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이황의 자취를 따라가는 영남기행 

내려가는 버스안에서 노무현 전대통령의 서거소식을 접했다.  

조선시대 사화와 노무현.. 

진퇴 시기가 생사를 가르는 것이 정치인가..  

한번도 지지자 였던 적이 없으나, 

우리 역사상 가장 저평가 받는 대통령이라 늘 생각해 왔었는데..

괜스레 미안하고 울적한 마음이 된다. 

홀로 맥주 세캔을 들이키고 

오랜만에 집에와 몸을 누인다.

어젯밤 꿈에 생전 안보이던 사람이 보였는데, 

오늘 아침 메일을 열어보니, 

'**님의 생일축하 50%쿠폰'이 메일로 와 있었다. 

뭐하러 웹사이트는 대신 가입해줘가지고.. 흠. 

그거보다, 거 참 그 긴세월이 지났어도, 

나는 무의식중에 생일을 기억한단 말인가.. 

참 신기하다. 

오늘 일이 끝나면 밀린 서평이랑 여행기도 올려야겠다. 

아~~ 근데 사진을 정리하는 건 너무너무너무너무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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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 타이거즈와 김대중
김은식 지음 / 이상미디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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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79년생 포항 사람이지만 어려서 부터 해태의 소녀팬이었다.

이것으로 내가 집안내에서 받은 박해만해도 책한권은 낼 법한데, 나에 앞서 만년 꼴찌 삼미의 팬이었던 73년생 저자가 맛갈나는 글로 80년 광주, 김대중, 해태 타이거즈를 키로 우리 사회의 근현대사와 야구사를 훑어냈다. 

나는 스포츠의 묘미는 돈으로도 합리적 전력으로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그 1%의 불가능성에 있다고 본다. 돈과 최강 선수진을 가진 삼성이 해태의 번번히 물먹는 모습, 그 덕분에 우리집 남자들이 펄쩍 뛰는 모습을 보는 것이 집안네 약자였던 내게 얼마나 통쾌했는지 말로 다할 수 없다. 

여기 광주, 내 가족의 피로 얼룩진 거리에 밥벌이를 위해 매일 나서야 했던, 두사람만 모여도 살피는 눈이 달라붙고, 막걸리 국가보안법이 횡횡하던 그 시절 유일하게 사람들이 모여 목놓아 목포의 눈물을 외칠 수 있었던 그 곳의 소중함을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아무리 3S 정책에 의해 시행한 프로야구일지라도 해태타이거즈가 광주사람들에게 준 위안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것이리라. 

닉 혼비는 피버피치라는 책에서

"적어도 축구에 있어서 충성심이라는 것은, 용기나 친절 같은 도덕적 선택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사마귀나 혹처럼 일단 생겨나면 떼어낼 수 없는 것이다. 결혼도 그 정도로 융통성 없는 관계는 아니다. 바람을 피우듯이 잠깐동안 토튼햄을 기웃거리는 아스날 팬은 단 한 사람도 없다. 물론 축구팬에게도 이혼은 가능하다. 그러나 재혼은 불가능하다. 나의 경우 지난 23년 동안 아스날로부터 도망칠 궁리를 했던 적도 많았지만 그럴 방법은 전혀 없었다"

라고 언급했다. 

내게도 10년의 해태 팬을 생활 중 말미의 몇년, 모기업 부도로 주요 선수들을 모두 팔아치우고 시즌 최하위를 맴도는 해태를 보면서도 떠날 수 없었고, 진정 해태를 위해서 안타까웠고 어떻게든 이름이라도 지키기를 바라는 애끓는 마음으로 바라봤다. 해태가 기아로 바뀐 이후 나는 야구와 이혼을 했다. 더이상 돈이 아니라 긍지로 이기는 스포츠는 내게는 없었기 때문이다.

20년간의 한국 프로야구의 부침과 명승부는 근성이라는 건 무엇인지, 약자라도 한번 강자의 발꿈치를 물기 위해 도전하는 용기는 어떤 것인지를 눈물겹게 보여준다. 우리나라 아마와 프로 초창기의 선수 혹사는 전설처럼 떠돌지만 그래도 팀의 한승을 보태기 위해 했던 그들의 피나는 노력을 선수 한사람 한사람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언급하며 정리해 준다.

광주, 김대중, 해태타이거즈 어느 하나라도 당신의 마음을 흔든다면 이 책은 매력적인 독서가 될 것이다. 나는 강자였지만 약자의 방식으로 처절하게 싸웠던 그들을 기억하며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하고 흐르는 눈물을 누가 볼새라 훔치며 읽었다. 

<책 속의 몇 구절> 

P252~254

 그러나 한국 야구는 다르다. 거의 해마다 팬들에게 단순한 꼴찌 이상의 비애를 맛보게 했던 나의 사랑 삼미와 후계자도 없이 증발해버린 쌍방울은 물론이고 막강한 정치력과 자금력을 가지고도 항상 슬픈 골리앗 역을 맡아주었던 무관의 제왕 삼성, 서울을 연고지로 가졌지만 별 볼 일 없었던 LG와 두산, 그리고 가장 많고 열성적인 팬을 가졌지만 그들에게 짙은 한만 쌓아준 롯데. 그리고 그 시절 '대한민국의 양키즈, 혹은 요미우리'라고 믿어왔던 9회 우승의 해태 타이거즈 마저 IMF의 직격탄을 맞고 한 순간에 무너져 버리며 깊은 상처를 주고 사라진, 저마다 한과 꿈과 좌절과 낙담의 역사 속에서 웃음과 눈물을 함께 떠올리게 하는 고만고만한 난장이들의 모자이크. 중심이 없는 주변들의 세계. 그래서 저마다 한 편으로는 각자 경험했던 승리의 위대함으로 우열을 다투다가도 때로는 반대로 각자 감내해야 했던 뼈아픈 굴욕과 비애를 가지고 순위를 가리려는 팬들의 사회. 당장은 티격태격하면서도 한 세월 지나 떠올리면 서로를 동정하고 공감하며 함께하고 나눌 것이 있는 이야기 덩어리. 

 그래서 꼴찌 팀 삼미의 옛 팬이 오늘 해태 타이거즈를 그리워한다. 강자였지만 약자의 방식으로 싸웠고 승자였지만 패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팀. 그래서 약자와패자들도 얼음 계곡물에 몸 한 번 담그고 정신 바짝 차리면 강자의 발목이라도 한 번 물어뜯을 수 있다고 악을 쓰며 항변하는 듯했던 그 몸짓들을 그리워 한다. 그래서 전라도라는 이유로 빨갱이라는 누명으로 혹은 이런저런 이유로 눌리고 밟히면서도 고개 빳빳이 쳐들고 일어섰던 해태 타이거즈의 기억을 빌어 돈이 없다는 이유로, 재능이 없다는 이유로 밀쳐지고 떠밀려지는 세상에서 포기하지 않고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빠르고 경쟁적인 세상에서 우아한 야구를 보여준 삼미슈퍼스타즈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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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5-22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프로야구에 관한 또 한권의 책이군요.
근데 휘모리님은 포항분이네요^^ 제 고모가 포항근처 구룡포의 사시고 계시거든요.뭐 예전에 과메기 자주 얻어먹었는데 휘모리님도 과메기 좋아하세요?

무해한모리군 2009-05-22 16:29   좋아요 0 | URL
과메기는 별로 안좋아고, 돈배기(고래고기를 다져 산적모양으로 만든 것)은 좋아합니다 ^^

노이에자이트 2009-05-22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와닿습니다.광주 광역시에 살거든요.
포항 하면 저는 보경사 골짜기 폭포가 생각납니다.방송에서 봤는데 정말 멋지더군요.가보셨는지요?

무해한모리군 2009-05-24 20:05   좋아요 0 | URL
어머 보경사를 가보셨군요..
제가 즐겨가는 나들이 코스랍니다.
저는 무등산이 참좋아요.
고3때 광주를 처음 갔을데 그 잔잔한 풍경이 어찌나 좋던지요.

노이에자이트 2009-05-25 15:20   좋아요 0 | URL
방송에서만 봤어요.자주 가다니 좋겠습니다.
무등산은 가물어도 골짜기 물이 안 마르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카스피 2009-05-22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FTA반대휘모리님 돔베기는 고래고기가 아니고 상어고기인데요^^;;;

무해한모리군 2009-05-24 20:04   좋아요 0 | URL
아니 그게 상어였단 말입니까 ㅎㅎㅎ
제수로 늘 쓰면서도 뭐 잘 몰랐다는거..

비로그인 2009-05-23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순철, 한대화, 조계현, 이강철, 선동렬 그리고 당시 막내 이종범. 당시 저는 예를 들어 빙그레 이글스와 경기가 있다면 빙그레에서 나오는 바나나 우유를 마시지 않고 해태를 응원하곤 했었죠. 굳이 지역연고에 따라 팀을 응원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만 저도 해태를 응원한 이유가 이성적이라거나 합리적이었던 건 아니죠. 서울 살면서도 LG트윈스를 무지하게 싫어하기도 했고요.

무해한모리군 2009-05-24 20:07   좋아요 0 | URL
저는 장채근을 좋아했어요~
아하 리플리님께는 반골의 피가 흐르는게 아닐까요?
 
예수전
김규항 지음 / 돌베개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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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좌파로 불리는 김규항이 강독의 형식으로 마르코복음을 읽고 자기나름의 해설을 덧붙였다. 

저자는 예수를 교리대로 살기 위해 고통과 헌신을 감수할 것을 요구하는 자가 아니라 오히려 삶을 즐기고 더 많이 행복하라고 말하는 자, 즉 '먹고 마시길 즐기는 자'로 우리에게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이 실은 인생의 진짜 즐거움과 진짜 행복을 좇는 일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리는 자로 해석한다. 

여자, 아이들, 병자, 변방 이민족들까지 두루 아우르며, 가장 낮은 자를 섬기는 임금으로 살았던 예수의 삶을 성서의 구절들을 하나하나 인용해 밝혀본다. 많은 이적들 어디에도 '나'를 세우지 않고 '당신의 믿음'이 그들을 살렸다고 말하며, 고통받는 자들에게는 애끊는 마음으로 함께하면서도 위선적인 율법자, 지배자에게는 누구보다 단호한 분노를 보인다. 

오늘날 '돈을 많이 번 사람은 하느님에게 축복받은 것', '예수는 비폭력주의자' 였다는 주장들이 예수 자신의 의중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도 보여준다.  

예수는 결코 돈을 많이 번 사람을 축복받은 사람으로 인정해 가난한 사람은 반대로 죄가 있는 것처럼 소외시키지 않았으며, 이교도와 천대받던 세리들, 죄수들과 함께 먹고 마셨다. 오히려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단언하지 않았던가. 저 높은 곳의 하느님이 아닌 우리 눈 앞에 일어나는 불의와 학살과 온갖 참상 속에서 함께 고통받는 분으로서의 하느님, 곧 가장 약한 어린아이 하나를 섬기는 것이 하느님을 섬기는 것과 같이 보았던 사람이 예수이다.   

예수의 평화는 저항으로서의 평화였다는 것을 밝힌다. 평화는 무작정하게 조용하고 온순한 상태가 아니라 '온 세상이 잃어버린 조화를 회복하는 것' 모든 사람이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는 노력이야 말로 평화로운 일이라고 봤다. 실제 예수는 예루살렘의 회당앞에서 사제들과 결합해 높은 가격에 제물을 파는 장터를 생의 마지막 날들에 엎어버린다. 또한 지배자 로마군대를 인민에게 들린 귀신에 비유하여, 돼지 몸으로 보내 호수에 빠트려 죽이는 서슬퍼런 비유도 서슴치 않는 이 이기도 했다. 

김규항은 예수가 왜 사형을 당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예수에 대한 바른 이해를 하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로마 뿐만 아니라 로마에 빌붙은 같은 민족 지배층, 또 이스라엘의 전통과 역사를 지키고 백성들을 돕고 있는 것처럼 일견 보이지만 온갖 율법들로 가난한 민중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하는 바리사이인들과 율법학자들에 의해 탄압을 받는다. 즉 지배체제에 의해 사행당했다고 보는 것이다. 

김규항은 갈릴래아 변방, 로마와 유다의 지주들에게 이중으로 착취당하고 있던 가난한 사람들의 땅의 한 청년이 매시아로 그 시대 사람들에게 등불이 되었으며 왜 죽임을 당해야만 했는지를 말한다. 김규항의 책속의 예수는 2000년 후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거짓 믿음과 거짓 교회가 판치는 이 사회에, 이 잔인한 자본주의 시대에 그저 순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우리에게 죽음으로서 아니라고, 바르게 사는 삶은 '나를 이해하고, 나처럼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전태일은 학교를 다닌 기간이 다 합쳐야 4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노동법을 읽고 제 목숨을 버릴 줄 알았다. 여기 무수한 책을 읽은 나는 참으로 알고 있는지 반성이 된다. 

<책속의 구절들> 

P13

예수는 새로운 사회의 실체는 그 체제나 법 같은 형식에 있는게 아니라 바로 그 사회 성원들의 지배적인 삶의 방향과 결에 있음을 되새겨 준다. 

P32

예수에게 하느님은 권위적인 아버지가 아니라 다정한 엄마와 같은 존재다. 예수는 '하느님은 우리에게 명령하고 누르는 분이 아니라 우리를 이해하며 우리와 대화하려 하는 분'이라고 가르친다. 

P54~56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서 생겼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서 생기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인자는 또한 안식일의 주인입니다.

(중략)

하느님이 사람을 괴롭히고 옥죄기 위해 율법을 준게 아니라 사람을 더 사람답게 행복하게 살게 하기 위해 율법을 준 것이다. 사람을 괴롭히고 옥죄는 율법은 더 이상 하느님의 율법이 아니다.

=================

나의 생각 : 제도가 사람을 위해 생긴것이지, 사람이 제도를 위해 살지 않는다. 최근 장애인분을 위해 정류장이 아닌 병원 앞에 세워준 버스기사에게 벌금을 부과한 판사는 이 점을 고민해 봐야한다.

P68

신앙은 '하느님을 대상으로 하는 인간의 종교 행위'가 아니라 성령의 활동, 즉 '하느님이 진행하는 역사에 인간이 참여하는 행위'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신앙은 인간이 만든 종교체제와 교리의 테두리 안에서의 성실과 충성이 아니라, 지금 여기 현실 속에서 하느님이 벌이고 있는 역사, 즉 하느님 나라 운동에의 참여인 것이다.

P73

말을 알아듣는다는 것은 그 말을 이해하고 느끼는 건 물론이려니와 삶에 새겨 실천하는 것이다.

P80

변화는 오히려 비현실적인 꿈을 꾼다며 비웃음과 조롱을 받는 사람들,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사람들의 끈기 있는 노력에 의해 일어난다. 도무지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던, 변화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비현실적이라 느껴지던 세상이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변화한다. 그리고 그 변화로 일어난 혜택은 시나퍼의 그늘처럼 모든 사람, 그들을 비웃고 조롱한 사람들은 물론 그들을 적대하고 탄압한 사람들에게까지 고루 나누어진다. 역사에서 보듯 세상의 변화는 늘 그래왔고 지금 이순간도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것 같은 지금 쉬지 않고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P103

하느님 나라 운동에 임하는 사람은 운동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내가 무엇을 하는가'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쓰이는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P110

진정한 나눔은 적선이나 자선이 아니라 적선과 자선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다.

(중략)

누구든 제 능력과 개성에 맞추어 정직하게 일하는 것만으로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품위와 자존심을 유지하며 살아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려는 노력이다. 

P185

남보다 많이 갖는 게 축복이 아니라 내 것을 없애서 우리의 것으로 만드는게 축복이라고 말한다. 

P196

정교분리 원칙은 교회가 무작정 정치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교회가 지배세력의 일부가 되거나 야합하지 않는다는 뜻을 가진다. 

P210

가난한 사람은 남보다 적게 가짐으로써 모든 사람이 고루 갖게 하는 훌륭한 사람이다. '가난한 사람에게 복이 있으며 하느님 나라는 가난한 사람들의 것'이라는 예수의 말은 그러므로 당연한 이치일 뿐이다. 

복되어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 나라가 그대들의 것이니.

복되어라, 지금 굶주리는 사람들!

그대들은 배부르게 되리니.

복되어라, 지금 우는 사람들!

그대들은 웃게 되리니.

(루가 6:20~21)

<함께 읽으면 좋을 책>


 

김규항씨와 같은 한신대 출신의 신학자입니다. 학자인 만큼 일목요연하면서도, 대중들이 쉽게 이해하게 쓰여진 책입니다. 평소에 의심이 가던 성서의 많은 구절들이 이 책을 읽고 수긍할 수 있었습니다.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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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5-22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서는 전 세계 많은 이들이 믿는 기독교의 경전이지만 의외로 자의적으로 해석할 부분이 무척 많습니다.성서를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몰몬교도 나오고 통일교도 나오고 요즘 말썽이 많은 JSM(?)인가도 있고 아무튼 타 종교에 비해 의외로 이단이 많은 종교지요.
이 책도 지은이가 자의적으로 해석한 책들중의 하나인것 같군요.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면 읽기 좀 그렇겠지만 나름대로 이런 책들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것 같습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05-22 16:31   좋아요 0 | URL
교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마음 아니겠습니까?
가끔 염화미소를 떠올리는데, 부처가 연꽃을 들어올리는 마음을 아는것처럼 시공을 넘은 예수의 마음의 이해, 그렇게 살려고 하는 것이 핵심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저는 그닥 그렇지만 저희 어머니는 나름 독실하신데, '똥누는 것도 예수쟁이처럼'이 모토십니다. 참 맞는 말인듯 합니다.
 
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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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고른 이유는 나쓰메 소세키를 좋아하기 때문이고, 목차에 있는 '왜 일해야 하나' '왜 살아야 하나' '결혼은 해도 될까' 같은  질문들이 나 역시 괴롭히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막스베버와 나쓰메 소세키를 소재로해 살아가면서 흔히 부딪히는 질문에 대해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도반으로, 선배로 응원의 편지를 보내왔다. 

나의 컴플렉스는 꽤나 진지한데다 심심한 놈이라는 거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가볍게 대답해야 할 대목에 진지하고 예민하게 대답해버리는 참 사교성이 떨어지는 인간이다. 그런 내게 강상중은 더 진지하라고, 끝까지 고민하라고 말한다. 

이 책의 목차를 보자.

나는 누구인지, 돈이 세계의 전부인지, 제대로 안다는 건 뭔지 등 도저히 고민해봐야 답도 없고 쓸데도 없을 거 같은 질문들이다. 그러나 젊은 시절 누구나 한번쯤 심취해 보는 주제이기도 하다. 김상중은 현대사회의 높은 자살율과 우울증의 원인은 조각난 개인으로 살아가면서 이런 질문들에 대해 답하지 않고 얼음의 표면만 지치면서 살아가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인간은 기본적으로 사회로 부터 인정받지 않고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없고,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어떻게 자아중심성을 극복하고, 타자와 상호인정과 배려가 있는 관계를 만들어 갈 것인지 함께 고민한다. 

물론 이 책이 답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큰 위안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삶에 대해 답없는 고민에 빠져있는 많은 진지한 청춘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책 속의 몇 구절>

p2

막스 베버는 서양 근대 문명의 근본원리를 '합리화'로 보고, 그것을 통해 인간 사회가 해체되고 개인이 등장해서 가치관과 지식의 모습이 분화해 가는 과정을 해명하려고 했습니다. 그것은 나쓰메 소세키가 묘사한 세계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는 문명이 발전하면 할수록 인간은 구원받기 힘든 고립의 상태에 이른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p32~33

자기와 타자를 각각 자아로 독립해 있는 것으로 보면 인간 사회는 각양각색의 '자아의 무리'가 되고 맙니다. 그리고 각각의 자아가 제멋대로 자기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상을 그리고 있다면 자기와 타자의 공존은 성립할 수 없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와 타자를 연결하는 회로를 어떻게 만들어야 공통의 세계상을 형성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 철학자들이 고민해야 하는 근본적인 주제가 된 것입니다.

(중략)

그 배경에는 근대과학과 합리주의의 급속한 진전이 있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자아'라는 개념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가 종교, 전통과 관습, 문화, 지연과 혈연적 결합등엔 의해 자동적으로 사회 속에서 굳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과학과 합리적 사고에 의해 사람들을 자동적으로 연결해 주던 것들이 '난센스'로 간주되면서 하나씩 떨어져 나가기 시작합니다. 

p39

자아라는 것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만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즉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만 '나'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p43

진지하게 고민하고 진지하게 타자와 마주하는 것. 거기에 어떤 돌파구가 있지 않을까요? 어쨌든 자아의 고민의 밑바닥을 '진지하게' 계속 파고들어 가다 보면 그 끝이 있을 것이고 타자와 만날 수 있는 장소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p69

톨스토이의 주제는 철저하게 '반(反)과학'입니다. 과학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으며, 인간의 행위가 원래 품고 있던 소중한 의미를 하나씩 빼앗아 간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p85

나는 청춘이란 한 점 의혹도 없을 때까지 본질의 의미를 묻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거기에는 좌절과 비극의 씨앗이 뿌려져 있기도 합니다. 미숙하기 때문에 의문을 능숙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발이 걸려 넘어지기도 합니다. 위험한 곳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나는 그것이 청춘이라고 생각합니다. 

p87

본래 청춘은 타자와 미칠 듯이 관계성을 추구하려는 것을 의미합니다. 

p117

이것은 매우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사람이 '일을 한다'는 행위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줍니다.

그것은 '사회 속에서 자기 존재를 인정받는다'는 것입니다.

(중략)

아무도 고용해 주지 않으면 사회 속에서 존재할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맙니다. 

p118

나는 '사람은 왜 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 '타자로부터의 배려' 그리고 '타자에 대한 배려'라고 말하겠습니다.  

p123

인간이라는 것은 '자기가 자기로 살아가기 위해' 일을 합니다. '자기가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어서 좋다'는 실감을 얻기 위해서는 역시 일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p129

머리속에서 '이것이 사랑이다'라고 떠올릴 때는 왠지 아름답고 신성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랑을 성취하고 결혼과 같은 형태로 구체화되면 그 순간 사랑은 땅으로 추락하고 재산과 같은 것으로 변합니다. 쓰다 버린, 그래서 차갑고 딱딱해진 것처럼 변하고 맙니다. 

p138

그것은 사랑이 못브을 바꾸면서 서로 속에 존재하고 그렇게 싾인 것이 자기 인생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요? 따라서 사랑이 성취되었는지 어떤지는 인생이 끝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입니다. 

p140

돌이켜 생각해 보면 사랑은 그때그때 상대의 물음에 응답하려는 의지입니다. 사랑의 모습은 변합니다. 행복해지는 것이 사랑의 목적이 아닙니다. 

p151

자아를 보존해 가기 위해서는 역시 타자와의 관계가 필요합니다. 상호 인정 없이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상호 인정이 없으면 자아가 존재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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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이] 2009-05-22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으로 컴백 하셨나요?

무해한모리군 2009-05-24 20:08   좋아요 0 | URL
했소~~ 이제사 집에 왔답니다.
 
불복종 하는 삶

나무처럼님의 글을 읽다,
나는 뭘 하고 있나 한번 생각해 봅니다.
몹시 게으른 인간이라 결의에 차서 이렇게 꼭 해야겠어라는 건 거의 없이 
슬렁슬렁 많이 불편하지 않는 선에서 몇가지는 하려고 노력합니다. 

올 한해 목표는 '덜 쓰자'입니다. 

이 덜쓰자 장르에서 제게 가장 어려운 건 먹는 것입니다.
굳이 채식이나, 유기농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내땅에서 난 것으로 적당량만 먹자인데, 
술을 먹다보니 이게 영 쉽지가 않습니다. 

다음은 책인데요, 
다시 볼 일이 거의 없는데 왠지 내어놓으려면 조막손이 되고 맙니다. 
주변에 지인들과 모여살면 나눠읽기를 해도 좋을텐데, 
홀로 자취생활을 하다보니 내어놓으면 '영영이별'이다 싶은 것이 
영 애뜻해진단 말이죠..
그래서 일년에 한번 정도 별로 안좋아하는 책들로만 내어놓으니,
나눔이니 순환이니는 영 꽝이지요. 

가장 어려운 건 전기제품을 덜 사용하는 것인데 거의 불가능합니다.
여름엔 에어콘 중독이고,
청소기, 삼숙이, 세탁기까지 온갖 가전제품이 집에 가득입니다.
저같은 귀찮음쟁이는 이것들이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할지 모릅니다.
휴지안쓴다고 사용하는 가제수건 삼숙이로 삶아서 전기랑 물 많이 소비하면
똑같은거 아닌가 하는 개인적 고민이 있습니다 --;;

둘째로는 '덜 사자'입니다. 

이건 좀 쉬운 편입니다. 
장보러 다니는 걸 무척 귀찮아하는 천성이라서요. 

식자재는 생협을 주로 이용하는데,
일주일에 한번 공급이라
그주에 해먹을 반찬을 계획을 세우게되니, 
버리는 것이 없어 마트에서 살때보다 더 절약이 됩니다. 

사실 술은 큰 마트에서 사면 많이 싸기는 한데,
제 경우엔 쟁여두면 더 먹게되어 한달 나간돈을 정리 해보면
필요할때 동네마트에서 사먹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안그래도 귀찮아 안가던 마트와 더욱 멀어졌습니다.

여기서도 저의 덜사자를 강력한 걸림돌은  
알라딘과 디자인상품 사이트인데요.
둘러보다보면 여지없이 뭔가를 사고맙니다.
흠..  
이건 현재로서는 별 대책이 없습니다 --;;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거야 혼자사는 살림이니 그리 어려울 것도 없습니다. 
휴지대신 가제손수건을 놓고, 면생리대 사용하고,
손수건이랑 텀블러(개인컵) 가지고 다니는 정도입니다.
그것도 철저하기 보단 짐 많은 날은 안가지고 가기도 하구요,
콧물이 줄줄 흐르는 날엔 평소 미워하는 별다방이나 맥도날드에서
휴지 슬쩍해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ㅎㅎㅎ  

10년 녹색평론 독자인 저는 읽은게 생활로 연결되지 않아 이모냥입니다.
몸이 더 고생해야 될텐데요 머리만 커다래가지고 --;;  

제가 생각한 덜쓰자와 덜사자 장르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법은
모여살면서 나누어쓰는 것인데..
마음만 있지 소시민인 제가 계획하기에는 또 엄청난 프로젝트입니다. 

알라디너분들은 어떤 비법을 가지고 계신가요?
방문객 만명을 넘어선 기념으로
선정되신분께 휘모리가 소정의 상품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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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2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09-05-22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구절절 옳은 말씀입니다^^
저는 집안에 필요한 생활용품/주방/욕실에 필요한 물건들을 살 때 항상 두 세개 이상씩을 사 온답니다. 그리고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럼 오래 사용할 수가 있고 또 수퍼에 자주 안 가도 되고 가더라도 꼭 필요한 것만 사면 되니까요. 저는 이런 방법을 10년 넘게 했는데 많이 절약이 되더군요. 그리고 생활비에서 남는 돈은 저금을 할 수가 있구요.^^

별족 2009-05-22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house.jinbo.net 이런 데가 있데요.

무해한모리군 2009-05-22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의 두분은 파는 곳에 덜가는 법을 별족님은 공동체 한곳을 소개해 주셨네요. ^^

카스피 2009-05-22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덜쓰고 덜사는것에 무슨 비법이 있을까요?? 안쓰는것이 최고지요.
예전 제 알던 동생 이야기를 하자면 부산 친구였는데 아무튼 수입의 80%를 저축하더군요.도저히 인간적인 삶을 살지 못할것 같았지만 아무튼 잘 살달더라구요.
우선 저축부터 하세요.그럼 남은 돈으로 어떻게 한달을 살지 심각하게 고민할수 밖에 없고 자연히 절약할수 밖에 없을것 같네요^^

무해한모리군 2009-05-22 16:33   좋아요 0 | URL
아하하 맞습니다.
카스피님 말씀이 맞으신듯..
기꺼이 가난하게 사는 것이 가장 환경적인 것이겠지요.
참 이런저런 욕심 때문에 쉽지 않지만요 ^^

뷰리풀말미잘 2009-05-22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 오던 어느 날 어린 친구 하나랑 인사동 어느 음식점엘 들어갔는데. 젖은 우산엔 물이 뚝뚝뚝. 마침 우산 비닐이 있길래 우산을 쑥 집어넣고 있는데 어라, 이 친구는 웬걸! 우산에 씌웠던 비닐 모아놓는 박스에서 구겨진 비닐 하나를 꺼내더니만 자기 우산에 씌우고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아, 밀물처럼 몰려오는 감동.

휘몰이님이 원하셨던 팁 보다는 자그마한 실천인 것 같지만 문득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

무해한모리군 2009-05-24 20:09   좋아요 0 | URL
아 훌륭해요 훌륭합니다.
제 스승은 저희 어머니인데요..
도대체 버려야 할 것 같은 걸로 이상한 용도로 자꾸 사용하세요.
10년된 걸레로도 뭔가를 하신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