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세월이 가면
곽의진 지음 / 북치는마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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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자연스럽고 완전하며 아름다움이 눈이 시리도록 감동이 밀려오는 글을 보기 드물게 이 글을 통해 체현했다.'천의무봉'이라고 했던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고 원시의 자연과 바닷바람,천연으로 채색된 풍광이 이렇게도 멋지고 감동을 안겨주리라곤 몰랐다.작가의 글솜씨,눈물겹도록 늙으신 노부를 모시는 정성과 해학적인 말 속에서 인간간의 정과 자연과의 일체가 되는 그런 날이 나에게도 안겨준다면 이 세상에 태어나 사는 보람과 의미,행복이란 무엇인지를 새삼 깨닫게 해주고도 남을 글들이 정겹고 서정적이며 세월의 흐름 속에 도도히 그대로 남아 있는 자연 속의 초목들과 새들의 노래,바지락 바쁘게 움직이는 어민들의 삶의 풍정이 생생하게 녹화되어 있었다.

 

돈과 물질이 지배가 되고 먹고 살기가 빠듯한 현대인들의 각박한 삶은 언제 끝날런지 모르겠다.숨막히는 도회지를 벗어나 태초의 자연이 그대로 살아 숨쉬는 산과 들,바닷가의 마을,촌부들의 손놀림과 인정들이 그렇게도 자연스럽고 인간적이며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나도 어느 정도 여유가 되고 자식들도 장성하여 슬하를 벗어나면 처와 함께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났기에 그 피와 DNA가 가슴 속에 살아있기에 먹고 살 만큼의 경제력과 밭뙤기라도 일구면서 자급자족하는 여유와 마음의 풍요를 실현해 보고 싶다.

 

 

저자 곽의진은 100세가 넘은 노부를 학바위라 부르며 아버지의 마지막 삶을 수발해 드리며 한 편으론 글을 쓰기 위한 전초작업으로 바다를 거닐고 섬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배짱좋게 뱃사람이 되어 바다 위를 가르고 살아있는 바다의 내음과 향기,해산물들의 향연을 모조리 토설한다.늙으시고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는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기 힘들지만 저자의 마지막 효심이라고 마음 먹고 아버지 이부자리,밥상,말벗이 되어 주기도 하다.사람은 좋은 일은 잘 기억을 못하지만 지난 시절의 안좋은 기억은 머리 속에 오래 남는가 보다.노부가 뱉어나는 오래된 책갈피의 사연마냥 털어 놓는 얘기는 듣기엔 거북하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했을 것이다.특히 살아 생전의 어머니께 집안 일을 다 맡기고 사진 찍는다면서 밖으로만 뱅뱅 돌아다니신 아버지가 가끔은 밉기도 하고 어머니 생각에 먼 바다 위를 바라보면서 한 줌의 물고기 밥이 되어 버린 어머니의 유해를 생각하면서 저자는 어머니에 대한 회심으로 가득 찬다.

 

 

바다는 어머니의 가슴과 같다.넓고 이해심 많으며 오래도록 참는 모심의 해량은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을 것이다.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늙으신 아버지의 투정과 사랑은 어느 부모와 똑같을 것이다.사진을 찍고 취재를 하며 만남이라도 있을라치면 일찌감치 아침상을 준비하고 Jeep차로 이동하면서 좋은 풍경에선 가던 길을 멈추고 멋진 포즈를 찍기도 하고 정이 넘치는 어민들의 삶의 애환도 바다에서 금방 건져 올린 파닥거리는 물고기와도 같이 생동감과 투박함이 함께 살아 숨쉰다.

 

 

도회지에 사는 큰 아들과 함께 살다보면 결국 병원에서 장례를 치르고 화장할거 같아 막내딸과 함께 살게 된 노부는 자신의 모든 삶을 체념하고 저자의 할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가기 위해 자연스런 죽음을 연습하고 있다.노부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저자는 남자곰,여자곰으로 생활하다 하나가 없어지는 날엔 순망치한의 념을 크게 느끼리라 생각된다.자연과 바다,저자와 노부,어민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남도 진도와 완도,보길도와 주변의 대둔사 등의 사찰 등지도 볼거리 중의 볼거리였다.세월이 가면 인간도 모든 만물과 함께 태초의 우주 속으로 기어들어가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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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필날 - 오늘은 나의 꽃을 위해 당신의 가슴이 필요한 날입니다
손명찬 지음 / 좋은생각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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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아름다운 덕담이 오고 간다.부담과 짜증이 나지 않을 정도의 신선하고 격려와 위로가 되며 삶에 희망을 안겨 주는 덕담이라면 그저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지나치도록 돈과 물질,서열위주로 한국 사회가 일그러지고 사람과 사람사이가 형식적이며 사무적인 관계로 돌변해 버린지도 오래 되었다.불과 2,30년 전엔 크리스마스 카드,연하장으로 마음과 정성이 담긴 글을 연인이나 신세진 분,존경하는 분에게 마음에서 우러 나오는 생각과 감정을 육필로 꼼꼼하게 써내려 가던 시절은 온데 간데 없고 단문 내지 전화로 간단하게 마지못해 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생각한다.시대가 바뀌면서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도 속도전의 양상으로 바뀌었고 느리고 더딘 것은 참을성이 없이 타는 불에 콩볶아 먹는 형국이니 참으로 씁쓸하기만 하다.

 

무심코 흘러 버릴 소소한 사물과 소재,인간과 인간,인간과 자연을 놓고 손명찬작가는 끊이지 않는 상상의 힘과 창의력과 깊은 사유의 힘이 담긴 철학의 요소를 물씬 풍기게도 시 한 수 한 수가 몸과 마음을 전율케 하고 겨울잠을 자던 마음마저 움트게 하고도 남는다.시란 운율이 있는 정형시도 좋지만 수더분하게 지음과 함께 터놓고 나누는 일상사도 힘이 되고 위로가 되며 내일을 살아가는 자양분이 될 수도 있다.그런면에서 <꽃필 날>은 나의 꽃을 위해 당신의 온기와 바람,적당한 수분이 필요할거 같은 생각과 감정이 해일마냥 밀려 왔다.센스와 유머,깊이가 내재되고 삶의 활력소를 안겨다 주는 시들로 가득찬 봄날의 공원길은 마음껏 휘파람 불며 산책하는거 같다.푸르러 가는 봄의 잉태와 삭막한 아파트 철골의 사각문화를 벗어나 사람이 사람에게 힘과 용기,자극을 주며 상생의 힘마저 보태주는 시구들로 가득차 있기에 감상하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은유와 직유,점층법과 역설법 등을 골고루 구사하고 혹시 이해 못하는 독자들을 위해서인지 자상한 선생님마냥 조근조근 친절하게 설명하는 시들도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오랜만에 솔직담백하며 삶의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전해주는 전령사를 만났기에 고마운 마음마저 스스럼없이 물결쳤다.

 

내 눈과 마음을 후려 내리친 '평범한 속에서 나오다'는 깊은 산 속에서 산삼을 캔 기분이고 모래 속에 깊게 잠든 진주를 캐 올린 환희와 경이의 순간이었다.노력에서 능력 개선 성분을 찾고 인내에서 조바심 억제 성분을 찾고 망각에서 상처 치유 성분을 찾고 믿음에서 뽑아 올린 성분은 관계 개선에 사용가능하고 소망에서 뽑아 낸 성분은 하루를 기쁨으로 충만케 하며 사랑에서 뽑아 낸 성분은 친환경 웃음꽃을 세상에 흩뿌릴 수 있다고 하니 이보다 더 멋진 시구가 어디 있을까 싶다.절로 가슴을 후벼 파기에 당장 실천으로 옮기려 한다.사람은 마음 먹기에 달려 있고 그 의지와 열정의 길이가 얼마만큼 유지되느냐에 따라 나의 꽃을 피우는 시기가 달라지고 그 발휘되는 힘의 강도의 견고성이 달라지리라 생각된다.

 

부모는 자식에게 사랑의 멘토로 다가서고 친구와 연인에겐 믿음과 신뢰로 다가서며 사회와 국가에 정의와 정직,겸손함으로 다가설때 닫히고 소원했던 너와 나의 관계는 스르르 빗장이 열릴 것이며 우리 모두의 꽃을 위해 만인의 가슴은 저절로 다가오리라는 믿음마저 생겼다.개인의 생각과 감정이 변화를 하고 사회와 국가는 소외된 약자를 향해 따뜻한 가슴을 내밀어 준다면 한국 사회의 미래는 밝고 찬연하며 살아가는 맛이 지금보다는 훨씬 농후하게 물들어 가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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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내한테서 찔레꽃 냄새가 난다꼬 - 이지누가 만난 이 땅의 토박이, 성주 문상의 옹
이지누 글.사진 / 호미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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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할아버지께서 대학 1학년시절까지 같은 집에서 함께 살다 가셨다.할아버지께서는 말그대로 질박한 전형적인 촌부였다.작고하시고 한세대가 가까워지고 있지만 생전 할아버지의 모습은 흰 광목에 아침부터 저녁무렵까지 논과 밭일,땔감 준비등으로 등이 휘어질 정도로 억척스럽게 일벌레이셨다.당시 마을에선 최고 연장자이셨기에 새마을 회관에서 잔치라도 열리면 할아버지는 연장자 대접을 받으며 막걸리라도 한 잔 걸치시면 풀기없던 볼에 붉그스름하게 홍조를 띠시며 너털 웃음과 흘러간 노랫가락으로 잔치의 흥을 더하곤 했다.내가 장손이어서인지 늘 내게 관심과 애정을 동생들에게 들키지 않게 아버지께 "잘 해 주어라"라고 당부하시기도 하고 근검절약이 강하셨던 분이셨던 만큼 막걸리 생각이 나시면 쌈지돈을 꺼내어 내게 술 심부름을 간간히 시키셨던 기억도 새롭다.특히 담배를 많이 태우셨던 까닭으로 손톱엔 니코틴 자국이 물들었고 저녁을 드시면 곧장 단잠에 빠지시곤 했으며 새벽 5시 무렵이면 으례 논물을 대러 가기도 하고 논두렁의 풀을 베러 가시며 아침 먹을 시간이면 헛기침을 하시며 대문을 열고 들어오시던 시절도 엊그제 같다.

 

이 글의 문상의 옹(翁)은 조강지처를 먼저 여의고 홀로 살아가시던 중 저자와의 근3년간의 만남의 기록물이다.근 100세를 앞둔 문 옹은 한시도 몸을 쉬지 않고 논과 밭,산으로 나가 일만 죽도록 하는 전형적인 촌부의 모습이고 저자는 첩첩산중에 홀로 사는 할아버지의 말벗이 되어 주고 때론 부족한 일손을 거들어주기도 하는 등 할아버지와의 지근거리의 만남은 다정하기도 하고 외부와의 고립과 소원을 잠시나마 달래주기도 한다.저자는 경북 성주 경찰 식당에서 아침을 들고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날엔 으례 라면 1박스와 건강 음료를 챙겨 간다."이기 누꼬,인자 오는 길이가,언제,밤에 왔디나? 집은 다핀체,어른들도 다 편안하시고......?"

 

정감어린 인삿말과 반가움이 묻어 난다.봄이 되면 논에 볍씨를 뿌리고 모내기를 하며 논두렁의 잡초,피뽑기,고추 모종,벼베기,탈곡,약간의 채소 가꾸기,약나무 채취 등으로 문 옹의 생활의 모습이 수채화마냥 기록되어 있다.도회지에 사는 아들이 버린 양복(가다마이)을 폼나게 작업복으로 삼고 저자가 사진이라도 찍을라치면 양복을 입은 모습으로 렌즈를 향해 포즈를 취한다.그리고 무심히 고개를 숙이고 논과 밭일에 전념하며 저자가 귀가할 시간이 되면 헤어지는 것이 아쉬운 듯 자고 가라고 한다.혼자 사는 것이 무척이나 적적한가 보다.그래도 가겠다고 하면 경상도 사나이의 자존심 때문인지 더 이상 말리지 않고 미나리라도 한움큼 챙겨 준다.탈곡이 끝나면서 저자는 할아버지께 농담으로 새경을 요구하자 할아버지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늙은 호박 두 개로 새경을 대신하는데 그 많은 쌀은 도회지에 사는 자식들에게 주려고 했던거 같다.자식을 사랑하고 생각하는 부모님의 따뜻한 정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문 옹도 부인을 여의고 가묘를 바라보면서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체념이라도 한듯 자신이 죽으면 가야 할 집을 무심코 바라보기도 하며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다짐을 삭인다.15살에 결혼하여 자연을 벗삼아 작은동(鵲隱洞)에서 85년 가량을 살다간 문 옹의 때묻지 않은 질박하고 단촐한 삶의 여정은 돈과 물질이 지배적인 현대인의 삶과 비교가 된다.라면을 좋아하신 문 옹은 식은 밥을 말아 먹자 마자 낫과 괭이,지게,소를 데리고 논과 밭으로 향한다.도회지에서 자라 노동이 몸에 배지 않은 저자는 할아버지의 지칠줄 모르는 근력과 노동에 혀를 내두르기도 하는데 시골 촌부들이 근검 정신으로 일관성 있게 살아온 세월의 두터운 층이 손과 발,얼굴에 고스란히 쓰여져 있음을 새삼 발견하게 된다.

 

저자와 문 옹과의 마지막 만남이 있고 저자가 일로 바쁜 관계로 몇 년이 지나 다시 찾아간 문 옹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가묘가 높게 솟아오른 봉분을 보면서 저자는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저자에게 인생의 짙은 향기를 안겨준 문 옹의 자연스럽고 아름다우며 소박한 삶의 모습을 반추했으리라 생각한다.나또한 이 글을 통해 문 옹과 비슷하게 촌부로 일만 하다 살다가신 할아버지의 생전 모습이 되살아 나고 무뚝뚝했지만 인자하고 배려심이 강하셨던 그 시절이 어제와 같이 선명한 흔적으로 마음에 아로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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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노래하는 천사들 - 케냐 지라니에서 인도 바나나까지 슬럼가에 울려 퍼진 희망 노래 이야기
김재창 지음 / 두란노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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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는 우리라는 단어가 보다 폭이 넓고 친근감과 동시에 화합 정신마저 깃든다.'나'를 중심으로 하는 협소한 개체적 의미는 자신밖에 모르기에 세대간 단절과 소통의 부재의 시대인 현대의 삶에 비춰볼때 극히 삭막하고 쓸쓸하며 인간적인 상생의 정신마저 없게 보인다.나를 벗어나 우리라는 의미로 확대해 가면 상생과 화합,사랑과 희망의 요소를 발견할 수가 있으며 잃어버린 삶의 의미와 가치마처 되찾을 수가 있지 않을까 한다.

 

삶이 아무리 각박하고 차가운 세상이라고 하지만 주위에는 마음 넓고 따뜻하며 인애로 실천해 나가는 멋진 이들이 많다.그래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잃어 버렸다가도 그러한 이들의 자전적 삶을 이력을 보면 꿈과 희망의 끈을 다시 이어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때가 있다.여기 음악과 함께 인생을 살아오고 음악의 세계를 가난하고 굶주리고 있는 케냐와 인도의 어린이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선교하는 저자 김재창과 함께 케냐의 지라니(좋은 이웃)와 인도의 바나나(일으키다,변화시키다)라는 어린이 합창단을 이끌면서 슬픔과 실의에 빠진 어린이들에게 하면 된다는 가능성과 변화의 메시지를 한껏 부여했던 것이다.

 

케냐와 인도는 민족성,종교,의식 등이 다르지만 저자는 그들에게 인내와 관용,진정한 사랑과 헌신으로 다가서려 했고 내한 공연을 성공시키기 위해 여권발급이 되지 않은 어린이들을 위해 해당국의 고위자들을 만나 어린이들의 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과 헌신적인 설득의 결과로 어린이들은 꿈에 그리던 '코리아'를 방문하고 그들은 한국 땅에 감동과 기적의 하모니를 연출했던 것이다.그것은 저자가 기획하고 구상한 눈물겨운 노력의 결실이리라.'No pain,no gain'이듯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특히 외국문화 및 외국인에 대해 폐쇄적인 인도 어린이들에게 음악으로 꿈과 희망을 전파하려 했던 초창기는 저자에게 많은 어려움과 고초가 있었다고 한다.그는 그러한 모든 어려움을 훈련과 반복으로 어린이 합창단을 성사시켰던 공이 크다고 하겠다.

 

케냐와 인도의 슬럼가에 꿈과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어린이들에게 희망 가득찬 미래의 꿈을 이루게 하고 음악으로 정서를 순화시키며 합창단을 통한 협동심과 단결 정신을 그들에게 심어주었던 저자의 용기와 인애 정신은 높게 살만하다.또한 그들에게 생소한 한국을 알리고 한국 문화체험까지 하게 한 저자는 민간외교관으로서도 커다란 활약을 했음에 틀림없다.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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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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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못하는 동물도 보이지 않은 불안의 심리가 얼굴에 쓰여져 있는데 많은 것을 생각하고 고뇌하는 인간에게는 욕망과 탐욕으로 인해 속이 부글부글 끓기도 하고 초조하기도 하며 누군가 나를 뒤쫓아 오는거 마냥 좌불안석이 되기도 하면서 개구멍이라고 숨고 싶을 심정일 것이다.이러한 욕망과 탐욕,죄의식 등으로 인해 생기는 심리적 불안정을 일컫는 불안감은 예나 지금이나 개인과 사회,국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불안 의식과 불안 형태를 띠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탈산업화의 시대,신자본주의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개인의 창의력과 소수정예를 향한 분투,치열한 생존의식과 경쟁을 쉴 수없을 정도로 살아가야만 하는 당위성과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을 갖고 있기에 마음은 썩어가고 불안과 초조,감내하기 힘든 좌절감은 가일층 커져만 간다.그러기에 개인이 갖고 있는 제반 불안요소를 완화하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 제도와 안전망을 강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말이 있다.나와 처지가 비슷한 사람이 하루 아침에 나를 앞질러 가는 꼴을 앉아서 보기 힘들다는 뜻일 것이다.사촌이라해도 그냥 앉아서 땅을 샀을리가 없을 것이다.그 나름대로 돈을 빌렸든 벌어 놓은 돈이 있었든 그 사람의 재력과 능력인데 왠지 모르게 한국 사회 풍토와 인식상 주변 사람이 갑자기 출세하고 두각을 나타내면 축하는 못할 망정 주변과 냉랭하게 되고 관계가 악화되는 경우가 있다.이 역시 넓게 보면 지위,즉 사회적 신분 및 입장으로 인해 발생되는 열등의식과 자격지심이 똬리가 깊게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

 

사회는 제도와 규율,수용가능한 인원을 놓고 수많은 사람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게끔 간접 유도를 하게 되고 이러한 범위에 들어갈 수 있도록 물불 안가리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여 자신과 가족을 위해 혈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심리적인 불안감은 자신의 능력의 한계에서 기인하는 것도 있지만 소득과 지위,명예,가문에 의한 것도 커다란 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불과 몇 십년 전만 해도 '개천에서 용 난다'고 했다.학습동기,목표,인생관,의지,열정이 한데 어우러져 뚝심으로 파고 든다면 설령 돈이 없다 하더라도 원하는 대학,직업,사회적 지위까지 얻을 수가 있지만 지금은 이러한 의지와 노력,열정만으론 안되는 세상이 되어 버린지 오래다.재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부모의 인맥이 튼튼해야 하며 당사자의 스펙과 스토리텔링도 만반의 준비를 해 놓아야 하는 상황에 도래한 것이다.반대로 재력과 인맥이 부실한 경우에는 혹여 사회 낙오자라도 될까봐 아버지,어머니가 서로 맞벌이를 하면서 자식들의 교육과 미래에 전력 투자하고 있는 가련한 한국의 사회 풍토이다.아무튼 그 어느 때보다도 삶의 질이 낮아지고 불투명하고 불안하며 보장이 없는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한국 사회구성원들은 지금보다 정신적으로 나은 행복한 삶이 도래해 보기를 기대해 본다.

 

알랭드 보통은 소설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인간이 갖고 있는 불안 심리를 원인과 해법으로 학문적인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다.왜 불안할까? 지금보다 더 행복한 미래,삶,인간관계,소득과 명예를 위해 목적과 목표 의식을 갖고 있다.모두가 앞과 뒤,옆을 보는 것보다는 위를 바라보면서 살아가는 수직지향적 성향을 갖고 있고 위는 피라미드 형태를 띠고 있는 사회적 구조와 속성으로 인해 위로 오르지 못하는 사람들은 기대심리만큼 좌절도 크리라 생각한다.존에 의하면 통치자는 머리이고,의회는 심장이며,법원은 허리이고,관리와 판사는 눈,귀,혀이며,재무 담당자들은 배와 내장이고,군대는 손이며,농민과 노동자는 발로 비유하고 있다.사랑결핍,속물근성,기대,능력주의,불확실성으로 인해 불안 심리가 발생하고 그것이 원인이라면 철학과 예술,정치,기독교적 관점,보헤미아인들의 삶의 의식을 통해 불안 심리를 줄여 나가는 것을 제시해 주고 있다.

 

지위와 관련하여 근대의 이상도 자연스럽지도 않고 신이 주신 것처럼 보이지도 않게 된다.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 혁명과 산업 생산,정치 조직의 변화에서 사회적 지위,신분의 변화가 뚜렷해지고 개인들간의 경쟁의식은 서서히 커져만 갔던 것이다.또한 언론 매체에서 부각시키고 있는 물질주의,기업가 정신,능력주의에 대한 열망은 체재의 키를 쥐고 있는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있으며 다수는 이 체제에 의해 생계를 유지하며 이러한 지위로 인한 이상 때문에 불편과 불안 의식이 사라지지는 않는 점이다.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여권신장이 커지고 개인의 목소리가 그 어느때보다도 중요시되고 있는 현대에선 정치적 평등과 사회적,경제적 기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기에 체제를 쥐고 있는 소수보다는 그 반대편의 대다수는 계층간 소외의식과 능력의 한계로 인해 불안감과 좌절감을 함께 맛볼 수밖에 없다.

 

사회적 기반이 '능력주의'로 인정 받으면서 경제적 성취는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 거둔 것으로 이해되고 부를 축적한 사람은 일단 주요한 미덕이 최소한 네 가지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창의성,용기,지능,체력이며 겸손이나 경건은 이젠 눈길을 끌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고 과거 사회에서처럼 '행운'이나 '섭리'나 '신'때문이라고 회자되지는 않는다.나아가 실업자는 전사들의 시대에 육체적으로 허약한 사람들처럼 수치(羞恥)를 느끼게 되며 돈으로 윤리적 가치 및 그 소유자의 미덕의 증표까지로도 여기게 되니 그 반대의 부류는 심한 상실감과 우울증,자살로까지 이어지는 악습의 또 다른 현상까지 빚어지게 된다고 생각한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보면 특권을 누리고 높은 지위에 있으며 쾌락을 누리는 사람들에게도 '죽음'이라는 생물학적 관점을 이해한다면 가장 우울하고 잔인한 교훈을 안겨줄 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러한 세속적이고 속물적인 것에 익숙하고 삶을 즐기는 부류들은 주유하고,아름답고,유명하고,권세 있는 사람들의 표본이기에 죽음은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고 그것이 치명적인 것이 될수가 있다고 본다.

 

사회 구성원들간에 불평등 의식과 부조리가 줄어들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정권을 쥔자가 아닌 대다수의 일반인의 사회의 주체가 되는 세상)이 도래된다면 불필요한 욕망과 탐욕은 줄어들 것이며 개인이 느끼는 불안 심리,우울증,자살율 등은 최소화되리라 생각한다.불안이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마음 속의 다짐이 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사회 구성원간의 불신과 부조화,불평등 의식이 크기에 개인부터 국가에 이르는 불안은 정신적으로 부정적이고 소모적인 측면이 강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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