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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들이 억울하게 죽어간 용산참사 현장에 상추, 들깨, 고추등 도시텃밭을 가꾸는 운동이 펼쳐진답니다. 

6월 10일(수) 오후 2시부터 향후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참 멋진 비폭력운동이네요. 

많은 알라디너분들도 관심을 가지시면 좋을듯해 가져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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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이] 2009-05-25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네요^^

비로그인 2009-05-25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미국에서 장애인인권운동 하던 분들이 휄체어 다니기 어렵게 만들어 놓은 보도블럭들을 망치로 깨고 다녔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대단하신 것 같아요

무해한모리군 2009-05-26 08:51   좋아요 0 | URL
문신부님도 말씀하셨지만, 용산이야 말로 이 정권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지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들이 죽음을 만든 곳에서 생명을 키운다는 것은 참 아름답지요?

비로그인 2009-05-26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퉁 녹색성장에 대한 통쾌한 풍자가 될 수 있겠어요.

무해한모리군 2009-05-27 08:35   좋아요 0 | URL
이런 식의 경쾌한 운동이 많이 제기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듯해 걱정입니다..
용역들이랑 경찰이 두고볼지..
 

지난 주말 이황의 자취를 따라 중령 옛길 - 도산서원, 소수서원 - 도산서원과 도산자택 사이의 그의 시의 배경이 되었던 산책로 중 일부 - 영남 전통 촌락(권씨과 이씨의 촌락) - 청량산을 두루 들러보았다. 

중령 옛길은 한적한 흙길로 예전에는 주막길이 있었다 하나 이제는 흔적만 남아있다.
우리 兪씨도 경북 경주 인근에 모여살았으니, 나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들은 아마 이 산길을 넘어 청운의 꿈을 꾸며 서울로 향했을 것이다.  

중령길은 퇴계의 형 온계가 사화에 휩쓸려 죽음을 당하기 전 애닳은 이별시를 주고 받으며 마지막 이별을 한 장소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이 높다란 고개길 뒤로 어지러운 정치사를 뒤로 하고 물러선 퇴계의 마음의 장벽이기도 했으리라.
 

 
중령숲길 

다음은 영남지역의 전통 마을을 방문하였다.
지자체 마다
서울닮기 관광도시화가 한창인듯,
교통이 꽤나 험한 이 곳도 마을 정비 사업이 한창이었다.
소박한 우리네 기와를 대신해 어디서 급히 공수해 온 기와 모냥을 흉내낸 것들과
플라스틱으로 번쩍번쩍 하는 검정 기와들을 보니 마음 심란하기 그지 없었다. 

각양각색 다양한 나지막한 돌담들을 뜯어내고,
양반내 담벼락을 흉내낸 모습으로 천편일률로 마을을 고쳐가는 중이었다.  

그래도 깨끗한 물과 산
정갈한 어르신들 모습,
소담한 흙길,
여름의 들판의 모습은
보는 내 마음도 넉넉하게 한다.

그러나 아쉬움이 스친다.
고속도로가 뚫였으니, 이런 모습이남아 오년은 버틸 수 있을까? 

벌써 도로로 강이며 논밭이 마구 잘리어 나가니,
저 자리에 다음에 올때는 밥집이나 모텔이 들어서 있을지도 모르겠다.

북쪽 집에서 보인다는 까치구멍

ㅁ자 주택 안뜰에 가지런한 장독들

겨울 걱정없이 싾여있는 장작들

외할머님 생각이 나 찍어 보았다. 우리 외할머님의 택호는 싸립골댁이었다.  
우리 외가가 있던 언덕이 싸립골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어머니는 친정이름을 딴 자명댁으로 불리었고,
난 예전 같으면 아마 신광댁이 되었을 것이다 ^^ 

배산임수. 뒤로는 높은 산, 앞은 개울과 나즈막한 산이 둘러싸고 있는 봉화 닭실마을 
투자로서의 집이 아닌, 주거로서의 집, 공동체로서의 마을을 생각해 본다.

도산서원에 들렀다. 70년대 난개발로 덕지덕지 분칠한 건물들은 마음속 그래픽으로 지우고 원래의 소박한 도산서원을 본다. 세 칸 짜리 강당 하나, 도서관 하나, 책 만드는 곳 하나. 주변의 산과 우물에도 이름을 지어주어 자신을 반추했던 학자 퇴계를 본다.  오직 학문에만 힘쓰며 흐르는 물처럼 매일 배우며, 손톱만큼의 융통성도 없던 소박한 옹고집 퇴계. 이마가 넓적했다던 후손들에 의해 얼굴마저 조작된 채 그이의 사상마저 흔적 없어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소수서원은 퇴계 사후에 임금이 하사한 것이니, 퇴계와는 무관한 것이나, 그 시절 학습장소가 참으로 좋아보인다. 나도 산중 저런 곳에서 책읽으며 공부했다면 좀 더 나은 인간이 되지 않았을까? 그나저나 여기서도 후손들이 지은 삐까번쩍한 흉물 건물들이 눈에 가시다.  



도선서원의 도서관 광명당 


소수서원 내 기숙사인 학구재. 책을 통한 배움을 뜻한다. 

혹여 기회가 되신다면 봉화 청량산도 한번 들러보셨으면 한다. 
높지않은 산에 요소요소에 숨은 재미가 있다. 

미처 사진을 찍지 못하였으나, 김생이 공부하였다는 김생굴과 그 옆에  
난데없이 나타나는 산 중 폭포도 신비하였고,
(김생체는 청량산의 풍경을 본뜬 것이라 한다)
청량사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도 참으로 아름다웠다.
종교가 없는 나도 자연의 숭고미에 눌려
두루 평안한 한해 되게 해달라는 기도가 나왔다.


봉화 청량사의 부처님. 수려한 자연풍광에 이유없는 눈물이 흐른다.

   
 

이황 : 독서여유산(讀書如遊山 - 책 읽는 것은 산 오르는 것과 같다) 

讀書人說遊山似  사람들 말이 책 읽기는 산의 유람과 흡사하다 했는데

今見遊山似讀書  나이 들수록 산 유람이 책 읽기와 같다는 걸 일깨우네

工力盡時元自下  공력을 다한 다음에 스스로 내려오는 것이 같고

淺深得處摠由渠  얕고 깊은 곳을 모두 찬찬히 살펴보아야 하는 것이 같네

坐看雲起因知妙  가만히 앉아서 피어오르는 구름 보면 묘미를 알게 되고

行到源頭始覺初  산행이 시냇물 근원에 이르매 비로소 원초 이치 깨닫네  

絶頂高尋免公等  산마루 정상에 높이 오르기를 그대들에게 기대하노라 

老衰中輟愧深余  노쇠하여 중도에서 그친 나를 깊이 부끄러워하나니

 
   

이황의 길을 따라 걸으며 우리네 선조들도 죽고 죽이기를 반복하였거늘
오늘의 정치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이 과연 역사를 통해 배우는 동물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길다면 길었던 길에서 책읽기를 마치며, 
자연을 통해 스스로를 반추했던 퇴계를 배우며,
그 완고함은 반쯤만 배우나,
그 끊임없는 향학열과 소신, 소박함은 잊지 말아야겠다.
뛰어난 퇴계도 앎에 가까이 가기 위해 평생 노력했거늘
나같은 보통사람이야 말해무엇하겠는가 
조급해 하지말고, 더 겸손하게 더 소박하게 더 느리게
매일 조금씩 배우기에 힘쓰리라
다시한번 불끈 하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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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 2009-05-26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곳에 다녀오셨군요. 부석사-소수서원은 제가 매우 좋아하는 곳들 중의 하나랍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05-26 17:52   좋아요 0 | URL
저는 도산서원이 소수서원보다 소박한 것이 왠지 더 좋습니다 ^^
시한 수 붙여 봅니다.

그리운 부석사

정호승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비로자나불이 손가락에
매달려 앉아 있겠느냐
기다리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아미타불이 모가지를
베어서 베개로 삼겠느냐
새벽이 지나도록
쇠종소리는 울리지 않는데
나는 부석사 당간지주 앞에 평생을 앉아
그대에게 밥 한 그릇 올리지 못하고
눈물 속에 절하나 지었다 부수네
하늘 나는 돌 위에 절하나 짓네

푸른바다 2009-05-26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도산서원엔 가보지 못했답니다. 소수서원과 부석사만 갔던 것 같아요. 전 소수서원이 더 소박하리라 생각했는데, 아닌 모양이군요^^ 도산서원은 퇴계 사후 제자들이 도산서당을 크게 증축한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시 감사합니다.

선묘 낭자의 애절한 사랑이 느껴지는 듯 하군요...
숭고한 이상을 위해 개인적인 사랑을 포기하는 것이 아름다운지...
아니면 사랑이라는 것이
언젠가 깨어질 환상임을 알면서도
그것이 실제로 느껴질 때까지
사랑해 보는 게 인간다운 것인지...
답이 없는 질문이겠지요?^^

저도 시 한수 붙여 봅니다.

먼 산

천상병

먼 산은
나이 많은 영감님 같다
그 뒤는 하늘이고
슬기로운 말씀하신다

사람들은 다 제각기이고
통일은 없지만
하늘의 이치 알게 되면
달라지리라고

먼 산은
애오라지 역사의 거물
우리 인간은
그 침묵에서 배워야 하리...
 
유럽 도서관에서 길을 묻다 선생님들의 이유 있는 도서관 여행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 서울모임 지음 / 우리교육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에 나는 대체로 동의한다. 

첫째, 도서관은 시설, 자료 만큼 사서도 중요하다.
이 책은 이 한마디를 하기 위해 쓰여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술관의 큐레이터가 좋은 작품을 고르고, 미술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한눈에 이해하기 쉽도록 그림을 배치하고, 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러저러한 교육이나 자료를 제공하는 일을 하는 것처럼 도서관에도 바로 그런 역할을 해 줄 사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을 쓴 저자들이 도서관담당교사들인 만큼 사서 중에서도 학교에서 어린이들의 수준과 요구에 맞게 도서학습이 가능하도록 도서관을 지속적으로 기획하고 운영할 주체로서 전문적인 사서교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둘째, 도서관은 걸어서 10분 거리안에 위치해야 한다.
서초구의 두배쯤 되는 파리에는 60개나 되는 도서관이 있다고 한다. 구당 겨우 한두개인 우리의 현실과 크게 차이가 난다. 더군다나 대다수 직장인이 도서관이 문여는 시간에 퇴근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보면 점심시간에 잠깐 나가 도서를 빌릴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 또 이 정도 규모라야 마을단위 특성에 맞게 도서관을 특화하고, 주민들의 요구에 맞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셋째, 공공지식의 장으로서의 도서관의 역할은 중요하다.
프랑스의 도서관 중 이주민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는 이주민을 위해 프랑스어를 쉽게 배울 수 있는 어학책과 다양한 언어로 된 읽을 거리를 배치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독일의 도서관에서는 노숙자도 강의를 자유롭게 들을 수 있음은 물론 프랑스, 독일 공히 외국인, 노숙자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영국에 살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나 노인분들을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책을 집으로 대여해 가져다 주는 것이나, 읽기가 부족한 어린이들을 위해 노인분들이 아이들과 함께 동화책을 읽어주는 자원봉사를 하는 것이었다. 세대간 계층간의 간격을 마을 도서관에서의 지식의 교류로 줄일 수 있는 희망을 나는 그곳에서 보았다. 

물론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움도 있었다. 

하나는 기행문으로서 이 책은 참 매력이 없다. 8개월을 함께 준비해 떠난 십여일의 여행, 그래서 인지 모든 답을 정해놓고 확인하러 간 사람들 같다. 그리고 즐기기보단 참 숨가쁜 일정의 힘겨움이 느껴진다. 

둘은 개개의 도서관에 대한 짧막한 설명과 지도를 기행문 앞에 배치했으면 좋았을 듯 하다. 도대체 도서관의 위치는 어디인지, 규모와 장서는 얼만큼인지 정도는 소제목 밑에 배치해 두었으면 책의 활용도가 높았을듯 하다. 

마지막으로 나는 사서교사의 중요성에 동의하지만, 현재의 공교육 파탄과 사교육 만연의 책임이 교사에게 있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자기주도형 학습이 도서관 사서교사를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듯 하다. 제 머리로 생각하는 논술시험을 시행하자, 모범 논술 답안을 작성하는 사교육을 시키고, 논술에 잘 나오는 책을 요약해서 읽히는 형국이 아닌가. 학벌사회가 없어질 때, 대학 나오지 않고 할 수 있는 일들도 먹고 살 만큼 정당하게 대우 받을 수 있을 때, 아니 기본적으로 누구나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권리를 누리는 사회가 와야 우리 아이들이 책을 읽을 자유를, 내머리로 내미래를 고민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지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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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중히 감시받는 열차
보흐밀 흐라발 지음, 김경옥.송순섭 옮김 / 버티고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은 이차세계대전 중 독일침략하 체코의 조그마한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요 등장인물은 그 조그마한 동네의 조그마한 역의 평범한 사람들이다. 인생의 목표가 오직 승진인 역장, 모든 관심사가 '가슴빵빵'인 여자와 '엉덩이 빵빵'인 여자인 역무원, 그리고 고작 여자랑 첫경험에서 제대로 못했다고 죽으려는 수습생이다. 

전쟁은 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가. 다수는 조국을 침범해 오는 독일군을 피해 집에서 이블을 뒤집어 쓰고 피할 뿐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작가는 이 평범한 사람들도 전쟁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말한다. 또한 이런 평범한 사람들이 자식을 잃었으며, 자기처럼 평범한 가장을 쏘아죽여야 했던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임을 잊지도 않는다. 

이 책의 미덕은 전쟁의 참상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으며,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성격이 생생히 들어나 있다는 것이다.  

오월이다. 우리에게도 멀지않은 광주에서 내 나라 군인에 의해 내나라 국민이 처참하게 죽음을 당한지 불과 20여년 전이다. 그리고 명령의 의해 광주의 이웃을 죽여야 했던 이들은 나의 오빠요, 한 가정의 가장인 그저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었다. 권력에 휘둘려 우리 보통사람들은 가해자도 되고 피해자도 된다.  

그러나 마을에 독일인들이 쳐들어 올 때 모두 이불을 뒤집어 쓰지 않고 농기구라도 들고 힘껏 떨쳐 일어났다면 어찌 되었을까. 한 마을이 힘껏 일어섰다고 해서 전쟁의 결과를 달라지게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우리의 광주에게 짧은 시간의 해방구 밖에 이루어지지 않았듯이, 전국으로 퍼져나가지 못했듯이.. 그러나 힘껏 떨쳐일어나지 못하면 시대에 휩쓸려가는 길 밖에 없다. 그러나 광주의 희생이 우리의 근대사를 바꾸었듯이, 그 잠깐의 지연이 역사를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광폭한 자본주의하에 우리 누구도 다른 누군가를 착취하지 않고 생존할 수 없는 이 시기, 승리할 수 없더라도 힘껏 몸부림 쳐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공산체제와 전쟁에 대해 슬픈 풍자로 풀어냈던 체코의 슬픈 왕이라 불리었던 보흐밀 흐라발을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면 꼭 일독을 권한다. 

<책 속의 몇 구절>

p16
이때부터 마을 사람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해졌다. 우리 할아버지가 그저 바보 멍청이일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모든 사람들이 우리 할아버지처럼 독일군 앞을 막아서되, 손에 무기를 들고 대항했더라면 독일이 어떻게 됐을지 누가 알겠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p58
도로를 따라 여기저기 사람을 뛰어갔다. 잠시 조용해지는가 싶더니 사이렌이 울리면서 응급차가 몇 대 달려갔다. 그때 온통 찢기고 엉망이 된 사람들이 날아와 떨어졌는데, 그들은 마치 실성한 사람들처럼 웃고 있었다. 잔디 위에 등이 부딪히며 떨어져 누운 채 웃고 있었다. 웃느라 그들의 몸이 들썩들썩 움직였다. 오직 한사람만이 몸을 돌려 비소차니 방향을 가리크며 말했다. "정말 지독한 공습이네요, 여러분!"그는 이말을 하고서는 잔디 위에 나뒹구는 커다란 팻말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원래 뜻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팻말이 쓰여 있는 문구를 반복해서 읽었다. "5분 완성."

( 여자친구와 첫경험에서 결정적인 순간 백합처럼 풀이 죽어버린 물건 때문에 실패하고 난 뒤 갑작스런 폭격을 당하고, 사진관의 5분 완성이 자신의 첫경험 실패에 대한 조롱으로 읽힌다. 폭격보단 첫경험 실패에만 마음이 가 있는 철없는 주인공) 

p134
그 역시 한 인간이었다. 나처럼, 혹은 후비치카 씨처럼 말이다. 특별하게 잘난 것도, 특별한 지위도 없는 그저 평범한,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서로를 쏘고, 서로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만약 우리가 이곳 말고 다른 곳에서 평범한 사람으로 만났더라면, 우리는 서로를 좋아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을지도 모르겠다. 

(대머리 독일군을 총으로 쏘아 죽인 후)

p156
이 나무는 공공의 소유죠. 하지만, 내 행동과 생각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 공공의 소유가 되는 것처럼, 이 나무 역시 내 것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나는 공중 화장실이나 공원과 마찬가지로 공공의 것일 수 있구요.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소개된 보흐밀 흐라발의 책이다. 체코의 근현대사와 부자집단에 끼는게 일생의 목표였던 어느 웨이터의 삶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었다. 삶에서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 보게 한다. 두작품 모두 영화화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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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ia 2009-05-25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이리멘젤이 만든 가까이서 본 기차, 란 영화와 겹치네요.
보흐밀 흐라발의 책이 원작인가봐요. 이리멘젤이란 감독도 늘 유머를 잃지 않아요.
언제나.. 비극보다 희극이 어려운거 같죠-

잘 지내셨죠? ^^

무해한모리군 2009-05-25 16:18   좋아요 0 | URL
알리샤님도 건강하신지요?
네 저는 건강히 잘지내고, 짬짬이 책도 읽으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아 영화제목은 저것인가 보네요 ^^
그럼요 희극은 정말 쉽지 않은 듯 합니다.
 
비밀의 요리책
엘르 뉴마크 지음, 홍현숙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왜 죽은 자의 생각에 관심을 가지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길고 긴 12년을 실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을 듯한 수학이니 물리니 문학 따위를 배우며 지루하게 보내야 한다. 왜? 

이 책은 종교가 지성을 압도하던 중세의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한다. 고대로 부터 축적된 인간의 지식(죽은자들의 뼈로 이루어진 성)을 무지한 권력에 이용하려는 자들에 맞서 수호해 온 요리사 이자 철학자인 사람들의 이야기다. 주인공들이 요리사인 만큼 온갖 이국적인 허브와 향신료들, 요리의 묘사를 읽다보면 입에 침이 고인다. 또 그 시절의 허름한 베네치아 뒷골목의 비루한 풍경과 역겨운 정치야사  그 땀냄새까지 전해질 듯 생생하다. 

우리 사회가 다른 이들이 보기엔 미친 것 같았던 사람들의 아이디어에 의해 도약해 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죽은 자들의 책을 지키는 것은 인류를 위해서라는 대의가 있는 듯해 보인다. 그러나 그런 대의 말고라도 1+1 이 꼭 2는 아님을 알게 될 때의 쾌감은 개인의 삶에서 얼마나 큰 행복인가. 그래서 우리는 책과의 대화를 멈출 수가 없나보다.  

사실 예전부터 전해져오는 민중의학이 오늘날 과학적 검증에 따라 옳다고 여겨지는 경우가 무척 많은 것을 보면, 우리 역사에도 은밀한 지식의 전수자들이 사람들이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시절이 되기까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류의 지식을 지키려는 요리사들의숨겨진 투쟁기에 한번 동참해 보자.
느긋한 휴일에 맥주한잔과 더불어 읽기 좋은 책이다.
(다이어트 중이거나 배고플때 읽는 건 자멸이다.)  

<책 속의 몇 구절>

p333
나는 아버지가 스스로 부끄러운 존재임을 시인한 그 순간을 영원히 잊을 수 없단다. 나는 용서하면 자유를 얻게 된다는 걸 그때 깨달았지. 우리는 용서할 줄 알아야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단다.  

(중략)
그 일이 있은 지 얼마 안돼서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셨지. 더 오래 사셨다면, 속죄할 기회가 있었을 텐데. 이세상에 가방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단다. 

(중략)
불행히도 우리 중 일부가 그런 깨달음을 얻기 전에 세상을 떠나는 것뿐이란다. 물론 이번 삶 말고 또 다른 삶을 살게 된다고 믿는 이들도 있긴 하지만.. 그건 다른 얘기지. 

p451
우리 모두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우리가 원하는 바로 그 사람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페레로 주방장은 내 결점보다 내 가능성을 더 크게 보았고, 나는 프란체스카의 지극히 현실적인 면보다 그녀의 매력을 더 크게 보았다. 그러니 우리가 늙어죽는다는 확실한 사실보다 다시 젊어지고 싶다는 희망을 더 크게 본 총독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p593
"예수는 하늘이 주신 그대로의 온전한 인간이었단다. 그건 우리에게 고무적인 소식이지. 인류가 신의 모범에 따라야 한다면 과연 뭘 할 수 있겠니? 루치아노, 네안에도 예수가 지녔던 것과 똑같은 힘이 있단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사실을 잊어서는 안 돼." 

(중략)
"그렇지.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었지. '내가 해냈으므로 너희도 그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며,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예수가 말했단다. 뭔가를 만들어낼 때 어쩌면 우리 모두가 아뎁토인지도 모르지." 

p595
"아무런 목적도 없이 살아 있는 것은 째깍거리며 가는 시계와 다를 게 없단다. 죽는 건 아무것도 아니지만, 목적을 갖고 고결하게 사는 건 가치 있는 일이지." 

<함께 읽으면 좋을 책>  


비밀의 요리책을 읽는 내내 수상한 식모들이 떠올랐습니다. 식모와 요리사 그리고 은밀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공통점 때문일까요? 물론 비밀의 요리책이 촘촘한 역사적 배경으로 한다면 수상한 식모들은 좀더 기발하고 발칙한 가벼운 읽을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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