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
허허당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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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아름답고 고귀하다

 

인간은 집착과 미련을 쉽게 내려 놓지를 못한다.그래서 마음의 병이 생기면서 씻을 수 없는 회한과 분노로 남게 되는 것이다.집착과 미련은 경우에 따라서는 필요한 사항일 수도 있지만 길게 끌고 갈 사항 또한 아니다.그래서 집착과 미련은 잠깐 왔다 가는 뜨네기 손님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 신상에 이롭다는 생각이 들며 오래 안고 품다가는 심각한 질병으로 이어져 생과 사를 가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즈음에 몸과 마음에서 체득한 것이다.

 

 나는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명상과 같은 선(禪) 수행을 해보고 싶다.이것은 국민학교 동창에게 들은 얘기인데 하는 일,인간관계가 순조롭지 않고 몇 년간 지칠대로 지친 친구는 절에 가서 영가(靈駕)의식을 치뤘다고 한다.몸 속에 기생충과 같이 똬리를 틀고 있는 잡스러운 생각과 번민에서 벗어나고자 영가 의식을 했는데,지금은 몸도 마음도 말끔해지면서 일,인간관계,부부관계도 훨씬 좋아졌다고 한다.나 역시 가정사,경제적인 어려움에 봉착하여 몇 년 동안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선 내 자신을 깊게 성찰하고자 독서를 통해 마음을 다 잡으려 하고,마음 속에 집착과 미련과 같은 것들을 쓰레기 분리수거하듯 하나 하나 정리하고 버리면서 나에게서 멀리 멀리 보내려 하고 있다.또한 명상집을 들으면서 마음을 정화시키면서 뇌를 좀 더 가볍고 청량감 있게 스스로 다스리고 있는 것이다.

 

 법정 스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무소유라는 의미와 실체,본령을 알아가려 노력하고 있다.법정 스님을 비롯하여 한국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스님들의 선 수행과 같은 말씀,현실적인 삶 속에서 처세,가족과 사회에서의 의무와 책임과 같은 본령을 인식하면서 내 방식대로 삶아왔던 잘못된 방식,방향을 수정하고 새롭게 다져 나가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어 삶의 의미를 한층 부여했다고 생각한다.먹고 살기 위해 모든 개개인이 한치의 양보도 없는 삶의 전쟁터에서 몸은 지치고 마음의 영혼은 시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무겁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심상을 가볍고 단순하게 재조정하려는 의지와 노력을 기울인다면 각박하고 재미없는 삶에 더욱 살 맛 나는 윤기를 더해 주지 않을까 한다.그러한 맥락에서 허허당 스님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존재 그 자체로 아름답고 놀랍고도 신비로운 예술이라는 말씀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살아 있는 모든 존재를 아름답고 고귀한 것으로 여기시는 허허당 스님의 함축적인 언어와 서정적인 시적 묘사는 절로 감흥을 일으키게 되었다.

 

 부제목이 모두 잠자던 마음에 파동을 일으킨다.머물지 마라,그 아픈 상처에,찾지 마라,잃기 쉽다.지금,그대는 무얼하고 노는가,마음 감옥에서 나오니 눈이 떠지네,마음이 헛헛할 때 허허하기에서 집착과 미련이라는 그릇된 욕망과 탐욕,질시라는 본능에서 한차원 높은 지혜를 실천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소소하고 보잘것 없는 미물(微物)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가고 생명력을 부여하면서 사람과 사물,자연이 합일(合一)하게 되는 세상을 마음으로 그려 보았다.고등동물인 인간이 우주 만물 중에 가장 영리하면서 가장 사악한 존재라는 이중적인 면모를 갖고 있다는 생각도 허허당 스님의 글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되었다.특히 내것으로 삼으려는 고집불통의 소유욕이 가장 인간의 심신을 망가트리는 원인이라고 본다.매사 미리 준비하고 궁리하면서 참고 기다리는 인내심,타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배려하는 겸양지덕,세상에서 필요한 소금이 되기 위해 자신의 그릇을 키워 나가려는 확고한 신념과 열정과 같은 마음 챙김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꼭 필요한 삶의 근간이 아닐 수가 없다.머리가 복잡하고 불안하며 힘들 때에는 어린 시절 자연을 벗삼아 자라던 시절을 마음의 사진첩에서 다시 끄집어 내곤 한다.

 

 달은 겨울 달이 최고

 알몸의 산 능선을 구르는 달

 빈 나뭇가지에 걸린 달

 찬바람에 씻긴 듯 핼쑥한 달

 그리고

 손을 들면 콱 무는 달  - P123

 

 허허당 스님은 사람,차,건물,이기심으로 혼탁한 도시를 떠나 산과 들,해와 달,곤충과 동물과 같이 사람에게 해(害)를 끼치지 않는 유익하고 고마운 존재들에 대해 가까이 다가가면서 친밀성을 높이자는 언어들이 무수히 많다.스님의 글들을 읽어가다 보니 어느덧 마음 챙김이 새로워지면서 삶의 방식,생각의 틀마저 바뀌어 가고 있다.잊혀지고 쉽게 지나치고 있는 존재들에 더욱 고귀하고 아름다운 생명력을 불어 넣으면서 인생의 깨달음은 무엇인가를 되새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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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의 문장 2 - 자유롭고 행복한 글쓰기란 무엇일까 한국어 글쓰기 강좌 2
고종석 지음 / 알마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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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의 부제가 "자유롭고 행복한 글쓰기란 무엇일까"이다.남의 말을 옮기는 것이 아닌 실제 자유롭고 행복한 글쓰기를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은 어떠한 자세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글을 쓰는 행위는 자신과 세상을 자신의 품으로 더 가깝게 끌어와 있는 그대로 서술해 가는 방식이 아닌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해 내는 것이 아닐까 한다.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겪은 직.간접의 경험과 상상력을 간결,명료하되 함축성과 공감성을 자아내려는 흔적을 담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글은 인간의 삶의 흔적을 묘사하는 것이기에 인간이 갖고 있는 다양한 욕망과 충동을 실어 넣어가면서 글에 변화를 주는 것이 자신을 자신답게 만들어 주고,누군가 자신의 글을 읽는다면 타자와의 소통과 교류에도 힘을 실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을 해 본다.

 

 요근래 <글쓰기>와 관련한 도서를 부쩍 읽고 있다.마치 작가가 되기 위한 수험생이라도 되는냥 타인이 남긴 글쓰기 요령과 요체를 모방하고 있는 셈이다.하지만 타인의 글은 타인의 고유한 빛깔과 무늬일 뿐 자신의 정체성과는 거리가 있기에,타인이 남긴 글쓰기의 요령과 요체는 어디까지나 참고로 해야지 그대로 베끼는 식이 되어서는 참다운 글쓰기는 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그렇다면 평소 글을 쓰기 위해 어떠한 준비과정과 노력을 해야 할 것인가.개인의 블로그 시대,칼럼과 웹진 시대를 맞이하여 다양한 글쓰기가 선보이고 있어 타인의 글을 참고로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임에는 틀림없다.타인이 쓴 글을 읽다 보면 번뜩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단어,문장,문단을 넘어 해당 작가에서만 뚜렷하게 감지되는 독특한 문체와 미려한 문장 표현을 가능하면 기록을 해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인간의 일상은 생각과 사유의 연속일 뿐만 아니라 불만족과 불행을 동시에 안고 사는 생물이기에 자신이 발견하고 기록해 놓은 문장이 상황에 따라 연상작용할 수도 있다.이것을 글쓰는 동기로 삼을 수도 있고,소재로 삼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굳이 작가가 되겠다라는 막연한 생각보다는 평소의 글을 쓰기 위한 기본자세를 잘 단련시켜 놓는 것이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길이라는 것도 새삼 느끼게 한다.글도 자신의 기질과 취향에 맞는 분야가 있기에 처음에는 다양한 분야를 읽어 가면서 섭렵을 하되,어떠한 분야의 우물을 팔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늘 생각하는 바이지만 삶의 길이는 찰라(刹那)에 다름 아니기 때문에 한 우물을 파내려가 전문이 되고 세인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이 제대로 된 개인의 빛깔과 무늬를 남길 수 있어서이다.

 

 《고종석 문장》은 1권을 읽고 느낀 바가 있어서인지 2권은 급물살을 탄 듯 재미와 흥미,유익함을 골고루 맛보게 되었다.기본적인 언어지식(문법과 관련)을 비롯하여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구별짓기와 차이 지우기,전략적 글쓰기(으르렁말과 가르랑말이 가장 인상에 남음),로마자표기법과 외래어표기법,은유(隱喩)와 환유(換喩),글쓰기를 묻다를 고종석 저자에게 배운 셈이다.저자와 수강생이 강당에서 교학상장(敎學相長)하는 분위기를 연상케 하면서,저자의 글쓰기 다년간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수강생들과의 수수작용(授受作用)이 예비작가생에게는 큰 힘을 실어 주었다고 생각한다.김현의 말들의 풍경과 전혜린의 구별짓기 부분은 내 코드와 부합하지 않는다.비평가 김현이 과연 한 시대를 풍미(風靡)했는가와 전혜린 작가가 독일 뮌헨을 파리의 몽마르트 이상으로 감상화했으며,이를 만리포 해변의 지중해 해변으로 묘사해 놓은 점이 1950,60년대 한국 시대상황과 전혀 맞물리지 않은 부조화의 극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고종석 문장의 핵심은 그가 쓴 《자유의 무늬》에서 발췌한 문장을 예시하면서 옥의 티를 가려내는 것이다.나 역시 글쓰기 위한 초심자로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예를 들어 일본어에서 차입한 ∼적(的)의 남용,불필요하게 반복되는(복문에서) 주어 및 조사 사용,심리형용사의 인칭 제약(2,3인칭은 가능하면 쓰지 않는 것이 좋음),불필요한 접속사 사용,외래어의 적절한 사용(중국어 인명은 신해혁명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 이전은 한자어 발음표기를 기준으로,이후는 중국어 현대발음에 의거하여 사용할 것) 등이다.내가 깊게 관심을 갖은 대목은 은유와 환유이다.'은유는 본관념과 보조관념의 유사성에 기초하고,환유는 본관념과 보조관념의 인접성에 기초한다'는 야콥슨 이론의 요지이다.

 

 고종석 문장 2권 강의를 시의적절하고 유익한 시간이었다.소재 및 주제를 정했다면 글의 장르에 맞게 순서배열을 밑그림하여 독특하면서도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원고지에 글을 쓰는 시대가 아닌 유리감옥인 컴퓨터 유리화면을 보면서 단어,문장을 전개해 나가되 글쓰기 도구.연장인 유의어,반의어,연관어 사전을 비치해 놓는 것이 좋겠다는 고종석 저자의 조언에 기꺼이 찬동한다.연관어 사전은 연관어 검색과 유의어로서 포털 사이트 연관어 검색을 치면 관련 유의어,반의어,숙어 등이 즐비하게 나온다.문장과 문장의 맥락을 살리면서 살아 있는 글,현대인들이 자주 회자하고 있는 단어,글로 선을 보인다면 시의성과 작품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리라 기대해 본다.나 또한 그러한 방향으로 마음을 싣고 손을 휘둘러 내려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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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광이 예술가의 부활절 살인 - 20세기를 뒤흔든 모델 살인사건과 언론의 히스테리
해럴드 셰터 지음, 이화란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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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회 범죄 사건은 사건의 대소를 불문하고 세인들에게 충격의 도가니로 집어 넣는다.'묻지마 살인 사건'이 횡행하면서 신체적 약자들을 타깃으로 삼아 유인하고 폭행하며 치사(致死)이 이르는 건수가 셀 수가 없을 정도이다.미디어에 발표되는 것은 '새발의 피'일지도 모른다.사법계의 법망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가해자와 섣불리 고소.고발을 했다가 가해자로부터 이중,삼중의 위협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피해자의 모질지 못한 연약한 심성이 사회 범죄의 그늘 속에 자리잡고 있다고 본다.

 

 사회 범죄를 다룬 실화성 다큐멘터리 또는 범죄 소설을 접하게 되면 우선 먼저 사건.사고가 일어난 배경과 사건의 전말에 온통 집중하게 된다.주로 남.녀간 치정과 원한,복수심리와 같은 응어리가 쌓이고 쌓여 일순간에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치밀하게 계획을 짜서 살해를 주도면밀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범죄 수사학이 발달하면서 법의학도 동반 발전하게 되었는데,아날로그적인 수사방식을 넘어 사건 수사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해 주는 것들이 많아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그런데 용의주도하게 법망,수사망을 우습게 생각할 정도의 용의자의 묘연한 행방은 사회를 더욱 불안하게 한다.독불장군이라는 말이 있듯 용의자가 수사를 방해하는 배경에는 용의자를 비호하는 세력이 존재하고 있어 수사는 더욱 난항을 겪게 되고,수사를 맡은 검.경의 수사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지 않는 경우에는 여론의 향방을 지켜 보면서 흐지부지하게 되고 마는 경우도 자주 본다.

 

 1920년대 후반 미국은 주가 폭락과 함께 대공황을 맞게 되면서 루즈벨트은 뉴딜 정책을 내놓으면서 경제회복을 위해 안간 힘을 쓰지만,경제 한파로 인해 실물경제가 죽고 미국인들의 생기도 축 가라앉아 있던 시기에 '희대(稀代)의 살인 사건'이 터지게 된다.일명 20세기를 뒤흔든 모델 살인사건과 언론의 히스테리라고 불리워지는데,서유럽에서 미국 동부지역으로 정착하게 된 이주민들이 뉴욕 빅맨 플레이스에 정착을 하게 된다.당시 미국 경제가 위축되고 민심이 흉흉하다 보니 사회적 범죄가 속출하게 되고,언론은 이를 부풀려서 세인들의 관심과 흥미거리를 조장했던 것으로 보인다.일명 황색지라 불리는 '타블로이드 판' 범죄 이야기가 선정적이면서 인간의 악랄함을 그대로 재현시키고 있다.뉴욕 타블로이드판 충격적인 살인사건의 발생지 빅맨 플레이스에서는 어떠한 살인사건이 발생했을까.

 

 유부남이면서 독일 자본가인 프리츠 겝하드 박사가 스트레츠라고 하는 애인에게 피격당하게 되는데,그녀와 미래를 함께 하겠다는 언약에 의해 들뜬 스트레츠 여인은 자본가 남자와 미래를 함께 하겠다는 부푼 마음에 들떠 있었다.그런데 프리츠 겝하드가 언약을 깨버리자 배신감에 권총으로 그를 죽이고 말았던 것이다.그녀는 작가가 되고자 하는 열망이 강했던 작가 지망생이기도 했다.그녀의 사건을 맡은 검사,변호사들은 그녀를 팜므파탈로 규정지었는데,당시 독일인 자본가를 총으로 죽여야만 했던 것은 물리적 힘으로 되지 않기에 자신을 방어하는 차원인 정당방위가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뒤 살인사건의 가해자는 밥이다.밥은 뉴욕 이스트 맨해튼의 상류층 거주 지역을 중심으로 세 명의 여인이 알몸의 변사체로 발견되었는데 가해자는 밥이다.그는 연쇄살인 사건의 중심인물로서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라고 여겨진다.그는 결손된 가정환경에서 성장했다.부모가 이혼을 한 상태에서 밥벌이를 하기 위해 부두,벌목꾼,과일 따기,통조림 공장에서 막노동을 했던 것이다.그러던 중 밥은 예술적 재능이 있어 조각가가 되면서 돈 버는 일에 주력하게 된다.그는 무기를 은닉하는 것을 시작해서 자신의 성기를 거세하려고 시도하기도 하는 등 비정상적인 행위로 말미암아 정신병동에 다섯 번이나 들락날락했다.그 후 파티걸이라는 여성이 살해되면서 수사 초동단계에서는 그를 혐의자로 두지 않았지만 전과(前科)와 행적을 놓고 그를 강력한 용의자로 두고 수사를 진행하게 되었던 것이다.파밥은 섹스광(狂)으로 낙인 찍히고 죄상(罪狀)이 무거워 총 139년이라는 징역형을 받게 된다.그는 전기형을 받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며,언도가 떨어지던 날,그는 형량이 억울했는지 아니면 자신의 지난 삶의 과정이 분열과 우울의 나날이었는지 재판관들을 향해 분노를 쏟아낸다.

 

 밥의 인생은 파란만장했다.가정환경의 결핍은 그의 삶을 어둡게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다만,정신분열적이고 엽기적인 행각은 치료와 죄값을 받아야 마땅하다.밥에게는 '빅맨 플레이스의 미치광이' '부활절의 살인자' 그리고 '미치광이 조각가'라는 오명으로 알려지게 되었지만,당시 뉴욕 타블로이드판은 앞다퉈 선정적으로 보도를 하려고 했다.독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면서 판매부수를 넓히려 했던 것이다.사건의 진실을 외면한 채 선정성만 몰두하게 된다면 사건의 진실은 잊혀지고 허구 아닌 허구만 재생산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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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 천재 시계사와 다섯 개의 사건
다니 미즈에 지음, 김해용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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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소한 일상의 얘기거리를 털어 놓기에 좋은 장소는 동네 미용실,경로당과 같은 곳이 아닐까 한다.지난날 시골에서는 농한기에 마을의 사랑방이 있었고,새마을 회관이 있어 적적한 밤을 달래기 위해 장.노년층이 모여 화투도 치고 새끼도 꼬면서 긴 밤을 달랬다.찐고구마,적반,막걸리도 얘기를 나누면서 으례 차려지는 밥상과 같아 차가운 겨울날이 그렇게 냉골과 같지는 않다.시간이 흘러 돈과 물질을 챙겨야 하는 각박하기 그지없는 현 시대에서 '사랑방'과 같은 아날로그 느낌을 주는 환경적 공간은 거의 사라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을 듯한 지난 시절의 사랑방을 상기시키는 소재가 있으니 바로 시계를 수리하는 시계 공방이 아닐까 한다.

 

 도시개발화에 따라 면,읍단위도 거의가 택지개발로 인해 예전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다.상전벽해의 꼴이다.토박이보다는 외지인이 많고 사회 및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이웃간에 나누고 생각하는 정(情)도 희박해져만 가고 있다.농촌이 이 모양 이 꼴인데 도회지는 말할 나위도 없다.불문가지이다.추석 성묘 가는 길에 국민학교,중학교 시절 걷고 뛰놀던 면단위 마을은 아파트가 들어서고 대로변에는 각종 상가로 즐비(櫛比)하기만 하다.아는 사람도 거의 없는 허전하고 공허하기만 하다.기억을 되살리고자 걷고 다녔던 길,사람의 온기는 온데 간데 없다.어쩌다 눈에 띄는 구옥은 앙상하게 잡초가 피어 있는 스레트 가옥이다.면단위도 돈과 물질이 이미 침투하여 지배하게 되었다.과연 사랑방은 어디에 있을까.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라는 제목만으로 어린 시절 조촐하고 비좁은 공간에 망가지고 상처난 시계를 고치는 시계사의 정성스러운 작업 광경이 선연하기만 하다.샬레 위에 아주 작은 시계 부품을 올려 놓고 핀셋으로 집었다 내려 놯다를 반복하면서 고장난 시계를 수리해 주는 시계사의 모습과 단골로 드나드는 손님과의 정겨운 대화의 광경도 이제는 찾기가 어렵게 되었다.누가 아날로그 시계를 손목에 차고 다닐까.핸드폰,스마트폰이 바로 시간을 가르쳐 주는데...그래도 그 시절의 골목길의 광경과 인간적인 훈훈함과 풍성한 사연을 담고 있는 이 글은 도회지와 농촌의 경계지역에 있는 예스러운 풍경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그 주인공이 미용사 아카리와 천재 시계사이면서 스쿠모 신사 상가 회장인 슈지이다.둘은 미혼으로 꽉찬 나이이기에 조그만 가까워지기라도 하면 하나로 결합할텐데 라는 기대를 해 보았지만 로맨틱한 얘기른 상상으로 끝나고 말았다.

 

 일본은 지천으로 신사가 산재해 있다.일본인의 신화와 의식을 지배하는 신사와 아담하고 좁은 골목길 그리고 상가인지 가정집인지 모를 정도로 안온한 거리 풍경들을 엿볼 수가 있다.간판 추억의 시계를 수리합니다의 계(計)자가 튼실하지 못해 떨어지는 바람에 추억의 시(時: 시간으로 번역)로 둔갑하여 5가지의 사연을 들려 주고 있다.고양이가 발견했다는 오르골 속의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이야기,사랑인 줄도 모른 체 헤어진 오렌지색 원피스의 비밀,자신의 꿈을 동생에게 양보하고 죽어간 형의 얘기,빛을 잃은 시계사,어린 시절 여의치 않은 양육문제로 인해 이웃 조부가 키워 주었다는 아카리의 사연을 들려 주고 있다.미용사 아카리는 대각선에 놓여져 있는 시계사 슈지를 자주 만나러 다니고,슈지 또한 붙임성 있게 아카리에게 말을 붙이고 편안하게 대하려 하지만 과년이기에 가끔은 몸과 마음이 떨리고 불이 붙기도 하지만,자제력이 있기에 선을 넘지는 않는다.

 

 국민학교 시절 이웃집에 놀러 가면 큰 방 뒷문 벽쪽에 큰 액자 사진첩에 조부모,부모,형제자매의 사진이 빼곡히 진열해 놓은 모습이 선연하다.앨범이 나왔다 해도 비싼 앨범을 산 여력이 없었기에 큰 사진 액자를 구입하여 한 곳에 기념사진을 진열해 놓고 시간 날때마다,시선이 갈 때마다 그윽하게 바라보면서 기억과 추억을 되살렸던 것이다.지금은 앨범도 한물가고 포토샵으로 사진을 마련하는 시대가 되었다.이 글에서도 예스러운 흑백사진첩에 대한 얘기가 잔잔하게 추억을 되살리면서 마음을 요동치게 한다.특이한 것은 일본에서는 남.녀가 인연을 맺고 혼사를 결정하는 옌니치(緣日)이 있나 보다.남편이 될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오렌지색 원피스를 빼입고 신사로 나섰던 가슴 설레이던 날의 추억을 회상하고 있다.

 

 시계사가 되기 위해 스위스로 연수를 가고 돌아와 보니 형이 죽게 되어 할아버지의 시계가업을 잇게 된 슈지,양할머니의 그림자를 밟고 마음으로 그린 미용사의 꿈을 실현한 아카리는 가까워질 듯 하다 가까워지지 못한 채 이제 아카리는 스쿠모 신사 상가를 떠나게 되고 슈지만 홀로 남아 시계 공방을 지키게 되었다.청년들이 썰물처럼 밀려 가고 노인들만 남은 스쿠모 상가 거리는 마음씨 좋은 천재 시계사 슈지가 있으니 마음 든든하기만 할 것이다.궂은 일,불편한 일이 생기면 내 일로 생각하고 곧장 달려가 기꺼이 무료로 상담하고 고치는 넉넉한 마음씨의 슈지는 스쿠모 신사 상가에서는 꼭 필요한 존재이다.가슴 훈훈한 사연도 있고 가슴 찡하면서도 슬픔이 밀려 오는 사연도 있다.일본인의 정령을 지배하는 신사가 곁에 있고 인생 상담사와 같은 천재 시계사 슈지가 있으니 스쿠모 신사 상가 거리는 그리 쓸쓸하지는 않은 것이다.참으로 희미하게만 남은 추억의 시간,각박한 마음을 넉넉하게 되살린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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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와 드골 - 위대한 우정의 역사
알렉상드르 뒤발 스탈라 지음, 변광배.김웅권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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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드레 말로와 샤를 드골 프랑스 현대사에 있어 정치가 및 문학가라는 이미지가 짙다.나도 그렇게 알고 있다.말로의 작품은 다행히도 《인간의 조건》을 몇 년 전에 읽었던 터라 그의 작품성과 지명도는 아직도 깊게 각인되어 있는데,샤를 드골은 정치가,군인 정도로만 인식되어 있어 이 도서는 두 분의 삶의 역정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길라잡이가 되어 주고도 남았다.앙드레 말로와 샤를 드골은 지금도 프랑스인들의 뇌리에 깊게 새겨지고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국가 지도자급에 있는 사람들이 나라의 살림을 제대로 꾸려 가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정치가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견은 안성맞춤의 코드를 보여 주는 두 분의 정치 주연과 조연의 역할도 참 신선하기만 하다.

 

 "당신이 나의 친구이기 때문에,나는 내가 당신을 찬양하는 데 필요한 것을 그토록 훌륭하게 당신이 수행하는 데에 감사하는 것입니다." "인간 정신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알기를 원하고 알게 해주는 데 있어서 가장 뛰어난 적임자"이다. -P356 드골이 말로에게 쏟아낸 우정과 찬양 -

 

 1890년생 샤를 드골과 1901년생 앙드레 말로는 자란난 집안 환경이 달랐지만 두 분의 삶의 내면의 공통점은 문학을 꿈꾸는 소년이었을 것이다.군인,정치가로 외길을 걸어간 드골도 청년시절 글을 쓴 적이 있었다.10년 터울의 두 분은 파리가 해방되고 난 뒤 1945년 극적인 만남에 의해 정치적 동지로 변모하면서 드골은 지도자,말로는 참모(參謀)로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나간다.드골은 할 말만 하는 스타일이고 말로는 자신의 지식,경험,상상력을 종횡무진하는 변설가이기도 하다.드골은 제 1,2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때 군인으로 참전을 하면서 죽을 고비를 극적으로 넘긴다.말로는 전쟁 참가보다는 공산당이라는 이데올로기에 심취되어 한때는 파시스트,스탈린 사상,스페인 내전 등에 참여하게 된다.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프랑스는 전쟁으로 막대한 물적.인적 피해를 보았기에 경제적 회복이 급선무였다.파리 해방 후 십여 년 정도 과도기를 거쳐 샤를 드골은 1959년 프랑스 대통령에 선출되고,앙드레 말로는 공보부,문화부 장관을 맡게 된다.이는 샤를 드골이 앙드레 말로의 과거 이력을 충분히 검토하고 신임했던 것이다.앙드레 말로가 공보부,문화부의 수장으로 재직할 때 '루브르.앵발리드.베르사유 궁전의 그랑 트리아농의 복원,앜마데미들.파리 오페라극장.오페라 코미크 극장의 발전,프랑스 융단 산업과 코메디 프랑세즈의 건춪거 장식의 구제,도시들에서 민중이 찬란한 국가 문화유산에 접하도록 하기 위한 문화원들의 설립'같은 치적을 남겼다.

 

 앙드레 말로는 두 번의 이혼 경력이 있으며,첫 번째 부인과 인도차이나의 식민지 베트남을 방문하고 그 이후 정부의 도움에 의해 전세계를 누비게 된다.1930년대 중국 대장정 시절을 목격하면서 《인간의 조건》을 펴냈던 것이다.앙드레 말로는 도스토옙스키,니체의 사상에 경도된다.문학적 작품 전개,정치적 행보 속에 두 분의 사상과 힘을 이입시키지 않았을까 추측해 보았다.한편 샤를 드골은 전대미문(78% 가량)의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얻고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경제회복,외교문제(알제리 해방 등),문화,예술 등에 이르기까지 총력을 기울였다.청년 시절 모험가에서 반파시스트로 변신했던 앙드레 말로,장교에서 반항아로 변신했던 샤를 드골은 가느다란 강물이 하류로 접어들면서 물살이 거세지면서 거센 물살을 고요하게 침잠시키기 위해 말로와 드골은 극적 만남이 이루어지고 삶의 종반에 이르기까지 변절하지 않고 관계는 더욱 아름답고 고귀해져만 갔던 것으로 보인다.정치판도에 무사적인 기질과 변사(辯士)적인 기질이 잘 융화하여 한 나라를 멋지게 이끌어 간 점은 본받을 만하다.샤를 드골은 앙드레 말로의 지식,모험,상상력,흡인력 등 총체적인 면에서 그에게 믿고 맡긴 것이다.한국 정치계에 이렇게 아름답고 고귀한 광경을 볼 수 있고,국민들로부터 존경의 대상이 될 만한 인물은 과연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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