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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연금술사와 11분에 이은 내가 만난 파울로코엘료의 세번째 작품이다. 작가는 욕망에 충실하며 삶을 즐기라는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한다. 나는 주인공의 입을 빌어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는 작가를 좋아하지 않는다. 마침 먼 곳을 가야하는데, 읽고 있던 책을 다 읽어 지하철역에서 뭔가 읽을거리가 필요했던 여러가지 우연히 겹치지 않았다면 아마 이 책을 읽을 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삶에 우연이 없다면 앙고 빠진 진빵이 아니겠는가. 작가 자신이 세번의 정신병원 입원과 군사정권에 의한 수차례 고문을 이겨낸 사람이기에 그가 말하는 삶의 당연한 진리들이 더 마음에 와 닿는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은 정신병원에서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이 강요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행동해본다. 원하는 일이 아니라 적당히 여유가 있고,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직업을 택하고, 섹스를 하는 순간에도 내가 원하는 방식이라기 보단 사회에서 용인되는 테두리를 지키려고 하고, 적당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적당히 서로 질려하면서 살아가는 삶. 이것이 스물넷 아름다운 모든 것을 가진 그녀가 삶을 포기한 이유다.
가끔 나는 원하는 게,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할 용기가 없는 것이다. 좋은 가족이여야 하고, 사회의 멀쩡한 구성원이여야 하고, 이웃사람들의 입과 눈을 눈치보면서 말이다.
p194
'날 똑바로 쳐다봐. 그리고 지금 내가 말하는 걸 절대 잊지마. 금지된 것은 단 두 가지밖에 없어. 하나는 인간의 법이, 다른 하나는 하늘의 법이 금지하는 거야. 절대 누군가에게 성관계를 강요하지 말 것, 강간으로 간주되니까. 그리고 절대 어린아이와 관계를 갖지 말 것, 가장 큰 죄악이니까. 그 두가지만 빼놓고는, 넌 자유로워. 항상 너와 똑같은 것을 욕망하는 누군가가 있게 마련이야'
p203
' 모든 사람들이 꿈을 꾸지만 정작 그걸 실현하는 사람은 단지 몇 사람에 불과해. 문제는 그럴 때, 꿈을 실현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비겁하다고 느끼는 데 있어'
'옳은 자, 그건 가장 강한 자야. 이 경우엔 역설적이게도, 비겁한 자들이 더 용감하지. 그들은 사람들에게 자기들 새악이 옳다고 주입하니까?'
p217
'모범적인 삶의 교본들을 따르지 말고 자신의 삶을 자신의 욕망을 자신의 모험을 발견하라고, 살라고 충고할거야!'
'살아라! 이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어. 네가 산다면 신께서도 너와 함게 살리라. 네가 위험을 무릎쓰길 거부한다면 신께서도 하늘로 물러나 철학적 공론의 한 주제로 남으리라.'
p231
'우린 모두 자기 자신의 세계 속에서 살고 있어. 하지만 별이 총총한 밤하늘을 바라보면, 그 모든 세계들이 서로 어울려 태양계, 성좌, 은하계를 형성하는 걸 알 수 있지'
p241
'남들과 다른 존재가 될 용기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연의 순리에 역행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신체는 비트리올-혹은 사람들이 속되게 부르는 식으로 말하면 아메르튐-을 만들어내기 시작하죠'