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과 태양이 지구를 중심으로 서로 반대편에 위치하게 되는 충(衝) 상태에 놓인 어느날 일군의 천문학자들에 의해 화성의 표면에서 폭팔이 관측된다. 대중의 관심 밖에 있던 화성 표면의 폭팔은 유성처럼 착륙한 화성인의 급작스러운 침공의 전조임이 드러나고, 월등한 무기와 과학기술을 앞세운 화성인의 잔혹한 학살 앞에 인간들은 무력하게 내몰리는게 된다.


 1898년에 쓰여진 '우주전쟁'은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반복적으로 재생산되어 왔는데 1938년에 미국 감독 오슨 웰스에 의해 제작된 라디오 드라마는 믿기지 않게도 미국 전역을 패닉을 몰아 넣을 정도로 충격적인 현실감을 부여했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아무래도 팀 버튼 감독의 각색으로 재해석된 '화성침공'과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하고 톰 크루즈가 주연했던 '우주전쟁'이 아닌가싶다.















 참고로 팀 버튼의 '화성침공'은 원작의 플롯만을 빌려와 팀 버튼 감독식의 유머로 완전히 재해석한 작품이기에 '우주전쟁'의 원작을 소재로 했음에도 궤를 달리하는 작품으로 비춰지는듯하다.

 역사적으로 기술적으로 발달한 문명과 원시 문명의 비대칭적 만남은 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의 주장과 같이 '문명'과 '야만'의 이분법적 사유에 의해 자주 제노사이드나 홀로코스트와 같은 비극적 결말을 불러오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호주에 정착지를 건설한 영국의 조직적인 인간사냥으로 인해 당시에 5,000 ~ 15,000명으로 추산되던 '태즈메이니아' 원주민은 불과 30년만에 300명 정도만 남게 되었고, 1876년 '투루가니니'의 사망으로 마지막  '태즈메이니아'인이 사라지게 된다.

 영국에서 출간되었음에도 당시 영국인들에게는 치부일 수도 있는 '태즈메이니아'를 거론하면서 '우주전쟁'이 단지 현실을 소외시키는 가상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식민지를 바라보는 당시의 시대정신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음을 분명하게 밝힌다.

 우주전쟁 속 외계인은 비약적으로 발달한 뇌와 그에 비해 퇴화되다시피한 신체, 그리고 빈약한 신체를 대체하는 트라이포드로 불리는 전투 기계와 자동화 장치, 열선 무기, 테라포밍 등 그동안 접해왔던 다양한 SF작품 속 외계인의 기본적인 모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외계의 이형적인 문화와의 접촉이 폭력적인 양상으로 이어진다는 설정은 류츠 신의 '삼체'나 조 홀드먼의 '영원한 전쟁', 존 스칼지의 '노인의 전쟁',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스타십 트루퍼스' 등 다양한 작품 속 주제이기도 하다.


























 외계인과의 첫 번째 조우를 묘사한 부분이나 이후 일어나는 파괴적 학살, 그속에서 펼쳐지는 살아남기 위한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 무엇보다도 비록 내행성계에 국한되지만 우주적 관점에서 외계 행성에 대한 기대감과 두려움 등 120년 전 소설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짜임새와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19세기 말엽 그 누구도, 똑같이 탄생과 죽음을 경험하면서도 인류보다 훨씬 높은 지능을 가진 강력한 존재가 자신들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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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 가는 사람들 스텔라 오디세이 트릴로지
김보영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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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파멸이후 인류를 과학기술로 지배하여 신이 되려는 이야기는 '충분히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는 '아서 C. 클라크'의 삼법칙이 떠올랐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바탕으로 상대성이론으로 도달할 미래에 대한 역설이라고 할 수 있을까. 김보영 작가의 센스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죽음 이후 영혼의 세계를 광속의 세계로 표현한 세번째 이야기 역시 생각하지 못했던 소재였고, 창조의 이야기를 다룬 네번째 이야기는 '아서 C. 클라크'의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버금가는 플롯이 아닌가 싶다.

프리퀄인 1, 2부는 솔직히 내 취향이 아닌 탓에 김보영 작가의 진가를 느끼지 못했었는데, 본편인 3부는 독특한 플롯과 철학적(?) 사유가 독보적이라 내 취향에는 좀 더 맞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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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스텔라 오디세이 트릴로지
김보영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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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명화였나? 어릴 때 TV에서 본 '타임머신'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떠오른다. 'H. G. 웰스'의 원작으로 1960년과 2002년도 두 번에 걸쳐 영화화 되었다. 두 작품 모두 봤지만 1960년에 제작된 영화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개발한 시간여행 기계를 타고 미래를 향해 여행을 떠난다. 핵전쟁으로 문명이 사라진 세상까지 도달해서 이상적인 여인을 만나게 되고, 식인종이 되어버린 지저인의 위협을 피해 현재로 되돌아 오지만,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다시 미래로 여행을 떠나는 마지막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김보영의 소설 속 남자의 기대와 인내는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미래로 여행을 떠나는 영화 속 남자의 마지막 장면과 오버랩된다. 영화에서는 편리하게도 미래와 과거를 오가며 위기를 타계하지만, 상대성이론 효과로 시간여행을 하는 두 남녀의 엇갈린 시간선에서의 만남의 위기는 일방향인 미래 속에서 극복 불가능해 보인다.

보통 SF 장르가 SF적 장치나 요소를 스토리와 함께 쌍두마차처럼 활용하는데 반해, 여기에서는 오히려 스토리가 주가 되어 SF적인 요소는 양념처럼 살짝 뿌려져서 감정을 움직이는 장치로 견인력을 발휘한다. 상대성이론은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오셀로'의 두 연인에게 엇갈린 운명처럼 작용하는 장치이다. 신파처럼 느껴지는 애인에게 보내는 남자의 편지에 절절함을 담아내는 장치로 활용한 점이 아마도 이 작품을 비범한 SF 작품으로 만든 힘이며, 미국 하퍼콜린스의 판권 계약을 끌어낼 수 있었으리라.

미래의 희망적 기대를 절망적 사건 속에서 기다리며 힘겹게 나아가는 남자의 결말은 남겨진 여자의 메모들로 인해 강한 뒷 맛을 남긴다.

좋은 평을 남기고 별 세 개인 이유는 개인 취향과는 조금 다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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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세종 더 그레이트 킹 세종 더 그레이트
조 메노스키 지음, 정윤희, 정다솜, Stella Cho 외 옮김 / 핏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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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이라 생각하고 읽기에는 기시감이 큰 줄거리. 한류에 대한 관심을 넘어 한빠인듯 착각하게 만드는 스타트랙 작가가 본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이야기.


스토리는 솔직히 평이했지만 한글의 자음과 모음이 한옥 문살 모양에서 유래했다는 얼토당토 않은 동화가 아닌 한글 창제의 과학성에 기반을 두고 있어 단순한 한류 팬이 아닌 제대로 한빠가 맞는 듯.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기를 영어 소설로 쓴 '스타트렉' 작가 조 메노키스가 중앙일보에 손수 쓴 한국말 인사를 보냈다. [사진 사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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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왕좌의 게임 : 얼음과 불의 노래 제1부 얼음과 불의 노래 1
조지 R. R. 마틴 지음, 이수현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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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 전부터 화제가 된 HBO의 대작 TV 시리즈 ‘왕좌의 게임‘이 종방된지도 벌써 2년이 지났다. 원작소설은 정식 번역되기전부터 유명했지만 드라마와 함께 번역본을 통해 접하게 되었고, 번역의 질이 문제가 되어 5부까지 구입해서 읽은 책을 새 번역판으로 다시 eBook을 구매해서 읽을 요량으로 구매해서 묵혀(?)두었다.

2권의 스핀오프가 추가로 발행되어 역시 eBook으로 구매해서 쟁여두었지만, 오역 논란이 일었던 5권까지만 발행되고 6권은 TV 시리즈 대본에 너무 힘을 쓴건지 아직도 미완인 상태. 조지 R. R. 마틴이 70대인걸 감안하면 독자들의 우려처럼 TV 드라마와 달리 미완으로 끝나는 건 아닌지.

1권만 벌써 세 번째 읽은 것 같은데, 여전히 1권의 메인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던 에다드의 어이없는 죽음은 충격적이다.

판타지 소설은 보통 정의가 살아남기 마련인데 조지 R. R. 마틴은 우선 살아남아야 정의를 펼칠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여담이지만 스타크 가문의 가언인 ‘겨울이 오고 있다‘는 최근 약세를 면하지 못하는 반도체 증시를 두고 모건스탠리가 ‘Memory-Winter is coming‘이라고 증시보고서 제목에도 인용할 정도로 유명하다.

최근 코로나 확진 추세 역시 세기의 ‘겨울이 오고‘있는듯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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