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용사전 - 국민과 인민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철학적 인민 실용사전
박남일 지음 / 서해문집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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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르는 게 약이 될 수도 있고, 알아야 면장을 살아 먹을 수도 있는 것이 세상살이가 아닐까 싶다.전자는 가혹한 독재정권과 같이 표현의 자유,언론의 자유가 봉쇄되었을 때 속편하게 입닫고 사는 것이 낫다는 의미일 것이고,후자는 요즘과 같이 밥 벌어 먹을 기술과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소위 다양한 스펙을 쌓고 남들 앞에서 무식하게 보이지 않는 지식인의 행세를 해야 하는 것과 등가치가 아닐까 한다.인류 역사 이래 소수의 지배계층과 다수의 피지배계층이 존속되어 왔건만 소수의 지배계층이 다수의 지배계층을 위해 보편적이고 실질적인 시혜를 얼마나 베풀었던가.선거 문화가 발달한 현대사회에서는 정치 후보자로 나선 이들 모두가 유권자들을 위해,지역주민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겠다느니,머슴과 같이 유권자의 뜻과 의견에 따라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등의 선심성 말들을 늘어 놓는다.그들이 선출된 후 과연 유권자,지역주민들에게 몇 퍼센트나 공약을 실천했고,얼마나 주민들과의 정례적인 대화,소통,간담회 등을 밀도 높게 했는가는 정치가에 따라 차이는 나겠지만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의 모습과 대동소이하다고 본다.정치가는 고도의 수사학적 레토릭이나 자신에 대한 홍보,선전 등의 프로파간다는 강하지만 자신의 이익과 명예,권력상승에만 머리로 계산하는 모리배(謀利輩)들이 득실거리는 것이 실상이다.

 

 1960년대 태어난 내가 1970년대에 초등학교에 들어갔는데 초.중시절 아니 고교시절까지도 국가를 이끌어 가는 지도자의 국가관이나 철학,주류 이데올로기에 대해서 관심은 커녕 당장 학교 성적,수능준비로 정치와 경제의 함수관계,역사관,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자본가와 노동자 등에 대해서도 무지몽매했다.당연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으니 농사를 지어 식솔들의 배를 채워야 하는 부모님이 사회,나라의 동향 등을 들려 리가 만무했다.대학에서도 잠깐 사회학 서클에 가입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과 커다란 차이가 있었기에 중도에 그만 두게 되었다.그리고 군대,대학졸업을 거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회학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과 비판능력을 배양할 겨를이 없었지만,다행히 잡학(雜學)수준이나마 어떠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꾸준히 책과 가까이 하고 있는 점이 내게는 정신적 자산이고 교양수준을 고양할 수가 있어 다행이 아닐 수가 없다.책과 가까이 하는 가운데 사회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학창시절 내 머리 속에 주입되었던 선과 악,흑백논리에 치중한 나머지 사물,사건을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이 매우 단편적이고 편협되었다는 자성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며,신자유주의시대를 맞이하면서 수많은 고급인력들이 조직에서 배제되고 비정규직,임시직,파견근로자,아르바이트 등의 직종이 많아지면서 사회 양극화,소득 불균형,최고의 자살율,삶의 질 꼴치 등의 불명예를 안고 있는 한국 사회를 바로 보자는 내 심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언어라는 것은 사회성이 있고 지배층의 주류 이데올로기가 무엇이냐에 따라 시대에 따라 조금씩 바뀌어가고 본의가 와전(訛轉)되기도 한다.단어 하나를 놓고 보더라도 겉뜻과 속뜻이 이중적으로 사용되고 있다.예전에는 몰랐던 것이,애매한 의미로 자리잡은 것이 이번 《어용사전》에 실린 215가지의 단어에 함축된 비의(秘意)가 박남일저자의 논리정연한 뜻풀이와 해석,해설로 말미암아 진의를 바로 잡는 계기가 되었다.이 도서에 담긴 215가지 단어가 함축하는 의미가 시대 및 주류 이데올로기의 변화에 의해 독자가 받아들이는 의미전달이 바뀔 수도 있으리라 생각하지만,신자유주의 즉 자본주의 시대가 몰락하지 않는 이상 어용사전에 실린 단어가 제시하는 의미는 오래도록 개인과 사회를 분탕질하리라 예상된다.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 사이를 오고 가는 의미와 해설을 음미하다 보니 문득 '유전무죄,무전유죄'라는 말과 '가난은 나라도 구제 못한다'라는 자조적인 생각마저 들게 한다.신자유주의는 분명 소수의 돈과 물질을 갖은 힘있는 자들이 떵떵거리면서 살아가도록 제도화되고 천착된 구조라고 생각이 아니 들 수가 없다.이번 정부가 경제민주화니 복지수준 향상이니 공약을 내걸고 있지만,실상은 지배계층은 지배계층끼리만 물질적 부와 사회적 권력을 공유하고 있는 실정이며,국가 통치자가 대다수 피지배계층과 소통은 커녕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답답하기만 하다.불편한 진실을 은폐하고자 하는 고지능 수법이 아닐 수가 없다.게다가 한국은 분명 자본주의 사회이며 대기업 위주(줄푸세),공기업의 민영화,노동의 유연성,비정규직 천국의 상징국이 아닐 수가 없다.

 

 저자는 국민 대신 인민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다.인민이라는 말을 사회주의 국가에서 먼저 사용하다 보니 인민 대신 국민이라는 말을 사용했던 것으로 보여지는데,일제 강점기 일본이 조선인을 황국신민화 및 길들이기의 의도하에 국민이라는 말을 사용했던 것으로서 일제잔재물이 아닐 수가 없다.저자의 말대로 국민 대신 사람이라고 사용하면 어떨까 한다.일제잔재의 색채가 강해서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바꾼 마당인데 국민이라는 단어 역시 전제국가의 이미지가 강렬하기만 하다.소수의 지배계층,소수의 지배권력이 다수의 피지배계층을 지배,착취하고 있다.개인의 삶이 지금보다 더 나아지고 행복해지려면 (인색하고 수전노와 같이 행동하지만)소수지배층이 다수 피지배층의 피와 땀에 의해 얻은 경제적 부를 사회에 환원하려는 노력과 자세가 필요하다.사회에 환원된 부와 재산을 힘없고 소외된 계층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이에 중요한 한국사회의 과제는 정치,경제가 미래를 위한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변혁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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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에도 사람이 살고 있네 - 조선 화가들의 붓끝에서 되살아난 삶
이일수 지음 / 시공아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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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화,조각,건축물 등의 예술작품은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시각과 관점이 판이하게 다르다.이러한 예술작품에 대한 감상 능력은 그 작품 자체만으로는 해석이 완벽할 수가 없다.작품을 완성한 작가가 살았던 당대의 사회상과 사회의 정체성 그리고 작가가 누구로부터 작품 계보를 전수받았는지 나아가 심리적 내면세계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해석해 내려면 작품에 대한 세밀한 분석력은 물론이고 작가가 살았던 시대상과 작가의 내면세계까지 통찰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할 것이다.

 

 조선시대 화원에 속했든지 속하지 않았든지 조선시대 화가들의 작품에 대한 해설서를 통해 어렴풋이 인식하고 있는 내게 또 다른 감상법을 안겨 준 도서가 있으니 그게 바로 《옛그림에도 사람이 살고 있네》이다.사실 학창시절에 소개되었던 조선시대의 그림과 화가는 김홍도,신윤복,정선 정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해설과 당대 사회상,화가의 계보 등에 대한 체계적인 학습보다는 '수박 겉핥기식'의 단편적인 지식을 요하는 것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학창시절 미술부에 속했던 나는 대학을 마친 뒤에는 그림과 담을 쌓고 그림에 대해 관심을 갖을 여유가 없다 보니 자연스레 그림에 대해서는 잊고 살았다 해도 거짓이 아니다.요즘 개인시간이 어느 정도 주어지다 보니 도서를 통해서나마 동.서양의 화가들의 작품에 대한 해설서를 통해서 나름대로 그림을 감상하는 법부터 당대의 사회,문화 등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역사,문화,예술 등에 대한 맥락을 조금이나마 갖출 수 있어 다행이다.

 

 다양한 갤러리 및 박물관 전시 기획자인 이일수저자는 그림을 통해 지적 유희와 감성적 치유를 경험하게 하고자 하는 의도하에 이 도서가 탄생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여진다.나아가 일제 식민사학이 날조한 역사에 대한 왜곡과 폄하가 예상외로 심각하다 보니 조선 역사를 바라보는 인식이 불편할 것이며,조선 역사 속의 한부분인 회화 역시 식민사학이 교묘하게 끼워 맞추다 보니 후학들이 조선시대의 화가들이 남긴 그림을 바라보는 인식과 시각도 당연 올바르지 못한 것이다.그러한 차원에서 이일수저자는 조선 시대 그림의 특징을 사의화(寫意畵)에 두고 있다.화가 자신의 정신세계를 담은 정신에 무게를 둔 그림이 대부분이고 화가 개인의 삶과 사회적인 사건이 마음을 동하게 하여 이루어낸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이미 알고 있는 화가,그림도 있지만 처음 접하는 화가,그림도 제법 소개를 하고 있다.저자에 따라 화가와 작품에 따라 해석이 조금씩 다른데,이일수저자는 매우 꼼꼼하고 자세하게 해설을 해 주고 있어,조선시대 사회상과 연결하여 화가의 정신세계까지 들여다 볼 수 있어 다행이다.우선 그림 한 폭을 놓고 전체적인 해설을 한 뒤 간과하기 쉬운 미세한 부분을 다시 오려내어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해설을 하고 있는 점이 저자의 섬세하고 전문가다운 해설에 찬탄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조선시대의 사대부든 평민이든 일상의 모습이 타임머신을 타고 가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까지 들게 한다.생활의 방편은 오늘날과 비교하여 천양지차이지만 지금보다는 그 시절이 더욱 인간적이고 순수함 그 자체이다.또한 기다림과 인내 속에 진실한 애정이 묻어나 있고,사람과 사람의 온기가 가득 배여 나오기도 하며,먹고 살아 간다는 차원에서는 생계의 수단만 다를 뿐 그 시대 사람들의 애환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당시에는 유교적인 사회분위기이다 보니 최고 어른부터 아이에 이르기까지 힘겹지만 수분지족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인간의 삶은 죽도록 노동만 하는 것이 아니기에 사랑,가무,음풍농월,송백상열의 깊은 우정,강한 개성을 보여 주는 화가 등이 겹치기도 하고 홑겹마냥 단초롭게 소개가 되기도 한다.

 

 신분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화풍을 담으려 했던 화가도 있고,효종부터 숙종대에 성했던 사색당파의 스토리는 언제 접해도 가슴 답답하기만 하다.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색당파가 세도정치로 이어지고 일제강점기,남북분단에 연결된다고 생각하니 위정자의 국정운영능력과 미래에 대한 통찰력은 새삼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가 없다.이전투구의 사색당파의 시기에 남계우가 그린 《화접도》는 침울한 사회상을 일신해 주는 역할을 해 주고 있다.특이한 점은 한국 전통에서 홀수와 짝수를 음양의 원리로 보았는데,홀수는 양수이며 길수(吉數)라고 여겨서인지 명절은 홀수날인 것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그러한 의미에서 남계우는 꽃과 곤충을 홀수로 그려 넣었다는 상서로운 느낌이 든다.안견의 《몽유도원도》는 안평대군이 꿈 속에서 도원(桃園)을 보고 그린 그림인데 지금은 일본 덴리대학에서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약탈된 것이다.이와는 장한종의 《책가도》는 오늘날의 서가로서 사대부 계층에서 책을 읽고 책을 소장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문방사우와 함께 생각과 논리를 질서정연하게 정리하고 통합.분석해 줄 책가도의 모습을 보니 고색창연하고 책을 좋아했던 조선 사람들의 인문정신이 갸륵하기만 하다.

 

 화가가 그림을 그렸던 시기와 화가의 정신세계 즉 내면세계를 씨줄과 날줄로 잘 직조하여 꼼꼼하게 해설하고 있는 이 글을 통해서 폭넓은 그림 감상능력을 비롯하여 역사,문화,인물에 대한 지식도 더욱 관심을 갖고 넓혀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화가는 갔지만 그림 속에서나마 조선시대의 사회상과 화가의 내면세계를 해설을 통해 반추해 보노라니 당대 내 직계조상은 어떤 계층에서 무슨 일을 하고 살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내 본관이 경주O씨이기에 족보를 찾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다 보면 몇 세기 몇 년대 어느 화가가 살았던 시대와 크로스체크 하다 보면 대략 조상의 신분과 직업을 떠올릴 수 있으리라.저자의 말대로 조선 시대 그림의 해설을 들으면서 지식과 감성적인 치유가 몰라보게 바뀌었다는 자족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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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천연균과 마르크스에서 찾은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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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조직 어떤 직종에서 일을 해도 보람과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면 일이 고역스러워지면서 삶의 노예와 같이 되고 말 것이다.몸으로 움직이는 노동이든 두뇌와 감정의 노동이든 보람과 가치를 느껴야 비로소 일이 즐거워지면서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일에 매진해 나갈 것이다.부모의 물질적 지원으로 대학 아니 대학원을 마치고 들어갔던 직장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조직 및 직종이 아니라면 굳이 몸과 마음을 썩일 필요가 있겠는가.그것을 빨리 간파하고 재기를 하는 사람이 때로는 현명하고 자신의 길을 걷는다고 생각한다.현실적으로는 다양한 여건과 사정에 의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시간과 세월이 흐르고 난 뒤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 보면서 후회없는 삶을 살았다고 자부할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 본다.

 

 전세계는 신자유주의 시대로 접어 들면서 사회와 기업의 조직,문화의 토양이 바뀌어 가고 있다.종신고용제,서열제라는 말은 사어(死語)가 되다시피 하고,능력,성과위주로 바뀌어 가면서 고용문제도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 및 일용직,임시직,파견직과 같이 생계를 위협하는 양극화를 낳고 있다.학벌도 비슷하고 하는 일,노동시간도 비슷한데 손에 들어 오는 보수는 정규직과 그외의 직과의 차이는 더욱 벌어지고만 있다.대기업은 신자유주의의 특혜 및 비호하에 거액의 수익을 창출하여 창고에 가득 채워 놓는 반면,중소기업이하의 기업은 대기업과 커다란 대조를 보여 주고 있는 상황이다.소득의 불균형,사회구성원의 양극화는 현재 및 향후 초미의 현안이 아닐 수가 없다.'돈이 돈을 낳는다'는 말처럼 돈과 물질이 풍족한 일부 계층은 부패하지 않는 돈이라는 신비한 물질의 혜택을 요람에서 무덤까지 누리고 있다는 것이 상생과 복지문제차원에서 바라볼 때 기형적이고 사회구조를 낳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학자인 아버지의 후광과는 무연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 나가는 일본의 중년부부의 흐믓하고 당당한 빵굽는 이야기는 당장 비행기를 타고 직접 탐방해 나서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우주의 모든 생물은 자연의 섭리,순환에 따라 생사가 한 번으로 정해져 있는데 종이든 동전이든 돈은 썩지 않는 자연의 반하는 현상에 염증을 느낀 와타나베 이타루저자는 한때 유기농산물 도매회사에서 일을 했지만 자신이 나아갈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직장 동료였던 마리와 결혼을 한 뒤 치바현 이스미(夷隅)에서 빵가게를 개업하고 장사를 하게 되지만 2011년 후쿠시마현 쓰나미 및 원전사고로 인해 와타나베씨는 물맑고 공기 좋으며 친환경적인 장소를 물색한 끝에 오카야마현 가쓰야마(勝山) 지방으로 이사를 한다.와타나베저자는 4년 여간의 제빵 기술을 체득한 기술을 바탕으로 빵을 만드는 전과정을 재래식에 가까울 정도로 손과 두뇌,아내와의 업무 분담에 의해 '다루마리'라는 제과점을 열게 된다.와타나베는 빵을 만들고 아내 마리는 손님들에게 빵을 판매한다.빵을 만드는 원료는 농약과 비료를 치지 않은 가쓰야마 인근의 농부들과의 연계에 의해 재료가 조달되고,와타나베는 빵의 원료인 천연 누룩의 제조부터 발효,숙성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하나 하나 체득해 나간다.제대로 된 효모만을 고르고 배양하여 효모를 증식시키는 방법을 쓴다.일체 첨가물 및 방사선을 쏘이지 않기에 돌연변이도 생기지 않는 건강식이 아닐 수가 없다.비록 빵값은 타제과점과 비교하여 비싼 편이지만 인체에 유익한 빵이다 보니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도 늘고,인터넷 주문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와타나베저자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에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를 깨닫고 몸소 실천하고 있다.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에 의하면 "노동자는 기계의 부속물로 전락하고,부속물로서의 가장 단순하고 가장 단조로우며 가장 손쉽게 획득할 수 있는 기술만이 요구된다"고 한다.기계에 의한 양산화가 가능하면서 판로가 확보된다면 수익창출에 도움이 되겠지만 결국 인간은 기계의 부속물이고 기계가 사람을 조종하고 마는 것이다.또한 자본주의의 열쇠는 노동력에 있는데,노동력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자본가가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윤이 생기니 노동자는 혹사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그래서 와타나베는 친환경적이면서 농약,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일본밀을 고집하고 있다.대부분 외국에서 밀을 수입하는데 출하 전에 대량의 살충제를 뿌리고 있는 실정이다.국내에 통과작업이 끝나고 수입업체에서 제분하는 과정에서 과연 살충제의 잔류물이 완벽하게 제거되었다고 안심할 수 있을까 라는 회의가 든다.'다루마리'제과점은 일본 술 양조에 쓰는 효모로 만든 주종 빵,통밀에서 효모를 발생시킨 전립분 효모 빵,호밀을 발효시킨 유산균종으로 만든 호밀빵,건포도를 발효시킨 건포도 효모 빵,맥아를 발효시킨 맥주 효모 빵을대표 메뉴로 삼고 있다.3일은 근무하고 3일은 휴무라고 한다.

 

 먹거리는 통째 먹는 것이 좋다는 매크로바이오틱(macrobiotic)이나 홀 푸드(Whole Foods)의 개념은 음식 전체에 생명이 깃들어 있기에 식품은 있는 그대로를 통째로 먹어야 비로소 생명의 에너지를 받아들일 수 있다.채소나 과일을 껍질째 먹고,생선을 빼째 먹고,쌀이나 밀을 정백하지 않은 현미(玄米)나 전립분의 형태로 먹는 것이 인간의 생명을 건강하게 키운다는 생각인 것이다  -P188

 

 가슴 찡하고 훈훈한 에피소드가 있다.단골손님이 임종이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께 빵을 보내달라는 주문을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아버지는 빵을 참 좋아하셨거든요.돌아가시기 전에 꼭 빵을 대접하고 싶어요.다루마리의 빵을 드시고 편안하게 눈을 감으시면 좋겠다"라는 의뢰였다.평소보다 더 진심을 담아 빵을 구워 정성을 쏟아 보냈는데,얼마 후 단골 손님에게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저희 아버지는 다루마리의 빵을 드시면서 돌아가셨습니다.입에 문 빵 한 조각을 맛있게 천천히 음미하면서,미소를 띤 채 조용히 숨을 거두셨습니다.그 댁 빵이 저희 아버지의 마지막 만찬이었습니다."라는 것이었다.쫄깃쫄깃하고 자연의 숨결이 살아 있는 향이 가득 배인 빵 조각을 입에 물고 행복하고 편안한 자세로 삶을 마감할 수 있었던 것은 다루마리 제과점의 옹골찬 장인정신과 인체의 건강을 우선시 하는 인본정신이 소리 소문없이 퍼져 나갔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고 소득 불균형과 양극화 현상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개인창업도 만만치가 않다.자신의 삶의 목적을 분명하게 세운 뒤 특화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와타나베 부부와 같은 빵만들기는 새벽잠을 설치면서 해야 하는 중노동이지만 아침 식사로 빵을 찾는 손님들의 기대와 설렘에 부응하고,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찾아 성실하고 열심히 살아가려는 와타나베부부의 삶의 자세와 태도를 보니 숨가쁘게 살아 가는 현대인의 삶과는 대조적인 모습에 상큼한 감동을 받았다.비록 수입은 적고 느리게 흘러가는 일상이지만 자본주의 속의 또 다른 자본주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이 내게는 커다란 수확이 아닐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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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볼트의 대륙 - 남아메리카의 발명자, 훔볼트의 남미 견문록
울리 쿨케 지음, 최윤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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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조사하는 일은 도전정신과 용기가 우선시되어야 한다.특히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오지의 세계를 탐험한다는 것은 어지간해서는 나서기 어려운 일인데 이것을 자신의 사명감으로 여기고 전인미답의 남미 대륙의 허브를 발견한 인물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훔볼트이다.개인적으로는 훔볼트에 대해서는 생경하기만 하지만,그가 중남미 대륙을 발견하고 그 결과물에 대한 것을 정리하여 유럽에 전달한 점은 인류문화사에 크게 이바지했다고 생각한다.그는 식물학,동물학,지리학,인류학,광물학,언어학,물리학 등 다방면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어 '걸어 다니는 대학'이라 할 정도이다.독일 당시 프로이센의 남작으로서 프랑스의 봉플랑과 함께 아마존강과 오리노코강의 생태계를 직접 답사했던 것이다.

 

 훔볼트는 보기 드물게 90세의 장수를 했던 인물로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도 《코스모스 전5권》의 저작을 위해 온몸을 쏟아 부었던 것으로 전해진다.이 도서에는 훔볼트가 통나무를 이용하여 지중해에 몸을 싣고 중남미에 발을 내딛으면서 원주민 인디오와 함께 또는 봉플랑과 단둘이서 죽음을 무릎쓰고 열대림을 헤쳐나가는 한편,동굴 속에서는 스페인 제국이 남긴 금괴 등도 발견한다.1799년 남미 대륙 탐험에 나선 훔볼트는 오리노코강,아마존강의 생태를 목격하면서 꼼꼼하게 견문록을 작성한다.당시 남미 대륙은 '황금 칠을 한 자'라는 엘도라도가 정복자들의 시대가 남긴 것으로서 남미 대륙은 광물질의 노다지로 알려진 곳이기도 했다.

 

 훔볼트가 남미 대륙을 탐험하게 된 배경에는 나폴레옹의 대 변혁과 독일의 정신적 황금기라는 시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훔볼트의 집안은 어머니의 대단한 교육열에 힘입어 교양과 지식을 쌓기에 충분했다.형인 빌헬름 폰 훔볼트는 면학에 열을 쏟는 반면 알렉산터 폰 훔볼트는 공부보다는 동물,식물,천문,지리 등에 더 관심이 쏠렸던 것으로 보인다.훔볼트가 왕성한 사회생활을 하던 시기에는 루소,괴테 등 문예부흥기였다.훔볼트에 앞서 세계 일주 여행을 다녀 온 제임스 쿡이 두 번씩이나 세계 여행을 다녀온 것에 훔볼트는 미지에의 동경과 호기심으로 충만했던 것은 아닐까 한다.

 

 칠흑같이 어두운 망망대해에서 해적들에게 들이키 않기 위해 불을 끄고 항해해야 하는 것이 고역이었을 것이다.천문학 기자재의 눈금,수온,공기압,지구 자기장의 변화와 그 외의 것을 계측해야 하는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다.그러한 가운데서도 훔볼트와 봉플랑은 하늘에서 산산조각되어 흘러 내리는 유성의 찬란함에 넋을 잃고 만다.훔볼트가 신세계로 가는 항해에서 들른 첫 번째 항구는 쿠마나로서 쿠마나인들과 사교계와 교류를 하였지만 그들의 본업인 탐험에 매진해 나갔다.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이지만 원시림의 원초적인 생태의 모습은 경이로움과 엄숙함마저 들게 한다.갖가지 동.식물과 어패류,원주민 인디오의 원시적인 일상과 생계는 물질적인 풍요로움과 생태계,기후변화를 일삼는 현대사회와는 무척 대조적으로 다가온다.가슴이 탁 트이는 오리노코강,아마존강 유역의 수상 가옥 마을,강의 급류 지대는 때묻지 않은 자연의 위대함을 그대로 재현해 주고 있다.

 

 19세기 초에는 히말라야 에베레트산이 세계 최고봉으로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훔볼트와 봉플랑은 에콰도르의 침보라소 산(6,267m)을 최고봉으로 인식하지만 훗날 에베레트산이 최고봉이라는 소식을 듣고 훔볼트는 약간의 질투심을 느꼈다고 한다.강과 산,계곡을 걷고 넘고 건너기를 반복했다.미국의 제3대 대통령이었던 제퍼슨과의 교류를 통해 인류의 미래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훔볼트는 19세기 초 우랄,알타이 등 중앙아시아를 탐험을 하면서 중앙아시아 지리에 대한 귀중한 자료가 되기도 했다.그는 사진기가 발명되기 전과 막 발명되어 초상화와 실물사진을 보여 준 행운아이기도 하다.남미 대륙에 대한 견문록으로서,다양한 방면에 재능을 발휘했던 인물로서 알렉산더 폰 훔볼트는 위대한 탐험가로서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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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을 알아야 부가 보인다 - 상속, 증여, 양도, 사업.근로소득세의 모든 것
이동기 지음 / 청림출판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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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이 현대사회에서는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닌 것 같다.복잡하고 다양한 정보와 법률,안전과 생명 등과 관련하여 모두 알아야 할 필요성은 느끼지 않지만,언제 어떠한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재산권 및 생명의 위협을 당할 수도 있는 세상이다 보니 스스로 알아야 할 것은 풍부한 예비지식과 경험을 갖춰 놓는다면 모르고 당하는 것보다는 백배 나을 것이다.또한 재산권과 관련하여 증여,상속,양도 등에 대해서도 기초지식을 갖고 있다면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나 역시 세금과 관련한 세법은 문외한이다.계수관념은 어느 정도 있는데 복잡하게 짜여진 세법조항은 보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하다.현재 살고 있는 집은 아파트로서 13년 전에 분양을 받으면서 줄곧 거주하고 있는데,분양대금(계약금,중도금,잔금)부터 취득세,등록세,등기부등본 등은 법무사 등이 하라는 데로 했고,작년엔 공동명의로 되어 있던 시골밭을 팔게 되면서 양도인과 양수인이 법무사에 모여 계약서에 인감을 찍고,대금은(1/N) 통장으로 들어왔는데,양도세가 어마어마했다.취득 당시의 가격이 관련대장에 나타나지 않아 취득가 및 판매가와의 차익을 놓고 양도세를 물린 셈이다.관할 세무서에 직접 가서 양도세 신고서를 작성하는 것도 번거로워 회계사무실을 이용하여 양도세를 작성받게 되었는데.이리 저리 비용이 많이 나가게 되었다.지금 생각해 보니 세금과 관련한 부동산법 및 세법을 알아 놓으면 불필요한 세금지출을 막을 수가 있으며,사업 및 근로소득세(연말정산 및 종합소득세 신고 등)와 관련해서 적절하고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정규직 직장을 다닐 때에는 경리부에서 일괄적으로 연말정산을 해 주었고,개인사업(자영업)을 할 때에는 당해년도의 소득을 종합하여 익년 5월에 관할 세무서를 찾아가 직접 종합소득세를 작성해 보기도 했다.처음 작성할 때에는 생소하여 세무서 직원에게 귀찮을 정도로 물어 가면서 스스로 작성하는 재미를 맛보았다.현재는 세금 관련하여 세무서를 찾아 가는 일이 없지만,향후 아파트를 판다든지 저축,보험,주식,펀드 등과 관련한 이자세금 및 창업을 했을 경우 알아야 할 기초 세무지식을 어느 정도 알아 놓는 것이 현명하리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 도서를 찬찬히 읽어 나가게 되었다.상속,증여,양도,사업.근로소득세와 관련하여 53가지의 절세(節稅)비법이 친절하게 잘 서술되어 있다.조세 전문가이면서 현직 세무사인 저자는 전문적인 세무지식과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알기 쉽게 각항목별 세무 지식을 전해 주고 있다.

 

 "이 세상에서 죽음과 세금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라고 벤저민 프랭클린의 명언처럼 재산과 소득이 있는 자는 국가의 자산이고 살림을 위해 누구든 과세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가 없는 법이다.일부 부유층에서 탈세 및 절세를 하기 위해 편법을 쓰는 경우가 많다.한국사회 대기업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면서 아직도 탈세문제가 근절이 되지 않고 있으며,고소득 자영업자들 역시 세금을 덜 내기 위해 한 해 소득을 줄여 신고하다 발달된 스마트 국세통합시스템에 걸려 들어 폭탄세금의 세례를 맞을 수도 있으니,세금은 성실신고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일반근로자를 비롯하여 자영업,일용직에 이르기까지 표준과세 및 세율 등의 적용범위도 상세하다.예를 들어 조부모가 자식을 잃고 손자녀와 함께 살 경우 손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것은 대습상속으로서 문제가 없으며,증여는 10년에 한 번씩 나눠서 하고,부동산은 6월 1일 전에 팔고,6월 1일 후에 사라,공동명의로 부동산을 소유하면 양도세가 줄어든다,1세대 1주택의 양도세 비과세 조건,다세대주택과 다가구주택의 과세 차이,자경농지의 양도세 문제,명의는 누구라도 빌려 주지 말 것,개인사업자와 법인사업자의 유불리,사업자등록은 창업하기 전에 해 놓을 것 등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그런데 세금을 성실납부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소득(자산 및 현금성 자본)과 부과된 세금에 차이가 나는 경우에는 세무서에서 조사가 들어갈 것이다.아직 이런 경험은 없지만 고의적으로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편법을 썼을 경우에는 솔직하게 소명을 하는 것이 신상에 좋으리라 생각한다.또한 세무서의 직원도 천재가 아닌 이상 세금을 매길 때 실수를 할 수도 있으니,세금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잘못된 부분에 대해 세무서 직원에게 수정요구를 해야 한다.사업이 잘 되지 않고 신상에 문제가 생겼는데 내야 할 세금액수가 클 경우에는 세무서장 등과 상담을 하여 세금을 분할납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그리고 요즘에는 소득분석만으로 세금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소득에 걸맞지 않은 소비성향자들에게도 세금을 부과하니 소득에 맞게 소비를 하고 내야 할 세금은 성실하게 내는 것이 최상이 아닐까 한다.집을 사고 팔고,주식을 사고 팔고,부동산을 사고 파는 등 살아가면서 세금문제로 신경이 쓰일 일이 있을 것이다.이왕이면 세금으로 인해 손금이 발생하지 않고 익금이 발생하도록 절세 비법을 잘 알아 놓는 것이 생활의 지혜이고 방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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