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쾌한 철학, 소소한 일상에게 말을 걸다 - 일상에서 찾는 28가지 개념철학
황상윤 지음 / 지성사 / 2009년 2월
평점 :
논술시장이 한참 달아오르면서 우리는 꽤나 많은 철학개론서를 가지게 되었다. 이 책 역시 철학 개론서와 철학에세이의 중간 어디쯤에 위치해 있다.
이 책의 미덕은 생활에서 흔히 만나고 당연시 하는 많은 것들에 질문을 던지고, 많이 들어는 보았으나 정확히 알지 못했던 철학 개념을 쉽게 풀어내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나는 이 책의 3장 '인간은 왜 인간이 되었나'와 6장 '그들만의 정치? 우리의 정치!'가 이 책의 특색을 잘 드러내고 있다고 본다. 저자는 우리에게 친숙하고 쉬운 개념들에 대해 질문을 하고, 그 질문들을 철학적으로 고찰하며, 그 철학적 고찰 속에서 현실의 여러문제들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한다.
3장에서 저자는 슈퍼맨은 인간인가? 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인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의문을 가지게 한다.
저자는 인류냐 아니냐를 판달할 기준으로 이성이나 혈통이 아닌 그들이 영위한 생활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인간 이성으로 인류의 생활과 문화가 형성된 것이 아니라, 인류의 생활과 문화로 인해 이성이 형성되고 발달했다고 본다. 노동을 통해 자연을 변화 시키고, 그 과정 속에서 노동의 가장 뒤어난 새로운 창조물로 인간 자신도 변해 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슈퍼맨이 생활과 문화를 만들어 내고 미래를 개척해 왔다면 인류라고 본다.
이런 결론은 현실에서 인류 발전과 생존의 원동력이었던 인간 사이의 이러저러한 차이를 긍정하면서 여자, 장애인, 재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부당한 이유를 제시한다.
또한 자주성, 창조성, 의식성을 인간의 사회적 본성이라고 보고, 추악한 인간의 여러 행태에도 불구하고, 이기적 존재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창조해 갈 가능성을 열어두고자 한다.
6장은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 한다.
한미FTA 처리과정과 나치의 예를 들면서 과연 다수결에 의한 결정이 다양한 신념들과 충돌할때 그것을 따라야만 하는 지 묻는다. 또 민주주의 라는 개념을 역사적으로 살펴보면서 대의 민주주의 만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방법인지 의문을 제기 한다.
저자는 이런 의문 속에서 현실의 문제인 어떻하면 우리가 우리 자신을 통치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자신의 고민을 제시한다. 저자는 공동체를 중시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직접정치의 기법을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평등의 질적 향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잊지 않는다. 사회적 강자를 위해 설계된 사회에서 그들이 만든 규칙 안의 사회적으로 평등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의 합리적 토론이랑 애당초 불공정한 토론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서는 평등한 사회,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것이다. 사회에서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던 아주 구체적인 사람들의 구체적인 의견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이 민주주의의 실현이라고 결구 한다.
시대에 따라 말은 달라진다. 송혜교와 전지현을 좋아하고, 자취방에서 술에 잔뜩 취해 개와 고양이가 혼동될 지경에서 인식의 오류를 철학하는 동년배 철학자의 입으로 해설되는 철학은 그래서 한결 친근하다.
많은 주제를 개론적으로 설명하고 있어 깊이가 있지는 않지만, 이런저런 생각의 거리들을 던져주는 책이다. 고교생들과 대학새내기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