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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감옥 - 생각을 통제하는 거대한 힘
니콜라스 카 지음, 이진원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남들이 나를 두고 무슨 일을 하게 되면 목숨을 걸 정도로 끈기와 집착이 강하다고 한다.이 말을 듣고 경우에 따라 기분이 좋게 들릴 때도 있고,중의적인 의미에서 한 번 비틀어 생각하여 찔끔 기분이 나쁘게 들릴 때도 있다.끈기는 좋은데 집착이라는 의미가 반(半)부정적 뉴앙스가 풍겨오기 때문이다.인터넷 블로그 활동 및 서핑을 자주 하다보니 하얀 유리의 마술이 걸린 듯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다.과유불급을 알면서도 정도가 심하니 어찌 하오리까! 이다.책에 걸신들린 사람마냥 책 채우기 대회라도 하듯 책과 함께 하는 생활이 일상이 되어 버려 현대인의 이기(利器)인 인터넷의 동향을 모르면 행세할 수도 없는 시대이기도 하다.인터넷은 컴퓨터의 사양 및 속도,모델기기가 진화해 오면서 현재는 놀라운 속도,화상,시시각각 접속되는 최신뉴스,정보는 현란하다 못해 정신을 못차릴 지경이다.
전자통신 혁명시대를 걷고 있는 현대인은 불과 20여 년까지만 해도 지금과 같은 최신첨단기기를 개인이 휴대하고 접속하면서 소통과 대화를 나눌 거라고 누가 확신을 했겠는가.그러나 인간의 총명한 두뇌와 상상력,시대의 요구인 창의성과 상업성이 맞물려 첨단기기 기술력은 하루가 멀다하고 신상품이 쏟아져 나오고,한 눈이라도 팔 치라면 바로 첨단기기 시장에서 도태되고 마는 세상이다.소리 없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실로 놀랍지 않을 수가 없다.유리로 상징되는 전자통신은 컴퓨터를 비롯하여 스마트폰,로봇,GPS 등과 같이 인간의 삶을 대체하는 수단의 도구가 되면서 신속성,생산성,부가가치적인 면에서 획기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그렇다면 스마트 테크놀로지 기기들이 인간의 삶에 반드시 좋다고만 할 수 있을까.

컴퓨터,스마트폰,로봇 등은 개인의 일상과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혁신적 기능을 갖추고 있다.비단 개인을 벗어나 각급 단체,기관 등 사람의 머리와 손놀림으로 생각하고 작업하는 수고스러움을 크게 덜어 주고 일의 생산성과 효율성,상업 부가가치까지 안겨 주는 최신 첨단기기는 분명 삶을 윤택하게 해 주는 윤활작용을 해 주고 있음에 틀림없다.서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고 기다리는 시간 대신에 SNS단문자,메일 아니 카카오톡과 같이 실시간 채팅 기능까지 가능하고 상대방의 위치추적까지 가능한 세상이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한편 통신기기를 발빠르게 구상하고 디자인 설계를 하고 선점우위,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전사적으로 총력을 기울이다시피 하는 기업의 사활을 건 마케팅 전략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를 연상케 한다.그런데 첨단기기는 컴퓨터에 CPU에 내장된 알고리즘에 의해 수와 기호가 내재된 행렬에 의해 자동작동하면서 현대인의 니즈를 백퍼센트 만족시켜 주고 있는 장점이 있다.다만 기기들은 인위적으로 설계되고 한정된 범위 내에서 사람이 하는 일,사람의 두뇌작용을 대체하는 수단일 뿐이라는 점에서는 기기의 한계가 있다고 본다.
이렇게 첨단기기의 소프트웨이가 세상을 지배하면서 인간은 소프트웨이의 노예가 되고 통제를 받고 있다.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컴퓨터에 기록된 숫자와 기호에 의한 것일 뿐 사람과 사람이 빚어내는 소통과 대화의 범위는 극히 행정편의적인 사무적인 의례성 인사 정도일 것이다.그런데 첨단기기의 외부 저장 장치와 인간의 두뇌에 저장된 기억력은 일치하지를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사실과 경험을 개인의 기억 속에 부호화하여 이를 신경 회로에 엮어 넣어 계속 기억해내고 사용해야 그 빛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들은 인간이 가진 감각 인식,패턴 인식,개념 지식 등의 능력을 복제하려고 시도를 하지만 한계에 늘상 부딪히고 만다.당연 첨단기기 안에 내장된 소프트웨이는 프로그래머라는 인간이 인위적이고 한시적으로 만든 것이고,시간이 흐르면 이보다 더 나은 소프트웨이가 개발되어 이전의 것은 썰물과 같이 밀려나 버리는 것이 엄혹한 이치이다.

현대사회는 컴퓨터에 내장된 정밀하게 프로그램화 된 소프트웨이가 주는 장점도 있지만 통제,감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자동화된 데이터 처리 방식에 내재된 근본적인 한계도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이다.이를 인식하지 못하고서는 우리는 조작 대상으로 전락하기 쉽다.첨단기기를 사용하면서 즐거움과 혜택은 그렇다치고 첨단기기 내에 편재(偏在)된 부호,암호,기밀 등은 불특정 다수를 통제하고 감시하는 등 그 수집 경로와 활용도는 대다수는 알지를 못한다.즉 '감춰진 전자적 복잡성'에 매몰되고 포로가 되어 버린 것이다.이는 힘과 권력을 쥐고 있는 특수계층에 의해 조작되고 통제되고 있는지도 모른다.편리하고 신속하여 눈과 귀를 즐겁고 유익하게 하고 있지만,사람과 사람 간,사람과 사물 간에 통례적이고 일상적인 경험들이 이제는 기기의 내면에 숨어 있는 복잡기묘함은 추상적인 개념으로 가려져버렸다.지금 이순간 첨단기기에 몰입하면서 스스로 첨단기기의 유리 속에 갇힌 줄도 인식하지 못한 채 삶을 단편적으로 몰아가고 있는 사회제도,상업 메커니즘,약삭빠른 기술력은 인간의 영혼을 나약하고 무리력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비판적이고 의미있는 저항의 정신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