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류
이립 지음 / 새움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류의 과학기술은 어디가 종착역인지 모르겠다.특히 유전과학 및 생명공학이 눈부시게 발전해 가고 있는 것은 인류의 삶과 행복을 위해 쓰여진다면 그 이상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다.나처럼 유전과학 및 생명공학분야에 문외한인 사람이 과학과 관련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생경한 과학용어와 이해력이 떨어지는 스토리의 연결성에 한 권을 다 읽고 난 후에도 스토리의 전체적인 맥락이 엉킨 실타래와 같을 때도 있다.그런데 과학적 요소와 사회적 문제 그리고 흥미와 몰입을 더해 주는 롤러코스터와 같은 이야기라면 관심과 흥미의 폭을 배가 시켜 주기도 한다.

 

 줄기세포와 관련하여 국내에서도 한창 진위여부를 두고 논란과 사법판결까지 있었던 마당에,이번 《혈류》는 인간복제와 관련한 이야기이고 스토리의 전개가 첩보전을 방불(彷拂)케 하듯 빠른 템포와 이익 상충관계로 얽힌 인물들의 속내가 금방이라도 들어날 듯한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었다.과연 인간 복제가 가능키나 한 걸까.미국 예시바대 로버트 싱어 박사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뇌신경세포 간 시냅스 연결의 형성에 관여하는 단백질에 관한 연구가 있었다고 한다.이것은 기억의 형성에 중요한 메커니즘이어서 이립작가는 이에 작품구상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직업이 마취과 전문의이다 보니 의학용어 및 인간복제로 연결되는 스토리의 참신성과 놀라운 음모 등이 바닥에 깔려 있었기에 읽는 내내 흥미진진하기도 했지만 과연 인간복제가 실현된다면 과연 죽었던 사람이 부활하여 세상에 다시 돌아오는 혼란과 정체성으로 인한 문제로 카오스 현상으로 뒤죽박죽 되리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인간은 기어코 신의 영역을 침범한 것인가? 최초에는 나도 바로 저런 모습이었을까?' -P62

 

 인간의 시신에서 체세포와 혈액만으로 인간복제가 가능하다는 가설은 섬뜩하기만 하다.이야기는 지방에 출장을 떠나는 주인공 김종훈이 새로 개발된 초고속열차 TF호를 승차한 후 누군가에 의해 장착한 시한폭탄이 폭발하면서 열차에 승차했던 대통령을 비롯하여 수행원,경호원 및 수많은 시민이 모두 희생되고 마는데,김종훈은 기적적으로 살아나게 된다.대통령 대변인을 비롯하여 최현 윤리부장 등이 당시 상황이 찍힌 블랙박스 및 CCTV 동화상을 통해 용의자를 찾아 나서는데,그 배후에는 희생된 대통령의 비자금에 눈독들인 복제 전문의들이었다.김종훈도 폭발 순간에 정신을 잃고 기억이 사라지게 되지만,하루도 지나지 않아 제2의 김종훈으로 탄생을 하게 되는데,청와대,국정원,중국 마약관련 회사 등이 복잡하게 연결되고,이익 상충과 이해관계를 두면서 김종훈은 청와대,국정원을 본의 아니게 들락달락하게 된다.대통령은 인간복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복제 전문의들은 유일하게 살아 남은 김종훈의 혈액 속에 대통령의 체세포와 혈액을 주입시켜 복제된 김종훈의 머리 속에 대통령의 생각과 기억을 되살려 했던 것이다.

 

 하나의 스토리가 끝나면 관련자들이 해당 이슈에 대해 토크 쇼를 진행하기도 한다.작가가 독자들의 인간복제문제 및 배후 세력의 음모 등과 관련하여 이해도를 높이고 현장감을 더해 주려는데 있다.결국 대통령 비자금에 눈독을 들인 자들은 자업자득으로 흉탄에 맞아 죽고,김종훈은 비자금을 국고로 환원하기로 한다.그는 제2의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게 되고,이로 인해 부부관계에도 윤활작용을 하게 된다.시신에서 채취한 기억 단백질로 인간복제의 가능여부를 떠나 생명공학의 발달과 함께 풍부한 상상력과 스릴 넘치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회복탄력성 - 시련을 행운으로 바꾸는 유쾌한 비밀
김주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보통 사람들은 하루의 운세를 두고 일진(日辰)을 자주 입에 올린다.특히 돈을 만지는 장사하는 사람 사이에서 일진을 자주 쓰며,보통 사람들도 일진이라는 말을 자주 쓰게 마련이다.나 역시 상황과 컨디션에 따라 일진의 좋고 나쁨을 스스로 예측해 본다.간밤에 흉몽을 꾸어서 자신에게 길흉의 조짐을 넌지시 드러냈다고 생각한다든지,장사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아침부터 물건은 사지 않고 큰 돈을 잔 돈으로 바꿔 달라고 하게 되면 장사하는 사람의 인상은 험상궂은 빛으로 바뀌고 만다.일진의 좋고 나쁨은 개인이 처해 있는 상황과 몸상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자주 생각하고 잊혀졌던 것들이 뇌리에서 흩어졌다 모였다 하면서 어느 순간 꿈속에 나타나게 된다.일진을 두고 하루의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를 두고 대범하게 무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혹 좋지 않은 일이 생길까봐 신중하게 처신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인간사가 어찌 일진의 좋고 나쁜 것만 있을까.말그대로 시련과 역경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개인의 부주의 및 나태로 인해 벌어지는 일도 있을 것이고,사회 구조의 부조리로 인해 사회구성원 간의 골 깊은 갈등이 있을 것이며,천재지변과 같은 불가항력적인 면도 있을 것이다.개인을 중점적으로 말한다면 결핍,열등감,소외감,질병,사고,가족간의 불화 및 죽음,실업,파산 등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고통과 상처로 물들 것이다.이러한 현상을 접하면서 개인에 따라서는 무기력증(Depression) 우울증과 같은 상황까지 치달을 수도 있는데,현대인에게 있어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질병 중의 하나가 무기력증에 가까운 우울증이 아닐까 한다.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감내하면서 돌파구를 찾지 못해 스스로 '화(禍)'를 키워 가면서 상실,자괴감,불안,대인관계 기피증,원망,자살 등의 감정을 품을 수도 있다.그렇다면 왜 자신에게 이러한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서 마음 속을 갉아 먹는 응어리를 안고 있는가를 스스로 생각하고 이 위기를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글의 제목이 《회복 탄력성:Resilience인 만큼 무기력증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혼자 골똘히 생각하고 은둔하는 것보다는 가까운 사람을 자주 만나면서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자신이 부족했던 부분이 무엇인가를 살펴서 그것을 보충하려 노력하는 자세가 긴요할 것으로 보인다.그런데 무기력증에 빠진 사람들의 경우에는 마치 자신이 사회의 희생양 또는 소외라도 당한 것이라고 한껏 몸과 마음을 움추리는 것이 문제이다.사안에 따라서는 심리상담,정신과 치료도 필요할 것이다.이러한 상황에 처해 있을 수록 사람들과 자주 만나 교류와 소통,미지의 세계를 알아 가면서 마음을 추스리기도 하면서 내게 없는 타인의 좋은 점을 흡수해 나가려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특히 한 가족을 책임지고 부양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가장이라면 보다 더 삶에 대한 의지를 갖고 인간관계,소통 능력을 키워 하루라도 빨리 무기력증에서 벗어나는 것이 자신과 가족을 위해 유익하고 건강한 미래가 찾아 오리라 생각한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서민들이 겪는 상대적인 돈과 물질의 결핍에 의해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한국인의 경우에는 감정통제력,자기효능감,적극적 도전성이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고 하는데,이것은 한국인의 정체성과도 크게 관련이 있다고 본다.화를 잘내는 기질,집단에서 소외되는 경우 의기소침이 오래 가고,개인적인 자존감 및 자부심이 높아 시시하다고 인식하는 경우에는 거들떠 보지 않으려는 경향이 짙다.아마 이것은 사회전반적인 구조 및 인습,인식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돈과 물질이 인간을 지배하고 착취하는 시대이다 보니 계층간,지역간,학군간의 간극이 크게 벌어지고 위화감은 더욱 심화되어 가는 실정이다.이것은 참으로 안타깝지만 한국사회의 고질병(固疾病)이 아닐까 한다.국리민복을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솔선수범하는 지도자의 모습은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짙게 드리운 안개 속일 뿐이다.

 

 회복탄력성은 자라온 가정환경도 매우 중요하다.가족들의 아낌없는 사랑과 신뢰를 받고 자란 사람은 당연 회복탄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사회 적응력,문제해결 능력도 높다고 나왔다.반면 가난한 가정,부모의 불화 및 부재,폭력적인 이웃과 슬럼가와 같은 우범 지대에서 자라난 사람이 회복탄력성이 반드시 낮다고는 볼 수가 없다.학습과 사회생활을 하면서 개인의 노력과 훈련에 의해 회복탄력성은 얼마든지 높아질 수 있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이다.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일지라도 어느 순간 자신의 삶의 목표,목적이 무엇인가를 깨닫는 순간 이를 악물고 사생결단의 각오로 삶의 목표를 향해 매진하고 이를 성취한 성공인들을 사회에는 수도 없이 많다.그렇게 하려면 우선 자신이 변해야 한다.누구보다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신이다.자신의 내면과 자주 대화를 나누고 스스로 성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감정조절,충동통제,원인분석이라는 자기조절능력을 키워 가면서,자신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최대치로 올리다 보면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또 다른 재능과 지능을 발견할 수도 있다는 이론도 확립되었다.나아가 소통,공감,자아확장력이라는 대인관계능력과 자아낙관성,생활만족도,감사하기라는 긍정성이 더해져 회복탄력성 지수에 적용되는 항목이다. 하워드 가드너 《마음의 틀 속에 나오는 다중지능이론이다.다중지능이론은 언어지능,논리-수학지능,시각-공간지능,음악지능,신체-운동지능,자연지능,대인지능,자기이해지능이다.

 

 회복 탄력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저자가 말한대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소통 능력과 긍정적 마인드로 압축된다.제대로 된 소통능력을 키워 멋진 인간관계를 맺어 나가고 유지하면서 신뢰 및 설득을 해나가는 작용이며,긍정적 마인드는 사물 및 문제해결의 다양성에 초점을 두고 접근하면서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구체적 업무수행 능력까지 향상시킨다는 것이 확인되었던 만큼 회복탄력성은 개인이든 사회든 창의력과 문제해결 능력면에서 매우 효능이 크다는 생각을 한다.마음이 가장 밑바닥에 있다고 보는 무기력증을 개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회복 속도는 달라질 것이다.마음을 다스리는 문제인 만큼 명상,요가,영가(靈駕)를 체험해 보는 것도 좋은 것이다.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능력인 대인관계 및 소통의 힘이 아닐까 한다.회복탄력이 탄력을 받아 정상으로 돌아와 일과 삶이 모두 호전되면서 궁극적으로는 행운과 행복을 함께 맛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폭스 밸리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살인사건을 다룬 범죄소설을 재미와 깊이를 동시에 맛보았다.흔히 범죄가 발생하면 초동수사니 뭐니 하여 폴리스라인이 쳐지고 현장감식과 주변인물들에 대한 알리바이 형성 여부와 피해자와 관련하여 탐문이 진행되는데,이번 작품은 피해자의 유족 및 주변 인물들의 심리적인 묘사가 강한 것이 인상에 남는다.사람이라면 자력으로는 도저히 버텨내기 힘든 궁지에 몰렸을 때 극도의 에너지가 분출되면서 기발한 수단과 방법을 취하는 것이다.원래 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타고 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가정의 결핍과 사회에서의 배제 및 소외감으로 인해 범죄를 저지르곤 한다.그래서 자식에 대한 애정과 관심,올바른 훈육과 양육이 온전하게 부모에게 전수받는 것이 최고라는 것을 부모가 되어 보니 이제야 깨닫게 된다.일상에서 부모가 자식에게 말과 행동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자식의 뇌리에 그대로 각인되어 인성과 성격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가정환경이 매우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독일 작가에 의해 쓰여진 범죄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의 배경은 영국이다.등장인물들은 다양하게 얽혀 있다.고리대금업자로부터 빚 독촉에 시달리다 한 여인을 깊은 산중 동굴에 나무상자 안에 감금시킨 주범죄자부터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신분과 체면 때문에 갈등과 다툼 끝에 부인을 유기한 남편,그리고 피해자의 주변 인물들이 얽히고 설켜 가독성을 더해 주고 있다.부모의 잦은 이혼과 결핍된 성장과정 속에서 고리대금업자의 독촉에 의해 돈을 마련한다는 생각에 우연히 해변국립공원에서 만난 여인을 납치하여 어린시절 여우를 보았다는 산중 계곡 동굴 속에 한 여인을 감금시키고 피해자의 가족으로부터 돈을 뜯어 내려 하지만,폭행상해죄를 저질러 2년 6개월 간의 수형생활을 하게 되는 것부터 스토리가 흘러 간다.

 

 주인공은 납치되어 동굴 속에 감금된 여자의 생사에 대해 신경이 쓰이지만 폭행상해죄로 감옥생활을 하고 이 사건에 대해 사회에서는 알려지지 않아 뇌리에서 잊혀져 간다.주인공은 수형생활 중에 만났던 여인이 인생의 멘토가 되어 주고 동거를 하게 된다.설상가상으로 주인공의 전 애인 및 친모가 괴한들에 의해 납치되어 린치를 당하게 되면서 경찰측에서는 용의자를 다양한 각도로 모색한다.사채업자는 주인공이 퇴옥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에게 정해진 기한내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액수를 마련해 놓으라고 지시하게 된다.그 후 해변국립공원에서 3년 전과 동일한 범죄가 발생한다.주인공은 생계를 마련하기 위해 복사가게에서 일을 하면서 근근히 삶을 꾸려 나가고,경찰측에서는 주인공을 용의선상에 올려 놓게 되면서,스토리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주인공을 사랑하는 여자는 주인공의 삶과 전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수를 권유하지만 결코 두 번 다시 감옥에 가고 싶지 않은 마음에 심리상담소의 지인집에 잠깐 머무르지만 그를 체포하기 위한 현상수배 및 언론매체의 방송을 타면서 심리상담을 받으러 왔던 여자를 앞세워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유유히 도망치려 하지만 물샐틈 없는 경계망에 의해 좌초가 되고 만다.

 

 한편 잡지사 편집인으로 근무하던 여성이 돌연 주인공이 범행했던 수법과 동일하게 해변공원에서 행방불명이 되는데 그녀의 남편을 잘 알던 여성에게 그간의 가정문제,경제문제 등을 담담하게 토로한다.결국 자신이 아내를 죽이고 유기시켰다는 것이다.또한 범죄의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동행했던 여성마저 암벽 위에서 바다로 추락시키지만 하늘의 도움인지 그녀는 살아나게 된다.자식을 넷이나 둔 남편은 자식들마저 방안에 감금시킨다.주인공은 사채빚을 갚으려 대학교수인 여성을 감금하고 세상에 알려지지 않으리라 방심을 했지만 그의 전 애인과 현재 동거하는 애인이 동굴 현장을 찾아내고 나무상자 안에 유골만 남은 시신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주인공은 사법의 기준에 따라 형을 받게 된다.

 

 두 건의 살인사건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것들이다.그런데 두 사건의 공통점은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했던 사건이라는 점에서 씁쓸하기만 하다.게다가 능력이 되지 않으면 노동을 통해서 돈을 벌어 나가는 것이 현명할텐데 덥썩 사채업자로부터 돈을 빌리고,사채업자는 악덕업자로 변신하면서 자신의 요구를 들어 주지 않게 되면 살인도 불사할 인간들이다.샤를로테 링크의 《폭스 밸리》는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사건이고 스토리도 어렵지 않게 전개되고 있다.등장인물 각각의 내면세계와 심리묘사,그리고 심리적 스릴과 반전이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어 재미와 깊이를 더해 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 - 종자는 누가 소유하는가
KBS 스페셜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 제작팀 지음, 정현덕 기획, 장경호 엮 / 시대의창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1990년대 초반 '신토불이'라는 식당이 있어 점심 때는 회사 동료들과 자주 이용했다.그 가게는 두부를 만들고 난 뒤 남은 콩비지로 만든 음식인데 넓은 사발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콩비지찌개는 구수한 맛과 우리 농민이 직접 경작한 콩으로 만든 음식이기에 든든하고 자부심마저 생겼다.그런데 수입농산물 개방(FTA)과 우루구아이 라운드 협정으로 농민들이 분실 자살하는 소동이 일어나고,대대손손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 왔던 농민들이 농협으로부터 빌린 빚과 농작물의 수확가의 수지타산이 맞지를 않아 농사를 아예 포기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하면서,돈이 되는 환금작물로 대체하고 있다.비단 쌀,보리,밀과 같은 곡류만이 아니다.가축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단기간 안에 시장에 판매해야 하기에 비좁은 공간에서 항생제 및 곡물사료를 먹여 성장시켜야 수지가 맞는다는 것이다.

 

 산업화,도시화로 인해 농촌은 이제 피난 떠난 집,마을과 같이 황량하기 이를 데 없다.농촌에는 일한 젊은이들이 대거 도회지로 몰리면서 힘없는 노인들만 남아,근근히 삶을 꾸려 가고 있는 실정이다.한편 일반 서민들의 입맛이 서구화로 바뀌면서 햄버거,샌드위치 등 인스턴트 식품을 좋아하게 되고,불에 구운 육류를 선호하다 보니 어린이들의 신장 및 체중은 늘었으되 건강지수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대대로 농부들에 의해 가꾼 곡물,과일,야채,가축 등이 수입개방화되면서 토종 식자재는 점점 줄어만 가고 있다.과연 수입농산물,육류,과일 등을 안심하고 먹을 수가 있을까.나 역시 비록 마트에 가서 생산지 등을 따져 보기는 하지만 과연 식자재에 농약 잔류가 얼마나 되고,교배종인지 유전자 조작 생산물인지 어떻게 알 수가 있을까.

 

 종자(種子), 이 단어는 그지 멀지 않은 과거의 봄날이 떠오른다.겨우 내내 곳간에 저장한 볍씨를 소금물에 담가 보리타작이 끝난 뒤 바로 논에 볍씨를 일정 면적에 심는 광경이 엊그제와 같다.할아버지께서 작고하시면서 시골에서 도회지로 이사오면서 시골의 논은 일부는 도지인이 짓고 나머지는 환금작물로 재배하고 있는데,듣기로는 씨앗,농약 등을 도회지에 가서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농부가 생산한 볍씨로 농사를 지을 경우에는 볍씨에 맞는 비료,농약을 사용해야 해충,병충,멸구를 제대로 퇴치할 수가 있다고 한다.내가 청소년 시절에는 흥농종묘,중앙종묘 등의 농화학 회사가 있었는데 현재는 초국적 종자 기업 및 초국적 농화학 기업에 인계된 상황이다.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초국적 종자기업 대표적인 회사가 몬산토,듀폰,산젠토 등인데,이들은 각종 곡류를 교배하고 유전자 조작을 거쳐 전세계에 유통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그 대표적인 기업이 몬산토인데 그들은 농약잔류에 대한 일일허용치의 권장량(?)을 영업비밀이라는 명목으로 공표를 하지 않고 있다.그런데 거의 모든 농작물과 가축 등이 농약,유전자 조작,항생제 남용을 일삼고 있는데 과연 인체에 무해할까.초국적 종자기업과 농화학기업은 과연 누구를 믿고 후안무치하게 상행위를 하는 것일까.아마 미국 정치권력과 기업가 간의 이익 상충이라는 함수관계가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강하게 든다.

 

 이 글은 2011년 KBS스페셜 <종자,세계를 지배하다>편을 내보낸 뒤 3년이 지나 책으로 나오게 되었는데,초국적 종자기업의 종자 지배는 종의 단일화로 인해 초국적 종자기업의 배만 불리게 하고 인류에 끼칠 가공할 위험을 경고하는 의미가 크다.농민들은 자신이 뿌리고 가꾼 농작물을 소중히 여겼다.굶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종자만큼은 소중히 다루고 저장하여 동일한 토양에서 대대로 재배되어 왔던 것이다.그런데 이제는 씨앗의 주인이 초국적 종자기업의 손에 넘어가고 만 것이다.초국적 종자기업은 '꿩 먹고 알 먹는 식'으로 씨앗도 팔고 농약도 파는 횡재를 부르고 있다.씨앗의 단일화가 과연 안심할 수만은 없다.만일 이로 인해 특정 질병이라도 발생한다면 초국적 종자기업이 책임을 질 것인가.그들은 이런 저런 변명과 핑계거리를 치밀하게 준비해 놓았을 것이다.즉 오리발 내미는 식일 것이다.농산물에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보다 수확물의 시장가격이 낮아 농민들은 늘 빚더미에 앉게 되고,감당 못하는 빚으로 인해 삶을 마감하는 사례가 인도 농민들의 자살의 주원인이 되는 것을 보니 안타깝기 그지 없다.

 

 2009년 농촌진흥청이 관찰한 한국에서 재배되는 재래종 작물의 수가 재배되어 온 종자의 74퍼센트를 잃어버렸다고 한다.그많던 토종 씨앗들은 어디로 갔을까.식물 유전자원이 사라져가는 유전자 침식 조사 결과 고추,수수,기장 등은 더 이상 재래종이 재배되지 않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이다.밀려 오는 수입개방과 수지타산이 맞지 않은 농작물의 수확가로 인해 농민들은 더 이상 천직을 내팽기고 말았다고 보아도 과언은 아니다.대신 돈이 되는 환금성 대체작물을 재배하고는 있지만 이것 역시 경제적인 면에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씨앗은 자연 상태에서 다양한 변이를 통해서 기후의 변화와 토질,병해충 같은 조건과 어울려 살아남거나 진화해 왔다.그런데 생명과학이 발달하면서 재래 씨앗도 초국적 종자기업에 넘겨 주게 되면서 복잡한 변이,유전자의 이동,염색체의 재조합 등의 교차 과정이 벌어지고 있다.보릿고개의 시절을 겪은 1세대 윗분들은 녹색혁명을 경험하면서 생산량 늘리기에 공을 쏟았는데,이제는 녹색혁명이라는 말도 옛말이 되고 말았다.참고로 현재 한국의 곡물 자급률은 고작 22.6퍼센트이다(2011년).

 

 계절에 관계없이 전 세계를 상대로 생산되며 소비되는 시대가 되었다.이를 세계농식품체계라고 한다.다양한 먹거리를 계절과 상관없이 얻을 수 있는 점은 일견 좋아보이지만 세계농식품식품체계가 산업형 농업과 자유무역을 통해서 유지된다는 사실은 농업의 미래를 위해 결코 좋아 보이지 않는다.특히 세계농식품체계는 안전한 먹거리가 안정적으로 생산되고 소비될 수 없는 구조적 원인이 된다. -P106~P107

 

 종자를 판매하는 초국적 종자기업들은 생명체와 생물자원에 대한 특허가 허용되도록 하기 위해 종자와 식물들이 자신들의 '발명품'이고,자신들의 재산이라고 주장한다.특히 경악할 만한 사안은 몬산토는 자연의 재생 순환에 기반을 둔 농민의 파종이 오히려 자신들의 재산을 '절도(竊盜)'하는 행위라고 공표하기 시작했다.몬산토는 대표적 초국적 종자기업으로서 아르헨티나에 처음 종자가 들어 갔을 때 로열티를 거론하지 않고 밀수를 허용했는데,3년이 지난 뒤 그간 사용한 종자에 대한 특허사용료를 모두 보상하라고 아르헨티나 정부를 압박했다고 한다.아르헨티나의 농민들은 격력하게 저항했지만 자본력과 특허라는 제도를 앞세운  몬산토의 승리로 돌아갔다는 전언이다.'병 주고 약 주는 꼴'이 아닐 수가 없다.

 

 한국의 GMO 표시제는 검출 기반을 기준으로 한다.현행 식품위생법은 변형된 유전물질(DNA)이나 외래 단백질 성분이 남은 식품에만 GMO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는데,원료의 가공 과정에서 DNA가 파괴되거나 검출이 불가능한 식품인 간장,식용유,녹말당(전분당) 등을 표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식용으로 수입되는 GMO 옥수수,콩이 대부분 녹말당과 식용유에 쓰이는데 표시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기에 소비자는 GMO 식품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먹고 있는 것이다.반면 콩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를 사료로 재활용할 때는 'GMO 사료'표시를 해서 판매하도록 되어 있다.정작 인간의 몸이 중요할텐데 GMO 표시의 애매모호한 기준이 이해가 가지를 않는다.유전자 조작 생물 문제는 이제 인체 위해성을 넘어 환경 문제,종자에 대한 특허권,자본 종속 등 사회경제 문제로 비화될 조짐이다.아니 확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토종 종자인 콩이 20세기 초 미국인과 일제강점기 일본에 의해 유출되었다.이렇게 유출된 대두가 어떻게 교배되고 변이되었으며 유전자 조작이 행해졌을까.특히 세계무역기구인 WTO는 GMO 확산을 강제하고 있다.놀라운 점은 1992년 미국 부시정부는 GMO가 본래의 생물자원과 '실질적으로 동등하다'는 판정을 바탕으로 GMO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다.이는 유전작조작이 되었든 되지 않았든 똑같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이다.이제 초국적 종자기업,농화학기업은 종자,농약,비료,곡물 수집,운송,축산,식품 가공,유통에 이르기까지 먹거리를 장악하는 지경에 이르렀다.유전자 조작에 의한 종자로 인해 생태계 오염과 유전자 조작 작물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이에 반기를 들고 토종종자운동을 펼치는 운동가 및 단체들이 늘고 있어 다행이 아닐 수가 없다.식량 주권,종자 주권 되찾기 위해 정부차원에서도 실질적이고 지원과 보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기업과 자본 앞에 종자마저 주권을 잃어서는 안될 것이다.인류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는 종의 단일화가 아닌 종의 다양성이 확보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려전쟁 생중계 - 고려의 역사를 뒤흔든 10번의 전투 전쟁 생중계
정명섭 외 지음, 김원철 그림 / 북하우스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선시대에 대한 역사물과 이야기는 제법 많은데 이에 비하면 고려시대는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탓인지 멀게만 느껴진다.고려 태조 왕건에 의해 후삼국이 통일되면서 고려는 사분오열된 민심을 수습하고 정치적인 개혁을 통해 이미지 변신을 해 나갔다.고려는 918~1392년까지 34대의 왕조가 있었다.불교가 국교이면서 팔관회 등을 통해 내치를 다져 나가기도 했다.당시 대외관계는 요나라,여진족,몽고,왜구 등과의 빈번한 전쟁으로 백성들은 도탄에 빠지고 허약한 왕조로 인해 무인과 승려들이 득세하기도 했다.고려 후반기에 이르러서는 원의 속국이 되면서 무고한 백성들이 인질로 끌려 가기도 했다.원의 공주와 결혼한 혼혈왕이 탄생하기도 했다.국사(國事)를 강력하게 다스리지 못한 무능한 왕과 주변세력들의 아귀다툼에 의해 고려는 이성계로 하여금 역성혁명을 불러 일으켰다.

 

 고려시대에 요,여,원,왜구 등과의 잦은 전쟁은 국토가 황폐화되고 민심은 흉흉하게 되면서 백성이 국가의 왕조를 믿지 못하는 이반현상이 발생하는 등 국가의 체신은 말이 아니었다.그러한 가운데서도 나라의 방위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쳤던 장수들을 비롯한 무명의 병사들은 목숨을 담보로 치열한 전장 속에서 일전일패를 거듭해 나갔다.고려시대에 발생했던 이웃나라들과의 전쟁의 소용돌이는 오늘날의 정치적 역학관계를 그대로 보여 주기도 한다.당시 전쟁에서 사용되었던 무기들은 대부분 화살이 주가 되었고 최무선에 의해 발명된 화약은 진일보한 것이었다.초창기에는 요나라와의 전쟁이 주류를 이루다가 여진족,홍건적,왜구와의 전쟁으로 이어지면서 약체의 왕조는 더욱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이고 말았는데,고려 후반기 최영,이성계 등이 보여 주었던 애국정신의 발로는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가 없다.

 

 고려시대의 전쟁에 대해서는 매우 일천할 뿐인데,이번 도서에서는 고려가 이웃나라들과 전쟁을 벌였던 굵직한 전투를 10회에 나누어 전문가들이 현장감 있게 해설을 해 주고 있어 고려시대의 면면을 진지하게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다.정명섭,신효승,이노우에히로미 공저자는 관련 전투에 대한 역사적 자료 및 개연성을 두고 서술한 이후,독자들을 위해 생중계 방식으로 현장감과 이해도를 높여 주고 있다.맨마지막에는 전쟁과 관련한 비화(秘話)를 소개하면서 관련 전투 및 고려의 사회상에 대한 부분까지도 세심하게 들려 주고 있다.고려가 건국될 시기에 중국은 중원을 통일한 송나라와의 책봉을 받는 상황이어서 복속을 요구하는 요나라를 거절할 수 밖에 없었고 요나라가 여진족을 복속하면서 요나라의 팽창정책은 고려를 정벌하려는 야욕을 품게 된다.고려는 요의 침입에 대비하여 축성을 하지만 요는 압록강지역을 장악하려 들면서 전쟁이 발생한다.고려는 소손녕 장군이 지휘하는 삼수채 전투는 결과적으로 무승부로 끝나고 만다.그리고 강감찬장군이 지휘하는 귀주대첩은 요나라 군대의 혼란한 틈을 이용하여 요군을 강물에 휩쓸려 내려 가게 하고 대승을 거둔다.그런데 고려사에는 요의 침입 기록이 없다고 한다.고려는 험난한 지형에 익숙하고 이를 잘 활용하였기에 요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었으리라 생각한다.이러한 사이에 국내에서는 무신들에 대한 홀대와 모욕이 정변의 원인이 되었다.

 

 그뒤로는 윤관에 의한 귀문관 전투가 발생했다.윤관장군은 기병부대인 신기군 즉 별무반을 창설한다.여진족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함경도 지방에 동북 9을 쌓기도 한다.여진족과의 전쟁은 귀문관 전투가 서막일 뿐이다.허재의 길주성 전투를 치르고 금나라는 세력을 키워 가면서 송나라와 영토 배분 문제를 놓고 갈등을 벌이기도 한다.금은 후일 원(몽고)에 복속이 되면서 역사 속에서 사라지고,고려와 몽고간에는 6차에 걸친 전쟁과 두 차례의 여.몽연합군에 의한 일본 큐슈지방 정벌이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몽고의 쿠빌라이 칸은 3차 전쟁을 지시하지만 전쟁에 지친 반대세력과 그의 죽음으로 인해 수많은 인명피해를 낳게 되고 몽고는 고려를 조공관계를 요구하면서 고려의 왕세자를 볼모로 몽고의 공주와 피를 섞는 혼혈왕(충선왕)이 탄생하기도 한다.그외 김윤후가 지휘하는 충주산성 전투,두 차례에 걸친 홍건적의 침입,최무선의 진포,이성계의 황산대첩에 이르기까지 피비린내 나는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으니,국토는 쑥대밭이 되고 백성들의 삶은 도탄에 빠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고려 후반기에는 왜구의 빈번한 침입으로 조운선,곡식 등을 수탈해 가면서 고려의 정세와 사회상은 참담하기 짝이 없다.

 

 세 명의 공저자들이 사료에 바탕을 두면서 당시 고려와 이웃나라들간의 전투 상황과 뒷이야기 등을 잘 풀이해 주고 있어 고려 역사를 새로운 각도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어 역사에 관심이 많은 내게는 매우 유익했다.역사 이야기는 실증적인 자료에 바탕을 둔 객관성과 ~일 것이다 라는 추측성 개연성을 놓고 읽어야 하기 때문에 아전인수격의 역사인식은 위험하고 편협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특히 요나라와의 전투 기록이 실존하지 않기에 공저자들도 중국 고대사에 기초하여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다.그렇지만 단편적인 고려 전쟁에 대한 지식이 조금이나마 확장되어 관련 도서를 읽을 때에는 더욱 이해와 인식의 폭이 넓혀지리라 예상을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