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웨이크
무르 래퍼티 지음, 신해경 옮김 / 아작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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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된 우주공간의 폐쇄된 우주선, 갑작스러운 동면 해제에 이어 펼쳐진 사고현장 속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주인공, 고장난 인공지능, 복제인간 등 SF 스릴러의 단골 소재들이 총막라되어 솔직히 너무 전형적인 방식으로 시작해서 점수 까먹고 들어간 소설.

똑같은 재료라도 맛집의 음식이 별다른 것처럼 개성있는 소설의 플롯 덕분에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무렴 휴고상과 네블러상에 최종 노미네이트된 작품인데 무언가 비범한 구석이 있었겠지.

동면상태로 새로운 행성을 향해 4백년간 동면 중인 승객을 위해 클론 복제 기술을 활용한 세대 우주선이라는 구성이 사건과 반전 결말의 중심이 된다. 주인공들과 우주선의 모든 승객을 위기로 몰아넣은 먼치킨스런 악역이 반전 결말의 또다른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주인공들의 짧지 않은 사연이 퍼즐처럼 제시되고 마지막에 조립되는 구조는 산만한 느낌이지만 집중을 흩어놓을 정도는 않는다.

에픽 스토리라고 보기에는 살짝 부족하지만 밀실 살인을 다룬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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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휴고상'과 SF 판타지 작가 협회가 주최하는 '네블러상'을 모두 석권. 휴고상이 수천명의 일반 독자에게 선택을 받아 대중성을 인정받은 것이라면, 네블러상은 소수의 전문가의 심사를 통해 전문성을 인정받아서 진정한 레전드 SF 소설임을 증명한다고 할 수 있다.


SF계는 전통적으로 백인이 주인공인 경우가 많았다. (외계인은 있고, 유색인은 없는 이상한 SF! 프레시안) 최근 들어서야 테드 창이나 류츠 신 등의 중국계 SF작가들의 작품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아프리카계 여성작가들 또한 이름을 올리기 시작하고 있다.


'다섯 번째 계절'로 시작되는 부서진 대지 3부작은 '차별'을 키워드로 이에 순응하여 감내할 수밖에 없는 '오로진'으로 불리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내게는 차별을 거부할 특권이 없었다" 차별의 세상에 던지는 '한 방' 같은 소설 경향신문)


 세계관을 소개하는 도입부인 '다섯 번째 계절'과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구조에 대한 배경이 되는 '오벨리스크의 문', 그리고 갈등이 해소되는 마지막 편인 '석조하늘'은 씨줄과 날줄로 엮어낸 듯 잘 짜여져서 읽는내내 지루할 틈 없이 호기심과 재미를 충족시켜 줬다. 그러면서도 '차별'에 대한 독특한 시선을 유지하여 단순한 흥미꺼리에 치우지지 않게 만드는 저자만의 스토리텔링은 과연 각종 수상을 휩쓸만 하다는 점에서 이견이 없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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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해안 연대기 - 기프트.보이스.파워 서부해안 연대기 3부작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 시공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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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독 어슐러 K. 르 귄의 소설에 끌리게 되는 이유는 영웅적인 면모라고는 찾기 힘든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주인공이 그를 둘러싼 사회적 모순을 극복하고 내면의 힘을 키워서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는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방식 때문이다.

'어스시의 마법사' 시리즈가 처음 접했던 작품이라 판타지 소설가라고만 생각했으나 '헤인 연대기' 시리즈를 통해 이전 판타지 소설 작가임을 잊게 될 정도로 SF작가로의 인상이 강하게 남았다.

'서부해안 연대기'를 구성하는 세 개의 이야기는 '어스시의 마법사'와는 결이 다른 세 주인공의 성장 이야기이다. 기프트를 제외하고 청소년기에 집중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부모의 기대와 다른 자신만의 미래를 선택하게 되는 '기프트'와 자신의 내면에서 자기만의 재능을 알아가게 되는 '보이스', 그리고 익숙한 환경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는 '파워'라는 세가지 연작을 통해 구조적이거나 환경적인 장애들을 극복해나가는 청소년 성장 소설이다. 그녀의 작품 전반에 흐르는 사회구조적 모순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주인공의 환경으로 주어져 단순한 성장소설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참여적 비판의 날을 벼린다.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는 원동력은 외부의 조언이나 멘토인 어른의 가르침이 아니라 자신에게 새로운 걸음을 내딪게 하는 자기 자신만의 '용기'이다.

'어스시의 마법사'가 삶을 바라보는 '성찰'에 대한 어른의 이야기라면 '서부해안 연대기'는 미래의 성장을 위해 가져야할 '용기'에 관한 청소년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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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다섯 번째 계절 - 부서진 대지 3부작 1 부서진 대지 3부작 1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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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슐러 K. 르 귄의 어스시의 마법사 시리즈와 헤인 시리즈, 그리고 서부해안연대기를 모두 끌어모아 놓은 듯하면서도 독창적인 이야기와 플롯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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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 모멘트 아케이드 + 테세우스의 배 + 그 이름, 찬란 + 네 영혼의 새장 + 트리퍼
황모과 외 지음 / 허블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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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장르는 단순히 과학적 소재만을 늘어놓은 사변이 아닌 완성미를 갖춘 문학이다. SF 문학작품이 괴짜들의 비주류 장르가 아닌 가장 대중적인 장르로 자리잡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학상 수상작품집의 경우 일단은 아마추어의 경쟁 속에서 기성작가 등으로 구성된 심사단에 의해 뽑힌 작품이므로 매번 완성도 높은 좋은 작품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수상작들은 대체로 그 편차가 심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오히려 그런 리스크(?)를 감안하고 읽는 재미는 쫄깃하기까지 하다. 그렇게 김초엽 작가의 작품을 처음 읽었고, 올 해는 황모과 작가의 작품을 만나게 됐다.

스토리가 아닌 그안에 담겨진 감정을 뽑아 오픈마켓에 유통시킨다는 플롯은 짤방만으로 TV채널을 대체하고 있는 유튜브처럼 왠지 익숙하면서도 모멘트라는 타인의 감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한다는 소재의 신선함이 함께 다가온다. 게다가 굳이 SF장르가 아니더라도 왠만한 문학상은 수상할 것만 같은 문학적으로도 완성된 느낌이라 편안하게 잘 읽혔다. 기본기가 탄탄한 느낌이라 황모과 작가의 차기작이 벌써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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