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충망 달기 

나의 초라한 자취방에는 요즘은 아가씨들 위험하다고 철망해주는 곳도 많다는데 왠만한 곳에는 다있다는 방충망도 없다 ㅠ.ㅠ 

작년 여름은 그냥 버텼다. 주먹만한 나방이 날라다녀도 '그래 산 속이라고 생각하는거야'라며 버티려고 했는데, 올해는 여름이 너무 일찍 시작되는데다 왔다가는 날라다니는 것들만이 아니라 뭔가 기어다니는 것들도 생기는 듯해 어쩔 수 없이 방충망 설치를 결심했다. 

문제는 나의 손이 고양이손이라는 것.. 그러니까 나는 뭔가를 반듯하게 하는 걸 잘 못한다. 자에 대고 그어도 일직선으로 죽 그어본 적이 거의 없고, 바느질을 해도 한쪽으로 자꾸만 올라가고, 심지어 개어둔 옷들도 삐뚤빼뚤하다.  

어쨌거나 인터넷에서 5천원을 주고 찍찍이 소재의 방충망을 구입했다. 창틀에 한쪽에 풀칠되어진 찍찍이 한면을 붙이고, 방충망을 얹고, 찍찍이를 그 위에 다시 붙여주면 끝!! 쉽다~ 찍찍이를 한면을 살짝 때고 창을 열고 닫을 수 있어서 더욱 좋고, 가위만 있어도 되고.. 

그래서 근처에 사는 황박사를 맥주 두병에 꼬셔서 데려왔다. 둘이서 30센티차리 창을 막는데 한 이십분쯤 걸렸다.. 완성품은.. 황박사는 계속 철학해야지 손으로 하는거 하면 절대 안되겠더라.. 한다는 변명이 '왼손잡이용 가위가 아니잖아?" --;; 

삐뚤빼둘 듬성듬성한 우리의 완성품으로는 모기를 걸러내기는 좀 무리겠지만 커다란 나방쯤이야 막을 수도 있지 싶다.. 어찌보니 설치 미술품 같다.. 멋으로 한게 아니라면 누가 저 퍼런 철망과 하얀 찍찍이를 저렇게 창이랑 아무 상관없이 붙일 수 있겠는가.. 우리는 실용을 거부하는 철학자이자 예술가들인거다 --;; 

좀도둑 

내가 일하는 곳엔 화장실 옆에 탕비실이 있어 그곳에 냉장고가 있다. 그런데 이곳이 요즘 손이 타기 시작했다. 한 이삼일에 한번 정도 뭔가 물건이 없어진다. 그런데 그게 좀 이상하다.. 

이 도둑님께서는 결코 과하게 취하는 법이 없다. 비싼 향수니 화장품이니 뭐 이런거에는 손대지 않고 늘 먹는 것만 가져 가는데, 수북히 싾여있어도 꼭 필요한 만큼만 가져간다. 쌀강정 몇 개, 우유 한컵(그렇다 컵에 따라가져간다 --) 요플레 한 개, 과일 한개 이런식이다. 수북히 있어도 매번 한사람 분량만 가져가는 걸로 보아, 도둑은 여성이고(여자화장실 옆이라 남성은 못들어옴) 한명이라는 것 밖에 알 수 없다. 

도둑을 잡기보다는 꼭 한번 만나고 싶다. 참으로 품위있는 도둑이다. 

독서 

 로쟈의 인문학 서재를 읽고 있다. 가끔 서재를 들릴 때는 어렵다는 생각이 많이 들곤 했는데, 책은 정말 재미 있다. 

 도대체 영화평론, 번역론, 인문학의 전범위를 횡단하는 이 냥반은 모르는게 뭘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궁금한게 있으면 로쟈님 서재에 가서 물어봐야지.. 이번 주까지 완독해서 어서 후기를 올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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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3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03 1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09-06-03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바느질은 영 못해요.^^ 가위질은 잘 하는데...ㅎㅎㅎ
쌀강정은 제가 훔쳐 먹었어요.ㅋㅋㅋ
정말 믿으면 곤란한데...^^

무해한모리군 2009-06-03 13:44   좋아요 0 | URL
아하하 가위질 잘하시는게 어딥니까 ^^

건조기후 2009-06-03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 산 속이라고 생각하는거야.. 아하핫^^

무해한모리군 2009-06-03 17:38   좋아요 0 | URL
구차해지기 싫은 발버둥 ㅠ.ㅠ

무스탕 2009-06-03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가위질을 잘 못해요. 어지간한건 칼로 스윽~ 그게 더 깨끗해요..;;;
음.. 우유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전 아니네요. 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06-03 17:38   좋아요 0 | URL
칼질도 못해요 ㅠ.ㅠ
저도 우유는 그닥이예요..
더군다나 항생제니 뭐니 전혀 행복하지 않은 젖소들이 생산하니 몸에도 안좋을 듯 하고..

다락방 2009-06-03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바느질 대박 못해요. 엄마도 바느질 못하시는데 그게 유전인가봐요. 중학교때 가사 시간에 바느질 점수가 무지 안나오길래 엄마한테 해달랬더니 선생님께서 검사하시고서는 "너는 발로 꼬맸니?" 하셨어요. 아, 거기다 대고 엄마가 해줬다는 말도 못하고 orz

그나저나 저 방충망 굉장히 유용한 정보에요. 제가 있는 비서실에 방충망이 없는데 창문 하나만 달면 되는데 뭐 좀 사람 안부르고 할 수 있는 방법 없나 살짝 생각중이었거든요.
고마워요, 휘모리님.

아, 그리고.
로쟈의 인문학서재 구입예정인데 땡스투 눌러드릴게요 ㅎㅎ


(푸른알약 땡스투도 두번 눌렀고 앞으로 더 누를거라는 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06-03 17:44   좋아요 0 | URL
우와~ 우와~~ 고마워요..
제가 땡투 제일 많이 받은게 88만원세대 서평인데 아주 아주 옛날이랍니다.
뭔가 제대로 흥행 리뷰를 써볼 때가 됐는데..
생각만 이렇지 설렁설렁 ㅎㅎㅎ

저는 펀샵이라는데서 구입했는데 제가 설치할수 있는걸로 봐서 만 10세 이상은 모두 설치 가능할 듯 합니다.

저희 어머니가 제가 만든 버선을 소중하게 보관중이신데요, 앞판과 뒷판 버선목 길이가 다릅니다 ㅎㅎㅎ 그렇게 만들기가 더 어려울텐데. (참 고슴도치지 어찌 저걸 귀엽다고 보관하시고, 손님들 오면 보여도 주십니다 --;;)

그러시는 걸 보면 사실은 절 시집보낼 마음이 없으신지도 몰라요 흠..

다락방 2009-06-04 08:32   좋아요 0 | URL
오늘도 푸른알약 땡스투 또 들어왔을걸요? ㅎㅎㅎㅎ

[해이] 2009-06-03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이아리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ㅋ 저도 로쟈님 책을 어서 보고싶네요^^

무해한모리군 2009-06-03 23:20   좋아요 0 | URL
^^ 해이님 일기는 늘 감성적이예요.

비로그인 2009-06-03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워 할 수 없는 도둑이네요. 메모를 남겨서 소통을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요?

무해한모리군 2009-06-03 23:20   좋아요 0 | URL
ㅎㅎ 다른 잃어버리신 분들의 분노가 커서 잡히면 큰일날거 같아요..

마늘빵 2009-06-03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그 도둑 나도 한번 만나보고 싶네. 내가 밥 한끼 사주고 싶다요.

무해한모리군 2009-06-04 08:09   좋아요 0 | URL
이건물에 옷 파는 곳이랑 화장품 파는 곳이 있어서 미인들이 아주 많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여름이 다가오는 요즘 아 과감한 의상에 눈둘 곳이 없어요~~
(놀러오시고 싶죠? ㅋㄷㅋㄷ)

마늘빵 2009-06-05 00:13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만나러 그 동네 가야겠는 걸요? 좀더 더워지면? 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06-05 08:13   좋아요 0 | URL
아하하 한 4월부터 눈둘 곳이 없었습니다..
어디까지 가나 기대중 ㅎㅎㅎ

마늘빵 2009-06-05 19:46   좋아요 0 | URL
아 그럼 지금 가도 되겠는데요? ㅋㅋ 휘모리님 시간내주삼.

꿈꾸는섬 2009-06-04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냉장고 도둑 너무 귀여워요.^^
여름에 방충망은 필수죠. 전 모기가 젤 무섭더라구요.
로쟈님 서재는 저도 가끔 가는데 정말 어렵더라구요.ㅎㅎ 그래도 책은 재미있다니 제 팔랑귀가 또 솔깃해집니다.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06-04 11:32   좋아요 0 | URL
음 로쟈님 책도 쉽다 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원전 텍스트에 비하면 아주 쉬운편인듯 합니다. 평론가니 영화감독이니 하는 사람들이 자주 언급하는 철학자들이 무슨 얘기를 했나 쬐끔이라도 알 수 있으니 그대로 저는 만족입니다.

저는 야생성이 강한 인간이라 없이도 살아왔습니다만, 벌레 치우기 귀찮아서요 ㅎㅎㅎ

rosa 2009-06-04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일단 제가 도둑일리는 없고(전 한번 먹자고 들면 죄다 비워버리는 엄청난 식성과 소화력을 자랑합니다.^^ 품위있는 도둑님을 만나셨으니 다행이라고 해야지요? ^^)
바느질엔 제법 재주가 있고 심취하고 있으나 모든 취미는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 급기야 중고재봉틀까지 구입하면서 활동비 받은지 얼마나 됐다고.. 보릿고개를 넘고 있습니다 --;
로쟈님 책은 아직 읽기 전이라 암말도 못 드리겠고..
어쨌거나 오늘도 좋은 하루~~ ^^

무해한모리군 2009-06-04 13:27   좋아요 0 | URL
저와 같으시군요.. 어제도 한밤중에 혼자 라면을 ㅠ.ㅠ
만드신 옷보니까 솜씨도 솜씨지만 색상을 보는 눈과 상상력이 있으세요. 그걸로 바지를 만들 생각은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지요.. 암요!!
 
나들이
오랜만

 사랑

사랑은
슬픔, 가슴 미어지는 비애
사랑은 분노, 철저한 증오
사랑은 통곡, 피투성이의 몸부림
사랑은 갈라섬,
일치를 향한 확연한 갈라섬
사랑은 고통, 참혹한 고통
사랑은 실천, 구체적인 실천
사랑은 노동, 지루하고 괴로운 노동자의 길
사랑은 자기를 해체하는 것,
우리가 되어 역사 속에 녹아들어 소생하는 것
사랑은 잔인한 것, 냉혹한 결단
사랑은 투쟁, 무자비한 투쟁
사랑은 회오리,
온 바다와 산과 들과 하늘이 들고일어서
폭풍치고 번개치며 포효하며 피빛으로 새로이 나는 것
그리하여 마침내 사랑은
고요의 빛나는 바다
햇살 쏟아지는 파아란 하늘
이슬 머금은 푸른 대지 위에
생명 있는 모든 것들 하나이 되어
춤추며 노래하는 눈부신 새날의 
위대한 잉태  


<실재는 조국과 청춘 2집에 수록되어 있지만 알라딘에는 없어 6집 이미지를 넣었다> 

 

 

 

 

================================= 

참 사랑을 해본 적이 있는가? 

나는 아직 명확한 대답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아이들 가진 그녀들을 존경하게 

조금은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힘겨운 유부님들을 위한 휘모리의 응원 포스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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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06-02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휘모리님 다시 돌아오셨군요. 반가워요.^^
여행은 잘 다녀오셨겠죠? ㅎㅎ
다시 만나니 좋으네요.^^

무해한모리군 2009-06-02 18:59   좋아요 0 | URL
아하하 요즘 유부님들이 힘들어보여서 한곡 올려봤습니다~~
저는 건강합니다..
꿈꾸는섬님도 두루 평안하시지요?

꿈꾸는섬 2009-06-02 22:53   좋아요 0 | URL
ㅎㅎ 실속없이 바쁘게 보내고 있어요.

2009-06-02 2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02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머큐리 2009-06-03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랫만이네요....박노해의 시는...

무해한모리군 2009-06-03 17:42   좋아요 0 | URL
저도 한참만에 들쳐보았습니다.
단단해지자, 낙관하자 이런 생각을 많이 하며 보냅니다.
 

 어리석은 얘기지만 인간이란 결국 조금씩 싾이고 싾인 작은 후회에서 도망칠 수 없는 운명일지도 몰라. 마치 마음에 꽂힌 작은 가시처럼..  

<바텐더 11권 中>

========================== 

이렇게 매일매일 후회를 곱씹는 나는 공룡이다.  

그러나 후회로 부터 도망칠 수 있다는 믿음은 잃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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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6-02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글 기억은 안나지만 바텐더는 재미있더군요^^

무해한모리군 2009-06-02 07:34   좋아요 0 | URL
좀 너무 수다스럽긴 하지만 저도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무척 재미있게 본 영화다.
그닥 잔혹하지는 않으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볼 만하다.
이 영화에서는 인간과 기계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미래'와 '심장'을 가진 자가 인간이라는 나름대로의 결론도 던지고 있다.
나에게는 무척 중요한 주제이기는 하나
사실 이 영화에서 이 중요한 문제가 크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나는 오히려 다른 문제가 커다랐게 다가왔다.
존 코너가 방송하는 장면이 나온다.
T-600과 싸우게 됐을 때 대처방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말한다.
'이 방송을 듣고 있는 당신은 저항군이다.'
'나는 존 코너다.' 

이 방송과 '민중의 소리'나 '오마이 뉴스' 혹은 '프레시안'과 오버랩된다.
그리고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무엇일지 고민하게 만든다.
적어도 이 방송은
'민중의 소리'나 '오마이 뉴스' 혹은 '프레시안'이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있다. 

이 방송은 혁명(저항)의 지도자가 누구인지를 명확히 한다.
이 방송을 듣는 대상자가 누군인지도 명확히 한다.
이 방송을 듣는 이는 무차별 대중이 아니라 저항군인 것이다.
이 방송의 내용도 명확하다. 기계들이 얼마나 잔혹한지 선전선동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어떻게 하면 기계와 싸워 이길 수 있는지 이야기 한다. 

이 차이를 느끼며 존 코너란 인물을 바라보았다.
존 코너는 저항군의 지도자이다. 상징적 지도자이다.
저항군 내에서 그의 계급이 높아서가 아니라
계급과는 무관하게 사람들이 그를 믿고 따르기 때문이다.
왜 저항군은 존 코너를 상징적인 지도자로 믿고 따를까?
실제 지도자들의 명령이 아니라 존 코너의 명령을 따를까? 

영화에서는 아주 명쾌하게 그 답을 말해준다.
카알리스를 구출하러 가려는 마커스에게 여성 비행사는 말한다.
존 코너와 상의해 보자. 존 코너는 기계들과 싸우는데서 최고의 전문가이며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다.
바로 이거다.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사람을 민중은 믿고 따른다.
우리는 이길 것이라고 당위를 외치는 지도자가 아니라
싸워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지도자를 민중은 자신의 지도자로 믿고 따른다. 

존 코너는 우연히 기계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아는 사람이 된 것이 아니다.
그는 태어나기 전부터 목숨을 걸고 기계와 싸워왔고 살아남았다.
이 경험만으로도 존 코너는 지도자가 되기에 충분할 수 있다.
그러나 존 코너는 이 경험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전투가 끝나고 휴식을 할 때마다 사라코너가 남긴 테이프를 들으며
기계들을 분석하고 분석한다.
기계들과 싸워 이기기 위해 쉬는 시간까지 활용해서 연구한다.
바로 이것이 존 코너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사람으로 만든 것이 아닐까?
그리고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기에 저항군의 마음 속 지도자가 된 것은 아닐까? 

이 방송을 존 코너의 입장에 아니라 카알리스의 입장에서 바라봐도 의미가 있다. 
카일리스는 저항군이 아니다.
빨간 표찰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또한 기계들에 맞서 싸운다.
이 모습은 1999년 오종렬 의장님께서 말씀하셨던 민족간부를 떠올리게 한다. 

1. 선이 없어도 혁명가의 지조를 지켜야 한다.
카알리스는 저항군과 아무런 연계가 없었지만 저항군의 지조를 지켰다.

2. 끝없이 조직해야 한다.
카알리스는 혼자였지만 어디서든 기계와 맞서 싸우자고 인간들을 선동했다.
그리고 잡혀갔을 때조차 살아남아야 한다고 선동했으며 계속해서 기회를 집요하게 노렸다.

3. 돌아왔을 때 아낌없이 바쳐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카알리스가 존코너를 만났을 때
카알리스는 자신의 모든 투쟁을 존 코너에게 바쳤다. 그리고 그의 지도를 따랐다. 

이명박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존 코너의 방송을 듣는다.
그리고 이명박에 저항하는 카알리스가 되서
흔들리지 않는 저항을 만들어가야겠다. 

<출처 : http://lifelog.blog.naver.com/suoangel1970/33 > 

=========================================== 

항시 어찌하면 운동을 잘할까만 고민하는 선배가 영화를 보고도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이 시대 활동가로서의 고민이 와 닿는다. 

미래가 아니라 지금 싸우고 있고, 저항군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 절박함이 느껴진다. 

또 미래와 심장을 잊지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알라디너들과 나누고 싶어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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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6-02 0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스는 사람들에게 배를 만들라고 지시를 하고 리더는 저 바다로 나가면 무엇을 볼 수 있다. 혹은 얻을 수 있다 라는 비전을 제시하여 사람들이 스스로 배를 만들게 한다는 말이 떠오르는 리뷰네요. 잘 읽었습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06-02 07:36   좋아요 0 | URL
선배랑 노무현이 줄 수 있고 우리가 줄 수 없던게 뭔지 가끔 얘기합니다. 우린 왜 꿈꾸게 할 수 없고, 신명나게 할 수 없었을까 하는 ^^ 아직은 잘 정리가 안되네요.
 

오늘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을 다녀왔다. 

한국만화100년 전시회를 보려고 갔는데 6월 3일부터라 전시준비중인 곳에 몰래 잠입해서 공중전화기에 기대어 있는 목각으로 만든 태권V만 잠깐 구경했다.  

대신 인도현대미술전을 구경했는데, 꿩대신 닭이 아니라 아주 한우쯤은 되는 훌륭한 전시였다.

인도현대미술전 - 세 번째 눈을 떠라!

인도의 현대미술가들의 고민은 어떤 것일까? 

첫번째는 전통미술을 어떻게 재해석해서 내놓을 것인가였다. 전통인도신전을 작은 모형크기로도, 병풍정도 크기로도 전시하고 있었는데, 인도적 정취가 물씬 풍기면서도 다양한 현대의 문양을 넣어 두었다. 현대적이지만 누가봐도 인도의 정신을 구현한 미술품이란 이런 것이 아니겠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두번째는 현재 인도의 상황에 대한 고찰이다. 인도 역시 빠른 산업화에 따른 극심한 주택란과 쓰레기 더미, 끔찍한 교통환경으로 고통받고 있다. 파키스탄과의 국지전에 따른 이주와 실종, 테러의 고통도 있다. 작가들은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섬찟하게 현실을 고발해 낸다.  

국립현대미술관에는 우리나라 작가들의 많은 미술품도 전시되어 있다. 그런데 인도의 현대 미술을 접하고는 마음 한켠이 시큰해짐을 어쩔 수 없다. 

현대미술관을 가득 매운 우리나라의 작품들은 서양인이 동양화를 흉내낸 것 같은 그림 또는 마치 고흐의 그림처럼 동양의 색채를 지닌 서양화 같았다. 

그런데 인도의 현대미술에는 인도에 살아가는 민중들의 고충이 옅보이고, 그들의 사상과 철학과 종교의 일단이 잘라들어가 있었다.  

왜일까? 

그들도 영국의 식민지를 보냈는데, 아마 그들의 주류 예술가들도 미국이나 파리로 젊은시절 유학을 갔다 돌아왔을텐데 왜 그들은 세계의 양식을 배워 인도의 정신 속으로 녹여낼 수 있고 우리의 작가들에겐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을까? 

친일하고 친미한 사람들이 한 순간의 공전도 없이 이 세상의 주류에 있었기 때문일까?  

전통은 모두 쓰레기장으로 보내 버린 때문일까? 

그게 우리네 정신이 녹아나지 않는 이유라곤 하더라도,

왜 우리네 사는 얘기가 우리 그림에선 잘보이지 않는걸까? 
(아주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좋은 곳을 산책하고 좋은 그림보고 왔는데, 
아.. 마음이 약간 아픈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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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6-01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편에선 전통을 이야기 하지만 개발의 논리에 유산들이 묻혀 버리는 것엔 침묵하는 이상한 나라 라고 <대한민국 사용후기>의 저자가 그러더군요.
그래도 문학은 '지금'을 이야기 하는 작품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06-01 08:02   좋아요 0 | URL
아 이름을 잊어버린 우리나라 작가의 재개발 현장을 사진으로 찍어 재구성한 작품을 본 적이 있는데요. 온 사회가 재개발이니 부동산이니 들썩이는데 이런 일면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게 아쉬워요..
인도작가들의 작품에는 그런 것들이 많이 보이더라구요.. 흠.

2009-06-01 0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06-01 08:10   좋아요 0 | URL
아니 제가 미인을 그냥 지나칠리 없는데.. 어제 네시간쯤 미술관에 있느라 발이 아파서 그랬나?

설치미술들 아주 신선하더군요.
특히 '몸이 껍질'이라며 벽에 몸껍질을 붙여둔 전시 인상적이었습니다 ^^

개인적으로는 현대미술이 늘 가장 이해하기 쉬운 이유는 작가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기 때문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들 자체가 아주 어려서 부터 사진이나 회화 보다 컴퓨터 영상물의 영향을 받으면서 자라서 그렇겠지요?

또 다른 한편에서는 정통적인 회화나 사진들은 무척 상업화가 많이 되다보니 아무래도 대중에서 낯선 충격을 주기가 쉽지 않아졌으니, 낯설어지기 라는 예술의 속성상 설치나 비디오아트로 가는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Alicia 2009-06-01 11:30   좋아요 0 | URL

저두 오후 세시부터 한 세시간있었어요. 정신없어서 15분씩 상영하는 건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왔어요. '몸이 껍질'인 설치미술은 벽에 붙어있는 주물로 뜬 사람모형 말씀하신거죠? 꼭 바람빠진 고무풍선처럼 주름까지 탄력이 느껴지죠~ 섬유유리로 만든 거라는데. 그 작가 이름이 A.발라수브라마니암이네요. ^^

저는 <죽음의 격차>라는 1루피를 주물로 떠낸 작품도 인상적이었고, 특히 마음에 들었던 주제는 간디초상이 그려진 우표인지화폐 오브제아트였어요. <나는 그가 안경 안쓴 남자로 보인다> 크으. ^^ 개인의 기억과 집단의 기억이 꼭 동일하지는 않다는 거. 지금 우리 상황과도 너무 맞아떨어지고요.

인도는 세습적신분이 아직까지 존재하고 경제력은 강하면서 또 빈부격차가 가장심하고, 암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잠재력이 있는 나라같아요. 단지 성장기계만가동하는게 아니라 문화․정신적 토양이 두껍다는 것도 굉장히 부러운 점이고요.

낯설게하기위해서 설치미술이나 비디오아트로 가는게 아닌가 싶다고 생각하신 부분은 에프라임 키숀의 말을 떠올리게 해요:) 저는 새로운 매체로 이양해가는 지금의 과정이 작가의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어떤 대안이 될수 있지 않을까라는 점에 주목했더랬어요.

무해한모리군 2009-06-02 07:32   좋아요 0 | URL
오 저도 그 간디연작을 보고 박장대소했답니다.
명바기로 꼭 한번 해봐야지 ㅋㅋㅋ

저작권 보호의 관점이라면 퍼포먼스가 가장 확실하겠는데요. 일회적이고 남지 않으니.. 하긴 요즘엔 유명작가의 퍼포먼스도 CF에 활용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