 반응 등을 묻고 대답하다 보니 주인에게 눈총을 받기도 한다.현재 치즈의 천국인 프랑스에는 치즈 종류가 1,000개가 넘는다고 한다.매우 놀랍기만 하다.우리가 흔히 시장에서 사오는 치즈는 쫄깃쫄깃한 연육질의 치즈인데 매트가 만든 치즈들을 보면 종류도 많고 모양도 다채롭기만 하다.소,산양(양),염소 등에서 짜낸 원유를 잘 가공하고 숙성시켜 만든 치즈는 역사도 꽤 오래 되었다.중앙아시아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 치즈는 현재는 어느 나라에서든 각종 요리에 없어서는 안될 재료임에 틀림없다.

 

 1) 치즈들은 계절,날씨 그리고 동물의 기분에 따라 조금씩 맛과 향 등의 상태가 변하기도 한다.치즈는 지리적인 특성과 자연 환경에 다라 독특한 개성과 향미를 내는 대단히 매력적인 음식이다. -P90

 

 2) 치즈를 만들기 위해서 넣은 레닛과 치즈 안에 포함되어 있는 중요한 미생물들은 우유,치즈 제조실과 제조 장비 및 주변 공기 등을 통해서 치즈에 들어가는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박테리아,이스트,그리고 곰팡이 등의 모임이라 할 수 있는데,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효소들이 치즈의 개성을 만들어 낸다. -P168

 

 매튜는 치즈가 좋아서 치즈 만들기 경험을 쌓았을 뿐인데 프랑스 치즈 대회에서 예상치 못한 우승을 차지하면서 콧대 높은 프랑스 치즈인들을 눌렀다.그는 치즈 대회를 목표로 하지는 않았지만 부르노 농장에서의 염소들과의 체험,리옹에서의 치즈 관리 그리고 레 알에서의 치즈 판매,납품 등을 통해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반응 등을 몸소 체험을 하면서,한편으로는 꼭 치즈 만들기로 자신의 꿈을 성취해 내고 말겠다는 의지와 끈기,열정과 에너지가 넘쳤던 것으로 보여진다.또한 결혼을 앞둔 그에게 젠이라는 애인이 곁에 있어 주어 더욱 마음의 의지가 되고 힘과 용기를 얻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왕자 이우 - 조선왕조의 마지막 자존심
김종광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 소설을 읽다 보면 '만일~했더라면'식의 가정을 해볼 때가 있다.그것은 일종의 후회 섞인 말이고 되돌릴 수 없는 기왕지사이다.그러한 말이 나오는 이면과 배경에는 현실에 대한 불만일 수도 있고 지난 역사 속에서 나라의 힘이 유약한 데에서 오는 성찰과 다짐이라고 해석한다.가까운 과거이든 먼 과거이든 위정자를 비롯한 대외관계상 비롯되는 힘의 역학에서 한수 낮은 쪽이 분함과 설욕을 달래기 위한 고육책에서 만일~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텐데 라고 되뇌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개인이든 국가든 힘의 역학에서 밀리지 않고 열세에 놓이지 않는다면 지난 역사를 놓고 분분한 의견을 내놓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구한말 광무제(고종),융희제(순종)의 뒤를 이를 적자가 바로 의친왕의 아들 이우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이미 조선은 외세의 열강에 포위되어 주체적으로 주인 노릇을 해 보지도 못하고,왕조의 인척들 간의 파벌싸움과 갈등이 심화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일본제국에게 나라를 넘긴 을사오적을 비롯하여 자본가,친일세력,지주 등이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기만 급급했고,진정으로 나라의 독립과 민생을 위해 분연히 일어선 의병,독립운동가들은 자신의 몸을 초개와 같이 내던지면서까지 자주 독립을 위해 희생해 왔다.지난 구한말 시대 상황과 허약한 국내상황을 감안할 때 몸소 느끼는 것은 국가의 지도자의 국정능력과 국방에 대한 철학이 강하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고,멀게는 사색당파,왕의 외척들의 세도정치,개화파와 수구파의 갈등과 알력이 구한말 외세에 의해 조선이 무너져 간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왕자 이우는 의친왕 이강과 수인당 사이에서 둘째로 태어나지만 첫째인 이용길에 비해 남자답고 의협심이 있으며 잃어 버린 나라를 자주적으로 독립시키겠다는 뜻을 일찍부터 품게 된다.특히 융희제(순종)가 이우를 차기 왕으로 유지를 남기면서 그에 대한 기대가 컸다.흥선대원군의 적장자인 이제면의 장남 이준용이 후세가 없자 이우를 양아들로 삼게 된다.이준용 역시 흥선대원군의 적손자로서 왕위를 물려 받을 왕자로 기대가 컸지만 청국의 위안스카이,리홍장 등의 반대로 인해 좌절되고 만다.이제 조선이 일제에 의해 국권을 잃게 되면서 조선총독부가 조선을 송두리째 통제하고 착취해 나간다.

 

 내선일체화라는 명목하에 이우의 6촌격인 이은이 일본의 정략에 의해 볼모로 일본에서 강제유학을 하고 이방자여사와 정략결혼을 맺게 한다.이우도 일본제국에 의해 강제 유학을 하고 그곳에서 황족,귀족 출신들만 다닌다는 학습원(각슈인) 학교를 마치고 육군사관학교에 다니게 된다.이우는 학창시절 괴팍스럽지만 마음 속으로는 늘 '조선의 자주 독립을 이루고야 말겠다'라는 의분을 불사른다.수업시간이든 놀 때든 조선에 관한 조롱섞인 말이 나오게 되면 그는 바로 응사(應射)한다.비록 피제국의 신분이지만 나라를 욕하는 것만은 못 참겠다는 자존감과 의협심이 강했던 것으로 보여진다.반면 이은은 황태자의 신분에 일본에 순응하는 저자세를 보였기에 해방후 그가 귀국하는데에 정부와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김종광작가는 이우에 대한 다양한 역사적 자료,다큐멘터리를 참고로 하여 밀도 높고 가독성 있는 글을 전개하고 있다.이우가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겪었던 다양한 에피소드들 이를테면 1923년 관동대지진,1936년 일본 육군 병사들의 쿠데타사건(2.26사건), 1945년 일본이 연합국에 의해 패망의 기색이 짙어가던 상황까지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히로히토 천황이 일본이 항복할 것인가,아니면 항전할 것인가를 놓고 군고위 관계자 및 황족과 왕족들에게 의견을 물어볼 때 이은은 히로히토 천황의 귀에 거슬리지 않게 조심스럽게 답변을 한 반면,이우는 속에 있는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표현한다.

 

 "항복은 필연적입니다.항복해야 합니다." "일본이 항복하기로 했다면,조선은 즉시 독립되어야 한다." "일왕은 서양제국에 항복하기 이전에,우리 조선의 독립을 승인해야 한다.구 대한제국 황실(왕공족)에 통치권 반납 등을 문서로써 확약해야 한다." "삼십육 년 전에 강제로 합병조약을 맺었으니,삼십육 년 만에 순리대로 해방평화조약을 맺자는 것이다." "일왕,조선을 반환하라! 반환하라! 반환하라!" P270~271

 

 얼마나 통쾌하고 멋지고 장한가? 이우는 그 길로 곧장 히로시마 근무지로 향하는데 가던 날이 장날이었던가? 미국이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던진 날이었다.이우는 원자폭탄의 영향으로 그가 그리던 대한의 자주 독립을 보지 못하고 말았다.영친왕 이은이 정략결혼과 일본 천황에 순응적인 자세를 보인 반면 이우는 박영효의 친손녀인 박찬주와 결혼을 하는 등 파격적이고 자주적인 자세를 보였다.일제는 왕족을 대우한다는 차원에서 이우 곁에는 몇 명의 보디가드가 늘 보살펴 주고 있다.이 글이 크게 두 개로 나뉘어져 있는데 하나는 이우 실록을 중심으로 한 것이고 또 하나는 이우에 관한 외전(外傳)을 싣고 있다.나는 만일 이우가 대한의 독립까지 봤더라면 어떻게 되었을 것이라 라는 말보다는 이우가 왕족의 신분이었지만 정신적으로 대한의 자주 독립을 이루어 백성들이 행복하게 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부분을 높이 사고 싶다.그가 비록 짧은 생을 살다 갔지만 조선의 자주독립을 꿈꾸고 실현하고자 했던 혁명가였고,누구와도 잘 어울릴 수 있는 호쾌하고 담대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