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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의 문장 2 - 자유롭고 행복한 글쓰기란 무엇일까 ㅣ 한국어 글쓰기 강좌 2
고종석 지음 / 알마 / 2014년 9월
평점 :

이 글의 부제가 "자유롭고 행복한 글쓰기란 무엇일까"이다.남의 말을 옮기는 것이 아닌 실제 자유롭고 행복한 글쓰기를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은 어떠한 자세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글을 쓰는 행위는 자신과 세상을 자신의 품으로 더 가깝게 끌어와 있는 그대로 서술해 가는 방식이 아닌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해 내는 것이 아닐까 한다.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겪은 직.간접의 경험과 상상력을 간결,명료하되 함축성과 공감성을 자아내려는 흔적을 담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글은 인간의 삶의 흔적을 묘사하는 것이기에 인간이 갖고 있는 다양한 욕망과 충동을 실어 넣어가면서 글에 변화를 주는 것이 자신을 자신답게 만들어 주고,누군가 자신의 글을 읽는다면 타자와의 소통과 교류에도 힘을 실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을 해 본다.
요근래 <글쓰기>와 관련한 도서를 부쩍 읽고 있다.마치 작가가 되기 위한 수험생이라도 되는냥 타인이 남긴 글쓰기 요령과 요체를 모방하고 있는 셈이다.하지만 타인의 글은 타인의 고유한 빛깔과 무늬일 뿐 자신의 정체성과는 거리가 있기에,타인이 남긴 글쓰기의 요령과 요체는 어디까지나 참고로 해야지 그대로 베끼는 식이 되어서는 참다운 글쓰기는 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그렇다면 평소 글을 쓰기 위해 어떠한 준비과정과 노력을 해야 할 것인가.개인의 블로그 시대,칼럼과 웹진 시대를 맞이하여 다양한 글쓰기가 선보이고 있어 타인의 글을 참고로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임에는 틀림없다.타인이 쓴 글을 읽다 보면 번뜩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단어,문장,문단을 넘어 해당 작가에서만 뚜렷하게 감지되는 독특한 문체와 미려한 문장 표현을 가능하면 기록을 해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인간의 일상은 생각과 사유의 연속일 뿐만 아니라 불만족과 불행을 동시에 안고 사는 생물이기에 자신이 발견하고 기록해 놓은 문장이 상황에 따라 연상작용할 수도 있다.이것을 글쓰는 동기로 삼을 수도 있고,소재로 삼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굳이 작가가 되겠다라는 막연한 생각보다는 평소의 글을 쓰기 위한 기본자세를 잘 단련시켜 놓는 것이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길이라는 것도 새삼 느끼게 한다.글도 자신의 기질과 취향에 맞는 분야가 있기에 처음에는 다양한 분야를 읽어 가면서 섭렵을 하되,어떠한 분야의 우물을 팔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늘 생각하는 바이지만 삶의 길이는 찰라(刹那)에 다름 아니기 때문에 한 우물을 파내려가 전문이 되고 세인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이 제대로 된 개인의 빛깔과 무늬를 남길 수 있어서이다.
《고종석 문장》은 1권을 읽고 느낀 바가 있어서인지 2권은 급물살을 탄 듯 재미와 흥미,유익함을 골고루 맛보게 되었다.기본적인 언어지식(문법과 관련)을 비롯하여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구별짓기와 차이 지우기,전략적 글쓰기(으르렁말과 가르랑말이 가장 인상에 남음),로마자표기법과 외래어표기법,은유(隱喩)와 환유(換喩),글쓰기를 묻다를 고종석 저자에게 배운 셈이다.저자와 수강생이 강당에서 교학상장(敎學相長)하는 분위기를 연상케 하면서,저자의 글쓰기 다년간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수강생들과의 수수작용(授受作用)이 예비작가생에게는 큰 힘을 실어 주었다고 생각한다.김현의 말들의 풍경과 전혜린의 구별짓기 부분은 내 코드와 부합하지 않는다.비평가 김현이 과연 한 시대를 풍미(風靡)했는가와 전혜린 작가가 독일 뮌헨을 파리의 몽마르트 이상으로 감상화했으며,이를 만리포 해변의 지중해 해변으로 묘사해 놓은 점이 1950,60년대 한국 시대상황과 전혀 맞물리지 않은 부조화의 극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고종석 문장의 핵심은 그가 쓴 《자유의 무늬》에서 발췌한 문장을 예시하면서 옥의 티를 가려내는 것이다.나 역시 글쓰기 위한 초심자로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예를 들어 일본어에서 차입한 ∼적(的)의 남용,불필요하게 반복되는(복문에서) 주어 및 조사 사용,심리형용사의 인칭 제약(2,3인칭은 가능하면 쓰지 않는 것이 좋음),불필요한 접속사 사용,외래어의 적절한 사용(중국어 인명은 신해혁명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 이전은 한자어 발음표기를 기준으로,이후는 중국어 현대발음에 의거하여 사용할 것) 등이다.내가 깊게 관심을 갖은 대목은 은유와 환유이다.'은유는 본관념과 보조관념의 유사성에 기초하고,환유는 본관념과 보조관념의 인접성에 기초한다'는 야콥슨 이론의 요지이다.
고종석 문장 2권 강의를 시의적절하고 유익한 시간이었다.소재 및 주제를 정했다면 글의 장르에 맞게 순서배열을 밑그림하여 독특하면서도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원고지에 글을 쓰는 시대가 아닌 유리감옥인 컴퓨터 유리화면을 보면서 단어,문장을 전개해 나가되 글쓰기 도구.연장인 유의어,반의어,연관어 사전을 비치해 놓는 것이 좋겠다는 고종석 저자의 조언에 기꺼이 찬동한다.연관어 사전은 연관어 검색과 유의어로서 포털 사이트 연관어 검색을 치면 관련 유의어,반의어,숙어 등이 즐비하게 나온다.문장과 문장의 맥락을 살리면서 살아 있는 글,현대인들이 자주 회자하고 있는 단어,글로 선을 보인다면 시의성과 작품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리라 기대해 본다.나 또한 그러한 방향으로 마음을 싣고 손을 휘둘러 내려 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