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친 8주간의 기록
에바 로만 지음, 김진아 옮김 / 박하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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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이 개인으로부터든 사회 조직으로부터든 상실과 좌절감을 느끼게 되면서 도저히 자신의 힘으로는 자신을 통제하고 떳떳하게 살아 가려는 의지가 없게 되면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이러한 상황이 개인에게 찾아왔을 때 정신과 치료 및 자활을 통해 새로운 삶을 거듭날 수도 있다는 희망도 갖어 본다.어떠한 계기가 되었든 현대사회에서는 개인의 힘과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마음의 고통과 상처가 깊어지게 되면 가슴에 납덩어리가 얹혀져 있는 것과 같은 정신적 우울증을 앓게 될 것이다.

 

 나도 이런 저런 사정에 의해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오래 간 적이 있었다.다행히 심한 경우가 아니어서 정기적으로 정신과 의사와 상담하면서 약물을 복용하는 한편 꾸준히 자기조절 및 자기관리를 통해 조금씩 호전되어 가고 있다.물론 내 자신의 성격과 기질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집안문제,직장문제,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이 얽히고 설키면서 시시각각 마음을 짓누르게 되다 보니 답답증이 수시로 찾아왔던 것이다.또한 나이가 들면서 격의없이 만나던 친구들도 서로가 먹고 살기 바쁘고 현실에 치중하다 보니 만남의 횟수는 적어지게 마련이다.가족들은 하루라도 빨리 정상으로 돌아와 아버지 역할을 충실히 해주기만을 바라고 있으며,나는 이에 자괴감과 자책감이 크게 든다.가족들에게 죄책감이 들 때가 한 두번이 아니지만 우선 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 연후에 삶과 일을 행복하게 해 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스스로 자위해 본다.

 

 흔히 정신과 병동이라고 하면 일반병원에서 받아줄 수 없는 정신적으로 커다란 문제를 안고 있는 환자들을 연상하게 한다.중죄를 저지르고도 오히려 사회에 대해 반감을 갖고 뉘우치는 구석이 없는 사람들 일종의 사이코패스와 같은 사람들은 불우한 가정환경 및 삐뚤어진 훈육과 성장과정이 사이코패스 및 향정신적 의약품의 상습적 복용자들이 전형적으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데,당연 일반병동과는 격리를 시켜 마음 속에 내재된 암덩어리들을 훈련과 수양을 통해 조금씩 제거해 나가야 할 것이다.그런데 이 글은 읽다 보니 꼭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심리치료를 받아야만 하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연인과의 헤어짐,꽉 막힌 직장생활이 맞지 않음,거식증,이중인격자,여자로 살아가야 할 남자의 운명 등의 주인공들이 등장하고 있다.

 

 주인공 밀라는 획일적이고 통제된 조직 생활이 숨통이 막힐 정도이며,자신의 삶의 목적을 채워줄 수 없다고 판단한 나머지 끝내 무거운 우울증 진단을 받고 정신병원에 수용된다.이곳에서 만났던 동료 환자들과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가고,심료치료사와의 1:1 면담 및 집단상담,가정상담을 통해 밀라는 자신이 조금씩 변해 가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그리고 마음 속에 멍에와 같이 자리잡고 있던 회사의 상사에게 자신의 거취를 당당하게 표명하면서 우울했던 마음은 씻겨 나가는 것과 같았을 것이다.우울증 환자들에게 주는 항우울제는 인격을 변화시키고 우울증을 잊게 해 주는 근본적인 치료제는 아닐 것이다.자신이 왜 우울증에 걸렸는가를 누구보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기에 심리치료사와는 모든 것을 털어 놓아야 할 것이고,자신의 내면과는 부단히 대화를 나누어 가려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또 하나 주변에서도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우선 우울증 환자들은 사회가 자신을 소외시켰다고 스스로 자책을 한다는 점이 문제라고 생각한다.사회는 열려 있고 기회는 노력에 의해 오는 것이기에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면서 속에 있는 응어리들을 풀어 나가려는 해결책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이 든다.그렇지 않고 외톨이마냥 혼자서 자책과 자아도취,사회와의 두터운 벽을 계속 안고 살아간다면 삶은 쉽게 망가지리라 생각이 든다.우울증 환자를 두고 있는 가족과 지인들은 정신적으로 힘들겠지만 그들에게 늘 희망이 될 수 있는 말과 조언들을 들려 주게 되면 닫혔던 마음이 조금씩 열려져 가리라 생각한다.

 

이 글에서 처음 알게 되었던 것은,주술적 생각이다.아이들의 상상 속에선 현실에서 전혀 관련이 없는 것들도 관련이 있게 마련인데,아이들은 마법을 써서 어떤 현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그 생각과 이별하지 않은 채 어른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P106

 

 주인공 밀라는 8주간의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속에 담겨져 있는 억눌림과 억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8주차가 되면서 정신병동을 훌훌 털어 버리고 새로운 삶으로 살아가게 되는 과정과 모습이 시원하기만 하다.그녀의 마음 속에는 내면 깊은 곳에서 강한 파도가 심장으로 흘러 들어 오면서 불안이 안정으로 바뀌고,삶의 포기가 삶의 희망으로 바뀌어 갔으리라 생각한다.또한 이 글이 크게 공감이 갔던 점은 에바 로만작가 자서전적 성격 컸던 만큼 정신병원의 일상과 모습이 선연하게 다가왔던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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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마비 환자인 윌과 이를 곁에서 6개월간 병간호를 하던 루이자는 비록 신분과 살아 온 환경이 현격이 다르지만 윌은 꿈같은 삶을 살게 되고,루이자는 그로부터 꿈을 받게 된다.정해진 6개월이 다가오면서 외국의 외딴 섬에도 함께 다녀 오면서 윌은 생의 마지막을 루이자와 함께 하겠노라고 하면서 루이자를 불러 들이고,둘은 비록 현세에서는 하나가 될 수 없었지만 영혼만은 하나가 되어 천상의 커플로 살아가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이러한 뭉클한 감동이 서린 이야기를 읽지 않고서는 감정이 매말랐다고 해야겠죠.강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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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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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江戶)시대에만 존재했다는 노란색 나팔꽃과 관련하여 어떠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을지 기대를 모읍니다.노란 나팔꽃과 관련한 몽환화 속에 감추어진 미스터리는 무엇일까.히가시노게이노작가의 10년 간의 시간과 공(功)을 작품 속에서 만나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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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관계를 지치게 하는 것들
라파엘 보넬리 지음, 송소민 옮김 / 시공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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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자신의 잘못과 실수,실패에 대해 쿨하게 사과하지 않으려는 본능이 있다.자신을 최대한 방어하고 어떻게든 회피하려고 한다.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자존심과 체면이 깎이면서 자신의 입지가 좁아지게 된다는 생각마저 한다.개인이 저지른 잘못과 실수가 이러하다면 사회를 이끌어 가는 사회지도층은 어떨까.사회 지도층이 중대한 실수 및 정책의 오류,민심의 이반에 대한 뉴스 및 보도내용을 보면 대부분 '오리발을 내미는'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다.집안에서는 어른이 모범을 보여야 자식들의 정신적 내면에 스며들기 마련이고,사회는 지도층이 청렴하면서도 신뢰성 있게 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믿고 지지할 것이 아니겠는가.개인 간의 관계가 회피,무책임,안일,전가로 일관된다면 양심을 파는 행위일 것이고,사안에 따라서는 사법에 의해 심판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오늘날에는 익명에 의한 댓글이 무분별하게 횡행하고 있다.확실한 증거와 근거에 의한 이성적인 댓글이 아닌 그저 자신의 생각과 현실 및 이해관계가 다르다고 해서 글을 올린 사람에게 이념과 사상이라는 색깔 논리와 명예훼손,모욕감,수치심을 안기는 댓글도 부지기수이다.차제에 소모적이고 사회적 불안감을 조성하는 댓글에 대해서는 실시간으로 엄격한 관리 및 통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표현의 자유는 좋지만 상대를 깎아 내리고 명예훼손,모욕감,수치심까지 상대방이 느끼고 살아갈 의욕이 생기지 않아 삶을 포기할 지경에 이르게 된다면 이는 누구의 잘못일까.악성 댓글을 단 장보인의 마음은 두 다리 쭉 뻗고 잘 자격이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SNS상에서 날이 갈수록 저질성 발언,막다른 골목에 이른 듯한 과격한 발언 등이 참으로 심각하기만 할 뿐이다.왜 이러한 상황까지 이르렀는지 나 스스로부터 반성을 해 본다.

 

 인간은 태어나 부모와 사회환경으로부터 훈육과 학습이라는 경험을 쌓아 나간다.특히 부모로부터 받는 가정교육은 말할 나위도 없을 만큼 중요하다.돈과 물질만 자식에게 채워 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내력을 갖고 자식에게 해 주어야 할 것과 당장 해 주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해 나갈 수 있는 것들을 분별시켜 주도록 일상에서 지켜져야 하고,아이는 스스로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 것인가를 부모는 인생의 멘토로서 친절과 배려심으로 자식들을 대해야 한다.또한 학습 결과에 따른 학교성적이 예상보다 낮게 나왔더라도 통지표를 앞에 두고 윽박지르고 호통을 치는 것보다는 심호흡 한 번 하고 평상심을 되찾은 후 자식에게 '다음엔 지금보다는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어,난 너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믿는다'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이 멘트는 요즘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하고 있는 멘트이다.또한 속담과 격언,명언 등을 기록해 놓았다가(아니면 머리 속에 저장된 것) 적시적소에 들려 주면서 "내가 한 이 말 무슨 말인지 이해하니?"라고 묻고 대답을 기다린다.모르는 경우에는 최대한의 지식을 발휘하여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끔 부연설명을 해 준다.즉 인생살이,처세법 등을 가르치면서 삶의 중요한 요소,삶의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설계해 나가도록 유도하는 편이다.

 

 신경학자,정신과 의사,심리 요법 치료사인 라파벨 보넬리저자 신경정신과에 내원하여 심리 치료를 받았던 환자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총 45가지의 심리상담에 대한 케이스와 이에 따른 분석을 조목조목 서술하고 있다.인간은 완벽해지려고 노력해도 완벽해질 수 없는 존재이기에,완벽하려고 하면 할수록 예기치 않은 상황과 돌발변수에 의해 실수와 오류,사고와 사건을 일으키고 만다.어찌되었든 자신에 의해 발생한 잘못을 쿨하게 인정하고 다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마음의 자세가 확고하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자신의 잘못이 죄악시 되면서 지탄(指彈)을 받으며 조직 및 사회에서 격리,소외되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자신의 잘못을 타인에게 전가한다.이렇게 해야만이 자지연민이라는 변명의 틀을 취할 수 있는가 보다.변명은 궤변 및 레토릭 등 다양하게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죄책감,양심을 저버리는 행위는 다양다종하기만 하다.신(神)이 아닌 만큼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기 마련인데,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당사자의 내면세계는 억압된 양심의 가책과 자신을 합리화 하려는 그릇된 본성,자신만이 최고라는 무결점의 소유자,자기기만과 허위,원칙과 내면의 모순,적개심,속죄양을 끌어내려는 욕구,왕따 현상 등이 문제거리이다.사람과의 관계를 지치게 하는 것은 결국 개인의 성향과 기질도 커다란 요소라고 보여진다.사이코패스와 같은 기질이 있는가 하면 원한과 보복성이 있을 것이다.특히 부부관계를 놓고 보면 오랜 시간과 세월을 동고동락을 하다 보니 '이 정도쯤 나를 이해해 줄 것이다'라는 착각 빠져 해서는 안되는 비도덕적,비윤리적 행위를 거짓말처럼 태연하게 하는 부류도 있고,맞지 않은 성격을 맞추어야 하는데 늘 고집과 아집,자존심에 의해 늘 평행선을 긋는 부부도 있어 참된 부부상을 연출하기는 어려운 관계도 있다.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또는 개인의 성향과 기질이 어떠냐에 따라 씻을 수 없는 정신적 고통과 상처를 입게 되는 피해자가 생겨 나고,가해자도 있을 것인데,따져 놓고 보면 둘다 책임의 소재가 있는 경우가 왕왕 있다.이러한 경우에는 심리치료를 혼자만 받을 것이 아니라 모두가 의견을 모아 심리치료를 받아 보다 나은 삶의 모습,관계형성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양심을 팔아 죄책감을 느껴야만 하는 경우는 자기집착,자기 과대평가,나르시시즘,자기공감,엄살벽,감상주의,자기연민,삶의 기만,무결점주의,완벽주의,자기기만,타인에게 죄 전가하기 등이 혼합되어 있다.

 

 저자가 말하는 연구 결과를 종합한 것을 보면,인간 행동의 (기질에 의한 즉흥적 반응) 40%가 유전자에 의하고,40%가 교육과 또래집단과 같은 환경의 영향에 의해 확정된다고 한다.나머지 20%는 자기 형성의 가능성으로 열려 있다.이 20%의 몫으로 도덕을 세우고,자유를 얻고,자신의 내면과 인간관계에서 질서를 실현할 수 있다.-P208.,

 

 죄를 인정하고 죄를 통찰함으로써 죄의 억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 삶이 더욱 당당해지고 인간관계도 한결 좋아지리라 생각한다.인간은 양심과 사유라는 기제를 갖고 있는 생물이기에 우선 죄를 수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요체라고 본다.죄에서 벗어나야 보다 자유스럽고 인간적 삶을 영위할 수 있다.더불어 행복한 삶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종교인이라면 참회,고백,면죄의 과정을 밟는 것도 진정한 고해성사라고 생각한다.실수,오류를 범하는 것이 문제가 아닌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가 더욱 중요하며,진정한 삶을 바란다면 피해를 입은 타인에게 쿨하게 사과하고 다시는 전철(前轍)을 밟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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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부 진이
앨랜 브렌너트 지음, 이지혜 옮김 / 문학수첩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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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초 조선에서는 처음으로 먹고 살기 위한 생계의 방편으로 하와이로 이민을 떠났다.황무지와도 같았던 하와이는 네 개의 섬이 있는데 주로 사탕수수밭에서 막노동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나갔던 것으로 보인다.1902년 인천 제물포항에서 출발했던 한인 정인수가 최초의 하와이 이민자로 기록되어 있다.가난과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 하와이 땅에 밟은 121여 명은 가혹한 루나(십장)는 거칠고 혹독하게 일을 시켰고 월급은 고작 16달러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1905년 이민이 금지되기까지 하와이로 떠난 사람은 7200여 명이다.하와이 땅에서 노예와 같은 비참한 노동에 시달리지만 근면과 뚝심으로 한인들은 제 삶을 찾아 가면서 정착을 했다.결혼도 하지 않은 젊은 총각들이 일도 힘들지만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고국에 두고 온 가족과 친지들에 대한 추억과 향수,그리움이 아니었을까 한다.게다가 혼기가 찼기에 짝을 찾아야 하는데,당시에는 조선의 처녀들이 찍은 사진을 하와이에 정착한 총각들에게 보여 주면서 마음에 맞는 짝을 골라 서로 혼담이 오고 갔던 것으로 보인다.그래서 글의 제목이 '사진신부'라고 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한국사회에서 연애결혼이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1970년대까지만 해도 서로 마음에 맞아 둘이서 결혼을 정하는 경우는 드물었고,대개는 지인의 소개 및 중매에 의해 맞선을 보고 서로 맞으면 결혼을 한다든지,아니면 부모의 뜻에 따라 혼인이 결정되는 경우도 있었다.하물며 구한말,일제강점기에는 언감생심 연애결혼이라는 것이 있을리 만무였고 있었다고 한다면 부모와 멀어지고 호적을 파가야 했을지도 모른다.유교사상이 깊게 뿌리 박혀 있던 시절이고,그것이 결혼 상대를 정하는 것까지도 당사자의 뜻과 의견대로 되지를 않았던 것이다.

 

 이 글의 주인공 진(珍)이는 보배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여성으로서 비록 봉건적이고 고지식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남자형제만 배우는 데에 불만이 많아서인지 어린시절부터 궁금한 것이 있으면 알 때까지 물어서라도 알고자 했던 배움에 대한 열망이 많은 여성이었다.오빠들로부터 한글도 조금씩 깨우치고,이모부의 첩이면서 기생이었던 석란은 다재다능하면서 독립심도 강해 3.1운동에도 참가하는 등 당찬 여성이었다.후일 일본군에 의해 체포되어 옥살이 끝에 불우하게 생을 마감하게 되고 만다.대구에서도 한참 들어가는 외진 마을 보조개골에서 태어난 진이는 집안에서는 딸이라고 해서 섭섭이라고 불렀지만,중매꾼 김씨 아주머니로부터 하와이 청년 한인과의 주선을 받게 되면서 진이는 노 씨와 살아가야만 하는 운명에 놓이게 된다.물론 집안에서는 부모가 맺어준 상대와 결혼을 하는 것이 당연한 처사이고 관례였기에 진이의 집안은 발칵 뒤집힌 꼴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배삯을 준비한 진이는 일본 요코하마에서 건강검사를 받아 아흐레만에 하와이 땅에 도착하여 노 씨와 부둣가에서 혼인식을 간략하게 치르고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노 씨는 나이도 많고 무뚝뚝하며 음주,주정,도벽이 심한 사람으로 그가 받는 월급으로는 생계가 어려워 진이도 조선에서 함께 온 일행과 함께 일을 하지만 노 씨는 아내가 일을 한다고 주위에서 수근거리고 수치심을 유발했다는 자격지심에 진이를 심하게 모욕과 폭행을 일삼는다.

 

진이는 더 이상 노 씨와 함께 살 수 없다는 생각에 집을 도망쳐 나와 우연히 사창가에 당도하게 되는데,그곳에서 바느질 솜씨가 수완을 발휘하지만,누군가의 신고에 의해 포주들이 잡혀 가고 진이는 새로운 삶을 찾던 중 통조림 공장에서 일을 하기도 한다.그러던 중 노 씨로부터 부당한 폭행과 모욕,유산을 당했다는 것을 이웃에게 알리면서 진이와 노 씨는 완전 남남이 되고 만다.그런데 노 씨는 이혼 후 허기를 달래려 진이의 식당에 나타나 밥 한끼 얻어 먹고 사라지는 것으로 끝나야 하는데,또 다시 식당에 나타나 살기 어린 눈빛으로 진이에게 다가오자 진이는 그만 노 씨에게 칼로 자상을 입히게 되,노 씨는 사법의 잣대보다는 하와이 땅에서 고국으로 추방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제 버릇 개 주랴'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대목이 아닐 수가 없다.

 

선 경상도에서 왔던 일행들이 진이에게는 삶의 위안이 되고 이웃들과의 사이도 좋아서 차츰 마음이 안정되어 간다.일행들과는 정례적으로 만나 계모임을 활성화시켜 재테크를 불려 나간다.곧이어 진이는 재선 아저씨와 재혼을 하면서(이해심과 배려가 깊은 남자) 식당 운영을 하면서 조금씩 돈을 모아가고 자식도 셋을 두었는데,모두 착하고 끈기 있는 진이와 재선 아저씨의 DNA를 물려 받았는지 후일 좋은 직업을 갖게 되고,진이의 생활이 안정이 되면서 몽매에도 그리워하던 고국 땅을 찾아 가게 된다.거의 20여 년만에 찾은 고향 땅은 일제에 의해 다소 변화가 있었다.그녀의 아버지는 이미 작고하고 어머니와 오빠,남동생,조카들이 그녀를 맞는다.하와이에 가기 전 민며느리였던 송이를 하와이로 데려와 보다 나은 삶을 살아보자로 약속했건만 송이는 이미 고향에 없다.다행히 송이에게 온 편지에 쓰인 대략적인 주소를 찾아 극적으로 송이와 해후를 하게 된다.짧지만 어린시절의 추억과 회상에 젖은 둘은 다시 만날 기약이 없는 상태로 다시 발길을 돌려 가족과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하와이로 다시 떠난다.진이는 만 60세가 되어 회갑잔치를 하면서 하와이 땅에서 알고 지내던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회갑을 축복해 준다.

 

 벽안(碧眼)의 시선으로 구한말 및 일제강점기의 조선의 시대적 배경과 사회적 관습 및 결혼관 등을 객관적인 시선과 견해로 잘 풀어 나가고 있는 점이 매우 인상이 깊었다.20세기 초 하와이는 본래 하와이 왕국이 있었고 여왕이 국정 주도권을 갖고 있었지만,미국 본토에 의해 강제 합병되고 만다.앨런 브랜너트작가 20세기의 역사적 주요 사건까지 중간 중간 소개하고 있어 학습적 효과도 있었다.앨런 브랜너트작가는 진이가 1897년 닭띠 해에 태어나 1957년 회갑까지의 고단하지만 삶은 그래도 살만하다 라는 것을 넌지시 알려 주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한다.주어진 운명을 순응할 것인가,아니면 더 나은 삶을 위해 진이와 같이 포부와 용기를 갖고 깨어 있는 인간으로 살 것인가도 생각하게 하는 멋진 글이었다.워싱턴 포스트 선정 『올해 최고의 소설』이면서 ELLE(그녀) 매거진 그랑프리 최우수상을 받을만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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