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기담집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비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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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기이하지만 마음 한켠 쓸쓸함이 묻어나는 기담집을 접하게 되었다.온몸이 오싹할 정도로 소름이 돋아나는 괴기스러운 이야기는 납량 시리즈로도 그만이다.지금과 같은 겨울철에는 이불 푹 둘러쓰고 기담에 눈과 귀를 기울이면서 공포와 전율감을 느낄때마다 따뜻한 기운으로 이를 중화시켜도 좋을 것이다.종래에는 무라카미 작가의 작품이 거의가 남녀간의 사랑과 이별을 주제로 한 스토리가 위주였는데,이번 기담에는 어떠한 이야기들이 소개되고 있는지 그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이 기담집총 5편으로 되어 있다.1993년부터 1995년까지 미국 케임브리지에서 거주했던 무라카미 작가는 초청작가 자격으로 머무르고 있었다.장편소설을 쓰는 한편 그가 좋아하는 재즈클럽을 들락달락하면서 뭔가 마음 속에 와닿았던 신기하고 기이한 경험을 그리고 있다.작가가 말한대로 소소한지만 자신의 인생을 바꾼 신기한 일로서 누구든 살아가면서 '참 묘하고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그 연장선상에서 상상해 보는 것도 나타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더욱 선명해지리라 생각한다.

 

 피아노 조율사이면서 게이라는 정체성을 갖은 남자가 서점 카페에서 우연히 연상의 여인을 만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면서 여인과 만남과 대화를 거듭해 나간다.여인은 피아노 조율사를 마음으로 가까워지려 하지만 남자는 성 정체성에 의해 마음을 열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간다.그러는 가운데 여인이 유방암에 걸리면서 남자는 여인의 마음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한다.우연히 만난 사람처럼 매우 간결한 사이로.우연의 여행자의 이야기이다.

 

 하와이 하나레이 해변에서 상어의 습격을 받고 죽은 아들의 장례식을 치르러 사고현장으로 떠나면서 그곳에서 일본인 청년 서퍼를 만나면서 아들을 잃은 상실감에서 차차 벗어난다.그런데 사치는 귀국을 하지 않고 피아노를 치면서 생계를 꾸려 나가는데 그만 체류기간이 지나 불법으로 몰려 강제귀국을 하게 된다.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피아노 치는 것 밖에는 없지만,혼자가 된 몸으로 더욱 재즈바에서 피아노로 생계를 이어나가고,우연인지 하와이에서 만났던 청년 서퍼를 다시 만난다.청년들은 여자와 잘 지내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주고 받다 다시 사치 아줌마와 상어에 대한 얘기,아들이 상어의 습격을 받고 익사했던 얘기,남편이 심장발작으로 심장마비사했던 음울한 과거 등이 사치의 마음을 어수선하게 만든다.사치에게는 오로지 현재에만 충실해야 하는 당위성 밖에 없는 (약간)쓸쓸함이 배여 있는 하나레이 해변 이야기.

 

 무슨 일이 생기면 메모지에 간략하게나마 핵심 내용을 정리하는 어디가 됐든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서는 스님으로서 술에 취해 전차에 치여 예순 여덟에 세상을 떠난 한 여자는 고층건물에 살고 있었다.24층에 시어머니,26층에 젊은 부부가 살았는데 남편은 건강을 챙기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 것이 습관이 되었던 바,어느 날 남편이 24층과 26층 사이에서 행방불명이 된다.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해야 마나 하는 상황에서 남편을 찾아 달라고 같은 동 아래층에 사는 사람에게 의뢰한다.어떻게 된 영문인지 남편은 도쿄를 떠나 동북방면인 센다이에서 발견되고 만다.쥐도 새도 모르게 아파트 맨션을 떠나 20여일 간 타지역으로 왜 떠나고 무엇을 했을까.과연 남편의 뇌리엔 지난 시간의 기억이 남아 있을까.어디가 됐든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서 이야기

 

 쥰페이라는 젊은 남자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친구와 같이 가까운 사이가 아닌 단지 어렵게 느껴지는 엄한 아버지라고 보면 좋을 것이다.단 아버지가 "남자에게는 일생에 의미있는 여자가 세 명이 있다"고 했다.소설을 쓰는 쥰페이는 기리에라는 여인을 만나 그녀의 마음을 사게 되고 그녀와의 관계에서 소설의 모티브를 발견하고 소설을 탈고하고 여인을 기다리지만 그녀와 재회하지를 못한다.쥰페이는 의미있는 여자 둘을 잃고 마지막 한 명을 기다리는데 마음을 홀가분할 뿐이다.초조함,공포심도 이제는 남아 있지 않다.날마다 이동하는 콩팥 모양의 돌 이야기

 

 자동차 매장에서 일하는 오자키 여성이 제약회사에 다니는 남자와 결혼하여 도쿄 시나가와구의 신축 맨션을 사들이면서 시작되는 시나가와(品川) 원숭이 이야기.오자키 여성은 시나가와 주민인 사카키 데츠코 여성과의 인생 이야기를 나누던 중 대학시절 기숙사대표로 있었던 오자키에게 마쓰나카라는 후배가 찾아왔다.학부생 가운데 가장 미모이면서 부유한 재력가인 집안이지만 조용하고 속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내향적인 인상인 학생인데 그녀는 질투의 감정에 대해 많은 상처를 입고 속앓이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친척 장례식에 참석해야 한다고 자리를 뜬 마쓰나카는 어찌된 일인지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질투의 감정이 그녀에게 작은 지옥을 끌어안고 있는 것처럼 하루 하루가 지옥이었을 것이다.생전 마쓰나카가 이름표만은 부재중에 원숭이에게 빼앗기는 일이 없기를 바랬는데 그만 원숭이에게 오자키와 마쓰나카의 이름표를 빼앗기고 사카키 남편이 이름표를 찾아 온 것이다.그래서 오자키는 자신의 이름표와 마쓰나카의 이름표를 기억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한다.시나가와 원숭이 이야기

 

 총 5편의 기담(奇譚)여행을 마치고 이제 나가야 할 때이다.무섭다,전율감을 느낀다라기 보다는 주인공의 말과 행동에서 사람과 사물을 잃은 것에 대한 공허함과 혼란스러움 그리고 홀로서 세파를 견뎌 나가야 하는 현실이 어우러져 읽는 내내 착잡함을 숨길 수가 없었다.이야기들이 다소 비현실적으로 들린다.등장인물들의 말과 행동,일상도 그리 밝지만은 않은 어둡고 음산하며 결핍되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성격의 소유자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임에 틀림없다.인간은 장미빛 인생이 아닌 결핍과 상처의 연속이다.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잘 포착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확고하게 선택.결정을 잘하는 사람이 때로는 멋진 삶을 살아갈 수가 있다.고지식하게 융통성 없는 라이프 스타일은 격변하는 시대에서는 부합하지 않은 것 같다.무라카미 작가의 기담을 접하면서 삶은 수수께끼에 둘러싸이고 산산조각난 퍼즐조각과 같다는 이미지가 강렬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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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추리파일 - 비밀노트에 숨겨진 미스터리 코드 추리파일 클래식 시리즈 2
R. W. 갈란트 지음, 최가영 옮김 / 보누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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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은 끝이 없는 퍼즐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삶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인지 실수와 상처투성이의 연속이다.그래서 삶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뛰어난 두뇌와 현명한 지혜를 통해 잘못과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면서 문명의 발전을 꾀해 왔던 것이다.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개개인 모두의 삶이 동일하지 않으면서 수수께끼와 미스터리를 르네상스시대 레오나르도 디세르 피에로 다빈치는 과학 발전의 모태가 되는 수수께끼와 같은 퍼즐을 많이 남긴 인물이기도 하다.

 

 다빈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박람강기와 같은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그의 명함에는 화가,작가,발명,기계공학,해부학 등으로 통달해 있는 분이며,다빈치는 평소 호기심과 상상력을 요하는 수평적 사고가 가능한 천재로 알려져 있다.그러한 까닭에 다빈치의 삶은 비밀에 비밀이 쌓이면서 과학 발전의 바탕이 되는 주옥같은 퍼즐을 많이 남겼던 것이다.다빈치가 말한 바와 같이 "가장 고결한 즐거움은 깨달음에서 나온다."는 것처럼 그가 남긴 퍼즐 모음집으로 들어가 궁리하고 풀어보는 재미를 느껴보는 유익한 시간을 갖었다.

 

 

 

 

 다빈치가 남긴 퍼즐 모음집은 우선 네 가지 파트로 나뉜다.미궁 앞에 선 화가,비밀노트를 해독할 실마리,또다시 미궁 속으로,심연의 비밀노트가 바로 그것이다.바로 풀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생각과 추리를 깊게 요하기도 하면서 허를 찔리는 경우도 있다.쉽게 봤다가는 큰코 다칠 수도 있으니 차분하게 궁리하고 상상하면서 지식과 경험을 최대한 발휘하면 의외로 풀리는 경우가 많았다.해답은 후반부에 실려 있으니 먼저 풀어보고 해답을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다빈치는 천문학자이면서 수학적인 기질이 천재에 가까웠던 분으로 보인다.등차,등비수열 등과 같은 수의 일련의 규칙과 정렬 등을 일깨우게 한다.이러한 퍼즐은 수학의 기본을 이루면서 생활 속의 수학의 기본기를 익히게도 한다.

 

 

 

 

 

 르네상스 시대였던 15세기 이탈리아에는 은행가 집안인 메디차가(家)가 있었다.인본주의를 바탕으로 예술분야가 급성장하던 시기였지만 다빈치는 메디치 가문을 의식한듯 메디치 가문의 회계 문제를 다루고 있다.국.중학교 시절 연산만큼은 잘했다고 자부하는터라 메디치 가문의 회계는 '빙고!'였다.차분하게 머리 속으로 셈을 하면서 풀어가니 의외로 해답을 맞추게 되었다.

 

 

 

 

 

    다빈치의 호기심과 수수께끼를 사랑하는 천성은 괴물에게 느끼는 두려움마저 초월했다는 이야기이다.

 

 

 

 

  <이상한 혈연관계>는 부적절한 혈연관계로 보이는데,글을 읽으면서 과연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를 떠나 진실을 파헤쳐 보는 것도 뒤뇌회전력에 유익할 것이다.

 

 

 

 

 

 상자 속의 가운데 숫자가 나오는 이유를 알아 보는 문제이다.맨위 숫자 두 개와 아래 숫자 두 개를 곱하기 하면 상자 가운데 숫자가 나오는 것을 알게 된다.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렵게 느껴지고 연산의 법칙(가감승제)에 의해 더하고 곱하기 위주로 계산하게 되면 해답이 쉽게 도출된다.

 

 

 

 

 

 총 171제(題)의 퍼즐이 나온다.단순 연산에 의한 해답도출도 있고,생각과 사고를 깊게 요하는 문제도 꽤 많다.또한 간단하여 초등학생도 풀 수 있는 문제도 있다.르네상스 시대 다빈치가 남긴 예술과 미스터리의 멋진 결합인 비밀노트가 긴 잠을 자고 500여 년만에 세상에 빛을 받으며 되살아났다.수수께끼 내지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다빈치의 추리파일을 읽으면서 문제푸는 재미에 푹 빠져 보는 것도 두뇌회전을 위해 괜찮은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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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7
나가오카 히로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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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생활을 장교생을 배출하는 곳에서 근무했다.군입대하기 전에 행정병으로 가기 위해 한타3급을 취득했지만 입대후 행정병 TO가 부족하여 잠시 취사병으로 근무하다 원하던 타자병으로 근무하게 되었다.그런데 타자병으로 근무하다 장교후보생들을 지원할 경우에는 장교후보생들을 측면지원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장교후보생의 경우 6개월만 훈련받으면 민간인이 되기에 군과 국방에 대한 애착이 그다지 높지는 않았던 반면 학사장교 후보생 및 (전문대졸)일반장교 후보생의 경우에는 직업군인으로 빠지려는 확률이 높기 때문에 나름 엄격한 규율과 훈련도 일사분란하게 감수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군인이든 경찰이든 규율과 훈련이 엄격한 것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데,경찰후보생에 대한 에피소드는 많이 접하지를 못했다.겨우 경찰간부 후보생을 양성하는 경찰대학과 일반경찰관을 양성하는 경찰학교가 대부분이다.경찰후보생은 경찰관이 되려는 동기와 목적은 어찌되었든 치안과 민생을 위해 분연히 뛸 각오를 해야 한다.멋진 제복,괜찮은 보수 등 외관적인 이미지에 치우쳐 경찰학교를 노크한다면 아예 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그러한 정신,근성으로는 단 1주일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경찰학교에서는 후보생들을 호락호락 먹여주고 입혀 주지 않는 의무와 규율이 많다.외우고 체험하면서 서서히 민간인에서 경찰관으로 때깔을 바꿔 타야 하고,짧은 시간(6개월 남짓)안에 정해진 경찰학교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하기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낙오되기 십상이다.

 

 경찰관(觀)이 뚜렷하고 사명감에 넘치는 경찰관도 많다.소리없이 오로지 경찰관이 자신이 가야 할 길이라고 여기고 자신의 몸을 던지고 세상(사회)를 안전하게 만드려는 진정한 파수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이러한 관점에서 경찰후보생으로서 첫단추를 잘 잠궈야 비로소 말단 경찰관이 되어서도 몸에 배인 (경찰관으로서의)지식과 규율,치안관리를 잘해나갈 것이다.교장(敎場) 즉 경찰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고발하고 있는 것처럼 정중동의 모습이 시시각각으로 연상된다.내무반 생활부터 이론과 실습을 위한 학과 및 현장(권총술,체포,유도 등)학습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그런데 경찰후보생 모두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수료가 되고 말단 경찰관으로 임지에 부임하는 것이 아니다.경찰학교 규율을 어긴다든지 성적 불량인 경우 퇴학을 종용당하는 경우도 많다.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이론과 실습이 병행되는 경찰후보생의 일지를 그린 교장은 경찰후보생 미야사카,아리타 후보생이 등장하고 담임 교관 우에마쓰가 나오는가 싶더니 우에마쓰 교관이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된다.대타로 가자마 계장이 담임 교관으로 부임하게 된다.백발의 남자로서 경찰학교의 산증인이면서 능구렁이 교관이다.그만큼 가자마 교관은 후보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의 허점을 쪽집개처럼 잘 꼬집어 낸다.그에게 허점,실수를 조금이라도 보이게 되면 경찰학교 졸업은 미지수이다.하늘에 운을 맡겨야 할 정도이다.98기가 수료하고 99기를 잠시 쉬고 100기 경찰후보생 담임 교관을 맡은 가자마는 후보생의 성실도,실습(불심검문 등),학점 등에서 규정에 미달하고 눈에 벗어나게 되면 응분의 대가를 받게 된다.또한 가자마에게는 스파이와 같은 이가 있었다.후보생이 동료 후보생의 잘못을 가자마 교관에게 고해 바치는 경찰의 비밀이 담겨져 있다.또한 성적을 올리는 길은 인맥과 정보가 든든하면 된다는 것이다.경찰후보생으로서 의무와 규율이 엄하한 극한 서바이벌게임이지만 정예요원을 양성하기 위해 후보생이 후보생을 감시하고 고발하는 세태가 경찰학교에 내재하고 있다는 사실,바로 이것이 교장에서 일어나는 관행일지도 모른다.

 

 경찰후보생으로 결격사유없이 잘 수료하면 파출소와 같은 일선경찰관으로 경찰경력을 쌓게 된다.경찰학교에서 배우고 익혔던 지식과 경험을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하고 부딪힐 것인가에 대해 선배 경관을 따라 배우고 익히면서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요즘과 같이 경찰에 대한 이미지가 높지 않은 시대에 경찰은 본연의 임무인 치안과 민생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사건.사고가 터지면 경찰과 검찰의 미묘하고 말끔하지 않은 업무관계가 떠오르게 되었다.경찰과 검찰의 업무 공조,독립적이고 주도적인 (업무적)선긋기가 형성되어 잡음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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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감정이 나를 미치게 할 때 - 상처받지 않는 감정 조절법
앤 크리머 지음, 문희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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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에 알프레드 아들러 철학자의 핵심 메시지를 접했다.그것은 프로이트와 융이 주장했던 개인과 집단 의식이 외부에서 비롯되는 원인론적인 심리현상인데 반해 아들러는 목적론적인 입장에서 인간의 심리현상을 그려냈다.그래서 평소 일반인들이 조직과 사회에서 인간관계에서 자주 빚게 되는 마찰과 충돌 그리고 분쟁,분노는 자신의 내면을 관리.통제하지 못하고 외부의 탓으로만 돌리려는 원인론적인 생각과 감정이 많다보니 문제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상극의 상태로 오래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그러다보면 정작 삶의 본령인 일도 제대로 흘러가지 않고 인간관계도 더욱 악화되고 마는 것이다.그 이면에는 인간의 신경조직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감정의 기제가 도사리고 있는데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한국사회는 목소리가 크고 선제공격을 하는 입장이 이기는 경우가 많다 보니 비논리적이고 비이성적일 뿐만 아니라 문제의 본질보다는 타자와 조직의 명예훼손,흠집내기,자존감 무너뜨리기 등으로 일관된다.근자 모대기업의 잘못된 경영운영실태가 조직과 소비자의 감정을 일순 무너뜨리고 사회구성원간의 이질감을 한층 더 고조시킨다.개이렇게 편향적인 감정에 기대다 보니 개인과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냉랭하기만 하다.신뢰와 상생의 무드는 거의 찾을 수가 없다.돈과 물질을 쥐고 있는 갑의 위치에 있는 계층만이 승승장구할 뿐이다.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을의 계층은 늘 갑의 그늘에 가려져 눈치와 억압,지배를 받으면서 천민으로 추종하는 것이 신상에 편하다는 자조와 체념을 갖고 살아간다.

 

 부모의 슬하를 벗어나면서 사회인으로서 사회생활을 하게 된다.일명 '밥벌이'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 기본일 것이고 신분상승과 권력을 누리기 위해 영역다툼을 해나간다.이기는 자도 있고 지는 자도 있을 것이다.이는 개인이 아닌 나와 불특정 타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운명이다.사람과 사람간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갭,선입견 등이 형성되면서 이성의 기제보다는 일상적인 감정의 기제에서 치열한 줄다리기를 한다.또한 현시대가 여성의 사회진출이 두드러짐,경제력과 신분상승으로 1세대 이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한 조직생리가 뒤바뀌고 있다는 점이다.여성이 재주와 능력이 있어 신분상승을 하더라도 조직내에서 또 다른 감정싸움이 눈에 보이지 않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남성의 생리와 여성의 생리를 비롯하여 남과 여가 지켜야 할 예의와 언어사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간파해야 감정으로 인한 갈등과 분쟁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업무적인 면에서 남성과 여성이 기본 기능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는 하지만 정보를 학습,처리,분배하면서 감정을 느끼는 방식이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기에 이에 대한 남과 여의 심리현상을 알아두는 것도 삶의 센스일 것이다.

 

 여성은 생리적으로 눈물이 많다.그러나 조직내에서 자주 눈물을 보이면 쉽게 꺾이고 나약하게 보여 배제되기 십상이다.남녀평등 사회에서 당차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배우가 연기하듯 이중적인 표현을 연출할 때에는 (독하게)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여성이 호르몬 분비가 많아 감정이 풍부한 반면 남성은 매우 단편적이고 무덤덤하기만 하다.아직도 가부장적인 요인이 한국인의 뇌리에 인습으로 남아 있다보니 남성이 사회 및 조직에서 촐랑거리며 경박하게 행동하는 것은 마땅치 않게 보인다.그러나 문제해결이 아닌 감정에 치우친 것보다는 조직 분위기를 일신하고 매끄럽고 발전적인 업무지향을 위한 것이라면 남과 여가 색다른 연기를 펼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인간관계가 악화되면서 내면의 근육은 조금씩 괴사해 나갈 것이다.스트레스,분노를 관리하는 법으로 엔크리머 저자는 다음과 같이 조언하고 있다.

 

 관점 바꾸기,화를 내도 괜찮은 때 찾기,상대에게 화난 사실 알리가.부적절한 감정 표현 사과하기,물러서는 법 배우기 등이다.

 

 그런데 사회생활 속에서,조직생활 속에서 분쟁과 분노가 일 때 먼저 용서를 구하고 한 발 물러서는 겸양의 미(美)는 극히 드물다.하기야 대통령이라는 최고직에 있는 사람도 이리저리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려 하고,여론의 추이를 관망하고,본말이 전도되는 양상을 자주 보이면서 '쿨'하게 사과하려는 자세가 미흡하다.그래서 정치라는 표제만 붙어도 신물이 나는 법이다.목민(牧民)의 자세로 나라를 이끌어 가려는 마인드는 짧은 시간에 배양되지 않는 법이지만 때로는 '쿨'하게 또는 '눈 딱 감고' 난마와 같이 얽혀 있는 문제들에 대해 해결하려는 의지와 용기,신뢰를 보이는 것이 멋진 지도자일 것이다.시기만 현대사회일 뿐 솔직히 한국사회는 전반적으로 좋은 감정보다는 나쁜 감정 이를테면 혈관이 막힌 것과 같은 장애현상이 많다는 것이다.꽉 막힌 한국사회의 난마가 언제 뚫릴 것인가.

 

 복잡다단하게 살아가는 현사회에서 개인은 더욱 이기주의적이고 편협된 방향으로 살아간다.또한 전문화를 요구하는 시대이다 보니 자신의 업무 이외에는 까막눈이 되고 만다.나아가 공동체 사회도 이미 무너져 버렸다.모두들 바쁘게 살아간다.그러나 과연 삶의 목표가 뚜렷한 가운데 하나 하나 목표를 이루어 가고 있는지 스스로 묻고 답해야 한다.쫓기듯 살아가는 현대인은 돈과 물질의 그늘 아래에 살면서 심신마저 쇠약해지고 있다.불안과 초조,갈등과 분노,우울 등 다양한 감정의 기제에 억눌려 있다.이러한 기분상태에서 자신의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뇌의 신경 충동에 어떻게 반응하고,상황에 대한 '주관적' 경험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한다.

 

 불안,초조,강박관념이 늘어나는 현대인에게 정신질환 및 심뇌혈관질환과 같은 대사성 질환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조그만 준비하고 대처해 나가면 느긋하면서 긍정적이고 평온한 마음으로 매사에 대처해 나가고 마음을 보다 더 윤택하게 다스려 나갈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불안 관리법으로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이완과 호흡하기,나만의 안식처 만들기,최악의 상황 가정하기,내가 할 일을 그려보기

 

 결국 삶이란 주체적으로 살아갈 때만이 불안,초조,분노,우울과 같은 나쁜 감정기제로부터 거리를 두는 법이다.이러한 나쁜 감정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이러한 감정이 찾아오기 전에 손을 쓰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다.손도 대보지 않은 채 앉아서 당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행위는 없다.이 글이 조직생활 가운데 나쁜 감정으로 인해 일을 그르치고 인간관계마저 훼손시키는 우(禑)를 범하지 않기 위한 조언이 많이 실려 있지만,가정과 사회,국가 모두에게 필요하고 지켜야 할 것들이 많다.특히 사회지도층의 의식과 실질적 정책이 어디로 쏠리는가에 따라 사회구성원의 감정도 달라지리라 생각한다.감정의 향배에 따라 사회적 비용,국가적 손실도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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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잣거리에서 만난 단원 - 김홍도의 제자가 되어 그림 여행을 떠나다
한해영 지음 / 시공아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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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제목이 서민적이고 위화감이 없게 친근감이 물씬 풍긴다.비록 만날 수 없고 육성을 들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글을 쓰는 사람의 상상력과 통찰력을 가미한다면 상상속의 인물이 마치 현실속에 나타난 것처럼 착각을 불러 일으키고 독자는 저자의 참신하고 살아있는 어조에 푹 빠져 들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만날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인물을 타임머신을 '두리둥실'타고 그 시절로 돌아가본다.

 

 

 조선후기 무인 집안에서 중인 집안으로 전락한 김홍도는 삶의 전성기를 정조시대와 겹쳐져 있다.표암 강세황으로부터 사사를 받은 김홍도는 그림 그리기에 끼가 다분하고 능력을 발휘하면서 20대부터 국가급 화가로 거듭나게 된다.정조 어진을 비롯하여 금강산 유람도,화성능행도,단원도,염불서승도 등을 새롭게 접했다.주로 18세기 후반 조선시대의 풍속도를 그린 김홍도는 화원으로서 정조에게 인정을 받으면서 수묵화적인 풍경,서민들의 삶의 애환,일상에 더욱 심취하게 된다.그의 내면에는 지체가 높은 사람들의 세계보다는 땀과 눈물,일상의 각고(刻苦),풍자와 해학을 농도짙게 표현하였던 것이다.

 

 

 

 한해영 저자는 실재하지 않지만 단원 김홍도 선생을 상상이나마 마음으로 만난 뒷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각색했다.튀지도 않고 밋밋하지도 않은 중간 입장에서 그림을 김홍도가 살았던 연대순으로 들려 주고 있다.서민들의 애환과 풍속도,김홍도의 연풍 현감 이후의 삶과 구름같이 살다간 삶의 이력이 고요하고 고귀하며 가슴 절절하게 다가오고 있다.흰광목으로 만든 저고리와 도포,곰방대,갓,상투,짚신 등 전혀 인공의 미가 스며있지 않은 자연의 힘을 살짝 빌린 무공해,친환경 속에서 조선 민중들을 태어나고 성장하면서 삶을 꾸려 나갔다.단원 김홍도는 자신의 예술에 대한 가치관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예술은 파장을 전달하기 위한 도구라네.맑고 선한 파장을 담아야지.광란하고 탁한 파장을 전해 대중을 현혹시킨다면,그 해독을 홍수나 맹수보다도 몹쓸 것이지.그러나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이 말일세." -P66

 

 

 

 

 서민들의 일상과 애환으로 각인되는 김홍도의 그림에는 색다른 분위기,기운을 연출케 하는 그림들이 소개가 되고 있다.노자출관(老子出關),군선도(群仙圖),도담삼봉(島潭三峰),범급전산도(帆及前山圖),표훈사(表訓寺),황묘농접(黃猫弄蝶),송석원시사야연도(松石園詩社夜宴圖),옥순봉(玉荀峰),김홍도 자화상(추정) 등이다.18세기 후반은 탁기(濁氣)아 썩은 내가 진동하는 세상에 선계의 맑음을 전하고 싶다던 정조의 말씀에 의해 금강의 선경을 보여 주고,제2의 금강이라고 하는 옥순봉을 그려 헌상하게 되었던 것이다.그러나 그에게도 삶의 시련이 닥친다.그는 연풍 현감으로 배속받고 누군가에 의해 모함을 받으며 정치적 삶이 끊기며,가난과 고독 속에서 후반생을 맞이하게 된다.단원 김홍도는 정확히 언제 세상을 떠났는지는 전해지지 않는다.현감에서 일반서민들으로 나락한 김홍도는 탈영증(화병)으로 마음 고생을 하다 기력이 쇠잔해지면서 생을 마친 것은 아닐까 한다.단원 김홍도는 예술의 참된 가치와 진정성을 깨닫고 줄곧 관철해 가고자 했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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