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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철학 -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행복론
마광수 지음 / 책읽는귀족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돈과 물질,권력과 명예를 거머쥐기 위해 필살기의 정신으로 살아가야 그지 멀지 않은 시기에 행복을 누릴 수가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사실 행복은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수치로 계산할 수 있는 방정식도 아니다.설령 어떠한 조건이 개인에게 부합하여 잠시 만족감을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평생을 행복에 젖어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고 본다.나는 중학교 도덕시간에 난사람,든사람,된사람이라는 것을 배웠다.쉽게 얘기하여 돈이 많은 부자는 난사람이고,학식이 풍부한 사람은 든사람이며,인격을 두루 갖춰 세인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사람을 된사람이라고 했다.순진한 생각에 든사람이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차원에서 최고인 줄로만 알고 노력 여하에 따라 든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다.그런데 도덕과 윤리가 땅에 떨어진 한국사회에서 인격과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사회의 규정과 시스템에 맞춰 제대로 된 직장을 찾아 밥벌이 준비를 하는 청년층들에게 있어 현대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고 각박하기만 하다.바로 생존경쟁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 피터지고 박터지는 나날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다.세대간 갈등까지 곂쳐져 있으니 청년들은 세상을 잘못 태어났다는 생각마저 든다.부모가 몇 십년을 허리가 휘도록 교육지원을 해주었건만 자식에게 돌아온 것은 비정규직,취업재수 등 본인을 비롯하여 가족 전체가 울상이다.한편 때깔나는 직장에 들어가고 소위 사(士)자로 불리는 직업을 갖은 부류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고충은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는 삶에 윤활유를 부은 듯 여유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자본주의 사회이고 능력에 따라 살아가는데 누가 뭐라고 간여할 사항은 아니지만 고용 유연화로 인해 양극화 및 소득 불균형 양상은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어서,자본주의의 대모순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꼴이다.
한국사회는 소위 연고주의에 경도되어 있다.학연,지연,혈연을 비롯하여 계보,계파,당파 등으로 끼리끼리 유유상종하고 있다.그중에 부자는 부자들끼리,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은 권력층끼리,돈이 많은 사람은 움크려 쥐고 내놓으려 하지 않는 등 소수의 계층과 다수의 피지배층은 남과 북의 휴전선보다도 더 팽팽하게 갈등의 골이 깊어만 가고 있다.시대는 21세기이고 OECD국가이면서 자살율 1위,행복 지수 밑바닥을 기고 있는 한국이 아무리 외형적 경제성장을 이루어냈다고 한들 사회구성원간의 위화감과 양극화,그리고 두터운 보수층의 담넘어 기어가는 구렁이식의 정치패턴을 보고 있노라면 답답하기만 하다.소수계층만을 위해서 나라가 존재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회의가 많이 든다.길게는 조선시대의 사색당파부터 가깝게는 일제강점기의 친일세력,해방후 반공을 외치고 유신을 찬송했던 세력들이 현재 한국정치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것이다.그래도 삶은 흘러가는 것이기에 (좋은 의미에서 체념을 하고) 내 갈 길을 찾아 나서려고 한다.
마광수작가는 매체 및 도서를 통해 익히 알고 있지만,그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다.1993년 <즐거운 사라>가 사회풍속을 저해하는 퇴폐적이다는 이유로 기소가 되었다.지금도 그러하지만 한국사회는 성과 관련한 표현에 대해 자유롭지 못하다.성애표현에 관해서는 동북아권 중에서 가장 치졸하고 대담하지를 못하다.게다가 중.고교생들에게 성교육을 제대로 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제2의 성징기가 나타나는 사춘기 시기에 학생들이라도 해서 성욕이 없을까.옛말 하나도 그른 것이 없다.사람의 심리가 하라고 하면 하지 않고 하지 말라고 막으면 더 하고자 하는 호기심과 오기가 생기기 마련이다.인간의 본능은 식욕,성욕,수면욕이 있다.그중에 성욕은 음식물을 섭취하고 소화를 시켜 배설하듯 몸에 고인 액체를 정기적으로 배출해내야 건강한 몸과 가뿐한 마음이 들 것이다.마광수작가는 이러한 차원에서 성애와 관련하여 자유스럽게 표현하는 사회가 바람직하다고 한다.나아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개성과 장점,자부심이 넘쳐 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자신의 성 취향에 맞는 섹스를 즐기는 것,자신이 몰두할 수 있는 놀이가 바로 행복의 3대 요건이라고 한다.일종의 자기 정체성을 확고하게 다지면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소신형의 인간이 되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 글은 수미일관 마광수작가만의 기존의 사회구조,사회의 잣대라는 통념을 벗어나는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다.수긍이 가는 점도 있지만 세상을 삐뚤어진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점에서는 약간의 괴리감도 느끼게 한다.가장 가슴에 와닿는 말은 한국사회가 아직도 유교주의의 사상과 의식이 짙게 깔려 있다는 점이다.시대는 21세기이지만 사회를 이끌어 가는 계층은 사고의 틀이 유연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마광수작가는 시의적절하게 정곡을 찌르고 있어 가슴이 후련하기도 하다.한편 지나친 마작가식의 생각과 감정의 틀이 편협되어 있다는 점도 아쉽기만 하다.이야기의 주류가 성의 자유화,쾌락주의로 일관되어 있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솔직해서 나쁠 것은 없지만 과연(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음란,음탕,문란,퇴폐,향락 등을 일삼는다면 한국사회는 야한 나라의 천국의 도래가 시간문제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몇 명의 작가가 필화에 휘말리고 법정까지 간 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인간은 말 못하는 동물과 다르지만 본능에도 충실할 때는 충실해야 한다고 본다.사랑도 궁합이 맞는 사람끼리라야 멋진 성애가 가능할 것이다.사회가 만들어 놓은 도덕의 잣대로 인해 사랑을 사랑답게 표현하지 못하고 꾹 참아낸다면 그 보다 더 큰 정신질환이 어디에 있을까.이기적이지만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때로는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아는 용기와 담대함도 필요하다고 본다.재능과 적성에 맞는 일을 하고,속궁합이 맞는 사람과 성애를 나누고,기호에 맞는 일에 몰입하여 재미있고 즐거운 인생을 펼쳐 나가는 것이 행복이라면 행복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