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괴테를 읽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류시건 옮김 / 오늘의책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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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의 대문호인 괴테의 작품을 대한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매우 의미있는 시간이 되어 주었다.그것은 폰(Sir) 괴테가 60여 년에 걸쳐 심혈을 기울인 파우스트 인간의 욕망과 죄,구원을 다룬 문제이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이 인간으로서 가야 할 도덕적,윤리적인 문제를 현실적이면서도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그런데 인간은 과연 신의 존재와 같이 흠없이 완벽한 존재로 살아 남을 수가 있을까? 미약하기 짝이 없는 인간은 문제와 실수,오류투성이라고 생각한다.다만 만물의 영장류로서 생각과 사유를 통해 보다 나은 삶의 목표를 추구하고,체제와 규율에 의해 선을 벗어나는 행위를 금하는 현실적인 법체제와 양심적,도덕적인 면을 강조하는 종교윤리적인 영역이 있기에 해서는 안될 일,선을 넘는 행위는 경험과 판단력에 의해 얼마든지 조절이 가능하다고 생각을 한다.

 

 60여 년에 걸쳐 완성한 괴테의 역작 <파우스트>는 크게 2부로 나뉘어져 있다.방대한 분량이기에 자칫 독서의 흥미를 못느낄 수도 있지만 괴테의 생애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면 파우스트의 전체적인 내용의 전개와 줄거리는 괴테의 삶의 연장선상이라는 생각마저 든다.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괴테는 법률학과를 졸업하고 베츨러 고등법원에서 근무를 하게 되는데,그곳에서 삼각관계에 놓여 있던 샤를롯테를 알게 되고 이루어질 수 없는 쓴 사랑의 맛을 맛보게 된다.후일 이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에 나온 것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고 한다.젊었던 괴테가 느꼈던 순수하고 여린 사랑이 결실을 이루지 못한 채 주인공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사연을 담고 있어,독자로 하여금 연민의 정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괴테는 후일 파우스트를 쓰게 되는데 애초부터 1,2부로 나뉘어진 것이 아니다.먼저 쓴 내용과 후일 쓴 내용을 검토하여 편집을 하는 과정에서 1,2부로 나뉘어지고 그 내용도 형식면에서나 내용면에서 상이하기에 독자들을 위해 나뉜 것으로 보여진다.1부는 시인이면서 학자인 파우스트가 현세적인 인간의 한계를 느끼면서 관념적이고 이상적인 학문 세계를 떠나 속세와의 교유하고 가까워지려는 행위가 잘 나타나 있다.또한 2부에서는 기독교 성경 구절과 그리스 신화를 가미한 상징적인 구절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1.2부 공통적으로 중심적인 인물은 단연 메피스토펠레스이다.타락과 죄,처벌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우스트는 이성간의 사랑을 갈구한다.1부에서는 그레첸과의 속세적인 사랑,2부에서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헬레네와의 사랑의 속삭임이 잘 묘사되어 있다.하나의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대서사극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다.파우스트,메피스토펠레스,그레첸,헬레네,주님,천사의 무리,천문학자,탈레스,호문클루스,네레스 그외 단역들이 파우스트의 내용을 보다 충실하게 매꿔 주고 있다.

 

 파우스트를 읽다 보니 거의 모든 대사가 매우 시적이면서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괴테는 이러한 시적인 말들을 전개하면서 인간의 욕망,죄,구원이란 무엇인가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괴테 자신이 고등법원에서 근무하면서 삼각관계에 있던 샤를롯테를 대상으로 삼아 그레첸과의 관계를 현실과 이상이라는 이분법을 교묘하게 살려 내고 있다.또한 성경 구절을 인용하면서 인간의 타락과 죄,처벌은 인간에게 필요한 덕목이고 경계해야만 하는 것인가를 사유하게 만든다.수많은 등장인물과 쉽고 빠르게 전개되어 가는 시적인 언어들이 마냥 간과해서는 안되는 구절들로 가득차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인간과 동물,지상과 천상을 오고 가면서 다양한 장면들은 독자로 하여금 파우스트가 처해 있는 입장과 생각을 읽어낼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시인이면서 비현실적인 삶에서 허물을 벗고 속세에 진입하려는 파우스트와 매우 현실적이며 감언이설로 타인을 잘 꾀는 악당역의 메피스토펠레스의 대조적인 성격도 빼놓을 수 없다.인간의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욕구를 놓고 선과 악이란 과연 무엇인가도 이 글을 전체적으로 관통하는 대목이 아닐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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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영 이별 영이별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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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역사를 되돌아 보면서 역사적 사건과 인물의 심리를 감성적인 차원으로 그려 놓은 역사 소설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작중 인물 속으로 빠져 들 때가 있다.섬세한 필체에 풍부한 감성력을 글 속에 뿌려 놓은 글이라면 독자 누구든 가하는 쪽보다는 (억울하게)당하는 쪽에 동정과 연민의 정을 싣곤 한다.이것은 인간의 정서상 보편적으로 갖게 되는 감정 기제가 아닐까 한다.특히 여성이 작중의 주인공인 경우에는 동성이라는 힘이 작용하여 작중 주인공 속으로 빠져 들게 되면서 감정의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김별아작가는 이러한 작품을 연속 작품화하여 독자들의 매마른 감성을 촉촉히 적셔 주고 있는 셈이다.그런데 역사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과 통찰력이 가미되어 있기에 취사선택의 몫은 독자에게 있기에 이야기 전부를 믿어서는 안 될 것이다.

 

 조선 시대는 성리학이 국가의 정체,사회의 전반을 아우르는 규범이 되었기에 남존여비,장유유서 이념과 사상이 큰 축을 이루었다.또한 수많은 왕권쟁탈,사화,사색당파,세도 정치 등으로 인해 국가의 기반이 흔들리기도 했다.국가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정치 지도력도 중요하지만 문과 무의 균형적인 인사배치와 양인과 상인의 계층간 위화감,허약한 왕권을 대신한 왕의 인척과 세도가들의 권력 전횡은 조선시대를 관통해 왔던 낡고 썩은 시대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 후손들이 거의 왕권을 계승하는데 주로 적장자를 내세우는 것이 원칙이고 관례였던 것으로 보여진다.혹 적장자에게 인격적,정치적인 허물이나 오류가 있을 경우에는 신하들의 의견과 중론을 참작하되 인사결정은 생전에는 왕이 내리거나 유훈으로 남기기도 했다

 

 문종의 아들이었던 단종은 12세에 왕으로 등극하게 되지만,왕의 찬탈을 노리던 그의 숙부 수양대군은 정치적 걸림돌이고 방해세력으로 여겼던 김종서,황보인,남지 등을 척결한다(계유정난 1453년).나아가 그의 정적이면서 형제였던 안평대군 유배를 보내면서 왕이 되기 위한 본격적인 수순을 밟는다.물론 이것은 정치적 쿠데타이면서 사변이기도 했다.어린 단종은 숙부 수양대군의 거침없는 정권욕을 알아 차리고 스스로 상왕으로 물러 나고 수양대군에게 선위(禪位)를 하게 된다.수양대군은 왕 세조로 찬극하면서 단종을 노산군으로 강등시키고 강원도 영월로 유배를 보낸다.이러한 가운데 성삼문 등 사육신은 단종의 복위를 내세우다 처참하게 희생되고 동생 금성대군도 복위를 꾀하다 관노의 고변에 의해 발각되어 사사되고 만다.수양대군이 만일 세종의 장남이었다면 조선의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되뇌어 본다.

 

 단종의 부인이면서 송현수의 여식인 정순왕후(定順王后)는 남편 단종이 노산군으로 강등되고 정순왕후는 서인으로 강봉되는데,현재 동대문 근처 영미교(永尾橋) 근처에서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고 한다.이에 착안하여 김별아작가는 영미교에서 헤어졌다 해서 언제 만날지 모르는 둘의 헤어짐을 영이별,영영이별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다.정순왕후가 남편 단종과 헤어지고 서인으로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의 과정을 당시의 사건과 추리,상상력을 가미하여 애잔한 필치를 들려 주고 있다.정순왕후가 남편 단종과 헤어지고 단종의 뒤를 이은 세조부터 예조,성종,인조,명종,연산군,중종에 이르기까지 7대의 왕들의 행적을 알고 있었다는 듯 들어서 알고 있다는 듯이 죽음을 맞이하는 희미한 기억의 순간에서 남편 단종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식지 않았음을,죽어서도 다시 만나고 싶어 하는 사모의 정념이 한많은 여인의 심중에 붉게 물들어져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지 말고

 

 미워하는 사람도 만들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 괴롭고,

 

 미워하는 사람은 만나 괴롭다 『법구경』 -P54

 

 지아비를 잃은 정순왕후는 서인으로서 갖은 오욕을 견디면 살아남아야 했던 것은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해 살아 남아야만 했던 생존력이 아니었을까 한다.권력은 달콤하지만 권력에서 서인으로 강봉되면 그 삶은 위리안치 되었던 유배인이 형극의 길을 걸어야 했던 것과 다름 아니었을 것이다.지아비였던 단종과 헤어지고 혼자 살아야만 했던 64년의 세월은 영겁의 세월 앞에서는 찰라와 같지만 부부로서 달콤한 행복에 젖어 들기도 전에 독수공방 긴 세월을 오매불망했던 정순왕후 그 여인의 삶은 개인의 삶이 아닌 조선 왕조의 비극이었다고 되뇌어 본다.정치권력의 맛은 달콤하기 이를데 없지만 그 맛이 다하게 되면 소태보다 더할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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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뇌, 우울한 뇌 - 최신 심리학이 밝혀낸 낙관과 비관의 비밀
일레인 폭스 지음, 이한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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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삶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살아가는 동안 아프지 않고 걱정과 스트레스가 덜하면서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목적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 즐겁고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이 아닐까 한다.그런데 말대로 즐겁고 행복한 생활이 당장 실현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즐겁고 행복한 생활을 누리기 위해 어떠한 삶의 설계도를 그려 실천해 나가느냐에 따라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행복도는 지금보다는 더 나은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한다.시중에는 자기계발서와 관련하여 긍정 마인드를 불어 넣는 도서들이 범람하고 있는 가운데,삶의 목표,삶의 질 향상을 위해 어떠한 '뇌'작용을 하느냐에 따라 혼과 삶의 활기를 불어 넣는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뇌 속에는 시냅스를 통해 신경 전달 물질이 많이 분포되어 있다.생각과 감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즐거운 뇌,우울한 뇌가 달라지리라 생각한다.달리 말하면 낙관주의 뇌,비관적인 뇌로 구분할 수가 있다.인간은 살아 가면서 수많은 사람,다양한 사건,사고를 접하면서 살아가기 마련이다.당연 좋은 일 반,좋지 않은 반이 아닐까 한다.기쁨과 환희,설레임과 기대감으로 가득차 있을 경우에는 뇌의 회로와 망은 엔돌핀,세로토닌,도파민 등이 분출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아드레날린,코티솔과 같은 호르몬이 분출할 것이다.어떻게 하면 즐거운 생각과 감정을 많이 품으면서 삶이 보다 유연하고 윤택해질 수 있을까?

 

 오늘날과 같이 무한경쟁 시대에 돈과 물질이 지배하는 시대에서는 서로가 경쟁상대로 비춰진다.겉으로는 호의적이고 떠받드는 지원군이라 할지라도 이해관계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세력판도 속에서는 늘 긴장과 스트레스로 정신적 두뇌 소모가 많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이러한 시대상황,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하면서 이에 스스로 맞춰 간다든지 아니면 타협과 논쟁을 통해 부조리와 모순에 맞설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그런데 개인의 생각과 감정을 지배하는 사회체제는 개인의 힘으로는 바꿀 수 없는 불가항력이라는 커다란 바위가 놓여 있으므로 부득불 수용하면서 생각과 뜻을 함께 하는 세력들과 연대의 힘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고 최선이라고 생각을 한다.

 

 인간의 삶이 늘 즐겁고 행복한 일로 일관되어 간다면 개인과 사회 발전이 있겠는가.두려움과 공포,긴장과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개인이 이에 적응하려 노력하고 개선하기 위해 나름대로 분투하는 것이다.사회도 마찬가지이다.사회부조리,모순 등의 현상도 일시에 해소된 것이 아니다.뜻있는 사람들의 피와,땀,희생이라는 값진 산물이 있었기에 지금과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판단한다.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상황을 뛰어 넘어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성공은 열정을 잃지 않은 채 실패를 거듭하는 능력이다." -P100 윈스턴 처칠

 

 나는 하는 일이 순조롭지 못하고 거의 자포자기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때 성공했던 사람들의 과거 이력을 살피면서 내 자신을 추스리기도 한다.(일반적인 얘기이지만)세계 역사를 빛낸 인물들의 생애를 보면 태어날 때부터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보다 한미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어려운 가정 환경을 극복하려 스스로 자신의 삶의 목표에 매진했던 열정적인 인물들이 많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면서 조금 더 겸손해지려 한다.자신이 하는 일이 과연 최고인지 또는 자신에게 가장 적합하여 몰입과 집중을 해 나가고 있는 일인가를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아는 자신이 스스로에게 묻고 대답하면서 매사에 대처해 나가려는 긍정의 힘을 불어 넣어야 할 것이다.

 

 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로 인간의 감정을 다양한 과학적 측면에서 연구하고 있는 일레인 폭스저자는 인간의 감정기제를 유전학,신경과학,심리학의 세 가지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부모의 기질을 빼닮은 DNA와 살아 가면서 뇌에 전달되는 신경학적인 측면 그리고 개인의 기질에 따라 생각과 감정이 설정되는 심리적인 측면으로 즐겁고 우울한 뇌를 설명해 주고 있다.아무리 바꾸려 해도 바꾸기가 힘든 것이 유전자 환경이 아닐까 한다.개인의 성품,기질은 유형별 혈액형 특징과 비슷하기 때문에 타고난 성격을 존중하고 배려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이 글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신경과학적인 측면은 개인의 노력과 의학치료에 의해 어느 정도는 개선이 된다는 것이다.뇌의 유연성은 7세 전에 경이로운 변화 능력을 보여 주지만,경험과 학습에 의한 '신경가소성(神經可塑性)'은 7세 이후에 상상 이상으로 더 유연하다는 사실이다.특히 아주 어린시절 외상후에 겪는 트라우마도 심리치료 및 소거훈련이 가능하다.불안하고 공포스러운 생각과 감정을 지인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소통의 기회를 다져 가면서 스스로 상처를 아물게 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간의 정서 반응을 조정하는 뇌 회로와 망은 개인에게 맞는 개별적인 방식으로 발달되는 것으로 보여진다.기쁨,두려움,생각,꿈 등 모든 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로 융합되어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독특한 뇌 회로 집합을 빚어냄으로써 우리의 정서 뇌를 형성한다고 한다.비근한 예로 사물과 현상에 대한 태도인데,"물이 반밖에 남아 있지 않네" 대신 "물이 아직도 반이나 남아 있네"라고 사물과 현상을 대하고 인식하는 접근자세가 뇌와 감정의 기제를 보다 밝고 생산성 있는 방향으로 선도해 나갈 것이다.비록 현실의 삶은 녹록치 않지만 지금부터라도 자신에 맞는 삶의 목표를 수립하여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즐겁고 우울한 뇌는 바로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달려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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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 세계의 역사와 지도를 바꾼 물고기의 일대기
마크 쿨란스키 지음, 박중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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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화,도시화는 인간의 삶에 편리함과 풍요로움을 안겨 주었지만 이에 반비례하여 동.식물들의 생태계가 무참히 파괴되어 가고 있다.이와 더불어 오존층 파괴,기후 온난화 그리고 인간의 삶에 기본이 되는 식량문제도 점점 더 그 심각성을 더해 가고 있다.특히 인간이 섭취하는 육지,바다에서 나는 생물들의 종(種)이 거의 씨가 마를 정도이다.동.식물들이 갖고 있는 고유의 DNA 특성마저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시장성과 경제성을 살리기 위해 동.식물들에게 주입하는 항생제,유전자 조작은 그 도(度)를 넘어 서고 있다.경제성이 있고 소비자층만 확보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극도의 이기주의와 기발한 발상은 인류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가는 불문가지이다.

 

 이와 연결선상에서 본다면 수산자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명태살과 비슷하면서 단백질의 보고(寶庫)인 대구 생선에 관한 이야기는 역사와 사례,요리 레시피가 어우러져 흥미를 돋구기도 하지만 무분별한 남획에 있어 대구,청어,연어,농어 등의 수산자원이 그 바닥을 드러 내고 있다는 보고이다.대구는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지점에서 산란하고 성장해 가는 물고기로서 주로 북대서양에서 산란하고 생산되는 물고기이다.아이슬란드,노르웨이 근해와 뉴퍼들랜드 근해에서 잡히는 대구는 역사적,지리적,인류학적인 차원을 떠나 주변국들이 대구를 둘러싸고 한판 승부를 벌이는 탐험과 탐욕으로 점철된 역사였다는 것이 이채롭기만 하다.

 

 마크 쿨란스키저자는 대구를 둘러싼 역사적 기행을 시대별,사례별로 상세하게 잘 들려 주고 있다.나아가 대구 요리에 관한 다양한 레시피가 군침을 돌게 한다.대구가 단백질이 풍부한 생선으로서 미식가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고 건강을 챙겨 주기에 더욱 인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시중에서 대구 생선요리는 거의 입에 대지를 못했다.오래 전 직장에서 야참으로 지리 대구요리를 입에 댄 적이 있는데 시원한 육수와 지리,콩나물,파가 주재료였는데 시원하고 단백한 맛이 특징이다. 마른 대구포를 구입하여 불에 구워 술안주로 삼았던 적은 있다.식감은 약간 딱딱하지만 물에 살짝 불려 반건조 오징어처럼 구워 먹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대구는 따뜻한 해류와 차가운 해류가 만나는 지점에 모여든 해양 생물을 먹고 산다.바로 멕시코 만류가 북아메리카 근해의 래브라도 해류를 스쳐 지나가는 곳,그리고 이 해류가 또다시 영국제도와 스칸디나비아,러시아 근해에서 북극권 해류와 만나는 곳이다.태평양대구는 알래스카 근해에서 발견되는데,여기는 따뜻한 일본 해류가 북극권 해류와 만난다. -P68

 

 대구는 트롤선으로 주로 인양을 하게 되고 때로는 저인망으로도 잡는다.수생물을 생계로 이어가는 어민과 수산물이 절대적인 국부의 원천이 되고 있는 나라들은 수산자원을 두고 인접국과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심하면 국제사법재판소에까지 가는 일도 허다하다.그 대표적인 예가 아이슬란드와 영국이다.또한 미국과 캐나다가 뉴펀들랜드 대구 어장을 놓고 양국간 신경전을 벌였던 사례도 있다.대구는 잡게 되면 어장에서 장대에 건조시키기도 하고 바로 냉동시켜 해외로 수출하기도 한다.그런데 대구가 이제는 씨가 말랐을 정도로 그 수가 매우 적다는 충격적인 보고이다.대구의 남획을 방지하고 자연 생태력을 회복할 때까지 대구 어획량을 줄이자고 국제적 차원에서 논의가 되고 있지만,실제로는 어민과 지역,국가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이기에 쉽사리 이행을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비단 수산생물 중 대구만 문제가 있을까.당연히 그렇지 않다.수산생물의 숫적 감소로 인해 생태계로 파괴되고 기후 온난화 현상까지 생기면서 수생자원들도 자신들의 정처가 어딘지 우왕좌왕하고 있는 상황이다.이것은 이기적이고 무분별한 남획에 의에 발생한 문제인 만큼 결자해지하는 자세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싯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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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인
쓰카사키 시로 지음, 고재운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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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간의 기억 상실을 다룬 SF물을 접하게 되었다.과학과 의학의 발전,인간의 상상력을 토대로 그럴 듯하게 스토리를 전개하고 등장인물들의 트릭과 반전을 교묘하게 혼용하게 독자들에게 스릴감과 추리력을 느끼게 하는 SF물이 대세라면 대세이다.무미건조하고 정형화된 삶에서 일탈하여 별세계의 신비함과 가공물의 신선한 자극까지 준다.이미 몇 권의 SF물을 접했던 경험이 있는 나는 우주 공간에서 펼쳐지는 디스토피아적인 소재가 많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인간의 뇌의 기억 회로의 쇠퇴와 상실을 소재로 하여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는 점이 색다르고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2013년 10월 초 제18회 부산국제 영화제에 출품한 <무명인>은 한국 여배우와 일본 남배우가 협연을 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으로 기억된다.게놈 해저드 즉 DNA 속에 숨어 있는 ACV가 활발하게 움직여 발병하고,그 후론 몇 년에 걸쳐 신체 내부에서 서서히 진행되는데 인격 파괴,기억 상실 및 치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고 한다.근래 노인성 질환 중에 알츠하이머병이 바로 그러한 현상을 보여 주고 있기도 하여 관심있게 읽어 갔다.

 

 예감은 있었다.뭔지 모르지만 있었다.말하자면 머릿속에 무덤과 같은 것이 있는데,스스로는 그게 뭔지 전혀 깨닫지 못하는 그럼 예감이었다.다른 사람에게는 설명하기 힘든 이상한 느낌,불길한 느낌이 때때로 내 의식을 빼앗고 있었다.언제부터였을까? -P7

 

 보편적인 현상에서 본다면 인간의 뇌세포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씩 사멸화해 간다.그런데 이 글의 주인공 도리야마씨는 나이가 이십대 후반이라 알츠하이머병에 걸렸으리라고는 전혀 에상이 가지 않은데,쓰카사키 시로작가는 블랙아웃 즉 기억 상실을 소재로 도리야마 그의 부인 미유키 그리고 가짜 형사 및 그의 동료이자 친구인 이부키,야구 모자를 썼던 지아키와 병원,연구소 등이 무대배경으로 등장한다.

 

 주인공 도리야마가 결혼하고 맞는 아내의 첫 번째 생일날 늦게 귀가하면서 청천벽력과도 같은 끔찍한 사고를 목도한다.아내의 생일을 맞이해 설레는 마음으로 귀가했건만 아내 미유키는 거실 바닥에 쓰러져 죽어 있는 가운데 정신이 없는 와중에 걸려온 전화는 아내가 살아 있는 생생한 목소리였다.일반인이라면 기절초풍할 노릇이 아니겠는가.곧이어 가짜 형사가 들이 닥치자 뭔가 '당했다'라는 생각에 도망을 치면서 야구 모자를 쓴 지아키 여성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도리야마가 정신을 차리고 기억을 되살려 보려고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과 주변 인물들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것이다.시간이 흐르면서 도리야마는 일러스트 가작상을 수상할 때부터 기억이 끊겨졌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과연 생일날 아내는 누구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던 것일까.그리고 친정에서 걸려온 아내의 목소리는 조작된 것은 아닐까 라는 대목에서 긴장을 더해 갔다.작가는 주변 인물들을 교묘하게 성격과 행동을 설정하여 범인을 밝혀 내고 도리야마의 이중 인격과 같은 증상은 사라지면서 본래 아내인 미유키와의 재회 그리고 야구 모자를 쓴 지아키와의 밝은 만남으로 극적인 결말을 보여 주고 있다.

 

 이 글을 읽으면서 SF물의 재미와 흥미,스릴과 반전,추리가 골고루 배합되어 유익한 독서시간이 된 것은 분명한데,기억 상실,DNA배열 및 세균주에 의한 바이러스 침투,뇌신경 및 뇌세포 등에 대한 예비지식을 갖추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생물학적 배경지식이 약하다 보니 작가의 글의 전개에 따라 가는 꼴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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