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제주도편 ㅣ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2년 9월
평점 :
유홍준저자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국내 문화.유적 시리즈를 넘어 현재 일본 규슈,아스카,교토까지 소개해 주고 있다.저자의 왕성한 답사,탐방,증언,연구 등의 활동력은 찬탄과 존경심까지 일어나게 한다.문화는 국가의 힘이고 척도가 될 정도로 먼저 가신 조상들이 남겨 놓은 다양한 문물은 후세들이 대대손손 보존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것이다.OECD국가인 한국의 문화유산은 어느 나라에 내 놓아도 손색(遜色)이 없을 정도로 한국만이 갖고 있는 독특함과 수수함,자연스러움이 묻어나 있다.이럴 때 백의민족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도드라지지 않으면서 한국적인 향취가 그대로 전해져 온다.그것은 백의민족이라는 국가적 정체성과 장인의 혼과 얼이 일치되면서 문물 요소 요소에 그대로 배여져 있다는 점에서 한국인으로서 다시 한 번 자긍심을 갖게 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1권부터 차례로 읽어도 무방하지만 거의 뭍에만 살다 보니 섬의 풍광과 문물이 불현 그리워지면서 가고픈 동경심이 일었던 참에,이번 문화유산답사기 7권은 제주의 모든 것을 유홍준저자의 안내와 해설에 따라 따라가게 되었다.회사에서 포상을 받아 전부서원이 딱 한 번 가보고 그 뒤로는 가본 적이 없는 제주도이다.1만㎡도 되지 않은(1,848㎢) 제주는 다양한 신화와 가슴 아픈 현대사,유배지,남국의 숨결이 배여 있는 곳이다.특히 요근래 심신을 치유하고자 제주의 올레길과 같은 곳들이 외지인들의 순례지로 각광 받으며 제주는 제주인구(60여 만명)보다 더 많은 관광객이 찾아 오고 있어 제주인의 경제력과 자치력을 높여 주고 있어 다행스럽기만 하다.반면 경제적 실익을 위해 돈많은 부자들이 제주의 자연을 심하게 훼손하고 근자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로 인해 제주의 면모,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는 전언(傳言)이다.
우선 유홍준저자는 제주를 5가지 갈래로 나뉘어 소개하고 있다.제주답사편,한라산 윗세오름 등반기편,탐라국 순례편,제주의 서남쪽편,가시리에서 돈내코까지 편으로 되어 있다.우선 한라산 산신제를 지내는 산천단(山川壇)에 가서 답사의 안전을 빌고 가는 것이 순서라고 하여 산천단부터 제주답사가 시작된다.그리고 제주인의 영혼의 본향인 와흘 본향당은 주민센터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집안의 대소사를 신고하고 고해하는 곳이기도 하다.몇 년 전에 현기영작가의 <순이삼촌>에서도 소개가 되었는데 본향당은 제주 신당(神堂)의 진정한 의미와 제주민의 정체성이 살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특히 창세여신으로 불리는 설문대할망은 위대한 여신으로 제주인의 종교,문화,영성의 바탕이 되고 있으며,돌,바람,구름,별 같은 뭇 생명에게 생명의 기운을 나누어준다고 믿고 있다.설문대할망에 의해 생겼다고 하는 나즈막한 오름(기생화산)은 셀 수도 없이 산재되어 있다.오름의 모습도 다양하기만 하다.사계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기도 하며,여체의 모습을 띠고 있는 오름도 있어 관능적인 미까지 연출하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제주의 거신(巨神) 설문대할망이 치마로 흙을 나르면서 한 줌씩 새오나온 게 오뚝오뚝한 오름이 되었고,그중 너무 도드라진 오름을 주먹으로 툭 쳐서 누른 게 굼부리라고 하며,한라산을 베개 삼아 누으며 다리가 제주시 앞 관탈섬에 걸쳐졌고 빨래를 할 때면 한라산 꼭대기를 짚고 관탈섬에 빨랫감을 놓아 발로 문지르며 빨았다고 한다.오름은 이렇게 신성시되어 수많은 설화를 피어나게 하고 신비로운 오름에는 많은 제(祭)터가 남아 제주인들과 신들의 고향이 되고 있다.
200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UNESCO World Heritage Site)에 등재된 제주는 아름답고 경이로운 자연의 위대함이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에는 지질,생태,환경 등의 전문적 평가와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유네스코 3관왕이 되었던 것이다.설악산도 세계자연유산에 등재 신청하려다 개발 제약에 따른 재산가치의 저평가 등의 이해관계로 인해 무산되고 말았다고 한다.어느 것이 옳은지 판단이 서지는 않지만 천혜의 자연환경 만큼은 보전하는 것이 당연지사가 아닐까 한다.제주는 순상(楯狀,방패 모양)화산이 많고 현무암질 용암류가 분출되고 퇴적되어 완만한 대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360개의 단성화산(오름)과 120개의 용암동굴이 제주의 자랑거리가 아닐 수가 없다.한라산 백록담,성산일출봉,만장굴,김녕사굴,용천동굴 등이 위용과 신비스러움,천혜의 자연미를 온몸으로 느끼게 하고도 남는다.
제주하면 빠뜨릴 수 없는 것이 3다(三多)와 3무(三無),3보(寶)이다.바람,돌,여자가 3다이고,도둑,거지,대문 없음이 3무이다.나아가 바다,한라산,(제주)언어가 3보이다.제주의 삶을 크게 지탱해 주었던 해녀는 제주의 정신,상징,표상이다.지금은 해녀의 수가 많이 감소되어 4,800여 명이다.제주의 상징이고 표상이었던 해녀들은 기구하지만 생계를 위해 굳세게 버텨 나갔던 것으로 보여진다.해녀들은 조선시대 걷어 올린 해물을 공물로 바쳐야 했고,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의 수탈을 막기 위한 항일운동까지 벌이기도 했다.생활력과 자주성이 대단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제 한라산으로 넘어가 보자.제주는 바다,한라산,언어가 보물인데 그중에 한라산이 제주의 상징물이 아닐까 한다.한라산 정상이 대략 1,950m이지만 대부분의 등산객 및 관광객은 영실답사에 그친다.영실의 진달래 능선을 응시하며 「한라산 등반기」를 쓴 이은상시인의 시를 감상해 본다.아련한 여운을 남기고 있는 절창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높으나 높은 산이/흙도 아닌 조약돌을
실오라기 틈을 지어/외로이 피는 꽃이
정답고 애처로워라/불같은 사랑이 쏟아지네
한 송이 꺾고 잘라/품음 직도 하건마는
내게 와 저게 도로/불행할 줄 아옵기로
이대로 서로 나위어/그리면서 사오리다
그외 제주에는 볼 것,먹을 것,음미할 것들이 셀 수 없이 많다.고양부 성씨로 알려진 삼성혈,제주 4.3항쟁사,돌하르방,선사유적지,불탑사 오층석탑,삼별초 항쟁지,관덕정(제주에서 모이는 약속 장소,중심지),오현단,산방산,올레길,천지연폭포,사계리 발자국 화석,추사 유배지,대정향교,상모리,하모리로 불리는 모슬포항의 이모 저모,제주 조랑말,이중섭 미술관,제주학의 선구자 석주명 나비박사 등이 답사지로 소개되어 있다.개인적으로는 심신을 마음껏 휴양하고 싶은 욕구가 강렬해서 '숲 안'을 뜻하는 사려니 숲길을 고즈넉하게 느리게 걸어 보고 싶다.생물권보전지역이면서 한라산 허릿자락을 휘감아도는 완만한 평탄지형이고 주변에 오름,계곡,천연림 등이 있어 힐링도 되고 활력,에너지도 가득 충전할 수 있으리라 기대가 된다.끝으로 제주 영주십경(瀛州十景)을 하기한다.기록해 놓았다 기회가 되면 때에 맞춰 제주 문화의 멋을 음미해 보고 싶어서이다.알듯 모를 듯한 제주의 자연과 문화,역사,문물,인물,언어 등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음미할 수가 있어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영주십경(瀛州十景) : 성산의 해돋이,사라봉의 저녁노을,영구의 봄꽃,정방폭포의 여름,귤림의 가을빛,백록담의 늦겨울 눈,영실의 기이한 바위들,산방산의 굴사,산지포구의 고기잡이,곶자왈에 방목한 말 -P2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