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눈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6
미쓰다 신조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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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언가에 홀려 심리적으로 위축되면서 하는 일도 잘되지 않으면서 심할 경우에는 마음의 병이 죽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이를 흔히 심리학 용어로 '빙의(憑依)'라고 한다.나는 무언가에 홀려 정신질환을 앓았던 적은 없었다.어린 시절 주위에서 미신적인 얘기를 자주 듣기는 했다.예를 들어 밥그릇을 엎어 놓으면 엄마가 죽는다,밤에 손톱을 깎으면 귀신이 찾아 온다,혼불이 나가면 죽을 징조다 등이었다.모두가 부정적이고 상서롭지 못한 것들이기에 어른들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는 가위눌림을 많이 당했다.무슨 일이든지 모르지만 꿈 속에서 누군가에게 쫓기는 꿈인데 도망을 치려고 해도 발이 떨어지지를 않아 기를 쓰고 도망을 치려다 꿈에서 깨어난 적이 종종 있었는데 온몸에서는 식은 땀이 나고 잠을 청하려 뒤척이곤 했다.

 

 사람의 경험 중에 어린 시절에 겪었던 일이 장기기억화되면서 어른이 되어서도 잊을 수가 없다.그것은 자신의 내면세계와 의식형성에 큰 몫을 하기도 한다.의학과 과학수준이 발달한 현대사회이지만 인간은 극히 나약하기에 어딘가에 기대고 싶은 미약한 생물이기도 하다.그래서 집안에 우환이 끊이지를 않고 일과 학업,혼인문제 등으로 힘들어질 때에는 영험하다고 소문이 난 철학관이나 점집을 찾기도 한다.좋은 일은 그러려니 넘어가게 마련이지만 좋지 않다고 하는 일은 조심(操心)을 하는 것이 상책이다.

 

 누군가에게 홀려 시름시름 앓다 병이 난 사람이 있었다.선친과 이촌사촌 동생인 분인데 그 분은 하는 일은 변변치 않아 하루살이와 비슷하게 살아가는 처지였다.그럼에도 생활력이 없는데다 아내가 번 돈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술을 입에 대곤 했다.그러던 어느날 그의 집을 가려면 푸른 물살이 넘실거리는 저수지 옆 방천둑을 건너 가기 마련인데,술에 취에 비틀비틀거리며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저수지를 흘끔 바라보니 하얀 소복을 입은 처녀가 물살을 가르며 자기 쪽으로 걸어오고 있더라는 것이다.꿈도 아닌 현실인데 흐려진 정신이 소복 입은 아가씨한테 가려다 그만 방천둑에 넘어지고,귀가하던 동네사람에게 발견되어 집에서 가료(可療)를 오랫동안 했다고 한다.그뒤로 들은 바로는 그의 내면세계는 보이지 않은 영매와 교신하면서 현실세계에 적응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폐쇄된 병원,빌딩,폐교,버려진 신사와 절과 교회,묘지,뒷골목,기암괴석,잡목림,벼랑 늪은 바로 심령 스폿이라고 부른다. ―P55

 

 어린 시절 심령 세계를 무당인 할머니 얘기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에피소드를 추리와 공포를 뒤섞여 가면서 독자들을 흡입시키고 있는 미쓰다신조작가의 《붉은 눈》은 바로 어린 시절의 괴기하고 기이한 사연들이 수미일관하고 있다.타이틀인 붉은 눈을 포함하여 여덟 편의 소름 끼치고 전율을 일으키게 하는 이야기와,네 편의 괴담 기담 사례를 싣고 있다.공통적인 것은 초등학교 1,2학년 정도의 시절의 얘기이면서,인적이 많지 않은 시골을 공간배경으로 삼고 있다.미쓰다신조작가는 괴담 기담 사례를 자신의 직접체험,전해 들은 얘기,추리소설 작가의 작품을 미쓰다신조작가 방식으로 스토리텔링화시켰다.마지막 이야기는 사상(死相)탐정이 나오는데 주검을 보고 죽음의 원인을 밝혀낸다는 이야기는 특별하게 다가왔다.

 

 특이하고 강렬한 인상이 자신의 내면을 파고들어 삶을 갉아 먹는 상황,괴기하고 으시시한 소리,누군가 소리없이 뒤를 바짝 쫓아오기라도 할 것 같은 음산한 분위기,한 번의 잘못된 실수로 온집안이 쑥대밭이 될 정도의 흉물스런 살풍경,누군가 무엇을 하게 되면 ∼되더라 라는 말을 곧이 곧대로 듣고 이를 괘념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공포에 질리는 상황 등이 이야기와 사례에서 발견되고 있다.마음이 허약하고 착한 심성을 갖은 어린이들의 눈과 귀는 어른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믿고 따르는 것이다.문명이 덜 발달되었던 1940년대에는 인간의 나약함을 교묘하게 파고 드는 비과학적인 요소들이 사회구성원들의 의식을 지배하기도 했다.어른들도 괴담 기담을 듣다 보면 소름이 끼칠 때가 있는데 어린 아이들의 경우에는 혼비백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추리와 공포의 요소를 적절하게 가미하면서 지난 시절의 끔찍했던 기억과 추억들을 하나 둘씩 끄집어 내어 불가사의함,초자연적임,작위적인 트릭 등이 잘 직조되어 있음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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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찾는 것 탐정 히구라시 시리즈 1
야마구치 코자부로 지음, 김예진 옮김 / 디앤씨북스(D&CBooks)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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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정에 대한 이미지는 사건.사고와 관련하여 풍부한 경험과 직관력,기민성과 기동력에 있다고 생각한다.사건.사고가 터지면 경찰은 기민하게 현장으로 급파하여 폴리스라인을 치면서 사고.사고현장은 삼엄한 분위기가 드리워지면서 담당형사,탐정들이 짜임새 있게 각자의 역할분담을 해나가기 마련이다.가해자 즉 용의자를 확보하기 위해 단서가 될 만한 것들은 면밀하게 현장조사를 하고 탐정은 사건윤곽을 그리기 위해 미분과 적분을 교묘하게 살리기도 한다.이럴 때 독자는 침을 삼키기도 하고 손에 땀이 날 정도의 긴장과 몰입을 하게 되는 것이다.이러한 탐정 작품을 접할 때마다 글을 읽는 집중과 몰입은 한층 배(倍)가 되어 스토리의 재미와 흥미의 늪으로 빠지게 되곤 한다.

 

 사건.사고에 대해 추리와 반전를 확충시키는 역할이 탐정이라고 생각하는데,앞을 못보는 탐정이 등장했다.오감(五感) 즉 시각,청각,후각,촉각,미각 중에 시각장애를 안고 있는 탐정이 색다른 역할로 독자들 곁으로 찾아왔다.그 이름은 히구라시타비토(日暮し旅人)이다.그는 '물건 찾기 탐정 사무소'에서 물건을 찾아 달라는 의뢰가 들어 오면 신체적 시각은 불편하지만 시각 외의 감각을 활용하여 물건을 잃은 주인에게 쪽집게마냥 찾는 것이다.감탄이 절로 나온다.그에게는 청각,후각,촉각,미각이 시각적인 모습으로 뇌에 저장되어 물건을 찾아 준다.그는 양부(養父)로서 부모없는 딸 테이를 기르면서 꽤 어려운 살림을 해 나가지만 매우 인간적이고 신의가 있는 탐정이다.기동력과 민첩함,직관력으로 종횡무진하는 이미지의 탐정이 아닌 마음씨 좋아보이는 이웃집 아저씨 타입의 탐정을 만났으니 읽는 내내 따뜻한 분위기로 충만하였다.

 

 이야기는 네 개로 크게 나누고 있다.종전(終戰) 공방에서 도제공으로 일하던 슈사쿠와 무역회사 사장 딸이었던 후미에는 신분상,성격상 누가 보아도 어울리는 커플이 아님에도 후미에는 내향적이고 성실한 슈사쿠에게 끌리게 되지만,후미에에게 정혼자가 생기는 바람에 둘은 아침이슬과 같이 무위(無爲)로 되고 만다.슈사쿠가 공방을 나오기 전에 둘은 비밀 신호를 교환하자고 언약을 하지만 몇 십년이 흐른 뒤 아들이 벼룩시장에 내놓은 의자를 탐정 타비토가 구입하게 된다.타비토는 중고 의자 아래쪽 귀퉁이 속에는 '비밀 신호'가 적혀 있는데 이를 토대로 공방을 수소문하여 슈사쿠가 있으리라 생각하는 장소를 찾기는 했지만 슈사쿠도 세상을 떠나고 후미에도 세상을 떠난 상태이다.그런데 마음 따뜻해지는 것은 의하 하나는 슈사쿠가 후미에에게,또 하나는 후미에가 슈사쿠에게 마음을 전하는 선물이었다.슈사쿠 조카딸 공예교실에 슈사쿠와 후미에의 마음을 담은 의자를 보니 둘은 하늘에서 재회하여 행복하게 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보육원교사 요코와 타비토 딸 테이와의 얘기이다.요코가 오랫동안 애지중지하던 키 홀더에 달고 다니던 인형을 잃어 버려 누구에게 하소연을 못하던 중 타비토에게 그 사연을 실토한다.타비토는 요코의 얘기를 듣고 정황을 교묘하게 파악한 후,비오는 날 거리의 웅덩이에 휩쓸려갈 뻔한 인형을 찾아 요코에게 전해 준다.이 일을 계기로 요코는 탐정 타비토를 달리 보게 된다.보육원 얘기가 중첩되는데 요코가 네 다섯살 아이들을 데리고 방공호 쪽으로 소풍을 나갔다가 무리에서 탈선(?)한 원생을 찾으러 나서다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타비토는 요코와 원생이 있는 곳을 찾게 되고,보육원에 좋지 않은 소문이 돌아 보육원을 폐쇄하고 현재 보육원을 운영하는 보육원장이 전 보육원에서 땅에 묻어 놓은 '타임캡슐'을 찾아 달라고 의뢰를 한다.청취한 사연을 시각화하여 땅을 파니 타임캡슐로 나오고,당시 원생으로 있던 요코와 타비토가 빛바랜 상태로 나온다.기적이 아닐 수가 없다.타비토는 의뢰비를 내내 고사하지만,소박하게도 테이 소풍비만 받겠다고 한다.

 

 그외 한 할머니가 70여 년 전에 곶(岬)가에서 가족과 찍은 사진을 보여 주면서 그곳을 데려다 달라고 타비토에게 부탁한다.역시 타비토의 신통력이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할머니가 소녀시절 바닷가 근처의 풀과 꽃향기,바람,새소리 등의 기억과 추억이 그대로 재현된다.타비토는 의사 히노키,호형호제하는 유키지의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다.내심 보육교사 요코와 탐정 타비토의 관계가 잘 진전되기를 바랬지만 스토리의 한계인지 둘의 관계는 보육교사 대 원생 아버지의 관계로만 끝나고 만다.탐정 타비토는 시각이 불편하지만 시각외의 감각을 시각화하여 잃어 버린 물건과 공간을 찾아 주는데 인간미 넘치도록 그 역할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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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명 - 전 세계 100억 인류가 만들어낼 위협과 가능성
대니 돌링 지음, 안세민 옮김 / 알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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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의 모든 만물은 태어나서 죽어가기를 순환반복한다.사람도 마찬가지이다.죽지 않은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신와 같은 무형의 존재가 아닐까 한다.경제성장의 한계와 식량 및 천연자원의 고갈,여성해방,백신개발 등에 힘입어 인구증가가 주춤거리고 있다.이러한 현상은 국민소득이 높은 경제선진국에서 나타나고 있으며,개발도상국는 인구문제가 아직도 심각한 수준이다.2011년 지구촌의 인구를 70억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는데,신자유주의 시대를 맞이하여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이 가중되어 가면서 소득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산아제한과 여성의 피임,싱글족의 증가 등으로 인구증가가 어느 정도 억제되고 있지만 의학과 과학의 발달로 오히려 노령화는 점증되어 가고 있다.

 

 과연 지구촌이 얼마만큼의 인구를 수용할 수 있을까.인구증가 현상이 현상태의 리듬을 탄다면 100억이라는 인구가 21세기에 되지 말라는 법이 있겠는가.산업화,도시개발화,무분별한 자원남용으로 인해 오존층 파괴,환경오염 증대,식량난,부존자원 고갈 등에 직면하고 있다.전기,가스,석유,물과 같은 부존자원은 인간에게 매우 유익한 천혜의 보고이지만 산업과 개발이라는 명목에 의해 고갈이 눈앞에 보이고 있다.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양차대전,베이비붐,산아제한,의학과 과학의 발달에 따라 국가별로 인구증가의 폭이 들쭉날쭉하지만 지구 전체를 놓고 볼 때 현재 인구가 그대로 유지되어 간다면 자원도 바닥나고 인류의 생명도 위협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대재앙이 아닐 수가 없다.환경문제,식량문제,자원문제를 놓고 서구선진국간에 회의를 하지만 결국 자본을 갖은 대기업가와 정치를 이끌어 가는 정치가와의 공생의 역학관계에 의해 이러한 문제해결 접근이 흐지부지될 공산이 크다.안타깝지만 힘과 권력이 강한 나라가 약소국을 지배하고 착취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지구촌 대부분의 국가들이 시장경제를 통해 경제성장과 함께 국부를 축적하는 것을 기조로 삼고 있기에 지구촌이 겪을 수 밖에 없는 인류의 생명 위협은 자업자득이 아닐 수가 없다.부족한 에너지원을 풍력,수력,해양,태양열을 개발하려는 개혁가들의 움직임도 있지만 아직은 미미한 수준일 뿐이다.2011년 일본에서 발생한 쓰나미 원전사고는 핵폐기물이 해양으로 흘러들면서 해양오염과 수자원,조업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늘어만 가는 인구과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기본 생존권을 위해 식량과 자원을 비축해야 하는데,식량사정도 만만치가 않다.곡물을 비롯하여 가축,채소,과일 등을 재배하기 위해 농약,인공비료,항생제,종자의 유전자 조작 등이 초국적기업들에 의해 서슴없이 자행되고 있다.특히 가축들의 사료인 콩과 옥수수를 재배하기 위해 브라질 아마존의 열대우림이 개발되면서 생태계 먹이사슬도 절멸되어 가고 있다.한국도 인구 밀도가 높기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식량문제해결을 위해 기술 공유 및 자본지원 등의 협력문구가 있기는 하지만 실효성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으리라.

 

 도시화,산업화가 진전되면서 농촌은 공동(空洞)현상을 보이면서 도시인구는 증가 일로에 있다.좁은 면적에 불룩 나온 뱃살마냥 포화상태인 도시인구 문제도 우려스럽기만 하다.국가별로 도시인구의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베드타운,행정타운 등 인구분산을 실시하고는 있지만 도시라는 공간은 돈과 물질,경쟁이 치열한 곳이기에 소득불균형과 양극화는 더욱 가중되면서 사회안전문제도 골치거리가 될 것이다.과다한 탐욕과 욕망이 집중되어 있는 도시의 과밀화는 소득의 불평등을 낳고 소수의 부자와 권력층이 다수를 지배하고 착취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이 글의 저자 대니돌링은 100억 인구가 될 무렵에는 국경이 사라지고,채식주의자가 많아지며 대다수의 사람이 대학 교육을 받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건강을 염려한 나머지 육류와 생선,마약 복용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본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의학과 과학의 발달,사회구성원의 높은 의식,고갈이 눈앞에 보이는 식량,자원문제를 비롯하여 환경오염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생명의 위협과 지구의 몸살을 생각해야 할 때이다.지금 눈앞에 놓여 있는 산적한 지구촌 문제를 어떻게 대비하고 해결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밝기는 180도로 달라질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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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이션 - 결심을 조롱하는 감각의 비밀
살마 로벨 지음, 오공훈 옮김 / 시공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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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몸은 외부의 요인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반응을 하게 된다.온도,감촉,무게,소리,맛,냄새,색깔은 사람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반응케 한다.물론 개인차가 있어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상기와 같은 요소들에 의해 신체에 전해오는 반응이 비슷하게 나타나기 마련이다.외부의 요인을 대하면서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학습과 경험에 의해 반응하는 경우도 있다.이러한 반응은 시간과 세월,환경적 요소,발상의 전환에 따라 반응의 정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온도,감촉,무게,소리,맛,냄새,색깔이 주는 신체적 반응 내지 감각은 개인의 심리내면을 읽을 수 있는 지표가 되기도 하여,신체의 감각과 관련한 행동발달을 참고하기에도 매우 유용하다고 본다.

 

 일상에서 늘 만날 수 밖에 없는 이러한 감각기제는 보고 듣고 만지고 맡고 맛을 보아야 알 수가 있지만 이미 경험을 했다든지 학습결과에 따른 예감과 추측이 통합되어 뇌 속에 깊이 저장되는 것이다.인체의 온도가 36.5도이기에 이를 초과하는 정도에 따라 서서히 뜨거워지고 인체의 온도보다 낮은 경우에는 서서히 차가워지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인체는 항상성을 유지해야 하기에 이보다 높고 낮은 정도가 극대화되면 죽음에까지 이를 수도 있는 것이다.동일한 맥락에서 감촉도 곡선과 원형과 같은 사물은 부드러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안겨 준다.새털과 같은 극경량과 탱크와 같은 극중량을 눈앞에 놓고 볼 때 중량감에서 오는 감각은 천양지차와 같다.나아가 귀청이 떨어져 나갈 정도의 제트기 소음과 평소 실내에서 전해오는 실내음도 좋은 대조가 된다.나는 혀를 통한 다섯 가지의 맛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쓴 맛과 삼삼한 맛을 선호하게 되는데 이는 건강을 챙기려다 보니 단맛,짠맛을 멀리하게 된 것이다.색깔은 다양하다.시대,나라마다 색깔에 대한 이미지 및 신체감각이 다를텐데 공통적인 것은 장례식장에서는 검은 옷을 입고(예전에는 소복을 입었지만) 정열과 선동을 표상하는 붉은색은 정치색과 깊은 관련이 있다.색깔마다 색상(色象)이 정해져 있는데 나는 하늘색과 같은 파란색과 서귀포 향토가 물씬 풍기는 귤껍질색인 주황을 좋아한다.시원하고 따뜻한 이미지가 내 신체감각을 편안하게 해 주어 만족한다.

 

 인간 행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살마 로벨저자는 손으로 느끼고,눈으로 보며,위치가 말하고,마음으로 느끼는 것들을 오랜 시간 피실험자들과 함께 경험했던 것들을 체계적으로 들려 주고 있다.신체감각을 자극하는 요소들을 늘상 보고 만지고 느끼고 맛보고 맡으며 상징하는 색깔을 통해 사람의 몸은 어떠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가에 대해 사례와 해설을 통해 감각의 비밀을 재미있고 유익하게 들려 주고 있다.사람은 본능을 떠나 학습과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정체성이 생성되기 마련인데,(만일)피실험자가 되었을 때 실험자는 신체의 반응과 감각을 통해 개인의 취향과 성향,행동유형,심리세계 등까지도 포착할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다반사와 같이 늘상 하는 말과 행동,감각표출은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가를 은연 중에 나타내는 증표가 된다.복잡하고 다양한 사회일수록 매끄러운 인간관계 및 상호 작용이 중요하다.

 

 사람을 만나든 그냥 일과성으로 스쳐 지나가든 인체 및 복장에서 배여 있는 냄새는 다양하다.퀴퀴하고 고린내 나는 냄새보다는 피톤치드가 물씬 풍기는 자연의 향기가 가득 배인 사람 냄새라면 용기내어 마음으로 안아 보고 싶다.냄새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량역할을 하기도 한다.특히 사회초보생이 입사면접시 깔끔한 입성에 시원하게 짧게 자른 두발과 은은하게 공기를 맑게 해 주는 내음이라면 면접관은 입사지원생에게 좋은 평가를 내릴 것이다.이왕이면 다홍치마가 아니던가.나아가 미묘한 환경 요인과 같은 감각이 인간의 행동,감정,선택,결정에 영향을 끼친다는 '아웃사이드 인'(외부에서 느끼는 감각이 인간 내면에 영향을 끼치는 현상)이라는 경이로운 효과도 거듭 증명되고 있다.이제 숨기고 싶은 신체감각을 다양한 방법,열린 마음으로 느껴보고 싶다.그래서 이 글은 체화된 인지(Embodies cognition)의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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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3 - 교토의 역사 “오늘의 교토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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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 일본 교토는 해외체험 중 처녀여행지이다.꼭 교토를 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일본인 친구의 초청방문에 의해 일본 교토에 발을 내디뎠던 것이다.1990년대의 방문이니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그런데 교토에 갔던 시기가 한여름날이었기에 무덥고 습한 날이 계속되면서 처음 교토를 밟았던 기분이 화롯가에 놓인 엿이 녹는 것과 같이 힘없이 풀리고 말았다.교토는 지형적으로 분지(盆地)여서 여름엔 한증막과 같이 무덥고 겨울엔 맹추위가 계속되는 곳이다.형식적으로는 일본인 친구의 초청방문이지만 실제로는 호텔에서 그릇 닦기,호텔 옥상의 비어 가든에서 요리를 직접 만들면서 비어 가든을 찾아 동반자와 주거니 받거니 마시는 맥주와 (비록 프랜차이즈 요리이지만) 내가 만든 요리를 정겹게 먹는 모습을 멀찌감치서 보니 뜨거운 열기가 시원한 청량감으로 바뀌기도 했다.

 

 일본 교토는 헤이안시대(794∼1185년)의 도읍지로서 수많은 문물이 산재되어 있는 곳이다.문화재를 애지중지하는 일본답게 교토를 비롯하여 나라,가마쿠라 등지는 건축과 조각물이 몇 백년의 풍상과 함께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그러고 보니 나는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잘 보여주는 교토,나라,가마쿠라를 찾아 일본 문화를 직접 눈과 마음으로 음미할 수 있어 다행이다.1990년에는 오사카 신국제공항이 생기기 전이기에 오사카 근처의 이타미 국제공항에서 내려 출국심사를 마치고 나를 맞이하러 온 일본인 친구와 오사카 위성도시 미노에서 몇 일 체류한 다음 아르바이트처인 교토 모호텔로 향했다.일본어를 할 줄 알기에 가는 방법과 연락처를 건네 받은 후 교토행 전차를 타고 교토에서 내려 다시 데마치야나기역행 전철을 갈아타서 데마치야나기역에서 내려 호텔로 향했다.풍경과 건물에서 다소 이국적인 모습이 군데군데 나타났다.시모가모신사가 보이더니 일장기가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에 '이곳이 바로 일본이구나'하는 생각이 강렬하게 일어났다.

 

 교토는 시가지가 바둑판 모양과 비슷하다.거리와 거리사이가 잘 정렬되어 있고 가는 곳마다 신사와 사찰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교토는 일본 5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고층건물이 많지 않다.2,3층 높이의 고만고만한 주택이 끝간데 없이 이어지고 눈에 띄이는 건물은 행정타운과 같은 공공장소이고 뾰족하게 솟은 건물들은 거의가 사찰 내지 신사였다.내가 교토에 있으면서 찾아 간 곳은 기요미즈사,킨가쿠사,류안사,옌략쿠사,아라시야마(도케스교)와 시죠거리,교토탑을 들렀다.옛스러운 건물들과 교토 특유의 방언은 일본 속의 색다른 일본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간무(桓武)천황 의해 건립된 교토는 가마쿠라로 도읍지가 옮겨가기까지 역사,문화의 전성기를 구가했다.당시 8,9세기는 불교가 교토에 발화를 하면서 천태종과 진언종으로 나뉘게 된다.사이쵸의 천태종과 고보대사의 진언종은 각각 옌략쿠사와 공고부사를 세웠다.유홍준저자의 이 글을 읽고 나서 이제야 옌략쿠지를 세운 분이 사이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옌략쿠지를 가는 길은 로프웨이를 타고 산자락 히노키가 즐비한 오솔길을 따라 내려가는데 오솔길 양쪽에는 아기보살과 같은 사리탑이 무심하면서도 을씨년한 분위기에 압도되기도 했다.옌략쿠사 근처에는 근본중당이 있는데 일본 원인스님과 장보고와의 인연을 기리는 의미에서 장보고 기념탑이 있다.교토는 동서북이 산자락으로 둘러 싸인 곳이며,남쪽은 완만한 구릉이 펼쳐지면서 남쪽으로 가다 보면 아스카시대의 도읍지 나라가 나온다.유홍준저자는 복잡다단한 교토의 유적을 다섯 갈래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도읍지가 되기 전의 유적지 답사,헤이안시대의 개막과 함께 창건된 옌략쿠사 답사,교토 남쪽의 뵤도인 답사,기요미즈사 답사,끝으로 가마쿠라시대 창건한 사찰 답사로 꾸며져 있다.특별해서 놀라운 점은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고류사는 신라계 도래인 하타씨가 세우고,야사카 신사 및 호칸사의 오중탑은 고구려계 도래인이 세웠으며,백제계 도래인 후손인 사카노우에노 다무라마로는 기요미즈사를 세웠다는 것이다.어찌되었든 고대 한국에서 일본으로 넘어간 사람들이 교코의 빛나는 유적을 세웠다는 점에서 자긍심을 갖어도 좋을 것이다.저자가 마지막으로 들른 곳이 다카야마사인데 그곳은 첩첩산중에 있는 사찰이다.그곳에는 원효대사와 의상대사의 초상이 소장되어 있어 고대 한국과 일본간에는 종교와 문물,관계가 빈번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각 시대는 매 순간 개인의 삶이 있었고,집단적 문화가 있었다.어느 시대든 정치.경제,사회적 모순을 안고 있다.현재도 마찬가지다.그 과정에서 창조된 유물.유적들은 이 모든 것을 내포하고 있다.이런 입장에서 역사를 서술하는 것이 문화사다. -P299

 

 아스카,헤이안,그리고 무사시대를 맞이했던 가마쿠라시대의 유적까지 생생한 현장감과 살아 있는 일본 역사와 문화의 정수를 대면하고 있는 듯 하다.신비의 베일에 가려진 육바라밀사는 12년에 한 번 꼴로 공개를 하고,삼십삼간당은 천수관음상이 웅장하고 도도하게 도열해 있어 관람객들에게 사열을 받고 있는 듯 장엄하기 이를 데 없다.삼십삼간당은 길이가 118미터에 달하고 있어 광대함은 말로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이다.또 하나 신안 해저에서 발굴한 유물과 가마쿠라시대 세워진 도호쿠사와의 인연은 참 기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교토시를 개발하느냐 보존하느냐를 놓고 시민과 갈등하던 일본정부는 밀려 오는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한 방편으로 신교토역과 교토탑을 세우고 나머지는 옛모습 그대로 보존하기로 했다고 한다.오래되어 낡은 문화재를 수리하고 보존해 가려는 일본의 문화정책은 개발위주의 한국정부와 극대조가 된다.이번 교토 답사기는 교토 유적을 중심으로 배열이 되었다고 하며,근간 교토 명소가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기대와 설렘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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