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들의 시간 - 박경리 시집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한국 현대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가를 꼽으라고 한다면 박경리작가를 서슴없이 지목할 수가 있다.구한말부터 해방에 이르기까지의 한국 역사를 '토지'라는 대하소설로 상징적으로 잘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그 속에는 최참판댁을 중심으로 명멸해 갔던 수많은 군중과 일제에 항거하고 삶을 지탱해 가려는 강인한 민중들의 힘이 서려 있기에 감동적이기도 하다.
흔히 박경리작가를 소설가의 대명사로 알고 있지만 '우리들의 시간'속으로 들어가 보면 해방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부군을 잃고 홀로 자립해야 하는 어려운 시기에 현(現)우리은행에 잠깐 근무를 하기도 하면서 틈틈히 시를 쓰기도 했고,김동리작가의 추천으로 등단했던 분이기도 하다.
삶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는 작가의 이번 시에는 129편이 알알이 실려 있다.특히 말년을 원주에서 적적하게 보내는데 자연을 벗삼아 친히 채소도 기르면서 하찮은 미생물,동물에게도 생명의 소중함을 온몸으로 느끼고 자연생태계의 보전이 소중하다는 것을 주장하기도 함을 발견하게 된다.홀로 남은 여생 속에 작가의 고적함과 삶의 초탈을 느끼게도 한다.혼자 남은 것이 외롭기도 하지만 언제가는 떠날 인생이기에 눈 오는 날 눈길을 사북사북 밟고 다시 사북사북 보금자리로 돌아오는 소리는 참으로 처량하기도 하고 애닯기도 하다.
이번 MB정부가 저지른 4대강 운하건설과 관련한 시는 작가가 자연환경,생태보전에 얼마나 관심과 애정이 깊었는지를 반증하고 있다.
국토개발
황하를 다스리는 사람이
천자가 되었던 요순시대
지금은 국토개발
그린벨트 해제가
선거공약이 되는 시대
산은 허물어지고
강은 썩어가고
땅은 메말라 죽어가는데
사람들 마음은 무쇠가 되어
개발 유치를 외치고 있다.
작가의 삶은 고독과 슬픔으로 점철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그것을 승화시키고 진정한 자유인이 되기 위해 살아온 삶을 '바느질'에 비유하고 있다.
바느질
벼개에 머리 얹고 곰곰이 생각하니
그것 다 바느질이 아니었던가
개미 쳇바퀴 돌듯
한 땀 한 땀 기워 나간 흔적들이
글줄로 남은 게 아니었을까
박경리작가의 시 속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함축되어 있다.특히 작가의 삶의 기조에는 자유의지,삶의 진실,생명의 본질,자기 연민과 생명의 추구,편안함과 홀가분함으로 대변하는 진정한 자유를 노래하고 있다.
작가이면서 한 인간으로서 찌든 물질문명의 세속을 벗어나 자연과 일체가 되어 살아 간 박경리작가의 삶 속에는 매체에 드러나지 않았던 생각과 감정이 휴머니즘에 입각하여 잘 보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