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철학적인 순간 - 자전거 타기에서 첫 키스까지, 학교에서 이사까지 내 인생의 20가지 통과의례
로버트 롤런드 스미스 지음, 남경태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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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난생 처음 내 몸에 메스를 대는 대수술을 해야 했다.전신마취를 했기에 의식도 없고 통증도 느끼지 못하는 가운데 9시간 정도를 차디찬 수술대 위에서 의사와 간호사,의료기기가 일산분란한 가운데 수술이 성공했던 것 같다.그리고 나는 중환자실로 와서도 마취가 깨어나지 않아 몇 시간 동안 무의식 상태 속에 부유하고 있었던 셈이다.살포시 눈을 뜨니 의사와 간호사,아내,어머님이 눈 앞에 어른거리는데 누구에게 말할 수 없는 나 자신의 지난 시간과 세월이 함축되어 한 자리로 밀려 오는 것 같았다.'죽지 않고  살았다'라는 자위감을 넘어 삶은 부침이 있어야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그리고 하루라는 시간,회복이 빨라 일반병실로 옮겨지면서 하루 세 끼가 꼬박꼬박 제공되는데 한 끼가 시작되기 전 혈압 검사,피검사,혈당검사,의사 및 간호사의 회진(回診) 그리고 밤 10시 무렵이면 환자의 안전을 위해 환자 및 보호자 1인외는 출입을 삼가한다는 방송과 함께 하루가 지나고 또 날이 밝기를 몇 일이나 지속되었다.병실 생활이 날이 갈수록 지겹고 따분하면서 퇴원하는 사람,새로 들어오는 환자 등으로 병실은 마치 하루살이 인생과 같이 덧없는 공간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 도서는 병실에서 읽었다.누가 보면 책에 걸신들린 사람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내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평소 소신이기에 남의 시선을 괘념하지 않고 읽어 내려 갔다.몸이 성치 않은 가운데 가로로 몸을 간신히 눕혀 폐쇄적이고 지루한 시간을 달래어 갔던 것이다.거의 누워만 있는 시간이라 몇 분 정도 읽고 내용을 음미할 수 있다는 자체가 내게는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그런데 수술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몸에 단백질 성분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서인지 병원에서 주는 음식으로는 허기를 채울 수가 없어 집에서 단백질 음식,과일 등을 챙겨다 주어 부족한 몸의 양기를 조금씩 채워 나가게 되었다.그런데 밤이 되어 병실의 불이 꺼지고 세상이 고요해지면 이상하게도 지난 시절의 일들이 주마등과 같이 아니 만화 한 장 한 장이 편집되어 동화상으로 변해 가는 것을 맛보았다.내가 어머니 뱃속에서 나와 최초의 기억인 요람(搖籃)에 눕혀져 흔들거리던 갓난아이였던 나의 모습부터 중년이 되어 삶의 무게가 어느 때보다 묵직하게 다가오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선명치 않은 장면(Scene)들이 상기가 되었다.병실에 있으니 잘 치료받고 퇴원하면 그만일텐데 나는 삶의 전반을 하나의 끈으로 연결시켜 보려고 했다.

 

 인간은 태어나고 걸음마를 배우고 취직과 결혼을 하며 자식을 낳고 늙어서 한 줌의 흙,먼지로 돌아가는 자연순환의 섭리를 따르는 존재이다.한 순간,하나의 사건들이 볼품이 없을지라도 삶을 이어가는 통과의례이다.일상의 다반사도 조그만 의식이 쌓이고 쌓여 습관과 인습이 되어 가면서 사회 및 집단의 문화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로버트 롤런드 스미스 저자의 내 인생의 20가지 통과의례 역시 동.서양,인종,종교를 떠나 인간이라면 누구든 겪어야 할 일반적인 사항이면서 인간이 성장해 나가는 징검다리와 같이 간극이 벌어져 있는 것이다.막 태어난 갓난아이의 꼬물거리는 손가락,발가락 그리고 벌어지지 않은 하품을 생리본능에 따라 하는 모습은 조물주가 잘 빚어 놓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그렇게 예쁘고 가녀린 아이가 커가면서 자아의식이 커지고 반항기에 접어들게 되면 부모의 속을 얼마나 썩히는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아이가 사회인이 되고 취직,결혼할 무렵이면 부모는 60에 가까운 나이에 접어들면서 삶의 후반기를 맞이하게 되면서 죽음의 문제도 자연스럽게 맞이해야 할 것이다.아무리 경제수준과 의학이 발달했어도 인간의 수명은 살 만큼 사는 것이 최상(The Best)이 아닐까 한다.내 병상 맞은 편에 누워 계신 노옹(老翁)은 혈관문제가 있어 입원하게 되었지만 너무 노쇄하여 회복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여서 보호자를 비롯하여 보는 내 시선도 안타깝기만 했다.게다가 늘 코에 경구관을 꽂은 상태에서 주치의의 치료를 받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허벅지살에 욕창이 생겨 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상처가 깊게 패여 있었다.내가 퇴원할 무렵 상태가 호전되면서 캔에 들어 있는 죽을 코로 먹을 수 있게 되었는데 상태가 호전되어 무사히 두 발로 걸어 남은 여생을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이번 병상생활을 통해 나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서 보았던 산증인이다.조금만 지체되었더라면 이 세상을 다시는 보지 못할텐데 운명의 여신은 나를 다시 살려 주어 고맙기만 하다.다시 살아 났으니 의미 있는 삶을 살아 보련다.불필요하고 소소한 것들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 툴툴 털어버리고 새로우면서 활기찬 삶으로 생각과 사고를 바꿔나가려 한다.그리고 한 순간 한 순간의 삶을 허접스럽게 보내지 않도록 어떻게 살아나갈 것인지,그리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이르기까지 삶의 과정을 다시 한 번 점검해 보려 한다.무의식 속에서 의식이 있는 존재로 거듭나게 해 준 모든 분들 그리고 영적인 존재까지도 감사한 마음 억누를 길 없다.이번 기회를 통해 통과해 나가야 할 인생의 주요 징검다리를 건너오고 건너가야 갈 것이라는 것을 여러 각도로 성찰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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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원하는 삶을 살 것인가 - 불멸의 인생 멘토 공자, 내 안의 지혜를 깨우다
우간린 지음, 임대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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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가면서 내 삶에 도움이 되는 멘토들을 만나고 있다.세상 물정을 모르던 어린시절에는 부모님의 말씀이 최고였기에 무조건 따랐고,학창시절 내 반을 관리하던 담임교사의 말씀도 삶을 바르게 이끌어 주었다.그리고 머리가 크면서 자아관념이 강해지면서 내 생각과 감정이 최고라고 착각했던 적도 무수히 많은데,세상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편협된 생각과 사고가 자칫 오류와 실수투성이로 변질될 뻔하기도 했던 적이 있다.이제 어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는 사회인,자식을 낳아 가정을 이끌어 가는 가장으로서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와 책임감을 되살리기 위해 삶의 지혜를 차곡차곡 함양시켜 발효시켜야 할 때가 온 것 처럼 인간의 지혜는 생각과 지식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세속인의 관점에서 원하는 삶이란 과연 무엇일까.돈과 물질을 우선시하는 풍조이다 보니 경제적으로 풍족하여 불편하지 않은 삶을 사는 것을 바랄 것이다.나 또한 경제적으로 풍족하여 여유로운 생활과 여가를 선용(善用)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그런데 아이들이 성장하고 우리 부부가 나이가 들면서 속칭 몸값도 떨어지고 있다.한계성향을 느끼는 바이다.게다가 잘못된 생활습관,식습관과 더불어 몸과 마음이 조금씩 예전같지 않다.그렇다고 돈만 바라보고 살 수는 없는 법이다.지나친 욕심,욕망을 조금씩 내려 놓으면서 정신적 건강을 되찾아 마음의 여유를 되살려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마음으로 느낀다.그간 시공간상으로 뜻대로 되지 않아 만날 수 없었던 지인,친구들을 만나 식어가는 우정에 불을 붙이면서 삶에 즐거움과 위안을 불어 넣으려 한다.

 

 한국은 고래로부터 중국의 학문과 사상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사서삼경,춘추전국,삼국지,초한지,오호십육국시대의 학문과 사상은 모든 분야에서 귀감이 되고 실천으로 옮겨 삶의 중심을 잃지 않게 해 주는 말씀과 사상이 많다.그중의 정치적 덕목으로 인의(仁義)이 중심이 되며 본류는 덕치주의와 예악을 삼고 있다.주공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노나라의 관리가 된 공자는 그 뜻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주변국을 14년 간 주유천하(周遊天下)하고 돌아와 제자들을 가르치고 경전을 편찬했으며,공자의 언행을 기록한 『논어』는 모든 사람들에게 삶의 귀감이 되는 말들로 엮어져 있다.어짐과 지혜보다는 속물근성주의로 똘똘 뭉친 현대사회인들에게 공자의 말씀을 통한 원하는 삶 찾기는 시의적절하면서 자신의 삶을 반추해 보는 좋은 계기가 되어 줄 것이다.

 

 공자를 스승으로 삼고 안회와 자공이 제자가 되어 논어의 주요 말씀을 현실에 맞게 해설하고 있다.인과 의가 주요 사상으로서 정의와 상식,관용이 부족한 시대에 공자의 말씀은 깊이 새겨 들어 마땅하다는 생각이 든다.좌절,번민과 같은 것들은 삶을 일으켜 세우는데 필요요건이며 꿈은 평생을 이끌어 간다는 것을 새삼 발견하게 되었다.꿈이 없는 인간은 단 하루도 삶을 지탱해 나갈 수 없을 정도로 삶의 가치와 의미는 괴사해 가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모든 사람은 자신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기 마련이기에 나와 타자가 상충 직전에 있다면 상대가 무엇을 신경쓰고 무엇을 꺼리는 가를 살펴 신중하게 행동해야 할 것이다.그러면 서로 부딪히지 않고 난관을 만나지도 않을 것이다.또한 삶의 목표,삶의 꿈은 높게 잡아 성취해 나가기를 게을리 않으면서 자세는 낮추는 것이 삶의 지혜일 것이다.그리고 타인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인식하면서 칭찬해 주면 그것은 결코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나아가 공자는 공부의 네 가지 요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셨다.

 

 넓게 공부하라,성실히 행하라,신중하게 생각하라,분명하게 판단하라. - P181

 

 인간은 자신을 확대포장하려는 습성이 있다.그러나 어쩌다 한 두번은 표시가 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자주 하다 보면 저절로 발각이 나고 만다.그간 어렵사리 얻은 우정과 명성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큰 그릇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철저하게 관리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날마다 자기성찰의 시간을 갖어야 할 것이다.자신의 삶을 이끌어 줄 살아 있는 멘토,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현인과 성인과 같은 멘토를 마음 속에 잘 모시면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깨어 있는 삶을 이끌어 가야 할 것이다.자기수양의 소중함이 무엇인가를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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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처럼 생각하라 - 세계 최대 온라인 기업 알리바바의 신
장샤오헝 지음, 이정은 옮김 / 갈대상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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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면 삶의 위기,부침이 있어도 꿈을 위해 삶을 연마해 가기에 그 꿈은 반드시 자신을 향해 밝은 미소로 다가오지 않을까 한다.나 자신은 아직 꿈을 잃지는 않았으되 커다란 결실을 안아 보지는 않아 실감은 나지 않는다.그런데 성공한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들에게는 보통 사람들이 갖고 있지 않은 주요 핵심사항들이 있다.그것은 보통 사람들이 보아도 모두 이해하고 인식할 수 있는 사항들이지만 그것을 얼마나 집중과 몰입으로 가열차게 연습하고 연마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다.이는 역사가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의 출현과 더불어 IT산업이 발달하면서 온라인 시장도 활성화되고 있다.이는 문명의 발전을 꾀하려는 인간의 본능과 더불어 편하고 빠른 것을 추구하는 인간의 속성을 잘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고작 1세기 반 이전에 탄생한 『해저 2만 리』와 같은 SF소설이 현실화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문명 발전의 끝은 아무도 모를 정도로 현재,이후의 문명의 괘적은 지금보다 더 찬란하고 빠르고 풍요로움을 안겨줄 것이라는 점은 이의가 없다.이와 더불어 각 분야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면모를 보면 '진정성'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인터텟 상거래로 성공한 이 글의 주인공 마윈은 진정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진정으로 성공하면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은 진리가 된다." - P5

 

 지당한 말이다.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원리.원칙은 물론 도덕적,윤리적 문제까지 거스르지 않으면서 한 길을 묵묵히 헤쳐 나가려는 노력과 자세가 살아 있어야 하고,수많은 시행착오와 산 경험을 거쳐 비로소 성공이라는 정상(頂上)에 안착할 수가 있는 법이다.그래서 아직 정상에 오르지 못한 이들은 성공한 인물의 말과 행동이 모두 가상하여 자연스레 수긍을 하기 마련이다.또한 성공한 이들의 말과 행동은 금과옥조와 같아서 그대로 모방하여 따라하고 싶은 게 보통 사람들의 심리일 것이다.꿈이 없다면 1분도 살 수 없다고 말하는 마윈의 경영 철학은 목표와 생존 간의 철학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우공이산과 같이 우직하게 꾸준히 버텨 나가는 생존법이 한탕주의에 물든 현대인들에게 커다란 시사를 안겨 준다.

 

 항저우에서 영어학원을 경영하면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전전긍긍하던 마윈은 1990년대 초반 차이나옐로페이지를 창업하면서 인터넷 사업에 발을 내딛게 된다.인터넷 사업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초반기에는 그를 가리켜 사기꾼에 정신병자라고 욕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그는 인터넷을 중국에 보급한 선구자이고,중소기업에게 인터넷 상거래 플랫폼을 제공했으며,타오바오를 통해 중국인들의 생활방식을 혁명적으로 뒤바꿔 놓았던 것이다.마윈의 살아있는 매력은 독특한 인생철학에서 발견된다.즉 인성이 뒷받침된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해야 사업성공의 진가 및 진정성이 발휘가 되는 것이다.사업은 다양한 변수가 있지만 사업에 대한 목표,열정,역경을 인내하며 꿈을 성취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변하지 않아야 한다.

 

 알리바바는 문제가 매일 발생하고 해결해 나가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는 마윈 자신도 모른다고 할 정도이다.다만 확실히 아는 것은 고객을 더 잘 이해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이라고 밝힌다.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자신의 잠재력,장점,알맞은 아이템 선택을 사업화하여 시장을 공략해 나가는 것이 우선 순위라고 생각한다.일을 하다 보면 도중에 슬럼프가 찾아 오면서 열정도 식기 마련이다.열정을 오래 유지하고 식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매일의 업무에서 '새로운 점'을 찾고,일과 휴식을 적당히 분해해야 하며,큰 목표를 작은 목표들로 쪼개어 열정이 식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대한 업적은 남긴 고대 현인들의 예를 들면서 현인들이 보여준 인내와 끈기 그리고 뜻을 지켜 나가려는 초심이 오늘날 속도와 효율을 강조하는 사회에 살다 보니 장인정신을 지켜 나가는 기업인이 과연 얼마나 될까를 되뇌여 본다.마윈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으로 실적도 좋고 협동정신까지 갖춘 '사냥개형 인재'를 원하고 있다.이익에 눈이 머는 것보다는 품질에 올인해야 하며,장사꾼보다는 기업가가 되라고 주문하고 있다.영어가 능숙한 마윈은 중국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전세계를 누비며 전방위적으로 기업가로서 면모,활약을 유감없이 보여 주고 있다.겸손하지만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승부사의 근성과 11가지의 성공철학은 마윈을 세계 최대 온라인 기업으로 성장시켰던 것이다.마윈의 인생과 경영철학이 생동감있게 살아 있어 읽는 내내 감동과 교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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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코 서점 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 4
슈카와 미나토 지음, 박영난 옮김 / 북스토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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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 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동네 골목형 가게는 빛바랜 사진이 되고 말았다.불과 이십여 년 전의 일인데도 불구하고 꽤 시간이 흘러 버린 것 같다.그것은 현란하게 눈에 띄고 규모가 큰 기업형 마트가 온 거리를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기에 구멍가게식 형태는 마음먹고 찾아야 겨우 눈에 띌 정도이다.게다가 온라인 상거래는 소비자들의 소비관념마저 바꾸어 놓았는데,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도서를 비롯한 생필품,여가용품 등이 아닐까 한다.

 

 일본 소설을 읽다 보면 예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게 하는 아날로그식 삶을 상기하게 한다.시대는 21세기에 살고 있지만 글 속에는 사람과 동물,정령이 함께 하면서 나약한 인간의 심성과 눈에 보이지 않는 정령(精靈)과의 주술 통과의례가 암묵적으로 공기(空氣)중에 짙에 깔려져 있다는 것을 시종일관 감지할 수가 있다.서점과 관련한 이야기는 2,30년 전의 일반서점,중고서점이 몰려져 있던 지방도시의 서점거리를 연상케도 했다.그리고 각박하고 몰인정하게 자신만을 위해 사는 현대인과는 대조적으로 사람들의 언행도 배려와 온기가 그런대로 살아있던 시절이기도 했다.

 

 도쿄 서민가(시타마치)를 배경으로 예스럽고 교묘한 분위기와 (살짝)소름과 공포,수수께끼와 같은 요소들이 잘 배합되어 있는 《사치코 서점》은 7편의 소설집으로 엮어져 있다.한 편 한 편의 이야기에는 말못할 사연과 삶의 가련함,비애 등이 독자들의 시선을 집중케 한다.사연과 사건이 나면 으례 사치코 서점 주인과 근처 사찰 경내 석등 앞에 고양이들이 몸을 부비고 자기 몸을 핥거가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 일상의 다반사와 같다.때는 봄날 일본의 연한 보랏빛 수국이 흐드러지게 만개한 철길 주변의 공간배경이 연상된다.

 

 작가 지망생으로서 5살 연상 히사코와 결혼한 '나'는 도쿄 도덴(都電) 서민가로 이사를 오면서 라면가게에서 살인사건이 터지고 희안하게도 꼼짝앉고 서서 라면가게를 응시하는 수상쩍은 남자를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다양하지만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는 식으로 에피소드가 전개되어 나간다.마네킹마냥 라면가게를 응시하던 남자의 정체는 죽은 이의 수호신이었을까,석양의 붉은빛에 녹아들듯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외 유령 즉 저승사자를 연상케 하는 괴기한 도깨비 낙서 이야기,도쿄 변두리 오래된  상점가를 배경으로 등장인물의 책갈피와 관련한 로맨틱한 사연,육신은 죽었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정령이 늘 살아 자신의 곁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고양이와 개를 쓰다듬으면 치유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인생은 어느 순간 불확실해지거나,무서워지거나,자신이 쓰레기 같은 존재로 느껴지거나,하찮은 일에도 망설이고 고민하게 되는 '청춘의 미로'같은 이야기,죽은 줄로만 알았던 한 여자아이가 경내의 참배 길에 노인과 함께 하면서 여자아이의 삶과 죽음의 경계를 되뇌어 보게 한다.역시 사치코 서점의 주인 남자가 이야기의 막힌 부분을 잘 추리하여 뚫어 준다.슈가와 미나토 작가의 기묘하면서 1세대 이전의 예스러운 도쿄 서민가의 분위기를 잘 끄집어 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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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랑 시집
김영랑 지음 / 종합출판범우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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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랑 시인하면 먼저 대표작인 『모란이 피기까지는』『돌담에 속삭이는 햇발』이 뇌리에 깊게 남아 있다.첫행부터 끝행까지 좔좔 암송할 수는 없어도 몇 구절은 아직도 내 가슴에 깊게 파묻혀 있다.모란이 피기까지는에서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찬란하나 슬픔의 봄을'이라든지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에서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가 바로 단적인 예이다.비록 짧은 시귀들이지만 얼마나 자연친화적이고 순수한 미의 탐구를 갈망했던가.

 

 이제 가을이 깊어만 가고 있기에 겨울은 멀지 않으리라.1년이라는 시간 속에 사계가 뚜렷한 한국의 공기와 자연은 참으로 축복을 받아 크나큰 자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있다.돌담에 속삭이는 햇발,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 이 시구만 보아도 김영랑 시인은 자연을 관찰하고 일체가 된 심정으로 맑고 싱그러운 어조를 담아냈던가.게다가 연인을 사랑하는 마음이 불타오르지만 고독으로 씹고 삼켜 버리는 『내 마음을 아실 이』도 애간장을 타게 한다.'향 맑은 옥돌에 불이 달아 사랑은 타기만 하오련만 불빛에 연긴듯 희미론 마음은 사랑도 모르기 내 혼자 마음은'에서 시인이 애모하는 연인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뒤치적거리고 있음을 아련하게 그려본다.

 

 김영랑 시인은 1930년대 《시문학》에 몸을 담으면서 시문학사에 모습을 보이고,그뒤 《문예월간》,《시원》,《문학》 등에서 활동을 했던 순수문학의 선구자라고 여겨진다.김소월 시인도 자연을 소재로 삼아 전통적인 시형을 끌어 들였지만 한정된 소재에 머물렀지만 김영랑 시인의 경우는 전통적인 운율을 살리면서 자연,사계,사랑이라는 3중주를 아름다우면서 서정적인 감각을 재현하고 있는 점이 특색이라고 할 수가 있다.시인은 한국전쟁 속에서 적군의 총탄에 맞아 아쉽게도 짧은 삶을 살았지만 그가 남긴 한국전통미와 서정성을 띤 섬섬옥수와 같고 인공미,화학조미료가 첨가되지 않은 친환경 소재가 내 어린시절을 상기하게 한다.

 

 시가 장르소설와 같은 영역에 밀리면서 찬밥신세를 지고 있는 요즘,운율과 함축미를 더욱 함양해 가고 싶다.가을은 깊어 가고 산하의 산천초목도 늙어 세포들이 나날이 시들어 가고 있다.세상은 자연의 순환섭리에 맞게 늘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마음으로 느끼게 되는데,우리네 인생도 자연의 순환섭리에 맞춰져 있는 것이다.시인은 애닯은 어조로 저무는 『가을날 무너진 성터』를 그윽이 관조하면서 묘사하고 있다.

 

 무너진 성터에 바람이 세나니

 

 가을은 쓸쓸한 맛뿐이구료

 

 희끗희끗 산국화 나부끼면서

 

 가을은 애닯아 속삭이느뇨. - P134

 

 

 

 

 

 어린시절 학교를 가기 위해 사립문을 열고 고샅길을 걷노라면 이웃집들이 돌담으로 엮어져 있고 그 곁에는 우물,장광,이웃집 아줌마의 아침밥 짓는 모습이 어제 일과 같이 생생하기만 하다.아침 7시를 넘긴 시간이라 햇살이 우물물이 내려 앉으며 우물가에 핀 갖가지 꽃들과 감들이 가을 햇살을 받아 붉고 노오랗게 물들어 가는 것을 늘 바라보면서 성장했다.순수하게 물들어 가는 가을녘은 사람,사물,농작물과 같은 존재에서 가을이 깊어만 가는 것을 느끼곤 했는데,『오―매 단풍 들것네』 아침 등교길 이웃집 돌담이 가을빛을 받아 여물면서 완연한 가을의 내음을 온몸으로 맘끽했던 것이다.

 

 '오―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 붉은 감잎 날아 와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 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 P51

 

 우리의 인생은 짧기만 하다.인위적으로 수명을 늘리는 것 보다는 자연스럽게 살다 순명하는 것이 지혜롭고 섭리에 맞는 것이다.옛날 같으면 50이 넘으면 할아버지,할머니 소리를 들을 수도 있는데 지금은 의학이 발달하면서 '이팔청춘'이다.그런데 할아버지,할머니 묘에 앉아 그 옛날을 상기하면 나도 언젠가는 명부에 누워 있을 때가 있겠구나 라고 체념을 한다.그 마음을 담은 시가 바로 쓸쓸한 뫼 앞에 이다.

 

 쓸쓸한 뫼 앞에 후젓이 앉으면

 

 마음은 가라앉은 앙금줄같이

 

 무덤의 잔디에 얼굴을 부비면

 

 넋 이는 향 맑은 구슬손같이

 

 산골로 가노라 산골로 가노라

 

 무덤이 그리워 산골로 가노라 - P13

 

 

 김영랑 시인은 다작을 하지는 않았지만 시인이 남긴 시들은 자연과 사계,인간과의 관계 즉 사랑과 사모,죽음과 같은 자연스럽고 아름다우며 묘한 울림을 안겨 준다.나는 김영랑 시인의 시들은 '천의무봉(天衣無縫)'이라 부르고 싶다.깊어만 가는 만추(晩秋)의 한자락에서 시인의 시를 읽노라니 사립문,돌담,하늘,땅,물,불,공기,사랑,고독,죽음과 같은 일상에서 흔히 왔다 가는 소재들이 한 폭의 소묘(素描)와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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