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의 아들러 심리학 입문
기시미 이치로 지음, 박재현 옮김 / 살림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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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인간의 내면 세계에 관심이 많다.한 엄마의 뱃속에서 태어난 쌍둥이도 성격과 기질이 달라서 일과 삶의 방향도 평행선을 달리는 경우가 흔하다.성격,기질이 유사한 면도 있지만.사람은 매일 만나는 사람의 말과 행동,겉모습을 보면서 상대방의 내면 세계를 나름대로 살피고 추측해 나간다.이것은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관계가 있기에 표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함은 물론 향후에라도 상대의 성격,기질의 좋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가능한 발설하지 않는 것이 에티켓이 될 것이다.

 

 내 내면 세계에는 부지불식간에 후회 섞인 것들이 꽤 많았다.주변 환경과 자신의 성격에 의해 후회와 원망,자책과 같은 마이너스적인 요인이 많았다.이것은 분명 삶에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것을 살아가면서 차츰 깨닫게 되었다.그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안목이 편협되었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그렇다고 원망,분노와 같은 것들이 모두 내 생각이 짧았던 것만은 아니다.대표적인 예로 학창시절 공부에 대한 욕심이 참 많았다.시골 초가에서 도회지,대도회로 옮겨 가면서 성장하게 되었는데 경제적으로 빈약하고 잘사는 아이들과 비교하다 보니 부모에 대한 원망이 컸다.그런데 이 문제는 사회인이 되고 자식을 기르면서 차츰 부모님을 충분히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는데 아직도 어른답지 않게 화가 남아 있는 부분은 아버지께서 생전 술을 너무 좋아하다보니 마시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였다.집에 오시면 조용하게 지나가는 날이 없었다.주사가 심했던 거라 공부할 의욕도 떨어지고 아버지와의 대화,소토의 기회도 더욱 멀어지는 요인이 되고 말았다.이에 비하면 지금의 나는 자식들을 너무 방목하는 꼴이 된 것은 아닐까 싶다.필요한 것(교재비,용돈,학원비 등)은 제때 제때 주고 공부할 환경도 갖추었는데도 불구하고 뭐가 씌였는지 공부와는 담을 쌓고 있느니 거꾸로 내 속이 편치가 않다.학생이 학생 신분으로서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을 두고 '중성행동'이라고 일컫는다.

 

 이렇게 내 어린시절과 지금의 자식들의 환경을 비교해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공통점은 누구라도 가정,사회환경에 완전하게 만족할 수는 없는 것이다.불평.불만으로 가득찬 내면 세계를 ∼에 의한 원인론으로 생각하지 말고 나는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을까를 염두에 주고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방향으로 마음을 다스려 가는 것이 삶을 더욱 의미 있게 할 것이다.또한 일상이 인간관계의 연속이기에 누군가에 의해 상처를 입게 된다.그 상처는 고민과 고통을 수반하기도 한다.이러한 마음의 상처와 고통이 개인을 둘러싼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극복하여 건강한 자신의 미래,자신의 모습을 목표로 삼아 스스로 훈련해 나가는 도정(道程)은 인간이 고귀하게 생각하는 행복과 평화로 가는 길이 아닐까 한다.

 

 《미움 받을 용기》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는 아들러의 심리학 세계를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프로이트,칼 융이 개인 및 사회집단의 무의식 세계를 집중적으로 연구.분석했다면 아들러는 이를 탈피하여 개인이 미래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이고 긍정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즉,타인 및 환경에 의한 개인의 심리적 내면 세계가 형성되고 향후 이것이 내면 세계를 지배한다는 인과응보의 성격과는 달리 아들러의 심리적 내면 세계의 목표는 삶을 보다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살아가자는 목적론이 담겨져 있다.자신이 인생을 정하는 주체적인 것이며,누군가의 눈치나 시선에 구애받지 않는 용기와 도전의 정신이 아들러의 심리학의 주요 포인트가 아닐까 한다.또한 아들러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큰 관심을 갖었는데 육아와 교육을 중시했다.그는 인간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행복의 세 가지 조건을 자기 수용,타자 신뢰,타자 공헌을 꼽았다.

 

 나는 어디에서 태어나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와 같은 인간의 존재론적 물음을 갖게 되는데 아들러의 심리학은 크게 두 가지로 대별한다.하나는 자신이 의미를 부여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인지론과 문제가 '어디로'향해 가는가를 중시하는 목적론이다.이왕이면 멋지게 잘살아야 할 것이다.우리 자신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다.우리는 언제든 다른 삶을 살겠다고 선택할 수 있는 주체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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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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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형제도 어떻게 생각합니까

 

사형제도에 대한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사형제도를 존속시키고 있는 나라도 있고 이미 폐지한 나라도 있다.한국은 후자의 경우로서 1997년 12월 30일부로 사형선고는 있되 사형집행은 하지 않고 있는 나라이다.사형제도를 존속시키느냐 폐지하느냐는 해당 국가의 사회제도 및 여론을 바탕으로 국가의 최고 권력자의 의지에 따라 사형제도가 반영되는 것 같다.그런데 사형집행이 폐지되다보니 이를 악용하는 고지능범들이 증가하면서 엄청난 사회적 혼란과 손실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 사형제도 폐지의 취지와는 크게 모순되는 것으로 보인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작품은 언제 읽어도 숨을 죽이게 만든다.긴박감이 넘치는 플롯과 잘 짜여진 그물망과 같은 사건의 연결성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브랜드가 아닐까 한다.그래서 그의 작품은 사랑하는 마니아층이 저변에 확산되고 있다고 생각한다.특히 개인주의가 사회에 팽배해지면서 오로지 자신만의 울타리에 갇혀 있는 현대인의 심상을 사회적인 문제로 이슈화하면서 함께 생각하고 풀어가자는 취지가 강하기에 공유와 공감대가 클 수밖에 없다.일본에서는 3면기사라고 하여 강도,살인사건을 취급하는데 사건.사고가 터지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기자,검.경의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직업정신은 한국의 모습과 크게 차이가 난다.한국 사회에서는 대부분 상부,여론의 추이에 따라 냄비의 거품이 부글부글 끌어 오르기도 하고 쉽게 거품이 힘없이 사그라들기도 한다.

 

 《공허한 십자가》 가해자 입장에서 생각할 수도 있고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할 수도 있는 관념인데 이 글에서는 가해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있다.어떠한 사유가 되었든 사람을 죽이고 죄값을 치뤄야 한다.세 건의 살인사건 놓고 캐릭터들이 엮어 가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사형폐지는 인권과 갱생을 위해 필요한 것일 수도 있지만 사안의 경중에 따라서는 영구 사회에서 격리시켜야 마땅한 경우도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이다.사건.사고는 우연찮게 발생할 수도 있지만 살의(殺意)가 다분한 의도적인 경우도 많다.가해자는 법의 심판에 따라 형량이 정해질 것이다.유족에 대한 사죄와 반성의 기미가 없는 파렴치하고 무도(無道)한 죄인에게는 형량을 극대화하는 것이 당연지사가 아닐까 한다.구체적인 죄형은 알 수가 없지만 일반적인 죄수들은 수형생활을 통해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거듭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들이 석방이 된다손치더라도 사회에서 그들에 대한 시선과 수용은 싸늘하기만 하다.이러한 사회적 공기(空氣)로 말미암아 재범,재재범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글은 나카하라(中原)와 사요코(小夜子) 사이에 낳은 딸이 강도에 의해 목졸려 살해되면서 시작된다.범인은 강도치사죄로 교도소에서 복역한 전과가 있는 히루가와(蛭川),그는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가정결핍이 컸던 만큼 성장 과정상 심리적 내면이 원만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그는 재판에서 상대를 죽일 생각은 없었다,우발적으로 죽였다는 변명으로 일관한다.우리말에 참을 인(忍)자 섹개가 모이면 살인도 면한다고 했는데 그는 참을성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히루가와는 사형 판결을 받게 된다.이를 계기로 나카하라와 사요코는 상호 합의에 의해 서로 갈 길로 가게 된다.그리고 딸의 살해사건이 있은 후 8년이 지나 사요코가 사쿠조(作造)라는 남자 노인에 의해 자살(刺殺)을 당하게 된다.노파는 왜 사요코를 등을 무참히 찌르고 죽였을까.이 실타래는 글이 중후반을 넘어 가면서 흐렸던 피사체가 밝은 피사체로 변해가는 것과 흡사하게 다가온다.이것이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문체의 브랜드이기도 하다.

 

 나카하라는 사요코와 헤어진 후 숙부의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이어 받고 그 일에 전념을 하게 된다.그런데 그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에 참석하는데 그곳에서 사요코의 행적을 알게 된다.대학 동창 치즈코(千鶴子)는 잡지사 편집장으로 있고 사요코는 기사를 취재하는 기자이다.그녀의 전 남편 나카하라는 사요코가 쓴 딸의 죽음과 관련한 『사형 폐지론이라는 이름의 폭력』이라는 글을 읽게 된다.

 

 "한 아이가 있다.그 아이를 사형 폐지론 찬성자로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사람을 죽이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사형이라는 제도는 국가가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하지만 국가를 이끌어가는 것은 사람이다.즉 사형 제도는 모순되어 있다. ― 이런 식으로 말하면 된다.그러면 대부분의 아이는 납득할 것이다.나도 그것을 납득할 수 있는 아이로 있고 싶었다." -P183∼P184

 

 "피해자 가족인 유족들은 단순히 복수(復讐)을 위해 범인의 사형을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가족은 살해당한 가족 구성원이,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큰 고통을 견뎌야 하는지......,범인이 죽는다고 해서 피해자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그렇다면 유족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엇을 손에 넣으면 가슴속에 쌓인 응어리를 풀 수 있는가? 사형을 원하는 것은 그것 말고는 유족의 마음을 풀 수 있는 길이 없기 때문이다.사형을 폐지한다면,그렇다면 그 대신 유족에게 무엇을 줄 것인지 묻고 싶다." -P188

 

 흔히 '죽음으로 속죄한다'는 말을 하는데,유족의 입장에서 보면 범인의 죽음은 '속죄'도 '보상'도 아니다.그것은 슬픔을 극복하기 위한 단순한 통과점(通過點)에 불과하다.그곳을 지났다고 어디로 가야 행복해질지는 여전히 모르기 때문이다.그 통과점마저 빼앗기면 유족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사형 폐지란 바로 그런 것이다." -P190

 

 

 

 

 사요코의 죽음으로 장례식장에 왔던 지츠코,사오리를 알게 된 나카하라는 사요코가 쓴 '사형 폐지론'과 관련한 그녀의 견해를 알게 된다.그녀의 딸을 죽인 히루가와는 결국 사형 집행을 맞게 된다.그런데 살인 사건은 또 하나 남아 있다.사오리의 어릴적 남친 후미야는 사요코의 딸이 살해되던 해 10대 청소년으로서 성관계를 맺고 사오리는 그만 임신을 하게 되는데 만삭이 되어 갓 태어난 갓난아이를 두려움에과 혼란에 휩싸인 채 산 속에 생매장하게 된다.인과응보일까.사오리는 그후 내내 삶이 제대로 굴러가지를 않는다.소아과 의사로 인간성 좋게 성실하게 살아가는 후미야는 아내 하나에를 데려와 살게 되지만 하나에에게도 사연이 안타깝기만 하다.또한 장인되는 사람이 사요코를 죽인 장본인(사쿠조)인데 사요코 생전 사오리와 후미야 사이에 낳은 아이를 생매장한 사실을 밝힌다. 사요코가 후미야의 전력을 흠집내려 하는 것을 듣던 후미야의 장인 사쿠조는 사요코를 뒤따라가다 자살(刺殺)시킨다.사람구실을 못하던 장인을 후미야는 생활비를 꼬박꼬박 드리면서 효를 다하고 아내 하나에에게도 각별히 잘 해 준다.21년 전 청소년기에 아이를 낳아 바로 생매장한 속죄의 의미로 후미야는 인생을 더욱 알차게 살아가려 한다.

 

 '묻지마 살인 사건'이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다.살인 사건의 행태도 잔인의 극치이다.소름이 돋을 정도로 끔찍하기만 하다.인두껍을 쓰고 어떻게 저런 행동을 할 수가 있을까.혀가 저절로 내두르게 된다.그런데 사법계의 판결 잣대로 부조리한 것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작가의 말대로 그들은 죄를 짓고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닌 삶의 운명이고 삶의 통과점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끝나는 걸까.유족은 사랑하는,둘도 없는 가족이 누군가에 의해 처참하게 억울하게 죽음을 당했는데 살인자를 형식적으로만 사형 선고를 내리고 사형 집행을 하지 않을 경우,범죄자들이 죄값을 치르고 사회에 나와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또한 살인자를 사형 집행하여 사회에 본때를 보이고 환기시킴으로써 살인 사건을 감소할 수 있을까.나는 근자 치가 떨리고 공분이 일어나는 살인 사건(사회 안전망의 어수룩함으로 인해)이 너무도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사회 정의와 상식이라는 차원에서 법이 물렁물렁하게 돌아가서는 안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는 공허한 십자가에 놓인 살인자들의 내면 세계에 대한 비판과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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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풍경, 근대를 만나다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엮음 / 채륜서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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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리학과 유교가 국가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던 조선은 대외개방적이고 실리적인 국가 살림을 챙기려 하기 보다는 신권 및 사대부가 왕권을 조종하고 명분과 대의를 숭상하다보니 오랑캐,왜구 등 외침이 있을때마다 조선의 산하는 쑥대밭이 되고 무고한 백성들은 삶의 도탄에 빠지게 되었던 것이다.국가의 최고 책임자인 왕마저 신하들에게 의해 중심을 잡지를 못하는 경우가 많았으니 참으로 무능하고 안타깝기 짝이 없었던 것이다.

 

 조선에 대한 역사에 대해 아는 바가 많지는 않다.왕과 신하를 중심으로 하는 국정의 개요 및 전개 그리고 대외관계에 있어 왕과 사대부,무인들이 보여 주었던 전반적인 시대 및 사회의 흐름은 고인 물과 같이 정체되어만 있었다.당시 직업의 중요성과 신분제도가 보여 주듯 조선은 폐쇄적이고 봉건적인 체제에 젖어 있었다.조선의 왕 가운데에는 국가의 발전과 대의를 위해 개방적이고 실리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가려고 했던 왕들도 있었지만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은 너무나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 도서는 단국대학고 동양학연구원이 2005년∼2014년까지 구한말 개화기(1876년)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신문과 잡지 등의 대중매체 자료를 바탕으로 자료집과 연구서를 바탕으로 연구 성과를 담고 있다.개화기에서 일제강점기까지의 시기는 조선의 전통문화가 탈각하여 새로운 조선 문화로 이식되어 과정을 잘 그려 내고 있다.조선의 근대 모습을 열 가지로 담고 있는 세 갈래로 나뉘고 있다.<욕망의 늪에 빠진 근대>,<놀이의 이중성>,<신풍속의 탄생>으로 나뉘고 있다.

 

 욕망의 늪에 빠진 근대는 세비로(일본어로 양복이라는 의미)라는 서양식 의복과 개량복이 유행을 타게 된다.미에 대한 욕망은 화장술의 유입으로 외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여성들의 본능을 한층 자극하였다.그런데 화장품의 경우 분(粉)가루에는 중독성 성분이 함유되어 건강을 위협했다.또한 매매춘 여성 사이에서 성병이 확산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화장품의 경우 두산기업의 창업자의 부인은 박가분(朴家粉)이라는 분을 만들어 판매하게 되었는데 불티나게 팔렸다고 한다.이를 계기로 두산이 대기업이 되는 발판이었다고 한다.한,당,명과의 관계 속에 조선의 의관,의복도 영향을 받게 되었는데,개화를 맞으면서 조선은 독립국으로 인정받게 된다.

 

 종교와 신앙,의례,굿 등과 깊은 관계가 있는 '놀이'는 노리개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놀리거나 조소 및 도박이나 노름을 즐기는 것까지도 포함한다.

 

 조선은 설날,대보름,단오,추석 등 명절과 관련한 놀이가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안겨 주었다.윷놀이,쥐불놀이,그네타기,달맞이놀이,단풍놀이 등 세시풍속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것은 현재에도 전해지고 있다.오늘날과 같이 요란법석을 떠는 놀이가 아닌 순수한 동심의 세계가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다.이러한 놀이가 일제강점기에 들어 오면서 놀이의 대상이 동적인 면에서 정적인 면으로 바뀐다.상술로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 잡으려 했던 장난감은 가격도 만만치 않지만 제품의 질면에서 부작용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장난감의 경우에는 경성과 같은 대도회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시중에 등장했던 것으로 보인다.장난감에 대한 장점과 단점을 세세하게 열거하면서 부모들에게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끝으로 미두(米豆)라는 주식거래로 인해 일확천금을 거머쥔 반복창의 호화스러운 결혼식과 '한탕주의','한바탕 꿈'으로 끝난 그의 삶은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기만 하다.

 

 부모의 욕심과 관례에 따라 조혼의 풍습이 폐해로 번지면서 새로운 형태의 혼인방안을 모색하게 된다.머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 아이들(12세∼23세)의 조혼은 봉건적인 유토 전통에 기반을 둔 전근대적인 것으로 생각하면서 결혼 나이도 늦춰지게 된다.족두리에서 면사포로 넘어가고 자유결혼,예배당 혼인,신혼여행이 등장하게 된다.이것은 외부로부터 유입된 근대적 문물과 서구식 사상,제도 등이 조선의 혼례에 영향을 미쳐 새로운 문화로 이어나가게 된 것이다.결혼식 직후 여는 피로연은 신랑 신부를 축하하러 온 하객들에 대한 답례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것은 일본의 피로연 문화를 본뜬 것으로 보인다.그외 창경원 야앵(夜櫻)으로 불리는 벚꽃 놀이는 일제가 조선의 혼을 말살하기 위해 창경궁을 헐고 만든 인조 공원이다.1920년대 초 개장한 창경원은 1980년대 과천 대공원으로 옮겨질 때까지 벚꽃 놀이의 장소로서 인기를 탔다.1923년 방정환에 의해 공포된 어린이 날,서양 선교사들에 의해 소개된 크리스마스 행사 등은 하나의 명절로 자리잡게 되었다.(신풍속)

 

 구한말 개화기에서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조선사회에 불어 닥친 새로운 모양새는 삶의 질을 높이는 것도 있었지만 개인 및 사회 전반에 걸쳐 부작용을 낳게 한 것들도 꽤 있다.또한 일제라는 외세에 눌려 조선의 혼이 사라지는 쓰라림을 겪기도 했다.불과 140여 년 전 구한말 조선의 풍속들이 허물을 벗어 던지고 성충으로 탈바꿈하려는 흐름과 물결이 당시의 신문과 잡지에 잘 수록되었다.단대 동양학연구원들께서 자료를 바탕으로 잘 연구.분석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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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김중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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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업도 생사필멸의 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것처럼 시대의 흐름과 사회의 니즈에 따라 태어나 성장하다 완숙기가 되면 생을 마감하면서 해당 직업은 아침 이슬과 같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난생 처음 들어보는 딜리팅(Deleting)은 개인이 갖고 있는 인터넷상의 정보와 흔적을 지우는 일이라고 한다.당사자는 딜리팅을 하는 딜리터에게 자신이 죽기 직전 신상 정보와 흔적을 말끔히 제거해 주는 대가로 거래를 하는 형식이다.그런데 한국사회에는 딜리터라는 직업의 유무는 확실치 않아 길게 얘기할 사항은 아니지만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에는 딜리터라는 직업이 화려하게 소개되고 있다.

 

 딜리팅을 의뢰하는 부류는 어떠한 사람들일까.생전 언더그라운드에서 돈과 권력으로 세상을 떵떵 거리며 못된 짓을 일삼던 이들이 삶을 마치는 순간이 다가오면서 자신이 행적에 대해 깨끗하게 정리하여 피안의 세계까지 수치스럽고 불명예스러운 것들을 싸안고 가고 싶지 않다는 의도가 깊게 깔려 있으리라.혹자에 따라서는 힘과 권력을 애꿎은 사람에게 휘들러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사죄의 마음도 포함되어 있으리라.이것은 딜리팅을 의뢰하는 사람의 속마음을 알 수 없기에 어디까지나 개연성과 추측에 따른 것이다.

 

 김중혁 작가의 일층,지하 일층을 읽으면서 작가의 문체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우연한 기회로 다시 김중혁 작가의 작품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도서의 제목이 묘하게 끌리게 되어 선택하기로 결정했다.도서의 제목 가운데 그림자가 주는 이미지는 비밀스럽고 의혹에 가득차 있고 돈과 물질을 중심에 놓고 암투가 벌어지는 것을 연상하게 한다.아니나 다를까,딜리팅을 미끼로 의뢰자와 (딜리팅)당사자간의 계약과 금전 거래가 자연스레 오고 갔던 것이다.사안의 경중 및 의뢰자의 경제적 형편에 따라서는 수수료가 천차만별이다.죽는 마당에 돈에 미련을 두지 않는 의뢰자는 딜리터에게 상당한 금액을 약정하고 마음 편하게 세상을 떠나는 것이다.

 

 피냄새로 가득 배인 악어빌딩에 딜리터인 주동치인터넷상의 신상 정보와 흔적을 지우는 임무를 맡게 되는데 그는 전직 형사 출신으로서 단서가 될만한 꺼리가 포착되면 먹이를 물어 뜯는 맹수와 같이 집요하게 달라붙는 근성을 갖고 있다.(마음만 먹는다면) 딜리팅을 하다 보면 PC에 저장된 동영상 등을 복원시켜 상거래할 수도 있을 수도 있다.악어빌딩은 주상복합건물로 철물점,합기도장,PC방,오피스텔이 배치되어 있으며 딜리팅을 성공리에 끝낸 주동치는 대금(大金)을 거머쥐면서 딜리팅 사물실까지 차리게 되었던 것이다.이 일이 적법이든 합법이든 딜리팅에 맛을 들인 사람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먹잇감을 찾아 오면서 의뢰자가 원하는데로 딜리팅 수행을 하는 것이다.그런데 의뢰자의 요구한 내용과 다를 경우 주동치는 이해 당사자를 구워 삼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한다.

 

 딜리터 주동치는 업무의 연장선상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인맥을 엮어 나간다.전직 형사 선배,테니스 클럽 회원과의 만남,악어빌딩내에 상주하는 사람들과의 만남과 소통을 이어 나간다.살인 사건,방화 사건,자살 사건이 뒤따르면서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기도 한다.일명 직책은 사설탐정이지만 사건에 관련한 일들은 팔방미인이 되지 않고서는 이 바닥에서는 버텨내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김중혁 작가는 글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여러 사람이 성교를 나누는 난교(亂交)장면을 메마른 땅을 윤기나게 해 주었다.

 

 구동치는 전직 형사로서 형사선배였던 김인천과 사건 업무에 대해 긴밀한 공조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김인천 형사는 그만 자상(刺傷)을 크게 입고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데 결국 바램대로 되지 않고 저 세상으로 떠나고 만다.가해자인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진다.구동치는 이번 일을 계기로 사설 탐정을 그만 두기로 한다.그 직후 한 남자로부터 "사진을 한 장 없애고 싶다"는 의뢰를 받고 노르웨이로 향한다.가족 사진 속의 아버지를 없애 달라는 것이었다.노르웨이에서 당사자를 만난 구동치는 남자로부터 사진을 건네받고 자신이 갖고 있던 사진과 함께 주머니에 넣은 뒤 피오르(fjord) 호수에 점퍼를 던진다.남자는 주동치에게 머플러를 벗어 구동치에게 둘러 주면서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전반적인 글의 흐름 그리고 마지막 의뢰건인 사진을 없애 달라는 의뢰인의 예상과 달리 휴머니즘이 저변에 깔려 있음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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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철학사를 보다 - 이미지와 스토리텔링의 철학 여행 철학사를 보다 시리즈
강성률 지음 / 리베르스쿨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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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시절 품었던 의문 중에 나는 과연 어떻게 생겨나 어디로 가는가,부모형제는 과연 필연적인 관계인가,어떠한 삶을 살아야 후회가 없을 것인가,그리고 나와 우주와의 관계를 비롯하여 신이 존재하는가 등에 대해 어두운 밤하늘 무수하게 산재해 있는 별똥별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인간은 과연 생계와 명예,권력만 좇아가는 존재인가.

 

 인류의 문명과 문화는 시대의 흐름과 현인들의 사상들이 누적화되면서 발전되어 왔다.물질적,정신적 토양을 기름지게 했던 원동력은 인간만이 조리있게 생각하고 정리.통합해 나가는 인문학적 토양에 의해 정신적인 내면세계를 더욱 심화시키면서 인류 문화유산을 찬란하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그러한 분야는 모든 영역이 실타래마냥 얽혀 있을지라도 관련성 있게 유기적으로 상호작용을 하여 인류의 전반적 삶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던 것이다.

 

 철학(Philosophy)는 지혜를 사랑하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즉 애지(愛智)의 의미를 담고 있는데 철학은 타분야보다도 물질적인 차원보다는 정신적,심리적인 차원에 무게를 싣고 있다.눈앞의 이해타산을 떠나 진리 그 자체를 사랑하고 탐구하고,개별적 지식보다는 인생 전반에 적용되는 원리.법칙이자 지혜이고,세계와 인간에 대해 끊임없이 물음을 던지고 사색하는 것이다.나아가 철학은 모든 학문의 궁극적 목적을 제시해 주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는 학문의 궁극이고 삶의 이정표가 되기도 한다.

 

 강성률 저자의 《서양철학사를 보다》는 고대 서양철학부터 현대 서양철학에 이르기까지 주요 현인들의 사상과 사조,시대상 그리고 인류의 정신적 삶의 물음에 던지는 화두들이 이해하기 쉽게 서술되어 있다.특히 주요 철학자와 관련한 화보들이 삽입되어 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가독성과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시대별 철학의 특징과 사조 그리고 철학자들의 주요 사상이 압축되어 있다.시대는 철학사상을 더욱 빛내기도 하고 반항아와 같이 새로운 사조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암흑과 같았던 시대가 이성과 자유,인권이라는 새 사조로 넘어오면서 논리적 표현도 다양해졌다.

 

 자연의 근본 물질(자연 철학)을 찾고 인간에게 눈을(아테네 시대 철학) 돌리고,쾌락과 금욕의 경계에 선 헬레니즘 - 로마 시대의 철학은 고대 철학에 포함되고 있다.중세에 들어오게 되면 기독교에 바탕을 둔 철학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그리스도 사상,교부 철학,스콜라 철학이 있다.인문주의,종교개혁,중세를 도발하고,합리론과 경험론,계몽주의,비판 철학,관념론,공리주의는 근대 철학에 포함되고 있는데 철학의 전성기로 보인다.20세기를 대표하는 현대 철학은 유물론,비합리주의,실존주의 과학적 토양 위에 싹트는 현상학,해석학,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비판 이론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또한 영미철학으로 실용주의와 분석 철학까지 현대 철학에 포함하고 있다.

 

 인간은 자기의 의지와 무관하게 세상에 던져진 존재로서 유한한 삶 속에서 자기를 실현해 나가는 존재이다.눈에 보이지 않은 신과 정령을 믿고 안 믿고를 떠나 현존재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오직 현실에 충실하면서 후회없는 삶을 살아가다 보면 삶의 궁극인 행복의 열매를 맛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그리고 현세에서 피안의 세계로 가게 되면 그것으로 삶은 끝이 되는 것이다.자유,인권,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스스로 미래를 선택하고 개척해 나가려는 주체적인 존재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청소년 대상으로 엮어진 서양철학사에 대한 중점 내용이 시대별,철학자별,사조별로 잘 정리.통합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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