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제력 - 결심을 현실로 바꾸는 성공의 열쇠
가오위엔 지음, 김경숙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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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중에는 자기계발서와 관련한 도서들이 범람하고 있다.리더십,처세술,조직력,경영능력 등으로 대별할 수가 있다.그런데 이러한 자기계발서가 자기 몸에 딱 맞는 옷이 아닌 만큼 자신의 입장과 성향,삶의 목적과 부합하는가를 잘 살펴 보면서 필요한 부분만 취사선택하여 자신의 몸에 맞는 옷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치열한 경쟁과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가는 외부환경으로 인해 조직과 환경적응을 위해서도 해야 할 것들이 많다.조직은 단기적인 성과와 결과물을 내놓아야 되는 상황에서 기존의 조직 관행으로만 일관해 간다면 개인과 조직은 사상누각이 될지도 모른다.그러한 조직문화,직장문화는 조직원을 성과를 위한 수단.도구로 이용할 수도 있기에,조직문화,직장문화가 어떠하든 개인의 내면을 탄탄히 다져 놓은다면 일과 삶은 더욱 즐겁고 활기찬 에너지로 넘쳐 나지 않을까 한다.

 

 자제력(Self-control)은 상황과 환경에 맞게 자신을 통제하고 제어해야 한다는 의미로 알고 있다.조직사회에서 개인은 하루,한 주,한 달,분기,일 년의 목표가 정해지면서 이를 구체화시켜 실행해 나가고 있다.사람이다 보니 정교하게 돌아가는 첨단기계와 같을 수도 없을 것이며,주기별로 찾아 오는 지성,감성,신체리듬에 따라 일의 성취도,인간관계,조직에 대한 기여 등도 조금씩 달라진다.또한 흔히 말하는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예기치 않은 변수 즉 유혹과 도전이라는 요소에 맞서 대처하고 문제해결 능력이 바로 자제력으로 불리기도 한다.자제력은 개인차가 있겠지만 강한 긍정력의 소유자,열정과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일수록 변수 대처능력이 뛰어나기 마련이다.자신감이 떨어지고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찬 사람은 자제력 및 자아역량마저 떨어지게 마련이다.냉정하게 말해서 조직은 살아 있는 정글의 법칙의 밀폐장소이다.

 

 요근래 중국인이 쓴 자기계발서가 제법 읽을 만하다.얼마 전 왕중추,주신위에가 쓴 '퍼펙트 워크'도 조직 및 직장에서의 일적인 면에서 개인이 어떻게 해야 완벽하고 인정 받는 사람이 될 수가 있는가를 인상 깊게 읽었는데,이번에는 인간의 내면세계를 흔들림 없이 컨드톨하고 자아를 해방시켜 나갈 수 있는가에 대해 가오위엔(高原)저자는 자기계발서이면서도 인간의 심리적 내면의 문제까지 도출하면서 독자들의 이해도를 높여 주고 있다.이 도서의 특징은 감정과 시간,자신을 지키는 것에 대한 18개의 강의를 들려 주고 있다.성공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간의 차이는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모든 일에 있어 무계획성,한계능력을 벗어난 허황된 꿈,끈기와 인내의 결여,경제력 결핍 등으로 생각해 볼 수가 있다.그렇다면 자제력의 문제 원인을 자신의 내부에서 찾아야 할까,아니면 외부에서 찾아야 할까.당연 자신의 내면 세계를 점검하고 문제점을 찾아 인생 궤도수정을 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한다.

 

 누구나 성공하여 행복한 삶을 원할 것이다.우선 자신의 내면세계를 들여다 보고자 한다.자신의 성공을 방해하는 것이 무엇인가,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자제력을 잘 지키고 있는가,자제력을 지키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등이다.사회인이 되면 자신의 선택과 결정에 의해 매사에 임하고 처신해야 하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그렇기에 삶의 목적이 뚜렷하고 자신의 성격,성향에 맞는 일을 하고 있는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현실적인 문제로 인해(대부분 그러하지만) 성격과 능력에 맞지 않은 일을 하고 있다면 자제력은 발휘하기 힘들 것이다.또한 매너리즘에 빠져 우유부단한 자세와 태도도 사회생활에서 마이너스요인이 된다.사고방식 즉 자신의 미래에 대한 삶의 목표를 이뤄나가기 위해 코 앞에 닥친 단기적 목표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지 아니면 먼 미래를 바라보면서 삶의 목표를 길게 잡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또한 누구나 개인의 기질과 성향이 부모 및 가정환경에서 비롯된 면도 간과할 수가 없다.자신의 삶에 유익한 인자는 더욱 활성화시키고 좋지 않은 정신적,심리적 빚은 스스로 청산해 나가야 할 것이며,'습관은 제2의 천성이다'라고 했듯 잘못된 습관,게으름,안일함,책임전가,구태의연한 사고방식 등은 얽히고 설킨 조직내에서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마저 망가트릴 우려가 크다고 본다.

 

 삶의 여정은 탄탄대로가 아니어서 어느 순간 사회에서 배제되기도 하고,건강을 잃어 모든 일을 멈추어야 하는 시기도 있을 것이다.이럴 때 일수록 누구보다 자신의 내면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독서와 운동,다양한 만남 등을 통해 떨어진 자제력을 원상태로 회복시키려는 의지와 노력이 요긴하다고 본다.인간의 내면에서는 다양한 감정기제가 숨어 있다.잘못된 습관부터 자신의 한계,주의력 결핍,무력감,시간 관리 소홀,과도한 욕망,스트레스에 대한 반응,비판에 대한 수용력을 성공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들려 주고 있는데,우선 자신이 현실에 대해 냉정한 시각으로 바라볼 줄 아는 담대함이 필요하다.그리고 자신만의 고유한 재주와 능력인 잠재력과 가능성을 어느 곳에 활용해 갈 것인가,떨어진 의지력,집중력,사명감,성취감을 고양시키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에 초점을 두고 자제력을 살려 나가는 것만이 일과 삶에서 성공(소소한 성공도 성공이다)과 행복을 느끼고 자신의 존재감을 향상시키는 길이라는 생각을 새삼 해 본다.

 

 "우리의 감정에도 지능이 있습니다.이는 감정이라는 개체가 자신과 타인의 기분과 정서를 컨트롤하고,정보를 식별하고 이용해 사고와 행동을 이끄는 능력을 지녔다는 말입니다." -P88

 

 잘못된 습관을 바로 잡고 의지력,집중격,사명감으로 충만되어 있을지라도 일관된 인내력과 지속성이 결여된다면 '긍정-충돌-부인-후퇴'라는 악순환의 연속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어느 심리학자가 말했듯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굴복하지 않은 품성과 패배를 인정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깨닫는 것이다.오랜 습관이 몸과 마음에 똬리를 틀고 있기에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기란 무척 어려운 것일 수도 있다.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성공과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결점,나쁜 습관,시대에 맞지 않은 사고방식 등을 일신하려는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다.그것은 자신의 삶의 발판이 되고,삶의 방향이 되고,자신의 내재된 역량과 행동방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이제 결심을 현실로 변화시키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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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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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대대로 이어져 내려 오는 업보(業報)가 있는가 보다.몇 대 조상이 가문에 끼친 좋지 않은 업보는 후손들에게 좋지 않은 유전인자로 전해져 내려가 동일한 일을 저지르는 악순환의 길을 걸을테니 악순환이 선순환으로 바뀌어 후손들에게 좋은 일만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은 인간의 마음 속에 죄를 사하고 착하게 살아가려는 양심이 있기 때문이다.《주역》의 문언전(文言傳)에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즉 선을 쌓는 집안에는 반드시 남는 경사가 있기 마련이다.폭을 좁혀 말하게 되면 우리 집안은 대대로 술꾼들이 살았다.증조부,아버지 두 분이 두주불사와 같이 술이 떨어지는 날이 없을 정도였다.증조부는 할아버지께 들은 말이고,아버지는 직접 보고 자랐기에 알고도 남는다.술을 과하게 좋아하다 보니 식구들에게 민폐도 많이 끼치고 건강까지 잃게 되고 말았던 것이다.술을 좋아하는 인자가 내게로 전해져 나 역시 30대에는 이런 저런 이유로 술과 가까이 했던 적이 많았는데,결국 스스로 깨달은 것이 술로 인해 건강과 가정을 음울하게 하는 것만은 말끔히 청산해야겠다고 다짐했던 것이다.술과 벽을 쌓은 지가 어느덧 10년 가까이 되었으니 꿈에서도 술 친구를 만날 일도 없고 술로 인해 식구들에게 주사(酒邪)를 부릴 일도 없어 다행이라고 자부한다.

 

 히가시노게이고의 신작품 《몽환화:夢幻花》의 제목을 보고 짐작이 간 것은 꿈과 환상을 쫓는 꽃과 같은 이미지였다.필시 스토리 안에는 히가시노게이고작가만의 독특한 소재와 등장인물들간의 파편과 같이 널부러진 이야기의 조각들이 먹고 살기 위해 집을 나갔다가 저녁에 한지붕 아래로 귀가하는 식구들이 저녁상을 놓고 마주 앉아 하루 일어났던 일들을 나누는 모습을 연상해 보았다.현대물 가운데 미스터리,스릴러등이 히가시노게이고의 작품의 주류인데,이번 작품에서는 과거 에도(江戶)시대의 역사적 소재를 차입하기도 하고 과학적 요소까지 겸하여 사건과 사연의 베일을 세밀하게 붓터치를 해나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역시 히가시노게이고작가의 글은 소재의 다양성과 참신성 그리고 허를 찌르는 스릴과 반전이 수미일관 이어져 가기에 긴장감과 가독성을 더해 주기 마련이다.한편의 글을 읽고 나면 '읽기를 잘했다'라는 감탄과 감동이 내 가슴 속에 아로새겨진다.

 

 이 글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읽어 갔다.'예스24'에서 잠깐 맛보았던 연재물(5회)을 읽었던 것은 일종의 시식코너에서 맛보았던 자잘한 음식이었을 뿐이고,본격적으로 들어가게 되니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이리 저리 탐문하고 조사하며 끈질기게 추적해 나가는 인물들의 면면을 접하노라니,과연 식지 않은 직업정신이 철저하고 용의자가 꼼짝 못하게 궁지에 몰아 넣되 스스로 자백을 하게 만드는 노련하고 풍부한 경륜은 비민주적이고 강압과 억압에 마지 못해 허위자백을 하는 일부 사법계의 잘못된 수사관행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인상을 안겨 주기에 충분하다.그래서 히가시노게이고작가의 작품은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사건,사고에 대해 정교하고 치밀하게 엮어 가고 있는 점이 매력이며 흡인력을 배가 시켜 주는 셈이다.

 

 아침에 피는 꽃이라는 나팔꽃(아사가오)을 둘러싸고 아끼야마가(秋山家)와 가모가(蒲生家)의 일대 대결이라도 펼치는 양 스토리는 언제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서게 만든다.식물연구소에서 유전자 조작(색소 변형)에 의한 파란 장미 개발이 기대에 못미치면서 연구소를 그만 둔다.퇴직금 연금으로 살아가던 아키야마슈지 할아버지는 대인관계의 폭이 좁은 대신 꽃가꾸기가 여생의 취미이고 대화상대이다.그런데 대형마트에서 DVD를 슬쩍 훔쳐(맘비키) 절도죄를 뒤집어쓸 뻔한 형사 하야세의 아들 유타를 구한 슈지는 손녀 리노가 할아버지를 만나러 간 날,누군가에 의해 목이 졸려 살해된다.슈지는 꽃을 좋아해서 블로그에 사진과 꽃말 등 간단한 소개를 올리게 되는데,세간에 없는 희귀종인 노란 나팔꽃 사진을 올리게 된다.이 노란 나팔꽃을 인터넷 서핑을 하다 알게 된 소타의 이복형 요스케는 경시청 소속으로 엘리트이면서 리노에게 접근을 하게 된다.이복동생인 소타는 원자력발전 연구생으로 아버지 3주기(三周忌)를 맞아 객지에서 도쿄로 귀가를 하지만 요스케는 업무적으로 바쁘다는 핑계로 3주기는 소타가 엉겹결에 상주역할을 하게 되고,요스케와 인적사항을 주고 받은 리노는 요스케의 주소지를 찾아 나서다 소타를 조우하게 되면서 둘은 할아버지를 죽인 살해범과 노란 나팔꽃과 관련한 탐문과 조사를 바늘과 실과 같이 호흡을 맞춰 나간다.

 

 한편 불륜관계로 별거중인 하야세 형사 아들 유타와 가끔 만나게 된다.작고한 슈지가 자신을 구한 댓가로 반드시 은혜를 갚겠다고 하면서,슈지 살인범을 꼭 찾아 달라고 부탁하고,하야세 역시 이번 기회를 통해 아버지다운 아버지의 권위와 역할을 보여 주겠다는 각오를 다짐한다.경시청 소속인 이복형 요스케는 슈지 살인사건과 관련이 없지만 노란 나팔꽃의 단서 및 비밀을 찾기 위해 경찰서 및 식물 연구소 등을 들락달락 거린다.리노는 정신적 우울증으로 국가급 수영생활을 접으면서 할아버지를 만나 얘기를 나누는 것이 즐거움이었고,밴드부에서 활동했던 나오토마저 죽게 되지만 소타를 만나 의기투합이 잘 되어 심신이 안정되어 간다.소타는 2011년 동북지방 쓰나미와 원전사고로 인해 자신의 연구분야인 원자력발전에 대해 회의를 보인다.리노의 할아버지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사활이 걸린 문제이고 미래가 있다고 결의한다.중학교때 나팔꽃 시장에서 잠깐 만났던 다카미를 밴드부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지만,소타를 외면하고 어디론가 행방을 감춘다.둘은 다카미가 노란 나팔꽃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녀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한다.그녀는 이미 소타의 이복형 요스케와 접선이 되어 있던 몸이었던 것이 나중에 밝혀진다.

 

 슈지의 살인범 수사가 난항을 겪으면서 미궁에 빠질 뻔하게 되는데,수사경험과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형사 하야세는 슈지와 식물 연구소에서 근무했던 히노씨가 슈지가 살해되던 날의 알리바이가 성립되지 않아 당시의 정황을 근거를 제시하면서 추궁하자 그는 나팔꽃이 심어져 있던 화분을 훔쳤다고 자백하고,슈지를 죽인 진범은 나오토의 동료인 마사야로 밝혀지게 된다.나팔꽃 씨가 개인의 체질에 따라 다르지만 메에도,메이지,쇼와시대에서는 환각제 및 자백제로도 쓰였다고 한다.그 중심선상에 있었던 사람이 소타의 증조부였다.내무성 관료 출신으로서 범인에게 자백을 강요하는 차원에서 자백제로 쓸 것을 지시를 했지만 사회적 문제가 예상외로 크게 번져 나가자 소타 집안은 노란 나팔꽃 즉 몽환화만은 사회에서 근절시켜야 한다고 집안의 빚의 자산을 죄책감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특히 1962년 마릴린 먼로가 자살을 하게 되는데 그녀의 열렬팬이 다나카라는 청년이 나팔꽃 씨를 흡입하면서 몽환상태에서 무고한 시민을 살상하고 자신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MM사건) 그 와중에 소타의 친모는 당시 1살이었는데 부모는 다나카가 휘두른 일본도에 의해 희생이 되고,친모는 간신히 살아나 친척집을 전전하면서 성장했다고 한다.소타가 이 사실을 이복형 요스케로부터 듣고 알았을 때에는 친모에 대해 연민과 죄책감을 마음으로 느꼈으리라 생각하고,더욱 친모를 위해 효성심을 다했을리라 믿는다.

 

 "몽환의 꽃이라는 의미일세.그뒤를 쫓으면 자기가 멸하고 만다고." -P220

 

 외국에서 들어온 나팔꽃 씨가 본래는 지사제(止瀉製) 및 이뇨제로 쓰였는데,나팔꽃의 씨가 변형되고 유전조작되면서 환각제로 둔갑하기도 했다고 한다.가모가는 집안대대로 관료출신이 많은데,자백제로 지시했던 증조부가 사회에 대한 빚의 청산 차원에서 노란 나팔꽃 즉 몽환화를 몇 십년간 나팔꽃 시장을 뒤지고 다녔지만 찾지를 못하고 있는 참에,노란 나팔꽃 사진을 발견하면서 리노를 만나게 되고,리노는 소타와 공조 차원에서 노란 나팔꽃의 관련인 및 자료를 찾으러 다닌다.자칫 사건이 오리무중 내지 미궁으로 빠질뻔 했지만 형사 하야세와 소타의 이복형 요스케에 의해 베일에 가려진 범인이 추궁 및 자백의 형식으로 잡히게 되었다.살인범으로 수형생활을 하는 마사야를 리노가 구치소 면회를 간다.면회소에서 마사야는 자신을 죽어도 싸다 면서 용서를 빌고,나오토가 생전 리노의 재능을 썩히지 않고 발휘하는 것이 의무라 했다고 한다.이제 사건수사가 종결되면서 몽환화의 비밀은 밝혀졌다.하야세는 아들 유타에게 아버지로서 아버지다운 모습을 제대로 보여 주었으며,가모가가 안고 살아왔던 세상에 진 빚도 갚게 되었다.리노는 재도전의 의미에서 수영선수로 다시 복귀하고,소타는 전공인 원전발전을 위해 힘쓰겠노라고 다짐한다.하야세 아들 유타는 자신이 도둑으로 몰린 뻔한 순간에 진범을 가려내 준 할아버지 슈지께 생명의 은인으로서 보은(報恩)을 아버지께서 대신 해 주셨다.유타의 마음은 비가 온 뒤 맑게 개인 청명한 하늘을 응시하면서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을 것이다.내 마음 역시 훈훈하고 감동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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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담은 배 - 제129회 나오키상 수상작
무라야마 유카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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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촐하다 못해 공허와 고적감이 감도는 현대인의 주거생활은 시대적 흐름과 의식구조와 맞물려 돌아간다.한국전쟁,일본의 종전(終戰)이후의 (대략)15~20년 간을 베이비 붐(단카이)세대라고 부른다.이 기간에 한국이나 일본이나 한 가정에서 낳은 아이의 수는 세 네명이 기본이며,대대로 이어져 온 대가족제도가 주류를 이루며,남.녀간 결혼을 하여 자식을 낳고 살다 남편이 바람을 피워 후처를 얻는다든지,전처와 사별하여 후처를 자연스레 받아 살아가기도 했다.한국의 1960,1970년대 초반만 해도 첩을 얻어 딴 살림을 차리기도 하고,(드문 경우이지만)처제가 언니집에 들락달락 하면서 형부가 처제가 선을 넘어 결국 한지붕 아래에서 언니,동생이 함께 살았던 경우도 있다.형부가 처제와의 불륜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언니,동생이 낳은 자식들은 이종사촌이 되어야 마땅하지만 법적으로는 형제자매로 살아가야 했다.또한 바람을 피우고 성격이 맞지 않고 늘 폭행으로 시달리기도 했던 부부관계는 사회적 의식(자괴감,불명예,자존감 등)과 분위기 때문인지 오늘날과 같이 빈번하게 이혼은 많지 않고 참고 견디면서 사는 것이 신상에 좋은 것인 줄로 알고 살았던 것 같다.

 

 일본 소설이 한국 독자들에게 구미가 딱 맞는지 나오면 불티나게 팔린다.장르에 따라 독자층과 연령층이 다르겠지만 미스터리,스릴러,환타지 등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그러한 가운데 이번 무라야마유가의 《별을 담은 배》는 미즈시마가(家)의 사연을 세대 순서와 관계없이 부모,자식세대,손자세대 구성원들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들려 주고 있다.우선 할아버지인 시게유키부터 손녀인 사토미까지의 얘기를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가정사를 들려 주고 있다.읽다 보니 '아,그런 시절이 있었지'라고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경우도 있고,한국과 달리 근친간의 연애문제가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비춰지기도 했다.또한 베이비 붐 세대인 시게유키의 맏이인 미쓰구의 노후문제 및 남성 갱년기의 증상을 그려 내기도 한다.특히 시게유키의 청년시절 대동아공영 차원에서 징집되어 중국에서 훈련을 받는 가운데 위안소에서 만났던 조선인 위안부와의 인간적인 인연이 삶의 종반부에 이르러 커다란 회한으로 남기도 한다.시게유키는 징집되어 생사가 불투명한 가운데 후손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부인 요리코에게 임신을 시킨다.그후 시게유키 집안에 가정부인 시즈코가 들어와 가사를 돕는데,시게유키는 시즈코와 관계를 갖고 사에를 낳게 된다.전처(前妻) 요리코가 죽고 후처로 시즈코를 받아 들이는데 요리코 사이에서 태어난 미쓰구,아키라는 사에,미키는 다른 남자로부터 낳은 자식으로 생각하지만,세상은 비밀은 없다고 했듯 사에는 시게유키에 의해 태어난 자식으로 알게 된다.이 문제로 커다란 풍파는 없었지만 사에는 이복오빠인 아키라와 선을 이미 넘어서는 수준으로 발전하게 되지만,아키라가 집을 나가고 사에는 전문학교에 진학을 하게 된다.

 

 이야기는 후처 시즈코가 지주막하출혈로 세상을 떠나는 것부터 시작된다.시게유키는 시즈코가 후처이지만 시즈코가 생의 후반부에 걸음걸이가 불편하여 지팡이를 짚고 다녔기에 죽어서도 지팡이에 의지하여 행복한 내세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지팡이를 관(棺) 속에 넣어 준다.시게유키는 목수 출신이고 건축업을 해 온 사람이며,큰 아들 미쓰구는 종합상사에서 근무하면서 딸과 같은 나이의 여사원과 아슬아슬하게 바람을 피우고,텃밭 가꾸기를 좋아하게 되면서 널찍한 밭을 알아 보러 가기도 한다.미쓰구 아내는 교사로서 교감직까지 맡은 중견급 교육자이지만,교육자라고 해서 자식도 공부를 잘한다는 보장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딸 사토미가 바로 그런 경우이다.부모가 기대하는 공부 잘하고 성적 올리는 일에는 남 보듯 하고,이성문제,교우들과의 쏘다니는 등 잔잔한 풍파가 일기도 한다.맞벌이 가정에서 가정환경의 중요성을 느끼게 한다.시게유키의 막내 딸 미키는 모델 하우스에서 일을 하면서 아이하라라는 남자와 사귀기도 하지만 결혼까지는 이어지지 않는다.

 

 "사과해야 할 상대가 살아 있는 너는 행복한 사람이다.보거라.이 할아버지는 사과하고 싶어도,상대가 모두 저 세상으로 가버렸어.엎드려 빌고 시피어도 영원히 늦었다."  -P359

 

 6편의 이야기들이 내용은 다르지만 시게유키 집안의 구성원들의 삶이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시간과 공간을 촘촘하게 수놓고 있다.마지막 이야기인 《별을 담은 배》에서는 시게유키가 젊은 시절 중국으로 징집되어 위안소에서 만났던 조선인 강민주와의 인간적인 만남과 강압과 억울하게 끌려가 비인간적인 처참하게 짓밟히면서 일본군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지만 강민주는 조선인으로서 자존감과 자주성을 잃지 않는다.그리고 시게유키는 기나긴 삶을 이어오면서 같은 시간을 공유했던 자들과의 나누는 언어,공기,아픔,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그래서 어떠한 인연으로 만났든 옛 친구는 좋은 것이라는 것을 마음 깊이 공감하게 된다.시케유키는 이제 자신도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받아 들이면서 먼저 간 두 아내의 묘지에 분향한다.한시절 자신과 몸을 섞어 가면서 사랑을 나누고,한지붕 아래에서 한솥밥을 먹던 별과 같은 존재들이 이제는 떠나고 없지만,별을 담은 배가 자신을 맞이하려 곧 찾아 오기를 겸허하게 받아 들이고 있다.인간의 삶은 잘살고 못살고를 떠나 전해 주는 에피소드들은 삶과 죽음,사랑과 이별,고통과 상처,용서와 화해 등이 아로새겨지는 점이 어느 집안이든 비슷비슷하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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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숫자 - 국가가 숨기는 불평등에 관한 보고서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지음 / 동녘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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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신체적.사회적 건강과 행복지수의 높고 낮음은 일반인이 피부로 느끼는 정부에 대한 신뢰와 지지,사회구성원간의 위화감 등의 정도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특히 일반 서민들이 벌어 들이는 소득과 고정적으로 나가야 하는 지출의 상관관계 및 지니계수(소득 불평등의 문제)등의 간극이 넓게 벌어진다면 당연 잘사는 사람보다는 못사는 사람들이 느끼는 삶의 질은 팍팍하다 못해 상실과 좌절감까지 안고 살아가야만 할 것이다.한국이 OECD(경제협력 개발기구 34개국) 회원국이면서 경제선진국의 위상은 아직은 요원하기만 하다.현정부가 경제선진화,복지문제를 빅(Big)공약으로 내걸으면서 2년 째에 접어 들고 있지만,실제 돌아가는 정부정책을 보고 있노라면 신자유주의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양상이다.

 

 국가 구성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산층이하는 여러 모로 살아가기가 힘든 상황이다.가장 피부로 절실하게 체감하는 문제는 교육비,건강문제,노후문제가 아닐까 한다.한국이 교육왕국으로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한 아이가 태어나 결혼하기까지 드는 비용이 평균 3억 1천만원 정도 든다고 하는데,비정규직 및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일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아이의 미래는 암울할 수 밖에 없다.속칭 '유전무죄,무전유죄'이고 부모 잘못 만난 자식은 심리적 고통과 상처도 클 수 밖에 없다.교육비,주거비 등이 둘이 벌어도 감당하기 힘들기에 젊은층은 아예 연애,결혼,출산,양육과 같은 일련의 생애계획을 포기하는 사람도 늘어가기만 하는 실정이다.신자유주의의 특징이 바로 대기업 위주의 경제 정책에 있다는 점이다.보무도 당당하게 경제민주화,복지를 내걸었던 현정부는 과연 무슨 생각과 고민을 하고 있을까.

 

 정치라는 것이 원래 기만과 수사(Retoric)적인 요식행위가 많다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1980년대부터 1990년대 IMF 외환위기 직전까지는 일자리,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아둥바둥거리지는 않았다.물론 아시안 게임,서울 올림픽,신도시개발과 같은 호재가 작용했지만,신자유주의가 한국에 침투하면서 인력의 구조조정,비정규직 및 임시직,파견직 등과 같이 앞날에 대해 희망을 갖을 수 없도록 정책변화가 일어나고 말았다.이러한 신자유주의는 규제 개혁,공기업 민영화,대기업 위주 경제 정책으로 돌변하면서,재벌과 자본위주로 시장상황이 흘러가고 있다.대기업은 갑이고 중소기업은 을인 상황이 계속되면서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을의 입장은 불평등과 분노,좌절의 쓴맛을 삼켜야만 한다.현정부는 지난 정권의 바톤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대기업 위주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과 질서는 세운다)이다.

 

 얼마 전 6.4 지방자치 선거가 끝났다.국민들이 여당에겐 경고를 주고 야당에겐 주의를 환기시키는 선거결과였다고 생각한다.정부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로 읍소(泣訴)의 자세로 국민에게 정중히 부탁을 했다.과연 경제민주화,복지문제 등이 가시적으로 일반인의 피부에 와 닿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야당 역시 여당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견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지역구의 주민을 정례적으로 찾아 가면서 주민들이 안고 있는 현안문제부터 풀어나가야 할 과제 등에 대해서도 직접 챙겨야 할 것이다.선거 때만 반짝 나타나고 뽑히고 나면 한량처럼 행동하는 모양새는 높아진 주민의 의식수준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이 도서는 한국이 안고 있는 불평등 요소와 사회적 문제를 분야별로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더욱 이해하기 쉬운 점은 도표화하여 독자들의 이해도를 높이고 있으며,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세사연)에서 펴냈으며 한국사회의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으로 소득 주도 성장,경제민주화,보편적 복지,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사회적 경제 활성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사회의 불평등 문제는 경제성장을 가로 막으며,신자유주의와 같은 시장만능주의는 고소득층 및 대기업만 살을 찌게만 한다.고소득층이 잘살게 되면 '낙수효과'로 인해 자연스레 중산층 이하도 혜택을 보아야 하지만,현실은 정반대로 돌아가고 있는 점에서 아이러니할 수 밖에 없다.

 

 대부분 알고 있는 사회적 문제이지만 지금과 같이 신자유주의 일색으로 정책을 펴 나간다면 한국의 미래는 분노가 절망 및 좌절로 이어질 것이다.돈과 물질이 자본주의의 특색이라고는 하지만 소득 불평등의 격차 심화,양극화 현상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정치가는 기업가와 이익 상충을 떠나 '민복'을 위한다는 자세로 돌아가야만 한다.소득 불평등부터 교육비,의료서비스,주거비,가계 부채 등이 최악이면서 최하위를 걷고 있는 것이 한국의 자화상이다.정부는 그래도 경제선진국이라고 호언할 수 있을까.비정규직의 최소화를 비롯하여 대기업,부자계층,대학이 꽁꽁 숨겨 놓은 비자금 및 적립금 등을 복지문제에 쓰이도록 환원해야 할 것이다.이는 정부 및 정치가들의 이해상충으로 난항이 예상되지만 경제선진국,복지국가로 나아가겠다는 선거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의지 및 노력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거시적으로 한국의 미래를 위해 대다수의 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현상황 및 해결책을 진지하게 고민하여 내 놓은 이도서는 많은 공감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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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풍경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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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우연히 찾아 오는 것일까.아니면 자신에게 적합한 대상을 찾기 위해 이리 저리 알아보면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나의 지난 청춘시절을 돌이켜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중학교 동창(남녀공학) 커플이 나를 위해 지금의 아내를 소개해 주었다.둘 다 결혼 적령기를 넘긴 상태라 제대로 몇 번 데이트로 못한 상태에서 날짜를 잡아 식을 올리는 바람에 살면서 맞지 않은 성격과 생활방식,사고방식 등으로 티격태격한 적도 있었다.아이들이 커가면서 경제적인 문제,집안문제 등으로 보이지 않은 갈등과 생각의 차이를 극복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내가 가장으로서 왠만하면 참고 양보하는 편이다.이것은 나이가 들어 가다 보니 집안문제 외에도 신경쓰고 고민할 일이 참으로 많기에 모든 것을 참견하고 내 위주로 하다가는 신체적,정신적 질병 및 불화가 쌓일 우려가 있기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참고 기다리는 방식을 택하니 몸도 마음도 예전같지 않게 편안한 상태로 돌아오게 되었다.이것은 나이가 들면서 삶의 경험에서 비롯된 하나의 지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성을 만나서 눈에 콩깍지가 씌워질 정도의 연분이라면 죽어서도 둘의 영혼은 썩지 않고 살아 다시 만나 현세에서 못나눈 애정과 사랑을 다시 나누어 나가리라 생각한다.지구촌 어딘가에서 파편처럼 살아가다 자석에 이끌린 것과 같이 남과 여가 하나가 되어 깊은 사랑을 나누어 가는 삶의 모습은 경이롭기만 하다.인생은 어느 한 곳에 붙박이처럼 고정되어 있는게 아니다.탄생의 순간부터 성장,결혼,사회생활,노년,죽음에 이르기까지 인생의 각과정은 이리 저리 옮겨 가는 이동이라고 생각한다.누군가는 전생에 인연이 현세에 나타나 만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금슬이 좋은 관계로 부부가 백년해로를 유지해 갈 수만 있다면 인생이 얼마나 아름답고 고귀하면 값진 일이겠는가.

 

 박범신작가는 《소소한 풍경》으로 독자들 앞에 다가섰다.등장인물도 많지 않다.딱 세 명으로서 ㄱ,ㄴ,ㄷ 기호로 나뉘어져 독특하기만 하다.스승이면서 '나'의 제자인 ㄱ은 쓰라린 이혼의 상처를 안고 소소마을에 나타나고,ㄴ은 광주민주화 운동에 의해 아버지,형을 읽고 어머니를 요양원에 맡긴 채 더블백만 짊어지고 소소마을에 나타난다.그리고 마지막 ㄷ은 탈북여성으로서 조선족으로 가장(假裝)하여 어렵게 살아가는 처녀이다.박범신작가는 ㄱ,ㄴ,ㄷ 세 명을 원초적 사랑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일반인의 시각으로는 다소 괴리감과 비정상적으로 비쳐지고 있는데 남자 ㄴ과 여자 ㄱ,ㄷ 세 명이 하나가 되어 칡넝쿨과 같이 몸을 섞는 불가능한 가능한 형태의 애욕이 연출되는데,박범신작가는 왜 이러한 소재를 삼으려 했을까.

 

 생성과 죽음과 몽상과 은유와 접합과 원시성의 물.그것은 다채로운 감응을 준다.물의 감응이 없다면 우리가 덩어리를 이루는 것도 애당초 불가능했을지 모른다.-P306

 

 제자인 ㄱ,ㄴ,ㄷ 모두 정신적,심리적 결핍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들이다.제가 ㄱ이 스승에게 꺼낸 첫마디가 "시멘트로 뜬 데스마스크 보셨어요?"였는데 읽어 가면서 알게 된 것은 ㄱ이 ㄴ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모양이다.ㄴ은 오갈 데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더플백만 메고 ㄱ 앞에 나타나 물구나무 서기를 보여 주면서 자신의 살아 온 과정을 담담하지만 쓸쓸하고 무기력에 가까운 이야기를 전한다.아버지보다 형과의 관계가 좋았던 어린시절을 회고하지만 형은 이미 세상에 없는 상태에서 ㄴ은 ㄱ을 위해 우물을 우공이산의 자세로 파게 된다.이러한 상황에서 ㄷ이 ㄱ,ㄴ과 합류하게 되고 셋은 ㄴ을 가운데 놓고 애욕을 불사른다.그런데 이들이 펼치는 비정상적인 성행위에 대해 미래를 설계하는 것과 같은 구속력은 없는 그야말로 자유스러운 행위일 뿐이다.잠깐 동안의 행위였지만 ㄱ과 ㄴ이 정사를 펼치는 가운데 그 행위에 배제된 ㄷ은 뒤란에서 자위행위를 하기도 한다.ㄷ은 이성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다운 사랑을 받지 못해 스스로 희열을 느껴보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을 해 보았다.

 

 셋으로 삼각형을 이룬 게 아니었어요.셋으로부터 확장되어 우리가 마침내 하나의 원을 이루었다고 나는 생각해요.역동적이고 다정한 강강술래 같은 거요.둘이선 절대로 원형을 만들 수 없잖아요.셋이기 때문에 비로소 가능한 원형(덩어리)이지요. -P209

 

 

 ㄱ,ㄴ,ㄷ 모두는 아픈 기억을 안고 불완전하게 살아 가는 존재이다.ㄱ이 관상식물로 키우는 선인장은 가시가 날카롭게 나 있는데 대부분 바깥 쪽을 향해 나 있기 마련이지만 게중에는 선인장 몸통 쪽으로 나 있는 경우도 있다.바깥 쪽으로 나 있는 가시는 상처와 고통을 누군가를 향해 원망과 복수가 서린 방어막이고,자신을 향해 나 있는 가시는 자신의 고통과 상처,슬픔이 된다.셋은 정신적,심리적으로 불완전한 결핍의 상태에 놓여 있는 가운데 불완전한 영혼을 알몸을 뒤섞으면서 경이로운 경험을 맛보고 그 행위를 통해 고통과 상처를 조금이나마 내려 놓으려 하지 않았는가 싶다.박범신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특이하게도 시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함축적인 문구로서 때로는 마음이 정갈해지고 정화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ㄴ은 우물을 다 판 상태에서 누군가에 의해 깊은 우물 속으로 빠져 죽게 된다.진범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의 수사는 종결되고 ㄴ의 유골의 유분은 호숫가에 뿌려지게 된다.ㄱ은 ㄴ에게 진심으로 사랑하고 ㄴ의 영혼을 달래고 기념으로 삼고자 ㄱ이 쓴 《우물》이라는 책자와 목걸이를 땅속에 묻으며 그 자리를 ㄴ과 함께 했던 자리로 기억하고자 하며,ㄷ은 소소마을을 떠나 동해 쪽으로 티켓다방을 전전하게 된다.ㄴ은 사랑의 본능을 곡선,공,굽어 돌아들기를 지향한다고 말한다.

 

사랑이 있다면,그래요.사랑이 있다면요,그것은 출발-종말이 접합된 완벽한 원형일 거예요.P163

 

지구촌의 각기 다른 별나라에서 온 ㄱ,ㄴ,ㄷ은 모두 육친과의 이별을 내면에 안고 있는 결핍된 존재들이다.소소마을에 ㄱ,ㄴ,ㄷ이 우연찮게 만나 불가능한 가능한 사랑을 나눈 짧은 기간이었지만 심장을 후려치는 인연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다시 모래알과 같이 유목민과 같이 셋은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지만 물,불,흙,공기와 같은 태초의 자연으로 돌아가 원초적인 영혼의 모습을 보여 주려 한 것은 아닐까 한다.비록 현실 속에서의 이러한 사랑의 행위는 극히 금기시되는 행위이지만 올데갈데 없는 이들의 기구하고 아픈 사연들을 털어 놓을 수가 있고,원초적 본능인 육욕을 채우려는 욕망을 엿볼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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