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인간이 만든 자연 - 한중일 전통가옥문화 삼국지
김경은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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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중.일 가옥문화의 원류를 찾아서

 

 두 다리 쭉 뻗고 푹 잘 수 있는 거주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 삶의 기본은 해결된 셈이 아닐까 한다.개인의 경제적 수준에 맞춰 집의 구조,크기도 제각각이겠지만 현대 한국사회의 가옥구조는 대부분 공동주택의 형식을 띤 구조가 대부분이다.이름하여 빌라,아파트가 대부분이고 단독주택은 서열상 밀리고 있다.한국의 전통 가옥은 기와집 형태의 한옥임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한정된 지역,공간에만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이는 일제강점기,해방 직후 미 군정 치하를 거치면서 한옥은 보존대상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말았다.

 

 

 좋은 터에 멋진 집을 짓고 온가족이 한지붕 아래에서 오손도손 살아가던 시절은 이제 다시는 오지 않는 것일까.비록 누추하고 옹색했던 시절이 엊그제와 같은데 이미 긴 세월에 묻혀 잊혀 가고 있다.유교문화를 중시했던 조선시대는 가부장 제도,조상숭배 의식,남존여비 사상이 강했던 봉건사회였다.농경문화가 발달했던 사회이다 보니 가옥은 대부분 초가의 형태가 주가 되고 담은 돌로 쌓은 석담이 대부분이었다.풍수지리사상에 입각하여 가옥의 구조를 배산임수(背山臨水)에 중점을 두었다.집터를 잡고 집짓기가 시작되면 구들장부터 기둥,대들보 작업을 거치는데 나무와 흙이 주재료였다.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대대로 문화유전을 전수했던 것이다.지붕의 재료만 다를 뿐 기와집도 그러한 원칙을 고수하면서 집짓기를 이어 나갔던 것이다.

 

 한자문화권에 속한 한.중.일 3국의 '의식주문화'를 섭렵해 보는 멋진 문화강의를 접하게 되었다.김경은 저자는 3국의 가옥형태의 기준은 18세기 중엽의 수도를 기준으로 삼았다.의식주 문화는 해당 국가의 세계관,역사,국민성,사회변화 등이 함축되고 이는 한 나라의 정체성(Identity)을 보여주기에 문화적 특징을 이해하는데 좋은 길라잡이가 되어 준다.한.중.일 3국 모두가 농경문화권에 속하면서도 가옥 구조는 3인3색일 정도로 이질적인 요소가 강하다.그것은 각 나라가 오랜 세월 겪으면서 체득한 지혜가 문화 속에 자리매김되면서 면면이 이어져 왔던 것으로 보인다.예를 들어 한국의 가옥은 풍수지리사상이 절대적일 정도로 배산임수의 형태를 선호했고,중국은 햇빛이 잘 드는 남향을 선호하고 있다.나아가 일본은 남쪽에서 북상하는 잦은 태풍을 피하기 위해 북향집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대륙기질이 강한 중국,반도기질이 강한 한국 그리고 섬나라 근성(시마곤조)이 강한 일본의 가옥구조는 당연 기후와 풍토,외세의 영향을 적잖이 받았다.중국은 빈번한 외침과 재해가 폐쇄적인 가옥구조인 사합원(四合院)을 두고 있다.사합원은 다세대가 한곳에 머물게 된다.혼인을 해도 분가하지 않고 사합원의 규모를 늘려 가면서 집단가족제도를 취하고 있다.사합원은 쯔진청과 베이징으로 확대된다.마치 가옥의 구조가 바둑판과 같이 정방형의 모습을 띠고 있는 것이다.한국은 적장자 원칙에 의해 둘째부터는 분가하게 된다.가옥의 구조는 안채,사랑채를 두고 있으며 좀 지체가 높은 사람의 경우에는 중문도 두고 있다.남존여비사상이 강했던 조선에서 본부인이 기거하는 안채를 가옥의 중심으로 두었던 것은 이례적인 현상으로 보인다.일본 가옥은 나가야와 마치야가 산업화 과정에서 정착했다.쇼군,사무라이,영주 등이 살았던 마치야 그리고 일반 서민들,즉 노동자들은 나가야라는 가옥에서 군집형태로 살아가고 있다.

 

 

 

 

 

 나무와 돌,기와,짚으로 엮은 한옥은 앞과 뒤가 트인 형태로 중국과 일본과 같은 인위적인 정원은 없는 대신 산과 근접한 뒤뜰에 야생화를 심어 자연과 가까이하려고 했다.취사와 난방은 땔감을 위주로 구들장으로 들어가는 열기(대류,전도,복사)가 돌을 달구면서 추운 겨울을 나게 되었던 것이다.한국 가옥은 구들장과 마루가 있는데 마루에서 담넘어 자연을 관조하면서 시를 읊조리는 시인묵객을 연상케 한다.그리 높지 않은 돌담은 탁 트인 자연을 응시하면서 이웃과의 소통을 이어나갔던 것이다.이에 반해 중국은 잦은 외침과 재해로 외부에 대한 경계의식 및 불신이 강했던 만큼 철옹성과 같이 높게 올린 담장을 짓다보니 내부의 모습은 전혀 알 수가 없는 폐쇄적인 가옥구조인 것이다.다만 중국은 전통적으로 가족을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 공동체가 발달하게 되고,세계 속에 산재되어 있는 결집력 강한 화상(華商)을 연상케 한다.일본은 마치야(町屋),나가야(長屋) 그리고 잇코다테(一戶建て:단독주택)의 형태가 있다.그런데 일본의 가옥은 집안에서 어떻게 얼마만큼의 공(功) 내지 역할을 했는가에 따라 가옥배치와 구성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특이한 점은 일본 가옥은 여성을 위한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벼농사,불교.유교,한자와 같은 공통점이 있는 한.중.일 가옥구조는 유사하다기보다는 이질적인 요소가 많다.그것은 각 나라의 정체성,기후와 풍토,대외관계를 통해 축적된 문화적 유전자가 다르기 때문이다.하나 더 난방구조를 살펴 보면 한국은 얼었던 몸이 녹을 정도의 구들장 문화가 발달하고,중국은 기후대가 다양해서 일률적이지 않지만 대체적으로 난방구조가 없다.북방(동북3성)에는 한국의 구들장과 비슷한 화덕이 있다.1990년대 중국 산동지역 중국인 집에 초대받아 갔던 적이 있는데 추위를 나기 위해서 라디에이터,난로와 같은 난방장치가 있을 뿐이었다.일본의 난방장치는 이로리와 고따츠가 있다.방바닥 또는 마룻바닥을 네모나게 파서 땔감을 가운데에 넣어 실내를 따뜻하게 만들었다.첨언하면  구들장이 난방장치로 합리적,효율적이어 유럽 일부 나라에서는 한국의 온돌문화를 모방하고 있다는 소식이다.동북아 국가인 한.중.일은 사후 세계에 대한 관념이 다르다.조상의 신위를 모시고 제를 지내는 풍습은 거의 비슷하지만 한국만큼 조상의 명복을 빌고 후손들의 건강과 재복을 바라는 것은 세계 제일일 것이다.이것은 묘자리 명당문화와 사후 순환논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각국의 의식주 문화를 이해하게 되면 그 나라의 문화의 유전자를 거의 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이것은 단시간에 축적되어 밖으로 드러난 것이 아니다.오랜세월 풍화작용에 의해 퇴적되고 마모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면서 진화되어 온 결과물이다.역사,문화적으로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었던 한.중.일 3국의 터와 집의 의미를 찾아 가면서 주거문화 속에 내재되어 있는 가족제도,난방장치,좌식과 입식문화,목욕,화장실 문화에 이르기까지 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황인종이라는 비슷한 얼굴형태에 정치,경제,군사적으로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현 상황에서 한.중.일 3국이 좀 더 문화를 기본으로 정치,경제,외교적이니 면에서 가까워지기를 바란다.그 옛날 수로를 따라 철로를 따라 자유롭고 평화롭게 선린외교를 펼치던 시절이 있지 않았는가.김정은 저자는 3국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돋구기 위해 다양하게 관련 글을 인용해서인지 내용이 매우 알차고 탄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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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의 공식 - 우리의 관계, 미래, 사랑까지 수량화하는 알고리즘의 세계
루크 도멜 지음, 노승영 옮김 / 반니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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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명백히 정의된 유한개의 규칙과 절차의 모임을 알고리즘이라고 한다.이것은 명확히 정의된 한정된 개수의 규제나 명령의 집합이며,한정된 규칙을 적용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기도 하다.이렇게 알고리즘은 어떤 문제,즉 개개인의 일상부터 사회적 문제,이슈에 이르기까지 수치적으로 정형화된 통계 및 데이터에 의해 문제해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문제,사건도 다단해지고 있기에 문제,사건을 해결하려는 이들은 주주구구식으로는 할 수가 없는 법이다.정형화되고 도식화된 사례 및 데이터는 문제해결을 위한 좋은 본보기가 되는 것이다.또한 선량을 뽑는 정치철이 다가오면 유권자 표심이 어떠한지를 설문조사를 통해 수치화,계량화하기 마련이다.이것이 큰 틀에서 보면 '빅 데이터'가 되는 것이다.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빅 데이터의 효과를 톡톡이 보았다는 후문이다.어찌 되었든 알고리즘 즉 수치화,정형화,계량화된 수량화 현상은 현대사회에서 필수불가결한 문제해결의 단초일 뿐만 아니고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알고리즘은 매일같이 접하는 정보를 줄 세우고 솎아내고 가려낸다. -P12

 

 그런데 일반인이 인터넷 및 스마트폰과 같은 기기를 이용하면서 부지불식간에 알고리즘의 메커니즘에 걸려 들고 있다.포털 사이트의 검색 결과,페북의 친구 정보,내가 좋아할 것이라 예측하고 보여 주는 불특정 제품군들이 바로 그것이다.이것은 검색,친구 정보,내가 좋아할 것 같은 제품군을 어떻게 알아내는지는 모르지만 필시 일정 기간 불특정 다수가 남기고 보인 결과물을 바탕으로 평균치를 낸다든지 그럴 개연성 및 성향이 짙다라는 심리적 문제로 접근하여 제품을 홍보하듯 이곳 저곳으로 윈드서핑을 하는 것이다.알고리즘 현상을 수용하는 개인에 따라서는 무덤덤하게 넘어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를 빌미로 문제화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알고리즘으로 덕을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이렇게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알고리즘은 인간의 창조성,인간관계,정체성 개념,법률문제에 이르기까지 복합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부인할 수가 없다.

 

 이 글을 읽어 가다 보니 '워비곤 호수 효과' 같이 허풍이 진실인냥 먹히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즉 "모든 여자가 힘세고,모든 남자가 잘 생겼고,모든 아이가 평균 이상"이라는 것이다.가상의 마을 워비곤을 내세워 뭇사람들을 홀린 셈이다.이 효과를 믿은 사람들이 실제로는 평균 이하인 경우가 많았는데 회사원인 경우 업무 능력,인품과 같은 다면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문제이다.한국에서는 전라도 지역에 박사골 마을이 있다 1개면에서 100명 이상의 박사인재를 배출했는데 자신의 자식이 박사골 마을에서 성장하게 되면 멋지고 훌륭한 박사가 탄생하지 않을까 라는 홀림현상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크고 작은 것은 직접 재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법이다.

 

 데이터 코드와 알고리즘 문화로 인해 영업적 혜택을 톡톡이 보는 기업체가 구글이다.정렬,분류,위계질서를 만드는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구글 기업의 수익 상당부분은 이용자가 만들어내는 인지 자본 덕분이기도 하다.이것은 "디지털 카스트 제도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통념을 반박하는 직접적 증거가 된다.나아가 필터 거품과 마찬가지로 지리인구통계적 프로필에 끝없이 가해지는 구분이 대량 맞춤의 우호적 사례인지,코드화된 차별의 배제된 사례인지는 판단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집,길거리,동네를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도시를 상상하면서 교차로마다 장벽을 보안카드를 내밀어야 장벽이 열리는데 이 카드는 자유와 억압을 의미하기도 한다.동시에 알고리즘은 상품,서비스,기회에 대한 사회적.지리적 접근을 개인에게 직접적이고 자동적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센뎀의 결혼공식

 

 

 이성과의 만남,성생활,활활 타오르는 사랑의 불꽃을 과연 수량화할 수 있는가.선뎀은 결혼 공식을 만들어 냈다.그것으로 인해 예비 부부들의 인기을 얻고 놀라운 적중률을 발휘하기도 했다.사라으이 예측 불가능성을 결혼 공식을 통해 말끔히 해소하기도 했던 것이다.인간의 욕망,연애,손목에서 심장의 두근거림,술집 엿보기,성생활 모델링,완성된 사랑,욕망하는 기계,사랑의 코드도 수량화된 알고리즘에서 발견할 수가 있다고 하니 흥미를 끌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나아가 범죄 용의자 및 범죄자들의 뇌신경 및 행동을 정형화하여 분류하는 것은 수사관계자들에게 매우 유익한 단초가 되고 있다.범죄자들은 부지불식간에 습관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위를 수사관들은 알고리즘을 쪽집개마냥 잘도 집어 내는 것이다.그래서 죄를 짓고 살아서는 안되는 것이다.

 

 급물살,소용돌이 현상과 같이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알고리즘은 필수불가결하다.기술유토피아가 현실화된 현 사회에서 광속보다 더 빠를 정도로 속도화하고 있는 알고리즘은 정령 만물의 공식으로 인류의 문명과 풍요로움을 안겨 줄 것인가.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본다.수치,정형,계량의 모토로 알고리즘은 자동화 시대를 주도하기도 한다.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혁신의 시대에서 과연 인간은 인간다운 대접을 받고 살아가는 존재인가를 되새김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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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 세로 읽기 청소년을 위한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주현성 지음 / 더좋은책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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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일은 처음 어떻게 길들이느냐가 관건일 것이다.특히 배우는 일은 즐겁고 가뿐하지는 않을 것이다.새로운 분야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와 맥락부터 배우고 익힌 뒤 현실적인 효용가치에 이르기까지 따져 보지 않을 수 없기도 하다.교육이 백년대계라고 하지만 아직까지도 몇 십년 전의 교육과 수업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학벌은 높아졌지만 생각하고 사유하는 힘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기성세대인 나 역시 어느 분야,어떠한 주제를 높고 심도 있는 소통과 토론을 벌인다고 하면 몇 날 며칠을 공부하면서 준비해야 하는 형편이다.그만큼 생각과 사유는 어린시절부터 갈고 닦아야 하는 길고 긴 연습과 단련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논술,면접,수능 정복의 핵심 교과과정으로 인문지식이 대두되고 있다.듣기에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가 없다.초등학교부터 독서를 통한 생각과 사유의 힘을 기르면서 고학년이 될수록 보다 심도있게 자신의 사유를 끄집어 낼 수 있는 교육이 현실적으로는 허허벌판이나 다름 없다.인문학에 대한 중요성이 미디어를 통해 전파되고는 있지만 현실교육과 괴리가 있는 만큼 일선 교육현장에 접목되기는 어려운 것 같다.내가 다니던 학창시절의 교육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다만 사교육이 어느 때보다 횡행하고 있는 것이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다.

 

 나도 십대 후반의 아들 둘이 있다.체격은 어른과 다름없지만 생각하는 힘,배려하는 힘,지혜,문제해결력은 기고 기어서라도 꾸준히 학습해야 한다.이렇게 생각하고 사유하면서 통찰과 통합의 힘을 기르려면 인문분야에 대한 개념부터 관련분야에 대한 독서와 정리,토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이러한 사유의 힘을 기르고 격물치지의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누군가 멘토가 되어 줄 스승이 필요할 것이며,멘토의 힘을 토대로 자신이 가야 할 인문학적 소양을 가늘고 길게 쉼없이 이어나가야 비로소 인문학적 사고의 지평이 펼쳐지리라 생각한다.

 

 주현성 저자는 청소년을 위한,(기성세대를 위한) 인문학을 분야별로 분류하여 개괄적인 개념과 줄거리를 거쳐 생각하는 힘을 배양하기 위한 묻고 대답하기가 각 분야의 뒷부분에 정리되어 있다.인문학적 지식과 소양이 부족한 나도 청소년,기성세대를 위한 인문분야라면 늘 관심과 애정으로 읽고 새기곤 한다.이것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라는 기본적인 삶의 의문부터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준비와 해결책이 독서와 사유의 힘 속에서 생성되어 간다고 생각하는 바 쉼없이 지속적으로 인문분야를 접하는 수 밖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철학이 본래는 과학과 통합되어 있었지만 학문이 복잡해지면서 철학에서 파생되고 철학에 묶여 있던 심리분야도 독자적인 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철학은 역사와 함께 이어져 오면서 동.서양 철학사,그리고 대중.예술이 활성화 되면서 미술사조가 하나의 분야로 정착되고 있다.이러한 인문분야를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으로 묶어 청소년들의 삶과 세상을 읽는 준비,그리고 학습 의욕도 배양시키는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일종의 시각과 안목을 넓히면서 개인의 삶을 주체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것이다.인류가 시작되기 이전의 시기부터 고대,중세,근.현대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와 사조가 인류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개인의 삶에는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가를 곰곰이 생각하고 미래를 향해 뚜벅뚜벅 당당하게 걸을 수가 있는 것이다.특히 역사 분야를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역사에는 '만일이라는 가정은 없다'는 것이 진리이다.민초의 삶이든 국가를 이끌어 가는 위정자의 결정이든 순간적인 선택과 직관력은 매우 중요하기만 하다.정신적,물리적 힘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역사를 이끌어 갈 수가 없는 법이다.이를 역사는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 주위에는 독서를 생활화하고 있는 청소년이 몇 명 있다.역사,심리,종교 등에 심취하여 나름대로 생각과 사유를 정리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든든하기만 하다.향후 자신의 직업을 유관 분야에서 펼치려고 하는 청소년도 있지만 인문학적 지식과 소양을 꾸준하게 배양하려는 학구파도 있다.결국 철학,과학,심리,역사와 같은 인문분야는 인류문명의 발전과 풍요를 앞당긴 공신이기도 하다.개인의 삶은 물론 대중과 인류의 삶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세상과 시대를 읽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하는 것이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이 아닐까 한다.청소년들에게 적극 권장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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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창수필
운서주굉 지음, 연관 옮김 / 불광출판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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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 자체가 근심과 걱정,상처와 트라우마의 연속은 아닐까 한다.물론 이러한 현상들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반면 기쁘고 즐거우며 희망찬 삶 역시 영속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그래서 인생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에는 부모의 결합에 의해 태어난 존재이고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삶 자체를 긍정과 낙관에 힘을 실어 살아가는 것이 후회없는 삶이 될 것이다.삶은 항상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지만 늘 초월하는 듯한 자세,늘 이익을 보려는 자세보다는 좀 손해를 보는 듯한 자세로 더불어 살아가노라면 삶이 삶다워질 것이다.

 

 대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여 요양 중인 내게 종교의 가르침은 무언의 위로와 평안을 안겨 주고 있다.종파를 불문하고 말이다.운전중일 때에는 기독교 방송을 자주 듣고 집에 와서는 불교와 관련한 도서를 자주 읽는 편이다.각 종교에 대한 메시지는 그때 그때 다르지만 공통점은 단 한순간이라도 팍팍하고 재미없는 현실의 삶에 지혜와 위로,평안을 안겨 준다.그릇된 욕망을 내려 놓고 우매함은 냉철한 지성으로 되돌려 주기도 한다.이것은 각 종파의 촌철살인과 같은 메시지를 접하면서 순간 순간 순수로 돌아가고 마음을 정화하려는 본성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국 명나라 가정(嘉靖) 13년(1535)에 태어나 만력 43년(1615)에 돌아가신 운서주굉(株宏)스님은 생전 인생의 참뜻과 지혜를 정리한 수필집이 1991년 한국에 소개되면서 꾸준히 읽히고 있다고 한다.스님의 저술은 경소(經疎) 외 잡록으로 《죽창삼필》 등 세속인을 일깨워 주는 말씀이 대부분이다.오욕과 물질에 찌든 세속인의 삶은 이미 검붉게 오염되었다.인체 내부의 질병으로 따지면 혈관이 좁아졌다든지 꽉 막힌 형국일 수도 있다.게다가 대사성 질환으로 자칫 치사에 이를 수도 있을 정도로 마음의 병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사람도 많다.이렇게 몸과 마음이 지치고 찌든 상황에서는 욕망보다는 모든 것을 내려 놓은 연습과 타인에게 베풀고 나누려는 항상심의 지속성은 질높은 삶을 유지시켜 줄 것이다.원만한 관계,자아실현이라는 높고 이상적인 삶의 욕구까지 실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운서주굉 스님의 인생의 참뜻과 지혜는 《죽창수필》로 편집되어 불교인 및 불교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청정심과 반향심을 안겨 주고 있다.국내에는 성철스님,법정스님 그리고 근자 법륜스님의 말씀에 이르기까지 스님들이 전하는 말씀은 세상을 도통한 스승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다만 미혹하고 우매한 존재이다 보니 늘 뭔가 부족하고 쫓기고 목적없는 부평초와 같은 삶이 지속되는 것은 아닌가 자성하고 또 자성한다. 죽창일필,죽창이필로 나눠 쓰여진 이 글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언제 어디서든 통용되는 극히 상식적이며 처세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말씀들이 참 많다.죽창수필을 쓴 시대가 16세기이다 보니 호불호와 관련한 것들은 현대인의 의식과 비교하여 차이가 나는 것도 있다.가장 공명이 가는 것은 지나치면 아니 한 것만도 못하다(과유불급)는 점이다.적당하게 하고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최상이 아닐까 싶다.

 

 스님은 신통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그것은 과보로 얻은 것,수행으로 얻은 것, 깨달음으로 얻은 것이다.이 중에 수행과 깨달음이 가장 보편적이면서 궁극이 아닐까 한다.만물의 영장이면서 나약하기 그지없는 인간은 소원성취를 위해 기복(祈福)행위 한다.그런데 인간사 소원성취를 위해 기도하는 방법 중에,가장 옳지 않은 것은 짐승을 잡아 희생으로 바치면서 기원하는 행위라고 스님은 지적한다.살아있는 목숨을 희생시켜 인간의 욕망을 채우려 하는 행위는 설령 소원을 이룰지언정 좋은 소원은 아닌 것 같다.그렇게 얻은 소원은 잠시 기쁨을 안겨 줄 뿐 고보(苦報)가 뒤따른다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특히 스님은 살생보다 더 나쁜 것은 음행이라고 했다.

 

 운서주굉 스님에 대해서는 난생 처음 접하게 된 셈인데 말씀 하나 하나가 울림이 크기만 하다.스님의 말씀 가운데 내게 꼭 필요하고 실천으로 옮긴 메시지는 수행과 깨달음의 차원에서 몸으로 마음으로 느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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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제주 가서 살까요
김현지 지음 / 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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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과 삶이 단조롭고 지루해질 즈음이면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심이 일어난다.나를 구속하는 모든 환경요소와 소음으로 들리는 군상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살고 싶은 마음이다.그러다 잠깐 마음을 다잡고 추스리게 되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현실로 되돌아 오곤 한다.지금 살던 곳이 그래도 발붙이고 살만하다는 것은 아닐까.

 

 삶의 공간에 대한 경계가 사라진 현대사회에서 돈과 여유,실천적 계기만 있다면 어디로든 떠나 살 수 있는 시대에 놓여 있다.다만 지금보다 더 나은 삶,꿈과 희망을 불사르고 성취할 수 있는 멋진 땅과 거주공간이 있다면 그깟 떠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도시화,산업화로 대한민국의 산하는 파헤치고 헐리고 재단장하여 격세지감마저 느끼게 하는 마당에 어디로 떠나본든 그곳이 그곳이 아니겠는가마는 살만한 곳,인생을 바꿔 놓은 만한 명당자리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개인적으로는 풍수지리에 입각한 배산임수(背山臨水)를 띤 터를 골라 멋진 집을 짓고 후반생을 후회없이 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돌,바람,여자가 많다는 제주도는 제주만의 고유한 풍토와 신화,삶이 오랜 세월 간직해 오고 있다.오랜 역사를 통해 부침도 꽤 많았던 제주는 한국 현대사에 있어 상처를 안은 땅이기도 하다(제주 4.3사건) 세월이 흘러 천혜의 고장 제주가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명목으로 개발붐(Boom)을 타면서 외지인의 발길이 끊이질 않으면서 제주의 모습은 탈각(脫殼)을 했다.게다가 근자 강정 마을에 해군기지 건설을 놓고 정부측과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다.해군 기지 건설로 인해 평화스러웠던 강정 마을과 제주에 대한 이미지는 예전만치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정치,군사 문제로 인해 제주민,제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안기고 있음은 부인할 수가 없다.

 

 제주가 뭐가 좋을까 마는 김현지 작가는 제주의 민낯을 소리와 풍경을 담은 체험담을 일기 쓰듯 촘촘하게 그려 나가고 있다.봄,여름,가을,겨울 철따라 변하는 제주이지만 내륙에 없는 것들이 참으로 많다.특히 비수기인 겨울철에 제주를 다녀오는 재미도 쏠쏠할 듯 하다.싼 비행기값,한산한 여행객들,맛있는 방어회,강하지 않은 햇빛 그리고 산재해 있는 숙소와 올레길이 나그네를 반겨줄 것이다.누가 뭐라고 해도 제주는 싱싱한 활어회와 귤,천혜향,한라봉과 같은 제주만의 독특한 과일이 떠오른다.일정에 맞춰 여비에 맞춰 발길 닿는데로 어디든 하루가 걸리지 않은 제주는 이방인의 시선을 고정시켜 줄 것이다.

 

 제주도는 북쪽으로 추자도 남쪽으로 마라도까지 짭조름한 바다 내음으로 넘실거린다.제주 어딘가에서 나를 부르는 것만 같다.비수기인 지금 그곳으로 떠나야 할 것 같다.김현지 작가는 제주 구석 구석을 콘사이즈 사전과 같이 아기자기하게 예쁘게 잘 편집해 주었다.손님으로 제주를 다녀 오는 사람도 있지만 제주를 고향 이상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제주의 자연과 문화는 개발논리보다는 보존의 논리가 앞서야 할 것이다.후세들에게도 영원히 남겨 줄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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