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옆 철학카페 - 세네카부터 알랭 드 보통까지, 삶을 바꾸는 철학의 지혜
안광복 지음 / 어크로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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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가끔 집 근처 도서관에 들른다.도서를 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문화 생활의 방편으로 도서관들이 마을마다 생기고 있는 것 같아 흡족하기만 하다.그런데 예단할 수는 없지만 도서관마다 실내 분위기가 사뭇 다른데 각종 시험대비차 도서관에 들러 쥐 죽은듯 열공모드로 들어가기에 실내는 발자국 소리,소곤소곤 귀에 대고 전하는 소리마저 불허할 정도이다.또 어떠한 도서관은 마치 오프라인 서점인냥 마음 편하게 두다리 펴고 시선을 책에 두고 내용과 흐름에 몰입하고 있기도 하다.그중에 내 마음을 사로 잡은 것은 노트북을 이용하여 글을 쓰는 분들이 자주 눈에 띈다.집에서 행하는 글쓰기는 정신을 산란하게 하는 요인일 수도 있기에 산사와 같은 도서관은 글쓰는 이들에겐 수행의 공간이고 공을 들이는 연마의 장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도서의 제목이 참 마음을 편하게 한다.봄볕을 쬐면서 털갈이와 생리를 해결하는 시골 마당의 토종닭들의 한가로운 일상을 연상케 한다.아파트,빌라로 즐비한 현대 거주공간은 삶은 편할지 몰라도 일조량,활동량의 부족으로 각종 질병을 유발케 한다.자꾸 외부로 움직이면서 햇볕에 신체를 시키면서 골밀도를 높이고 유산소 활동으로 심신이 쾌적해지면서 생활 리듬도 보다 활성화될 것이다.지금은 날이 차가워 외부로 움직이는게 귀찮을 수도 있겠지만 집 근처 도서관을 벗삼아 마실을 다니고 햇빛이 내리쬐는 테라스에 앉아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마음의 여유를 갖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안광복 저자 철학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가운데 도서관에서 공들여 고른 도서들을 창조적으로 풀어내고 있다.35권의 책 소개하고 있는데 현인들의 고전을 발췌하여 저자가 생각하는 카페 목록에 적절히 주해를 달고 있는 셈이다.이것은 주로 개개인의  삶의 지혜를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일반인들은 주로 생계에 집중하고 있기에 책을 읽으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사유하려는 마음의 여유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하지만 인간이 허기를 채우는 빵만으로는 살 수가 없듯 정신적 허기도 채워야 균형과 조화를 이루면서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심리적 내면세계로 안정되어 가리라 생각한다.

 

 일반인 대부분은 외부 환경 및 사회 체제의 굴레에 묶여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생활조건과 환경이 어려울지라도 스스로 일어서려는 의지와 노력이 있다면 낮아진 자존감은 상승할 것이다.즉 자기 생활에 충실하면서 주변이 도움이 되도록 늘 애쓰는 사람이 되어야 세상 평가에 휘둘리지 않으며,진정한 '자신의 양심'이 삶의 자부심까지 지탱해 줄 수 있으므로 타인의 평가,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게 되면서 독립적인 인격자로 거듭날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또한 인생의 성공이 무엇인가는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일생을 던지는 것을 말하고 싶다.인간의 삶의 길이 극히 유한한데 팔방미인으로 살기에는 너무도 벅찰 뿐이며 설령 다방면에 재주와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한 분야의 전문가가 더욱 빛을 발하는 법이기에 삶의 외길을 조기부터 발견하여 매진해 나가는 자세가 소중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현실과 타협하는 인생을 두고 '엄친아의 인생 진도표'라고들 한다.속된 말로 '친구 따라 강남간다'와 비스무레하다.자신의 잠재력과 능력은 고려하지 않고 엄친아의 인생 진도표에 대입시키려다 보니 각종 부작용이 생기는 법이다.각종 정신적 질환인 우울증,자살 등이 뒤따르게 되면서 사회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게 된다.결국 개인의 잠재력과 역량을 고려하지 않은,밑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은 삶은 개인 및 가족,사회 모두에게 상처와 후유증을 안기는 것이다.경제적,개인의 학습능력,(향후) 사회적 영향력 등을 충분히 고려한 인생 설계는 개인 및 사회 모두를 내진에도 흔들리지 않은 튼튼한 인프라를 구축할 것으로 믿는다.

 

 "깨달음을 찾으려는 자에게는 머리에 불붙은 사람이 연못을 찾을 때의 절절함

 

이 있어야 한다."-P29

 

 주지하다시피 현대인의 소통과 대화는 인터넷이라는 공간 속에서 맺는 관계가 대세로 보인다.세상을 향해 용기와 도전으로 박차고 나가려는 담대함보다는 막힌 공간에 새우등 모양으로 움츠리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은 두려움,절망,외로움으로 가득차 있다.이러한 감정의 요소들을 짜증과 분노로 발산하게 된다.세상이 다양화되고 의식,소득수준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외견상) 한국사회는 OECD국가 중에서 사회 불평등지수(지니계수)가 톱을 달리고 있다.신자유주의는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풍요롭다는 복지국가의 의식 구조마저 휴지조각으로 파쇄시켜 버렸다.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의 예식(禮式)에 이르기까지 돈으로 설계되도록 강요받고 있다.즉,현 시대는 돈으로 관계를 맺고 돈으로 소비를 해야 하는 시대이다.또한 한국 사회는 '서울 중산층의 삶'을 기준으로 삼고 있기에 아파트,자가용,인테리어,쇼핑 코스까지 중산층을 표본으로 삼아 평균적인 삶의 잣대에 짓눌려 있다는 것이 엄연하기만 하다.사람과의 정 나누기,온기 있는 사회 만들기는 돈이 부족해도 살아갈 수 있다.

 

 니체가 말했듯 모든 사람들이 고통,절망,질병,경멸을 겪음으로써 더욱 인간의 내면은 더욱 성숙해지고 삶의 방향은 굳건해질 것이다.또한 삶의 조건을 외부적인 요인,환경에서 찾기보다는 스스로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삶의 자세로 일관해 나간다면 삶의 목적을 이루면서 타자와의 관계,사회에 대한 영향력도 증가되리라 생각한다.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책임있는 사회 지도층의 말과 행동,정책 실행이 어떠하느냐에 따라 일반인들의 생각과 감정,삶의 이정표도 크게 달라지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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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작은 새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고정아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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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조이스 캐럴 오츠 작품은 처음 접했지만 명성만큼이나 탄탄한 주제의식(엑소시즘)과 촘촘한 인물심리 묘사와 사건전개의 독특한 문체 등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흔히 사람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희생을 당한 집안끼리는 얼굴도 안보고 말도 걸지 않을거 같은데 이 글의 주인공 크리스타 딜과 애런 크럴러는 10대 청소년으로서 부모로 인해 빚어진 잘못된 기억을 내쫓기라도 하듯 둘은 미래를 기약하는 연인관계로까지 발전한다.유럽계 소설과는 달리 미국 소설은 공간적 배경과 인물 심리묘사가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즉 스케일이 크고 사건과 그 해결과정이 다양하며 범인을 추적하는듯 하다가 희생자와 혐의자의 자녀들이 글의 주인공으로 바뀌어 가는 점이 스릴러를 맛보는 듯한 반전과 스토리의 빠른 전개력에 흡인력은 가중되고 재미와 흥미까지 생겨 읽는 내내 지루하지를 않았다.

 살해사건의 혐의를 받고 있는 크리스타 딜의 아버지는 목수이고 애런 크럴러의 아버지는 자동차 카센터 정도의 일을 하며 죽은 크럴러는 밤무대 가수에 창녀로서 생을 살아간다.어찌되었든 애런의 어머니는 변사체로 발견되고 크리스타 아버지 에디 딜은 크럴러와 서로 정담을 나누고 가까운 사이였던 만큼 용의자는 당연 에디 딜로 쏠리는데 에디 딜은 자신이 무죄임을 백방으로 알리려 하지만 방송국,경찰,검사,저널지는 서로가 한 통속이 되어 그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기에 급급하다.살인사건이 일어난 당일의 알리바이도 맞아 떨어지지 않으며 평소 난폭하고 성격이 급한 앨런의 아버지 역시 사건담당자들에게 혐의 및 심증은 가지만 물증 등이 없어 앨런의 아버지는 혐의망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결국 식지 않은 혐의를 안고 크리스타 딜의 아버지는 경찰과의 추격전 끝에 불행하게 삶을 마감하게 되고 앨런 크럴러 아버지 역시 혐의자라는 딱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불안불안한 삶을 살아가야만 한다.

 앨런 역시 성정이 그리 좋지는 않다.학창시절 학업에 전념하지 않고 말썽을 피우다보니 퇴학을 당하게 된다.크리스타 딜은 아버지의 사랑만큼 죽은 앨런의 어머니마저 사랑하게 되며 어찌된 일인지 앨런과의 관계가 깊어만 가고 둘은 사랑의 밀어를 속삭일 만큼 급진전하게 된다.이는 작가가 아버지와 어머니의 좋지 않은 기억을 밀쳐내고 불식시키려고 의도적으로 엑소시즘을 끼워 넣었던거 같다.삶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이다.오늘의 적이 내일의 아군이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감수성이 한창 민감하던 시기에 크리스타 딜은 아버지가 살인 누명으로 결국 생을 마감하고 애런의 어머니 조이클러러는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하면서 크리스타 딜과 조이 클러러는 아무리 생각해도 정신적 충격과 상처를 딛고 화해와 재결합의 묘한 연출을 보여주고 있다.개인적으론 크리스타 딜의 아버지는 내연 관계에 있었던 조이 크럴러를 죽이지는 않았다고 본다.모든 정황과 그의 행동반경으로 봤을때 그러한 마음이 든다.희생자 조이 크럴러는 말이 없고 정범(正犯)은 밝혀지지 않은 채 사건의 전말과 범인에 대한 예측은 독자의 몫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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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새벽 4시 반 - 최고의 대학이 청춘에게 들려주는 성공 습관
웨이슈잉 지음, 이정은 옮김 / 라이스메이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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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엘리트 중의 엘리트가 모여 있는 하버드대학 학생들의 학구열과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차 있는 것이 새벽 4시 반의 하버드 캠퍼스의 모습이 아닐까요.하버드생들의 놀라운 학구열과 성공으로 가는 길이 무엇인가를 살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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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의 빅퀘스천 - 우리 시대의 31가지 위대한 질문
김대식 지음 / 동아시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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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겉면에 드러난 저자의 시선이 냉철하기만 하다.날카로운 시선 속에 응집된 사고와 미래에 대한 투영을 읽게 한다.김대식 저자는 뇌신경을 바탕으로 뇌과학,사회 뇌과학 등을 연구한 분이다.특히 삶의 의미,사회적 정의,만물의 법칙과 같은 굵직한 이슈를 쪼개고 쪼개 세세하게 풀어내고 있다.각 이슈마다 세분화된 소재들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비롯하여 지적 호기심을 자아내게 하는 것들을 삶의 이정표에 맞게 들려 주고 있다.

 

 인간의 삶은 뇌신경에 포착된 대로 지시받아 행동으로 옮겨지게 마련이다.뇌세포는 하루만에도 셀 수 없는 세포가 사멸하고 새로운 세포가 반복 생성하게 마련이다.이러한 뇌신경 세포를 잘 활용해야 개인의 삶을 잘 꾸려가는 원동력이 됨은 물론 사회적 활동에도 긍정적,낙관적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김대식 저자는 이렇게 개인의 삶에 대한 존재론적 의미를 묻고 대답하는 형식을 빌리고 있는데 갖가지 역사적 소재와 에피소드를 삽화와 함께 싣고 있어 의미전달이 보다 선명하다는 것이 특징으로 보여진다.

 

 인간은 우연찮게 부모의 결합에 의해 탄생한 존재이다.길지 않은 유한적인 삶의 길이를 놓고 따질 것은 아니지만 이왕 태어났으니 멋지게 후회없이 사는 것이 삶의 목적은 아닐까.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할 것인가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모든 생물이 태어나 성장하고 시들어 삶을 내려 놓듯 인간도 자연의 생물과 동일하게 이어져 나가는 순환론적 존재이다.주어진 운명을 거스르지 않되 이를 초자아의 마음가짐으로 삶의 의미와 가치를 극대화 시켜 나가는 것이 멋지고 후회없고 이상적인 삶의 모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종교적 차원에서 나는 내세를 믿지는 않은 편이지만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에는 지나간 시절의 삶을 되돌아 보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기에 삶의 후반부만큼은 욕망보다는 적선과 배려,멋진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으려 한다.아리스토텔레스 말한 만물에 대한 네 가지 질문은 두고 두고 생각해 볼 만한 질의이다.

 

1.무엇인가? 2.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 3.무엇에 의해 만들어졌는가? 4.무엇을 위해 만들어졌는가?

 

 두 번째 『정의』편에서는 민주주의와 로마시대,그리고 서양이 세계를 지배했던 근인(根因)을 비롯하여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의미,가치를 되새겨 보고 있다.그런데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과연 정의로웠던 시대는 얼마나 되었던 것인가.분쟁과 전쟁,살육과 희생으로 얼룩진 시대가 더 많았던 것이다.요즘 ISIS(이라크.시리아 반정부 수니파 강경단체)에 의해 잔인하게 죽음을 당하는 동영상을 접하면서 이 시대가 가야 할 길이 무엇인가를 되새겨 본다.

 

 인간의 두뇌 용량은 1.4㎏이지만 세계 문명의 발전을 획기적으로 꾀해 왔다.산업화를 비롯하여 과학과 의학의 발달은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반면 양차대전과 같이 전세계를 대량살상과 파괴를 서슴치 않았다.그러면서 세상은 잠시 뜻이 맞는 나라들끼리 짝짓기를  하다 이익상충 관계가 첨예하게 되면 다시 갈라서기도 한다.사람과 사람 사이와 매우 흡사하기만 하다.그리고 시간은 거스르지 않고 도도하게 흘러간다.시간은 흐름과 변화를 위해 흘러 가는 것이다.'나'라는 개체는 누구인가 라는 원초적인 질문부터 운명,죽음,(세상의)정의,만물의 법칙이라는 문제를 (개인의) 뇌신경에서 사회 뇌과학 방면으로 확대하여 현 시대의 31가지 질문 던지고 있다.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미세한 인간이라는 존재가 만물을 평정하는 만물의 영장이지만 개인과 사회,국가는 결코 선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실감한다.실행하지 않은 위장된 선(善)이 횡행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삶의 존재로서 주어진 운명과 죽음을 어떻게 의미부여를 하면서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다세상의 본질을 제대로 알고 제대로 사는 인생을 위해 매진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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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두리 없는 거울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박현미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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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부터 땅거미가 질 때 귀신과 만난다고들 하잖아요.귀신을 보는 때는 한밤중이 아니라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하는 저녁과 밤의 경계에요." -P37

 

어린시절 뒤에서 누군가 나를 쫓아 달려오는 귀신이나 악몽을 많이 겪지는 않았다.무서움을 타는 것도 부모의 기지를 닮은 것인지는 모르지만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무서움을 많이 타셨다고 한다.발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무서워서 밖으로 나가기 싫을 때 또는 가위에 눌려 꼼짝을 할 수 없을 때가 가끔 있었다.시골의 겨울은 찬공기와 함께 맑게 시리도록 창공에 떠있는 달은 대지를 비추기는 하지만 낮만큼 밝지는 않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한 달밤엔 나무의 그림자가 드리워질 정도로 달밤의 정취는 고요한 만큼 소리없이 누군가 내 뒤를 미행하는 것만 같았다.안채와 측간이 떨어져 있는 만큼 소변은 오강이으로 해결하지만 대변은 방문을 열고 측간까지 가야 하기에 급한 경우가 아니면 참다가 날이 새면 가곤 했다.다급해진 경우 용기를 내어 측간에 가곤 했는데 그것도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를 믿고 갔던 것이다.볼 일을 마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후다닥 달려 방문을 열고 들어가 잠을 청하기도 했다.그런데 이러한 무서움증이 어린시절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할아버지,할머니 등 식구가 죽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측간이나 화장실을 갈 때에는 으례 대문간을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돌아가신 어르신이 귀신이 되어 대문간을 열고 뚜벅뚜벅 들어오지는 않나 하고 마음이 쪼그라들곤했다.아마 나와 오랫동안 정을 나누면서 한지붕 아래에서 살았던 기억과 추억이 마음 속에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당연 대문간을 바라보는 습관과 산사람이 아닌 죽은 귀신으로 나를 덮친다고 생각하니 무서움증,전율감이 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학창시절 워낙 책과는 담을 쌓았던 만큼 독서이력도 일천하기만 하다.아니 거의 읽지 않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만시지탄이라고 했던가.늦깍이로 책을 접하게 되면서 다양한 장르를 누비는 셈인데 학창시절엔 변변한 도서관도 없었고 책을 사야 할 경제적 형편도 넉넉하지 않았던 것도 환경적 이유가 될 것이다.다만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전과 내지 문제집을 구입하여 시험에 나올 부분은 연필,색연필로 밑줄 짝 그으면서 핵심 부분을 달달달 외우고 시험에 임했다.주지하다시피 논술도 아닌 사지 선다형인 객관식이 대부분인데 교사에 따라서는 시험에 나올 만한 것들에 대해 힌트를 바겐세일과 같이 선심을 쓰기도 했다.아무튼 학창시절 괴담,추리,스릴과 같은 무서움을 유발하는 책을 많이 접하지를 못해서인지 어른이 되어 그러한 장르를 접하고서도 감정과 정서가 무디어 실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주 제목 《테두리 없는 거울》을 포함하여 다섯 편의 소설집 이 글은 츠지무라 미즈키 작가의 어린시절 신사(神社) 주위에서 친구들과 놀다 들어가지 말라는 곳에 들어가 마음으로 겪었던 갑작스런 당황과 무서움증에 사로 잡혔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글이다.사람은 '어떠한 징조에 사로잡힌다'는 말이 있듯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논리를 떠나 전해 내려오는 전설과 민담에 바탕을 둔 괴담은 대대로 후손들에게 전해지면서 하나의 괴담의 틀을 이루고 일반인들의 내면에 깊게 천착하게 된다.'삼인성호'라는 성어(成語)가 있다.없는 것도 여러 사람이 모여 작당을 꾸미게 되면 뭔 모르는 사람들은 이를 곧이 곧대로 믿게 된다는 것이다.

 

 학교의 계단에 산다는 하나코의 이야기(일곱 가지 불가사의 이야기)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야 저주와 형벌이 오지 않는다는 계단의 하나코,한 사람의 죽음의 원인을 놓고 저주냐 분노냐로 설왕설래하는 그네를 타는 다리,죽었다던 소녀가 개집에서 발견되면서 벽 장,세면대 아래에서 시체가 나귕구는 소름 끼치는 섬뜩한 이야기,거울 속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테두리 없는 거울,거울 속의 자신의 미래가 현실에 존재하는 자신에게 피범벅인 손을 내밀고 거울에 비친 미래를 삭제하려는 이야기,누군가를 마음 속에 데려와 분신으로 삼지만 정작 눈에는 보이지 않는 친구 이야기 등이 (사람마다 경험의 차이는 있겠지만) 괴기스러운 공포증을 한 두번쯤은 겪었으리라 생각한다.이 다섯 편의 이야기는 순서별로 도시 전설,분신사바(귀신을 불러내는 놀이),주문,점(占),비가시적인 친구로 정리할 수가 있다.과연 인간의 내면에는 유령,정령,귀신이 살아 꿈틀거리고 있는 걸까.특히 생각하기 싫은 악몽이라고 꾸고 나면 몸에 식은땀이 흥건히 배인다.사람은 독한 생물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나약하기 그지 없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번데기가 껍질을 벗고 성충이 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듯 무서움증 마음먹기에 따라 삶의 통과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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